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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퀵 스케치는 발레학교 병아리 시절 눈땡글 미샤랑 지나. 똑같은 포즈로 턱 괴고 똑같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눈땡글 입술 삐쭉하고 있음. 표정을 보면 레닌의 청년시절이라든지, 훌륭한 공산당 소년단원이 되는 길 뭐 이런 수업을 듣느라 지루해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함. 근데 사실 미샤는 어릴때부터 그런 수업시간이 되면 땡땡이를 쳤으므로 이렇게 나란히 뚜떼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지가 않고... 아니면 소련 프로파간다 영화를 억지로 관람 중일지도 ㅋㅋ

 

 

둘이 동갑내기이지만 역시나 지나가 생일도 빠르고 또 여자애들이 좀더 빠르므로... 지나가 확연히 누님 포쓰~ (그리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나가 철없는 말썽쟁이 미샤를 챙기며 누님+엄마 노릇 ㅠㅠ)

 

 

 

 

 

 

요즘 너무 뾰로통하거나 진지하거나, 아니면 눈 감고 있는 미샤만 그려서... 이건 어제 기분전환하려고 그렸던 빵끗빵끗 웃는 꽃핑크 스웨터 차림의 꼬맹이 미샤. 무용수라는 놈이 기럭지가 왜 이렇게 짧은가 하신다면, 아직 병아리라서 그렇습니다 :) 눈땡글 빵끗~ 남자는 역시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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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아주 아끼는 책을 오랜만에 꺼내서 읽고 있다. 옛날에 러시아에 처음 연수가서 발레를 보기 시작하던 무렵 마린스키 샵에서 발견해 고민하다 아주 큰맘 먹고 샀던(당시 물가로 상당히 비쌌음) 책인데 누레예프가 망명하기 직전, 키로프 극장에서 보낸 3년에 대한 동료들과 친구들의 회상록 모음집이다. 누레예프가 세상을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1995년에 러시아에서 출간되었고 영어번역본과 러시아어본이 같이 나왔었다. 친구들이 소장하고 있었던 레닌그라드 시절 사진들도 실려 있다. 당시엔 아직 러시아어보다 영어가 편해서 영어 번역본을 샀는데 나중에 엄청 후회했음. 그런데 오늘 다시 뒤적이며 읽다 보니... 흐흑, 지금은 또 영어 읽기가 더 수월한 것인가 싶기도 엉엉...

 

 

이 책은 오랫동안 간직해왔고 닳도록 읽었다. 이후 누레예프에 대한 여러 전기나 소설들도 출간되어 이것저것 구해 읽었지만 나는 이 책을 가장 아낀다. 그리고 글을 쓸때도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맨 앞에는 누레예프가 자신이 파리 공항에서 망명하던 순간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짧은 에세이가 담겨 있다. 읽을 때마다 좀 울컥하고 감정이 북받치는 뭔가가 있다.

   

  이번 뻬쩨르 여행 때 아에로플롯을 탔더니 기내영화에 화이트 크로우가 있어서 좋아하며 봤었다. 영문명 The white crow 인데 레이프 파인즈가 감독을 맡았고 카잔 출신 발레 무용수 올레그 이벤코가 누레예프 역을 맡았다. 메인 사건은 바로 1961년 6월 파리 공항에서 누레예프가 망명하는 이야기이고 거기에 그의 어린 시절과 키로프 시절이 절반쯤 다큐, 절반쯤 픽션으로 섞여 있다. 굉장히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국내엔 들어올 기미가 안 보여서 나중에 아마존이나 뭐 그런걸로 dvd 주문할까 했는데 기내영화로 있어서 영어자막 틀어놓고 봤다. 영어와 러시아어가 혼재되어 있는데 주로 러시아어로 진행된다.  

 

영화는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다. 완성도가 불균질했고 누레예프의 전기적 특성과 망명 당시의 순간들에 대해 너무 문자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다 보니 어딘가 삐걱거렸다. 무엇보다도,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수 중 한명, 남성 무용수로서는 전무후무했던 사람을 다루는데 춤이 너무 적었다. 그러면 한 인간으로서의 누레예프를 심도깊게 해석했는가, 그것도 조금 부족해서 양쪽으로 좀 아쉬웠다. 레닌그라드(지금의 페테르부르크)와 바가노바, 키로프(마린스키) 극장에 대한 이야기도 좀 부실한 편이라 그것도 좀 아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저 책을 많이 참고했구나'(저 책에 등장하는 소련 시절 누레예프의 친구들도 영화에 나온다) + '어쨌든 서방 리버럴의 시선으로 가급적 충실히 사실을 재현하면서 픽션을 섞어보려 했구나' 였다. 그리고 '올레그 이벤코는 화보로 볼 때보다 영상으로 보니 누레예프를 외모적으로 좀 더 닮았네' 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둘다 타타르 혈통이라 그런 것 같다.

   

 

결론은, 음, 국내에 디뷔디 출시되면 그래도 누레예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주문할 것 같긴 하고... 이 영화가 좀 아쉬워서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해서 지금 볼쇼이의 고정 레퍼토리로 일년에 두어번 올라오고 있는 발레 누레예프를 보러 가고 싶다. 가급적이면 블라디슬라프 란트라토프보다는 아르춈 옵차렌코 주역으로. (둘중 옵차렌코를 택하고 싶은 것은 순전히 이쪽이 내가 좋아하는 외모 취향에 더 가까워서. 옵차렌코는 이 발레 이전에 누레예프에 대한 다큐 재연 필름에서 그 역을 맡기도 했었음. 근데 사실 옵차렌코는 누레예프 외모와는 그리 닮은 편은 아니고 체형도 너무 늘씬하고 길다)

  

 

 

 

 

 

 

이게 누레예프의 회상 마지막 부분. 일부만 찍어봤음.

 

 

 

 

 

영화 화이트 크로우에서 누레예프 역을 맡있던 무용수 올레그 이벤코. 사진은 최근 이 사람이 자기 인스타에 올린 것.

 

 

 

 

마지막 이미지는 당연히, 유일무이하고 위대한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 사진. 1962년이니까 망명 1년 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 너무 좋아한다. 아름다움과 깊이, 젊음,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모두 공존하고 있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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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11. 27. 21:40

수요일 오후의 차 한 잔 + 장미 tasty and happy2019. 11. 27. 21:40

 

 

 

평일이라 원래 이렇게 집에서 오후의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아닌데, 오늘은 건강검진 때문에 공가를 냈고 새벽에 가서 검진을 마친 후 기차를 타고 화정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이런 귀한 시간이 생김.

 

 

수면 내시경을 했기 때문에 차는 좀 연하게 우려서 마셨다.

 

 

 

 

 

 

지난주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봉오리 상태의 연분홍 장미 세 송이를 샀었지만 그 사이에 아주 활짝 펴버렸다. 근데 꽃송이가 원체 커다랗게 벌어지는 스타일이라 오래 못 갈 것 같다... 주말까지 제대로 버틸지 잘 모르겠음.

 


그래도 활짝 핀 모습이 또 그림처럼 예쁘다. 세 송이 각각 한컷씩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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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