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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 올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아침에 나가려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보다 더 추적추적 내리는 듯 했다.


비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이맘때 내리는 비는 싫다. 춥기도 하고 너무 어두컴컴해서. 이렇게 비가 오면 페테르부르크의 10월이 생각난다. 춥고 습하고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하고.. 거기 있을 때도 그맘때 날씨는 싫었다. 사람을 참 우울하게 만든다.


아아, 나는 아직 가을 햇살과 하늘을 만끽하지도 못했고 광합성도 제대로 못했는데!! 안돼애애..


..


날씨 탓에 심신이 처져서 오늘도 끝내려던 일을 반밖에 못함 ㅠ


..


손석희씨와 태지의 인터뷰 기사만 보고 영상은 아직 못 봤다. 아껴뒀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봐야지. 울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하게 하는 건 폭력이라는 그의 말이 당연하면서도 참 좋다.


이번 앨범은 주문해서 들을 생각.



..



오늘 집중이 안돼서 친구랑 잠시 메신저하다가.. 2년 전 이맘때부터 몇 달 간 썼던 글의 플롯 일부에 대한 얘길 나눴다. 그 주인공을 데리고 쓴 여러 편 중 가장 길고 우울하고 감정적으로 격렬했던 글이다. 거기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과 그 인물의 배경, 그가 겪는 몇몇 일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후..


친구가 '그 얘기는 너무 암울하다, 날씨도 꿀꿀한데 더 우울하고 처진다, 너무 애를 학대한다, 냉장고에 넣고 싶다..'고 했다.


(냉장고 얘긴 프렌즈를 보신 분들은 알 듯.. 무서운 이야기책을 차마 뒤를 볼 엄두가 안 나 냉장고에 넣는데.. 레이첼은 '샤이닝', 조이는 '작은 아씨들'이었음 ㅎㅎ)


그 글이 좀 우울하고 감정적으로 꽤나 격하게 서술된 것은 사실인데, 등장인물들이나 배경 등등을 생각해보면 개연성은 있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좀 뒤틀리고 어둡고 혹은 비극적이거나 격렬한 인물, 상황,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더 쉬웠다. 사실 거의 언제나 그렇다. 왜냐하면 진정 위대한 것은 희극이며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울게 만드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적 성향 역시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또 이런 중요한 문제도 있다. 글을 쓰거나 써본 사람은 거의 한 번 이상 생각해 본 문제일 것이다. 흔한 얘기다. 작자와 화자(그것이 1인칭이든 3인칭이든, 2인칭이든 어느 시점이든 관계없다), 그리고 삶과 텍스트의 문제다.


물론 작자와 화자는 별개의 인물이다. 작가의 심적 상태와 실제 삶은 텍스트와 등장인물, 텍스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은 허구이다. 설령 그 사건들이 실재하는 경험에서 태동되었다 해도 그건 렌즈를 통해 왜곡되고 걸러지고 재창조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어떤 작품들에 따라붙는 '자전적'이란 표현이 상당히 손쉽게, 혹은 무책임하게 쓰인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 소위 '자전적'이 아닌 소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동시에 그건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어제부터 날 괴롭히던 그 글을 '정말로' 시작했는데, 고민과는 달리 그 글은 상당히 힘을 뺀 어조로 시작되었다. 나중에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가야겠다. 그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아주 정교한 구조를 축조하기 위해 너무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때로 너무 생각과 고민이 많은 건 독이다.


나는 언제나 글쓰기가 기본적으로는 사랑하는 행위와 같다고 여겨왔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비슷하다. 때로는 그저 빠져야 하고 그저 흥분해야 하고 오로지 몰입해야 한다. 이 글에서도 다시 그런 순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순간이며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는 것과 흡사할지도 모르겠다.


.. 그건 그렇고 하여튼 저 대화의 결론은, 주인공을 학대하지 말고 우울하지 않은 글을 쓰라는 것 :)

난 별로 학대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행동/사고 양태 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지 내가 가학적인 건 아니라고요 ㅠ



.. 후반부에 글쓰기 얘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오늘의 메모는 프래그먼트가 아니라 어바웃 라이팅 폴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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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