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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공항이나 비행기에 설레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여러 이유로 비행기는 많이 탔지만 이런 비행이 즐거웠던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비행기 사진도 별로 올리지 않는 편인데, 이 사진들은 문득 저 당시의 좋았던 여행이 떠올라서 올려본다. 이 경로로 날아가는 것도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2017년 12월 말이었다. 나는 혼자 날아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았다. 블라디보스톡에는 공연을 보러도 가고 그냥 놀러 가기도 하고 이렇게 새해맞이를 하기도 해서 짧은 기간 동안 다섯번이나 갔었다. 원체 가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것은 2020년 초였다. 이후 코로나와 전쟁으로 블라디보스톡 가는 길이 막혔다 ㅠㅠ 비행기도 심지어 세 종류를 타봤다. 대한항공, 티웨이, 그리고 이 아브로라 항공(영어식으로는 오로라 항공이지만 러시아어로는 아브로라라고 읽는다) 당시 한참 여행 프로그램에 블라디보스톡이 나와서 한국 관광객들이 많아질 무렵이었고 비행 후기도 많았는데 이구동성 '으악 오로라 항공 너무 후졌어요! 러시아 비행기 최악이에요!' 였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 비행기를 타보니 별로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비행기 자체는 예전에 아에로플롯을 워낙 여러번 타본 탓에 '뭐 비슷하구만' 하는 느낌이었고, 최악의 기내식이라고 난리였던 소박한 칠면조 샌드위치조차도 '어 의외로 맛있어' 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은 3시간이 걸리지만 아브로라는 2시간 좀 넘으면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이게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을 통과해 지름길로 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거 타고 가니 정말 빨리 도착해서 좋았고 '아 지금 북한 통과하나?' 하는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하여튼 그래서 나의 오로라 항공, 아브로라 탑승은 나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기류는 무지막지했는데 이건 대한항공이든 티웨이든 아브로라든 다 똑같았다)
 
 
이미 6년도 전의 기억이다만, 이때 여행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겨울의 블라디보스톡은 살이 엘 정도로 추웠고 호텔도 까마득한 언덕에 있어서 무지 힘들었지만 여행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나중에 새해맞이하러 또 갔었다. 다시 이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2017년 12월 29일.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아브로라. 사진 여러 장. 
 

 
 

 
 
 
 

 
 
 
 

 
 
 
이 샌드위치와 비행기에 대한 메모도 스케치로 그려놓았던 적이 있다. 아래에. 그림을 보니 저때는 머리가 뽀골뽀골이었나보다. 그리고 저때 옷차림을 보니 지금처럼 둥실둥실해지기 전이다 ㅠㅠ (못입게 된 파란색 금패딩 코트 착용...) 
 
 
moonage daydream ::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tistory.com)

와글바글, 악명높은 샌드위치라며, 그냥 철퍽

​​ 위의 두 스케치는 비행기 안에서 그렸음 ​ 저녁 6시에 도착했고 먹은것도 별로 없어서 근처 레스토랑에나 갈까 했지만 춥고 언덕 오르막이라 포기.. 근데 벌써 배가 꺼졌어ㅠㅠ 빨리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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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었고 블라디보스톡의 바다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 오로라 항공, 즉 아브로라가 살아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네...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원체 변화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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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