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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388

  1. 2014.10.28 다리 위의 낙서 - 아냐♡쇼마, 블라드♡옥사나
  2. 2014.10.27 슬픈 소식 4
  3. 2014.10.26 잠시 : 프라하에서 썼던 글에 대해 - 사자, 화살, 종 치는 사람 (+카페 에벨)
  4. 2014.10.22 메조닌 카페, 여행 중 누리는 작은 호사 2
  5. 2014.10.21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첨탑 4
  6. 2014.10.21 10.21 화요일 밤 : 가을비는 별로, 태지 인터뷰, 암울하니 냉장고에 넣어야 하나, 글쓰기에 대해 별로 새롭지는 않은 메모 두어 개 2
  7. 2014.10.20 꽃 한 송이 4
  8. 2014.10.19 국립발레단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짧은 리뷰 +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사진 몇 장 6
  9. 2014.10.18 국립발레단 공연 보러 옴(교향곡 7번, 봄의 제전)
  10. 2014.10.18 궁전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 4
  11. 2014.10.16 안으로 들어가면 서점이.. 2
  12. 2014.10.15 프라하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 4
  13. 2014.10.14 리허설 중인 무용수 화보 몇 장 : 비슈네바,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14. 2014.10.14 예술 광장으로 가는 길
  15. 2014.10.11 잠시, 새 글을 시작하기 전에, 흙탕물 색깔 재킷과 기름기 많은 수프
  16. 2014.10.08 고요한 네바 강과 일렁이는 햇살 4
  17. 2014.10.06 간만에 무용수 화보 몇 장 : 로파트키나, 소모바, 슈클랴로프, 스체파노바 등
  18. 2014.10.04 잠시 : 글, 사과 파이 등 4
  19. 2014.10.02 가장 먼저 가는 곳 4
  20. 2014.09.30 말 타고 사라지고 싶구나 4
  21. 2014.09.29 마음의 위안을 위해, 초록빛 레트니 사드 사진들 몇 장
  22. 2014.09.28 잠시 : 요즘 쓰는 글 + 로파트키나의 오데트 솔로 클립
  23. 2014.09.26 창문들, 판탄카
  24. 2014.09.23 피곤한 아침, 눈에 휴식을...
  25. 2014.09.21 알브레히트 - 루지마토프(리허설), 슈클랴로프 + 오시포바, 쉬린키나 영상 클립

 

 

마린스키 극장 가는 길. 운하 따라 걷다가 이 다리를 건너 도로변으로 접어들어 조금만 더 걸어가면 마린스키가 나온다.

 

다리의 이름은 빠쩰루옙 모스뜨. 빠쩰루이가 러시아어로 키스라는 뜻이라서 이 다리는 어쩐지 연인들의 다리 같고.. 키스를 해야 할 것 같은 곳이다만. 원래 이름 유래는 키스와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어쩐지..

 

그래서 이 다리에는 사랑의 자물쇠들도 많이 걸려 있고(제발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상업적이기만 하고.. 다리 난간에 무게만 가중되고), 이렇게 난간에 낙서도 되어 있다 :)

 

위에 씌어 있는 낙서부터

아냐♡쇼마,

블라드♡옥사나

 

행복하세요 아냐-쇼마 커플, 블라드-옥사나 커플~

 

나중에 여기 달려 있는 자물쇠들 사진들 몇 장 더 올려보겠다 :)

 

 

 

멀리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삭 성당 앞에서 시느이 모스트(푸른 다리)를 건너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와 이 다리를 건너고 나면 마린스키로 접어들 수 있다 :)

 

 

 

다리는 요렇게 생겼다 :0

 

생긴 건 평범하지만 운하를 비롯한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빠쩰루옙 다리라는데 뭐~

 

:
Posted by liontamer
2014. 10. 27. 21:47

슬픈 소식 arts2014. 10. 27. 21:47

 

 

사춘기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음악은 많이 들었지만 대부분 팝과 락이었다. 예외가 조금 있었다. 서태지와 신해철이었다. 그리고 90년대 말에는 이브도 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들었던 건 서태지와 신해철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가끔은 위로도 받았다.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는 떠났다. 슬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사람의 생명이란 게 참 연약하고 하릴없다.

 

명복을 빌어요, 신해철씨. 부디 평안하시기를.

 

가장 좋아했던 노래 두 곡...

 

 

:
Posted by liontamer

 

작년 초 프라하에 머물렀던 동안 썼던 글이 있는데, 분량은 약 200페이지가 좀 안되는 경장편이었고 총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글을 쓰게 된 배경은 예전에 올렸던 카페 엘리펀트와 카를로비 바리에 대한 얘기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2022)

 

당시 프라하로 떠났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그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그 글은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쓰기 시작했다. 그곳, 프라하는 추웠고 어딘가 음습했고, 또 외로운 곳이었다. 그리고 추락과 변절, 깊이 스며든 어둠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곳이었다. 어떤 면에서 러시아와 비슷했지만 그것과는 또 달랐다.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내가 그곳에서 수용소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만일 내가 그때 페테르부르크에 머물렀다면, 혹은 한국에 남아 있었다면 내가 그 글을 썼을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어쩌면 썼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글이었으니까. 하지만 방식은 달랐을 것이다. 감정도 달랐을 것이다.

 

그 글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1부는 수용소 간수, 2부는 주인공을 후원하던 어느 당 간부, 3부는 주인공의 친구를 심리적 화자로 내세우고 있었다. 1~2부는 3인칭 시점으로 썼고 3부는 1인칭으로 썼다. 대부분은 소설의 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화자와 주인공 간의 심리적 거리 때문이기도 했다. 내겐 거의 언제나, 1인칭이 3인칭보다 쓰기에는 쉽다. 보통은 3인칭 시점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글은 주로 카페 에벨에서 많이 썼다. 그리운 카페 에벨)

 

발췌한 부분은 3부의 도입부이다. 화자는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 일린이라는 인물로, 볼쇼이 극장 안무가이자 주인공인 미샤와는 절친한 친구이다. 이 도입부에서 화자인 일린은 죄수 면회실에 앉아 있다. 반체제 혐의로 체포된 후 정신교화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약물 쇼크를 일으키고 모스크바 비밀 요양소로 이송된 친구를 면회하러 온 것이다. 물론 그 면회는 죄수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도, 화자의 의지도 아니다.

 

새 글 쓰다가 잠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작년에 썼던 이 글을 다시 뒤적였다. 잠시 그 때 생각이 나서 몇 문단 발췌해 본다.

 

처음 나오는 크냐제프 라는 인물은 보안위원회, 속칭 루뱐카, 그러니까 KGB 측에서 붙여준 담당 요원. 대화에서 언급되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는 주인공을 후원하는 고위직 당 간부이자 2부의 심리적 화자이다. 그리고 라라는 일린의 딸이다. 라라가 미샤를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라고 부르는 건 이름과 부칭을 모두 붙이는 러시아식 존칭이다.

 

* 이 글을 무단으로 발췌, 인용, 전재, 배포하지 말아주세요 *

 

..

 

 

 크냐제프는 한동안 내게 주의사항을 늘어놓았다. 주로 면회 중 언급해서는 안 되는 내용들에 대한 경고였다. 내게 면회를 허가해준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라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그는 특히 반체제적 발언이나 서방 국가를 찬양하는 언사를 엄금했다. 나처럼 정상적인 소비에트 시민에게 그렇게 죄질이 과중하고 사상이 불온한 정치범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입에 발린 걱정을 늘어놓았다. 마침내 나는 가능한 한 차분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말했다.

 

 “ 지나친 표현 아닌가요. 게오르기 이바노비치는 미샤가 곧 석방될 거라고 하시던데요. ”

 

 “ 아, 게오르기 이바노비치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아마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아직 결재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때까지는 여전히 구금 상태고 연방에 위협을 가한 반체제 선동분자로 남아 있다고 해야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뭐 서류상으로는 그렇다 이겁니다. 우리는 명령과 규칙에 따를 뿐이죠, 잘 아실 테지만. 그러니 신중하게 얘길 나누시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 작품의 팬으로서 충고해 드리는 겁니다. 전 볼쇼이를 좋아해서. ”

 

 “ 왜, 아예 그 친구의 팬이라고 얘기하시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요. ”

 

 “ 아뇨, 절대 그런 말은 안 할 겁니다. 애초부터 그런 스타일의 무용수는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요. 안무한 작품들도 표현이 좀 지나친 편이고. 설령 말이죠, 완벽한 가정입니다만, 제가 그 젊은 친구 춤을 조금 맘에 들어한 적이 있다 쳐도, 그 야하게 뒹굴어댔던 마지막 작품을 꽤 높이 평가한다 해도 전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현명하신 분이니 무슨 뜻인지 잘 아시겠지요. ”

 

 “ 글쎄요, 전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

 

 크냐제프는 소리도 내지 않고 웃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 면회 시간은 30분 드릴 겁니다. 꽤 긴 시간이죠. 감시자는 없을 겁니다. 게오르기 이바노비치가 보내신 분이니까요. ”

 

 문을 열고 방을 나가다가 문득 생각난 듯 크냐제프가 덧붙였다. 그 혐오스러운 인간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 아, 스타니슬라프 리보비치. 꼭 30분을 다 채울 필요는 없어요. 그 친구 아직 그럴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

 

 보안위원회 쪽 작자들은 모두 저렇게 밉살스러운 화법을 교육받는지 궁금했다. 아마 분명히 매뉴얼이 있을 것이다. 전에 미샤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루뱐카 심문관 매뉴얼처럼’ 이란 표현을 무심코 내뱉고는 곧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를 뗐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라는 수식어였지만 억지로 묻지는 않았다. 미샤는 하기 싫은 얘기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내 딸 라라는 전에 미샤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는 시대를 잘못 탔어요. 십자가와 천사와 성인들, 악마와 용이 득실댈 때 태어났어야 했어’

 

 열네 살짜리 소녀치고는 꽤 예리한 말이었다. 평소에는 미샤나 미셴카라고 부르는 주제에 그때는 이름과 부칭을 제대로 갖춰 불렀고 자못 점잔을 빼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자신이 벌써 5년 동안 그를 열렬히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전혀 모른다고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그 애에게 ‘그럼 그 때 태어났으면 미샤가 무슨 일을 했을 것 같은데, 성 게오르기처럼 용이라도 잡아 죽일까?’ 하고 물었다. 라라는 발칵 화를 내면서 ‘아빠는 몇 년이나 그렇게 가깝게 지냈으면서 아직도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를 잘 모르는 거야? 절대 남의 피를 자기 손에 묻힐 사람이 아닌데. 그게 악마든 용이든 마찬가지야. 아마 사자한테 던져지거나 화살을 비 오듯 맞고 순교해 성자가 되겠죠.’ 라고 대꾸했다.

 

 처음으로 나는 딸이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내가 ‘그건 너무 끔찍한 상상인데. 게다가 미셴카는 무신론자야’ 라고 말하자 라라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그러니까 아빤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라고 대꾸하고는 자기 방으로 홱 들어가 버렸다.

 

 나중에 나는 미샤에게 라라의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미샤는 별로 충격을 받거나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 언제나처럼 낮고 조용한 어조로 대꾸했다.

 

 “ 종 치는 사람. ”

 

 “ 뭐? ”

 

 “ 종 치는 사람 쪽이 더 좋아. 난 교회 첨탑 좋아하거든, 종소리 듣는 것도. 사자한테 물어뜯기거나 화살 맞으면 진짜 아플 거야. 그런 건 별로야. ”

 

 “ 겨우 종지기가 될 거라고 하면 라라가 실망할 텐데. 장엄하거나 영웅적인 맛이 하나도 없잖아. ”

 

 “ 장엄하거나 영웅적인 건 벌써 무대에서 수도 없이 췄는걸. 세상은 그렇게 거창하고 드라마틱하지 않아. ”

 

 그때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주 평범한 사무실 소파에 홀로 앉아 면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미샤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현실은 거창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무대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끔찍할 수는 있었다. 적어도 미샤 자신에게는 그랬다. 아마 그때도 그는 자기 말을 완전히 믿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

 

 

 

카페 에벨 사진 두 장 더.

 

 

 

지난 4월에 나는 일린의 회상에 등장하는 그의 딸 라라를 화자로 부활절 단편을 하나 쓴 적이 있다. 그 이야기에서 라라는 당시 볼쇼이에서 춤추기 위해 모스크바로 옮겨온 미샤를 짝사랑하는 열 살짜리 소녀로 등장한다. 70페이지 정도의 중편인데 나중에 시간 나면 올려보겠다.

 

** 추가 : 라라가 화자로 나오는 그 단편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390

 

 

:
Posted by liontamer
2014. 10. 22. 21:25

메조닌 카페, 여행 중 누리는 작은 호사 russia2014. 10. 22. 21:25

 

 

페테르부르크에는 고급 호텔이 몇 군데 있는데, 요즘이야 포시즌스를 비롯해 값비싼 호텔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가장 전통 있는 호텔은 네프스키 대로의 예술광장 근처에 있는 그랜드 호텔 유럽(옛날 이름은 유럽 호텔)과 이삭 성당 맞은편에 있는 아스토리야 호텔이다.

 

나의 로망의 호텔은 언제나 아스토리야 호텔이었지만 거긴 아직 못 가봤고, 그랜드 호텔 유럽은 머물러 봤다. 사실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렴하게 나온 사이트를 찾아내 비수기에 갔던 것이다. 좋은 호텔이었다. (나의 올해 긴축 재정에 일조함 ㅠㅠ)

 

그랜드 호텔 유럽은 카페가 이렇게 아트리움 형태로 되어 있다. 이름은 러시아어로는 메조닌. 영어로는 mezzanine.

 

여기 머물 때는 편하게 입고 몇 번 갔었다. 지난 여름에 갔을 때는 다른 호텔에 묵었지만 그래도 여기 두 번 갔다. 좋아하는 카페이다. 차도 케익도 맛있다. 물론 페테르부르크의 다른 카페들을 생각해보면 비싸지만 케익 안 먹고 차 한 잔만 마시면 환율을 따져보고 국내의 이런 곳을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다.

 

의자도 편하고 테이블도 좋다. 이전에 머물 때는 노트북 들고 내려와 글쓰기 좋았다. 다만 금연석과 흡연석 사이에 칸막이가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 담배 연기가 스며들기 시작하면 일어났기 때문에 오래 앉아 있기는 힘들었다. 시간 맞춰 내려가면 하프 연주도 한다 :) 

 

 

 

케익들.

 

러시아 케익들은 대부분 매우 달다. 여기 케익 중 아몬드 케익과 duke's ruin이 맛있다.

 

 

 

 

이날은 몸이 안 좋아서 다른 데는 못 가고.. 저녁에 마린스키 공연이 있어서 그냥 낮에 여기 와서 글쓰기를 위해 메모 정리. 케익 같은 거 따로 안 시켜도 조그마한 브라우니와 쿠키 두어 개를 주는데 그것도 맛있다.

 

찻잔과 포트, 세팅은 여기보다 아스토리야 호텔 카페가 더 맘에 들지만(거기는 로모노소프 찻잔을 준다~) 어쨌든 여기는 안캅 찻잔을 준다. 아쉬운 건 거름망을 저렇게 조그만 걸 준다는 것... 저건 좋지 않아 ㅠ 찻잎 점핑이 잘 안된단 말이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홍대 앞 편의점에서 산 후 어디를 가든 나와 함께 하고 있는 낡은 스프링 노트 :0

 

 

이건 돌아가는 날. 공항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들렀다.

 

 

이날 밥을 못 먹어서 duke's ruin 케익 주문. 말린 자두가 가득 들어 있다.

 

 

 

돌아가기 너무 아쉬워서 슬퍼하며... 흐흑... 지금 사진 봐도 그립다.

 

 

 

이날 극장 박물관에 갔다가 샵에서 득템한 발레 잡지. 작년 과월호인데 슈클랴로프 베네핏 공연과 로미오와 줄리엣 기사가 나와 있어서 샀다. 기사도 재미있었고 사진도 비록 흑백이지만 여러 장 들어 있었음. 왼편 위 아래 모두 슈클랴로프 사진 :)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추는 모습과 커튼 콜. 와, 득템이다~!!

 

 

:
Posted by liontamer
2014. 10. 21. 21:52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의 황금빛 첨탑 russia2014. 10. 21. 21:52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기념엽서를 사면 꼭 등장하는 풍경 중 하나. 바로 이 광경. 네바 강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그리고 사원의 황금빛 첨탑.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저 첨탑 꼭대기의 아름다운 천사상.

 

뭐 전에도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이 요새 내에 제국 시절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고 도스토예프스키도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사건으로 체포되어 여기 수감되었다.

 

정오가 되면 이 요새에서 대포를 빵 쏜다. 알면서도 가끔 네바 강 걷다가 꽝 소리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

 

:
Posted by liontamer

오늘은 비 올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아침에 나가려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보다 더 추적추적 내리는 듯 했다.


비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이맘때 내리는 비는 싫다. 춥기도 하고 너무 어두컴컴해서. 이렇게 비가 오면 페테르부르크의 10월이 생각난다. 춥고 습하고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하고.. 거기 있을 때도 그맘때 날씨는 싫었다. 사람을 참 우울하게 만든다.


아아, 나는 아직 가을 햇살과 하늘을 만끽하지도 못했고 광합성도 제대로 못했는데!! 안돼애애..


..


날씨 탓에 심신이 처져서 오늘도 끝내려던 일을 반밖에 못함 ㅠ


..


손석희씨와 태지의 인터뷰 기사만 보고 영상은 아직 못 봤다. 아껴뒀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봐야지. 울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하게 하는 건 폭력이라는 그의 말이 당연하면서도 참 좋다.


이번 앨범은 주문해서 들을 생각.



..



오늘 집중이 안돼서 친구랑 잠시 메신저하다가.. 2년 전 이맘때부터 몇 달 간 썼던 글의 플롯 일부에 대한 얘길 나눴다. 그 주인공을 데리고 쓴 여러 편 중 가장 길고 우울하고 감정적으로 격렬했던 글이다. 거기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과 그 인물의 배경, 그가 겪는 몇몇 일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 후..


친구가 '그 얘기는 너무 암울하다, 날씨도 꿀꿀한데 더 우울하고 처진다, 너무 애를 학대한다, 냉장고에 넣고 싶다..'고 했다.


(냉장고 얘긴 프렌즈를 보신 분들은 알 듯.. 무서운 이야기책을 차마 뒤를 볼 엄두가 안 나 냉장고에 넣는데.. 레이첼은 '샤이닝', 조이는 '작은 아씨들'이었음 ㅎㅎ)


그 글이 좀 우울하고 감정적으로 꽤나 격하게 서술된 것은 사실인데, 등장인물들이나 배경 등등을 생각해보면 개연성은 있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좀 뒤틀리고 어둡고 혹은 비극적이거나 격렬한 인물, 상황,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더 쉬웠다. 사실 거의 언제나 그렇다. 왜냐하면 진정 위대한 것은 희극이며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은 울게 만드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적 성향 역시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또 이런 중요한 문제도 있다. 글을 쓰거나 써본 사람은 거의 한 번 이상 생각해 본 문제일 것이다. 흔한 얘기다. 작자와 화자(그것이 1인칭이든 3인칭이든, 2인칭이든 어느 시점이든 관계없다), 그리고 삶과 텍스트의 문제다.


물론 작자와 화자는 별개의 인물이다. 작가의 심적 상태와 실제 삶은 텍스트와 등장인물, 텍스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은 허구이다. 설령 그 사건들이 실재하는 경험에서 태동되었다 해도 그건 렌즈를 통해 왜곡되고 걸러지고 재창조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어떤 작품들에 따라붙는 '자전적'이란 표현이 상당히 손쉽게, 혹은 무책임하게 쓰인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 소위 '자전적'이 아닌 소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동시에 그건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어제부터 날 괴롭히던 그 글을 '정말로' 시작했는데, 고민과는 달리 그 글은 상당히 힘을 뺀 어조로 시작되었다. 나중에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가야겠다. 그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아주 정교한 구조를 축조하기 위해 너무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때로 너무 생각과 고민이 많은 건 독이다.


나는 언제나 글쓰기가 기본적으로는 사랑하는 행위와 같다고 여겨왔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비슷하다. 때로는 그저 빠져야 하고 그저 흥분해야 하고 오로지 몰입해야 한다. 이 글에서도 다시 그런 순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순간이며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는 것과 흡사할지도 모르겠다.


.. 그건 그렇고 하여튼 저 대화의 결론은, 주인공을 학대하지 말고 우울하지 않은 글을 쓰라는 것 :)

난 별로 학대하는 것 같지 않았는데..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행동/사고 양태 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거지 내가 가학적인 건 아니라고요 ㅠ



.. 후반부에 글쓰기 얘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오늘의 메모는 프래그먼트가 아니라 어바웃 라이팅 폴더로..

:
Posted by liontamer
2014. 10. 20. 21:34

꽃 한 송이 russia2014. 10. 20. 21:34

 

 

 

작년 9월, 페테르부르크.

 

오후에 호텔에서 서프라이즈로 꽃과 샴페인, 케익을 가져다 주었다. 생각지 않은 선물이라 무척 행복했었던 기억이 난다. 매우 심성이 단순한 고객(=나)을 감동시켰다 :)

 

 

 

꽃은 한 송이든 세 송이든 백 송이든 무조건 좋다... 그리고 장미라면 더 좋다.

 

.. 나중에 료샤가 들렀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과 꽃을 보더니 입술을 삐쭉거렸다.

 

료샤 : 너무 좋아하고 있잖아. 너 엄청 쉬워 보인다, 제발 그러지 마라..

나 : 상관없어, 어차피 남자가 준 것도 아닌데.

료샤 : 별 볼일 없는 남자가 꽃을 줘도 저렇게 좋아하겠구만.

나 : 꽃을 주면 점수 상승하겠지.

료샤 : 저렇게 쉬운데 왜 아직도 아무도 낚아채지 않았담.

나 : 몰라 ㅠㅠ 나는 꽃과 먹이를 주면 잘 물릴텐데 ㅎㅎ

 

..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놈 친구 맞아? 쉬워 보인다니!!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야???

 

 

 

:
Posted by liontamer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교향곡 7번'과 '봄의 제전' 공연을 보고 왔다. 리뷰라기보다는 간단한 메모와 사진 몇 장만.

 

한동안 꽤 바빠서 여유가 없었고 두 작품 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안무가들은 아니어서 이 공연은 보러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막판에 알렉산드르 자이체프가 제물을 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끊었다.

 

강수진 감독이 취임한 후 국립발레단 레퍼토리는 좀더 풍성해진 것 같다. 무대 위에 올라오는 무용수들도 좀더 생기넘치는 느낌이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비롯한 독일, 서구 레퍼토리들이 수혈되고 있고.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은 전에 영상만 몇 번 봤는데, 사실 내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이게 숄츠의 안무 자체가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춤을 보는 취향 자체가 좀 그렇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건 좋지만 추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이루어지는 발레보다는 어떤 플롯이나 긴장감이 존재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발란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운문보다는 산문적인 인간이므로 ㅠ

 

무대에서 본 교향곡 7번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음악과의 조화를 보는 맛은 있었지만 역시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지난 7월에 마린스키에서 봤던 라트만스키의 콘체르토 DSCH가 좀 생각났다. (그 작품도 보다가 지루했었다 ㅠㅠ)

 

그래도 김지영씨와 김현웅씨를 보는 건 좋았다. 정영재씨도.

 

그리고 봄의 제전.

 

예전에 '러시아 일기'에서 '나의 첫 발레'에 대해(http://tveye.tistory.com/19) 쓴 적이 있다. 오래 전, 내가 마린스키에서 처음으로 보았던 발레가 바로 봄의 제전이었다. 그때의 안무가는 예브게니 판필로프. 희생양 제물을 춘 것은 예브게니 이반첸코. 그래서 봄의 제전은 내게 좀 특별한 작품이다. 그리고 니진스키.

 

봄의 제전은 워낙 여러 안무가들에 의해 재해석되었기 때문에 '이거다~'라고 딱 짚기는 어렵다. 몇년 전 마린스키에서도 오리지널을 재생해 올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격렬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좀 광적인 '제전'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뒤틀리고 파괴되고 살아나는 육체의 느낌이 강렬한 제전.

 

글렌 테틀리 버전은 반쯤은 그렇고 반쯤은 아니다. 영상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만 더 치닫는다면 좋을텐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도 좀 비슷했다. 물론 영상보다 더 좋았다. 오케스트라가 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어쩐지 주술에 걸린 듯한 기분이 살짝 든다. 페트루슈카도 그렇고 불새도 그렇다. 봄의 제전은 더 그런데... 좀 아쉬웠던 건 어제 오케스트라의 봄의 제전 연주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나로서는 좀더 꽝꽝거리고 좀더 사람을 몰아가고 좀더 기분나쁘게 만드는 연주가 더 좋은가보다. (물론 이건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들에 대해서만 그렇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혼신을 다해 춤췄다. 연습도 많이 하고 공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군무에서 가끔 리프팅이나 스텝을 삐걱거리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원체 고전과는 다른 움직임이고 그런쪽 레퍼토리도 별로 없으므로 그 정도는 이해가 간다. 전반적으로 무대가 영상보다 좋아서 만족했다. 다만, 연주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무대를 보면서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격하고 조금만 더 섬뜩하고 조금만 더 치명적으로 춰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건 무용수들에 대한 게 아니고 테틀리 안무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라서..

 

그리고 테틀리 버전의 대지와 대지의 여신 페어는 야심찬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나는 항상 그 페어를 볼 때마다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무대 위의 그 페어는 상징성을 따져보자면 좀 더 강력하고 존재감이 커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카리스마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난 이영철씨도 아주 좋아한다. 무용수들은 좋았다. 하지만 무용수들과 그들의 실력이 좋은 것과 춤사위와 작품이 좋은 것 사이에는 꽤 다른 뭔가가 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사실 이 사람 보러 갔었다. 이제 나이도 꽤 많고 댄서로서는 거의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만 그래도 좋은 무용수였고 제물 역으로는 베테랑이다. 사실 내가 봄의 제전에서 정말 보고 싶은 건 희생양 제물의 춤이고 그 춤이 근사하다면 더 이상 불평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이체프의 춤은 좋았다. 그의 움직임과 풍부한 표현력, 그리고 시종일관 뒤틀어지고 꺾였다가 늘어지고 길게 내뻗고 매달리는 춤사위, 그 변형되고 뻗어나가고 늘어지는 육체의 아름다움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공연 잘 보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이런 데 좀 약한 구석이 있긴 하다. 그러니까, 드라마틱한 희생이라든지, 무대 위에서의 격렬한 죽음과 재생이라든지... 그건 문학도 마찬가지라서(ㅠㅠ)

 

커튼 콜도 오래 지속되었다. 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우리 관객들에게는 자이체프가 좀 생소한 무용수여서 그랬는지 명색이 제물인데다 주인공인데 갈채와 환호가 대지 페어보다 적었다는 것인데.. 아쉽긴 했다.

 

볼쇼이 무용학교와 그쪽 출신이지만 슈투르가르트 발레단을 비롯해 유럽 쪽에서 활동해온 무용수라 국내에도 이름은 영어식인 알렉산더 자이체프로 소개되었다. 사실 지금 쓰는 글에 나오는 무용수 하나에게 이 사람 이름을 따서 '자이체프'란 성을 붙였었다. 꼭 이 사람 하나만은 아니고, 미하일로프스키 발레단에도 이반 자이체프라는 수석무용수가 있는데 둘 다 괜찮은 무용수라.. 그래서 이름 따왔다 :) 슬프게도 그 이름 얻은 등장인물은 진짜 모델 두명처럼 잘 나가고 인정받는 무용수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하여튼 오랜만에 무수한 육체들이 뒤엉키는 무대를 보고 나자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한동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글쓰기도 이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당에서 찍은 사진 몇 장과 커튼 콜 사진 몇 장들.

 

 

 

 

 

 

교향곡 7번, 커튼 콜. 김지영씨와 김현웅씨.

 

근데 내가 뒤늦게 표를 끊느라 2층에서 봤기 때문에 줌을 최대로 당겨도 이 정도밖에 ㅠㅠ

 

 

 

 

 

봄의 제전 커튼 콜. 이건 무용수들이 대부분 헐벗고 있는데다 조명도 어두워서 더 안 나왔다 ㅠㅠ 사진만 보니 좀 목욕탕 같네 흐흑..

 

앞줄 왼편에서 네번째 남자가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화질 나쁜 커튼 콜 사진이 슬퍼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페이지에서 가져온 봄의 제전 화보들 몇 장. 제물 역은 대부분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마지막 장면. 이 화보의 제물은 자이체프 말고 다른 무용수.

 

 

 

좀 아쉬우니 알렉산드르 자이체프 화보 몇 장.

 

 

이건 산티아고 발레단의 루이스 오르티고자와 함께, 라 바야데르 리허설 중. 뒤쪽에 있는 사람이 자이체프. 연습실 사진들을 좋아해서 이 사진도 좋다 :)

 

 

 

 

 

카지미르 칼라를 추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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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숄츠의 교향곡 7번은 영상으로 볼 때도 그랬는데 사실 내 취향은 아니어서 그럭저럭 봤다. 그래도 반가운 무용수들 본 건 좋았다.


이제 봄의 제전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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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8. 15:14

궁전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 russia2014. 10. 18. 15:14

 

 

지난 4월 초, 페테르부르크.

 

서울에 한강이 흐르는 것처럼 페테르부르크에는 네바 강이 있다. 운하도 많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리들이 있다. 이 다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궁전 다리. 노어로는 드보르쪼브이 모스뜨.

 

이 다리는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네프스키 쪽으로 이어지는 시내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궁전 다리라는 이름은 이걸 건너면 궁전 광장과 겨울 궁전(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나오기 때문에 붙은 것 같다. 날씨 좋을 땐 이 다리를 따라 바실리예프스키 섬까지 걸어가도 좋다. (물론 겨울에는 칼바람 때문에 괴롭지만)

 

가운데로 보이는 건물은 바실리 섬의 쿤스트카메라 건물.

 

 

 

무척 밝고 찬란한 날이었다. 4월 초라 물론 아직 추웠다. 사람들 옷차림을 보면 알겠지만...

 

궁전 다리 건너가는 사람들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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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6. 21:53

안으로 들어가면 서점이.. russia2014. 10. 16. 21:53

 

 

페테르부르크. 지난 4월 초.

 

3월말에 가서 열흘 정도 머물렀는데 돌아오는 날 아침에 쏘다니다가 찍은 사진이라 정확히 어느 거리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도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근방이었던 것 같다.

 

오른편의 노란 간판에 '책'이라고 씌어 있는 걸 보니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서점이 있는 모양이다.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렇게 어두운 통로를 지나 안쪽 마당과 건물로 통하는 구조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안쪽 마당은 드보르라고 부르는데, 가끔 그 드보르들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빛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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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4일.

 

작년에 프라하에 머물렀던 건 2월 초부터 두 달 동안이었고 4월 5일에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떠나기 전날, 4월 4일에 찍은 사진. 카페 에벨.

 

프라하는 관광이나 출장 때문에 수 차례 며칠 머물렀을 때와 두어 달 살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이곳에 머무를 당시 나는 지금보다 건강도 조금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잠시 휴직을 하고 사라졌던 것이기도 했다.

 

이전에도 러시아에 혼자 머물렀던 적이 있었지만 프라하는 느낌도 달랐고, 예전보다 나이도 더 들어 있었고 심신 양쪽으로 많이 지쳐 있던 때였다. 그리고 추웠다. 춥고 쓸쓸했다. 하지만 아주 많이 걸었고, 사원의 종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곳에 머물렀을 때보다 돌아온 후에야 더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작년 초 프라하에 머물렀을 때 내게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은 바로 이런 때였다. 카페 에벨에 들어가서 영어와 체코어와 다른 외국어들이 라디오 소음처럼 뒤섞여 들려오는 그 아늑하고 따스한 공간 한구석에 앉아 글을 쓸 때. 그리고 지금도 그 순간들이 가장 그립다.

 

* 이날, 작년 4월 4일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976

(이 당시 프라하에 머물렀을 때 썼던 매일의 메모는 프라하 프래그먼트 2013 폴더에..)

* 태그의 카페 에벨을 클릭하면 이곳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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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몇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연습실이나 분장실의 무용수들 사진 보는 걸 좋아한다. 무대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pointe magazine에 실린 사진.

 

디아나 비슈네바.

 

 

 

역시 디아나 비슈네바.

 

 

 

 

이건 최근 비슈네바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여름밤의 꿈 리허설 중인 듯.

 

 

 

 

파루흐 루지마토프. 몇 년 전인 듯. 나이가 50이 넘었고 얼굴 보면 많이 늙으셨지만 그래도 몸은 여전히 유연하다.

 

사진은 marina bakanova.

 

 

이건 리허설 때는 아니고, 분장실인지 대기실에 앉아 멍때리며 기다리고 있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댄스 오픈 때. katya kravtzova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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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4. 09:00

예술 광장으로 가는 길 russia2014. 10. 14. 09:00

 

 

페테르부르크, 지난 7월.

예술 광장으로 가는 길. 가운데로 보이는 베이지 핑크 건물은 그랜드 호텔 유럽.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푸시킨 동상이 있고, 동상을 지나면 러시아 박물관이 나온다. 옆쪽으로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이 있고... 그래서 예술 광장이다.

 

오늘도 매우 바쁠 예정이므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아하는 장소에 녹색과 빛이 스며든 사진 한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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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바이올리니스트가 화자로 등장하는 단편(http://tveye.tistory.com/3165, http://tveye.tistory.com/3146)을 마무리하고 나서, 이제 원래 쓰려던 글을 시작하려던 참인데 머리도 식히고 전체적인 흐름을 정리하려고 예전에 썼던 글들을 훑어보고 있다.

 

작년 초에 마무리했던 꽤 긴 글이 있는데 그 글의 화자는 지난번에 몇 번 발췌했던 부분에 등장한 적이 있는 트로이라는 인물이다. 레닌그라드의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강사이고 주인공인 미샤의 친구이다. 이 사람은 해외 문학과 지하 문학 등을 몰래 공유하는 모임을 조직한 적이 있는데 주인공과도 그곳에서 만난다. (메밀죽 안 먹으려는 릴렌카와 그 꼬마의 아빠 이야기: http://tveye.tistory.com/2952 도 이 글에서 발췌했다) 이 글의 배경은 1970년대 초반에서 중후반, 레닌그라드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시기에 주인공은 미샤는 발레학교 학생이었다가 키로프에 입단해서 몇 년 동안 춤을 춘다.

 

지난주에 발췌했던 사과 파이 에피소드(http://tveye.tistory.com/3165)에서 미샤는 화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코즐로프에게 자기 친구를 좀 닮았다고 말하는데 이 글에 나오는 트로이 얘기다. 트로이는 이 인물의 성에서 따온 애칭이고 본명은 안드레이인데, 당사자는 자기 이름을 싫어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언제나 트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주인공은 꿋꿋하게 이 사람의 본명을 부른다(주인공이라서 ㅋㅋ)

 

이미 마무리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글인데, 오늘 훑어보다가 딱 이맘때 가을 얘기가 있어 올려본다. 발췌한 부분의 배경은 1976년 10월 초.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교정이다. 미샤는 어깨 부상 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직후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좀 어두운 편이지만 이 부분 쓸 때는 즐거웠다.

 

발췌한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다닐로프와 세레브랴코프, 베론스카야 등은 키로프 극장 쪽 사람들로 물론 가상의 인물들이다. 뒤에 나오는 이고리, 타냐 등은 트로이의 문학 모임 친구들이다.

 

사과 파이 얘기 말미에 나는 이 주인공을 두고 뭔가를 먹이는 얘기를 쓴 적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도 이 사람이 뭘 먹기는 한다. 사과 파이처럼 맛있게 먹지 않아서 그렇지..

 

* 이 글을 무단으로 발췌, 인용, 전재, 배포하지 말아 주세요 *

 

..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날 미샤는 트로이의 학교로 찾아왔다. 퇴원 후 거의 3주 만이었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학과 사무실에 들렀다 나오는데 미샤가 교정 잔디밭 앞 벤치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이미 10월이었고 햇살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싸늘한 편이었지만 미샤는 더블 버튼 재킷 외에는 스카프조차 두르지 않고 벤치 위에 편하게 누워 있었다. 목덜미까지 자라났던 머리칼도 단정하게 자른 데다 쏟아지는 햇살 때문인지 알이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맨 처음에 트로이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곁을 지나칠 뻔 했다. 그러자 미샤가 그를 불렀다.

 

 “ 안드레이, 그냥 가면 안 되지. 난 아침부터 굶었는데. ”


 
 트로이는 그를 학교 식당으로 데려갔다. 미샤는 대학교 식당에 처음 들어와 본다며 신기해했고 생각보다 음식 종류가 많고 가격도 싸다고 또 신기해했다. 더블 단추가 달린 암청색 재킷과 꼭 맞는 검은색 진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진열대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입생처럼 보였다. 물론 그가 걸치고 있는 옷들이야 일반적인 대학 신입생이라면 구하기도 힘들고 구한다 해도 가격을 치르기 어려울 정도일 테지만. 미샤는 연습실에 드나들 때나 거리를 쏘다닐 때는 편한 차림을 하고 다녔지만 필요할 때는 꽤 세련되게 옷을 입는 편이었다. 그의 열성팬들 중에는 계절별로 유명한 외국 브랜드의 옷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러시아 남자답게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트로이가 밀수품 아니냐고 물으면 미샤는 어차피 소련 공장에서 나오는 옷들 외엔 전부 밀수품이라고 대꾸하며 개의치 않고 그 옷들을 입었다.

 

 한번은 당국에서 의류공장 활성화를 위해 다닐로프에게 무용수들의 모델 협조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다닐로프는 외모와 비율이 뛰어난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와 올가 베론스카야, 그리고 지나이다와 미샤를 보내기로 했다. 타마라의 말에 따르면 다들 촬영에 협조하기로 했지만 미샤는 거절했다. 물론 다닐로프는 버럭 화를 냈다.

 

 “ 이건 가기 싫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냐. 가서 두어 시간만 찍고 와. ”


 “ 레오니드를 보내시죠, 그 멋진 옷들을 소화하려면 그 친구 정도 체격은 돼야 어울릴 테니까. ”

 

 다닐로프도 미샤가 비꼬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 그렇게 큰 사람은 울리얀 하나로 족해. 남자는 금발과 흑발이 필요하고. ”

 

 그러자 미샤가 극장의 검은 머리 남자 무용수들의 이름을 읊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닐로프가 소리를 지르며 가로막았다.

 

 “ 공장 책임자가 자네 이름을 찍어서 보냈어. 다른 사람들은 바꿔도 자넨 못 바꿔. 당장 안 가면 징계야. ”

 

 미샤는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촬영을 하러 갔다. 타냐는 국영 백화점과 의류상점마다 쫙 깔린 그 옷들의 카탈로그를 몇 부 얻어 와서 좋아했지만 미샤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괴로워했다. 그 별 것 아닌 촬영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짜증을 냈다. 고스치니 드보르의 의류상점 진열창에 그 체크무늬 재킷과 폴리에스테르 바지를 입고 있는 자신의 화보가 걸려 있는 동안에는 네프스키 대로를 걷지도 않으려고 했다. 모임의 친구들은 미샤가 평소의 침착하고 서늘한 태도와는 달리 그 일에 짜증을 내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동안 국영 의류공장 모델이라고 놀려댔다. 특히 이고리가 그랬다. 

 

 “ 화내지 마라, 모델 양반. 네가 입은 재킷을 적어도 수백만명이 입을 텐데. 소비에트 사회 아니면 어느 나라에서 그런 놀라운 일이 있겠냐. 거의 인민예술가 수준의 영광이지. ”


 “ 수백만명! ”

 

 미샤가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이고리를 노려보더니 타냐가 들고 있던 카탈로그를 구겨서 휴지통에 집어던졌다.

 

 “ 왜 그래, 인민을 선도하는 미남자가 됐다고 생각해. 그 옷 연방이랑 동맹국에도 수출할지 누가 알아? 오늘만도 네프스키에서 그거 입은 남자 다섯 명은 봤어. 뭐가 그렇게 수치스러워? 수백만장 찍는 질 나쁜 공산품 모델이 돼서? ”


 “ 단추가 잘못 달렸어. 칼라도 비뚤어졌어. 진창과 토사물을 섞어놓은 것 같은 색깔이야. 어떻게 이런 걸 수백만장을 찍어낼 수가 있어! ”

 

 미샤의 그 재킷 카탈로그를 보면서 나름대로 괜찮으니 자기도 한 벌 사볼까 하고 생각했던 트로이는 깜짝 놀라서 그 말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샤가 몇백만장 찍어내는 질 나쁜 공산품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촌스러운 옷을 입고 촬영한 사실에 화가 났다는 것이 아주 우스웠지만 그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근사한 재킷과 진을 입고 진열대의 음식을 구경하고 있는 미샤를 보면서 트로이는 잠시 단추와 칼라가 비뚤어진 흙탕물 색깔의 소련 공장 재킷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때 미샤는 촌스러운 옷 때문이 아니라 그게 당국의 명령이었기 때문에 화가 났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샤의 옆으로 가서 조그만 단지에 들어 있는 닭고기 수프나 펠메니를 먹으라고 했다. 미샤는 물론 그의 조언을 거부하고 우하 수프와 게살 샐러드를 시켰다.

 

 “ 우리 학교 식당 우하는 맛없어. 닭고기 수프가 제일 맛있다니까, 알랴도 런던에서 왔을 때 그것부터 찾았는데. ”


 “ 저쪽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저거잖아. 기름이 이렇게 두껍게 떠 있어! 게다가 노란색이야! ”


 “ 기름기가 많을수록 좋다는 속담 몰라? ”

 “ 그럼 네가 시켜. 나한테 한입 주면 되겠네. ”

 

 미샤는 주문한 음식을 다 먹었고 트로이의 닭고기 수프도 정말 한두 입 먹었다. 안색도 전보다 나아 보였고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야윈 것도 덜했다. 눈 아래 패여 있던 그림자도 거의 사라져 있었다. 짧아진 머리와 옷차림 때문인지 스무 살도 안돼 보였다.

 

..

 

여기 등장하는 레닌그라드 국립대 학생식당은 나도 가끔 가던 곳이다 :) 단지에 든 닭고기 수프 엄청 느끼하지만 먹고 나면 몸이 따뜻해진다고 친구들은 좋아했었다. 나는 차마 못 먹고 가끔 몇 숟가락 뺏아먹기만 했는데 심대하게 느끼했다!! 물론 내가 다닐 때는 이미 소련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 글 속 식당과는 좀 달랐을 테지만.

 

이 부분을 쓸때 즐거웠던 이유는 저 주인공이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저런 식으로 짜증을 내거나 유치하게 굴지 않기 때문이다. 뭐 미감이 뛰어난 사람에게 흙탕물 색깔의 이상한 소련 옷을 입히고 사진까지 찍어서 진열하게 한다면 열받긴 했겠지. 심지어 반체제주의자라면 더.

 

** 이 주인공에 대해 료샤가 불쌍히 여길 뻔한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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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0. 8. 21:28

고요한 네바 강과 일렁이는 햇살 russia2014. 10. 8. 21:28

 

 

과로로 무척 힘들었던 사흘을 마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고요한 네바 강의 수면과 반짝이는 햇살, 그리고 멀리 보이는 이삭 성당 실루엣 사진 한 장.

 

이건 지난 3월말에 갔을 때 찍은 사진. 그래서 찬란한 여름날 찍었던 사진과는 색감도 그렇고 느낌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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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생일의 마무리는 좋아하는 무용수 화보들 몇 장으로 :)

 

말이 필요없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지난 토요일 슈클랴로프와 곱사등이 망아지에 나왔다. 무지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마린스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으로 위안을...

 

 

 

다닐라 코르순체프. (아마도)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배역인 로트바르트 역으로는 콘스탄틴 즈베레프.

 

사진사는 Mark Olich.

 

 

아마 이 사진도 Mark Olich가 찍은 듯한데 긴가민가..

(수정 : Alexander Neff의 사진으로 확인)

 

곱사등이 망아지.

금발머리 여왕은 알리나 소모바.

뒤에 흐릿하게 실루엣만 나온 건 바보 이반 역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흐릿하게 나와도 그의 미모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거 출때는 꼭 머리를 저렇게 곱슬곱슬하게 부풀리고 나오는 듯. 귀엽다.

 

 

 

이건 지난 런던 투어 때.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이반 바실리예프와 나탈리야 오시포바와 함께.

찍사는 Yuri Smekalov. 이거 슈클랴로프가 스메칼로프랑 바실리예프, 오시포바를 찍어준 버전도 있었다.

그런데 이반 바실리예프.. 너 구도를 잘못 잡고 선 것 같아 ㅠ 하필 옆쪽으로 서서.. 심지어 슈클랴로프 옆에 서다니 ㅠ

사진만 보면 바실리예프가 연상 같지만.. 동안인 슈클랴로프가 실제로는 더 나이 많다 ㅠ 그래도 이반 바실리예프는 이번에 공훈예술가가 되었지. 좋은 무용수이다.

 

 

 

이건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Le Parc 중에서.

사진사는 Alex Gouliaev. 아래 사진들은 모두 그의 사진들.

주역을 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 사진에 나온 상대역은 최근 마린스키의 주목받는 신성 율리야 스체파노바. 외모도 강렬하고 춤도 잘 춘다. 다만 지난번 라 바야데르에서 망령 3인무에 나왔을 때는 내 마음에는 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슈클랴로프는 너무 예쁘장한 소년 같아서 여자들을 유혹하고 다니기보다는 자기가 유혹에 홀랑홀랑 넘어갈 것처럼 보이긴 한다 ㅠ 나중에 올레샤 노비코바와 춘 유명한 파이널에서도 그렇고.. 외모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에서 이런 역을 출 때면 좀 여자한테 휘둘릴 것 같은 인상이다..

지금이야 나이도 젊고 원체 로맨틱하고 드라마틱한 타입이니 괜찮지만 어쨌든 이 사람도 점점 나이를 먹게 될테니 예쁜 외모가 어떻게 보면 살짝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괜한 생각인가. 본인은 아주 만족하고 있으려나 ㅎㅎ

 

 

 

사랑의 전설. 페르하드 역을 추는 슈클랴로프.

 

사진사는 역시 Alex Gouliaev.

위에서도 얘기했듯 동안에 예쁘장한 외모라 그런지 콧수염 붙이고 나오면 어딘가 어색하다.. 가끔은 라 바야데르 때도 수염 기르고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별로 안 어울린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브론스키 출때도 그렇고.

 

 

 

이어지는 사랑의 전설. 이 사람은 바가노바 출신에 정통 페테르부르크 식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편이라 포즈가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진사는 Alex Gouliaev.

 

 

 

젊은이와 죽음. 내가 이 사람을 다시 평가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사진사는 역시 Alex Gouliaev.

 

 

젊은이와 죽음 한 컷 더.

 

사진사는 Alex Goulia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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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0. 4. 21:51

잠시 : 글, 사과 파이 등 about writing2014. 10. 4. 21:51

지난주에 끝낸 글 퇴고 중인데, 앞선 오늘 메모(http://tveye.tistory.com/3164)에서 잠깐 얘기했듯 거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과 화자가 함께 늦은 점심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 사과파이가 나오는데 덕분에 오늘 사러 갔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사과파이를 먹는 것은 식이요법을 마구 무너뜨리는 짓이라 반쯤 농담조로 '사과파이 대신 버섯 샐러드나 보르쉬나 먹일걸' 하고 투덜댔지만, 사실 이 글에서는 그게 사과파이여야만 했다. 뭐 논리적으로야 다른 나무열매 파이가 될수도 있고 심지어 잼을 가득 얹은 케익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주 달콤한 무엇인가라면 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쓰는 사람의 구상과 사고 구조 속에서 그건 사과파이여야 했다. 

 

지난번 잠깐 발췌했던 글(http://tveye.tistory.com/3146)과 같은 소설이다. 거기서는 화자가 주인공의 청에 따라 바이올린을 켰다. 여기 발췌한 부분은 그 이후 이어지는 내용이다. 중간에 좀 생략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화자는 지방의 소도시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이름은 로만 코즐로프. 주인공인 미샤는 그 극장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지 한달 정도 된 상태이다.

 

글에 나오는 '칼바사'는 러시아식 소시지의 일종으로 기름기가 많고 꽤 짭짤한 편이다. 짙고 어두운 붉은색의 밀도높은 소시지를 잘라보면 단면에 하얀색 기름이 송송 박혀 있다. (난 못 먹는 음식이었다 ㅋㅋ) 러시아식 오픈 샌드위치인 부체르브로드 위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 이 글을 무단으로 발췌, 인용, 전재, 배포하지 마세요 *

 

...

 


 미샤가 소파에 기대어 다시 조는 동안 나는 칼바사와 치즈를 얹어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고 통조림을 따서 토마토 수프를 데웠다. 뭐든 먹여야 취기에서 좀 풀려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무척 배가 고팠지만 요리를 하기에는 만사가 귀찮았다. 그래서 볼코프가 손녀의 솜씨라며 가져다주었던 사과파이에 연유를 잔뜩 끼얹었다. 여섯 살짜리처럼 구는 놈이니 분명히 입맛도 그럴 것이다.

 

 자식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고 했다. 두들겨 패겠다고 협박해서 식탁으로 끌고 왔다. 샌드위치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긴 그렇게 계속 토했으니 기름진 칼바사가 당기지 않을 만도 했다. 그래서 수프를 먹으라고 강요했다. 어쨌든 토마토 수프는 숙취 해소에 좋기 때문이다. 미샤는 수프를 한 숟가락 삼킨 후 투덜거렸다.

 

 “ 그건 진짜 토마토 얘기지. ”


 “ 가짜 토마토도 있나? ”


 “ 우리 공장에서 나온 통조림은 전부 가짜라고. ”


 “ 어쩌면 저렇게 입에서 나오는 소리 하나하나가 전부 잡혀갈 내용인지. ”


 “ 잘됐네, 누구는 말 때문에 잡혀가고 누구는 폭행으로... ”


 “ 난 그런 적 없어. ”


 “ 전형적인 가해자의 논리를 구사하시는군. ”


 “ 심신상실자의 증언은 아무도 안 믿어줘. ”


 “ 심신상실자? 내가? ”

 

 미샤가 숟가락으로 그릇을 땅 쳤다. 그 돼먹지 못한 식사예절에 뒤통수를 한 방 갈겨줄까 하다 참았다.

 

 “ 떡이 되게 취했었잖아. 기억이나 제대로 나나? ”


 “ 기억하고 말 게 어디 있어. 당신이 팼겠지. 그러니까 멍도 들고 이렇게 아픈 거지, 설마 내가 자해를 했겠어? ”


 “ 정말 기억 못하는군. 술 마시면 원래 그래? 필름 끊기고 기억 못해? ”


 “ 중요한 건 기억해. ”

 

 미샤는 수프를 한 모금 더 삼켰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덧붙였다.

 

 “ 아마도. ”

 

 어디까지가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간밤의 일을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알콜로 엉망이 되어버린 저 귀엽고 조그만 머릿속에서 간밤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보고 싶었다.

 

 반쯤은 내 협박에 질려서, 반쯤은 관성적으로 미샤는 수프를 다 먹었다. 하지만 사과파이는 거부했다.

 

 “ 먹어두는 게 좋을 걸. 사과도 숙취 해소에 좋아. 통조림도 아니고. 볼코프 손녀가 직접 따서 만든 거라고. 꽤 맛있어. ”


 “ 단 거 잘 안 먹거든. ”


 
 의외였다. 나는 관찰력이 꽤 좋은 편이었고 특히 사람들의 식성에 대해서는 틀린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남자 무용수들도 그런가? 발레리나 계집애들처럼 몸매 관리하고 음식 조절하고? ”


 “ 사람에 따라 달라. 안 그런 애들이 더 많지만. 난 학교 다닐 때부터 안 먹었어. 춤에 방해될까봐. ”


 “ 어차피 은퇴했다면서. 그냥 먹어. 속이 울렁거릴 테니까. 당분이 도움이 될 걸. ”


 “ 당신은 꼭 내 친구처럼 말하는데. ”


 “ 참 놀랍군, 친구가 다 있다니. 그 성깔에. ”


 “ 있어. 많지는 않지만. ”

 

 미샤는 잠시 침묵했다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 좀 닮았어. 교회 첨탑처럼 큰 것도. ”

 

 어쩐지 그 말은 오케스트라 때문에 낚았다는 말보다 더 기분이 나빴지만 또 한 대 팼다가는 자식이 영영 나가버릴 것 같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미샤는 포크로 사과파이를 조금 잘라서 먹었다. 그래도 연유는 한쪽으로 긁어냈다. 나는 그 애가 파이를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조그만 파이 조각을 지독하게 천천히 먹었다. 남은 파이를 한꺼번에 입 안으로 밀어 넣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식이 눈을 가늘게 뜨며 행복하게 웃었기 때문이다.

 

 “ 당신 말이 맞네.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 ”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나는 심장 한 구석을 칼로 베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뱃속이 뭉클거렸다. 팔을 뻗어 그 애를 껴안고 싶었다. 뺨을 쓰다듬고 싶었다.

 

 “ 사과가 좋기 때문이지, 여기 숲에서 난 건 레닌그라드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걸. ”


 “ 이렇게 단 건 정말 오랜만에 먹어. ”


 
 파이 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자 미샤는 나머지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차를 주자 좋아했다. 하지만 차에 설탕을 넣지는 않았다. 레몬조차 넣지 않았다. 연유를 계속 접시 귀퉁이로 밀어내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남은 파이를 포크로 끌어당겨 연유를 잔뜩 묻혀 주었다. 자식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한번쯤 먹어봐도 괜찮을걸. 어차피 단 거 먹고 있잖아. ”

 “ 차원이 다르잖아. ”


 “ 단 걸 먹는 것도 배워야 할 거야. 여기서 겨울을 나려면. ”


 “ 레닌그라드도 추워. ”


 “ 그땐 감독이 아니었겠지. 춤만 추면 됐잖아. ”


 “ 감독이 된 거 하고 설탕이 잔뜩 들어 있는 연유를 먹는 게 무슨 관계가 있는데? ”


 “ 뭐든 처음이 있다는 얘기지. ”


 “ 볼셰비키 식 논리인데. 대전제를 아무 데나 다 이입하는. ”


 “ 어쨌든 먹어봐. 더 맛있을 테니까. ”

 

 미샤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한 눈빛이었다. 아직 취기에 잠겨 있는 눈. 자식이 영영 술기운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빌고 싶을 정도였다.

 

 미샤는 남은 파이를 전부 먹었다. 연유와 함께. 너무 달아서 속이 뒤집힐 것 같다고 툴툴거렸지만 끝까지 먹는 걸 보니 내심 맛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 애가 파이를 먹는 동안 나는 샌드위치를 전부 해치우고 설탕을 탄 차를 마셨다. 미샤는 한참 먹다가 뒤늦게 파이를 반 토막으로 잘라 내게도 먹으라고 했다. 볼코프가 통째로 한 판 가져다 줘서 많이 남아 있다고 하자 좋아하는 눈치였다.

 

 미샤는 어두워질 때까지 우리 집에 머물렀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더 이상 토하거나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내내 취해 있었다.

 

...

 

소설은 이후 한 페이지 정도 더 지속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에피소드는 여기서 끝난다. 나는 이제껏 이 주인공을 놓고 단편이나 중편, 장편 등 몇 편의 글을 썼지만, 이 사람이 뭔가를 먹는 장면을 쓴 적은 별로 없다. 뭐 몇 차례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쓴 적은 없다. 어쩌면 그래서 사과파이여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소설의 배경은 1981년이고 당시 주인공은 스물여섯 살을 앞두고 있다. 다소 까칠하고 다혈질인 화자 코즐로프는 마흔 살이다. 이미 40대로 접어든 소도시 바이올리니스트의 시점으로 글을 전개하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어딘가 슬픈 일이었다. 아마 내가 더 이상 이전처럼 젊은 심장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이미 미샤보다는 코즐로프의 나이에 더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코즐로프가 사과파이에 연유를 끼얹는 것은 사실 생각하면 좀 괴로운 일인데... 무지무지 달콤한데다 어딘지 참 촌스러운 맛일 것 같긴 하지만.. 글의 배경이 물자가 풍족하지 않은 소련 시절이라서(ㅜ.ㅜ)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은 단 것을 아주 좋아한다. 연유와 잼도 좋아한다. 고백하자면 나도 블린에 연유를 흠뻑 끼얹어 먹는 걸 좋아했었다.

 

** 결국 사와서 먹어버린 사과 파이 : http://tveye.tistory.com/3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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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0. 2. 21:09

가장 먼저 가는 곳 russia2014. 10. 2. 21:09

 

 

예전에는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가던 곳이 궁전 광장이나 청동기마상 앞이었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아무래도 숙소 위치 때문인 점도 있지만, 그리보예도프 운하 쪽을 따라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으로 걸어가게 된다. 혹은 예술광장(쁠로샤지 이스꾸스뜨브) 쪽.

 

전에 여러 번 올린 장소, 구도의 사진이지만. 어쨌든 이건 지난 7월, 찬란한 여름 오전.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이 도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

모스크바는 성 바실리 사원(http://tveye.tistory.com/2943), 페테르부르크는 피의 구세주 사원!

 

 

 

그리고 예술광장의 유명한 푸시킨 동상.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꼭 이 동상 앞에 가서 인사를 한다. 경애해 마지 않는 푸시킨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하고 존대하여 인사를 하지 않으면 어쩐지 이 도시에 돌아온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꼭 인사를 하러 가는 동상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청동기마상(http://tveye.tistory.com/3153)이다. 그러나 조각상 자체에 대한 내 사랑과는 별개로, 조각상의 주인공인 악마 같은 제왕인 표트르 대제에게는 우리 푸시킨에 대한 것과 같은 애정은 별로 생기지 않으므로.. 그냥, '이봐 황제, 나 다시 왔어~' 정도로 인사한다 ㅎㅎ

 

극도로 지치고 힘든 며칠을 보냈으므로 즐거웠던 저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올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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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9. 30. 08:21

말 타고 사라지고 싶구나 russia2014. 9. 30. 08:21

 

 

오늘부터 진행되는 합숙 행사 준비 때문에 7시 40분에 사무실 도착. 너무 피곤하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청동기마상 사진 두 장. 표트르 대제 대신 저 말 타고 사라져버리고 싶구나.

 

이건 한낮.

 

 

그리고 이건 자정 되기 직전. 백야.

 

청동기마상은 페테르부르크의 상징이자 가장 이 도시의 환상성을 잘 드러내 주는 조각상이기도 하다.

 

* 청동기마상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진들은 아래를..

페테르부르크 홍수 신화와 청동기사상 : http://tveye.tistory.com/6

페테르부르크의 비밀 장소를 찾아서 : http://tveye.tistory.com/1233

한겨울 설경 : http://tveye.tistory.com/2990, http://tveye.tistory.com/2960, http://tveye.tistory.com/934, http://tveye.tistory.com/730

가을에 찍은 사진 : http://tveye.tistory.com/2350, http://tveye.tistory.com/444

2006년에 찍었던 사진 : http://tveye.tistory.com/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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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늦게까지 일하고 조금 전 귀가.

 

내일부터 사흘간 합숙하며 상당히 고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한 달 전에도 했던 건데, 그나마 그때는 몸이 너무 아파서 막막했지만 이번엔 아프진 않다는 게 다행이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초록빛으로 가득한 여름날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사진들 몇 장 올려본다. 지난 7월. 무척 찬란하고 뜨거운 여름 낮이었다.

 

태그의 레트니 사드나 레뜨니 사드를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벤치 등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한번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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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약 한 달 가량 써오고 있는 글이 있는데 오늘이나 내일쯤 끝내고 퇴고에 들어갈 듯하다. 원래 구상한 꽤 복잡한 구조의 장편이 있는데 그거 서두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중간에 삽입되는 에피소드를 먼저 쓴 것이다. 어차피 다성악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나중에 끼워맞춰도 된다만. 생각보다 길어져서 나중에 삽입 버전으로는 훨씬 간결하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배경은 1981년. 아직 페레스트로이카가 닥쳐오기 전이고 브레즈네프 정체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무렵의 소련이다. 이전에 몇번 발췌했던 글에 등장했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주인공 미샤는 이 시기에 큰 시련을 겪고 있는데, 반체제주의를 비롯한 몇몇 정치적 혐의로 체포되어 정신교화 수용소에 수감되었다가 정치적 후원자들과 해외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다만 완전한 사면은 아니어서 소련 내의 어느 지방 도시(가상의 도시이다)에 유배되어 그곳 극장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 문제의 글을 2년 전부터 구상했는데 이게 참 생각처럼 잘 안 풀려서 모든 플롯과 인물도 다 구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그래서 이거 준비하려다 주인공의 다른 시기를 다룬 글들만 몇개나 더 썼다)

 

발췌한 부분은 주인공이 촌동네 극장에 부임해 와서 한참 어려움을 겪는 초기에 일어난 일이다. 화자는 극장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둘은 오케스트라 연주 문제로 계속 심하게 충돌해왔는데 이번에 쓴 에피소드에서는 그 둘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오해를 풀게 되는지를 다룬다. 발췌 부분에서는 미샤가 잠깐 춤을 보여주지만 그건 드문 일이고 꽤 사적인 순간인데, 배경이 되는 1981년에는 그가 이미 은퇴하여 더 이상 무대에 올라가지 않는데다 수용소 이후 육체적으로도 손상을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라하에 머물 때 나는 그의 수용소 시기를 다루는 경장편을 하나 썼는데 그건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었고 세 사람의 시점으로 묘사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 글은 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쓰는 글이 내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또 다른 식으로 씌어질지도 모르듯이.

 

발췌한 내용은 미샤가 화자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한 곡 켜달라고 청한 후 벌어지는 일이다. 뭐 별다른 사건이랄 건 전혀 없지만.

 

* 이 글을 무단으로 복사, 전재하거나 배포하지 말아주세요 *

 

...

 

 

나는 뒷골이 띵하도록 부담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차피 차원이 다른 놈이니 내가 뭘 어떻게 하든 삼류로 들릴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홧김에 아무 거나 켜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그때 무슨 곡을 연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샤는 바닥에 누운 채 가만히 연주를 들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관객과 눈을 맞추며 연주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사귀거나 잠자리를 같이 하는 상대에게 바이올린을 켜준 적도 없었기 때문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아마 내 연주는 형편없었을 것이다.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주하는 내내 내 시선은 바닥에 누워 있는 미샤에게 쏠려 있었다. 오후 햇살 때문에 몸에 반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다행히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면 분명 박자를 더듬었을 것이다.

 

활을 내려놓았을 때 미샤가 말했다.

 

“ 더, 로만. ”

 

자식은 꼭 침대 위에 있을 때처럼 그런 말을 했다. 이름을 부르면서. 더 세게, 로만. 입 맞춰, 로만. 그 조그맣고 예쁜 입에서 애칭 따위는 밀려나오지 않았다.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까지도. 그저 간결하고 정확한 진짜 이름 하나 뿐이었다. 그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현기증이 났다.

 

나는 다시 활을 움직였다.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 곡을 켰다. 짧고 빠르고 격렬한 곡이었다는 것만 생각난다. 어쩌면 프로코피예프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쇼스타코비치. 자식은 분명 그자들의 음악을 좋아할 것이다. 저토록 이글거리는 까만 눈을 가진 아이를 사로잡고도 남았을 것이다.

 

미샤가 옆으로 몸을 굴려 일어났다. 더 이상 휘청거리지 않았다. 눈에는 완벽하게 초점이 돌아와 있었다. 두 눈에 불길을 간직한 아이. 나는 반쯤 오기로, 그리고 반쯤은 농담을 섞어서 차이코프스키를 켜 주었다. 문제의 그 백조 아다지오를, 그리고 그 망할 오데트의 솔로를. 그때 미샤가 춤을 췄다.

 

그건 아주 짧은 솔로였다. 기껏해야 2분 30초도 안 되는 곡이었다. 난 바로 그 곡 때문에 자식과 싸웠다. 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때 춤을 췄던 건 타마라 루세츠카야였다. 우리 극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프리마 발레리나. 그런데 그 자식은 연주를 바꿔야 한다고 볼코프와 나를 들들 볶았다. 무용수와 맞지 않는다고...

 

그건 계집애의 춤이었다. 백조 여왕이 레이스 달린 튀튀를 펄럭이며 발가락 끝으로 선 채 휘청휘청 빙글빙글 도는 춤. 그런 지루하고 재미없는 춤을 보면서 갈채를 보내는 관객들이 별로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뭐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해 급료를 받아먹고 사는 입장으로서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미샤는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다. 30초 쯤 연주했을 때 예고도 없이 몸을 길게 내뻗으며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물결이 이는 듯했다. 자식이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그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내 연주와 그 어떤 충돌도 없었다. 그 애는 그저 공기처럼, 스치는 바람처럼 들어왔다. 한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

 

 듣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해. 음악 안으로 들어가고 나올 줄 알아야 해.

 

자식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난 화가 치밀었고 이용당했다고 생각했었다.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 빌어먹을 꼬마가 말했던 건 모두 옳았다.

 

자식은 믿을 수 없이 우아하고 근사하게 춤을 췄다. 낡은 티셔츠 사이로 뻗어 나온 두 팔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 진짜 백조에게 돋아난 날개처럼 보였다. 부드럽게 굽혔다가 길게 내뻗고 빙그르르 도는 다리를 보자 전율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어떤 무게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나 가볍고 너무나 투명했다. 토슈즈도 없이, 맨발로 카펫을 밟으면서 그렇게 출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건 여자 무용수의 춤이었고 가느다랗고 하늘하늘한 팔다리를 과시하는 여성적인 동작들이었지만 자식은 물론 전혀 계집애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내아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이상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새 같았고 유령 같았고 천사 같았다. 어쩌면 바로 그래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차이코프스키의 그 곡에 서려 있는 투명하고 슬픈 음률에는 어딘가 비인간적인 곳이 있었다. 마법에 걸린 백조 여왕 따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환상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안개처럼. 그리고 미샤는 그렇게 췄다. 안개처럼, 환상처럼 몸을 놀렸다. 자식이 회전했다. 하지만 내가 청했던 정신 나간 푸에테, 다리를 채찍처럼 휘젓는 곡예는 아니었다. 아주 느리고 비현실적으로, 깃털이 부유하듯 돌았다. 온몸이 날개와 깃털과 공기, 그리고 그 자욱하고 달콤한 냄새로 이루어진 것처럼 돌았다. 그리고 음악이 끝나는 순간 자식이 나갔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며들고 증발하는 기체처럼. 이제껏 이 곡을 연주하면서 그런 충격을 받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바이올린과 활을 내려놓았다. 미샤에게 갔다. 단 두 발짝 만에. 미샤는 경탄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린애처럼 보였다. 춤을 췄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다.

 

“ 당신 정말 큰데. 강물도 뛰어서 건너겠어. ”

 

넌 날아서 건너겠지. 하마터면 얼간이처럼 그렇게 지껄일 뻔 했다. 다행히 나는 입을 다물었다.

 

..

 

 

미샤가 추는 춤은 키로프 발레단 버전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가 추는 솔로이다. 물론 그는 그 춤을 소위 '여자처럼' 추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역이 갖는 환상성과 투명함,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한 비현실성과 무중력 상태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포착했을 것이다.

 

이전에 올린 적이 있지만, 그 부분을 추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의 솔로 클립. 최고의 백조답게 그녀의 솔로는 아주 근사하다. 위의 글을 쓰면서 이 클립을 다시 여러 번 돌려봤다. 물론 그는 로파트키나처럼 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통하는 부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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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9. 26. 22:54

창문들, 판탄카 russia2014. 9. 26. 22:54

 

 

7월의 어느 아침, 페테르부르크.

 

레트니 사드 가려고 판탄카 운하 따라 걷다가 찍은 창문들 사진. 창문은 언제나 좋다.

 

햇살이 워낙 밝고 찬란해서 건물과 창문 모두 빛에 반사되어 탈색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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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9. 23. 08:56

피곤한 아침, 눈에 휴식을... russia2014. 9. 23. 08:56

 

 

페테르부르크, 7월. 해군성 공원.

 

내가 좋아하는 공원. 녹음도 빛도 바람도 좋다. 시내 한가운데 있어서 더 좋다. 종종 레냐가 뜨보록 데리고 산책 오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뜨보록과 원반 놀이를 했지만 똑똑하지 못한 그 강아지는 통조림 기름을 묻혀주지 않는 한 절대 원반을 물어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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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젤, 특히 알브레히트에 대해서는 전에도 여러 번 쓴 적이 있다. 얄미운 배역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역할이기도 한데, 아주 오래 전 처음 발레를 보기 시작했을 때 크라소프스카야가 쓴 니진스키 전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카르사비나의 회상록에서 발췌된 내용인데, 지젤을 함께 추기 위해 연습할 때 니진스키가 카르사비나에게 협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카르사비나가 "이제 알브레히트가 나에게 다가와야 해요" 라고 하면 니진스키는 다가오지 않고 "난 안 가요, 여기서 이렇게 출 거예요" 라고 우겼다는 것이다. 니진스키가 해석한 알브레히트는 지젤을 배신했다가 참회하고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구원받는 고전적 알브레히트가 아니라 일종의 몽상가였다. 자신만의 꿈을 찾아 헤매는 남자.

 

물론 카르사비나는 그의 해석을 이해하지 못했고 당연히 화가 났는데 그게 얼마나 마음에 맺혔는지 나중에 누레예프와 폰테인을 보고는 폰테인에게 "당신은 참 운이 좋군요, 내 파트너는 니진스키였는데.." 라고 했다나.

 

무용수에 따라 알브레히트를 해석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나는 언제나 '알브레히트 나쁜놈!'을 부르짖는 주인공 이입형(+불쌍한 힐라리온 이입형) 관객이기 때문에, 2막에서 슬프게 참회하고 가능한한 온몸을 던지는 드라마틱한 알브레히트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귀족적이고 도도한 알브레히트를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용수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파루흐 루지마토프다.

 

루지마토프도 자기도취형 무용수란 평을 많이 들었고 발레리나와의 파트너십에 있어서 몇몇 발레리나들은 '자기만 알고 자기만 멋있어 보이려는 최악의 파트너'란 악평을 늘어놓기도 했다(마할리나나 아실무라토바는 그런 식으로 얘기 안했지만) 이 사람이야 원체 존재감이 강력한 무용수이기도 하고, 춤추는 스타일도 아주 진지하고 번쩍이는 타입이라.. 그의 알브레히트는 매우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고 동시에 꼿꼿하고 도도했다.

 

그래서 2막에서 미르타와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의 춤을 추어야 하는 순간에도 이 사람은 죽어야 할 운명에 순응하거나 지젤의 사랑에 기대어 구원을 바라는 유약한 청년이 아니라 끝까지 고개를 쳐들고 자기 힘으로, 그러니까 자신의 춤으로 자신을 구원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파멸해버릴 것 같은 남자로 보였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알브레히트를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서 재수없는 놈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큰 재능과 내공이 필요하다.

 

아래는 파루흐 루지마토프가 2막 알브레히트 솔로를 연습하는 짧은 클립. 1990년대. 원래 다른 작품 리허설 필름인데 마지막 부분에 잠깐 나온다, 혼자서 알브레히트 춰보는 장면. 정말 근사하다. 좋지 않은 화질, 비디오 촬영 등의 악조건을 전부 잊게 만든다. 특히 그의 몸놀림은 너무나 우아해서 인간의 육체가 어느 정도로 아름다운지, 그리고 어떤 식의 표현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되새기곤 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글을 써왔는데, 처음에 그 인물의 무용수적 특질을 설계할 때 루지마토프의 이러한 움직임도 짜 넣었다. 특히 아래 클립이 포함된 리허설 비디오는 꽤 많이 봤다.

 

 

 

그리고 좀 다른 스타일. 그러니까 구해주고 싶은 알브레히트를 추는 무용수 중 하나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있다. 이 사람은 외모도 소년다운데다 아주 간절하고 애처롭게 알브레히트를 표현한다. 이 알브레히트는 지젤이 없다면 힐라리온처럼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뜯기고 죽어버릴 것처럼 불쌍해 보인다. 이것도 자칫 잘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없는 연약하고 사내답지 못한 자식 같으니!' 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그 유약함과 간절함, 그리고 지젤을 향한 사랑 사이에서 꽤나 줄타기를 잘 한다.

 

먼저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췄던 후반부. 이 사람의 아내 사랑은 워낙 지극하니.. 클립을 봐도 간절한 사랑이 퐁퐁 넘치는데 슬프게도 쉬린키나는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별로 재능이 뛰어난 것 같지 않다. 움직임도 그렇고..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꽤 볼만하다.

 

 

 

쉬린키나의 지젤이 아쉽다면 바로 아래에는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있다. 오시포바야 뭐 워낙 유명하고 뛰어난 발레리나니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사실 내 취향의 지젤이라기엔 좀 기운차고 몸매도 근육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잘 춘다. 바실리예프가 그렇듯 오시포바도 가끔 내겐 운동신경 과잉으로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여기서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쉬린키나와 췄을 때와는 살짝 느낌이 다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동영상이 오시포바 팬께서 찍은 거라.. 둘이 같이 출 때면 열심히 오시포바를 클로즈업하여 알브레히트를 추고 있는 슈클랴로프가 가끔 잘린다는 것. 흐흑..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한 글에서 나의 주인공이 키로프에서 알브레히트로 데뷔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알브레히트는 아주 재수없고 도도한 유혹자에서 정말 살려주고 싶을만큼 격렬하고 고통스럽게 춤추는 젊은이로 변모한다. 그 부분을 쓸때 아마도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미지 중 일부는 루지마토프의 저 움직임, 그리고 슈클랴로프 식의 저 간절함일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일부이며 글쓰기가 그렇듯 언제나 변형되고 재구성된다.

 

그 발췌 내용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8

 

태그의 지젤을 클릭하면 이전에 올렸던 이 작품에 대한 리뷰나 사진들, 그리고 동영상 클립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니진스키와 카르사비나에 대한 웹진 기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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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