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났던 찻잔과 접시 + 2022 vilnius2022. 6. 16. 22:02
여기는 빌니우스에서 제일 처음 뭔가를 먹으러 갔던 곳인 필리에스 케피클렐레. 여기서 홍차와 블린을 먹었다. 버섯 블린과 딸기잼/아이스크림 블린 기다리는 중에 먼저 나왔던 홍차. 여기서는 알트하우스 티백을 내주었다. 맛 자체야 뭐 이따금 마시는 브랜드라 무난한 홍차이고, 사실 저 찻잔과 접시가 엄청 탐났음. 예뻐서는 아니고 - 예쁘다고 하기엔 역시 알트하우스 티백과 마찬가지로 아주 무난한 하얀색 도자기 찻잔과 접시 - 저 접시가 아주 실용적으로, 왼편 상단 귀퉁이에 홍차 티백 홀더 모양으로 홈을 파놓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별도의 티백 홀더/종지가 필요없음. 그리고 티백을 건지지 않는다면 저기다 조그만 초콜릿 캔디를 올려놓을 수도 있다. 이런 받침접시는 티백 홍차를 자주 우려마시는, 정말 일상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이 고안해낼 법한 접시임. 그래서 뜬금없이 이 찻잔이랑 접시는 안 팔죠? 하고 물어보고 싶었음 ㅎㅎㅎ
이런 경우가 예전 프라하의 어느 프렌치 카페에서 내주었던 딜마 찻잔인데, 그건 이런 실용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었고 역시 흰색 무지 도기 찻잔에 딜마 문양이 있는 평범한 거였지만 찻잔 바닥과 접시 바닥의 홈이 딱 들어맞는 그 기분좋은 느낌이 있어 그것도 탐났었다. 생각해보면 역시 홍차 브랜드에서 나오는 찻잔들이 상당히 차를 우려마시는 사람에게 적합하게 디자인되는 것 같긴 하다. 예쁘고 화려하진 않고 그냥 하얀색의 평이한 도기이지만 뭔가 미묘한 실용성, 편안함이 있다고 해야 하나. twg도 그랬던 것 같고(그러나 twg 티룸에서 애프터눈티세트 시켰을 때 내줬던 황금색 번쩍거리는 티포트는 정말 취향이 아니었음 ㅋㅋ)
차를 우려서 이렇게~ 나는 차에 설탕을 넣지 않으니 그냥 옆에 곱게 놔두고 나온다만(정말 맘에 드는 곳은 가끔 설탕봉지 챙겨올 때도 있음. 그러면 그 설탕은 주로 집에 꽃아놓은 꽃에게 주고 봉지만 간직), 어쨌든 홍차 시켰을 때 설탕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아마 맨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곳이 러시아였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음. 거기에 레몬까지 주면 더욱 좋고, 심지어 우유를 절대 넣어 마시지 않지만 우유가 든 미니 저그까지 주면 완전 대접받는 기분이라 더더욱 기분이 좋아짐.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료샤는 야! 아무것도 안 넣어 마시면서 왜 무익한 노동을 추가로 바라냐! 하고 놀려대지만 ㅠㅠ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잖니... 하긴 주문받으면서 '레몬 드릴까요 꿀과 우유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면서 결국 대답은 '아니요 괜찮아요 스트레이트로 마실게요' 라고 한다만 ㅎㅎㅎ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는 소정의 절차라는 게 지켜지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요체인 듯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 블린 맛있었는데... 아아 다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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