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일요일 밤 : 주문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불안하고 산란한 주말 fragments2024. 2. 25. 20:32
이번 주말의 꽃은 완전히 폭망이었다. 수레국화가 한정판으로 나와서 주문을 했는데 배송이 늦어져서 그런지 원래 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팍삭 시들어서 대부분은 회생불가였다. 수레국화는 줄기가 너무 가느다랗고 여리여리해서 잘 시드는 편인데 그걸 알면서도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주문한 내 잘못인지도 ㅜㅜ 하여튼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한 꽃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대를 아주 짧게 잘라서 몇 송이 건졌을 뿐이고 봉오리 상태인 놈들은 아마 개화가 안될것 같다. 다시는 주문하지 말아야겠다 ㅠㅠ 들꽃은 이쁘긴 해도 관상용으로 다루기엔 오히려 더 까다롭다.
개화한 꽃송이들도 툭 꺾여버려서 아까운 마음에 찻잔에 띄워두었다. 분홍색은 지난주의 카네이션. 도자기 곰돌이와 토끼들과 코기들과 빌니우스 밤톨들이 '어휴 저 토끼가 또 바보처럼 수레국화를 샀구나' 하는 표정으로 혀를 차며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흑흑.
새벽까지 잠이 잘 안 왔고 아침엔 너무 일찍 깨버렸다. 더 자보려고 애썼지만 실패해서 대여섯시간 안되게 그것도 얕은 수면만 취한 터라 머리가 아팠다. 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보냈다. 내일 오전에 아버지의 병원 진료가 잡혀 있고 열흘 전 수술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다. 악성일 가능성에 대해 의사에게 얘기를 들은 터라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보호자로는 엄마가 따라가시기로 해서 나는 내일 출근을 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봐 불안하고 마음이 어지럽다.
해야 할 일들도 많고 온갖 어려움들이 산적해 있어 출근하면 바쁠테지만 일이 손에 잡힐지 모르겠다. 부디 괜찮은 결과이기를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이번 주말엔 산란한 마음으로 쉰 것 외엔 아무 것도 못했다.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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