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샷 커피를 그리워하며 그 카페에서 쓰는 것과 같은 러브라믹스 컵을 사보았다. 컬러도 똑같은 색으로 골랐다. 컵 안쪽에 그 이쁜 로고만 추가되면 딱 좋을텐데. 라떼 컵이 더 크고 예쁘지만 내 손에는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카푸치노 컵으로 골랐다. 이미 이 컵도 무겁다. 사실 러브라믹스는 커피를 위한 컵들이라 차 마시기엔 손에 딱 맞지 않고 또 무겁기도 하다만 그래도 기분 전환과 여행의 추억을 위해.
요즘은 주말이면 항상 흐리고 미세먼지가 심해서 밝고 따스한 햇살과 아늑한 오후의 느낌이 영 나지 않는다. 이런 날씨엔 절로 몸이 축 처진다.
감자수프와 버섯 오믈렛으로 아점. 감자수프는 직접 만든 거라면 좋았겠지만 냉동실에 묵혀뒀던 레토르트 봉지를 데웠다. 오믈렛만 만들었다. 오믈렛을 예쁘게 만들려면 좀 조그만 팬이 필요한데(손재주가 좋은 분들이야 도구 탓을 하지 않겠지만 나는 성질도 급하고 대충대충이라), 이 집에 이사와서 인덕션으로 바꾼 후 엄마가 가져다준 커다란 프라이팬 두 개만 쓰게 된 데다 자주 요리를 하지도 않고 게으름이 발동되어 '오믈렛이고 계란말이고 뭐고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인데 뭐하러' 라는 마음에 새 팬을 사지 않았다.
그래서 거대한 프라이팬으로 모든 걸 해결하다 보니 예쁜 오믈렛 따윈 꿈도 꿀 수 없고 결국은 스크램블드 에그 아니면 대충대충 척척 접어서 지단+계란말이 비슷한 이상한 형체의 오믈렛이 나온다. 양송이 한 팩을 뜯어 그것과 선드라이드 토마토 약간을 볶아 속을 만들어서 대충 싸서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뭔가 오믈렛은커녕 부리또 비슷한 물체가 나왔음. 여기 치즈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냉장고에 치즈고 버터고 떨어진지 오래되어 그냥 버섯과 선드라이드 토마토만 넣어서 만들었다.
꽃으로 가려봐도 부리또 모양 요상한 오믈렛 ㅎㅎ
속에는 버섯과 선드라이드 토마토. 모양새는 이래도 맛은 괜찮았음. 사실은 속 들어간 블린을 생각하며 척척 접었던 건데 하여튼 뭐 맛있기만 하면 그만이지 ㅠㅠ
어제 귀가하면서 동네 별다방에 들렀다가 티푸드로 사온 토끼 모양 타르트. 맛은 기대하지 않고 그냥 토끼 모양이라 사온 건데 별다방 디저트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차를 우려 마셨다. 프라하의 티샵에서 사왔던 네팔 히말라야 부케. 좀 진하게 우렸더니 나쁘지 않았다. 종일 몸에 오한이 들어 겉옷을 하나 더 걸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아빠와도 통화했다. 다행히 아픈 것이 많이 가셨다고 하시고 목소리도 괜찮아서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원래는 차를 빨리 마시고 일을 하려고 했는데, 저녁에나 도착할 줄 알았던 꽃이 빨리 도착했고, 꽃들을 다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차를 늦게 마시고, 일도 이제야 붙잡고 하기 시작했다. 집중도 잘 안돼서 일단 보고서에는 골자가 되는 내용들만 초안으로 마구 얹어놓는 작업만 하기로. 주말에 이러는 건 항상 슬프다.
새로 온 라넌큘러스와 잎이 커다란 유칼립투스랑 함께. 막 다듬어 꽂은 직후라 사진 속 꽃들은 아직 좀 시들시들하고 덜 피었다. 지금은 훨씬 예뻐졌음.
새해 첫 티타임에는 영원한 휴가님께서 보내주신 리투아니아 토끼 초콜릿도 같이. 이녀석은 다름아닌 쁘띠치예 말라꼬였다. (우유맛 마시맬로 비슷한 필링이 들어 있는 초콜릿으로 소련 시절 대히트 상품) 토끼 너무 귀여워서 이 포장지는 잘라서 안쪽을 잘 닦은 후 책갈피로 쓰려고 갈무리해 놓았다.
늦게 일어났고 아점은 뭔가 기묘한 조합으로... 반쯤은 냉장고 정리용으로, 냉동실에 남아 있던 김치만두 세 알을 찌고 거기에 이미 시들시들해진 깻잎 + 어제 쥬인과 불고기 백반 해먹고 남은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잎새버섯을 몽땅 쓸어넣고 선드라이드 토마토 약간을 추가해 오믈렛을 만들었다. 그런데 처음엔 오믈렛이었지만 대충대충 하다가 결국 절반은 오믈렛, 절반은 스크램블드 에그로 전락했음. 오믈렛을 잘 만들려면 좀 집중을 해야 하는데 나는 너무 대충빨리 하는 스타일이라 이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뭐 어때 결국 그냥 내가 먹을 건데. 저게 통실통실 이뻐지려면 치즈가 좀 들어가면 되는데 치즈는 없음.
그래서 잘 보면 뭔가 배터진 오믈렛 + 알맹이 많은 스크램블드 에그가 되어버림 ㅠㅠ 그러나 이것이 매우 맛있었습니다. 맛없는 재료가 없으니 뭐 당연한가.
민들레차 반 봉지 타서 저 아점과 같이 먹었다. janua님께서 추천해주신 이 민들레뿌리차를 매우 잘 마시고 있음. 속이 편하고 좋다. 맛은, 흑, 맛있지는 않습니다만 약이라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ㅎㅎ
새해라서 액자의 사진도 바꿨다. 한겨울의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그리운 풍경이다.
게으름 피우다 오후 티타임도 세시 다 되어서야... 새해엔 부지런해져야 하는데 여전히 게으름의 결정체.
토끼해이지만 집에 토끼 그림 찻잔이 없고(카페 자이칙인데다 내가 토끼인데 어찌 이런 일이), 새해에는 언제나 희망을 위해 수탉 찻잔을 꺼내곤 하므로 오늘도 화려한 수탉 찻잔. (카페 자이칙의 자이칙은 '산토끼'란 뜻의 자이츠에서 온 지소체이다. 그러니 번역하면 토끼 카페, 지소체를 적용하면 토꼬 카페나 토깽이 카페 정도...)
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렌지 타르트는 예쁘고 연말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통째로 접시에 올려두었는데 먹을 때는 잘라서 절반만 먹고 나머지 절반은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별로 큰 타르트는 아니지만 한번에 다 먹기엔 역시 좀 많다.
연핑크 복숭아색 장미와 마트리카리아, 알스트로메리아(흰색이라는데 아직 봉오리 상태라 모르겠음), 루스커스가 도착했다.
오늘은 견디지 못하고 홍차를 마셨는데, 첫물을 진하게 우려서 버리고 두번째 물로 연하게 마셨다. 이것이 약간 퍼스트플러쉬에 가까운 차라서 그리 진하지는 않았다.
프라하에서 사왔던 홍차 중 네팔 히말라야 부케를 개봉해보았다. 그 며칠 전 도브라 차요브나에서 찐하게 마셨던 네팔 일람이 맘에 들었던 터라, 숙소 옮겨온 후 근처에 있는 큰 티샵에 갔을 때 다즐링 종류들 시향하다가 그 옆에 있는 네팔 시리즈를 보고는 이것도 시향해본 후 향이 괜찮아서 50그램 산 것이다. 맛도 수색도 다즐링 퍼스트플러쉬와 거의 흡사하다. 그런데 돌아오기 이틀쯤 전 다시 도브라 차요브나에 갔을 때 차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거기서 네팔 일람을 100그램 사왔다. 그럴 줄 알았다면 아마 이거 대신 다른 차를 샀으려나 싶지만, 어쨌든 이것도 인연인 듯하다. 위가 좀 안정되면 담엔 조금 더 진하게 우려 마셔봐야겠다. 이 티샵에선 이거랑 다즐링 Nagri를 샀었는데 후자는 제일 먼저 우려 마셔보았으나 그때 인후염, 손목통증, 위염이 겹쳐서 힘들었던 때라 엄청 연하게 마셨더니 맛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도 이후 다시 제대로 우려서 마셔봐야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요일 오후, 늦은 티타임. 연하고 맛없는 홍차를 마시느니 어차피 위염도 심한 거 이도저도 아닌 것보단 차라리... 하며 도라지차를 우려마셨다. 사무실에서도 홍차 대신 도라지차 마시고 있음. 그런데 이것도 많이 마시면 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정보를 또 어디서 주워읽고 '아니 그럼 뭘 마셔야 해ㅜㅜ' 하며 울부짖는 중. 이웃님께서 너무나 친절하고 상냥하게 댓글로 민들레차 추천을 해주신 것을 읽고 옳다구나 하며 그것을 구매해보려고 한다. 기분도 내내 꿀꿀하고 불안정한 편이라 마음을 달래기 위해 희망의 상징 수탉 찻잔 꺼냄. 수탉 찻잔은 보통 새해 첫날 꺼내곤 하는데, 다른 수탉 찻잔들도 있으니까 :)
무겁고 복잡한 책 읽을 기분은 아니어서 아주 말랑말랑한 옛날 책 꺼내 읽고 있음, 오랜만에 다시 읽는다. 프라하 갈 때 이 책 챙겨갈까 했는데(옛날 문고판이라 무게도 덜 나가고) 사실 내가 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다른 책들을 챙겨갔었다. 그러니까, 키다리 아저씨는 여행용인데 이 책은 여행용이 아닌 것이다. 미묘한 차이가 좀 있다. 전자는 좋아하고 후자는 그냥저냥이다.
오늘은 날이 흐렸고 차도 늦게 마셔서 거실이 어두워 티타임 사진이 몇 장 없다. 어쨌든 토요일 오후. 위염 때문에 차는 첫물을 진하게 우려 버리고 카페인을 최소화해서 연하게 마셨는데 그랬더니 별 맛이 없었다. 그리고 차를 막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회사와 관련된 여러 일들이 생겨서 그거 챙기느라 사실 티타임이라 할 것도 별로 없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약기운에 취해 둔감해지고 멍해진 채 무거운 졸음에 빠져들며 차를 마셨다. 너무 자고 싶었지만 이미 많이 잤기 때문에 시차 적응에 더 문제가 생길까봐 꾹 참았다.
겨울 분위기 나는 흰색 계열 식물들이 아침에 도착했다. 잎사귀가 많아서 은근히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좀 피곤했다. 몸 상태가 나쁠 땐 이 과정이 마음 수양이 아니라 그저 피곤함이 되나보다.
자잘한 가지들은 떼어내 이렇게 조그만 병에 꽂아두었다. 왼편은 오래전 카를로비 바리에서 샀던 도자기 컵(온천수를 저 컵에 담아서 오른편에 달린 기다란 주둥이로 빨아서 마시는 용도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별다방 그릭요거트 컵. 도자기 컵이 아까워서 이렇게 미니 꽃병으로 이용하고 있다. 잔잎 다듬을 땐 피곤했지만 어쨌든 조그만 병들에 꽂아두니 또 나름대로 예쁘고 눈과 마음에 위안을 준다.
원래 오늘 발레 오네긴 보러 가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어서 며칠 전 표를 취소했다. 좋아하는 캐스팅으로 끊어둔 건데 너무 아깝다. 그런데 너무 지쳐서 도저히 멀리멀리 예술의 전당까지 가기가 힘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예브게니 오네긴 찻잔 시리즈 중 타치야나 찻잔 꺼내서 차 마심.
이 인디핑크 카네이션이 이쁘긴 한데 위에서 찍으니 쫌... 샌드위치에 끼워넣는 접어놓은 햄처럼 보임 ㅠㅠ (햄 안 먹는 자)
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늦게까지 뻗어 있었다. 오후엔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쉬었다.
새로운 꽃을 주문해보았다. '네리네'라는 이름의 생소한 꽃인데 백합과 난초의 중간 정도 느낌이다. 잎사귀 정리할 게 없어서 편하긴 한데 꽃의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꽃 자체는 우아하고 청초하고 예쁘다. 그러나 너무 가느다랗고 심심해서 서재에 말려서 꽂아두었던 꽃을 조금 더 추가했다. 아무래도 나는 꽃에 대해서라면 청초한 곡선보다는 화려한 쪽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래 꽃 사진 몇 장 더 접어둠. 이 꽃은 너무 가느다랗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꽂아보며 화병을 세번 바꿨음.
어제 푸른난초님께서 보내주셨던 마카롱들 중 2알 개봉. 하나는 꿀고구마 맛, 하나는 딸기우유 맛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이 너무 귀엽다. 위의 사진 주인공은 꿀고구마 맛 마카롱.
르 카레 소설들을 다시 읽는 중인데, 순서대로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다시 읽고 나서, 안 읽었던 두 권 중 어느쪽을 먼저 읽을지 망설였다. 둘 다 이번에 주문해 받은 책인데 하나는 추운 나라...의 프리퀄이자 시퀄(말이 이상하지만 하여튼 그렇다)인 '스파이의 유산', 다른 하나는 이번에 번역된 '오너러블 스쿨보이' 이다. 이건 카를라 3부작 중 팅커~와 '스마일리의 사람들' 사이에 있는 책인데 이번에 나왔다.
애당초 이 다시 읽기는 모두 오너러블 스쿨보이가 번역출간되어 그것을 읽기 위해 시작된 거긴 한데, 추운 나라..는 이번에 다시 읽으니 예전보다 마음에 들기도 했고 또 내가 이 스마일리 시리즈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피터 길럼이 주인공이자 회상자로 나오다 보니 스파이의 유산을 먼저 읽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어제 스파이의 유산을 먼저 집어들어 좀 읽었는데, 슬프게도 앞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길럼이 노인으로 나와서 그런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이게 르 카레가 노년에 쓴 소설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좀 기운이 빠지는데다 약간 설교조라서 딱히 끌리지 않았다. 길럼은 항상 어딘가 고뇌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행동하는 캐릭터라서, 스마일리처럼 너무 브레인도 아니고 오히려 그 지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때도 많아서 더 인간적이라 내 마음에 드는 인물이기도 했는데 스파이의 유산에선 이미 인생을 다 살아버리고 노인이 되어 옛 기억을 회상하며 그땐 이랬지~ 아니야 모든게 이렇게 바뀌어버렸어~ 운운하는 어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책을 잠시 미뤄두고 그냥 오너러블 스쿨보이로 갈아타서 간밤부터 읽기 시작. 이것도 스마일리가 '작전'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주인공인 제리 웨스터비가 좀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싶다. 중간중간 길럼이 등장해 나를 기쁘게 해주고는 있다만 '날씬한 시중꾼'이라는 묘사로 잠깐 나를 또 슬프게 했다. 왜 갈수록 길럼은 스마일리의 왓슨 - 베이비시터로 변해가는 느낌인 것인가 싶음. 기억을 되살려보니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아니 왜 길럼 이렇게 조금 나와, 멘델은 또 어디갔어?' 하며 슬퍼했었으니 이나마도 나오는 걸 기쁘게 생각해야 하나.
하여튼 오너러블...은 작가가 너무 나이들기 전에 쓴 소설이라 파워도 좀 느껴지고, 또 주인공(..이라고는 하는데 이미 상권 3분의 1쯤 읽었지만 잠깐밖에 안 나옴)인 제리 웨스터비가 좀 단순한 행동파라 마음에 들어서 어서 많이 나와줬으면 하며 읽고 있다. 소설들 읽을 때 지식인 캐릭터들을 싫어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르 카레 소설들에 나오는 지식인들은 너무 위선적으로 느껴져서 어딘가 좀 마음에 안 든다. 스마일리도 도통 좋아지지 않는다.
마카롱 색깔에 맞춰서 분홍색 딸기 찻잔 오랜만에 꺼냄.
칼라풀한 마카롱 두 알. 근데 양이 은근 많았다. 다음엔 한 알만 꺼내 먹어야겠다. 맛있었다. 푸른난초님 감사해요!
지난 2주 동안은 회사에서 보내준 미리 생일 꽃, 그리고 카네이션/장미 한송이씩으로 대신했는데 오늘은 새 꽃을 주문해서 받았다. 흰색과 푸른색 믹스였다. 하얀 수국, 장미, 푸른 옥시페탈룸, 보라색 용담, 라벤더 리시안셔스, 잎설유, 그리고 잘 모르는 들꽃 필러 종류가 한 가지 들어있었는데 잎설유가 너무 시들시들해서 조금만 남겼다. 컬러도 조화도 꽃 자체도 다 이쁜데 다들 너무 많이 피어서 왔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옥시페탈룸은 꽃은 참 이쁜데 하얗고 끈적한 진액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잎사귀든 줄기든 다듬기가 너무 어렵다. 예전에 색깔에 반해 한단 샀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그 이후는 다시 주문하지는 않는데 이런 믹스에 몇 대 들어와 있으면 눈요기하기엔 좋다. 그러나 역시 잎사귀 손질하면서 그 진액이 뭉글뭉글 나와서 아침에 괴로웠음 ㅜㅜ
몇년 전 가을에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의 폴란드 도자기 가게에서 샀던 찻잔. 이 찻잔과 갈색/파란색이 섞인 찻잔 두 개를 샀었는데 그래선지 이 찻잔을 꺼내면 갑자기 싸늘해졌던 그때 가을 날씨와 스산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 상태가 떠오른다.
전에 로네펠트 직구로 홍차 여럿 주문할때 샘플러 세트를 하나 사보았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늘 서랍에서 발견했다. 아삼 두어가지, 다즐링 서너가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등 10종류가 들어 있었다. 안 마셔본 종류로 우려보았는데(괜찮으면 나중에 주문해보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차는 전반적으로 연하고 별다른 개성이 없고 싱거운 편이었다.
용담을 보면 색깔 때문에 도라지꽃이 좀 생각남.
아침에 다듬어놓은 꽃들 :) 수국은 상자 안에서 좀 시들시들해져 있어서 대야에 한시간 가량 찬물 넣고 담가둔 후 꽂았다. (그러면 물을 좋아하는 꽃이기 때문에 다시 쌩쌩해짐)
새 찻잔을 장만했다. 웨지우드의 원더러스트 찻잔 시리즈가 색상과 무늬가 화려해서 기분전환하기 좋아 이따금 하나씩 사곤 했는데(가격이 별로 착하진 않아서 성과급이 나오거나 어딘가 강의 등을 하고 와서 가외수입이 생길 때 삼), 컬리에서 할인을 하고 있는데다 얼마전 새로 나온 디자인인 것 같아 사보았다 (몇 주 전에 외부 심사를 하고 와서 약간의 사례비를 받은 것에 조삼모사로...)
내 생각에 웨지우드는 사실 다 디자인과 컬러 값이다. 도자기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않음(나는 얇고 투명한 로모노소프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이 원더러스트 2 시리즈에도 여러 타입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건 별로 인기가 없는지 리뷰가 없었다. 하지만 인기많은 다른 타입들은 흔한 꽃무늬거나, 또 찻잔만 보면 예쁜데 받침접시의 문양이 너무 현란하고 눈이 아파서 여름이라 뭔가 강렬한 보색 대비 색채 찻잔이 당긴다는 생각에 이걸 주문했다. 앵무새와 커다란 잎사귀와 꽃이 그려져 있는데 어쩐지 카페 에벨도 좀 생각나서.
그런데... 밤에 지름신에 휩싸여 폰으로 보면서 주문하는 바람에 전체적 색감과 디자인만 제대로 보고 딱 하나 놓친 게 있었으니... 막상 찻잔을 받아보고는 기절초풍했다. 그 이유는 흑흑, 받침접시에 그려진 앵무새가 부리에 떡하니 기다란 줄무늬 벌레를 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앙... 아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걸 안 샀을텐데 ㅠㅠ 다른 건 다 맘에 드는데 받침접시에 그려진 기다란 벌레 힐끗 보일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벌레공포자 ㅠㅠ)
오늘의 꽃은 백일홍. 찻잔이랑 잘 어울림.
얼마전 빌니우스에 다녀왔을 때 이름만 보고 가보지 않은 카페 중 '소마 카페' 라는 곳이 있었다. 그 이후 내내 이 소설 생각이 나서 오늘 다시 읽는 중이다. 사춘기 때 처음 읽었던 소설이고 이후에는 부모님 댁에 놔둔 후 이사를 거듭한 끝에 그 옛날 책은 헌책방으로 갔는지 엄마가 처분했는지 하여튼 집에는 없어서 새로 주문해 봤음. 엄청 오랜만에 다시 읽는 것이다. 안정효씨 번역판을 사볼까 잠깐 고민했는데 발췌된 몇몇 부분을 읽어보고는 차라리 고풍스러운 옛날 번역판이 낫다는 생각에 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주문. 옛날에 읽었던 건 어떤 출판사였는지 누가 번역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심지어 그 책은 절판 목록에도 뜨지 않는 걸 보니 역시 너무 옛날에 사서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화려한 찻잔 위에서 찍은 모습
문제의 받침접시 벌레...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나마 받침접시라서 찻잔을 올려두면 잘 안 보인다. 찻잔 들어올릴 때 무심결에 벌레 쪽을 보면 순간 기절초풍 흑흑흑... 아아 나는 바보... 벌레가 아니라 밧줄이라고 자가최면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