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 끝에 오늘은 좀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월요일에 설명회 행사를 치르고 밤에 2집으로 기차 타고 내려가고,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까지는 본사에서 죽어라 일하고, 목요일 오후에 다시 기차 타고 화정에 올라왔다. 그리고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프라하에 왔고. 토요일에 돌아댕기고 일요일인 어제는 버스 타고 외국(!) 독일의 드레스덴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저질체력의 토끼에게 이것은 대단한 일~!! 그런데 신기한게 여행을 가면 이런게 평소만큼 힘들진 않단 말이지. 역시 좋아서 하는 것과 돈벌려고 하는 것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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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근 여덟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쭉 잤음 좋았겠지만 역시나 자다깨다 ㅠㅠ 하여튼 아침에 깬 후에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조식 시간을 흘려보냈다. 너무 귀찮기도 했고 에벨의 맛있는 모짜렐라 루꼴라 베이글도 먹고팠다.
어제 드레스덴에서 크루아상 한개, 점심으로 비엔나 슈니첼과 감자샐러드, 차랑 딸기케익을 먹은 후 프라하 돌아와서는 미니사과를 한개 먹고 잤는데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때부터 배가 무지 고팠다. 그러나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는 또 귀찮... 하긴 난 그 훌륭한 아스토리아 호텔(프라하 말고요 ㅠㅠ 페테르부르크) 조식도 반타작밖에 못했었어... 게으름!!
10시 즈음 낑낑대며 일어나서 씻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후 반소매의 얇은 원피스와 샌들 차림으로 나섰다. 어제 드레스덴에도 이러고 갔어야 덜 더웠을텐데!!!! 이 원피스 챙기면서도 프라하에서 5월말~6월초에 이걸 입게 될까 싶었으나... 오늘 프라하 32도까지 올라갔음!!!!!!!! 여름 원피스 한두장 더 챙겨올걸!!!!! 챙겨온 건 거의 다 긴 옷인데!!!!!! (그러면 이것을 빌미로 여기서 가벼운 옷을 사면... 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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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 갔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하며 앉았으나... 오늘 햇살이 너무 따가운 관계로 그 자리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 좋긴 한데 블라인드가 없고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웠다. 그래서 슬퍼하며 아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앉아서 잘 살펴보니 터키블루 쿠션만 사라진 게 아니고 그거 놓여있던 의자도 바뀌어 있었다. 흐흑.... 그래, 그 쿠션 놓여있던 의자는 팔걸이가 제대로 없어 불편하긴 했었지.. 그치만 예뻤는데... 전체적으로 빨간색 계열인 에벨의 내부에 근사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던 터키블루 쿠션.. 흑...(좀 때타긴 했지만... 빨아서 잘 말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흑....)
오랜만에 모짜렐라 루꼴라 토마토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었다. 오늘은 전보다 루꼴라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아예 요리를 직접 해서 가게에서 사오지 않는 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기가 힘들다. 음식들은 대체로 간이 짜고 육류 위주이다. 그래서 에벨의 이 루꼴라 잔뜩 올라간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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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로 아점을 먹은 후 아이패드 꺼내서 어제 드레스덴 스케치를 좀 했다.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경 낀 금발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더니 '어떻게 그렇게 그리나요?' 라고 물었다. 영어였는데 영국 억양인 것 같았다. 인상이 좋았고 목소리가 다정했다.
'기술의 힘으로요' 라고 대답하자 남자가 막 웃었다. 그러더니 머리색을 절반 정도 칠해놓은 그림을 가리키며 '이게 당신인가요?' 라고 물었다. '저 맞아요. 닮았나요?' 라고 묻자 남자가 '닮은 것 같아요. 근데 옷차림이 다르네요' 라고 대답했다.
'어제였거든요' 라고 대답한 후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금발 여인이 화장실에 다녀왔는지 옆테이블로 돌아왔다. 안경낀 남자의 아내인지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나에게 '저 토낀 뭐야 -_-' 하는 눈초리를 보내더니 남자에게 '그만 가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먼저 휙 나가버렸다. 남자는 '만나서 반가웠어요' 라고 인사를 한 후 급하게 따라나갔다.
흑... 원래 이런 식으로 뭔가 괜찮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 좀 괜찮은 느낌의 남자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남자... 남자의 남자든 여자의 남자든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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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서 나와서 하벨 시장 쪽으로 갔다. 너무나 체리를 먹고팠는데 근처 가게에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벨 시장에서는 체리를 팔았지만 비쌌다. 200그램에 100코루나(거의 5천원!)나 주고 샀다. 이 시장 원래 비싼 건 알지만 그래도 빈정상함...
작년에 왔을 때 두번째 숙소가 이 하벨 시장 근처에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안젤라또 분점이 있다. 안젤라또에 가서 그립던 스트라치아텔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진짜 더웠다. 얼굴이 벌겋게 익으면서 뜨거웠다. 골목들을 누비며 숙소로 돌아왔는데 호텔 근처에 있는 야외 전광판을 보니 32도였다!!! 끄악 너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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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두시 좀 넘어서 들어왔다. 좀 쉬다 오후에 나갈 생각으로 화장을 지우진 않았는데 너무 덥고 끈적해서 샤워만 했다. 그랬더니 얼굴만 후끈후끈 ㅠㅠ 토너 미스트로 얼굴을 좀 식힌 후 에어컨을 틀고는 잘 정돈된 침대 시트 위로 기어올라가 맨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열이 좀 식었다. 그러다 결국 정해진 길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 낮잠 잤음. 피로가 쌓여 있었으니 낮잠 잘 만도 하다. 한시간 좀 넘게 잤다. 엄청 달고 무겁게 잤다. 계속 자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여섯시쯤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더워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컵라면이나 먹고 때울까 싶었지만 물도 거의 떨어져 있었다. 나간 김에 좀 걸어서 코지 거리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가서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했고 근처 식료품점에서 물을 샀다. 그리고 오래 전 처음 프라하 왔을때 발견했던 중국집인 명월관이 호텔 근처라 거기 가서 마파두부랑 치킨탕수, 밥을 테이크아웃했다. 3년 전에 여기 머무를때도 종종 이렇게 사서 집에 가서 데워먹곤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일곱시 넘어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29도였다. 식당은 요리사가 바뀌었는지 마파두부에서 역한 고기 냄새가 많이 났고 치킨탕수는 간이 너무 짰다. 그래서 많이 못 먹었다. 두부만 뒤적뒤적 좀 건져먹고 치킨탕수는 많이 남겼다. 아까비... 다시는 거기 안가. 하긴 3년 전에 마지막으로 갔을때 양을 너무 적게 줘서 빈정상해서 다시 안간다고도 했었지.
(음식은 맛이 없었으므로 사진 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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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홍차 티백 우려서 차 한 잔 마시며 오늘의 메모 쓰고 있다. 체리랑 티라미수 곁들여서... 근데 맛없는 중국음식 때문에 배불러서 티라미수는 두세 숟가락만 먹고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었음.
내일 오후에 료샤가 오기로 했다. 낑낑거리며 들고 온 맥심 모카골드를 꺼낼 때가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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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 걸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