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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2. 21:49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8. 2. 22. 21:49





작년 10월. 페테르부르크.



날씨가 원체 안 좋은 시즌에 가서 맨날 비오고 춥고 고생고생했지만 본치 카페 발굴한 건 즐거웠다. 글쓰기 좋은 카페였다. 조명도 예쁘고 창가 자리는 밝아서 좋았다. 케익도 음료도 맛있었다. 그리고 홀 가운데에는 빨간 테이블이 있고.






처음 갔던 날은 아침 안 먹은 상태라 스메타나 곁들인 블린이랑 생강차 주문했었다. 생강차는 맛있었고 블린도 맛있긴 했는데 좀 식어 있어서 감점...







창가에 앉아 글쓰기 좋은 곳이었다.










그립구나. 다시 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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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료샤랑 레냐랑 쩨레목에 가서 블린을 먹었다. 우리 모두 블린을 좋아한다.





엉엉... 으엉엉엉...







이 스케치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빗방울임 ㅋㅋ



아아아아 휴가가 다 끝났어 흐흑... 내일 돌아가야 한다 엉엉어엉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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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0. 3. 22:42

본치 카페 2017-19 petersburg2017. 10. 3. 22:42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는 본치 카페에서 매우 늦은 아점을 먹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춥다. 기온은 살짝 더 높은 듯한데 내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습한 바람도 많이 불고 패딩 걸치고 나왔는데도 꽤 추웠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수제 생강차 시킴. 생강, 사과즙, 꿀, 레몬 등이 들어가 있는데 꽤 맛있고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다.





입맛도 없고 들어오면서 근처 일본라멘집에서 밥 먹을 생각이었기에 그냥 블린 시켰다. 스메타나 곁들인 걸로. 맛있었다. 블린이 뜨겁지 않은 게 옥의 티였다.





본치는 살짝 우리 나라나 다른 나라 카페 같다. 널찍하고 밝고 나무로 되어 있고 통유리가 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글쓰기 괜찮은 곳인데 와이파이를 잡으려면 러시아 전화번호가 있어야 해서 그것만 아쉽다.



여기 앉아서 아침에 꾼 꿈 노트를 자세히 적었다.






역시 러시아 카페답게 바깥은 환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적당히 어두컴컴한 홀이 있다. 나는 환한 쪽을 좋아하므로 창가에 앉았다. 저 안쪽은 친구들이랑 같이 오면 들어가 있기 좋을 듯하다.



...




여기서 나와서 자주 들르던 근처의 야루멘에 갔다. 일본라멘집인데 오늘 첨 카레 시켰다가 완전 피봤다. 카레 진짜 맛없고 밥도 막 덩어리로 나옴. 너무해.... 그래도 텐동이나 라멘은 괜찮아서 여기 동양인들 엄청 우글거리는 곳인디 -_-




대충 밥 먹은 후 호텔 방으로 돌아와 좀 쉬고 있다. 저녁에 공연 보러 가야 한다. 쉬다가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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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3. 30. 20:17

블린과 귀여운 아기 russia2016. 3. 30. 20:17





마음의 위안을 위한 귀여운 러시아 아시 사진 한 장 더. 이번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블린 접시 옆의 아기. 블린도 먹고프고 아기도 마구 예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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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예전에는 러시아에 가면 가끔 러시아 음식이 그려진 달력을 사왔었다. 이런 달력의 포인트는 음식 사진이 촌스럽다는 데 있다 :) 요즘은 그래도 좀 세련된 요리책도 나오고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플레이팅도 많이 근사해졌다만 원래 러시아 음식은 좀 촌스러운 게 특색.. (그래도 맛있으면 되지 ㅋㅋ)

 

지난 7월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떠나는 날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 가서 그림 보고 놀다가 박물관 샵에서 사온 러시아 음식 컵받침 시리즈. 찻잔이야 받침접시가 있으니 그걸 쓰지만 물컵 등 머그를 쓸 땐 컵받침을 매일 쓴다. 이전에 프라하에서 사온 무하 시리즈를 잘 썼는데 그것들도 오래돼서 낡아서 겸사겸사 사옴. 코르크에 사진이 코팅된 재질이다.

 

 

 

블린과 홍차 :)

 

 

 

이게 사진만 봐서는 좀 헷갈리는데 양배추 수프처럼 보인다.. 그리고 옆에는 피로슈카들... 속을 채워넣은 조그만 파이들이다. 이걸 크게 구워내면 피로그. 조그맣게 구워내면 피로슈카. 여러개 모여있음으면 보통 복수형으로 피로슈키라고 한다.

 

왜 뜬금없이 마늘이 옆에 있느냐고 하신다면.. 이것이 러시아 음식들의 정통 플레이팅 방식인지 옛날부터 러시아 요리책이나 음식 사진들을 보면 이렇게 마늘이나 양파 등 야채 등속이 옆에 널려 있는 경우가 많다 :)

 

 

 

양배추 샐러드... 빨간 것들은 아마도 나무열매나 마리네이드한 비트인 듯..

여기도 양파와 마늘이 :)

 

 

 

펠메니 :)

 

 

 

간만에 호화스럽게.. 이끄라! 즉 캐비아이다. 새까만 것은 보통 생각하는 캐비아, 즉 철갑상어알. 하지만 저 빨간 연어알도 이끄라라고 부른다. 까만 건 비싸기 때문에 저 빨간 게 많이 나옴.. 크리스탈 잔에 담긴 건 아마도 보드카일듯.

 

그런데 나는 싸구려 입맛인지.. 비린 걸 못참는 편이라 그런지 캐비아는 아무리 먹어봐도 입맛에 안 맞다 ㅠㅠ

 

 

 

러시아 빵들~ 그리고 홍차.

 

 

 

오늘은 쉬는 날이라 엄청 늦게까지 자고... 늦게 아점(..이라기보다 그냥 점심) 만들어 먹고.. 차 한 잔 마시는 중.

 

 

 

쿠마야, 또 딸기 케익 사왔어. 나 착하지?

 

 

쿠마 : 토끼야 드디어 네가 개과천선했구나!!

 

 

:
Posted by liontamer
2015. 7. 20. 20:02

블린과 사과에이드로 늦은 점심 먹는 중 russia2015. 7. 20. 20:02






우여곡절 끝에 잘 도착해서 돔 끄니기의 징게르 카페(cafe singer)에서 치킨버섯 블린과 사과에이드로 늦은 점심 먹는 중. 전에 먹었던 치킨감자블린은 계절 메뉴라 없다만 이것도 맛있네.. 사과에이드 아주 훌륭..






날씨가 추워서 긴팔 셔츠에 짚업 입고 나왔는데 더워져서 겉옷은 벗었다. 이거 먹고 숙소 들어가 쉬었다가 꽃돌이 공연 보러 가야겠다. 아랍 팬츠 입고 도약하는 솔로르 슈클랴로프는 언제나 최고.


그건 그렇고 서버 에러라면서 댓글에 답글이 안 달아진다 ㅠ 소중한 댓글인데 엉엉.. 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해요. 에러 풀리면 답글 달게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Posted by liontamer

일요일부터 올렸던 부활절 단편 Jewels. 마지막 장.

 

1~4장은 여기..

1장 : http://tveye.tistory.com/3390
2장 : http://tveye.tistory.com/3391
3장 : http://tveye.tistory.com/3393 
4장 : http://tveye.tistory.com/3394

 


* 이 글을 무단으로 전재, 배포, 복제, 인용하거나 퍼가지 말아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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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s

пасхальный рассказ

 

 

 

 

 

- 5 -

  

 

 

 

난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러 가지 못했다. 비카의 생일이라서 친구들과 수영장에 가서 논 후 비카 엄마가 만들어준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미샤의 춤을 보고 싶기는 했지만 아빠가 전화로 그 공연은 내년에 보는 게 좋겠다고 날 설득했다. 살인자가 나와서 그러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좀 놀란 눈치였지만 발레가 너무 심각해서 내가 보기엔 좀 이르다고 설명해줬다. 나도 미샤가 크리셴스카야와 추는 건 싫었기 때문에 다른 때처럼 조르지는 않았다.

 

대신 난 토요일에 극장에 갔다. 공연을 보러 간 건 아니었다. 금요일 저녁에 엄마가 보석 달걀을 발견하고 한바탕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 너 이거 어디서 났어? ”

“ 어, 이거? 친구가 줬어. ”

“ 친구라니! 누가 이런 걸 줘! 너 이게 뭔지나 알아? ”

“ 알아, 부활절 계란이야. 진짜 계란은 아니지만 장식용으로 만든 거야. ”

 

엄마는 달걀과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이제 내 말을 이해하고 달걀을 돌려주겠지 싶었지만 엄마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 라라, 솔직히 말해. 이거 어디서 났어? ”

“ 친구가 줬다니까. ”

“ 네 친구들 중에 이런 걸 줄 애들이 어디 있다고 그래. 이게 얼마나 고급품인지 아니? 이건 진짜 파베르제야. 그것도 오래된 거야. ”

“ 파베르제가 뭐야? ”

 

엄마는 한숨을 쉬더니 좀 누그러진 목소리로 내게 파베르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혁명 전에 살았던 보석세공사라고 했다. 그 사람이 만든 보석 달걀들이 너무 유명해서 달걀도 그렇게 불린다고 했다. 요즘도 후손들이 만든 달걀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건 정말 옛날 물건이고 박물관이나 외국 부자들의 집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거라고 했다.

 

“ 여기 박혀 있는 거 전부 진짜 보석이야, 라렌카. 에메랄드랑 사파이어야. 이것도 진짜 금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거 가지고 있으면 절도죄로 체포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 어디서 났어? ”

 

결국 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아빠와 마찬가지로 내가 거짓말한 것과 버스를 혼자 타고 간 것을 나무랐다. 그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괜찮았다. 하지만 엄마가 낯선 남자의 집에 찾아갔다고 야단친 것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미셴카는 ‘낯선 남자’가 아니야. 아빠랑 제일 친한 친구야. 나하고도 친해. 아냐하고도. ”

“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어린 여자애가 혼자 사는 남자 집에 찾아가면 안 돼! 그것도 하필 그런 사람한테. ”

“ 미샤가 어때서? 하필 그렇다는 게 무슨 뜻인데? ”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이 잘못 나왔다고 했다. 내가 미샤와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랑 같이 있을 때 만나는 건 좋지만 절대 집으로 찾아가면 안 된다고 했다.

 

“ 공연도 보면 안 돼? ”

“ 공연은 돼. 엄마가 허락해준 것들만. ”

“ 엄마는 왜 미샤를 그렇게 싫어해? 미샤는 착해. 내 말은 다 들어주고. 정말 좋은 사람이야. 엄마가 미샤랑 얘기를 안 해봐서 그래. ”

“ 미샤가 나쁘다는 게 아니야. 극장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지. 나중에 크면 엄마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

“ 볼쇼이에 있는 언니오빠들이 미샤를 질투해서? ”

“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니? ”

“ 알아. 너무 잘하면 질투해. 전에 나 혼자 사생대회 상 받았더니 나쟈랑 비카가 이틀 동안 말도 안 했어. ”

“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

 

엄마는 결국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 달걀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억울해서 울고 싶었지만 엄마에겐 눈물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꾹 참았다. 달걀보다도 엄마가 미샤를 싫어하는 게 더 슬펐다.

 

“ 계란 엄마한테 줘. 가서 돌려주고 올 테니까. ”

“ 내가 돌려주면 안 돼? ”

“ 그 집에 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

“ 엄마가 가면 미샤를 혼낼 거잖아. 미샤는 그냥 내가 갖고 싶어 하니까 준 건데.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때도 많이 아파서 병원에도 갔었는데. 그럼 미셴카가 아파도 내버려둬야 하는 거야? ”

 

난 결국 울기 시작했다. 견딜 수가 없었다. 엄마는 평소에 내가 울면 야단을 치거나 그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 두곤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안아주면서 날 야단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아픈 친구를 돌봐주러 간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엄마나 아빠와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미샤를 야단치지도 않을 거고 그냥 달걀만 돌려주고 올 거라고 했다. 난 엄마에게 미샤가 극장에 있을 거고 아빠와 새 작품을 연습하기로 해서 늦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엄마는 극장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춤추던 곳이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잘 안 갔다. 나쟈는 엄마가 극장에 가면 아빠랑 좋아했던 시절이 떠올라서 속상하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했다. 엄마가 좀 고민하는 눈치였기 때문에 재빨리 말했다.

 

“ 내일 아빠 만나면 돌려주라고 할게. 그럼 미셴카 집에 안 가도 되잖아. ”

 

난 보통 주말마다 아빠를 만나러 가니까 엄마는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값비싼 보석 달걀을 내 손에 들려 보낸다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새아빠에게 나를 차로 극장 앞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다. 어차피 새아빠는 오후에 시내에 나가야 했으므로 흔쾌히 승낙했다.

 

 

*   *   *

 

 

새아빠는 날 극장 앞에 내려주고 가버렸다. 원래 엄마는 아빠를 만나 달걀을 돌려줄 때까지 같이 있으라고 했지만 차 안에서 내가 혼자 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새아빠는 보석 달걀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또 우리 아빠와도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줬다.

 

난 무거운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토요일이었지만 그 날은 낮 공연이 없어서 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매표소 앞에 앉아 있던 안내원이 전부터 잘 아는 엘리자베타 할머니였다. 아빠 보러 왔다고 하자 할머니가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는 좀 기다리라고 했다.

 

난 매표소 앞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아침을 잔뜩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극장에 들어오면 배가 고팠다. 하긴 열두 시가 넘었으니까 점심 먹을 즈음이기도 했다. 10분 쯤 후에 카펫 깔린 계단을 따라 미샤가 내려왔다. 아빠는 감독님과 중요한 회의 중이라 대신 내려왔다고 했다.

 

“ 아빠 기다렸을 텐데, 실망한 거 아니지? 스탄카 나오려면 한 시간은 더 걸릴 거야. 점심 먹었어? ”

“ 안 먹었어. 미셴카는 먹었어? ”

“ 나도 안 먹었어. 난 일어난 지 얼마 안됐거든. 점심 먹으러 갈래? 스탄카는 회의하면서 먹는대. ”

 

당연히 좋았다. 미샤는 내게 뭘 먹고 싶은지 물었다. 마침 아침에 본 만화에서 체브라슈카가 블린을 먹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에 망설일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 블린, 연유랑 꿀이랑. ”

“ 아, 맛있는 집 아는데. 네가 걸어가기는 좀 멀어. 차로 가도 괜찮아? ”

“ 응. ”

 

난 미샤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미샤는 우리 아빠 집에 있을 때는 극장까지 같이 걸어오곤 했기 때문에 아마 전날 자기 집에서 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샤의 차는 새아빠나 아빠 차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그리고 산지 몇 년 된 것 같은데도 진짜 새것이었다. 이그나트 아저씨는 미샤의 차는 십 년이 넘어도 그렇게 새것처럼 반짝반짝할 거라고 했다. 워낙 운전하는 것도 싫어하고 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싫어해서였다. 차를 싫어하는 남자라니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려댔다.

 

“ 난 차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내가 운전하는 게 싫을 뿐이야. ”

“ 기사가 운전해 주면 좋겠다는 거야? 여기서 루뱐카 가까운 거 몰라? 그런 얘기 하면 부르주아라고 잡혀간다. ”

“ 그런 게 아냐. 신호 지키는 게 힘들단 말이야. 줄 맞추는 것도. ”

“ 그러면서 어떻게 발레를 하게 됐담. 넌 수석무용수라서 다행인 줄 알아. 안 봐도 뻔해. 군무 출 때 어땠을지. 줄도 못 맞추고 혼자 엇나가서 엄청 혼났겠지. ”

“ 군무 세웠으면 진짜 그랬을지도 몰라. 나 한 번도 안 춰봤거든. ”

“ 아참, 잊었네. 졸업하기도 전에 키로프에서 잠자는 미녀랑 호두까기 왕자 춘 앤데. 입단하자마자 솔리스트 달았지. 그쪽 감독도 알았던 거야, 군무에 넣었다가는 대재앙이 일어날 거란 걸. ”

 

난 미샤가 뭐든지 잘 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말이 이해가 안 갔고 나중에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아빠는 무용수마다 어울리는 역이 있다고 했다.

 

“ 군무는 조화가 제일 중요한데 혼자 튀어버리면 안되잖아. 그건 주인공이나 솔리스트 몫이야. ”

“ 왕자님이라서 그런 거야? ”

“ 비슷해. ”

 

나중에 미샤와 아르바트 거리를 걸을 때 깨달았다. 아빠 말이 맞다는 걸. 미샤는 어디서나 튀었다.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인파에 뒤섞여 있어도 금방 미샤가 어디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미샤는 날 뒤에 앉히고는 안전벨트를 꼭 매라고 했다. 그리고는 조금만 가면 되니까 차가 흔들려도 참아달라고 했다. 그래놓고 정작 자기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내가 지적하자 잊어버렸다고 둘러댔다.

 

블린 가게는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었다. 미샤는 근처에 차를 대고는 내가 내리는 걸 도와주면서 멀미 안 했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 운전 실력이 엉망이란 걸 알기는 아는 모양이었다.

 

가게는 살짝 어두웠고 좁은 편이었지만 이미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거의가 대학생 언니오빠들이었다. 자리가 없어서 줄을 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샤가 구석 창가 쪽에 딱 하나 남아 있는 테이블을 발견해서 날 데리고 들어갔다.

 

블린은 무척 맛있었다. 난 연유와 꿀 얹은 걸 각각 한 장씩 먹고 아주 달콤한 크랜베리 주스를 마셨다. 미샤는 스메타나와 연어 알 올린 블린을 한 장 주문해서 내게 반을 잘라 주고 채친 닭가슴살과 양배추, 토마토가 섞인 샐러드를 먹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아무 것도 타지 않은 차를 마셨다.

 

“ 왜 그런 걸 먹어? 아침도 안 먹었다면서? ”

“ 어제 저녁에 이그나트가 자기 생일이라고 아이스크림이랑 케익을 잔뜩 먹여서. ”

“ 저녁에 먹은 건데 무슨 상관이야? ”

“ 단 걸 많이 먹었으니까 균형을 맞추는 거야. ”

“ 난 발레리나 못 될 것 같아. ”

“ 왜? ”

“ 너무 조금 먹어야 되고, 맛있는 건 하나도 못 먹고... ”

“ 아니야. 그건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야. 무용수들 많이 먹어. 조금 먹으면 힘이 안 나서 춤 못 춰. 초콜릿도 가끔 먹어. ”

“ 미셴카는 초콜릿 안 좋아하잖아. ”

“ 나도 연습하다 힘들면 먹어. 당분 때문에 빨리 기운이 회복되거든. ”

 

초콜릿은 맛있어서 먹는 건데 밥 먹으러 갈 시간도 없이 빨리 힘을 내려고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우울했고 미샤가 좀 불쌍했다. 그리고 엄마가 발레학교에 가지 말라고 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제 아픈 거 다 나았어? ”

“ 응. 그때 보르쉬 먹고 다 나았어. ”

 

내가 가져다 준 보르쉬 덕에 나았다니 무척 뿌듯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지 못한 게 새삼 아쉬워서 다음 주에는 무대에 안 올라오느냐고 물었다.

 

“ 아니, 다음 주엔 없어. 베를린에 가. ”

“ 놀러? ”

“ 공연 때문에. ”

“ 누구랑? 마리야 언니 무릎 다쳤다면서. ”

“ 아무도 안 가. 나 혼자. ”

“ 혼자 가서 어떻게 춰? ”

“ 그쪽 극장 사람들이랑 추는 거야. ”

“ 좋겠다, 미셴카는. 뉴욕도 가고 베를린도 가고. 파리랑 런던도 가봤잖아. 다른 데들도... ”

“ 라라가 크면 더 많이 갈 수 있을 거야. ”

“ 어떻게? 난 발레도 안 하는데. 외국에 어떻게 가? ”

“ 그때가 되면 외국에 가기 쉬워질 거야. ”

“ 나쟈네 언니가 그러는데 서기장님이 외국 가는 거 계속 막을 거랬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도장 안 찍어준대. 나가려면 당원이 돼야 한댔어. ”

“ 난 당원이 아닌걸. ”

“ 그래도 미셴카는 국회의원들하고 친하잖아. ”

“ 안 친해. ”

 

처음으로 미샤가 내 앞에서 화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화난 얼굴이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미샤는 곧 사과했다.

 

“ 미안해. 너한테 화내면 안 되는데. ”

“ 왜 국회의원들을 안 좋아해? ”

“ 난 중요한 사람들은 안 좋아해. ”

 

그 말은 어쩐지 이해가 됐다. 나도 중요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내 몫의 블린을 다 먹은 후 미샤가 준 반쪽도 다 먹었다. 배는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었다. 그래서 손님이 그렇게 많은 모양이었다. 모스크바에 온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집을 알아냈느냐고 묻자 미샤가 웃었다.

 

“ 작년에 모스크바 대학 교수가 데려와 줘서 알았어. ”

“ 어떻게 교수님을 알아? ”

“ 아, 지나 남편이야. 그땐 결혼하기 전이었지만. 지금은 레닌그라드 대학에 있어. 5월에 세미나 때문에 온다고 했는데 그때도 여기서 보자고 하더라. 마르크는 블린 진짜 좋아하거든. ”

“ 어떻게 계속 친하게 지내? 지나 언니랑 결혼한 남자가 밉지 않아? ”

“ 왜 미워야 돼? ”

“ 나 같으면 미울 텐데... 그 아저씨가 지나를 뺏아 갔잖아. ”

“ 뺏다니. 내가 지나한테 마르크 소개시켜줬는걸. ”

“ 난 오빠가 지나 언니랑 결혼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

“ 그랬구나. 아닌데. 지나랑은 좋은 친구였어, 지금도 그렇고. ”

 

어쩐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나 말고 혹시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가슴이 뛰어서 도저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 몇 명이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미샤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난 그냥 주스를 마시면서 미샤가 사인을 해주는 걸 구경했다. 그러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른 테이블에 있던 언니오빠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백조의 호수를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수요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언니도 있었다. 어떤 오빠는 미샤가 이런 학생들 카페에 와서 점심을 먹을 줄 몰랐다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미샤는 별로 귀찮아하지도 않고 사인을 해 주었다. 몇 명이 사진 찍자고 했을 때도 친절하게 응해 주었다. 촬영이 끝났을 때 로미오와 줄리엣 봤다는 언니가 열렬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 볼쇼이에 계속 있을 거죠? 모스크바 떠나지 마세요. 약속해 주세요. ”

 

난 미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해 주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어쩌면 그 언니보다도 더. 하지만 미샤는 그냥 웃었고 그 언니가 내민 손수건 위에도 마저 사인을 해 주었다. 가게를 나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더 왔고 그 질문도 몇 번이나 더 나왔지만 미샤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   *   *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잠시 모스크바 강가를 산책했다. 미샤는 재킷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자꾸 사람들이 알아보고 다가와서 그런 것 같았다. 난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미샤가 더 좋았지만 그래도 산책을 방해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날씨는 많이 따뜻해져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라일락이 필 거란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미샤는 나와 보폭을 맞춰서 천천히 걸었다. 그럴 땐 꼭 우리 아빠 같았다. 하지만 미샤는 우리 아빠보다 키도 크고 다리도 더 기니까 내 걸음에 맞춰주려면 더 천천히 걸어야 했다. 바람이 불어와 미샤의 검은 머리와 스카프가 부드럽게 펄럭거렸다. 스카프가 흰색이라 꼭 백조 날개처럼 보였다.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면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갈 것 같았다. 처음으로 난 미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대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미샤를 올려다보며 잔디밭을 걷다가 돌멩이에 걸려 삐끗할 뻔 했다. 다행히 미샤의 팔을 잡고 꼭 매달려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 라루샤, 괜찮아? ”

“ 응. 돌멩이가 있었어. ”

 

난 미샤의 손목을 꼭 쥐고 있다가 소매 사이로 두툼하게 도드라진 붕대의 감촉을 느끼고 아플까봐 얼른 손을 놨다. 조금 긁혔다면서 왜 아직도 붕대를 풀지 않았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미샤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라라, 가방에 든 건 뭐야? 아까부터 계속 메고 있네. ”

“ 아, 맞다! ”

 

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보석 달걀을 떠올리곤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상자를 꺼냈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엄마가 한 얘기를 전해 주었다. 상자를 돌려주면서 덧붙였다.

 

“ 엄마가 그러는데 여기 박힌 거 전부 진짜 보석이래. 미셴카가 몰라서 그랬을 거라고. 잘 간수해야 할 거래. 금고에 넣어놔야 한대. ”

 

미샤는 내게서 상자를 받았고 뚜껑을 열어 보석 달걀을 꺼냈다. 아주 잠깐 햇빛에 비춰보더니 망설이지도 않고 강물에 던져 버렸다. 달걀은 원반처럼 빙그르르 돌더니 바람을 타고 휙 날아갔다. 반짝반짝 빛나면서 수면 위를 날다가 물거품을 일으키며 가라앉았다. 난 강물에 뛰어들어서 계란을 건져 오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멀리 날아가서 헤엄쳐 갈 수도 없었고 잠수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미샤는 상자를 잔디밭 위에 내려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걷기 시작했다.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여전히 나와 걸음을 맞춰주고 있었다. 마침내 난 햇살이 자잘하게 부서지는 강물을 보면서 물었다.

 

“ 그래서 그런 거야? ”

“ 뭐가? ”

“ 밤에 보석처럼 보이는 거, 강물. 바닥에 진짜 보석이 가라앉아 있어서 그런 거야? 방금 그런 것처럼? 그래서 밤에 빛을 내는 거야? ”

“ 그럴지도. ”

“ 그럼 레닌그라드는? 백야는? 강이 전부 보석인 거야? ”

 

미샤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손을 잡고 계속 강가를 따라 걷기만 했다. 난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원래 왕자님들은 그런 법이니까. 정말 궁금한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야 멋있어 보이니까 그런가보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중에 아빠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빠는 언제나 대답을 해주니까. 미샤의 말대로, 아빠 말은 언제나 맞으니까.

 

 

 

 

- FIN -

2014.4.20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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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활절 단편이 끝난다.

 

파베르제 달걀들 이미지 몇 장.. 지금도 러시아 가면 파베르제 이름 달고 나오는 아름다운 달걀들이 많지만 옛날에 만든 오리지널들은 정말 박물관이나 부호, 수집가의 손에...

 

나스챠는 라라에게 '이거 진짜 옛날 파베르제야..'라고 하는데 진짜 오리지널인지, 후손들이 만든 값비싼 세공품인지는 이제 강에 가라앉아서 아마 끝까지 모를테지만 어쨌든 박혀 있는 것들이 전부 진짜 보석이니 귀중품인 건 맞다. 단편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 보석 달걀을 미샤에게 준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가학적 권력자이긴 해도 심미안은 뛰어난 사람이니 아마 그 달걀은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

 

아래 이미지의 파베르제 달걀들 중에는 오리지널도 몇 점 있다.

 

 

 

 

 

 

 

 

 

그리고 보석 달걀보다 라라가 더 좋아하는 맛있는 블린 이미지도 하나.. 올리고 보니 미샤가 주문했던 연어알과 스메타나 얹은 블린이네 :) 어쨌든 부활절 단편이므로 달걀과 블린으로 끝난다.

 

 

 

:
Posted by liontamer
2014. 4. 8. 20:36

아껴뒀던 블린 russia2014. 4. 8. 20:36






체크아웃하고 운하 따라 걸어서 에르미타주 다녀왔다. 옛날엔 에르미타주가 좋았는데 나이들수록 러시아 박물관 쪽이 더 좋다. 아쉽게도 러시아 박물관은 화요일이 휴일. 안 그랬으면 오늘 한번 더 갔을텐데.

늦은 점심 먹으러 쩨레목에 옴. 원래 뻬쩨르 오면 제일 먼저 먹으러 가는 곳인데 이번엔 막날까지 아꼈다가 옴.

항상 먹는 알료샤 뽀뽀비치(닭가슴살), 이메일(버섯). 역시 맛있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Posted by liontamer
2008. 3. 10. 10:20

마슬레니짜, 쿠스토디예프 arts2008. 3. 10. 10: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쿠스토디예프, '마슬레니짜'


오늘 아침 뉴스 해외소식에 모스크바의 마슬레니짜 광경이 나오더군요
마슬레니짜는 러시아의 춘분축제입니다. 오랜 겨울이 지나고 태양과 봄이 돌아온 것을 기념해 열리는 축제예요
이때는 태양을 닮은 둥그런 부침개인 블린을 구워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시면 흥겨운 마슬레니짜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고요

안그래도 요즘 블린이 먹고팠는데..

쿠스토디예프의 마슬레니짜입니다.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전 이 화가가 정말 좋아요.

마슬레니차 라고 써야 올바른 외국어 표기법이지만..
마슬레니짜라는 발음이 입에 익어서 '차'라고 쓰려니 정말 이상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쿠스토디예프의 또다른 마슬레니짜 그림이에요


블린 이야기는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4

http://tveye.tistory.com/164


쿠스토디예프의 다른 그림들은 아래를 클릭

http://tveye.tistory.com/119

http://tveye.tistory.com/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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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