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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라넌큘러스와 카네이션이 섞인 조합의 꽃이 왔다. 

 

 

이런저런 꿈을 꾸며 피곤하게 잤다. 일찍 깨어나서 더 자려고 계속 누워 있었지만 좀처럼 제대로 잠들지 못해 뒤척거리다 오전의 세스코 점검 때문에 늦지 않게 일어났다. 점검이 끝난 후 도로 침대로 들어갈까 하다 그냥 청소와 목욕을 하고 평소의 토요일에 비해 이른 아점을 먹고 차도 빨리 마셨다. 그외에는 책을 읽고 쉬었다. 부모님과 아침과 저녁에 두번 통화를 했다. 아버지 때문에 계속 걱정이 된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사했다는 짧은 단신을 러시아 잡지 트윗에서 먼저 읽었다. 찾아보니 우리 나라 (번역본) 기사가 더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서구 뉴스와 러시아 현지 뉴스가 다를 수밖에 없을 듯... 그 동네는 그렇고, 이 동네는 연구예산 삭감 얘기했다가 입막히고 들려나가고. 전에는 국회의원도 들려나가고. 좋은 뉴스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제 정말 그놈의 K 붙이는 건 지긋지긋하다.

 

 

피곤하다.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무것도 쓰지 못했고 구상도 전혀 하지 못했다. 마음에 걱정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아빠도. 그리고 상태가 위중한 친구도. 기도를 많이 하고 자야겠다. 

 

 

꽃 다듬으면서 찍어둔 사진 몇 장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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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7. 15:40

토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7. 15:40

 

 

 

토요일 오후 티타임. 오늘은 오전에 세스코 점검이 있어서 늦잠과 게으름 대신 비교적 일찍 아점을 챙겨먹었고 한시가 되기 전에 차를 우려 마셨다. 

 

 

 

 

 

 

처음에는 다른 찻잔을 꺼냈는데, 이 찻잔에는 예쁜 새들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어제 새벽에 꾼 악몽이 떠올라서 괜시리 찝찝해서 맨 위 사진의 찻잔으로 바꾸어 마셨다. 

 

 

 

 

 

 

 

 

 

 

 

 

 

 

 

 

지난주의 알스트로메리아는 아직 풍성하게 남아 있긴 하지만 몇 송이씩 이제 시들기 시작했다. 떨어지려는 꽃잎들을 간수해 찻잔에 띄워두었다. 이 찻잔은 사놓고 몇번 못 썼는데 어째선지 잔 한쪽에 가느다란 금이 가버려서 이렇게 꽃송이 띄워두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다행히 물이 새지는 않는다) 노리다케 찻잔 중 그래도 이 녀석이 내 스타일이라 샀던 건데 흐흑... 나는 얇고 투명한 도자기를 좋아하긴 한다만 노리다케는 너무 약한 것 같다. 똑같이 얇아도 로모노소프는 튼튼한 편인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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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걱정을 많이 하다 잠들어 그런지 악몽을 꾸고 새벽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방 안에 새가 두마리 들어와서 그중 털이 갈색으로 북슬북슬하고 큰 놈이 다른 새를 물어죽이고 잡아먹으려는 꿈이었다 ㅠㅠ 쥐 비슷한 동물이 나타나 옆에서 한입 거들려고 하고 있었다. 너무 끔찍했는지 정말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다 그 소리에 내가 놀라 깸. 흑흑. 집에 우환이 있다는 사실이 무의식에 반영된 상투적인 꿈임. 간신히 진정한 후 도로 잠들었지만 한두시간마다 계속 깨느라 결국 잠을 매우 설쳤고 프리젠테이션이 걱정되어 평소보다도 더욱 일찍 새벽에 집을 나섰다. 그래서 일곱시도 안되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렇게 일찍 출근했지만 심지어 늦게 퇴근했다. 종일 바빴고 미팅에 들어가야 했고 오후 늦게 잡혀 있었던 프리젠테이션은 앞 순서가 지연되면서 결국 거의 한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했다. 그러니 그만큼 피말리는 대기와 준비 시간 ㅠㅠ 그래도 어찌어찌 마쳤다. 생각한만큼, 혹은 준비한만큼 잘 되지는 않았다. 줌으로 접속을 하면 마이크 등 생각지 않은 문제가 생기고 그러면 신경쓸 일이 추가되어 기력이 더 소모된다. 기력이 쭉 빠졌다. 

 

 

일을 마치고 늦게 퇴근. 지하철이 터져 나갔다. 그래도 중간쯤 자리가 나서 간신히 앉았다. 늦게 저녁 먹고 엄마와 통화. 아침엔 아버지와도 통화했었다. 아버지는 마취 기운이 풀려서 목소리는 괜찮았다. 미열이 있어 오늘 항생제를 맞으셨다. 다음주까지는 입원해 계셔야 할 것 같다. 조직 검사 결과가 부디 괜찮아야 할텐데. 마음이 많이 산란하고 걱정이 된다. 엄마는 나보다 더 걱정이 되겠지. 혹여 악성이더라도 치료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엄마와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기도를 많이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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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가 갔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일에 파묻혔다. 내일 중요한 평가 때문에 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오늘 시간이 없어 그 준비를 못했다 ㅠㅠ 시간 제한도 있어서 노트를 미리 준비해 연습을 해야 하는데... 내일 아침 일찍 빡세게 준비해야겠다. 원래 오늘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바빴다. 난 7시면 사무실에 도착해 일하는데 그래도 1분도 여유가 없고 정말 하려던 일도 못하다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



인력 누수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내가 온갖 실무까지 챙기고 지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1월부터 직원 2인이 건강 문제 등으로 업무수행이 올스톱되었다ㅠㅠ 충원은 없고... 그러니 그 부분들을 챙기느라 더욱 정신이 없고 힘이 든다.



오늘 아버지가 대장 용종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수면내시경 시술이라 했지만 용종이 너무 크고 모양도 복잡해서 세시간이나 걸렸다. 일하면서 틈틈이 엄마와 연락을 하고 퇴근길에 통화를 했다. 의사가 엄마에게 수술 전이랑 마친 후에  안좋을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단단한 부분이 있어 의심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너무 심란해하셔서 위로해드리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려보자, 안 좋으면 치료받으면 된다고 달래드렸다. 당연히 나도 많이 심란하고 걱정이 된다. 온갖 상상이 다 되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있다. 고령이고 얼마전 전신마취 수술도 했었는데 오늘 또 한참 용종제거를 받으셔서 힘드실텐데 내일 몸이 나아지시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부디 잘 회복되시기를, 그리고 검사 결과가 좋기를 기도하며 자야겠다. 심란하고 어려운 와중에 내일 오전 업무 미팅과 오후 늦게 프리젠테이션 평가까지 있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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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5. 09:41

나무 아래 휴식 russia2024. 2. 15. 09:41

 

 

 

이것저것 일 때문에 신경쓰이고 지쳐서 올려보는 사진. 2014년 여름. 

 

 

울창한 나무 사이로 에르미타주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나온다. 네바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바실리섬의 스뜨렐까 부근. 건너편은 에르미타주. 그러고보니 이 사진이 벌써 10년 전이네. 저 여인처럼 밝은 오후에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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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4. 20:47

2.14 수요일 밤 : 지침 fragments2024. 2. 14. 20:47





정말 지치고 진빠지는 하루였다. 온갖 어려운 문제들이 꼬리를 이었다. 최고임원이 하달한 과제들은 산적해 있는데 확보된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다 ㅠㅠ 다른 사람들이 친 사고가 우리 쪽으로 굴러오기도 했다.



너무 지치고 의기소침해져서 퇴근. 스트레스가 너무 커졌다. 그날이 빨리 오려나, 이렇게 기분이 더욱 다운되는 걸 보니ㅠㅠ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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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3. 20:16

2.13 화요일 밤 : 양파, 다시 노동 fragments2024. 2. 13. 20:16





맛있는 엄마표 명절 음식을 연휴 내내 먹은 후 오늘은 점심 때 버거로 타락. 여기는 양파 빼달라 하면 이렇게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준다. 익은 양파를 넣어주면 잘 먹을텐데. (익은 양파는 좋아하고 생양파는 싫어함)




 





그런데 간만에 먹으니 맛있었음.




연휴 마치고 출근하니 당연히 피곤하고 힘들었다. 잠도  많이 모자라고. 정신없이 꿈꾸다 알람에 깨서 나왔다. 그래도 연휴 다음날치고는 생각만큼 엄청 바쁘진 않았지만 몇가지 문제들이 있어 해결책을 강구하다 하루가 다 갔다. 이번주는 뒤로 갈수록 더 빡세고 바빠질 것이다. 기운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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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3. 16:42

러시아 헌책방의 고양이 2022 vilnius2024. 2. 13. 16:42

 

 

 

제목은 러시아 헌책방의 고양이라고 붙였지만 막상 이 사진에는 러시아어로 된 책이 안 나와 있고(엑셀 2007이 깨알같음)  또 여기는 러시아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 시장 근처에 있는 헌책방으로 러시아어 서적이 많았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나에게 구경시켜주시려고 데려가셨음.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었다. 이 녀석은 그 중 치즈냥이. 냥이들이 손님들을 자연스럽게 툭툭 들이받으며 지나다녔다. 이것저것 구경은 많이 했는데 정작 한권도 안 사고 나와서 가게 주인에게 쫌 미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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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3. 09:25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들 2017-19 vladivostok2024. 2. 13. 09:25

 

 

 

어제 블라디보스톡과 아브로라 항공 얘기를 썼더니 그리워져서.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 2번, 그외 여행을 3번 갔는데 통틀어 가장 날씨가 좋고 즐거웠던 여행은 18년 5월의 여행이었다. 이때 아마 연휴가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서울 사무실에 트렁크를 끌고 가서 저녁 근무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탔다. 날씨가 좋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공연 보러 간 건 7~8월이라 너무 더웠고 새해맞이는 춥디 추운 12월이라 나름대로의 정취는 있었지만 역시 5월이 제일 좋았다. 

 

 

당시 갔던 카페 사진들 몇 장. 화질 좋은 건 DSLR, 화질이 좀 어둡고 상대적으로 번지는 건 아이폰6S. 

 

 

카페는 판탄카, 카페마, 말라꼬 이 묘드, 토르토니야. 이 중 겉으로만 그럴싸하고 값비싸지만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던(추웠고 아늑한 기분이 안 들었음) 말라꼬 이 묘드 빼고는 모두 마음에 들어서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번 갔다. 이 카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할텐데. 네 카페 모두 중심지와 숙소 근처여서 가기도 편했다. 카페마는 지점이 두세군데 있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한 곳은 사진 속의 스베틀란스카야 지점. 알록달록 테이블이 너무 이뻤다. 디저트는 그냥저냥이었지만 커피가 매우 부드럽고 맛있었다(안 마시는 커피 마시게 한 곳) 카페마에서는 나중에 홍차도 한 봉지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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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알스트로메리아 꽃잎의 발그레한 색채를 보니 예전에 한참 색조화장품에 빠져 있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지방 본사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바쁘게 일했고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색조화장품들을 샀는데 이 꽃잎 색깔은 당시 샀던 블러셔 하나의 색이랑 비슷하다. 프라하의 세포라에서 샀던 거였는데 이름도 이제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그 블러셔는 몇년 전 이사하면서 화장대를 싹 들어엎었을 때 버린 것 같다. 수많은 립스틱과 블러셔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지금도 블러셔 몇개는 남겨두었지만 내 피부톤에 블러셔는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하이라이터는 가끔씩 한다만 그것도 요즘은 잘 안 한다), 그리고 블러셔를 예쁘게 바르려면 아이섀도나 립스틱보다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나는 게으르고 손재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일년에 한번 바르면 많이 바르는 것이 되어버림. 그런데 요즘 인스타 알고리즘에 자꾸만 샤넬의 예쁜 블러셔가 뜬다. 그것도 저 꽃잎 색이랑 좀 비슷하다. 그 블러셔 광고가 뜨면 예뻐서 자꾸만 보게 되고 '아 좀 탐나는데' 하는 맘이 든다. 그러나! 분명 모델이 예뻐서일 거야!!! 
 
 
연휴가 끝났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하고 노동해야 한다. 
 
 
회사와 관련된 꿈을 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동생을 업고 회사의 어느 시설까지 걸어가야 하는 꿈도 뒤섞였다. 도합 8~9시간 가까이 잤지만 얕은 수면과 꿈 때문에 오늘도 그리 개운하지는 않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한다. 
 

 

아점 챙겨먹으려고 밥 차리다가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려서 깨뜨리고 말았다. 엄마가 싸준 도토리묵이 들어 있는 유리 밀폐용기였는데 남은 묵의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통째로 놓고 먹을까 하다가 그냥 조금 남겨놓고 접시에 덜었는데, 그 용기를 놓쳐서 바닥에 제대로 떨어뜨렸다. 유리 재질이 좋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다 ㅠㅠ 바닥이 엉망이 되었고 여기저기 유리 파편과 가루가 난리난리였다. 목장갑을 끼고 파편들을 1차로 줍고, 물걸레 청소포로 두번 닦아내고 진공청소기를 꼼꼼하게 돌렸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에 다행이다. 흑흑... 난 실내에서 웬만하면 수면양말 + 슬리퍼를 착용하는지라 발바닥을 벨 것 같진 않다만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유리가루들이 남아 있을 것만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냥 통째로 놓고 다 먹을 걸... 그릇이든 컵이든 접시든 뭐든 일년에 하나 정도는 이렇게 깨먹는 편인데(ㅜㅜ) 기분이 좀 찝찝해짐. 

 
 

연휴 때 뭐든 글을 시작해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 구상도 못 했다. 전에 쓰다 말았던 가브릴로프 본편을 열어서 마지막 중단되었던 파트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들어내고 새 파트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조금만 마음을 더 비워봐야겠다. 
 
 
아아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 이제 뒤늦게 월요병 용솟음치는 중. 흑흑... 이번주는 금요일에 피곤한 프리젠테이션까지 해야 한다. 기운을 내자. 그러고보니 아까 엄마랑 통화하던 중 엄마가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되네. 화이팅!' 하고 말씀하셨음. 우리 엄마는 정말 웬만하면 이런 말 안하시는 타입이라 뭔가 좀 우스웠지만 어쩐지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
 
 

블러셔 색깔의 꽃 사진 몇 장 아래 접어두고 마무리. 
 



... 자기 전에 추가



침실로 와서 무심코 화장대를 뒤적이며 남아 있는 블러셔를 확인해봤는데 그 프라하에서 샀던 녀석이 그대로 있었다. 안 버렸구나... 별로 안 써서 여전히 새것 같다. 그런데 기억과는 달리 색이 좀더 쿨한 핑크톤이고 반짝이도 들어 있다. 저 꽃잎과는 다른 색인데 왜 그렇게 각인됐나 모르겠다. 손등에 문질러보니 발색은 좀 더 웜하다. 그래서 그랬나... 하여튼 블러셔가 남아 있어서 뭔가 기분이 좋다. 여전히 거의 안 바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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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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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 위의 두 스케치는 비행기 안에서 그렸음 ​ 저녁 6시에 도착했고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근처 레스토랑에나 갈까 했지만 춥고 언덕 오르막이라 포기.. 근데 벌써 배가 꺼졌어ㅠㅠ 빨리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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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 오로라 항공, 즉 아브로라가 살아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원체 변화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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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2. 16:54

월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2. 16:54

 
 
 

 

연휴 마지막 날의 오후 티타임. 이번 연휴는 너무 짧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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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11. 21:44

말보로 2, 텔레빅 대신 보그 + about writing2024. 2. 11. 21:44

 
 
 
지난번에 발췌했던 말보로 파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조금 더 올려본다. 단편의 퇴고는 지난주까지 다 마쳤고 지금은 새 글을 쓰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중이다. 마냐는 옥상에서 미샤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불쑥 질문을 한다. 
 
 
이 이야기는 1997년 4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샤는 이제 자기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외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게냐는 마린스키에서 몇년 춤추다 미샤의 발레단으로 이적해서 주역 무용수를 맡고 있다. 나는 게냐를 주인공으로 이 97년을 다룬 단편과 중편을 썼다. 이 90년대 이야기는 그전까지 70~80년대의 미샤를 다뤘던 것과는 쓰는 방식이나 감각이 상당히 달랐다. 
 
 

이 에피소드는 지난번 발췌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얘기라 중간 문단을 겹쳐두었다. 앞부분은 아래 링크에. 제냐(게냐), 리디야, 바냐가 누구인지도 앞부분에 적어두었다. 

 
 
 
moonage daydream :: 마지막 말보로, 제목 + (tistory.com)

마지막 말보로, 제목 +

2주 전에 마친 글을 퇴고 중인데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많이 손을 보고 있지는 않다. 발췌한 파트는 글의 중반부. 새벽에 옥상에서 마주친 마냐가 미샤와 함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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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는 그가 제냐의 방에 있었을 거라고, 창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오면 제냐가 깰까 봐 신경이 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냐와 내 방은 거의 완전히 똑같거든요.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원룸 끝에 아주 좁은 베란다로 나가는 창문이 달려있어서 창을 열면 그대로 바람이 들어와요. 우리 층이랑 걔네 층은 주인이 같으니까요. 방 다섯 개짜리 코무날카 두 개를 조각조각 쪼개서 세를 놨는데 당연히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딸린 쪽이 더 비싸죠. 나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샤워부스가 딸린 방에 살고 있어요. 차를 권하러 들렀을 때 보니 제냐네 방도 나랑 똑같았어요. 훨씬 더 썰렁하긴 했지만요. 아무래도 사내애가 사는 곳이고 제냐는 집에 자주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침대도 내 것보다 작았어요. 제냐는 그렇게도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데. 그 방에는 소파도 없었어요. 의자 몇 개랑 식탁만 있었죠. 아마 제냐는 그 좁은 침대에서 그 금발머리 리디야를 꼭 끌어안고 자곤 했겠죠. 어쩌면 이 사람도. 하지만 성인 남자 둘이 그 좁은 침대에서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마 제냐 몸 위에 반쯤은 올라탄 채 자야 할 거예요. 그러니까, 이 둘이 바냐 말대로 정말 그런 사이라면. 그러자 나는 정말로 궁금했던 질문을 불쑥 내뱉고 말았어요.

 

 

바냐가 그랬어요, 당신이 제냐 애인이라고. 정말이에요? ”

 

바냐가 누구예요? ”

 

제냐 동생. 본 적 없어요? ”

 

동생이 있는 건 알아요. ”

 

 

 

그는 화를 낼 수도 있었고 모른 척할 수도 있었어요. 사실 화를 내는 쪽이 더 그럴싸하죠. 스트레이트라면 꼭지가 돌 거고 진짜로 그런취향이라면 들키지 않기 위해 더욱 화를 낼 테니까. 바냐는 그런 게 유행이라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건 그저 영화나 방송, 잡지랑 신문에서나 뻔뻔하게 떠드는 거죠. 아니면 내가 호객하러 가는 거리 한켠에 있는 그쪽 구역애들이나 가능한 거죠. 이렇게 번듯한 남자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아요.

 

 

미샤는 여전히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는 담배를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가 도로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었어요.

 

 

글쎄요. 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좋아하죠. ”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했어요. 지하철에서 나오는 안내방송처럼, 1 더하기 12라고 아주 명백한 사실을 읽어주는 것처럼. 반쯤은 짐작했고 믿고 있었으면서도 가슴 한가운데를 바늘 같은 걸로 콱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나랑 절대 안 자 줄 거야라는 생각에 아주 잠깐 울고 싶었어요. 아니, 아니에요. 나는 자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내가 그랬잖아요, 직업이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정말로 밝히는 여자는 아니라고. 그런 건 아닌데 좀 울고 싶어진 건 맞아요. 솔직히 말하면요, 이 남자가 그런 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와 잘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 짓거리로 십 년 동안 밥벌이를 해왔다면 그런 것 정도는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실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요. 맞아요, 난 실망하거나 속상한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가슴이 뜨끔거리며 철렁한 느낌은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또 궁금해서 물었어요.

 

 

나는이죠? 제냐는 당신을 안 좋아해요? ”

 

,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난 옛날부터 사람들 마음 같은 건 전혀 모르는 놈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

 

그럼 물어보면 되잖아요. ”

 

그런가. ”

 

 

 

미샤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어요. 이번에는 상당히 길게 빨아들였고 연기도 멋지게 뿜어냈어요. 마치 그 사람이 몸 전체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았어요. 연기를 뿜어내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볍게 떠는 느낌이었지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눈으로 웃었는데 그 한 모금으로 말보로 한 갑을 다 피운 것처럼 행복해 보였어요. 1초도 안 돼서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했지만요. 이번 기침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어요. 나는 그의 손에서 담배를 다시 빼앗아서 바닥과 벽 사이에 비벼서 껐어요. 그리고는 그 사람이 또 아까워하는 눈으로 쳐다볼까 봐 선수를 쳤어요.

 

 

이제 됐어요. 말보로는 당신한테 안 맞는 거예요. ”

 

안 맞는 것치곤 너무 좋은데. ”

 

마지막으로 담배 피운 게 언제예요? ”

 

“ 3년쯤 됐나? , 아니다. 작년 가을. 그건 별로였어요. ”

 

왜요? 그때도 감기에 걸렸나요? ”

 

사진 찍으려고 피운 거라서. 그런 사진을 찍을 때는 멋있는 척하라고 하거든요. ”

 

 

 

그래요, 생각났어요. 바냐가 잡지들이랑 영화에 대해서도 말해줬네요. 나는 이 사람이 조명 아래에서 값비싼 명품 옷을 걸치고 외제 담배를 피우며 멋있는 사진들을 찍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텔레빅이나 리자 같은 촌스러운 잡지 말고, 코스모폴리탄이나 보그 뭐 그런, 뉴라가 훔쳐 와서 같이 돌려봤던 그 번쩍번쩍 광이 나는 잡지 말이에요. 우리는 그 잡지에서 떠드는 소리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여튼 거기 나오는 옷들이랑 화장품은 전부 다 참 근사했어요. 사진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싸서 그저 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요. 그 비싼 것들을 걸친 화보 속의 여자들은 쭉쭉빵빵했고 남자들은 섹시했죠. 그런 남자가 이 옥상에 올라와 말보로를 제대로 피우지도 못하고 기침을 하고 있다니 우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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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빅'은 당시 페테르부르크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일정표와 연예 소식을 수록하고 있던 주간지였다. 나와 쥬인은 매주마다 슈퍼나 가판대에서 이 텔레빅(표기법 대신 진짜 발음대로 하자면 쩰레빅)을 사서 줄을 쳐가며 주중의 영화와 재밌는 방송을 체크했다. 소련 붕괴 후 몇년 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온갖 외설적인 방송들이 둑이 터진듯 흘러나오던 시기였다. 그 당시엔 인터넷도 거의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으니 텔레비전과 온갖 이상한 방송이야말로 우리의 노어 실력을 함양하는데 크게 한몫 하는 놈들이었다(...라고 쓰지만 그저 우리는 재미있고 말초적인 뭔가를 보며 빈둥거리고 싶었을 뿐) 이 텔레빅에는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사진과 가십도 자주 실렸다. 싸구려 잡지였고 지질은 아주아주 안 좋았다.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몇개 안 뜬다. 위의 이미지는 그나마 하나 건진 것. '리자'는 엘르나 엘르걸, 보그 등을 따라서 만든 러시아 여성잡지인데 역시나 촌스러웠다. 리자는 사본 적이 없다만. 하여튼 텔레빅과 리자는 나에게 저 90년대 후반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말보로에 대해서라면. 난 흡연을 하지 않는다만 하여튼 이 글에는 몇가지 소재가 나오는데 말보로도 그 중 하나라 여러번 반복해 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아 담배 좀 피울 줄 알면 좋았겠군'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ㅎㅎ (실지로는 미샤처럼 담배 못 피우는 인간) 저 당시에는 러시아 경제가 워낙 안 좋았고 자본주의의 폭풍과 범죄와 폭등하는 물가로 다들 난리였던 시기였다. 러시아에 연수나 유학을 갈 때면 선배들에게서 알음알음 노하우를 듣곤 했는데 각박한 이 동네에서 인간관계의 기름칠을 위해서라면 뇌물이 필수라는 것, 그 뇌물이란 굳이 현금일 필요도 없으며 3개를 명심하라는 것이었다. 그 3개는 담배, 초콜릿, 스타킹이었다. 나는 스타킹을 몇 팩 챙겨갔지만 숫기가 없어서 그것을 활용해보지는 못했고(결국 내가 줄창 신었다. 추워서 내복 대용으로), 초콜릿은 기숙사 수위 아주머니에게 써봤다(무시무시하던 아주머니가 천사처럼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가장 잘 통하는 건 담배, 특히 말보로였다. 그래서 무역회사 다니는 남자 선배들이나 아저씨들은 면세에서 말보로나 양담배를 사가곤 했다. 그러니 말보로를 턱 건네준 마냐는 정말 미샤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 정작 미샤는 사실 체질적으로도 그렇고, 수용소 이후에는 더욱 담배를 못 피우게 되었다만, 하여튼 그래도 호시탐탐 담배 피우고 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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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너무 피곤하게 잤다. 금요일 밤에 부모님 댁에서 자느라 잠을 매우 설쳤기 때문에 어제는 정말 머리가 무겁고 졸렸는데 새벽에 깨버렸고 아침에도 일찍 깨서 30분 주기로 자다깨다 반복해서 얕은 잠을 잤다. 꿈에도 시달렸다. 마지막 꿈에서는 쥬인이랑 동생과 프라하에 갔다. 현실을 돌이켜보면 이 둘과 각각 프라하에 가본 적이 있지만 꿈에서는 내가 이들을 처음 데리고 간 거였다. 나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야 했는데 골랐던 식당이 심히 별로였고 요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브라질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곳을 나와 마르게리타 피자라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쪽으로 가면 카페 에벨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카프로바 거리로 가는 쪽이었을 것이다. 꿈속에서도 나는 그 방향에 카프로바 거리가 있는 것이 맞는지, 에벨이 있을지, 그리고 그 에벨은 너무 좁아서 우리가 앉을 자리가 있기나 할지 의문하고 있었다. 그러다 깼다. 이것과 아주 비슷한 패턴의 꿈을 전에도 몇번 꿨다. 이런 꿈을 자주 꾸는 것을 보면 나는 인생에서 뭔가 잘 안풀리고 있다고, 혹은 스스로의 리더십이나 자신을 꾸려가는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뒷머리가 무겁고 띵했다. 다 합쳐보면 여덟시간을 훨씬 넘게 자긴 했는데 제대로 잔 것 같지가 않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새 글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아무런 구상도 하지 못했다. 실은 가브릴로프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이야기는 120여 페이지 가량 써두었지만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중간에 막혔고 그 사이에 패러디 코미디인 서무 시리즈와 또다른 패러디 추리소설을 썼다. 코즐로프가 등장하는 본편 파생 단편도 하나 썼다. 그러나 정작 가브릴로프 본편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후 나는 다른 단편들을 썼고 90년대의 이야기들도 썼다. 하지만 정작 이 81년의 가브릴로프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기분전환을 위해 좀 밝은 이야기나 아예 드라이한 하드보일드 소품을 쓰고 싶기도 한데 글을 하나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이제는 예전만큼 가볍고 쉽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런 재미삼아 쓰는 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중단되어 있는 가브릴로프 본편을 다시 뒤적여볼까 싶은데 이것도 정말 너무 여러번 뒤적여봐서 '그런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과 약간의 절망감이 든다. 아마 어려운 파트에서 딱 멈춰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파트를 버리고 다시 쓰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연휴가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아서 너무 아쉽다. 그래도 월요병이 하루 유예된 것을 낙으로 삼으며...
 
 
엄청 커다란 장미 두 송이 사진 세 장. 이것은 지난번에 왔던 랜덤 믹스에 섞여 있었던 장미인데 와인색이 강하게 돈다. 나는 와인색 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차라리 새빨간 색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다른 장미들은 다 시들었는데 이 녀석 두 송이는 아직 살아남아서 줄기를 바짝 잘라 작은 로모노소프 화병과 찻잔에 각각 띄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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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1. 16:45

일요일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1. 16:45

 

 

 

 

이번 명절 연휴는 짧아서 아쉽다. 그래도 내일 하루 더 쉬니까 월요병이 없어 다행이다.

 

 

일요일 오후 티타임과 꽃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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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1. 16:40

휴일 스케치 sketch fragments 2024. 2. 11. 16:40

 

 

 

일요일 오후 스케치.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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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2:32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2017-19 petersburg2024. 2. 10. 22:32

 

 

 

 

2017년 10월. 리체이느이 대로 풍경 두 장. 사진은 아이폰 6S. 이 거리는 보통 뽀드삐스니예 이즈다니야 서점에 갈 때 걷곤 했다. 사진은 이미 근 6~7년 전 모습이라 지금은 저 가게나 호텔, 바 등이 그대로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막상 여기 사진엔 안 나왔지만 이즈다니야 서점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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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2:00

2.10 토요일 밤 : 설, 엄마표 보따리들 fragments2024. 2. 10. 22:00




 

설날. 부모님 댁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종일 머리가 무겁고 피곤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부모님과 동생네와 모여서 엄마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았다. 점심 먹은 후 아버지가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각종 전, 게으른 나를 위해 엄마가 프라이팬에 일일이 구워주신 LA갈비, 삼치조림, 직접 쑨 도토리묵 무침, 맛있는 배추김치와 알타리 김치, 체리와 사과, 레드향까지 바리바리 두 보따리나 싸왔음. 명절 연휴 끝나면 다이어트를 시작하려 했는데 이 음식들을 다 먹으려면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릴 것 같음... 

 

 

뭐든 새로 쓰고 싶다. 아직 아무런 구상도 하지 못했다만 하여튼 그렇다. 일단 지금은 잠이 모자라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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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0. 21:54

설날 오후 tasty and happy2024. 2. 10. 21:54

 

 

 

부모님 댁에서 명절 점심까지 보내고 집에 돌아와 조금 늦게 차를 우려 마셨다.

 

 

진한 분홍색이 도는 알스트로메리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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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9. 22:20

2.9 금요일 밤 : 설 전날 fragments2024. 2. 9. 22:20





너무 피곤해서 많이 잤다. 깨어나서도 한동안 침대에 달라붙어 있다가 늦게 일어났다.



청소, 목욕, 아점과 차 한 잔 후 택시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왔다. 내일은 온 가족이 다 모일 것이다. 곧 자러 가려고 한다.



꽃 사진 몇 장과 함께 까치 설날 메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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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9. 16:00

이른 오후 티타임 tasty and happy2024. 2. 9. 16:00






부모님 댁 건너오기 전에 이른 오후 티타임. 초콜릿 웨하스는 지난번 바르샤바 여행 때 폴란드항공 라운지에서 가져온 것.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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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생일이다.



생일 축하해요, 발로쟈! 오래오래 멋지게 춤추길!



아아아, 언제 이 사람 무대를 다시 보러 갈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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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들었던 하루를 간신히 마무리하고 이제 명절 연휴. 온천에 들어가 있는 저 녀석들이 부럽다. 나도 내일 욕조에 몸을 담가야지. 마음 같아선 뻗어서 나흘 내내 내리 자고 싶지만 내일 부모님 댁에 가서 하루 자고 설을 보내고 올 것이다. 이번엔 연휴가 짧다ㅠㅠ



오늘 아주 바쁘고 피곤했다. 오후 늦게는 진료도 받으러 가야 해서 끝에서 끝까지 트라이앵글 횡단.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정신없이 졸았다. 지금의 유일한 기쁨은 내일은 좀 늦게까지 누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내일 부모님 댁 가는 택시가 잡혀야 하는데... 명절 연휴 땐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그렇다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려면 빙빙 돌아가서 멀미가 나니 견디기가 힘들다. 순간이동 능력 매우 필요. 흑흑, 우렁이도 필요하고 순간이동 능력도 필요하고 밥 차려주는 식탁보랑 금화 낳는 당나귀도 필요한데 있는 거라곤 부실한 내 몸뚱이 하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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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오늘도 매우 바쁘고 지치는 하루였다.



안그래도 바쁘고 너무너무 일에 치어 있는데 정말 말 섞거나 업무로 얽히고 싶지 않은 부류의 다른 부서장이 아주 문제 발생 소지가 많은 업무 협조 요청을 해왔다. 이 사람은 항상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저지르면서 그것이 추진력이라 착각하는 한편, 본인만 항상 죽어라 일한다고 믿으며 자기가 잘 안되는 일들은 모두 남탓으로 돌리고 항상 남 욕을 하며 심지어 감정조절 장애도 있는 사람이다. 목소리도 엄청 크고 얘기할때 옆사람을 탁탁 때리는 버릇까지 있어 같이 얘기하기 싫은 사람이다. 정치질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 내가 너무 피곤하게 여기는 타입이라 정말 얽히기 싫은데 업무가 연관이 좀 있어서(나중에 이 사람이 저지른 일들을 우리 쪽에서 수습해야 하는 상황) 피할 수도 없다. 오늘의 요구는 너무 말도 안되는 얘기라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해결할지 고민 중이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명절 연휴인데 그 내일이 너무 고될 것 같다. 그래도 기운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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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4. 2. 7. 09:02

반짝이는 네바 강 russia2024. 2. 7. 09:02

 

 

 

햇살로 반짝거리는 네바 강과 그만큼 예쁜 사람들. 옛날 사진첩에서 발견해 올려본다. 2014년 7월. 백야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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