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티타임.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또 붉은군대 때문에 몸도 아파서 오늘은 카페인 섭취 대신 민들레차를 좀 묽게 타서 마셨다. 물을 많이 탔더니 색깔도 묽어졌네. 민들레차는 까만색이라 커피랑 비슷하니까 이 잔이랑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좀 진한 홍차 색깔이 되었다.
테이스트 맵을 떠올리기 위해 애크미에서 주문한 검정색 카푸치노 잔. 역시 이건 라떼아트가 들어간 커피가 잘 어울리는 잔이긴 하다. 그래도 또 나름대로 이쁘다. '무적잔'이라고 부르고 있음. '무적 테이스트 맵'이라고 내가 별명을 붙여줬기에. 근데 이 애크미 잔을 빨리 받아보려고 평소 금기시하던 쿠팡에서 주문했더니만 색깔이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들이 보여서 '아니 이거 또 짝퉁 아니야?' 하는 의심에 휩싸임. 박스에도 애크미가 적혀있고 접시와 컵 아랫면에도 로고는 제대로 박혀 있다만 의심이 뭉게뭉게(몇년 전 쿠팡에서 웨지우드 잔 하나를 생각보다 저렴하게 샀다가 짝퉁이 와서 분노한 후 여기서 찻잔을 절대 주문하지 않았었음) '근데 애크미는 비싼 잔도 아닌데 설마 이것도 그러겠어? 유약은 좀 불균질하게 발릴 수도 있는데... 뭐 얼마나 편차가 있겠어? 손잡이는 똑같이 생겼네...' 하며 스스로를 세뇌 중. 짝퉁 아니리라 믿으며 그냥 써야겠다.
오늘도 오후 햇살이 좋았다. 아주 잠깐 베란다에서. 바닥에 깔린 리넨은 예전에 영원한 휴가님이 선물해주신 유칼립투스 타월. 이 타월 사다주신 가게에서 이번에 리넨 선물과 내 테이블 러너를 샀다.
하지만 햇살이 강해서 곧 거실로... 오몬 라는 오늘 재독 완료. 이 소설 읽을 때마다 슬프고 마음이 꽉 조여드는 느낌이다. 젊은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가 소설들 중 가장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13년에 프라하에 가서 머무를 때도 이 책을 들고 갔었다. 이 책과 도블라토프의 '보존지구', 마야코프스키의 시집. 그때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었고 이 세 권의 책이 심적으로 어떤 연결감을 주고 있었다.
이 소설은 펠레빈의 이후 작품들에 비해 훨씬 간결하고 진솔하고 뭐랄까, 좀 평평하다. 그리고 스트루가츠키 형제들의 소설들을 여럿 읽고 나서 펠레빈을 재독하니 역시 소련 SF의 대부인 이 형제의 영향을 받은 부분도 좀 있지 않나 싶기도 함. 특히 현실과 가상/환상의 영역의 연결이라든지, 동양적 사상이라든지 등등.
햇살 사진 한 장 더.
확실히 실내에서 찍으면 컬러나 느낌이 달라짐.
메리골드는 퐁퐁 국화랑은 좀 다르지만 역시 조금 수영모 같다.
이것봐, 이것봐... 테두리 검정색 제대로 발리지 않은 부분... 이런 부분이 두세군데 있단 말이야 ㅜㅜ 근데 사실 러브라믹스도 그렇고 판매할 때 '수작업으로 발라서 유약이 불균질하게 발릴 수 있는데 이건 불량 아니에요'라고 적혀 있긴 하다. 그렇지만 컬러가 이렇게 비는 건 좀 다른 거 아니야? 흐흑... 신경 안쓰고 마시면 되긴 하는데... 한번 눈에 띈 이상 자꾸 저 부분이 보이게 된단 말이야.
여행 다녀온 후 이불장에서 탈출해 거실에 자리잡게 된 쿠야. 장 안에 있는 더 커다란 형님누나 쿠마 일당들이 '우리는? 우리는? 우리가 더 먼저 너랑 같이 살았는데!' 하고 호소 중.
근데 쿠야는 작아서 괜찮은데 다른 애들이 좀 크다... 젤 첨부터 함께 해온 쿠마가 젤 섭섭해할 듯. 조만간 쿠마를 꺼내야 하나. 근데 쿠마 비롯 다른 애들은 투명박스에 든 채 그 위에는 이불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꺼내기가 쉽지 않음 ㅜㅜ
토요일 오후. 오늘은 정말 낮의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했다. 찬란한 날씨가 아까워서 첨엔 베란다에서 카페 자이칙을 개장했는데 햇살이 너무 강해서 눈 생각에 잠시 후 거실로 되돌아왔다. 잠깐 개장했던 베란다 카페 자이칙 사진 몇 장. 통창문이면 예쁘겠지만 아쉽게도 생활공간이라 창살과 모기장이... ㅎㅎㅎ
쥬인이 생일선물로 보내준 새 잔에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사온 24년 햇 다즐링.
오늘의 꽃은 메리골드.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꽃은 아닌데 시즌 지나면 또 못 보는 꽃이니 주문해봤다. 근데 아침에 이거 다듬으면서 후회함. 잔잎이 너무 많고 다듬을 때 향이 너무 세서 내 취향이 아님 ㅜㅜ 그래도 또 햇살 아래 꽂아두니 이쁘다.
쥬인이 선물을 고르라 해서 이딸랄라에서 에스프레소를 담아주던 킨토의 조그만 잔을 골랐다. 삼색의 그라데이션 잔이다. 이딸랄라에서는 커피를 담아줬기 때문에 블랙과 브라운, 회색 배합 잔이 이뻤는데 나는 막상 홍차를 담아 마셔야 하니 블루 계열을 골랐다. 근데 쥬인이 클릭을 잘못해서 화이트핑크 삼색잔이 왔다. 홍차 수색이랑은 오히려 이 색깔이 잘 어울리니 잘된 것 같다. 이 잔은 받침접시가 없어서 빌니우스 기념품 가게에서 산 자작나무 티코스터에 올려보았다.
이렇게 햇살이 눈부셔서 이쁘긴 했지만 결국 거실로 돌아왔다.
자작나무 티코스터 이쁜데 이 잔에 비해 약간 작나 싶고, 또 찻물을 엎지르면 얼룩질 것 같아 찬장을 뒤져 이 잔 색깔과 크기에 맞는 다른 받침접시를 찾아냄.
이건 옛날에 샀던 데꼴의 케익 그려진 찻잔의 받침접시. 분홍색 갈색 두개를 샀는데(나는 갈색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땐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만) 이 갈색 받침접시가 또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 이딸랄라에서는 러브라믹스 받침접시랑 같이 나왔었다.
거실의 빛은 좀더 부드럽다.
쿠야를 데려다 앉혀주었다. 쿠야는 '이딸랄라인 척 하지만 카페 자이칙이잖아' 하고 나의 속임수를 간파했다.
빌니우스의 Local 기념품 가게에서 산 자작나무 티코스터. 쥬인에게 하나 주고 하나는 내가... 나머지 하나는 차석 선임직원에게 주었다.
이건 리가에서 온 것. 켐핀스키 리가 기념품.
이건 빌니우스의 리넨 가게에서 나를 위해 샀던 테이블 러너. 기념품 사러 갔다가 또 내것을... 예쁜 거 두개 골랐는데 초록색과 파란색 잎사귀가 그려진 선명한 컬러의 러너는 쥬인에게 주고 나는 아련한 타입의 이것을 가졌다. 몇겹으로 접어둔 상태라 펼치면 꽤 커진다.
빌니우스의 티샵인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올해의 햇차를 100그램 사왔다. 다즐링 Risheehat. SFTGFOP1 답게 가격은 비싼 편이다. 퍼스트플러쉬라 다즐링의 향긋함과 녹차의 풋풋함이 뒤섞여 있다. 나는 세컨드플러쉬를 선호하지만 품질좋은 퍼스트플러쉬 햇차는 역시 좋다. 전에도 온라인 직구로 이 다원 차를 샀었는데 그건 햇차가 아니었던듯 이것만큼 맛있진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너무 바쁘게 움직여서 오후 늦게, 4시 다 되어서야 차를 마셨다. 시차 적응도 해야하고 카페인 생각도 들어서 디카페인 티를 마실까 했지만 '아악, 햇차도 있고 선물받은 다즐링도 있는데 카페 자이칙 재개는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닌가' 란 생각에 좀 연한 이 차를 우려 마심. 좀더 진하게 우리고 싶었지만 약하게 우렸다.
수색은 거의 녹차에 가깝다. 진료받고 나오면서 사온 몽슈슈 프루츠롤이랑.
그리고... 빌니우스 지도 표지가 너무 헐고 또 비행기 두 대나 거쳐온 책이라 위생적인 판단으로 그 표지를 뜯어냈더니 그대로 드러난 무서운 표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미운 백조들' 이제 96페이지 가량 읽었다. 아아 그런데 이제 신인류로 진화해가는 너무 똑똑한 아이들과 주인공 작가가 토론을 하고 있어 좀 피곤하다 흐흑... 나는 이 형제의 소설들 등장인물들의 경우라면 사색하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쪽이 조금 더 좋은가보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루스커스. 역시 튼튼한 식물이야... 한달 동안 집을 비웠기에 말라죽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어제 귀가해보니 거실과 서재 방에 놔둔 루스커스가 모두 좀 시들해졌지만 살아 있었다. 물은 거의 바닥까지 깔려 있었지만 하여튼 살아남아서 참 고맙다.
추석 오후. 어제 부모님댁에 미리 다녀왔기에 오늘은 집에서 보내고 있다. 늦지 않게 일어났고 오후의 홍차도 빨리 마셨다. 작년 이맘때 바르샤바에서 영원한 휴가님께서 건네주셨던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의 다즐링 퍼스트플러쉬 햇차. 마지막 남은 찻잎을 긁어서 다 우려 마셨다. 아껴마셨더니 1년 동안 마셨네. 이번에 무사히 가게 된다면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이 품종의 24년 햇차를 사보고 싶다.
차를 빨리 우려 마신 이유는 이제부터 가방을 좀 꾸려보기 위해서...인데 아아 너무너무 하기 싫다. 이러다 못 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기력이 나지 않는다. 거의 다 챙겨둔 비상약 파우치를 먼저 시작하고 그 다음에 하기 싫고 또 싫은 화장품/세면 파우치로 가봐야겠다... 제일 싫은 건 역시 옷 챙기기 ㅜㅜ
일요일 오후 티타임. 내가 이 찻잔을 꺼낼 때는 보통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부당하게 착취당한다는 분노가 스멀거릴 때다. 왜냐하면 혁명 찻잔이기 때문이지 ㅜㅜ 얼핏 보면 그냥 붉은 계열의 예쁜 로모노소프 찻잔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셰비키 혁명 운운 당시 상징 운운... 어차피 그래봐야 소시민인 주제에 이미지를 소비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면 맞는 말씀이다만 하여튼 회사에서 너무 진이 빠지고 착취당해 힘들 때면 이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신다.
토요일 오후 티타임. 어제 완전히 녹초가 되었고 오늘도 종일 몸이 안 좋아서 감기약을 먹었다. 그래도 오늘은 홍차를 포기하지 않고 마셨지만 내일은 아까 한 냄비 끓여둔 대추차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장 주네의 '꽃의 노트르담'이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제는 '꽃피는 노트르담'. 하지만 오랜 옛날부터 내 입에는 꽃의 노트르담으로 붙어버려서 저 꽃피는~ 이라는 표현이 잘 안 나온다. 오랜 옛날 국내에 번역된 주네의 소설은 도둑일기와 장미의 기적(이건 지금은 절판되었음.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것 같기도 한데.... 나에게 있는 건 옛날에 무려 고려원미디어에서 나왔던 버전임) 두 권 뿐이었다. 그래서 이십여년 전 아마존에서 주네의 다른 소설들 영역본을 주문해서 여러번 읽었었다. 불어를 모르므로 할수없이 ㅜㅜ 주네의 첫 소설인 이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도 십몇년 전인 것 같다. 그래선지 다시 읽었더니, 그리고 국문 번역된 버전으로 읽었더니 낯설거나 새로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 내가 읽었던 건 갈리마르 전집에서 나온 버전인데 이 번역본은 초판본 번역이라 갈리마르 출간본에서 삭제되었던 파트들(주로 성적인 묘사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 있자니 오랜 옛날의 청춘 시절들이 떠올랐다. 지나가버린 젊음들. 주네의 문체는 여전히 매혹적이지만 이 책을 맨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너무나 많은 차이와 거리가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인지 경탄과 애정의 깊이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이 책 다 읽은 후 지금은 오랜만에 '장미의 기적'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네의 소설은 '브레스트의 퀘렐'인데 아마도 그 소설이 가장 주네답지 않게 '소설'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브레스트의 퀘렐도 번역되면 좋겠다. 안그러면 이것도 집에 있는 영어번역본을 다시 읽어야 할텐데 활자가 작아서 이제 좀 읽기가 피곤할 것 같음 흐흑...
그건 그렇고... 번역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긴 한데 이 번역자의 번역이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번역을 잘하시는 분이긴 한데 너무 본인의 문체와 색깔이 강한 분이라... 어쩌다보니 이분이 번역한 책들을 여럿 갖고 있는데 항상 문장에서 몇몇 조사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음 ㅜㅜ 그래도 번역이 너무나 어려운 작가의 소설을 번역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긴 함.
좀 늦은 토요일 오후 티타임. 부모님과 파주 쪽의 식당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들어오느라 늦었다.
엄마가 복숭아를 한소쿠리 주셨다. 역시 엄마토끼 :) 나는 복숭아 비싸기도 하고 과일가게에서 사려면 너무 많아서 좀처럼 못사먹고, 이마트에서 비싼 거 서너알짜리만 간신히 먹곤 했는데... 시장에서 사온 복숭아가 맛있어서 나 주려고 더 사왔다고 하시며 딱딱한 거 물렁한 거 뭐 줄까 하고 심지어 취향까지 물어보심 ㅎㅎ 딱복을 더 좋아하지만 올해 물복을 한번도 못먹었던지라 섞어달라고 했더니 딱복 6, 물복 2를 가져다주심. 이게 상하기 전에 내가 다 먹을 수 있을까 겁에 질렸지만 엄마토끼가 한알한알 신문지로 싸서 갖다주셔서 괜찮을 거 같다. 티타임 때 딱복 1개를 먹어보았다. 오우, 엄마가 고른 복숭아는 역시 맛있었다. 알도 굵고... 꾸역꾸역 한 알 다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저녁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찌는 듯 더운 8월의 일요일 오후. 이제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므로 오늘은 카페인이 없는 민들레차를 타서 마셨다. 졸리고 덥고... 에어컨을 잠깐 껐더니 금세 거실이 후덥지근해지고 있다. 늦게 일어났는데 또 너무 졸린다. 역시 더위 때문인가보다.
무적호 재독 후 역시나 솔라리스 다시 읽는 중. 이건 옛날에 번역출간된 버전이다. 무적호가 나왔을 때 폴란드어 원전에서 번역된 솔라리스도 출간됐는데, 중역이지만 이 번역본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건 주문하지 않았었다. 솔라리스 역시 읽고 있으면 피서하는 느낌이다. 렘이 싸늘하고 차갑고 지적인 작가라서. 1~2년에 한번씩 다시 읽곤 하는 소설이다.
오늘은 정오가 되기 전에 차를 우려서 이른 티타임. 늦잠 자고 게으름피우고 싶었지만 아점도 빨리 먹고 차도 빨리 마셨다. 하여튼 결국은 오후 두시까지 천천히 마셨으니 이것도 애프터눈 티타임이긴 하다.
페테르부르크 찻잔을 두 종류 가지고 있는데 이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에르미타주가 그려져 있다. 아아 다시 가고 싶어 엉엉...
너무 더우니까 피서를 위해 스타니스와프 렘의 차디찬 SF인 무적호를 다시 읽기 시작. 이 소설은 상당히 싸늘하고 좀 오싹해서 쉽사리 다시 읽지 않고 있었으나 더우니까... 생각해보니 전에도 더울 때 읽었던 것 같다.
고구마가 아니고... 딸기향 코팅된 마들렌인데 별로 맛은 없다. 그리고 저 복숭아는 그저께 병원 다녀오는 길에 동네 과일가게에서 소쿠리에 담아서 파는 걸 산 건데... 저렴한 거라 그런지 좀 싱겁고 별로 달지 않다. 그래도 그냥저냥 먹다보니 또 나쁘지 않음. 양이 많아서 어제 쥬인에게도 두 알 쥐어줬는데(무거워서 더 챙겨가지 못함) 맛있는 복숭아였으면 좋았을걸 좀 아쉽다. 쥬인아, 복숭아가 생각보다 맛있지 않으니 요거트에라도 넣어 먹으렴 ㅠㅠ
작년 바르샤바에서 영원한 휴가님께서 주셨던 오렌지 밸리 다즐링을 우려 마셨다. 나는 보통 맛이 깊은 세컨드플러쉬 쪽을 더 좋아하지만 이 다즐링은 훌륭한 퍼스트플러쉬라 향이 매우 좋았다. 우려 마실 때마다 아까워했는데 오늘 남은 찻잎을 거의 다 우려서 딱 한 스푼 정도만 남았다. 이 차를 우려 마실 때마다 바르샤바의 소피텔 방 하얀 테이블이 생각난다. 더운 날씨였고 우리는 바깥을 돌아다니다 카페에 가는 대신 방으로 돌아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공들여 이 차를 우려서 팅기니스와 무화과를 곁들여 마셨었다. 빌니우스에서 온 차와 초콜릿 케익,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익어버린 마트 무화과, 바르샤바 호텔 방. 그래서 나는 이 다즐링을 바르샤바 다즐링이라고 부른다. 여행의 맛.
알라딘의 신간 소개와 발췌글 몇 페이지를 보고 읽어보고 싶어서 주문했던 리디아 데이비스의 산문집.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발췌된 딱 그 정도가 적당했다. 주문한 게 좀 아까웠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