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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여행 사진들 뒤져보다가. 2018년 5월 블라디보스톡 폴더를 보니 분명 이때 DSLR로 찍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그것들을 집 PC에 옮겨놓지 않은 모양인지 폰 사진들만 여럿 모여 있었다. 그런데 폰 사진들을 보니 또 느낌이 새로웠다.



블라디보스톡은 아무래도 가깝다는 이점이 있어서 꽃돌이 슈클랴로프님 공연 보러 두번, 그냥 놀러 세번이나 다녀왔는데 그중에서도 이 18년 5월의 짧은 여행이 가장 즐거웠다. 이때는 바쁜 업무에 짓눌려 있다가 5월 무슨 황금연휴 시기에(아마 어린이날이나 석탄일이 끼어 있었던 것 같음) 한밤중 비행기를 타고 가서 3박 4일인가 놀다 왔던 기억이 난다. 통틀어 이때 날씨가 가장 좋았던 때라(나머지는 7월 두번, 12월 두번이었던 듯) 돌아다니기도 좋았고 맘에 드는 카페를 여럿 발굴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서 즐거웠던 것 같다.



이 당시 폰은 아이폰 6S였는데 뭔가 이때 사진 찍을때 설정을 잘못했는지 필터를 잘못 넣었는지 전반적으로 색감이 좀 어둡게 나왔다. 실제로는 무척 햇살이 좋고 밝은 날씨였다. 마지막 돌아오는 날에만 비가 왔던 것 같음.


여행 기분 되살려보려고. 폴더에 있던 사진들 여럿 그냥 막 방출. 뱅기 타고 가는 것부터 호텔 방, 면세 쇼핑 결과물, 카페, 사원 뭐 이것저것. 이때 발굴했던 카페들은 내내 내가 좋아하는 곳들로 남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20년 1월이니 그 이후 지금까지 아직 버티고 있을지 잘 모르겠다 ㅠㅠ 다 폰 사진들이라 화질은 감안해야 함.


 

 

 




이때 탔던 것은 아브로라 항공. 하도 악명높아서 긴장했으나 나에겐 그냥 아에로플롯 2탄이었음. 심지어 여기서 내준 치즈 샌드위치도 맛있게 먹음. 아브로라 항공은 러시아 항공이라 북한 영공을 통과해서 2시간 남짓 걸리는데 대한항공 타면 3시간 걸렸다. 그래서 '가격도 싸고 시간도 덜 걸리고 차라리 낫구만' 하는 생각마저 했음. 그런데 지금이야 물론 전쟁때문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운항을 다 멈췄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한밤중 비행기를 타서 새벽에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시내까지 들어왔다. 이때는 도심의 그나마 가장 좋다는 현대 호텔에 묵었음. (그치만 오래된 곳이라 5성이라 해도 별로 좋지 않음 ㅜㅜ 조식도 별로였는데 이건 나중에 두번이나 더 묵었지만 역시 별로였다) 그 현대 호텔은 18년 말인지 19년엔 롯데 호텔로 바뀌었는데 다음에 묵어보니 위 사진의 내부 인테리어는 그대로였다. 이름만 바꿨음.


 

 




그래서 이때는 와이파이 비번에 현대가 적혀 있음.




 




이때 면세로 이런 것들을 질렀나보다 :)

 

 

 




빠끄로프 사원도 이때 처음 갔었다. 이 여행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다. 사원은 고요했고 공원에는 연두색 나뭇잎들이 가득했고 부드럽고 찬란한 햇살이 일렁였다. 공원에서 어떤 남자가 개랑 놀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고 비둘기와 개를 구경했다.


 

 




 

 




여기 바다는 정말 조그맣고 별볼일 없다만 그래도 이렇게 한가운데만 툭 잘라내서 구도를 잡아 찍으면 이쁘다 :) 그런데 나에게 이 바다는 이런 찬란한 푸르름보다는 한겨울에 꽝꽝 얼어붙었을 때 눈보라와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더 강한 곳이다.




 




바닷가 공원에도 당연히 산책을 갔었다.


 

 




 



 

 

 




이건 그전에 왔을 때 발굴했던, 내가 좋아하는 케익 카페. 여기는 관광지에 있지만 2층이라 한국인들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로컬들이 많이 왔다. 그래서 여기 블로그 올릴 때도 카페 이름을 안 올렸었다 ㅋㅋ


 

 

 




뜬금없이 다시 면세 결과물 한컷. 이때는 또 한참 블러셔에 필 꽂혀 있을때라 온갖 브랜드의 핑크, 레드 계열 블러셔를 사고 있었음. 저 캔메이크 블러셔는 딱 저 색상만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가운데 빨간색이 탐나서 면세에서 샀었다. 저때는 한참 지방 본사에서 과로에 시달리며 매일 길 위의 인생을 살 때라 스트레스 때문에 색조 화장품을 진짜 엄청 자주 이것저것 샀었다.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쓰게 되고 또 서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제 색조 화장품을 거의 안 사고 립스틱도 맨날 바르는 것만 바름. 이사하면서 립스틱과 블러셔도 수십개 처분함. 근데 이 사진 보니까 갑자기 '앗 다음주 출근할때 블러셔 해볼까' 하는 맘이 잠깐 들었지만 아침에 밑화장과 아이라이너만 대충 하고 후다닥 나가는고로 아마 안 할거 같다 ㅋㅋ


 

 

 




그리고 거리와 골목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도 몇 장.






 

 

 

 

 




이때 발굴했던 카페 :0 시르니키가 맛있었다. 나중에도 종종 갔다.

 




 




그리고 카페마. 여기가 블라디보스톡에서 가장 그리운 카페이다. 커피 안 마시는 나에게 커피 마셔보게 하는 드문 곳. 카페 에벨 외엔 거의 여기 뿐인 듯.


 

 




그러다 갑자기 슬프게, 돌아가는 길 공항 의자랑 기내 캐리어로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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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