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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8. 22:03

빌니우스 카페 7 : Coffee 1 2022 vilnius2022. 10. 28. 22:03






빌니우스 카페 일곱번째는 우주피스에 있는 Coffee 1.




여기는 우주피스 천사상 바로 맞은편에 있다. 날씨 좋을 때는 저 야외테이블에 앉거나 천사상 앞에 쭈욱 놓여 있는 테이블들에 앉는 것 같다. 천사상 주변 테이블들은 다른 식당 것들도 있는 것 같지만, 생김새로 보아 비슷하게 생긴 테이블과 의자도 여럿 있으니 아마 여기도 한몫 차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모던한 스타일이었다. 여기는 지난번 올린 보키에츄 거리의 백스테이지 카페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 거리 맞겠지? 그새 또 헷갈림) 이곳도 유명한 카페인 것 같다. 나의 믿음직한 가이드 영원한 휴가님의 추천 리스트에도 있었음. 나는 우주피스를 두번 갔는데 첨엔 영원한 휴가님과 이 언덕길을 올라 비르쥬 두오나에 갔고, 두번째로 혼자 구경갔을 때는 언덕길을 등반 왕복 후 완전히 지친 상태로 여기 들렀다.




여기는 신기하게도 화이트 티, 즉 백차가 메뉴에 있었다. 여러 모로 빌니우스의 카페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유럽 카페라기보다는 서울 카페와 더 비슷한 느낌도 그렇고... 그런데 이날 메모에도 적었지만, 블랙 티 그린 티 화이트 티가 메뉴에 다 들어있었는데 블랙 티 중 다즐링은 없었다. 빌니우스 카페에서 다즐링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이날은 너무 덥고 습한 날이었다. 나는 바람막이와 반팔 티셔츠, 긴 바지 차림이었는데 원피스 입고 올 걸 하고 엄청 후회를 했고 바람막이는 벗어서 가방에 쑤셔넣어야 했다. 그래서 백차는 아이스로 주문해 마셨다.









이것은 맨처음 언덕길 올라가면서 찍은 야외테이블. 가지런히 놓여 있는 컵 등속이 이뻐서. 나중에 내려와보니 치워두었기에 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나중에 후회했다. 덥기도 했고 이 자리의 장점은 천사상 보이는 것밖에 없고 곧장 도로변이라 차가 지나가고 공기가 안 좋았음. 그나마 천사상도 막 감탄이 나오게 아름답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테이블도 보다시피 나무판 사이가 너무 널찍해서 그다지 편하지 않고 의자도 마찬가지라... 완전 엉덩이 배기고 불편함 ㅠㅠ 오히려 내부가 더 괜찮았는데 그냥 안에 앉을 걸 흑흑, 하지만 이미 앉아버렸는데 다시 들어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바깥에 앉아 차가운 백차를 마시고 땀을 식힌 후 우주피스를 떠났다.








이게 카페 내부.








그냥 여기 앉을 걸! 내가 언제부터 야외 자리 좋아했다고... 나는 안쪽을 더 좋아하는데 ㅎㅎㅎ








하여튼 이렇게 아이스 화이트 티를 마셨습니다. 차의 품질은 나쁘지 않았고 아주 시원했다.








천사상도 좀 구경하고...







이렇게 천사상 아래 파라솔과 테이블들이...













쓰고 보니 이 카페 소개는 상대적으로 좀 성의가 없는 느낌이... 아마 바깥에 잠깐 앉았다가 일어난 곳이라 그런가보다. 안에 앉았으면 또 달랐을 거 같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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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빌니우스에 다녀온지도 어느덧 4개월이 넘었고, 여름이 지나버리고 가을도 저물어가고 추워지는 계절이 되었다. 틈틈이 여행의 추억과 사진을 올려보려 했는데 바쁘게 일하며 네덜란드 호떡집들을 문어발로 막아내다 보니 심지어 이 포스팅은 한달쯤 전에 사진들을 이렇게 모아놓고는 미루고 미뤄서 지금이 되었다. 한달만에 돌아온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여섯번째. 민트 비네투. 

 

 

민트 비네투는 구시가지에 있는 헌책방 서점이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과 재회했을 때 내가 좋아할 곳이라며 데려가주셨던 곳이고 그때는 서점 구경 책 구경 엽서 구경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오후에 다시 가 보았다. 빌니우스 카페들 중 내가 두번 간 곳이 거의 없는데(피나비야만 예외) 여기가 바로 두번 간 곳이다. 이곳은 내가 빌니우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중 하나이다. 민트색 간판도 이뻤고 책들도, 여기저기 구석에 숨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창문도 모두 좋았다. 

 

두번째로 갔을 때는 처음 봤을 때 찍어두었던 구석 창가 테이블로 들어가 앉았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야외 테이블이나 홀 쪽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간 건 나 뿐이었다. 나도 원래 밝은 곳을 좋아하긴 하는데 여기는 꼭 도서실, 서재 같은 느낌이라 안쪽 창가에 앉아보고 싶었다. 거기 앉아 간만에 아이패드 꺼내서 스케치도 하고 즐거웠다. 글을 쓰기 좋은 곳이었다. 아마 내가 빌니우스에서 산다면 여기 종종 글을 쓰러 왔을 것 같다. 

 

 

단 하나의 단점은, 겨울엔 분명히 추울 거란 점이었다. 여름이었는데도 창가 구석은 싸늘했다. 

 

 

사진들 많이. 

 

 

 

 

 

 

 

 

 

여기는 녹차가 있었다 :) 오전에 홍차를 마신 터라 여기서는 녹차를 주문해 마셨다. 양도 많았다. 

 

 

 

 

 

 

아마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또다른 이유는 오랜 엣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였던 것 같다. 안쪽 테이블에 이렇게 스탠드가 달려 있었는데, 문득 오랜 옛날 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낼 때, 그러니까 맨 처음과 또 2006년 즈음 페테르부르크 국립대에서 연수를 할때 종종 이용했던 학교 독서실 생각이 났다. 물론 이렇게 예쁘진 않았지만. 

 

 

나는 본관에서도 수업을 들었지만 스몰니의 분관에서도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때로 교통편 때문에 수업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는 적이 있었다. 그러면 1층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다가 나타나는 조그만 독서실로 들어가서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 거기서 과제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다. 당시는 가을과 겨울이었고 당연히 어둡고 스산하고 추웠다. 책상마다 작은 스탠드가 달려 있었는데 이것처럼 반짝반짝한 놈은 아니었고 매우매우 소련/러시아 냄새가 풀풀 나는 연한 법랑질 노란색의 낡은 갓에 백열전구가 한개 꽂혀 있는 놈이었다. 추워서 목도리를 펼쳐 무릎을 덮고 한껏 웅크린 채 그 책상의 백열전구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고 러시아어 동사의 정태, 부정태, 접두사 따위를 구분하며 머리아파했다. 오래된 옥스퍼드 영러 미니사전을 많이 넘기기도 했다. 아마 지금 같으면 그 흐린 불빛 아래 누런 갱지에 인쇄된 깨알같은 단어가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거기 앉아서 러시아 고전문학이 아니라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의 판타지 소설을 읽기도 했다. 아마 그 추억 때문에 이곳이 더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작은 전등 하나, 겨울이 되면 비슷한 날씨가 찾아올 것이 분명한 어둑어둑한 방. 

 

 

 

 

 

 

 

 

 

 

 

 

이 창가. 창 너머로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역시 추울 것만 같다 :) 

 

 

 

 

 

 

 

 

 

 

 

 

 

 

 

여기서 스케치를 두 장 그렸다. 위 사진의 스케치는 여기 : moonage daydream :: 바르샤바 토끼 (tistory.com)

 

바르샤바 토끼

진짜 오랜만에 그린 여행 크로키. 오늘 민트 비네투라는 근사한 카페에서 그림. 한 장 더 있는데 그건 따로. 바르샤뱌 호텔 방에서 멍해졌던 순간 ㅋㅋㅋ

tvey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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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가뭄에 콩나듯 올리고 있는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다섯번째는 비르쥬 두오나 (Biržų duona) 리투아니아어 자판을 깔아놓지 않아서 구글링으로 복사해옴. 영문으로는 그냥 Birzu duona라고 표기하는데, 꼬랑지 달린 u는 유 발음이 나는 것 같다. (아닐지도 몰라 엉엉) 

 

 

 

여기는 카페라기보다는 빵집에 더 가깝지만, 그래도 테이블이 몇개씩은 있고 음료도 나와서 베이커리 카페라고 하면 될 것 같다. 파리 바게뜨 카페 뭐 그런 식으로. 나에게 이곳은 페테르부르크의 부셰를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부셰와, 오래된 그곳의 빵집들을 조금 섞어놓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세베르 느낌도 아주 약간 있다만 세베르는 빵보다는 과자와 케익이니 약간 느낌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오래된 곳이니... 비르쥬 두오나도 간판의 로고를 보면 1953년부터라고 되어 있고 밀인가 호밀인가가 그려져 있어 정감간다. (곡식도 물론 외관만 봐서는 구분 못하는 자. 오로지 벼만 알아볼 수 있는데... 그것도 막상 벼랑 보리랑 밀이랑 셋을 같이 놔두면 못 알아볼지도 ㅠㅠ) 

 

 

 

지점이 여러 곳에 있다. 내가 처음 묵었던 숙소인 네링가 호텔이 있는 게디미나스 대로에도 있었고, 거리마다 여기저기 지점이 하나씩 있는 것 같았다. 맨 처음 갔던 곳은 위 사진의 우주피스 언덕길 지점. 영원한 휴가님과 재회하여 공원을 지나 우주피스로 들어가고, 으와 사람많다~ 하며 걷다가 한적한 언덕길로 올라와 이곳에 갔다. 그런데 내부 사진은 이거랑 아래 사진이 전부이다. 언덕길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떠느라 ㅎㅎ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에는 또 다른 거리(아마도 루드닌쿠 거리였던 듯)에 있는 지점에 갔다. 그때는 아가들도 같이 있어서, 같이 앉아 먹기 좋은 곳이 그곳이었다. 어린아이들도 놀 수 있게 공간 배치가 잘 되어 있었다. 거기서는 망고 까눌레, 주스, 레모네이드 뭐 그런 것들을 먹었다. 내 레모네이드가 시어서 그것을 맛본 아가가 미간을 막 찌푸리면서도 조금씩 계속 맛을 보려고 해서 너무너무 귀여웠음 :) 그리고 여기서 주스, 유리컵 단어를 외우게 되었다. 술티스, 스티클레넬레.. 였던 것 같은데 아아 또 까먹어서 틀린 단어일지도 모름 엉엉... 

 

 

 

돌아가기 이틀 전에 부서원들에게 먹을 거라도 사다줄까 하여 다시 비르쥬 두오나에 가기로 했다. 구글 맵 찍고 갔는데 그때 내가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리에이클로스 거리에 있는 지점이었다. 그래도 상당히 좀 걸어야 했는데 막상 거기 갔더니 가게가 작고 이미 늦은 오후라 진열대가 많이 비어 있었다.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지점은 필리모 거리와 루드닌쿠 거리였다. 그리하여 영원한 휴가님께 톡으로 막 문의를 했다. '저번에 우리 가서 주스 먹은 데는 어느 거리에요?' 했더니 루드닌쿠라고 하셔서 그리로 갔다. 내 기억에 거기가 좀 크고 쾌적해서 빵이 많을 것 같아서. 

 

 

 

그리하여 헉헉거리며 열심히 걸어서 루드닌쿠 지점에 갔는데 여기도 빵이 많이 팔린 상태였고 당초 내가 생각했던 쿠키나 사탕 같은 봉지는 별로 안 보였다. 그리하여 결국 나는 부서원들 줄 과자 대신 내가 먹을 빵만 샀다 ㅋㅋ 게으름뱅이 케익 두쪽, 포피 씨드 빵 한 덩어리... 그것들은 무지무지 맛있었다. 다 먹어서 너무너무 슬프다. 울집 근처에 비르쥬 두오나랑 부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으엉... 하여튼 이날 리에이클로스와 루드닌쿠 두 지점을 횡단하고 또 숙소까지 돌아오느라 엄청 많이 걸어서 다리가 무지 아팠다(이날이 빌니우스 대학 성당 종탑이랑 새벽의 문 다녀오느라 녹초가 되었던 그 날이었음 ㅋㅋ)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이 글도 거의 2주째 쓰고 있었음. 사진만 먼저 모아놓고는 막상 길지도 않고 자세하지도 않은 글 쓰는 게 늦어짐. 하여튼 이렇게 빌니우스 카페 다섯번째는 집 근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 비르쥬 두오나~ 여섯번째도 또 천천히 느릿느릿 하나 올려보겠다. 아직 여럿 남았는데 흑흑... 

 

 

 

 

 

 

 

 

여기는 그 우주피스 지점. 리투아니아는 빵이 맛있었다. 러시아에서 먹은 빵들과 맛이 많이 비슷했다. 체코 빵은 맛이 없었는데(전반적으로 그 동네 음식은 맛이 없음. 커피와 케익, 맥주만 맛있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아마 내가 햄과 소시지를 안 먹는 입맛이라 그런듯. 특히 빵이 맛이 없다. 케익은 맛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이상하다!) 여기는 참 맛있었음. 

 

 

 

 

 

 

 

 

우주피스 지점에서 영원한 휴가님과 함께~ 견과 타르트와 게으름뱅이 케익 한쪽. (이것은 나중에 한쪽 사갔다) 

 

 

 

 

 

 

 

이때 우리는 이런저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많은 얘기들 중 특히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타르코프스키의 스탈케르 영화 얘기, 우크라이나 전쟁 얘기가 기억남. 

 

 

 

 

 

 

 

 

 

 

 

빌니우스의 카페들도 모두 종이 빨대를 내주었다. 

 

 

 

 

 

 

 

 

 

여기가 위의 저 지점인지 아닌지 헷갈림. 며칠 후 우주피스 다시 갔을 때 찍긴 했는데 같은 지점인지 다른 지점인지 잘 모르겠음. 처음 간 곳은 영원한 휴가님과 수다떠느라 뭔가 외관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음 ㅎㅎ

 

 

 

 

 

 

 

 

여기가 루드닌쿠 거리의 비르쥬 두오나. 여기 좋았음~ 

 

 

 

 

 

 

 

여기는 내가 갔다가 허탕친 리에이클로스 지점. 

 

 

그런데 이렇게 다 적고 나서도... 각 지점이 있는 거리 이름들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흑흑... 모든 것을 구글 맵에 의존했기에 ㅋㅋ 

 

 

 

우앙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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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9. 4. 16:51

빌니우스 카페 4 : 카페인 Caffeine 2022 vilnius2022. 9. 4. 16:51

 

 

 

 

빌니우스에는 스타벅스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카페 문화를 지닌 곳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훨씬 우리나라와 비슷한 스타일의 카페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나 했는데 인구나 관광객 수가 적어서 그리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타벅스, KFC, 버거킹 등속이 없었고 중앙역 근처에 맥도날드가 하나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도 가보지는 못했다.

 

 

대신 로컬 카페 체인이 몇개 있었다. 카페인, 후라칸 커피, 베로 카페 등이었는데 나는 전자의 두 군데에 가보게 되었다. 카페인은 영원한 휴가님(나의 영원한 빌니우스 가이드)의 말씀에 따르면 리투아니아에 거의 제일 처음 생긴 커피숍 체인이며, 그 당시에 다른 카페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치즈케익'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간에 아마 경영자나 소유자가 바뀌었는지 스타일이 좀 달라졌다고 한다. 카페인은 빌니우스 여기저기에 정말 많았다. 서울에 스타벅스가 여기저기 있는 것만큼 자주 눈에 띄었다. 

 

 

이 카페인은 빌니우스의 가장 중심지인 게디미나스 대로(우리나라의 종로나 강남, 페테르부르크의 네프스키 대로 같은 곳이다) 31에 있는 지점이다. 이 대로도 워낙 길다 보니 지점이 여럿인데, 이곳은 내가 처음에 며칠 묵었던 네링가 호텔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이 날은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나갔다. 경유 비행기 놓친 것부터 시작해 피로가 쌓여 있었던 터라 '아 오늘은 가까운 카페에서 늘어져 있다가 들어와 쉬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래서 편한 옷차림에, 아주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고판 책 한권을 들고 호텔을 나와 위로 몇분 걸어올라가 이 카페인에 갔다. 영원한 휴가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러면 치즈케익을 먹어야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진열대에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초콜릿 에클레어가 가득한 것을 보고 '치즈케익은 무슨!' 하며 에클레어를 주문했다 :0 이런 체인점은 사실 별로 기대를 안 하기 마련인데 의외로 에클레어가 맛있었다. 다만 냉장보관이 되어 있지 않아 초콜릿이 녹아내렸고 손에 자꾸 묻었다. 어째서인지 포크를 주지 않았고 혹시 냅킨 쌓여 있는 곳에 포크가 있나 보러 갔지만 없었다 ㅠ 그래서 냅킨으로 싸서 먹긴 했지만 손에 초코를 묻히게 되었다... 

 


차는 티백이었지만 이곳의 티샵인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에서 나온 차였기 때문에 '오 그래도 뭔가 기본은 하는구만~' 이란 생각에 뿌듯해졌다. (이때까지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를 찾아내지 못했던 터라 여기서 첨으로 티백으로 조우함 ㅋ) 

 

 

창가에 앉아 게디미나스 대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책도 읽으며 편안한 오후의 티타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서 내게 카페인은 한가로운 휴가(=다른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평일 오후에 여행 가서 외국 길거리의 체인 카페에 앉아 쉬는 것)의 이미지로 남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름답고 근사한 카페'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시내의 수수한 체인 카페라는 점임. 아름답고 근사한 카페가 되는 순간 방점은 '카페'에 찍히기 때문에... (이게 내 기분은 그렇다 ㅎㅎ) 

 

 

다 좋았는데 딱 두가지 아쉬웠던 점은 1. 에클레어 냉장을 안 해줘서 손에 초코 아이싱이 묻은 것 2. 창문을 제대로 닦지 않아 먼지가 너무 많이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흑흑... (문득 몇년 전 드레스덴에 갔을 때 너무 이른 아침 버스로 도착한 탓에 아무 곳도 열지 않아 스타벅스에 앉아 머핀인가 뭔가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 스타벅스도 유리문을 제대로 닦지 않아 희끄무레하고 뿌연 먼지 얼룩이 많았다)

 

 

게디미나스 대로 31의 카페인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이 포스팅을 거의 며칠 전에 시작했는데 너무 바빠서 오늘에야 마저 써서 올린다. 또 틈틈이 시간나면 빌니우스 카페 5를... 

 

 

 

 

 

 

 

 

 

 

 

 

 

 

 

 

이 색채는 어딘가 나에게 블라디보스톡의 카페마를 떠올리게 했다. 아마 목재와 색채 때문인 것 같다. 그리운 카페마. 

 

 

 

 

 

 

 

 

 

이렇게... 창문이 깨끗하지 않아 좀 슬펐음 ㅜㅜ 그리고 날이 더워서 자꾸 파리 한 마리가 와서 앉았다. 에클레어의 유혹이 강렬하긴 했을 듯. 

 

 

 

 

 

 

 

 

 

 

 

 

 

 

 

티백에 스코니스 이르 크바파스 로고가 있음. 그냥 납작티백이 아니라서 좋았다 :)

 

 

 

 



 

 

 

 

 

 

막상 바깥에서 찍은 사진은 없어서,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고 구글링으로 찾은 바깥 사진. 간판이랑 모양은 딱 이렇게 생겼다. 이 카페는 외관보다는 안쪽이 훨씬 좋았다. 후라칸 카페도 그랬다. 빌니우스 체인 카페 특징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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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가뭄에 콩나듯 띄엄띄엄 올리고 있는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세번째. 백스테이지 카페(Backstage Cafe)





백스테이지 카페도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다. 이 거리는 널찍하고 기다랗게 뻗어 있는데 중간에 분수도 있고, 공사 중인 곳도 있고, 꽃나무들도 있고 분명 햇볕이 들기는 하는데 어딘가 그늘이 좀 지는 느낌도 있다. 독일인의 거리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예전엔 무슨 가게가 들어와도 잘 안되고 금방 닫는 거리 느낌이었는데 최근 몇년 사이 카페들이 번성하면서 잘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영원한 휴가님이 말씀해주셨다. 그러고보니 이 거리서만도 백스테이지 카페, 크루스툼, 슈가무어, 후라칸 커피 4군데나 갔었음.





이 카페는 영원한 휴가님께서 데려가주신 곳이다. 이날 오전에 함께 시장에 가서 체펠리나이로 아점을 먹고, 근처의 헌책방도 구경하고 쭉 걸어내려와 들렀다. 추천해주신 카페들 중 가보지 못한 2곳과 함께 어쩐지 나에게는 비슷한 느낌으로 각인된 카페이다 : 백스테이지 카페(ㅇ), Coffee 1(ㅇ), Taste Map(x), Coffee Spell(x) ㅇ는 가본 곳, x는 못가본 곳. 가보지도 않고서 왜 비슷한 느낌으로 각인되었느냐 하면 모두 두 단어로 되어 있고, 좀 힙한 카페...라는 느낌이라 그런가보다 ㅎㅎ 백스테이지 카페와 우주피스에 있는 Coffee 1은 아마 인테리어나 건축자재 등의 느낌 때문인지 좀 친척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빌니우스는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달리 카페 문화가 좀 늦은 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카페들이 상당히 우리 나라 카페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음료의 구성도 그렇고. 체인 카페들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많았다. 그래서 어딘가 친근한 느낌도 들고, 또 쾌적하기도 하고, 노트북 들고 가서 앉아 있기도 괜찮은 곳이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아이스 에스프레소와 쿠키, 홍차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그런데 홍차 종류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얼그레이 아니면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였을 것 같음(시장에서 체펠리나이를 먹었으므로 좀 강한 차로 입가심을 하고 싶었을테니까)





카페 사진 몇 장. 얘기하느라 많이 찍지는 못했다.











커피 원두랑 드립커피 용품(..으로 추정)도 팔고 있었다.











이렇게 손글씨 적혀 있는 대기표를 주는 카페에 오면 기분이 좋다 :) 그리고 요즘 대리석 테이블이 너무 갖고 싶은 터라 여기 돌 느낌의 티테이블도 맘에 들었고, 접시랑 테이블도 너무 잘 어울려서 미감을 매우 만족시켜주는 곳이었다. (아마 저런 접시 단독이라면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을텐데-무겁고 투박한 스타일이라- 테이블과 어우러지니 색감과 재질 모두 조화가 훌륭했다)
















그러나 옥에 티로, 티라미수는 그냥 그랬다 ㅠㅠ 영원한 휴가님이 전에 '케익이 맛있으면 커피가 맛이 없고 커피가 맛있으면 케익이 맛없어서 둘다를 충족하는 카페 찾기가 어렵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음.










체리는 여기서 내준 게 아니고, 체펠리나이 먹으러 갔던 시장에서 내가 샀던 체리 :) 커다란 접시에 쿠키 하나 덩그러니 담아줘서 자리가 남아 냉큼~









아, 무슨 차였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네 ㅎㅎ 얼그레이인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인가, 혹시 뜬금없이 실론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블랙 티'라고 주문해서 받았던 걸까.




















나오는 길에 바깥에서 안쪽 보며 찍음. 벽에 강아지 장식이 반짝반짝거리고 있다. 이 카페 옆에는 독일어인가 하여튼 외국어인지 외국문화 관련 센터가 있었던 것 같고, 화장실 가기도 좋았다 :)




또 틈나면 빌니우스 카페 4를 써봐야지~ 이런 건 다녀와서 쭈루룩 써야 하는데 이미 두달이 훌쩍 지나가버려서 가물가물 ㅠㅠ 그러니까 무슨 차 마셨는지도 기억 안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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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빌니우스 카페 시리즈 두번째는 제일 처음 갔던 곳,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이다. 여기는 첫날 메모에도 적었고 티백 홀더가 장착된 찻잔 받침접시 얘기 https://tveye.tistory.com/11507 로도 쓴 적이 있어서 쓸까말까 했는데 그래도 제일 첨 간 곳이고 또 마음에 드는 카페였으므로 적어둔다.




빌니우스 여행 내내 나의 정신적이자 실질적 지주로 활약해주신 영원한 휴가님 덕분에 구시가지의 맛있는 카페, 힙한 카페들 여럿에 가볼 수 있었다. 여기는 영원한 휴가님이 추천해주신 목록 중간에 있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에서 나와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하니 메뉴에 블린이 있다는 이곳에 가고 싶어졌다. 다른 곳 몇군데도 검색을 했던 것 같은데 여기가 구글맵을 보니 거리가 그중 가까웠던 것 같다(그런데 그 다른 곳들은 어디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남)




필리에스 케피클렐레는 게디미나스 대로를 쭈욱 걸어가 대성당을 지나면 나타나는 필리에스 거리에 있다. 앤틱 느낌의 아늑한 카페이다. 좀 애매한 오후 늦은 시각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집어들었는데 마음씨 좋게 생긴 중년 여인이 내게 '어 그 메뉴는 러시아어에요, 영어 메뉴 드릴게요' 라고 하였다. 그래서 엉겁결에 '괜찮아요, 러시아어 메뉴 볼 수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이분이 너무나 유창한 노어로 응대를 하셔서 '혹시 러시아 사람인 것인가? 고국의 언어를 아는 외국인이 나타나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해주시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ㅎㅎ 차라리 외국어 잘 못하는 관광객 모드로 대충 영어로 주문을 했으면 더 편했을 것 같은데 공연히 노어 메뉴판 달라고 한 덕에 최선의 서비스를 해주려던 이 여인이 중간중간 정말 친절하게, 다량의 노어를 구사하셔서 '으앙 그냥 영어 메뉴판 달라 할 걸' 하고 조금살짝 후회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언어중추가 퇴화되었는지 노어를 점점 못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가 많았고 케익 등 디저트류도 많았던 것 같은데 나는 이때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블린을 먹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블린을 시켜서 먹었더니 블라디보스톡 생각이 많이 났다. 블라디보스톡에 놀러가면 보통 첨엔 바닷가로 나가기 때문에 그 길에 블린 가게에 들르기 때문이다. 어쩐지 블린은 도착한 날이나 최소 둘째날이 다 가기 전에 먹어줘야 한다는 느낌이 있다. 페테르부르크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여튼 빌니우스에 왔는데 노어 메뉴를 보고 노어로 얘기하며 러시아식 블린을 먹으니 기분이 신기했다. 그리고 전쟁 때문에 이 동네에서도 노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게 좋겠지 하고 생각하고 왔는데 막상 여기저기서 노어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것도 신기했다. 러시아 여행객은 여전히 많았다.




식사용 블린으로는 버섯 속이 든 블린을 시켰고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과 딸기잼을 곁들인 블린을 시켰다.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디저트는 케익을 먹어볼 걸 아깝지만 ㅎㅎ 보통 블린집에 가면 항상 식사용 블린 한 장, 디저트용 블린 한 장(보통 러시아에서는 연유 뿌린 걸 고른다만)을 먹던 버릇이 있다. 식사용은 닭고기와 스메타나 속이 든 것 아니면 버섯과 양파 든 것을 고르는데 여기서는 두가지 종류의 버섯이 들어있는 블린이 있어 그것을 시켰다.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디저트 블린은 비주얼이 심히 촌스러워서 '아아 괜히 시켰어'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이것도 맛있어서 만족했다.







바깥에서 보면 이렇다.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중. 바깥 풍경 구경하려고 앉은 자리.







이건 지난번 받침접시 얘기에서 소개했던 바로 그 알트하우스 찻잔과 접시. 왼편 상단의 티백 홀더 자리 매우 마음에 들었음. 설탕도 주고~~ (비록 설탕을 넣어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것이 버섯 들어 있는 블린. 버섯과 시금치 같은 것이 같이 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가물가물함. 근데 배고파서 마구 먹느라 잘라낸 단면 사진은 안 찍음. 간만에 스메타나를 얹어서 맛있게 먹었다.











촌스러운 비주얼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아이스크림과 딸기잼 블린. (모양새가 딱 예전에 러시아에서 내주던 그런 플레이팅이라 추억에 좀 잠겼다 ㅎㅎ) 그런데 의외로 저 케첩처럼 묽어보이는 딸기잼이 아주 맛있었다. 딸기를 직접 갈아서 뿌려준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것도 다 먹어치움! 아이스크림은 그냥 가벼운 우유맛이었다.








내가 입구 근처에 앉았기 때문에 내부가 밝아보인다. 안쪽 홀은 어둑어둑하고 더 아늑한 분위기이다. 나는 보통 빛이 잘 들어오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카페에 가면 창문 근처 등 밝은 쪽에 앉는데, 그러면 내 친구 료샤는 '이 바보, 안쪽이 아늑한데!' 하고 쿠사리를 주곤 한다. 나는 '이상해, 너희는 맨날 햇살이라면 사족을 못쓰면서 어째서? 라고 묻고 이 녀석은 '이 멍충아 그건 아예 야외에 앉을 때 얘기지' 라고 대꾸한다. 아 그렇구나 그런 논리인 거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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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22. 7. 31. 18:07

빌니우스 카페 1 : 크루스툼 Crustum 2022 vilnius2022. 7. 31. 18:07






빌니우스에서 들렀던 카페들에 대해서는 그날그날의 메모에서 간단히 언급하거나 시간이 나면 좀더 자세히 적어두었지만 매일의 메모에는 다른 일들도 잔뜩 적혀 있으므로 틈날 때 카페 얘기만 이렇게 따로 하나씩 올려보려고 한다.



여기는 보키에치우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크루스툼이다. 도착 첫날 갔던 카페는 필리에스 케피클렐레이고 그 다음날 갔던 곳이 이곳이다.



원래는 여기를 갈 생각이 아니었다. 영원한 휴가님께서 로컬들이 잘 가거나 특이점이 있거나 맛있는 카페들을 꼽아주셨는데 그 중 하나인 슈가무어에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사실은 길을 잃다 어찌어찌 헤매니 그 카페가 있는 보키에치우 거리 쪽으로 들어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는 도착 바로 다음날이라 구글맵에만 의존하고 있었던데다 원체 길눈도 어두워서 많이 헤맸다(그렇다고 나중에 덜 헤맨 건 또 아님) 첫번째 숙소인 네링가에서는 조식 포함 예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늦잠 자고 나니 배도 고프고 좀 정신이 없었다. 배도 고프고 이때 붉은 군대의 여파로 빨리 약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아무 카페에나 가서 대충 차랑 빵 먹어야지 하고 나왔지만 피 같고 금 같은 휴가 며칠 내서 나온 입장에선 사실 그 '아무 카페'가 '진짜' 아무 카페가 되기란 어렵다. 이래저래 고르게 된다.



하여튼 헤매다 보니 아직도 라일락이 조금 남아 있는 나무와 분수대가 나타났고 오른편에 있는 이 카페를 슬쩍 보았다. 깔끔하고 예쁘네 하는 첫인상이었다. 구글맵을 보니 바로 근처에 슈가무어가 있다고 하여 몸을 틀어보니 정말 맞은편에 슈가무어가 있어서 길을 건넜다. 그런데 이날이 일요일이었던 터라 슈가무어에는 브런치든 티타임이든 하여튼 힙한 곳에서 즐기려는 빌니우스 주민들이 득실거렸다. 야외 테이블은 꽉 차 있었고 안에 들어가보니 어딘가 빈 자리는 한둘 있는 것 같았는데 편하게 대충 아침 먹을 분위기는 아닌 느낌이었다(좀 젠체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힐끗 보니 온통 디저트만 있는 것 같아서 도로 나왔다. 그리고는 처음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한 이 크루스툼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곳은 추천 없이(ㅎㅎ) 지나가다가 맘에 드는 스타일이라 들어간 곳이 되었다.



이곳은 체인이었다. 빌니우스 공항에도 지점이 있다고 영원한 휴가님께서 얘기해주셨는데 돌아가는 날에는 짐 부치고 들어가기 바빠서 미처 못 찾았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다.



크루스툼은 아마 'crust' 에서 온 이름이 아닐까, 패스트리가 많은가 하며 들어갔다. 과연 빵들이 여럿 있었고 케익과 각종 디저트들도 진열장에 많이 있었다.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이것저것 먹고 싶었지만 아침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고 맛이 검증되지 않은 것 같아서 + 메뉴판이 온통 리투아니아어로만 되어 있어서(커피 종류만 영어로 되어 있었음) 이럴 때 고르기 제일 무난한 메뉴, 즉 초콜릿 크루아상과 홍차를 시켰다. 이때는 아직 홍차를 리투아니아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랐다. 커피가 kava라는 건 알겠는데(이건 체코어와 똑같음), 도대체 차는 무엇인가. 대충 차이 비슷할 것 같은 단어를 찾아봤지만 없었다. (다음날쯤 알아냈음, 홍차는 arbata였다) 그래서 영어로 블랙 티 있느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해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초코 크루아상을 시켰다. 팔에 문신을 하고 검은 티셔츠를 입은 패셔너블한 여인이 주문을 받아주었다(좀 멋있었음 ㅎㅎ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동네에 이렇게 문신을 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크루아상을 먼저 담아줬기 때문에 그 접시를 들고 자리를 잡았더니 잠시 후 차가 담긴 머그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매우 기뻤던 것은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티백이 아니라 잎차를 내주었다는 것이다. 거름망과 더불어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받침접시 겸 뚜껑도 얹어서. 그래서 이곳은 나에게 아주 좋은 이미지로 남았다. 사실 크루아상 자체는 그냥 무난해서 '오 엄청 맛있어, 오오 버터맛의 진수야' 이런 건 아니었다. 좀 퍼석한 편이었고 그냥저냥 딱 그 가격만한 초콜릿 크루아상이었지만 이때 원체 배가 고팠고 또 잎차로 인해 좋아진 기분, 사람이 거의 없어 한적한 카페 내부, 통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 여행 둘째날 아침의 여유 등이 어우러진 덕분에 빵도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다. 통유리 문 너머로 보이는 슈가무어를 힐끗거리며 '저거 봐, 저기 사람 엄청 많아. 여기가 훨씬 좋다~' 하며 여유롭게 ㅎㅎㅎㅎ (이 기억 때문에 나에게 슈가무어는 '어쩐지 젠체 하는 곳, 힙한 척 하는데 비싸고 사람 많은 곳'으로 각인될 뻔했지만, 나중에 그곳에 가서 엄청 맛있는 디저트를 먹은 덕분에 결국은 좋은 곳으로 결론이 났음~)



빌니우스에서 갔던 카페들은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기는 그냥 무난한 베이커리 카페 체인일 수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제반 상황이 작용하면서 역시 마음에 드는 곳으로 남았다. 빌니우스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여기는 다시 가서 빵도 그렇고 디저트도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다 :) 여기 인테리어도 은근히 마음에 들었다. 근데 아마 여름에 왔기 때문에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겨울에 왔으면 바람 들어와서 엄청 추웠을 것 같긴 함.



이제 사진 여러 장으로 마무리.







이 자리가 좀 아늑하고 바깥 구경하기 좋은 자리라 골라 앉음 :) 첨엔 손님이 하나도 없다가 내가 앉을 때쯤 문가의 저쪽 테이블에 여자분 하나가 와서 앉았다. 그리고 내가 빵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손님들이 줄줄이 왔다. 그중에는 러시아어를 하는 누가 봐도 좀 여행객처럼 보이는 가족도 있었기 때문에 '나처럼 슈가무어 갔다가 실패한 사람들인가~' 하며 공연히 재미있어했다.







생각지 않은 기쁨을 안겨준 잎차 :) 다른 디저트 카페들은 여기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티백 차를 내줬기 때문에 다시 돌이켜봐도 크루스툼에 플러스 10점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카페들 열심히 다니느라 여기선 디저트를 못 먹어봤는데 사진 볼 때마다 '아악 하나라도 먹어볼걸' 하고 아까워한다 ㅎㅎ 빌니우스에서 먹었던 디저트들은 대부분 맛있었으니 여기도 기본은 하지 않을까 함. 그리고 잘 보면 까눌레가 1유로임. 빌니우스에선 빵집들에서 파는 까눌레 가격이 저렴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까눌레 하나에 4~5천원대라서 사먹기 어렵다고 했더니 영원한 휴가님이 놀라셨음 흑흑... 근데 정말 까눌레가 그렇게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ㅠㅠ







빵들이 놓여 있는 쪽 진열대. 그런데 지금 잘 보니 윗쪽에 뭔가 속이 든 파이처럼 생긴 것들도 있었네... 하지만 이때는 그냥 제일 실패 확률이 적은 무난한 걸 고르다 보니 초콜릿 크루아상으로 낙착. 왜 그냥 크루아상을 고르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크루아상은 오히려 진짜 잘 만들지 않으면 맛없는 게 너무 티나기 때문에 초콜릿이라도 박혀 있어야 커버가 되어 그럭저럭 성공 타율이 올라가기 때문임! 이것은 마치,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분식집 같은 식당에서 뭐라도 먹어야 할때 실패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라면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이치임(라면은 크게 실패하기 어려운 품목이라) 왜 여행 카페 얘기에서 라면으로 흘러갔는지 좀 우습지만 하여튼.










이때 선글라스를 꺼내놓고 매우 행복해했음 :) 2년 반만에 여행 나왔고 선글라스는 3년 만에 챙긴 거라서 이걸 다시 쓰게 되다니 하고 엄청 뿌듯해했다. 심지어 이거 말고 하나 더 챙겨왔었음. 그런데 막상 나중에 돌아다닐 때 선글라스는 거의 쓰지도 않았음.









이렇게 크루스툼 카페 이야기 끝. 다른 카페 얘기들도 시간 나면 이렇게 하나씩 써보겠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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