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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뻬쩨르부르그'에 해당되는 글 896

  1. 2015.01.13 가반스카야 거리 4
  2. 2015.01.09 페테르부르크, 빛나는 운하와 사원 쿠폴, 창문들
  3. 2015.01.07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한 네바 강 2
  4. 2015.01.04 부활절 단편) Jewels 01, 한밤중 반으로 갈라지는 페테르부르크 교각 사진 두어 장 2
  5. 2015.01.03 오래 전 글 : Illuminated Wall + 카잔 성당 분수와 궁전광장 사진들 2
  6. 2014.12.30 백야의 석양에 잠긴 네바 강, 청동기마상, 궁전교각 8
  7. 2014.12.29 장미, 백야 6
  8. 2014.12.18 햇살 찬란한 여름 정원(레트니 사드) 8
  9. 2014.12.07 4월 초의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10. 2014.12.04 카잔 성당 돔과 십자가 2
  11. 2014.12.03 여름날 백야, 비 온 후 이삭 광장
  12. 2014.11.25 마린스키,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 2
  13. 2014.11.24 힘든 월요일, 누워 자고 싶다 =.= 2
  14. 2014.11.19 풀코보 공항에서 먹었던 해물 누들 8
  15. 2014.11.18 알료나, 까쨔, 자전거 6
  16. 2014.11.17 유람선 보며 손 흔들기 6
  17. 2014.11.13 이삭 성당의 천사 2
  18. 2014.11.11 노란 창문의 마카롱 3
  19. 2014.11.10 그걸 본 게 아니라고!! 억울하다! 2
  20. 2014.11.04 마린스키 극장(구관)의 오래된 카페에서 2
  21. 2014.11.03 백야의 어스름에 잠긴 이삭 성당 4
  22. 2014.11.01 한여름, 미하일로프스키 공원에서, 아이스크림 콘 먹으며 2
  23. 2014.10.30 궁전 다리 아래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 2
  24. 2014.10.29 네프스키 수도원에서 구운 빵 6
  25. 2014.10.28 다리 위의 낙서 - 아냐♡쇼마, 블라드♡옥사나
2015. 1. 13. 21:19

가반스카야 거리 russia2015. 1. 13. 21:19

 

 

몇년 전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잠깐 기숙사에 머무르며 몇 달 공부했던 때는 쉡첸코 거리에 살았다. 가반스카야 거리는 그곳과 연결된 이웃 거리이다. 자주 지나다녔었다,.

 

작년 여름에 갔을 때 떠나기 전날 쉡첸코와 가반스카야 거리, 말르이 대로 쪽을 산책했다. 뭐 딱히 향수가 짙어서라기보다는... 전에 쓴 글의 배경 중 하나가 이쪽이라서. 내 기억이 정확한지 확인하러 갔었다. 트롤리버스 타고 와서 이 가반스카야 거리에서 내린 후 쭈욱 걸었다. (http://tveye.tistory.com/3108)

 

내가 보통 올렸던 페테르부르크 사진들은 거의가 네프스키 대로나 네바 강, 마린스키 등등 관광지나 랜드마크, 문화예술 관련 동네들이었다. 뭐 가끔은 보통 골목이나 거리 사진도 올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런쪽 사진들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가반스카야 울리짜(거리) 사진 그냥 몇 장. 주거지 쪽 거리는 이렇게 생겼다.

 

 

 

 

 

 

 

 

:
Posted by liontamer

 

 

2013년 9월,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

햇살이 너무나 찬란해서 운하와 거리와 건물 모두 탈색된 것처럼 보였다. 이 도시는 언제 어느 순간이든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그저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뭐 죽어라고 미워했던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의 황금 쿠폴.

하늘이 정말 저렇게 새파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창문들 :)

 

 

 

마지막은 머물렀던 호텔 창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 창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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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2015. 1. 7. 15:41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한 네바 강 russia2015. 1. 7. 15:41

 

 

요즘 writing 폴더에 올리고 있는 예전 단편과 관련해.. 4장에서 미샤가 라라에게 모스크바 강과 네바 강, 보석처럼 빛나는 강물과 백야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는데(4장 : http://tveye.tistory.com/3394) 그 부분 쓸 때 이렇게 네바 강변을 산책하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7월. 여름. 찬란한 네바 강.

 

길게 뻗어 있는 건물은 바로 에르미타주.

 

 

 

 

 

 

 

 

마지막 사진은 자정 즈음.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은 쿤스트카메라.

 

** 그 단편 링크는 여기.. 마지막 5장은 오늘 저녁 올릴 예정

1장 : http://tveye.tistory.com/3390
2장 : http://tveye.tistory.com/3391
3장 : http://tveye.tistory.com/3393 
4장 : http://tveye.tistory.com/3394

 

:
Posted by liontamer

 

이 단편은 작년 4월에서 5월 초에 쓴 것으로 일종의 부활절 기념 픽션이었다. 구조적으로는 내가 몇 년 동안 손대고 있는 레닌그라드 우주의 주인공인 미샤의 연대기에 속해 있다. 원래 쓰려던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머리도 정리하고 싶었고 마침 부활절 시즌이었기 때문에 좀 가벼운 느낌으로 쓴 소품이다. 화자도 열 살짜리 소녀이고 1인칭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배경은 1977년 4월, 소련 모스크바이다. 내 주인공 미샤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전개되고 지금 쓰는 글은 가상의 지방 소도시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쓴 글은 이 단편이 유일하다. 이 시리즈에서 미샤는 레닌그라드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키로프 극장에 들어가 스타가 되고 또 안무가로도 활동하게 되는데,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던 도중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게 1977년이다. 그가 볼쇼이로 옮겨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재작년 초에 완성한 장편에서 다룬 적이 있다(미샤의 친구인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등장하는 그 장편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다. 미샤를 제외한 주요 인물로는 화자인 라라, 그리고 라라의 아빠이자 볼쇼이 극장 안무가이며 미샤의 절친한 친구인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있다. 라라는 가끔 라루샤, 라루츠카 등의 애칭으로 불린다. 미샤는 일린을 스탄카라고 부른다. 미셴카 역시 미샤의 애칭이다. (러시아 이름은 이게 복잡.. ㅠㅠ)

 

그 외에 라라의 여동생인 일곱살짜리 아냐, 라라의 엄마이자 일린의 전처인 나스챠, 그리고 일린의 극장 동료들이 등장한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에벨리나 크리셴스카야 역시 볼쇼이 무용수이다.

 

일린과 라라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한번 발췌한 적이 있다. 수용소에 수감된 미샤를 면회하러 간 일린의 이야기였는데 그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221

 

단편 제목은 발란신의 모던 발레인 Jewels 에서 따왔다. 그냥 '보석'이라고 할까 했는데 복수형의 s를 번역하기도 그렇고 리듬감도 참 껄끄럽다. 그래서 그냥 영어로 붙여놨다. 사실은 노어인 'Драгоценности'라고 붙이고 싶었지만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제목..^^;

 

단편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여기에도 5토막으로 끊어서 올려본다. 오늘은 이야기가 좀 이어지는 1~2를 먼저 올려본다. 1~2에는 발레 작품 얘기도 좀 나온다.

 

어쨌든 열 살짜리 여자애의 시점으로 글을 전개하는 건 오랜만이라 재미있었다. 특히 짝사랑에 빠진 어린 여자애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 이 글을 무단으로 전재, 배포, 복제, 인용하거나 퍼가지 말아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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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wels

пасхальный рассказ

 

 

 

 

 

- 1 -

  

 

 

 

모스크바 강을 따라 걸으며 보석을 찾아내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아는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밤이 좋지만 미샤는 낮도 상관없다고 했다. 아니, 낮이 더 좋다고 했다. 물론 그건 레닌그라드 얘기다. 그 동네는 이곳보다 훨씬 춥고 음습하지만 대신 소위 백야라는 게 있고 여름날 한낮의 빛살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밝고 투명하니까 미샤의 말이 맞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엄마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미샤를 싫어했고 레닌그라드 출신이라 쓸데없이 자존심이 센데다 콤소몰에도 안 나가는 문제 있는 성격이라고 헐뜯곤 했지만 사실 우리 엄마는 아빠와 친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미워했으므로 그리 신빙성은 없었다.

 

엄마의 의견이란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빠도 좋아했고 아빠가 일하는 근사하고 화려한 극장도, 그리고 아빠의 친구들도 모두 좋아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샤를 제일 좋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샤에게는 완전히 반해 있었지만 물론 엄마 아빠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내게 바보 같다고 했다. 엄마야 미샤를 워낙 싫어하니 그렇다 치지만 아빠는 매일같이 극장에서 미샤와 함께 일하는데다 집에서 같이 지내는 경우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아빠는 항상 내 편이니까 솔직하게 얘길 해야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걔들은 뭘 모른다. 아빠에게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법이다. 우리 아빠가 날 얼마나 사랑하고 예뻐하는데, 정작 귀여운 딸이 벌써부터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푹 빠져 있다는 걸 알면 상처받을 게 뻔하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겨우 열 살짜리 소녀라 해도 첫사랑은 첫사랑이다. 친구들에게는 얘기할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인 것이다.

 

그건 1977년 봄이었다. 내게는 최고의 해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든다. 1월에 미샤가 볼쇼이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맨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난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 했고 잠시 후에는 걱정이 되어 아빠를 붙잡고 늘어졌다.

 

“ 근데 거기서 어떻게 와? 공연 있을 때마다 비행기 타야 하는 거야? 기차로는 열 시간이나 걸리잖아. 작년에도 비행기 타러 간다고 빨리 가버려서 인사도 못 했는데. ”

“ 작년처럼 게스트로 공연 오는 게 아니라 아예 볼쇼이로 옮겨오는 거야. 적어도 일 년은 여기서 살 거야. ”

 

아빠는 미샤가 모스크바로 이사 올 거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내가 미샤를 만날 때마다 귀가 닳도록 모스크바 자랑을 한 게 드디어 효과를 본 것 같았다. 미샤는 내게 트레치야코프 미술관과 아르바트 거리는 좋지만 그래도 레닌그라드를 떠날 생각은 없다고 했었다. 오히려 나한테 아빠랑 같이 레닌그라드로 이사 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날 데리고 다니며 레닌그라드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주었다. 운하를 누비는 작은 보트도 태워 주었고 분수가 나오는 궁전에도 데려갔다. 분수 궁전은 정말 끝내줬다. 게다가 사자 분수 앞에서 미샤가 사준 아이스크림은 더 끝내줬다.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지만 마침 소나기가 쏟아진 덕에 꿋꿋하게 계속 우길 수 있었다.

 

“ 그래도 모스크바가 더 좋아. 훨씬 크고 날씨도 더 좋아. 여기는 비가 너무 자주 와. 어제도 보트 타다 비 맞고. ”

“ 6월 되면 여기 날씨가 더 좋을 거야. 백야도 있는데. ”

“ 그러면 미셴카가 모스크바에 살면서 백야에만 여기 와 있으면 되잖아. ”

“ 그럼 공연 있을 때마다 열 시간씩 기차 타고 와야 하잖아. 연습은 어떻게 하고. ”

“ 키로프가 모스크바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다 해결될 텐데. ”

“ 라루츠카, 레닌그라드는 싫어? ”

“ 별로야. ”

“ 날씨가 안 좋아서? ”

“ 모스크바는 빌딩도 더 크고 가게도 더 많고 나무도 훨씬 많아. ”

“ 여긴 천사도 많고 분수도 많은데, 운하도 있고 에르미타주도 있고. ”

“ 우리도 있어, 트레치야코프랑 푸시킨 미술관. ”

“ 여긴 새벽이면 다리도 반으로 갈라지는걸. 불빛이 반짝반짝하고 그 아래로 큰 배도 지나가. 곧장 바다로 나가고. ”

 

지금 같았으면 지형적 차이로 생겨난 조건을 내세우는 건 불공평하다고 항의했겠지만 그땐 어렸고 다리가 갈라지는 건 정말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난 곧 납득해버렸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후 다리가 갈라지고 배가 바다로 나가는 레닌그라드로 이사 가자고 졸라대서 엄마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났다. 엄마는 어린애한테 공연히 바람을 넣었다고 미샤와 아빠를 싸잡아서 욕했다. 그때는 정말 짐을 싸서 아빠에게 가버릴까 했는데 전화를 했더니 아빠가 6월이면 모스크바로 돌아올 거라고 달래서 그만두었다.

 

아빠가 모스크바로 돌아와서 행복했다. 물론 엄마도 사랑하고 새아빠도 나름대로 자상하게 잘 대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난 어릴 때부터 항상 아빠가 제일 좋았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을 때 난 다섯 살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잘못됐다는 건 이해했다. 그리고 여덟 살쯤 됐을 때는 그때 아무도 내게 누구와 살고 싶으냐고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가 났다. 아냐는 나보다 세 살이나 어렸으므로 그렇다 치고, 적어도 내게 물었다면 난 아빠를 골랐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항상 엄격했고 규칙을 강조했으며 거의 매일같이 야단을 쳤지만 아빠는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눈을 보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엄마와는 달리 날 극장에 데리고 갔다. 엄마도 한때는 발레리나였고 지금은 공연 잡지사에서 비서로 일했지만 웬만해서는 나나 아냐를 극장에 가지 못하게 했다. 그것 때문에 아빠와도 가끔 다퉜다. 우리가 너무 어려서 교육에 좋지 않다는 거였다.

 

심지어 엄마는 발레 공연을 보는 것도 탐탁찮게 생각했다. 아빠는 아냐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컸으니 괜찮다고 했다. 결국 아빠는 엄마와 타협을 했다. 발레 공연의 경우 반드시 아빠나 마르가리타 아줌마가 데리고 갈 것. 연습실에는 절대 데려가지 말 것. 엄마는 그것도 모자라 내가 갈 수 있는 공연 리스트를 만들어서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맨 처음엔 호두까기 인형, 코펠리아, 잠자는 미녀 세 개 뿐이었다. 난 울면서 어떻게 백조의 호수도 없고 지젤도 없느냐고 난리를 쳤고 아빠는 며칠 동안 엄마를 설득한 끝에 백조의 호수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난 백조의 호수가 되면 해적과 지젤도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엄마는 그걸 보기엔 내가 너무 어리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내가 해적과 지젤을 본 건 아빠를 보러 처음 레닌그라드에 갔던 아홉 살 때였다. 그때 아빠는 키로프 극장의 초청을 받아 레닌그라드에서 신작을 안무하고 있었다. 사실 그 공연들을 보여준 건 아빠가 아니라 미샤였다. 내가 겨우 다섯 개 뿐인 리스트를 들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미샤는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엄마가 그걸 못 보게 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 지젤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배신해서 그래.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

“ 주인공이 악당이란 말이야? ”

“ 음, 꼭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이었던 거지. ”

“ 그럼 왕자님이 아닌 거네. ”

“ 왕자는 아니지만 백작이야. 비슷한 거야. ”

“ 어떻게 왕자님이 그렇게 나쁜 짓을 할 수가 있어? ”

“ 왕자라고 다 착하고 멋있는 건 아니니까. ”

“ 안 그래. 왕자님은 착하고 멋있어야 해. ”

 

미샤는 웃더니 공연을 보면 이해가 될 거라고 했다. 지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뛸 듯이 기뻐진 나는 해적에 대해서도 물었다.

 

“ 그럼 해적은 주인공들이 다 도둑놈들이라 엄마가 못 보게 하는 거야? ”

“ 아니. 그건 아닐 걸. ”

“ 그럼 엄마는 왜 그러는 거야? ”

“ 남자 주인공 중 하나가 옷을 벗고 나와서 그럴 거야. ”

“ 발가벗고? ”

“ 아니, 바지만 입고 나와서. ”

“ 그럼 수영장이랑 똑같은 거잖아. 근데 왜 수영장은 가도 되는데 극장은 안 되는 거야? ”

“ 글쎄. 그 두 개가 다르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

“ 오빠도 그런 사람이야? ”

“ 모르겠네. 난 믿는 사람이 아니고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 ”

 

나는 미샤의 옆에 앉아서 지젤을 봤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휴식 시간 내내 울었다. 미샤는 날 달래주는 대신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

 

“ 2막 보기 싫어? ”

“ 그 나쁜 남자 벌 받아? ”

“ 벌 받았으면 좋겠어? ”

“ 응. ”

“ 그래도 지젤이 구해주고 싶어 하면? ”

“ 왜 구해주고 싶어야 돼? 그 악당 때문에 죽었는데. ”

“ 지젤은 아직도 그 남자를 사랑하니까. 알브레히트는 악당이 아니고 주인공이야. 왕자 같은 거라니까. ”

“ 아니야, 왕자님은 그렇게 못되게 굴지 않아. 악당이야. ”

 

나는 두 번째 벨이 울릴 때까지도 버티다가 너무 궁금해서 결국 2막을 보러 들어갔다. 2막은 예쁘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그 못된 남자 주인공이 결국 벌도 안 받고 지젤 덕에 목숨을 구하는 게 이해가 안됐다. 나오면서 솔직하게 감상을 얘기하자 미샤는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 다음에 한 번 더 보면 느낌이 달라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또 봐. ”

“ 달라질 리가 없어.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

“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야. 누가 어떻게 추느냐에 따라서도 항상 달라. 같은 사람이 춰도 달라질 수 있어. ”

 

이틀 후 미샤는 내게 해적 공연 표를 주었다. 날 데려간 건 미샤가 아니라 지나였다. 미샤는 그 무대에서 춤을 추기로 되어 있었다. 지나가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내가 궁금한 건 단 두 가지 뿐이었다. 누가 옷을 벗고 나오는가. 수영장과 무대는 다른가 같은가. 하지만 어쩐지 쑥스러워서 묻지는 못했다. 지나는 친절했지만 미샤처럼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질투도 좀 났다. 사람들이 다들 지나와 미샤가 사귄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나는 엄청나게 예뻤다. 그리고 미샤와 같은 집에서 살았다. 우리 아빠도 작품 준비 때문에 바빠지자 그 집에 들어가 살고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게 분명했다. 그 해 겨울에 지나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뻤지만 미샤가 많이 슬퍼할 것 같아서 티는 내지 않았다. 속으로는 지나가 나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거의 지젤의 남자 주인공만큼. 내가 지나였다면 절대 미샤와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남자를 두고 나이도 많고 얼굴도 못생긴데다 지루하게도 무슨 교수 노릇을 하는 아저씨와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

 

해적은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봤지만 지금도 난 그 발레의 내용을 정확히 모른다. 내 기억 속에 있는 거라곤 오로지 미샤가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랗고 예쁜 아라비아 스타일 바지를 펄럭이며 날아오르고 또 날아오르는 모습뿐이기 때문이다. 그 역을 출 때 미샤는 정말로 상의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난 수영장과 무대가 왜 다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미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다. 어쩐지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볼쇼이에서 미샤가 처음으로 해적 무대에 올라왔을 때 난 아빠를 졸라서 엄마 몰래 2층 발코니에서 그 공연을 보았다. 2막에서 미샤가 그 파란 옷을 입고 춤추기 시작했을 때 객석 군데군데가 시끌시끌해졌고 귀가 멀 정도로 큰 갈채와 브라보가 이어지는 동안 여자 몇 명이 홀 밖으로 실려 나갔다. 그런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아빠는 고개를 저으며 내게 말했다.

 

“ 엄마 말이 맞았어, 이건 안 되겠는데. 열 살짜리에겐 별로 안 좋아. ”

 

아빠는 내가 레닌그라드에서 이미 그 공연을 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모른 척 하며 정말 궁금한 걸 물었다.

 

“ 저 여자들은 왜 기절하는 거야? ”

“ 공연에 몰입하면 가끔 그럴 수도 있단다. ”

“ 난 알아. 미샤가 옷을 벗고 춤을 춰서 그래. ”

 

웬만하면 내 말을 모두 받아주는 아빠조차 그 때는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날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내게 코트를 입혀주면서 아주 심각하게 물었다.

 

“ 라라, 너 남자친구 생겼니? ”

“ 비챠랑 료바가 자꾸 쫓아다녀. 그치만 꼴도 보기 싫어. ”

“ 왜? 둘 다 착하던데. ”

“ 걔들은 유치해. 남자친구 같은 거 안 만들 거야. ”

“ 그럼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오빠라도 생겼어? ”

“ 없어, 그런 거! 난 아빠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

 

아빠는 웃었지만 뭔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돌이켜보면 아빠는 그때부터 내 뜨거운 짝사랑을 눈치 챈 것 같았지만 날 놀리거나 아는 척 티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 아빠라서가 아니라 정말 그랬다. 극장 동료들도 무용수들도 전부 다 그렇게 말했다. 마르가리타 아줌마는 아빠가 정말 상냥한 분이라면서 우리 엄마가 복에 겨워서 이혼한 거라고 투덜거렸다. 미샤는 남에 대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어느 날인가 샴페인을 두어 잔 마시고 취했을 때 아빠가 침대로 데려다 주자 불쑥 이런 말을 했다.

 

“ 난 스탄카가 아니었으면 여기 안 왔을 텐데. ”

“ 그 스탄카는 날 얘기하는 거야? ”

“ 그럼 다른 스탄카가 있나? ”

“ 내일도 술을 먹여봐야겠어. 그럼 또 감동적인 말을 해줄지 모르니까. ”

“ 그게 감동적인 말이야? 난 지금 비난하는 거라고. 모스크바 따위로 날 데려오다니. ”

 

그때 난 아빠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미샤를 설득해 모스크바로 데려온 아빠가 자랑스러웠다. 극장 감독님과 다른 높은 분들이 옛날부터 미샤를 볼쇼이로 데리고 오려고 무진 노력을 했지만 전부 허사였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르가리타 아줌마는 미샤가 다른 사람들 말은 안 들어도 우리 아빠 말은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아줌마가 좀 잘못 알고 있는 거였다. 미샤는 내 말도 아주 잘 들었다. 그리고 날 어린애로 취급하는 대신 친구처럼 대해줬다. 어리다고 무시한 적도 없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워한 적도 없었다. 어른들은 그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잘 모른다.

 

맨 처음 미샤를 만났을 때 그는 내 손등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 날 그는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 왕자를 췄고 극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 끝없이 반복되는 커튼 콜을 받았다. 공연 내내 난 넋을 놓고 무대를 보고 있었다. 아니, 지그프리드만 봤다. 아빠가 날 백스테이지로 데려가서 미샤를 소개시켜 주었을 때는 너무 멍해진데다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인사도 못했다. 미샤는 말 그대로 꽃에 파묻혀 있었다. 두 팔로 안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바닥에도 꽃다발이 잔뜩 놓여 있었다. 나를 보자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손등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는 제일 예쁘고 화려한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난 공주님이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해본 적도 없고 이제껏 발레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지만 그때 미샤는 정말로 왕자님 같았다. 반짝거리는 장식이 달린 하얀 의상도 그랬고 그림 속에서 나온 것처럼 근사한 외모도 그랬다. 무엇보다도 그 품위 있고 다정한 태도가 그랬다. 나중에 아빠는 내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이름도 얘기하지 못한 채 ‘진짜 왕자님이에요?’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재미있어 했다.

 

이후 난 미샤와 아주 친해졌지만 항상 마음속으로는 그 생각을 품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분장과 배역 없이도 미샤는 언제나 왕자님 같았다. 잉크처럼 검은 머리와 눈처럼 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놀랄 만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눈이 밤하늘처럼 새까맸다. 내 주위에는 그렇게 까맣고 예쁜 눈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볼쇼이에 몰려든 관객들은 미샤를 검은 눈의 야스민이라고 불렀다. 어떤 사람들은 천사라는 별명을 붙였다. 주변이나 잡지 등에서 그런 찬사를 들을 때마다 난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샤가 너무 인기가 많아지는 게 싫기도 했다. 또 지나 같은 여자친구가 생길까봐 걱정이었다. 어쨌든 난 미샤보다 열한 살이나 어렸기 때문이다.

 

언니가 있는 친구들은 내게 굳이 어른이 안 되더라도 열대여섯 살만 먹으면 남자들이 숙녀로 봐주는 것 같으니 몇 년만 잘 버티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럼 최소한 5년은 더 기다려야 했는데 그동안 그 많은 발레리나들과 예쁜 여자들이 미샤를 내버려둘 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 아빠도 스물두 살 때 엄마와 결혼했는데 그 땐 두 분 다 볼쇼이에서 춤추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게다가 내 외모도 별로 예쁘지 않았다. 잿빛에 가까운 갈색 곱슬머리에 아빠처럼 아주 밝은 회색 눈이었는데 아무리 잘 봐줘도 예쁘다기보다는 약간 귀여운 정도였고 키도 동급생들보다 훨씬 작았다. 아빠나 엄마 둘 다 별로 키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몰랐다. 미샤는 우리 아빠보다 키도 컸고 몸매도 늘씬해서 같이 걸으면 내 머리가 그의 가슴 아래에 닿을까 말까했다. 어느 날은 너무 불안해서 미샤에게 솔직하게 고민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 엄마랑 아빠 둘 다 작으면 나도 키가 작겠지? ”

“ 그럴 가능성이 있지. ”

“ 키 크는 수술이 있었으면 좋겠어. ”

“ 사춘기가 되면 지금보다 커질 거야.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

“ 그래도 다른 애들보다 작으면 무시당할 거야. ”

“ 나도 친구들보다 작았어. ”

“ 지금은 크잖아. ”

“ 아니야. 지금도 나보다 큰 동료들이 많아. 키로프는 더 그랬어. 난 180이 안 되거든. ”

 

그 말은 의외였다. 내게 미샤는 언제나 고개를 쳐들어야 눈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정말? 우리 엄마는 남자가 발레 무용수로 성공하려면 180센티가 넘어야 한댔어. 안 그러면 왕자나 기사 역을 안 준다고. 우리 아빠도 그래서 춤 그만 두고 안무하는 거랬어. ”

“ 스탄카가 안무를 하는 건 춤보다 그쪽에 더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야. ”

“ 엄마는 그렇게 말 안했는데. ”

“ 나스챠 말이 꼭 틀린 건 아냐. 위에서는 키 큰 애들한테 좋은 역을 주는 경우가 많거든. ”

“ 그럼 어떻게 그 역들을 다 얻었어? ”

“ 키 큰 애들보다 더 잘 춰서. ”

“ 노력하면 되는 거야? ”

“ 아주 많이. ”

 

지금은 그때 미샤가 진실을 전부 얘기해준 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 미샤가 아주 많이 노력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공연이 없어도 극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집에서도 연습했고 아빠의 아파트에 와 있을 때도 연습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아빠는 미샤가 타고난 무용수라고 했다. 그런 재능은 진짜 드물다고 했다. 무대 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100미터 너머에 있던 사람들까지 몰려올 거라고 했다. 난 그 말을 믿었다. 세상에는 타고난 무용수란 게 있을 것이다. 타고난 왕자님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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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파트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391

 

** 미샤가 라라에게 다리 갈라지는 것을 내세워 레닌그라드로 오라고 꼬드기는 것과 관련해..

 

새벽이면 다리가 이렇게 갈라진다 :) 근사한 퀄리티를 보시면 알겠지만 내가 찍은 사진 아님. 웹에서 전에 얻었다.

 

 

.. 미샤가 라라를 데려간 분수 궁전은 여름 궁전인 페테르고프이다. russia 폴더에서 페테르고프나 뻬쩨르고프로 검색하면 그곳 풍경들을 볼 수 있다.

 

 ** 발레 지젤과 해적에 대한 애기들은 dance 폴더에서 지젤, 해적으로 검색하면 전에 올린 동영상이나 사진들, 공연 리뷰들이 꽤 있다.

그리고 지젤의 알브레히트에 대한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7

 

** 지젤과 해적은 미샤가 데뷔해서 췄던 주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8

 

** 추가) 미샤가 라라를 데려갔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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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해가 되었다. 올해는 2012년 여름에 구상해서 작년에 시작한 글을 반드시 끝내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내가 이 글의 주인공을 제일 처음 떠올렸던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다. 90년대 후반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러시아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극장과 발레와 사람들, 예술가와 창작, 욕망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는 물론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자료도 부족했다. 이후 나는 극장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문화예술계에 속한 바닥에서 일하게 되었다. 매우 부족하지만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고, 또 사고의 지평도 넓어졌다.

 

내가 맨처음 이 사람을 떠올렸을 때 그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따로 있었고 배경도 90년대였다. 미샤는 그 글의 조역이었고 일종의 안티 히어로,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존재였는데 아마도 그건 그때 내가 아직 어렸고 다분히 낭만적인 환상과 우울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내가 생각했던 미샤는 훨씬 예리하고 어둡고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인물, 정치적이고 지배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지금 내가 되살려낸 미샤는 당시의 그와는 많이 다르다. 본질적인 몇 가지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변형되었다.

 

어쨌든 당시 내게 있어 '발레 소설'(그땐 그렇게 가제를 붙였다)은 좀더 경험이 쌓였을 때 쓸 수 있는 미래의 소설이었다. 그래서 난 다른 글들을 썼고 이후 직장에 들어가고 삶에 짓눌리면서 서서히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다만 중간중간에 그 다른 글들에 삽입되는 에피소드 몇개에 미샤를 등장시켰을 뿐이었다.

 

그리고 2012년 여름에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전에 구상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여러 인물들을 모두 놓아둔 채 이 사람을 되살려냈다. 아마도 그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그를 되살려내고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이제 나는 그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해 가을에 페테르부르크로 날아갔고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구상했던 장편은 작년 10월에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아래의 이야기는 오래 전에 썼던 글이다. 2002년. 미샤를 등장시켰던 세번째 단편이었다. 다른 글에 삽입되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독립적인 단편으로는 처음이었다. 이때 이미 미샤는 내가 맨 처음 생각했던 인물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그런데 이 당시 내가 이 글을 썼던 이유는 이 인물에 대한 갈망보다는 이미 다녀온지 오래되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다.

 

그때는 통역대학원을 휴학한 상태였고 백수로 놀고 있었다. 지금 직장에 입사하기 한 달 전이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미래는 불투명했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지조차 전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짧은 단편은 사실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 대한 나의 연서와 같았다.

 

단편의 제목은 앨런 긴스버그의 시 howl의 어느 구절에서 따왔다. 이 시는 어제 발췌했던 장편의 서두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된다.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백야의 레닌그라드(소련 시절 페테르부르크의 이름) 거리를 걷는 두 남자에 대한 얘기다. 둘은 키로프 극장(지금의 마린스키) 무용수이다. 화자는 두 남자 중 하나인 레오니드 핀스키이다. 애칭은 레냐.

 

이 단편은 이전에 내가 쓴 몇 편 안되는 미샤의 이야기들 중 가장 투명하고 부드러운 소설이었다. 왜냐하면 단편의 화자 자체가 선량하고 맑은 심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 순진한 화자의 필터링 속에서 미샤는 일종의 낭만적인 반항아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이 글을 쓸 때 나는 이미 미샤가 본질적으로는 좀 더 어둡고 뒤틀린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적 배경은 1975년 7월. 주인공인 미샤는 스무살이다. 키로프 극장 제1 솔리스트. 9월 시즌이 되면 수석무용수로 승급하게 될테지만 그건 이 단편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다. 지나이다는 미샤와 오랫동안 같이 무대에 올라간 파트너 발레리나. 다닐로프는 극장 행정감독, 아사예프는 예술감독이다. (이건 내가 소설 속 현실을 구축하기 위해 변형을 가한 것이다. 실제의 키로프 체계와는 다르다)

 

미샤의 본명은 미하일이다. 미샤는 애칭. 친한 사이인 레냐는 종종 미셴카라고도 부른다. (이건 더 친밀하게 부르는 애칭임)

 

십년도 더 전에 썼던 글이라 지금 다시 읽으면 조금 뒷목덜미가 따끔거리긴 하지만.. 어쨌든 올려본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의미에서.

 

글은 약 13페이지 분량이라 짧다. 끝나고 나면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 사진 몇 장.

 

** 이 글을 무단으로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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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minated wall

  

  

 

   

 

 

 

 

 

illuminating all the motionless world of Time between.. 

... Allen Ginsberg, Howl ...

     

 

1975년 7월, 레닌그라드

 

 

미샤와 마주친 곳은 카잔 성당의 분수 앞이었다.

 

이미 열 시를 훌쩍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7월 초의 레닌그라드는 백야의 도시였다. 주위는 여전히 부드러운 광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홀로 네프스키 거리를 걷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무대에서 내려와 동료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었지만 단원들의 반수 이상은 유럽으로 여름 투어를 떠나서 남아 있는 동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는 나도 투어에 끼어야 했지만 여름이 시작될 무렵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남게 되었다. 아쉬운 일이긴 했지만 레닌그라드의 여름보다 아름다운 여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딱딱하게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을 한손에 든 채 걸음을 옮기면서 가을 시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부상은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었고 디렉터인 아사예프는 ‘라 바야데르’의 안무를 새로 손보고 있었다. 리허설은 다음 주부터였는데 솔로르 역으로는 나와 미샤가 더블 캐스팅되어 있었다. 위에서는 미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지만 그 무렵 미샤 야스민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까다로운 배역인 솔로르의 심리를 탁월하게 해석하는 무용수였기 때문에 그도 도리가 없었다. 나와 미샤의 스타일은 무척 달랐기 때문에 아사예프는 새로운 버전에서 솔로르를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었다.

 

나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서 판탄카를 거쳐 알렉산드린스키 공원 앞을 지났다. 여왕의 거대한 동상이 위압적인 표정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낮이나 이런 백야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한겨울 저녁 발레학교 시절 공원으로 나왔다가 문득 이 동상을 올려다보면 그 푸르스름한 청동빛을 발산하는 자태에 오싹한 느낌이 들곤 했다.

 

다리가 조금 아팠기 때문에 나는 카잔 성당의 벤치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했다. 예카테리나 여왕과 마찬가지로 한밤중의 카잔 성당은 어딘지 악마적인 위압감을 느끼게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7월이었고 밤은 낮처럼 환했다.

 

분수가 하얀 물보라를 뿜고 있었다. 나는 분수 쪽으로 다가가다가 미샤를 발견했다. 그는 물방울이 튀어 반쯤 젖어 있는 벤치 귀퉁이에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이곳에서 미샤와 마주친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카잔 성당의 분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고 그는 자주 그 벤치에 와서 책을 읽곤 했다. 주로 도스토예프스키나 푸시킨, 혹은 레르몬토프였는데 가끔은 구하기 힘든 영어 소설들이기도 했다. 그는 금지된 원서들을 구할 수 있는 지하 루트들을 잘 알고 있었다. 종종 그는 내게 락 음악 잡지나 갱지에 인쇄된 비트 작가들의 시집을 빌려주곤 했다. 내킬 때면 그 자리에서 번역해 읽어주기도 했다.

 

그렇다, 이곳에서 미샤와 마주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단 한 가지 사실만 제외한다면.

 

나는 벤치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 안녕, 미셴카. ”

“ 레냐. ”

 

미샤는 고개를 들더니 내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방해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발레학교에서 바로 옆 침대를 썼으니까.

 

“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열 시에 출발한다고 그러지 않았어? 다닐로프가 극장 앞으로 오라고 했잖아. ”

“ 그건 다닐로프가 해결할 문제지. ”

 

미샤는 책장을 덮고 잠시 분수의 물줄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책표지를 힐끗 보았다. 안드레예프의 단편집이었다.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부분을 보지 않아도 그가 어느 곳을 읽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단편집에는 미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가 실려 있었다. ‘그는 다시는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라는 마지막 문장은 학창 시절의 미샤에게 있어서는 성서 구절과도 같았다. 졸업하기 일 년 전인가 우리는 연극학교 친구들의 발표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단편을 각색한 작품이 올라갔다. 미샤는 연출가였던 루벤의 청을 수락해 나레이션을 맡았는데 난 그가 그 까다로운 문장들을 푸시킨 시처럼 줄줄 외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설마, 미하일. 농담이겠지? 다닐로프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잘못하면 새 시즌에 못 나가! ”

 

그건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나와는 달리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은 미샤가 이번 유럽 투어에서 제외된 것은 일종의 징계 조치였다. 지난 해 겨울에 우리는 베를린에 투어를 갔는데 미샤는 한밤중에 호텔을 몰래 빠져나가 락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갔던 것이다. 다닐로프는 펄펄 뛰었고 당과 극장의 명예를 운운하며 여름 투어를 보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그는 사죄하며 근신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키로프의 지도부에게 있어 미샤 야스민은 골치 아픈 무용수였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여름이나 가을이면 무용수들은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 근교의 호화롭고 아름다운 별장으로 불려가곤 했다. 그런 별장의 소유주들은 (소유주라는 어휘에 어폐가 있다 해도 할 수 없다. 그들은 진짜 소유주들이었으니까. 그게 소비에트 시대의 진짜 러시아어라는 것이다) 거의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한 정치가들과 당의 권력자들이었다. 그들은 종종 별장에서 파티를 열었고 키로프나 볼쇼이 등 유명 극장의 무용수들을 불러서 춤을 추게 하거나 오페라 가수들을 데려와 아리아를 부르게 했다.

 

그 날 미샤는 다닐로프의 인솔 아래 파트너인 지나이다 세도바와 함께 페테르고프의 별장에 가게 되어 있었다. 역시 당의 권력자인 별장 주인은 대단한 발레 애호가였기 때문에 측근들을 불러 파티를 열기로 했던 것이다. 1군에 속한 무용수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어를 떠나버렸고 나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미샤가 빠져나갈 방법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 미샤가 보여준 무대들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애호가인 주인은 특별히 그와 세도바의 이름을 거명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 그 때 페테르고프로 가게 되어 있던 무용수들은 미샤와 지나이다 세도바, 그리고 올가 베론스카야와 세르게이 카로빈스키였던 것 같다. 비록 후자의 둘은 확신하기가 어렵지만.

 

그런데 지금, 페테르고프로 향하는 차에 타고 있어야 할 미샤 야스민이 내 곁에 앉아 분수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태평스럽게 책을 읽으면서.

 

“ 못 나가게 하라지. ”

“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미셴카! 널 주시하고 있는 게 다닐로프 뿐만이 아니란 걸 몰라? ”

“ 그래, 저기도 하나 있군. ”

 

미샤가 손을 들어 성당 쪽을 가리켰다. 나는 무심코 성당의 거대한 기둥 쪽을 보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사복을 입은 대머리 남자가 기둥 뒤에 서 있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키로프 극장 무용수 정도 되면 감시 요원들 얼굴 한둘은 알고 있기 마련이다. 비교적 말썽 없이 지냈던 나 역시 외국 투어를 나갈 때마다 길거리에서 그런 얼굴을 발견하곤 했다. 하지만 대낮처럼 환한 네프스키 거리에서, 단독 감시 요원이라니! 언제 미샤는 그렇게 요주의 인물이 된 것일까?

 

차가운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다. 미샤는 흔히 말하는 편안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아니었다. 아마 그는 누구와도 그런 식의 우정을 나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 함께 발레학교를 다녔고 극장에서도 좋은 동료로 지내고 있었다. 키로프에 들어가고 처음 일 년 동안은 함께 아파트를 쓰기도 했다. 그 후 극장 측에서는 공동 아파트에서 미샤를 끌어내 지나이다와 함께 2인 단독 아파트에 살게 해 주었다. 극장 측은 젊은 무용수들이 가정을 이루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내게 류다를 붙여 준 것처럼. 류다와 나는 학창 시절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곧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지만 미샤와 지나이다는 사적으로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다. 무대 위에서 그 둘이 보여준 듀엣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환상을 품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따금 나는 지나이다가 그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어쨌든 그는 나의 친구였다. 극히 짧은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 몇 명의 지인들과 먼 키예프 부근으로 추방당한 드라마 극장 배우가 스치고 지나갔다. 미샤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게 될까? 그에게는 자기 몸을 보존할 만큼 충분한 공포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나는 질책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것 같았다. 미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책을 옆에 끼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불쑥 물었다.

 

“ 다닐로프가 몇 시까지 기다려줄 것 같아? ”

 

나는 시계를 보았다. 열시 반이었다.

 

“ 최대한 30분? 극장에 전화를 해. 아니면 차라리 이쪽으로 차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 편이 낫겠어. ”

“ 30분이면 걸어가도 충분해. ”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성당 기둥 쪽을 바라보았다. 대머리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      *      *

 

 

우리는 별 말 없이 카잔 성당을 나와 거리를 따라 걸었다.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지나면서 미샤는 가판대에서 낡은 책을 한 권 샀다. 이번에는 푸시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였다.

 

채색 삽화가 들어가 있는 책장을 넘기면서 미샤가 입을 열었다.

 

“ 누굴 출래? ”

“ 뭐? ”

“ 이걸 안무한다면 누굴 추고 싶냐고. ”

 

나는 잠시 흥미진진한 그 서사시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려 보았다. 수염을 기른 마법사 체르노모르, 혼인 잔치 때 마법사에게 납치된 아름답고 활기찬 왕녀 류드밀라. 아내를 찾아 떠나는 정의의 용사 루슬란, 루슬란이 마주치게 되는 황야의 거대한 머리, 루슬란을 돕는 노인, 마녀 나이나. 그리고 류드밀라의 구애자들이자 루슬란의 적 세 명, 루슬란과 싸우다 패해 물에 빠져 죽는 검은 기사 로그다이와 비겁하게 기회를 노리는 파를라프, 그리고 순결한 아가씨에게 반해 평온한 호반의 어부로 변하는 라트미르... 모두가 한 번쯤은 무대에서 재현해 볼만한 역이었다.

 

“ 당연히 루슬란이지. 주인공이잖아. ”

“ 난 루슬란에게 주역을 주지 않을 건데? ”

“ 그럼 누구? 류드밀라를 출 생각은 아닐 테고. ”

“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지만 난 로그다이를 출 거야. ”

“ 잘 어울리는데 그래. 막판에 물의 요정에게 끌려가는 걸로 끝나겠군. ”

“ 내 발레에는 네 명 밖에 안 나와. 루슬란,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 그게 전부야. ”

“ 그리고 주인공은 로그다이고 말이지? ”

“ 그래. 주인공이 아니어도 루슬란을 춰주겠어? ”

 

내 머리 속에는 그 책의 중반부가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루슬란의 칼에 찔려 검은 강물로 떨어지는 로그다이, 깊은 물속으로부터 올라와 젊은 기사의 싸늘한 시체를 품에 안고 만족한 듯 웃으며 사라지는 물의 요정...

 

“ 그래, 물론이지. 네가 안무를 한다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

“ 조만간 할 거야. ”

“ 아사예프가 가만히 있을까? ”

“ 아마 극장 레퍼토리에 들어갈 수는 없을 거야. ”

 

생각에 잠긴 얼굴로 미샤가 말했다. 나는 그가 안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발레학교 시절에도 그는 종종 짧은 춤들을 고안하곤 했다. 극장에서도 역할의 해석을 놓고 아사예프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다반사였다.

 

미샤는 운하를 지나 방향을 틀었다. 계속해서 루슬란과 로그다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나는 문득 우리가 궁전 광장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 미셴카! 이쪽으로 가면 안 되잖아, 저쪽으로 돌았어야지! ”

“ 저쪽? 저쪽에 뭐가 있다고. ”

“ 농담이 아니잖아, 극장으로 가려면 반대편으로 갔어야 하잖아. 이쪽은 에르미타주라구! ”

 

물론 내 얘기는 헛된 설명에 지나지 않았다. 미샤는 나와 마찬가지로 레닌그라드 토박이였고 누구보다도 도시 골목골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 극장엔 안 가. ”

“ 다닐로프는? ”

“ 말했잖아. 그건 다닐로프의 문제야. ”

 

미샤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검은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부드러운 에메랄드 청록색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지나 궁전 광장으로 걸어가면서 미샤가 말했다.

 

“ 그 돼지 같은 놈들 앞에서 춤을 추라고? 뭐가 좋아서? ”

 

가슴이 답답하게 당겨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사복 차림의 대머리 남자를 찾았다. 눈에는 띄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이 미샤에게 그런 고집을 부리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그런 별장에 불려가 춤추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나름대로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무용수였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 얘기긴 했지만 발레리나들과 밤을 보내기 위해 무용수들을 부르는 역겨운 나리님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미샤는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다닐로프가 아니었다. 다닐로프나 아사예프 같은 지도부와 미샤의 마찰은 만성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미샤는 본능적으로 선을 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내 말은, 불같은 성격의 다닐로프조차도 미샤를 극장에서 쫓아낼 생각까지는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권력자들의 분노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가 아는 미샤는 타협하지 않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순간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궁전 광장으로 접어들었다. 꼭대기에 천사상이 조각된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가 엷은 핑크색을 띤 하늘에 반사되어 어렴풋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관광객들과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광장을 거닐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미샤를 설득해 보기로 했다.

 

“ 하루뿐이잖아. 네가 전에 그런 곳에 가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

“ 그래, 이제 그만둘 때가 됐어. 레냐, 그만둘 때가 됐다고. ”

 

미샤는 기념비를 둘러싼 울타리에 한 손을 대고서 여전히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 우린 아직도 20년을 기다려야 할 거야. 어쩌면 20년이 지나고도 아무 것도 오지 않을지도 몰라. 페테르고프 별장의 주인들은 단지 그 이름만 바뀔 뿐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뱃속으로 그곳에 머무르면서 우릴 부를 거야. 당이 뭐가 어떻다는 거야, 우리에겐 아무 상관없는 얘기야. 다닐로프더러 별장에 가서 춤을 추라고 해. 이런 밤에는 그 자들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

 

미샤는 엷은 핑크빛 띠가 드리워진 듯한 파르스름한 하늘을 가리켰다.

 

“ 흘러넘치는 빛이야, 레냐. 흘러넘치는 빛. ”

 

나는 그가 당에 대한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귀를 막고 아무 것도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에메랄드 청록색 에르미타주 궁전 기둥 너머로 대머리 남자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맙소사, 그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샤가 더 이상 과격한 말을 내뱉지 않기를 빌었다. 그들이 나를 호출한다면 지금 들은 모든 이야기는 그를 시베리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스크나 카프카즈 등지로 보내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심문 앞에서 침묵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공포에 질려 나는 미샤가 입을 다물어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때 그가 말했다.

 

“ 흘러넘치는 빛이야, 레냐. 흘러넘치는 빛. ”

 

나는 그가 들어 올린 손끝을 보았다. 한밤의 여름 하늘이 부드러운 붉은 보랏빛과 푸른빛 광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름의 레닌그라드 밤하늘이었다. 눈부신 빛으로 흘러넘치는 하늘.

 

미샤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두 권의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 손을 허리 뒤로 하고 한 손은 여전히 하늘을 향한 채, 기념비 원주 주위를 돌며 천천히 춤추기 시작했다.

 

광장을 거닐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샤는 고개를 가볍게 젖히고 두 팔로 원을 그리며 춤추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에 그의 검은 머리칼이 비단 스카프처럼 나부꼈고 딱딱한 돌바닥을 스치는 두 발은 흰 섬광 같았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그것이 무슨 작품에 나오는 춤인지 떠올리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춤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제 미샤는 그늘진 쪽으로 옮겨가 격렬한 스텝으로 도약하고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역광이 그의 젖혀진 목덜미와 가슴을 따라 기묘한 십자 모양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고 기념비 기둥 위의 천사상을 보았다. 한 손에 십자가를 든 천사상을.

 

로그다이.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속삭였다. 로그다이.

 

사방에 빛이 있었다. 미샤는 광채를 발산하며 춤추고 있었다. 궁전 광장은 흘러넘치는 빛들로 가득했고 미샤는 두 손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어루만지며 춤추는 것 같았다. 어둠의 장막을 두들기는 검은 기사처럼. 백야의 부드러운 빛으로 투명해진 어둠의 장막을.

 

나는 미샤가 보이지 않는 루슬란과 마지막 격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미샤가 홀로 춤추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눈앞에 있는 루슬란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었다. 홀린 눈으로 나는 보이지 않는 루슬란의 모든 동작과 스텝을 따라갔다. 마치 그 보이지 않는 기사의 춤이 내 온몸에 지도를 그리고 도장을 찍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로그다이의 최후가 왔다. 미샤는 가슴을 움켜쥐고 빙그르르 돌더니 뭔가에 거세게 떠밀린 듯 앞으로 넘어져 무릎을 꿇었다. 천사상의 손에 들린 십자가가 황금빛을 내쏘며 그의 어깨와 등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치 검은 강물에서 올라온 물의 요정이 싸늘한 두 팔을 벌려 죽은 기사의 몸을 뒤에서 안고 있는 것처럼.

 

갈채와 환호가 내게 정신을 차리게 했다. 몰려든 사람들이 원을 이룬 채 박수를 치고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무수한 극장의 무대들을 밟았지만 나는 그토록 경이에 찬 환호와 갈채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건 아주 작은 환호였고 작은 갈채였지만 그 한순간을 위해서라면 내가 지금껏 올라간 모든 무대와 지금껏 받아온 모든 꽃다발과 찬사를 아낌없이 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빛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미샤는 천천히 일어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타는 듯한 열기가 어린 시선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책들을 집어 들었다.

 

“ 가자. ”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 어디로? ”

블린이나 먹으러 가자. 센나야 광장 쪽에 카페가 하나 생겼는데 블린을 잘 만들어. ”

 

나는 에르미타주 궁전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사복 차림의 대머리 남자가 기둥 곁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역시 사복 차림의 키 큰 금발 머리 남자가 함께 있었다.

 

나는 미샤와 함께 궁전 광장을 나와 센나야 쪽으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도 나는 두 남자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미샤의 옆얼굴을 힐끗 바라보며 그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하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그리고 그들의 호출이 언제 있을까 하고 의문했다. 다닐로프에 대해, 심문에 대해, 내가 해야 할 대답에 대해 생각했다. 엷은 핑크빛을 띤 하늘에 대해, 투명해진 어둠의 장막에 대해, 십자가를 든 천사상에 대해 대답할 수 있을까? ‘흘러넘치는 빛이야, 레냐. 흘러넘치는 빛이야’ 라는 미샤의 말을 그들에게 옮길 수 있을까?

 

우리는 센나야 광장 뒤편에 있는 카페에 가서 블린을 먹었다. 미샤가 옳았다. 블린은 무척 맛있었다.

 

  

 

200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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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가 카잔 성당 분수 앞에서 읽고 있었던 소설은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단편 '비행'이다. 이 글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러시아 일기'에서 쓴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98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언급했던 것과 같이 푸시킨의 유명한 서사시이다. 혹시 안 읽어보셨다면 정말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셔도 후회 없을듯.

 

어제 올렸던 그 장편 후반부에서 나는 미샤가 저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안무해 키로프 극장 무대에 올리는 이야기를 삽입했다. 그건 일년 후인 1976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로그다이가 주인공이라는 미샤의 말과는 달리 실제 작품에서는 네 명의 남자가 균일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 무대에서 미샤는 로그다이를 춘다. 그리고 루슬란은, 여기서 약속한대로 레냐에게 준다 :) 물론 이것은 가상의 작품으로 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누가 좀 안무해 줬으면 좋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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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2012~2014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찍은 것들이다.

 

먼저 미샤의 비밀 장소인 카잔 성당 앞 분수. 네프스키 대로 한복판에 있다. 시민들의 휴식처. 명소이다. 맞은편에는 돔 크니기와 그리보예도프 운하가 있다. 물론 소련 시절 카잔 성당은 성당이 아니라 종교 박물관이었지만...

 

 

 

 

 

 

분수 앞에 이렇게 벤치들이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쉰다.

 

 

왼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돔 크니기.

 

이때가 7월 초. 소설의 배경과 같은 시즌. 다만 사진 찍은 건 이른 오후.

 

 

 

 

이 벤치가 미샤가 앉아 책 읽던 자리 :)

 

 

 

나무들 너머로 보면 이렇다. 왼쪽 벤치.

 

 

 

그리고 궁전광장. 예전에 여러 번 올렸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옛 겨울 궁전) 앞 광장이라 궁전광장이라 불린다. 가운데의 저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도 페테르부르크의 상징적 풍경. 미샤는 저 기념 원주 앞에서 춤을 춘다.

 

 

7월, 자정 직전의 하늘. 천사상.

 

미샤는 조금 더 이른 7월 초에 춤을 춘다. 그래서 하늘은 이것보다 훨씬 핑크빛 석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낮에는 이렇다.

 

 

 

궁전광장.

 

사실 저 돌바닥 위에서 춤추면 발이 꽤 아팠을 듯...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를 둘러싼 울타리. 엄밀히 말하면 저 울타리 앞에서 췄다.

 

 

 

 

 울타리 가장자리에 서 있는 가로등. 왼편으로 이삭 성당, 오른편으로 해군성 첨탑이 보인다.

 

..

 

그럼 이제 심기일전해서 다시 쓰던 글로 돌아가야지...

 

 

 

** 2015년 7월에 찍은 카잔 성당과 분수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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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이날 마린스키에서 발레 돈키호테를 보았고, 공연이 끝난 후 마린스키에서부터 운하를 따라 이삭 성당까지, 그리고 다시 네바 강변까지 쭉 산책했다. 이후 에르미타주와 궁전광장을 가로질러 숙소가 있는 이삭 성당 앞까지 다시 돌아왔다.

 

밤 11시에서 12시 즈음. 백야. 석양에 잠긴 네바 강 풍경 몇 장.

 

위는 청동기마상.

 

 

 

 

네바 강 너머로 페테르부르크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쿤스트카메라 건물이 보인다.

 

 

 

궁전 다리. 드보르쪼브이 모스뜨.

 

 

 

역시 페테르부르크의 상징적 풍경. 두개의 빨간 등대.

 

 

 

궁전 다리 사진 한 장 더. 저 다리를 건너가면 바실리예프스키 섬이 나온다.

 

추워진데다 너무 바빠서 그런지 언제 저 곳을 거닐었나 싶다.. 다시 가고 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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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9. 20:37

장미, 백야 russia2014. 12. 29. 20:37

 

 

지난 7월. 밤.

백야.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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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8. 21:25

햇살 찬란한 여름 정원(레트니 사드) russia2014. 12. 18. 21:25

 

 

너무 추우니까 여름 정원 사진 몇 장.

 

레트니 사드는 말 그대로 여름 정원이란 뜻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다. 녹음이 우거져 있고 대리석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분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난 7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

 

 

이건 레트니 사드 안에 있는 카페 간판.

뜨거운 차와 커피, 아주 맛있는 조각케익.. 이라고 씌어 있다.

간판에 홀려 나도 들어가서 뜨거운 차와 조각케익을 먹었다. 그 얘긴 나중에 따로~

 

 

 

 

 

레트니 사드 그립다..

지금은 겨울이라 폐쇄 중.. 봄이 되어야 열고 10월이 되면 닫는다.

 

여름 정원도 있고 겨울 궁전도 있는 아름다운 페테르부르크... 올해는 두 번이나 갔었지만 다시 가고 싶다.. 하긴 겨울엔 날씨 때문에 괴롭긴 하지만..

 

태그의 레트니 사드를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이곳 사진들을 몇 장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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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7. 14:58

4월 초의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russia2014. 12. 7. 14:58

 

 

페테르부르크의 4월 초는 봄이라고 얘기하기엔 꽤 춥다. 나무도 아직은 검고 앙상하다. 여름이 되면 이 공원도 새파랗게 물들고 일광욕하러 나온 주민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4월 초..

 

나무들 사이 저 너머로 궁전광장과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의 천사상이 보인다.

 

 

 

맞은편으로는 나무들 사이로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이 보인다.

 

 

 

심신이 피로했던 일주일을 보내서 그런지 지난 4월에 저 황량하고 조용한 공원을 천천히 걷던 때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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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4. 21:08

카잔 성당 돔과 십자가 russia2014. 12. 4. 21:08

 

 

페테르부르크. 7월. 카잔 성당의 돔과 십자가.

 

매우 맑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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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3. 21:14

여름날 백야, 비 온 후 이삭 광장 russia2014. 12. 3. 21:14

 

 

지난 7월 중순.

 

마린스키에서 라 바야데르 보고 돌아오는 길. 아마도 밤 11시 즈음. 숙소 앞 이삭 광장. 이삭 성당 앞에 있어서 이삭 광장인데 사진엔 이삭 성당은 빠졌다. 저 조각상은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 맞은편에 있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기마상이야 물론 청동기마상이지만, 이 조각상도 상당히 유명한 상징물 중 하나이다.

 

 

공연 보는 동안 비가 쏟아졌다가 이렇게 개고 있었다.

 

이삭 성당 안 나온 줄 알았는데 이 사진 오른편 귀퉁이에 좀 나왔다. 상단을 잘 보면 천사상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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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1. 25. 09:22

마린스키, 가장 설레는 순간 중 하나 dance2014. 11. 25. 09:22

 

 

공연 시작 전, 불 꺼지기를 기다릴 때 :)

 

마린스키 극장, 1층 베누아르. 지난 여름, 라 바야데르 보러 갔을 때. 첫날은 파르테르 앞줄에서 보고 이날은 둘째날이라 티켓 가격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베누아르 사이드 좌석 끊었음. 이틀 연속 봐도 근사한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

 

다시 가고 싶다!

 

현실은 야근의 연속! ㅠㅠ

 

* 이때 봤던 라 바야데르에 대한 간략한 메모와 커튼 콜 무용수들 사진, 그리고 이때 공연 영상 클립들은 아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라 바야데르 3막 영상 클립 : http://tveye.tistory.com/3099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라 바야데르 2막 결혼식 솔로 클립 : (http://tveye.tistory.com/3074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 http://tveye.tistory.com/3021, http://tveye.tistory.com/3019 

라 바야데르와 솔로르 의상, 타이츠에 대한 에피소드 : http://tveye.tistory.com/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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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4. 08:38

힘든 월요일, 누워 자고 싶다 =.= russia2014. 11. 24. 08:38

 

 

어제 낮잠의 영향인지 밤새 잠이 잘 안와서 굉장히 뒤척였다. 몇시간 못 자고 출근. 매우 피곤하다.

할 일이 많아서 심지어 평소보다 좀더 일찍 나왔다. 일해야 하는데 정신이 몽롱하네..

 

사진은 지난 여름 묵었던 페테르부르크의 호텔. 너무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잠시 위안을 위해... 다시 돌아가고 싶다! 저기 누워 뒹굴고 싶다!

 

 

 

침대가 나를 부르는구나 =.=

하지만 오늘은 야근 예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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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9. 21:30

풀코보 공항에서 먹었던 해물 누들 russia2014. 11. 19. 21:30

 

 

지난 여름. 페테르부르크에서 귀국 비행기 타기 두어 시간 전. 풀코보 공항.

 

옛날의 그 후진 풀코보 공항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긴 하지만, 어쨌든 신청사는 꽤 깔끔하고 반짝거린다. 음식점들도 있고... 이 날 하루종일 제대로 먹은 게 없어 비행기 타기 전에 뭔가 따뜻한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2층의 식당가로 갔다.

 

이것저것 취급하는 퓨전 레스토랑이 있어 거길 들어갔는데.. 대충 보고 뜨거운 우동 같은건가 싶어서 해산물 누들을 주문. 저렇게 나왔다.

 

음... 저 면은 꼭 스파게티면 같았다. 면에서 밀가루 맛이 많이 났다. 전체적으로는 심심한 맛이라(그렇다고 싱거운 건 또 아님) 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듯 했지만 어쨌든 배도 고프고 속도 비어 있어 국물까지 잘 먹었다.

 

옆 테이블에 한국 사람들이 앉았는데 노어를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메뉴판 그림 보고 무조건 시키다가 음식이 엄청 많이 나왔다. 도와주고 싶었는데 남자 셋이 그러고 있어서 어쩐지 끼어들기 좀 뻘쭘해서 그냥 있었다. 하긴 영어로도 메뉴가 씌어 있긴 했는데... 점원이 영어를 잘 못했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그들은 내가 시킨 저 음식을 보고는, 아 저건 시키지 말자.. 라고 결론^^;

 

 

 

어쨌든 비행기 타기 전에 배 채우고 조금이나마 비행공포증 달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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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8. 19:36

알료나, 까쨔, 자전거 russia2014. 11. 18. 19:36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이게 아마 사도바야 거리였는지 고로호바야 거리였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쪽 동네였다. 운하 따라 걷다가 신호 기다리면서 한 장 찍은 사진.

 

가운데 노란색 전화번호 쪽지는 '가벼운 만남, 24시간, 알료나',

그리고 그 아래 펄럭이고 있는 형광연두 쪽지는 '까쨔, 낮이나 밤이나',

그리고 그 뒤에 붙어 있는 자전거 대여 전단. 1시간에 50루블부터란다.

 

동네 산책하다 보면 가끔 저런 쪽지들을 발견하곤 했다. 뭐 광고도 많이 실리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비슷한가보다.. 좋은 거나 나쁜 거나 즐거운 거나 피곤한 거나 전부...

 

하긴 우리 나라는 아직 전봇대에 저렇게 '조건 만남, 폰팅...' 이런 쪽지는 안 붙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혹시 우리도 그런데 내가 아직 저런 거 붙어 있는 전봇대를 못 봤나?

 

... 헉, 그건 그렇고 이 본문 내용 때문에 또 이상한 검색어로 유입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이 종종 있어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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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7. 21:00

유람선 보며 손 흔들기 russia2014. 11. 17. 21:00

 

 

오래 전에 스노우캣의 파리 여행기를 읽다가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느 강 유람선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는 얘기였다. 유람선 보고 손 흔들어주고 거기 탄 사람들이 마주 손을 흔들어주는 묘미에 대한 얘기였는데 아주 소박하면서도 마음에 남았다. 이전엔 그런 적이 없었지만 그 부분을 보자 '나도 나중에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거는 것도, 심지어 가게에 가서 물건 사며 주문하는 것도 피곤해 하는 성격이니...

 

그리하여 그 이후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고..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모이카 운하 쪽 거닐다가 마침 저렇게 유람 보트가 미끄러져 오고 있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주 찬란한 여름 아침이었고 배를 타고 운하를 미끄러져 가는 관광객들은 다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마주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진짜 별 거 아닌 일인데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 순전한 호의와 기쁨에서 나오는 인사란 정말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 료샤와 다른 쪽 운하 산책하다가.. 또 유람선이 오길래 내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배에 탄 사람 몇몇이 또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뿌듯해하고 있는데 이 자식이 찬물을 끼얹었다.

 

료샤 : 아, 뭐야... 어린애도 아니고.. 창피해!

 

나 : 왜!

 

료샤 : 관광객처럼..

 

나 : 내가 관광객이지 그럼 여기 주민이니?

 

료샤 : 어휴, 이상해.. 하지 마.. 나도 같이 관광객 된 거 같아.

 

나 : -_- 인사해주면 기분 좋단 말이야..

 

료샤 : 손 흔들어서 남자 관광객이라도 꼬실래?

 

나 : 뭐야, 여기선 얼굴도 잘 안 보여!

 

료샤 : 하긴 그럴 생각이었으면 지금보다 두배는 노출 패션이어야 했겠지.

 

... 그래서 그 후부터는 혼자 산책할 때만 유람선에 손 흔들어주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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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3. 21:35

이삭 성당의 천사 russia2014. 11. 13. 21:35

 

 

지난 4월 초.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산책하다가 찍은 사진 두 장.

이때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즈음이라 나뭇가지가 앙상하다.

 

이삭 성당의 천사상.

여름이든 겨울이든, 해군성 공원 걷다가, 혹은 아스토리야 호텔 앞을 걷다가 이렇게 이삭 성당의 천사상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좋아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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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1. 21:54

노란 창문의 마카롱 russia2014. 11. 11. 21:54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고로호바야 거리와 사도바야 거리 쪽으로 걸어가다가 운하 너머에서 발견한 마카롱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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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0. 21:57

그걸 본 게 아니라고!! 억울하다! russia2014. 11. 10. 21:57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도착한 다음날. 료샤가 호텔 로비로 와서 같이 산책하러 나갔다. 언제나처럼 그리보예도프 운하부터 시작해 궁전광장과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등지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운하를 따라 걸으며 나는 평소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 내 눈을 사로잡은 저 배들..

 

사진 찍고 있는데 료샤가 옆에서 막 놀렸다.

 

료샤 : 너 딱 걸렸어~

 

나 : 뭐?

 

료샤 : 너 지금 저 남자 찍고 있는 거지?

 

나 : 무슨 남자?

 

료샤 : 저기! 웃통 벗은 남자! 

 

나 : 엥? 아니야, 나 저 보트들 찍고 있었어. 저기 '수다리'라고 이름 적혀 있잖아.

 

료샤 : 변명하지 마랏! 웃통 벗은 남자를 보고 있었어!

 

나 : 아니야! 저 남자는 네가 지금 말해줘서 발견했어! 나 원래 배들 보면 이름 보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료샤 : 숨길 필요 없어 ㅋㅋ 넌 어차피 타이츠 입은 남자들도 좋아하고

(이 자식은 맨날 그 망할 놈의 타이츠 타령 ㅠㅠ http://tveye.tistory.com/2979

이 자식에겐 발레 = 타이츠로 낙착 ㅠㅠ)

 

나 : 아악, 아니란 말이야!

 

료샤 : 타이츠 입은 슈클랴로프 좋아하잖아!

 

나 : 슈클랴로프를 좋아하긴 하지만 타이츠를 입은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료샤 : 그럼 벗은 것을...

 

나 : 아아 ㅠ 너는 왜 모든 대화가 이렇게 ㅠㅠ

 

.. 하여튼 억울했다. 나 정말 저 남자 보면서 이 사진 찍은 거 아니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 저 남자가 딱 가운데 있네!! '수다리'(러시아어로 '나리님' 정도랄까)라는 이름 간판 붙은 보트는 왼편 하단으로 밀렸고...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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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4. 19:56

마린스키 극장(구관)의 오래된 카페에서 dance2014. 11. 4. 19:56

 

 

전에 마린스키 신관 카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2987)

이번에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 카페.

 

마린스키 극장 구관은 아직 옛날 극장의 구조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홀의 좌석도 경사는 거의 없이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칸막이 내의 좌석들도 그냥 의자들 몇 개를 늘어놓은 것이 전부이다. 내부는 빌로드 카펫이 깔린 계단으로 연결되고 엘리베이터는 없다. 혹은 어딘가 있지만 내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관람석은 5층까지 이어지는데 미로처럼 뻗어 있어 통로를 잘못 들면 자기 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복도는 좁고 어둡다.

 

널찍하고 채광 잘되는 신관 카페와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의 카페들은 2층 벨에타쥐 쪽 복도, 2야루스(4층) 양편 복도 등 좁은 구석에 위치해 있다. 아마 현대식 극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처음 마린스키에 와서 막간에 카페에 갔을 때 끝없이 늘어선 줄과 너무나도 좁은 복도와 다닥다닥한 테이블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맨 처음 갔던 90년대와 비교하면 페테르부르크는 정말 많이 변했지만 마린스키 구관의 이 카페 풍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 굉장히 불편하고 좁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관 카페의 매력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맨 처음 발레를 보았던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과 저 좁은 복도와 심지어 의자도 없이 서서 먹어야 했던 테이블, 그곳에서 처음 먹었던 초콜릿 가루 뿌린 아이스크림의 기억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스크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맛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첫 발레와 첫 극장의 맛이랄까.

(나의 첫 발레 : http://tveye.tistory.com/19)

 

요즘은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면 막간에는 카페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신 일찍 간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딱 그때 가서 입장한 후 겉옷을 맡기고 프로그램을 산다. 뒷자리일 땐 오페라 글라스를 빌린다. 그리고는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2야루스 왼편 계단 입구에 있는 카페다. 오른편에도 있는데 왼편 쪽이 케익이나 디저트류가 더 많았다. 아직 관객들로 들어차기 전의 한적함을 즐기면서 프로그램도 읽고 진한 차와 케익도 먹고 딱 좋다.

 

그러니 혹시라도 마린스키에 가게 되는 분들께서는 공연만 보지 마시고.. 여유가 있다면 조금 일찍 가셔서 오래된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좁은 복도 카페의 정취를 느껴보시기를. 그리고 여기 케익 맛있다.

 

 

 

이건 내 자리는 아니고, 누가 에스프레소 마시고 잔을 남겨두고 가서 찍어봄.

 

 

 

 

 

카페 모습은 이렇다. 굉장히 소박하다. 저 높은 테이블은 입식이다. 아직도 그대로네..

 

카운터에서 음료수나 차, 케익을 주문할 수 있다. 옛날에는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퍼줬는데 요즘은 그냥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준다. 슬프구나. 그땐 스쿱으로 퍼주고 초콜릿 가루 뿌려줘서 행복했는데.

 

가운데의 조그만 아치형 입구로 들어가면 2야루스 복도로 연결된다. 저 복도로 들어가면 벤치와 코트보관소, 화장실 등이 있다.

 

 

 

 

이 날은, 라 바야데르 두번째로 보러 갔던 날. 첫날은 앞 2번째 줄에 앉았는데 이날은 베누아르(1층 칸막이 좌석) 사이드에 앉았기 때문에 슈클랴로프의 미모를 자세히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페라 글라스도 빌림 ㅎㅎ

 

저 티라미수 매우 맛있다. 우유 맛이 좀 강하고 가볍게 삭 녹아서 진하고 무거운 티라미수는 아니지만 내 입맛엔 딱 맞았다. 신관에서도 티라미수 먹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구관 쪽이 더 맛있다.

 

 

 

여기서 홍차를 시키면 그린필드 티백인데, 신관 카페에서는 같은 가격에 다망 티백을 준다. 뭔가 이상하지만.. 그래도 더 삐까번쩍한 신관 카페보다는 구관 카페가 더 좋다. 오래된 극장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

 

 

2야루스 왼쪽 방향이라는 표지판과 복도. 샹들리에.

 

 

 

파란 카펫 깔린 저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이 카페가 나온다.

 

 

 

이건 이틀 후 돈키호테 보러 왔던 날. 이날은 올레샤 노비코바와 김기민씨가 주역이었다. 이날 공연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7월 마린스키 공연들 리뷰 쓰겠다고 해놓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하나밖에 안 썼구나..

 

돈키호테 프로그램 펼쳐놓고 읽는 중.

 

이날은 티라미수 대신 부셰 선택. 그러나 부셰는 너무 달았다... 그냥 티라미수 시킬 것을..

 

 

 

 

다시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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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3. 21:04

백야의 어스름에 잠긴 이삭 성당 russia2014. 11. 3. 21:04

 

 

지난 7월 초. 밤 11시 즈음.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돌아오는 길. 어스름에 잠긴 이삭 성당 실루엣과 하늘 사진 몇 장.

 

 

 

이삭 성당은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다. 거대한 천사상들이 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 천사들의 실루엣을 보는 걸 좋아했다.

 

 

 

이때 머물렀던 숙소는 이삭 성당 맞은편의 앙글레테르 호텔이라서 창 너머로 항상 천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백야의 어스름. 잠시 깜깜해졌다가 새벽에 금세 밝아져온다.

 

이날 마린스키에서 봤던 공연은 마르그리트와 아르망(http://tveye.tistory.com/3002) 이었다.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이 무척 근사해서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석양도, 이삭 성당도, 천사들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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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박물관과 연결되어 있는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맞은편 문으로 나오면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 있다.

 

지난 7월.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산책하다가 더워서 공원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이 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귀여운 과자 수레. 달콤하게 코팅한 아몬드 등속을 판다. 한겨울에는 너무 추우니까 영업을 안 한다만..

 

 

 

 

 

 

 

과자 수레 옆에 있던 아이스크림 수레에서 득템. 벤치에 앉아 먹었다. 날씨가 무척 더워서 콘이 금방 녹아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원래 이런 것보다는 손잡이 없는 그냥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는데 마침 이땐 이 콘과 수입 아이스크림밖에 없었다. 요즘은 러시아에서도 수입 초콜릿 아이스크림 바가 훨씬 많다. 난 옛날 러시아 마로제노예가 더 맛있던데...

 

저거 먹고 있는데 어떤 귀여운 아기가 엄마와 함께 아장아장 걸어오다가 '엄마 나도 마로제노예~'하고 막 졸라댔다. 그러나 그 아기는 양손에 과자와 바나나를 쥐고 있었기에.. 엄마는 당연히 '안돼!' 하고 야단쳤음 ㅠㅠ

 

* 태그의 미하일로프스키 공원을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이곳 풍경과 겨울의 저 과자수레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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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30. 21:41

궁전 다리 아래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 russia2014. 10. 30. 21:41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스뜨렐까에 산책 갔다가 궁전 다리 건너서 다시 네프스키 대로 쪽으로 걸어나가려던 중. 궁전 다리 아래에 옹기종기 앉아 그림 그리는 사람들 발견.

 

무척 찬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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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9. 22:10

네프스키 수도원에서 구운 빵 russia2014. 10. 29. 22:10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라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꼭 한번쯤은 들르게 된다. 이곳은 고적해서 거닐기도 좋다, 교회 안에 들어가 정교 이콘을 보고 초를 켜고 비록 정교 신자는 아니더라도 잠시 기도하며 평온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너무나도 맛있는 빵을 구워서 판다. 지하에 빵집 겸 카페가 있는데 내부는 아주 간소하다. 좁은 매점 같은 카운터에서 빵과 음료, 차를 파는데 신자들은 수도원 교회 갔다가 이곳에 와서 빵을 정말 바리바리 싸간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정말 맛있다! 달지도 않고 재료의 맛이 살아 있다. 그리고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은 얼마나 구미 당기는 맛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빵과 진한 홍차를 시켜서 안쪽의 좁은 홀에 앉아 요기를 하고 간다. 홀에는 정교 이콘과 관련 그림들이 붙어 있어 신자들은 이곳에 들어와도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한다. 

 

지난 여름에 갔을 때는, 빵을 다섯 개 샀다. 감자빵 하나, 버섯빵 하나, 사과빵 세 개. 홀에 앉아 버섯빵이랑 사과빵 한 개는 금세 해치우고.. (빵이 조그맣다. 그래서 맨 처음 갔을 때 빵 하나 시켰다가 막 후회했다)

 

나머지는 호텔로 가져와 다음날 아침에 먹었다. 바로 저것들. 저 비닐봉투는 빵 담아준 봉지. 러시아에서 빵이나 과자를 사면 저렇게 굉장히 얇은 비닐봉투에 담아준다.

 

저 빵 무지 그립다. 먹고 싶네.. 사과빵은 안에 든 사과에 설탕을 거의 넣지 않아서 진짜 새콤한 사과 맛만 난다.

 

 

 

 

이게 지난 봄에 갔을 때. 원래 안에서 사진 찍으면 안되는데 첨에 살짝 한 장만 찍었다.

 

크랜베리 모르스. 이것도 수도원에서 직접 만든 것. 달콤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하나밖에 안 시켰는데 너무 작아서 슬펐던 그 사과빵 :)

 

* 태그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을 클릭하면 전에 이곳에 대해 올린 글과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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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 운하 따라 걷다가 이 다리를 건너 도로변으로 접어들어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린스키가 나온다.

 

다리의 이름은 빠쩰루옙 모스뜨. 빠쩰루이가 러시아어로 키스라는 뜻이라서 이 다리는 어쩐지 연인들의 다리 같고.. 키스를 해야 할 것 같은 곳이다만. 원래 이름 유래는 키스와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어쩐지..

 

그래서 이 다리에는 사랑의 자물쇠들도 많이 걸려 있고(제발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상업적이기만 하고.. 다리 난간에 무게만 가중되고), 이렇게 난간에 낙서도 되어 있다 :)

 

위에 씌어 있는 낙서부터

아냐♡쇼마,

블라드♡옥사나

 

행복하세요 아냐-쇼마 커플, 블라드-옥사나 커플~

 

나중에 여기 달려 있는 자물쇠들 사진들 몇 장 더 올려보겠다 :)

 

 

 

멀리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삭 성당 앞에서 시느이 모스트(푸른 다리)를 건너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와 이 다리를 건너고 나면 마린스키로 접어들 수 있다 :)

 

 

 

다리는 요렇게 생겼다 :0

 

생긴 건 평범하지만 운하를 비롯한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빠쩰루옙 다리라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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