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 타파스 2024 riga_vilnius2024. 10. 15. 03:18
지금은 빌니우스에 와 있다만 이번 여행은 리가에서 시작했다. 물론 바르샤바에서도 하루 자고 왔지만 그건 그냥 레이오버였으니까 제외하고. 리가에는 4박 5일 머물렀지만 실제로 여행을 다닌 건 사흘 남짓이었다. 도착은 오후 늦게, 체크아웃은 오전이었으니까. 영원한 휴가님과 만나 리가 관광지들을 클리어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아마 나에게 리가는 <리가 타파스>로 기억될 것 같다. 리가 타파스라는 단어가 실제로 있는 게 아니고 내가 갖다붙인 것이다. 리가에서는 이것저것 조금씩 잡다하게 먹었는데(특히 숙소에서) 이것을 내가 리가 타파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리가의 숙소는 안락하고 널찍한 곳이었는데 소파가 참 편했다. 뭔가 안 어울리는 잡다한 것들을 이것저것 먹었다. 빌니우스 포함 한달 가까이 머무르게 되므로 평소 여행에선 안 챙겨오던 것들을 이것저것 가져왔는데 '어차피 에어발틱 탈 때 다 짐되니까 먹을 수 있는걸 미리 먹으면 무게도 부피도 줄고 좋다~' 라는 논리, 그리고 영원한 휴가님께 드린 컵라면 중에서도 '어차피 매운 건 아이들이 못먹음' 하면서 또 짜파구리 컵누들이나 진라면 같은 것도 리가 타파스로 흡수. 리미에 가서 맛있어보이는 감자칩을 사오고 또 첨보는 사이더도 사오고, 내가 챙겨온 쌍화차를 같이 마시기도 하고 티샵에서 영원한 휴가님이 구매한 랍상소총(그러니까 이놈이 처음 등장한 게 아닙니다)이랑 칩을 같이 드시기도 하고... (감자칩과 랍상이 잘 어울린다고 하심) 하여튼 온갖 조그만 것들을 조금씩 이것저것... 그런데 지나고 나면 여행에서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 건 항상 작은 것들이다.
이건 9월 30일. 이때는 무슨 수박시트러스 사이더, 리미에서 발굴한 샤실릭&구운양파맛 감자칩, 내가 먹고 싶어하던 듸냐 대용 스페인산 멜론, 뭐 그런 걸로 가볍게 리가 타파스. 근데 저 켐핀스키 유리컵이 참 이쁘고 견고했다. 예전에 빌니우스 켐핀스키(지금은 힐튼으로 바뀌었지만) 방에 있던 보라색 물컵도 이뻤는데. 지금 다시 볼수록 저 컵 이쁨. 도자기 커피잔은 별로 안 이뻐서 아쉬워했었는데.
색깔이 이쁜데다 수박 시트러스가 과연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 골랐던 사이더. 맛은 그냥저냥이었다. 근데 유리컵에 부어놓으니 이뻤음.
문제의 스페인산 멜론. 브라질산이랑 스페인산이 있었는데 아마 이건 스페인산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브라질이었을지도 몰라) 이것도 하미과나 듸냐와 비슷하게 달고 맛있었는데 문제는 이 방에 칼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룻밤 멜론 먹자고 칼 사는 것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그냥 방에 있는 찻잔 티스푼으로 열심히 파먹음. 티스푼이 너무 작아서 멜론 파내느라 고생고생. 그런데 영원한 휴가님이 나보고 작은 티스푼으로 멜론을 참 능숙하게 판다고 하셨음. 먹고자 하는 열망으로 ㅎㅎ 커서 다 먹지는 못해 아쉬웠다. 근데 이 멜론이 달고 맛있었기에 요즘 조식 테이블에서 예의 민트색 멜론을 먹을 때마다 저거 생각이 난다.
리가 타파스의 본산. 이 소파가 참 편했음. 잘 보면 쿠야가 리가 지도를 깔고 앉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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