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진들 뒤적이다가, 2007년 페테르부르크 폴더에서 발견한 사진 세 장. 여기는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부셰의 옛 모습이다. 이때 처음으로 갔었다. 부셰 이 지점은 지금도 이곳에 그대로 있지만 인테리어와 간판 등은 많이 바뀌었다. 옛날 모습은 이랬다. 2007년 9월이었으니까 벌써 15년 전이다, 세월이 놀랍다. 이때 나는 회사 일 때문에 잠깐 출장을 와서 페테르부르크에서 며칠 묵고 있었다. 대학 동기 한명이 휴가 기간에 좀 늦게 합류했다. 나는 이미 이곳을 워낙 잘 알고 있었고 친구는 페테르부르크가 처음이었다. 같은 학과를 나왔지만 친구는 러시아어에 관심이 없었고 다른 나라 언어를 따로 배워서 그쪽으로 취직을 했었다.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묵고 있던 민박 근처의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나왔고 이 빵집을 발견했다. 디저트도, 빵도 맛있어서 좋아했었다.
이후에도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자주 왔고 이곳에 종종 드나들었다. 그 사이에 부셰는 지점도 많이 생기고 훨씬 아기자기하고 이쁘고 세련되고 아늑하게 변했다. 하지만 처음엔 이랬었다. 그때 나는 여기서 곡물과 씨앗이 많이 박힌 묵직한 보로딘스키 흑빵을 사갔던 것 같다. 그리운 부셰.
그때는 이런 것들을 먹었다. 아마 버섯파이 사과파이 체리파이(아니면 나무열매파이), 견과타르트인가보다. 홍차는 내 것, 친구가 시킨 크림이 든 저 음료는 아마 카페라떼나 모카나 뭐 그런 거였겠지(커피 종류 구분 잘 못함)
맞은편에 친구가 조금 보인다. 그 이후 친구는 결혼을 했고, 직장을 그만뒀고,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갔고, 또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얼굴 못 본지 몇년이나 돼서 카톡으로만 안부를 주고받는다. 문득 굉장히 보고 싶다. 대학 친구 중 지금까지 우정을 간직한 '진짜' 친구는 얘 포함 둘뿐이다. 저때도 이미 우리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도 많이 순진했고 맑았고 심지어 어렸던 것 같다.
** 지난 6월에 빌니우스에 가서 비르주 두오나라는 빵집 겸 카페에 갔을 때 나는 이곳 생각을 많이 했다. 아마 그곳에서도 여기와 비슷한 종류의 빵들을 팔았기 때문에, 베이커리 카페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오래되고 소박하고 맛있는 빵들.
*** 지금 다시 맨 아래 사진을 보니 빨간거 얹힌 디저트는 파이가 아니라 체리나 나무열매나 라즈베리잼 무스를 얹은 케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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