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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 강변'에 해당되는 글 59

  1. 2019.08.26 알리사와 트로이의 공간, 그리고 나 역시 버스를 기다리던 곳
  2. 2019.08.08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3. 2019.04.14 백야, 천사와 황제, 네바 강 2
  4. 2019.03.03 잿빛의 페테르부르크
  5. 2019.01.27 백야
  6. 2018.08.08 진동하는 겨울 오후
  7. 2018.08.07 겨울의 네바 강변
  8. 2018.03.12 한겨울 해질 무렵의 페테르부르크 4
  9. 2017.10.21 흰 비둘기, 청회색 비둘기, 까마귀 깃털 4
  10. 2017.10.15 흐린 가을 오후, 네바 강변을 따라 걸으며 4
  11. 2017.10.08 10.7 토요일 밤 : 사계(일리야 쥐보이 안무) 짧은 메모, 드디어 산책, 수프 비노, 많이 큰 레냐
  12. 2017.04.11 레냐가 강변의 커플을 따라한 후 했던 말 2
  13. 2017.01.07 10
  14. 2016.12.15 잘 다녀왔습니다. 눈과 얼음의 도시, 오리와 사자 6
  15. 2016.12.11 12.10 토요일 밤 : 잠꾸러기, 나에겐 아침 얘들에겐 점심, 좋은 날씨라 산책, 사내의 허세, 화이트골드와 노란 맥심의 차이 등 10
  16. 2016.08.23 한밤에 백야의 페테르부르크를 거닐며, bravebird님과 함께 8
  17. 2016.08.13 추웠을 때 사진 보면서 더위 쫓는 중 6
  18. 2016.08.12 갈매기, 비둘기, 사자, 레냐는 내 편 4
  19. 2016.07.06 버리고 간 병과 컵들 2
  20. 2016.07.03 백야의 네바 강
  21. 2016.07.01 마지막 날,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2
  22. 2016.07.01 6.29 수요일 : 떠나는 날, 아침의 짧은 만남, 마지막 산책, 레냐야 엉엉, 그리고 비행기 탐 2
  23. 2016.04.29 타인의 페테르부르크 5) 부드러운 빛 속의 네바 강변 4
  24. 2016.01.22 그림자와 빛
  25. 2016.01.09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일광욕하는 사람들, 많은 빛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 네프스키 대로에서 궁전 교각을 지나 네바 강을 건너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들어오면 '대학교'가 나타난다. 정류장 이름이 아예 '대학교'(우니베르시쩻)이다. 오래 전 나랑 쥬인은 수업을 마친 후 이정류장에서 기숙사행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7번, 뜨랄레이부스(트롤리버스)는 10번이었는데 둘다 무지하게 안 왔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 되면 네프스키에서 궁전 교각을 건너 여기로 오는 길은 정말 엄청나게 막히는 터라 한겨울엔 여기서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리는 게 정말 춥고 힘들었다. 이 사진엔 강이 안 나왔지만 학교와 정류장이 네바 강변에 있는 터라 강바람도 장난 아니었고. 또 겨울이면 오후 2~3시 무렵 해가 져버리니 진짜 힘들었음.

 

이 정류장에서 나와 쥬인은 좀처럼 오지 않는 7번과 10번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더욱 과거로 갔다. 페테르부르크로 되돌아오기 전, 레닌그라드로. 글을 쓰면서 나는 정든 도시를 다시 돌아다녔고 좀 다른 시선으로 골목들과 장소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미샤를 가장 자주 소환했다. 그는 나의 주인공이었으니까. 

 

하지만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들어오자 이 장소는 트로이와 알리사의 공간이 되었다. 미샤의 공간들은 강 너머에 집중되어 있었다, 모이카 운하와 사도바야 거리, 조드쳬고 로시 거리와 바가노바 발레학교, 그리고 키로프 극장.. 미샤야 원체 도시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아이였으니 바실리예프스키 섬도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들은 바로 극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실리 섬은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에 다녔던(지금의 이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이다) 트로이와 알리사, 그리고 그들의 문학서클 친구들의 공간이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는 훨씬 더 소중한 기억의 장소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잠시나마 이 학교에 드나들었고 바실리 섬 안쪽의 기숙사에 살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트로이와 미샤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인 갈랴와 료카 부부의 아파트를 내가 지냈던 기숙사 바로 옆 건물로 정하기도 했다.

 

나와 쥬인은 이 정류장에서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알리사와 트로이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렸다. 갈랴와 료카가 사는 아파트에 가려고.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알리사는 키큰 트로이의 어깨 뒤에 숨어 바람을 피하곤 했을 것이다. 더 오래 전, 레닌그라드 시절. 아마 저런 광고판은 없었겠지만.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과 칼날처럼 살을 파고들던 바람, 얼음에 반사되어 창백하게 빛나던 햇살은 동일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 백야 시즌의 이 찬란한 빛살도.

 

이따금 미샤도 여기서 버스를 탔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트로이와 함께 갈랴네 집 문학 모임에 갈때, 혹은 그와 하느님만이 아는 바실리예프스키 섬의 무수한 이곳저곳들을 쏘다니기 위해. 나는 트로이와 알리사의 경로들을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고 때로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미샤에 대해서라면 그냥 놔두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놔둬야 했다.

 

이 사진은 지난 7월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료샤는 자기도 여기서 버스를 기다린 적이 많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둘다 '7번은 진짜 안 왔어~!' 하고 기억을 되살리며 웃었다. 나는 '근데 지금도 7번은 엄청 늦게 와' 라고 덧붙였다. 료샤는 '나는 버스 안 탄지 오래돼서 이제 몰라' 라고 부르조아다운 마무리를 하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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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8. 8. 22:41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2017-19 petersburg2019. 8. 8. 22:41





네바 강, 그리고 쿤스트카메라 건물. 이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7월 초, 료샤랑 산책하며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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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4. 14. 20:06

백야, 천사와 황제, 네바 강 2016 petersburg2019. 4. 14. 20:06




예전에 쓰던 글을 꺼내 어제 다시 쓰기 시작하느라 몇년 전 사진들도 뒤적여 보았다. 2016년 6월. 페테르부르크. 백야. 한밤중 해질 무렵 네바 강변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의 천사들 실루엣, 말을 타고 있는 황제 표트르, 가로등 램프 그림자, 교각과 불빛들, 일렁이는 수면, 백야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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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9. 3. 3. 01:00

잿빛의 페테르부르크 2017-19 petersburg2019. 3. 3. 01:00



밝고 선명한 색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페테르부르크 폴더에 백야나 한겨울, 석양이나 황혼녘 등 빛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사진들을 올리는 적이 많긴 하지만, 사실은 이 도시 날씨가 원체 우중충하고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이렇게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뭐 이것 역시 이 도시다운 풍경이라 나름대로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역시 햇살이 날 때가 훨씬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날씨가 가장 흔하지만, 또 이렇게 꾸무룩한 날씨엔 보통 비가 오락가락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사진은 별로 안 찍게 된다. 이 날은 재작년 10월 초였는데, 이 동네에서 일년 중 통틀어 젤 날씨 안 좋은 시기가 바로 이 때이다. 휴가 내서 날아갔는데 머무는 내내 비가 왔다. 딱 이 날만 비가 안 오고 약간 파란 하늘이 보여서 카메라 들고 나가서 해군성 공원, 청동기사상, 네바 강변, 에르미타주, 그리보예도프 운하, 모이카 운하 등등 빙빙 돌며 산책했는데 역시나 중간중간 또 비가 오락가락했었다. 흐흑... (이날 나때문에 료샤랑 레냐도 안 좋은 날씨에 산책했음)



그래도 돌아오고 나면 그 순간들마저 그리워진다. (아니야, 꾸무룩한 날씨는 빼고 ㅠㅠ)








이때 갑자기 파란 하늘이 쫌 나타나서 사진 찍으며 좋아했지만... 1분도 안되어 다시 먹구름으로 가득차고 우중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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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7. 00:40

백야 russia2019. 1. 27. 00:40

 

 

돌이켜보니 백야 시즌에 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건 2016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재작년엔 10월, 작년엔 9월에 갔었다. 16년에는 6월에 갔고 그곳에 3주 넘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때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인지 당시에 대한 기억은 백야의 아름다움보다는 차갑고 창백한 느낌이 더 강하다. 오히려 그 전의 백야들이 더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진들은 2015년 7월에 갔을 때. 밤에 석양 보러 나가서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들 몇장. 7월 하순이라 백야 시즌의 절정은 이미 좀 지나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석양 즈음의 네바 강변 산책은 황제. 표트르. 청동기사상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하늘. 구름. 강물. 빛. 무수하고 아름다운 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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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8. 22:30

진동하는 겨울 오후 2016 petersburg2018. 8. 8. 22:30






오늘도 재작년 겨울 페테르부르크 사진 시리즈 이어서.



오늘은 흔들린 사진 두장. 해질 무렵에 걸어가며 폰으로 찍었더니 빛이 번져서 마구 흔들렸는데 사실 이런 느낌 사진도 색감이 아름답거나 진동이 느껴지면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라 간직해두었었다.



이건 내가 종종 들르던 베이커리 카페 부셰. 창밖에 선 채 찍었다. 사람들이 빵 사려고 줄 서 있다. 여기 빵 무지 맛있음. 그리고 아침식사로 내가 가끔 먹곤 하는 연어 오믈렛! 강추!






흔들렸지만 맘에 들어 남겨둔 사진 한 컷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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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8. 7. 21:39

겨울의 네바 강변 2016 petersburg2018. 8. 7. 21:39



어제에 이어, 2016년 12월 페테르부르크. 



얼어붙은 네바 강변 따라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이편에는 청동사자상이 있고 강 건너편에는 쿤스트카메라 건물과 궁전교각 일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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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12. 22:21

한겨울 해질 무렵의 페테르부르크 2016 petersburg2018. 3. 12. 22:21





석양 무렵, 한겨울의 페테르부르크. 오후 3~4시 즈음이다.



2016년 12월. 료샤와 함께 석양 보려고 네바 강가로 걸어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 천사. 나무들. 해군성. 청동기사상. 가로등 램프. 네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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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순. 네바 강변 따라 걷다가 발견한 흰 비둘기, 청회색 비둘기, 그리고 까마귀 깃털. 순서대로 :0

 

 

 

 

 

 

저 깃털 사실 주워오고 싶었는데 박테리아 걱정에 못 주워왔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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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번에 갔을 때 유일하게 네바 강변 따라 산책했던 날. 흐렸고 중간중간 가랑비가 내렸다. 료샤와 레냐랑 함께 산책했다. 이 날 많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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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내일 하루만 더 지내고 나면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구나.



낮 열두시 마린스키 신관 발레 공연 티켓을 끊어두었었다. 료샤와 레냐도 갈까 했었는데 이것도 현대 발레이고 또 레냐가 보기에는 너무 플롯이 없어서(사실 레냐보다 료샤가 걱정 ㅋ) 그냥 나 혼자 보러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낮 공연은 불새니까 레냐도 볼만해서 같이 가기로 함.



아침에 보니 파란 하늘이 손톱만큼 보였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극장에 갔는데 하늘이 보이기 시작해서 부디부디 공연 끝나고 나와서도 날씨가 개어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제바아아알... 네바 강변 한번이라도 걷게 해주세요오오... 아직 청동기사상도 보러 못 갔다고요...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무용수이자 젊은 안무가인 일리야 쥐보이가 안무한 현대발레 '사계'(THE FOUR SEOSONS)였다. 작년 여름에 젊은 안무가 워크숍 공연에서 쥐보이가 Seasons란 제목으로 이 발레의 초안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2~30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당시에도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쥐보이의 안무가 잘 어우러져서 느낌이 괜찮았었다. 극장에서도 그렇게 여겼는지 2막짜리 발레로 전곡을 써서 안무하게 해주었고 몇달 전 초연을 했었다.




내가 리히터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쥐보이의 안무도 우아하고 감성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본 세가지 공연 중 오늘 공연이 제일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프렐조카주의 Le Parc보다는 쥐보이의 이 작품이 좀더 내 취향이었다. 물론 주역을 춘 무용수가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이기도 했지만. 하여튼 오늘 공연은 꽤 좋았다.

(커튼콜 사진은 다 번져서 안 올린다... ㅠㅠ 3층 앞줄에 앉아서 너무 멀기도 했고 조명이 너무 밝았다 ㅠㅠ)



..



공연을 보고 나왔는데...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었다. 흐흑... 료샤랑 레냐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타고 호텔 앞으로 왔는데 그때 다시 개면서 하늘이 보였다. 나는 '아아... 하늘이 보여, 제발 네바 강변을 산책하자' 라고 징징거렸다.



우리는 해군성 공원을 지나 청동기사상 쪽으로 갔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저 멀리에는 파란하늘도 좀 보였다. 표트르에게 인사한 후 길을 건너 네바 강변을 따라 거닐었다. 아아... 그래도 네바 강변 걷긴 하는구나 엉엉... 석양 보는 거라면 더 좋겠지만 엉엉 이게 어디야...










네바 강변을 쭉 따라 걷다가 에르미타주 쪽으로 틀었다. 궁전광장으로 가니 오늘이 바이커 축제일이었다. 그래서 광장에 수많은 오토바이들 집결. 가죽점퍼의 라이더들 우글우글. 내가 또 이런 걸 좋아해서(ㅋㅋ) 넋놓고 그 해골과 가죽 패션과 멋있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있는데 료샤가 '야!' 하면서 날 확 잡아끌었다. 사람 많은데 들어가면 밟힌다고 ㅋㅋ 레냐는 '쥬쥬가 좋아하는 해골 옷이 많아!' 하고 소리를 쳤다 ㅋㅋ



..



그런데... 아틀라스 발을 만지며 소원을 빌고 막 내려오는 순간부터 빗방울이...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와서 카메라 집어넣고 폰으로 찍음. 우중충해진 거리 ㅜㅜ)




료샤의 차는 호텔 앞에 세워두었으므로 그리로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금방 그치지 않을까? 우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조금만 걸으면 안될까?' 하고 불쌍하게 부탁했다. 료샤는 툴툴댔지만 레냐는 '그래그래!' 하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산 쓰고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걸어가는데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에서 비가 또 그쳤음. 그래서 우리는 미하일로프스키 정원을 좀 산책했고 다시 운하를 따라 나왔다. 나온 김에 좀더 걸어서 카잔 성당 쪽을 지나서 수프 비노에 갔다. 여기는 전에 bravebird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목소리가 다정하고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있는 곳이다. 료샤랑은 안 갔었다. (알렉세이 얘기하면 또 쿠사리 줄 게 뻔해서 ㅋ) 하지만 레냐랑 료샤도 배가 고프다 했고 나는 극장에서 먹은 빵 한조각 파인애플 몇조각이 전부라 정말 배가 고팠다. 수프 비노는 음식이 맛있고...



알렉세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며 쭉 걸어서 수프 비노에 갔다. 그런데 슬프게도 알렉세이가 없었고 모르는 남자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전에도 알렉세이는 주말에는 근무를 안했던 것 같음 ㅠㅠ 알렉세이 말고도 안면 있는 점원이 두엇 있긴 한데 오늘 가게 보던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는 얼굴이었음 알렉세이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팠는데 ㅠㅠ





하여튼 배고프고 너무 지쳐서 생강 레모네이드랑 치킨 수프랑 해산물파스타를 주문했다. 료샤는 핀란드식 우하(크림이 들어가는 생선수프. bravebird님이 여기 핀란드 우하를 좋아하심. 내 입맛엔 조금 짠 편이라 나는 치킨수프가 더 좋았다), 탕수치킨 비슷한게 곁들여진 볶음밥을 시켰고 레냐는 버섯파스타를 시켰다. 수프는 나랑 나눠먹었다. 이곳의 치킨 수프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고 무척 따뜻해서 꼭 닭곰탕에 밥 말아먹는 기분이라 몸이 따뜻해진다. 작년 여름에 너무 힘들때 여기서 그 수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음식을 별로 못 먹던 때였는데...



료샤도 레냐도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료샤는 보통 이렇게 조그만 카페 같은 음식점엔 잘 오지 않는다(여기는 테이블이 5개 뿐이고 아주 작다) 사실 덩치 큰 료샤가 앉기에는 의자도 좀 좁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맛있고 음악도 좋다면서 의외로 좋아했다. 다 먹은 후 레냐를 위해 치즈케익을 시켜주었다. 작년에 먹었을때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레냐는 무척 좋아했다.


..



나와서 걸어나오다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분수를 보면서. 오래전 미샤가 등장하는 illuminated wall 단편은 이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어 궁전광장의 원주 아래에서 끝난다. 레냐는 작년에 내가 이 분수 앞 벤치에 앉아 그 단편 이야기를 해준걸 기억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는데 레냐가 '쥬쥬가 쓴 글에서 미샤랑 레냐-자기랑 이름 똑같아서 잘 기억함-가 여기서 만났어 그치. 레냐가 여기서 아이스크림 먹었어 그치?' 하고 갑자기 떠올려서 반갑고 귀여웠다.





(그 단편에서 화자인 레냐는 이 벤치 중 하나- 잘 보면 오른쪽의 분홍색 옷 입은 분 앉아 있는 저 벤치-에 앉아 책 읽고 있는 미샤와 마주친다)





분수를 보고 있는데 아까 궁전광장에 모여 있던 바이커들이 우르르 몰려 지나갔다. 네프스키 대로를 꽉 채웠고 차들이 다 멈췄다.



우리는 엘리세예프스키 상점에 가서 과자들과 케익 구경을 했다. 뭘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호텔 쪽으로 돌아왔다. 료샤는 항상 차를 가지고 다니므로 버스를 타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랑 레냐가 '바보!' 하고 소리쳤다. (버스 요금이 작년 겨울보다 더 올라서 지금은 40루블임)



호텔 로비에서 잠시 쉬었다. 나는 석양을 보고팠지만 흐려서 실패했다. 대신 황혼녘의 모이카 운하를 좀 거닐었다. 중간에 레냐가 다리 아프다고 했다. 나도 다리가 아팠다. 오늘 많이 걸었다. 나 때문에 어린 레냐가 많이 걸어서 미안해졌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제 레냐는 내가 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곧 나만큼 커질 것이다. 료샤는 예전같으면 레냐를 안아주거나 업어주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이제 다 큰 소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냐도 이제 '아빠, 다리 아파 업어줘'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그냥 '다리 아프다, 좀만 쉬었으면' 이라고 말한다. 레냐는 많이 컸다...



내가 '레냐야 미안해. 내가 오랜만에 뻬쩨르 와서 산책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걸었나봐. 다리 많이 아프지?' 라고 묻자 레냐는 '나는 금방 안 아파져! 나는 건강해!' 하고 소리치더니 갑자기 '쥬쥬가 집에 안 갔으면 좋겠어. 그러면 맨날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데. 그러면 하루에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되는데' 라고 한다. 레냐는 빵긋빵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갑자기 그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




우리는 방에 돌아왔다. 레냐는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침대로 기어올라가 살풋 잠이 들었고 나는 료샤와 소파에 앉아(방 업그레이드해준 거 다시 생각해도 참 좋다 ㅋㅋ) 얘기를 좀 나누었다. 감자칩과 하리보 젤리를 깔아놓고 석류 주스를 마셨다. 료샤는 맥주 마시고 싶어했지만 레냐 태우고 운전해야 하므로 나와 주스 나눠마셨다. 그는 몹시도 맥주를 마시고 싶어했다. 그래서 '에이. 여기 방 하나 잡아서 자고 갈까' 하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는 정말 방을 잡았다. 아니... 여기는 무려 아스토리야 호텔인데... 운전 안하고 맥주 마시고프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방 잡아서 자고 갈 수 있는 부르주아 녀석이 부럽구나... 나는 여기 묵어보려고 환불도 안되는 가장 저렴한 요금 간신히 찾아서 그나마도 큰맘먹고 예약한 거였는데...



료샤는 나보고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앱을 보니 8.8킬로나 걸었다. 많이 걸었다. 나는 극장도 갔었기 때문에 료샤랑 레냐보다 더 많이 걸었던 것이다. 료샤는 나에게 몸살날지도 모르니 자라고 했다.



우리는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레냐를 살살 깨웠다. 레냐가 집에 가기 싫다고 막 울려는데(이럴땐 아직 아기 같음 ㅋㅋ) 료샤가 아래층에서 자고 갈거라고 하자 '쥬쥬도?' 하고 빵끗 웃는다 ㅋㅋ 아니야 레냐야. 나는 여기서 자고 너는 아빠랑 다른 방에서 자는 거야 ㅋㅋㅋ



료샤랑 레냐는 아래층에 자러 가고 나는 씻고 나와 오늘의 메모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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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오후 3시 반 즈음 석양 보려고(ㅜㅜ 겨울엔 3시 반에서 4시면 해가 진다) 얼어붙은 네바 강변을 거닐었다. 료샤랑 레냐랑 함께였다. 그러다 저렇게 포옥 껴안고 있는 커플 발견.


이런 걸 보면 언제나 따라하고 싶어하는 레냐가 동동거리며 달려와 나를 포옥 껴안았다 :)

(료샤는 '쳇, 아빠보다 토끼를 더 좋아해. 아들 따위 다 소용없어' 운운하며 투덜투덜)



엄청 추운 날이었는데 보들보들 복슬복슬 온통 말랑말랑 조그만 레냐가 폭 안겨오니 정말 따뜻했다. 나도 마주 꼬옥 안아주었다.


포옹을 풀고 나서 레냐가 하는 말...



레냐 : 쥬쥬한테서 꿀 냄새가 나. 너무 좋아. 블린 먹고 싶어~


료샤 : 크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


나 : 야! 뭐가 그렇게 웃겨!!!!


료샤 : 꽃 냄새도 아니고 꿀 냄새래 크흐흐흐 하하하하 블린 먹고 싶대 하하하하 너무나도 토끼 같아~~~


나 : 야!!! 꿀향기 나는 향수 뿌렸단 말이얍!!!!!!



... 하여튼 우리는 블린 먹으러 갔다. 레냐는 꿀 뿌려진 블린을 먹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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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7. 00:10

2016 petersburg2017. 1. 7. 00:10

 

 

 

 

2016년 12월.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변 걷다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녀석들 보고서.

 

많이많이 높이높이 멀리멀리 날아가렴.

 

오늘 밤에도 날아가는 꿈을 꾸면 좋겠다, 대신 쫓기며 나는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고 자유롭게 날고 올라가고 활강하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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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약 8일 중 하늘 파랬던 날은 이틀 정도. 그 드문 날 저녁에 모이카 운하랑 네바 강변 거닐며 찍은 사진 몇장.

 

꽁꽁 얼어붙은 운하. 그래도 다리 밑은 안 얼어서 그쪽에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얘는 혼자 얼음 위에 떡하니 올라와서 폼잡고 있음.

얘 보고 내가 료샤한테 '너 닮았다!~' 라고 했음. 추워죽겠는데 얇은 비니에 청바지 입고 허세부리는 이 녀석이랑 어쩐지 허세 폼잡고 있는 것 같은 이 오리랑 닮았음.

 

그러자 내 친구(라고 쓰고 허세남이라 읽는다) 료샤는 '야! 하필 오리야! 독수리쯤은 돼야지!' 하고 다시 허세를 시전하였습니다.

 

난 청둥오리가 독수리보다 더 좋은데 :0

 

 

거의 얼어붙은 네바 강. 쿤스트카메라 박물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궁전 다리 풍경.

 

네바 강변 풍경. 청동사자상 멀리서.

 

그리고 청동사자상 가까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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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흑 얼마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냐)



피로가 쌓이고 또 쌓였는지 정신없이 잤다. 아무래도 해도 일찍 지는데다 두꺼운 옷에 두꺼운 부츠를 신고 걸어다니다 보니 같은 거리를 걸어도 체력 소모가 심한 것 같다. 회사 꿈을 계속 꿔서 피곤했다... 마음속엔 여전히 아직 고민과 괴로움이 남아 있나보다.


간밤에 미리 '나 늦게 일어난다'고 선포했지만... 정오까지 자는 걸 보고 결국 레냐는 찡찡대며 나를 깨우러 왔다. 료샤는 내가 불면증이 있는 편이라 한번 잠들어서 오래 잘 수 있을땐 그냥 놔둬야 하거니 하고 있었지만 레냐는 '쥬쥬는 다음주에 또 한국에 가버릴 건데 우리는 조금밖에 같이 못 있는데 저렇게 잠꾸러기처럼 잠만 자면 언제 나랑 놀아' 하면서 반쯤 울먹거리며 나를 깨웠다. 흑, 난 더 자고 싶었는데 ㅠㅠ


료샤와 레냐는 이미 일찍 일어나 아침도 먹고 셰퍼드 네바 데리고 산책도 다녀오고...


샤워를 하고 머리 말리고 있는데 레냐가 오더니 '쥬쥬 머리 곱슬곱슬해서 좋아' 라고 한다. 파마는 거의 풀렸지만 그래도 감고 나면 아직 웨이브가 남아 있다.


나 : 어쩌지, 나는 원래 곧은 머리인데 레냐는 곱슬머리가 좋은가보구나.

레냐 : 곧은 머리도 좋아. 나는 긴 머리가 좋아! 울 엄마는 자꾸 머리 짧게 해서 안 예뻐져.

나 : 너네 엄마 되게 예쁜데. 엄마가 원래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거야. 

레냐 : 아니야! 울 엄마가 예쁘긴 하지만 머리 길때가 더 예뻐. 머리 짧아서 지금은 덜 예뻐. 지금은 쥬쥬가 더 예뻐.


(이걸 고마워해야 되나, 아님 레냐 엄마인 이라를 불쌍해해야 되나... 아들이 이런 말하는 거 알면 또 나보고 '여우같은 기집애!' 하면서 폭발할텐데 ㅠㅠ 이라가 나 싫어한다 엉엉... 근데 객관적으로 보면 이라는 키크고 늘씬하고 멋있는 미인이라 내가 동경하는 스타일인데 ㅋㅋ)


..


간신히 씻고 화장을 대충 하고 나자 레냐가 배고프니 점심먹자고 난리였다. 나는 오랜만에 본 네바랑 좀 더 놀고 싶었지만... 료샤도 배고프다고 했다. 분위기를 보니 이것들이 또 내가 밥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전에 료샤네 가면 두세번 한식으로 밥해줬는데 둘다 좋아했었음. 그래서 내가 잽싸게 '나 피곤하다~ 우리 나가서 먹자~' 하고 선수쳤다. 나도 피곤하지만 않았으면 장봐서 밥이랑 레냐가 좋아하는 찜닭이랑 미역국 끓여주고 싶었지만 가뜩이나 해도 짧은 겨울인데 오늘 오랜만에 날씨가 맑아서 너무 아까웠다.




나는 옷도 갈아입어야 했고 료샤랑 레냐에게 줄 먹거리도 가져와야 했으므로 일단 료샤 차로 우리 호텔에 갔다. 차를 거기 세워놓고 가까이 있는 일식덮밥과 라멘집에 갔다. 여름에 생겼는데 저렴한 편이고 그나마 우리 나라나 일본에서 종종 먹을수 있는 라멘과 덮밥 맛이 나는 곳이다(일본사람들이 함) 료샤랑 레냐는 처음 와본다고 했다. 나는 텐동을 시켰고 레냐는 가라아게동, 료샤는 차슈라멘을 시켜서 먹었다. 여기 와서 첨으로 흰밥을 먹어서 살거 같았지만 역시 일어나자마자 튀김덮밥은 좀 거해서 약간 남겼다.


..






날씨가 확 추워졌다. 그래서 어제 눈녹아 엉망이었던 진창은 도로 얼어붙어서 그나마 길은 좀 깨끗해졌고(미끄럽지만) 하늘이 맑았다. 차라리 이런 날씨가 낫다. 내가 늦게 일어난 결과... 해질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어서 우리는 운하와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레냐는 나보다 훨씬 잘 걷고 미끄러지지도 않고 팔짝팔짝 뛰어댕긴다. 내가 가끔 뒤뚱거리면 내 손을 잡아주려고까지 한다!!!! (그러다 둘다 자빠질 뻔해서 료샤가 툴툴거리며 뒤에서 우리 둘을 한꺼번에 잡아줘야 했음)


차갑고 쨍한 날씨였다. 바람이 찼다. 나는 짚엎 후드에 패딩 후드까지 두겹을 덮어썼고 목도리로 입과 코 절반을 감쌌다. 레냐는 털방울모자를 썼고 빨개진 뺨으로 좋다고 뛰어댕기고(안 춥다고 한다. 부럽다),


료샤는 분명 추울텐데도 얇은 비니 하나만 쓰고 패딩점퍼에 붙어 있는 털후드를 절대 쓰지 않는다. 사실 얘는 보통 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옷을 그리 두껍게 입지 않는 편이다. 기모스타킹에 기모바지 입은 나와는 다르다 ㅠㅠ


그 비니 얇아서 하나도 보온 안되는데... 사내랍시고 안춥다고 얇은 비니에 내복도 안입고 청바지를 입고 으쓱거리며 걷는다. 내가 '분명 추울텐데... 그 후드 쓰는 게 어때, 강바람 찬데' 라고 하면 이놈은 사내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나는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다! 안춥다!' 하고 허세를 부린다. 뻥치시네,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원래 좀 바람불고 추우면 모자부터 쓰는데! 머리에 바람들어간다고!! 우산은 안써도 모자는 쓰는데!!


하여튼 우리는 모이카 운하를 따라 산책했고 해질 무렵 청동기사상과 네바 강변을 따라 걸었다. 내가 네바 강변에서 석양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마운 녀석들... 그리고 에르미타주와 궁전광장을 지나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료샤가 재채기를 했다.


나 : 거봐!!! 비니랑 청바지 때문이야!

료샤 : 재채기 하면 '부찌 도브리!' 해줘야지 왜 타박이야!

(러시아에선 재채기 하면 저 말 해줘야 함. 영어로 블레스 유랑 비슷)


하여튼 나때문에 산책하다 재채기하고 있으므로 좀 미안해져서 방에 같이 가서 비장의 무기인 맥심 화이트골드를 주었다. 얘가 맥심 모카골드를 너무 좋아하니 쥬인이 새로 나온 화이트골드 한반 가져다줘보라 해서 사온 것이다.


레냐가 양갱과 붕어빵 과자를 껴안고 좋아하는 동안 료샤에게 화이트골드를 한잔 타주었다. 료샤는 엄청 좋아했고 '하쟈이까(쥬인)에게 축복 있으라!' 하며 덕담을 했다. 몸이 녹는다고 좋아하더니만... 결론은 그래도 맥심 모카골드가 낫다는 것이다. 화이트골드가 맛있고 달달하긴 한데 뭔가 좀 다르다면서 노란 맥심이 클래식이라 한다. 나는 커피 안 마시니 도대체 그게 정말인가 싶어 쥬인에게 톡으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쥬인이 화이트골드는 좀 부드럽고 달달하니 노란 맥심이 클래식이란 료샤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한다 ㅋㅋㅋ


..




호텔 로비의 카페에 내려와 레냐는 핫초콜릿, 나와 료샤는 홍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레냐가 어제 늦게까지 연주회도 다녀오고 오늘 산책하며 너무 방방 뛰어다녀서 피곤했는지 깜박 잠들었다. 그래서 료샤가 레냐 안고 내 방에 올라갔다. 그동안 나는 카페에 앉아 오늘의 메모 적고 있음. 근데 레냐 내 방에서 저렇게 재우면 자고 간다고 또 찡찡댈텐데 ㅋㅋ 내 약혼자 아직 미성년자(8세)인데 내 방 더블침대에 같이 재워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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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나는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고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 저곳으로 날아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도착한 다음날 블로그 이웃님인 bravebird님을 만났고 2~3일 가량 함께 페테르부르크를 산책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고백하자면 소중한 시간이었고 저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어요!!!


사진은 bravebird님과 백야의 밤중에 네바 강변을 따라 걸으며 찍은 것들.







궁전 교각과 가로등 램프 너머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 첨탑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우리는 궁전광장과 에르미타주를 지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변을 따라 걸었다. 기억하기로는 이때쯤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에 대해 얘기했던 것 같다. bravebird님은 마린스키 음악홀에서 백야의 미니 오페라 버전을 보고 오셨고 나는 그 소설을 모티브로 안무한 발레작품을 내 글에 등장시킨 적이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잘 쓸 줄 모르는데다 내 니콘이 야경에는 좀 약해서... 사진은 많이 번졌다만 내가 사실 밤중의 이런 번진 색채를 좀 좋아해서 이런 사진도 그냥 놔두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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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13. 21:37

추웠을 때 사진 보면서 더위 쫓는 중 russia2016. 8. 13. 21:37

 

 

아아 더워.. 정말 너무해..

2015년 2월 페테르부르크, 추웠을 때 사진 또 몇장 투척..

얼어붙고 눈 쌓인 네바 강 풍경 몇 장. 주로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가던 길과 요새 안에서 찍은 사진들.

 

 

 

 

 

 

 

 

 

 

 

 

 

 

 

 

이건 궁전광장에서 빠져나와 운하 쪽으로 가는 길. 길이 꽁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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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었다. 나는 료샤랑 레냐와 함께 궁전광장과 네바 강변,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등을 거닐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레냐가 '쥬쥬, 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찍어?' 하고 물었다.


나 : 저기 갈매기가 날아가고 있어.

료샤 : 야! 저렇게 높이 있는데 줌 당겨도 나오지도 않겠다!!

(흑흑, 그의 말대로... 엄청 조그맣고 흐리게 나왔음)

레냐 : 쥬쥬는 새를 좋아해. 지나가다 새가 있으면 꼭 찍어.

나 : 청둥오리가 좋은데 이번엔 거의 못봤어. 레트니 사드에서만 봤어. 갈매기도 날아갈때 보면 좋아. 

료샤 : 야, 너는 짐승은 다 좋아하잖아! 개, 고양이도 찍잖아! 그리고 길거리에서 짐승 간판이랑 조각도 다 찍잖아!

나 : 어, 맞어... 뱀 같은 거 아니면 좋아...

레냐 : 쥬쥬는 착해~ 동물을 좋아하면 착해~

나 : 그치, 나 착하지~~

료샤 : 야! 동물 좋아하면 뱀도 좋아해야지!!!

나 : 뱀은 징그럽잖아 ㅠㅠ

레냐 : 뱀은 안 좋아해도 돼~~ (너그럽게 허락해줌 ㅋㅋ)

료샤 : 뱀도 동물인데 왜!!

레냐 : 아빠! 뱀은 다리 없잖아!


.. 레냐는 내 편 :)





그러다 비둘기가 어정어정 걸어가고 있어 찍었더니...


료샤 : 야! 비둘기떼 날아오면 피하면서 왜 한마리 있을땐 맨날 찍냐!

나 : 비둘기떼 날아오면 박테리아 무서워서 ㅠㅠ




그러다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청동사자상 앞으로 오자 레냐가 먼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레냐 : 쥬쥬! 사자 있어, 얼른 찍어~~

나 : 고마워~~ 찰칵! (그래서 이 사진 찍음)

료샤 : 야! 너 이 사자 올때마다 찍었잖아! 여태 찍은 거 다 합치면 백장은 찍었겠다!

나 : 어제 사자랑 오늘 사자는 다르단 말이야!!!

료샤 : 문학 전공자 피곤해. 궤변만 늘어놔.

나 : 나 문학 전공자 아니거든요! 우리 학교는 노문학 아니고 그냥 노어과였거든요!

료샤 : 근데 왜 노어가 엉망이야!

나 : 엉엉...

레냐 : 아빠! 쥬쥬는 외국인이잖아! 우리 말 엄청 잘하는 거야! 아빠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잖아!!


.. 레냐는 역시 내 편 :)





그리고는 레냐가 또 이 식당 간판 보면서 갈매기 있으니까 찍으라고 채근. 그래서 이 간판도 예전에 많이 찍은 건데 또 찍음 :)

..



그리고는 료샤가 며칠 전에 대상포진 걸린 후 전화해가지고는 자기네 다차에 다람쥐도 있고 무슨무슨 새도 있고 뱀도 있다고 놀러오라고 했다. 야, 뱀 때문에 너네 다차 안 가!!!!

(그 대상포진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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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6. 23:05

버리고 간 병과 컵들 2016 petersburg2016. 7. 6. 23:05

 

 

아마 사람마다 사진 찍을 때 취향이 있을텐데 나도 좋아하는 소재가 몇개 있다. 이 블로그에 여태 올린 포스팅을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난 창문과 문양, 간판, 메뉴 찍는 걸 좋아하고 이따금 새를 찍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버려진 컵이나 술병 따위를 찍는 것도 좋아한다. 마지막 취향은 좀 웃겨서 료샤에게 항상 '너 이상해!'란 구박을 받았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며 찍었던 버려진 컵과 병들 사진 몇 장.

 

이건 네바 강변.

 

 

 

 

이건 아마 루빈슈테인 거리나 블라지미르 대로 쪽이었던 듯.

 

 

이것부터 아래는 그리보예도프와 모이카 운하변...

 

 

 

 

 

 

 

 

 

마지막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바라보는 그리보예도프 운하 돌난간의 커피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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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3. 17:55

백야의 네바 강 2016 petersburg2016. 7. 3. 17:55

 

6월 22일.

엽님과 함께 석양이 깃든 네바 강변을 산책하며 찍은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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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오후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11시에 료샤랑 레냐랑 만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부터 시작해 궁전광장, 네바 강변, 그리고 청동기사상, 이삭성당 쪽으로 쭉 산책했었다.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날씨가 많이 흐렸다.

 

 

 

 

 

 

 

 

 

 

 

.. 돌아오니 정말 덥고 끈적끈적해서 못살겠다. 헥헥..

하루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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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짐을 싸고 누웠는데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아마 마지막날 밤이라 그랬나보다. 새벽에도 몇번 깼고 결국 5시간쯤 자고 일어났다.

 

전날 밤 pica님이 페테르부르크에 오셨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댓글을 남겨주셔서 이래저래 알게 된 결과! pica님과 친구분이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계셨다! 페테르고프에는 정오쯤 가신다 해서 그러면 아침에 잠깐이라도 만나 같이 밥먹기로 했다. 마침 조식 불포함 예약이라 하심((나랑 같음!)

 

그래서 마린스키 앞에서 조우하여 함께 버스 타고 돔 끄니기 징게르 카페에 갔다. 일찍 가서 창가 자리 득템!! 카잔 성당을 바라보며 한시간 정도 함께 얘기나누고 조식 메뉴와 블린 등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pica님 너무 반가웠어요. 친구분이랑 둘이 오셔서 좋아보였어요. 남은 일정 잘 보내고 돌아가세요! 그리고날씨가 매우매우매우 좋기를!!!

 

나는 11시에 료샤와 약속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먼저 일어나야 했다. 료샤와 레냐가 돔 끄니기 앞으로 왔다.

 

..

 

 

친구와 약혼자(ㅋㅋ)와 함께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궁전광장 쪽을 거닐었다. 섭섭하고 슬프기도 했다. 청동기사상 앞에 왔는데 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매우 흐린 날씨였다. 사진 색감도 그렇다.

 

 

..

 

 

산책하다 중간에...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앞 다리에서 웨딩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랑이 신부를 번쩍 안아들었다. 신부가 이뻤다.

 

 

 

잠시 구경하는데 레냐가 '나도! 나도 결혼하면 쥬쥬를 저렇게 안아줄거야!' 라고 소리쳤다. ㅋㅋ

 

그런데 레냐는 아직 나보다 작아서... 내가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실은 번쩍 안아주려고 했으나 이 녀석이 이미 많이 컸기 때문에 팔 빠지는 줄 알았다. 앞으론 못 안아주겠다 ㅠㅠ 무거워...)


무거워서 후들거리고 레냐를 곧 내려놓자(ㅜㅜ) 료샤가 비웃었다 ㅠㅠ 그리고는 보란듯이 자기가 한팔로 레냐를 번쩍 안아주었다. 뭐냐!!! 그런 걸로 자랑이냐! 사내들이란 ㅠㅠ 토끼 한마리 앞에서 근력 자랑하면 뭐하냐!! 그 키에 그 덩치에!!

 

이 일의 유일한 낙은 레냐가 아빠한테 막 짜증내며 '아빠랑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닌데 왜 안아줘! 내가 쥬쥬를 안아줄거야!' 하고 대들었다는 것이다 ㅋㅋ

 

그리고는 레냐가 자못 점잖은 듯 나에게 '앞으로 내가 쥬쥬를 안아줄테니 좀만 기다려~ 원래 사나이가 여자를 안아주는 거야' 라고 말한 것이다.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디서 저런 마초의식을 ㅠㅠ 이 녀석아, 여자가 안아줄수도 있는거야!!

 

..

 

 

 

이렇게 난 네바 강변에서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먹고...

 

..

 

료샤가 차로 풀코보 공항까지 태워다 주었다. 짐도 무겁고 경유도 해야 해서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레냐는.. 나와 함께 한국에 가겠다고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던 거였다. 배낭을 메고 야구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뭔가 결연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알고보니 같이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는 거였다 ㅠㅠ 공항에서 막 울고 떼를 써서 엄청 난감하고 섭섭했다.

 

레냐 : 아빠! 비행기 표 사와!

료샤 : 무슨 비행기 표!

레냐 : 서울 가는 거! 나도 쥬쥬랑 같이 갈 거야!

료샤 : 표 없어. 매진이야. 쥬쥬도 표 없어서 모스크바에서 갈아타고 가잖아.

레냐 : 앙앙, 아빠 돈 많으니까 표 사줘!

료샤 : 안돼!

레냐 : 앙앙, 나 쥬쥬 가방에 들어갈래!

나 : 아아, 어쩌지 ㅠㅠ 레냐야 나중에 또 올게...

 

(료샤보고 레냐 데리고 서울 놀러오라 하고 싶었지만 레냐 엄마가 반대할 게 뻔할 뻔자라 ㅠㅠ 가뜩이나 내가 놀러왔을때 레냐랑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ㅠㅠ)

 

레냐 : 앙앙, 나도 비행기.. 앙앙, 나도 한국... 앙앙..

나 : 레냐야, 착하지. 있잖아, 레냐는 뻬쩨르 여름이랑 아이스크림 좋아하잖아. 그치? 지금 여름이지?

레냐 : 응.

나 : 한국은 여름에 되게되게 덥고 습해서 숨이 탁탁 막혀. 아이스크림도 여기처럼 맛없어. 그니까 여름엔 뻬쩨르에서 엄마아빠랑 있고 나중에 또 만나자!

 

보통 이렇게 달래면 레냐가 잘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레냐 : 앙앙, 한국 그렇게 안 좋은데 쥬쥬 왜 가! 가지 마 앙앙... 뻬쩨르 여름이 좋으니까 나랑 여기 있어, 앙앙... 쥬쥬 불쌍해, 한국 덥고 숨막히는데 아이스크림도 맛없대... 앙앙...

 

ㅠㅠ

 

그래서 레냐 달래느라 한참 땀빼고... 또 내 짐이 28킬로 가까이 나왔는데 다행히 아에로플롯이 스카이 팀 멤버라 대한항공 모닝캄인 덕분에 짐을 두개로 부치면 오버차지는 내지 않되, 짐 한개가 20킬로가 넘으면 안된다 해서 공항 바닥에 퍼질러 앉아 트렁크를 풀고 보조가방에 화장품과 책 등을 마구 쑤셔넣어 간신히 오버차지를 면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훌쩍훌쩍 울던 레냐는 결국 포기를 하고, 갑자기 또 의젓하게 '가을에 내가 한국 갈거야! 그때 만나!' 하고는 뽀뽀를 쪽 하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가 들어갈때까지 레냐랑 지켜보면서 마지막으로 '밥 좀 잘 챙겨먹어!' 라고 소리쳤다. 한국이나 러시아나 밥 먹으라는 건 똑같구먼...

 

고마워 친구야... 진짜로.

 

그리고 고마워요, 나의 마음 속 도시...

 

..

 

그래서 나는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고, 모스크바 공항에서 짧은 환승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모스크바에서 인천으로 오는 아에로플롯을 탔다.

 

그렇게 나의 3주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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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페테르부르크 마지막 포스팅은 네바 강변 사진.

빛을 보니 아침에 찍은 사진이다.

 

이것으로 이번주 예약 포스팅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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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22. 23:19

그림자와 빛 russia2016. 1. 22. 23:19

 

 

그림자는 빛이 찬란할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

 

2014년 7월, 페테르부르크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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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페테르부르크.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산책하면서 찍은 네바 강과 강변 사진들, 일광욕하는 사람들 사진 몇 장. 사실 주인공은 이 도시의 빛이다. 백야 시즌 페테르부르크의 찬란하고 눈부신 빛살. 아주 많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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