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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3. 08:56

피곤한 아침, 눈에 휴식을... russia2014. 9. 23. 08:56

 

 

페테르부르크, 7월. 해군성 공원.

 

내가 좋아하는 공원. 녹음도 빛도 바람도 좋다. 시내 한가운데 있어서 더 좋다. 종종 레냐가 뜨보록 데리고 산책 오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뜨보록과 원반 놀이를 했지만 똑똑하지 못한 그 강아지는 통조림 기름을 묻혀주지 않는 한 절대 원반을 물어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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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지젤, 특히 알브레히트에 대해서는 전에도 여러 번 쓴 적이 있다. 얄미운 배역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역할이기도 한데, 아주 오래 전 처음 발레를 보기 시작했을 때 크라소프스카야가 쓴 니진스키 전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카르사비나의 회상록에서 발췌된 내용인데, 지젤을 함께 추기 위해 연습할 때 니진스키가 카르사비나에게 협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카르사비나가 "이제 알브레히트가 나에게 다가와야 해요" 라고 하면 니진스키는 다가오지 않고 "난 안 가요, 여기서 이렇게 출 거예요" 라고 우겼다는 것이다. 니진스키가 해석한 알브레히트는 지젤을 배신했다가 참회하고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구원받는 고전적 알브레히트가 아니라 일종의 몽상가였다. 자신만의 꿈을 찾아 헤매는 남자.

 

물론 카르사비나는 그의 해석을 이해하지 못했고 당연히 화가 났는데 그게 얼마나 마음에 맺혔는지 나중에 누레예프와 폰테인을 보고는 폰테인에게 "당신은 참 운이 좋군요, 내 파트너는 니진스키였는데.." 라고 했다나.

 

무용수에 따라 알브레히트를 해석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나는 언제나 '알브레히트 나쁜놈!'을 부르짖는 주인공 이입형(+불쌍한 힐라리온 이입형) 관객이기 때문에, 2막에서 슬프게 참회하고 가능한한 온몸을 던지는 드라마틱한 알브레히트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귀족적이고 도도한 알브레히트를 사랑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용수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파루흐 루지마토프다.

 

루지마토프도 자기도취형 무용수란 평을 많이 들었고 발레리나와의 파트너십에 있어서 몇몇 발레리나들은 '자기만 알고 자기만 멋있어 보이려는 최악의 파트너'란 악평을 늘어놓기도 했다(마할리나나 아실무라토바는 그런 식으로 얘기 안했지만) 이 사람이야 원체 존재감이 강력한 무용수이기도 하고, 춤추는 스타일도 아주 진지하고 번쩍이는 타입이라.. 그의 알브레히트는 매우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고 동시에 꼿꼿하고 도도했다.

 

그래서 2막에서 미르타와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의 춤을 추어야 하는 순간에도 이 사람은 죽어야 할 운명에 순응하거나 지젤의 사랑에 기대어 구원을 바라는 유약한 청년이 아니라 끝까지 고개를 쳐들고 자기 힘으로, 그러니까 자신의 춤으로 자신을 구원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파멸해버릴 것 같은 남자로 보였다.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알브레히트를 그런 식으로 해석하면서 재수없는 놈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큰 재능과 내공이 필요하다.

 

아래는 파루흐 루지마토프가 2막 알브레히트 솔로를 연습하는 짧은 클립. 1990년대. 원래 다른 작품 리허설 필름인데 마지막 부분에 잠깐 나온다, 혼자서 알브레히트 춰보는 장면. 정말 근사하다. 좋지 않은 화질, 비디오 촬영 등의 악조건을 전부 잊게 만든다. 특히 그의 몸놀림은 너무나 우아해서 인간의 육체가 어느 정도로 아름다운지, 그리고 어떤 식의 표현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되새기곤 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글을 써왔는데, 처음에 그 인물의 무용수적 특질을 설계할 때 루지마토프의 이러한 움직임도 짜 넣었다. 특히 아래 클립이 포함된 리허설 비디오는 꽤 많이 봤다.

 

 

 

그리고 좀 다른 스타일. 그러니까 구해주고 싶은 알브레히트를 추는 무용수 중 하나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있다. 이 사람은 외모도 소년다운데다 아주 간절하고 애처롭게 알브레히트를 표현한다. 이 알브레히트는 지젤이 없다면 힐라리온처럼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순식간에 잡아먹히고 뜯기고 죽어버릴 것처럼 불쌍해 보인다. 이것도 자칫 잘못하면 '아무 짝에 쓸모없는 연약하고 사내답지 못한 자식 같으니!' 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그 유약함과 간절함, 그리고 지젤을 향한 사랑 사이에서 꽤나 줄타기를 잘 한다.

 

먼저 아내인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췄던 후반부. 이 사람의 아내 사랑은 워낙 지극하니.. 클립을 봐도 간절한 사랑이 퐁퐁 넘치는데 슬프게도 쉬린키나는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별로 재능이 뛰어난 것 같지 않다. 움직임도 그렇고..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꽤 볼만하다.

 

 

 

쉬린키나의 지젤이 아쉽다면 바로 아래에는 나탈리야 오시포바가 있다. 오시포바야 뭐 워낙 유명하고 뛰어난 발레리나니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사실 내 취향의 지젤이라기엔 좀 기운차고 몸매도 근육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잘 춘다. 바실리예프가 그렇듯 오시포바도 가끔 내겐 운동신경 과잉으로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훌륭하다. 여기서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쉬린키나와 췄을 때와는 살짝 느낌이 다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이 동영상이 오시포바 팬께서 찍은 거라.. 둘이 같이 출 때면 열심히 오시포바를 클로즈업하여 알브레히트를 추고 있는 슈클랴로프가 가끔 잘린다는 것. 흐흑..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한 글에서 나의 주인공이 키로프에서 알브레히트로 데뷔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알브레히트는 아주 재수없고 도도한 유혹자에서 정말 살려주고 싶을만큼 격렬하고 고통스럽게 춤추는 젊은이로 변모한다. 그 부분을 쓸때 아마도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미지 중 일부는 루지마토프의 저 움직임, 그리고 슈클랴로프 식의 저 간절함일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일부이며 글쓰기가 그렇듯 언제나 변형되고 재구성된다.

 

그 발췌 내용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8

 

태그의 지젤을 클릭하면 이전에 올렸던 이 작품에 대한 리뷰나 사진들, 그리고 동영상 클립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니진스키와 카르사비나에 대한 웹진 기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4

 

 

:
Posted by liontamer

 

먼저 올린 지젤의 알브레히트에 대한 메모와 알브레히트를 추는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영상 클립과 연관해서.(http://tveye.tistory.com/3127)

 

작년 초에 마무리했던 글에서 발췌.

 

배경은 1970년대 소련 레닌그라드. 발췌된 부분은 1973년 가을. 주인공은 레닌그라드 출신 무용수로 이후 안무가가 된다. 발췌된 글에 나오는 트로이는 그의 친구. 율리야는 주인공의 어머니. 트로이에 대해서는 전에 몇번 다른 부분에서 발췌한 적이 있다.

 

크류코바를 비롯해 여기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재능 넘치는 신인 무용수의 데뷔나 반응, 출세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러 무용수들에게 실제로 있었던 내용에서 일부를 참고하기도 했다. (프리마 발레리나인 크류코바가 미샤를 낙점해 파트너로 만드는 건 사실 크셰신스카야와 니진스키, 두딘스카야와 누레예프의 예에서 따왔다. 워낙 유명한 얘기들이기도 하고)

 

이 글을 쓸 당시 나는 심신 양쪽으로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쓰는 행위를 통해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래서 완성도나 정교함을 떠나서 내겐 중요한 글이었다.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장편을 쓸 수 있었고 그것도 중요했다.

 

 

* 이 글을 퍼가거나 도용/배포하지 마세요 *

 

...

 

 

 키로프에 입단한 후 미샤 야스민은 스타가 되었다. 그는 일반적인 신입 단원이 거치는 단계들을 훌쩍 뛰어넘었다. 극장에서는 순전히 위계질서를 너무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시즌 첫 한 달 동안은 그에게 두세 차례의 디베르티스망을 추게 했다. 그리고는 곧장 해적의 알리 역을 주었다.

 

 머리에 높은 깃털을 달고 반짝이는 구슬이 박힌 푸른색 하렘 팬츠를 펄럭이며 미샤 야스민이 무대 위로 날듯이 뛰어나왔을 때 어두운 극장 안의 관객들은 놀라움과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트로이는 몇 년 전 콩쿠르 얘기만 들었을 뿐 미샤가 그 역을 추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미샤는 파란 천을 휘감은 흑표범처럼 뛰어올랐고 중력을 경멸하듯 공중에 머물렀다. 그날 밤 옛 황실극장의 황금빛과 푸른빛 벨벳 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 모두는 최면에 걸린 듯 집단으로 사랑에 빠졌다. 아직 18살도 되지 않은 신인 무용수에게, 발레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에게. 완벽하게. 주역인 콘라드와 메도라는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 무대 위에는 오직 아랍 의상을 입고 우아한 야수처럼 날아오르는 젊은 알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트로이는 바로 옆 칸에 앉아 있던 잘 차려입은 여자 하나가 연신 소리를 지르다 머리를 뒤로 젖히며 실신하는 것을 보았다. 기절한 여자는 곧 그의 뇌리에서 지워졌다. 옆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타냐의 온기와 스베타의 향수 냄새도 지워졌다. 그는 두 손으로 얇은 프로그램 종이를 움켜쥔 채 거대하고 텅 빈 구체처럼 어둠 속에 떠 있었다. 폭발하지 않기 위해 싸우면서.

 

 해적으로 인정받은 후 미샤는 수직으로 올라갔다. 가을 중에 지젤의 주역을 맡았다. 프리마 발레리나인 니나 크류코바가 그를 상대역으로 낙점했던 것이다. 트로이조차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크류코바는 평범한 스타 발레리나가 아니었다. 그녀는 키로프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였다. 인민예술가였고 대스타였다. 가장 완벽한 지젤로 불리는 무용수였다. 그 소식을 들은 타냐는 반쯤 심장 발작을 일으킬 뻔 했다.

 

 트로이는 미샤의 어머니를 모시고 그 공연을 보러 갔다. 율리야 야스미나는 평소에는 감정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날은 긴장 때문에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팽팽하게 당기며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들과 마찬가지로 늘씬하고 우아한 몸매에 파도처럼 뒤엉키는 검은 머리와 찌르는 듯한 눈빛의 미인이었다. 흐트러진 긴 머리를 핀으로 틀어 올려 고정시키고 수수한 검은 원피스 외에는 목걸이나 귀걸이 따위로 치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긴 손가락에 가느다란 금반지를 하나 끼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무대에 미샤가 등장했을 때 그녀는 몸이 떨리는 듯 아들이 비엔나에서 사다준 커다랗고 아름다운 숄로 어깨를 감쌌다.

 

 타냐는 미샤가 대스타인 크류코바의 존재감에 너무 파묻히지만 않아도 큰 성공일 거라고 말했다. 트로이는 로미오처럼 순진하고 철없는 알브레히트를 기대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지나치게 젊은 귀족, 마음에 드는 여자를 가볍게 건드리고 불장난을 쳤다가 나비처럼 휙 돌아서는 사춘기 소년 같은 알브레히트를. 그건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20년에 가까운 크류코바와 그의 나이 차이도 그렇고 지난 해적 공연에서 보여준 공기와 바람 같은 특질도 그랬다. 관객들은 이미 니진스키 같은 아이, 날개 달린 천사처럼 춤춘다는 새로 온 무용수에 대해 떠들고 있었고 그 젊은 애의 알브레히트라면 생각 없이 말썽을 피워도 마냥 귀엽게 받아들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샤는 그들의 기대와 예상을 단숨에 박살냈다. 그 무대에서 미샤 야스민이 보여준 알브레히트는 철없고 사랑스러운 귀족 소년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사악하며 야비한 탕아였다. 맨 처음 그가 크류코바의 지젤에게 다가가 손을 얹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충격에 빠지기 시작했다. 미샤는 1막 전체를 숨막히는 유혹의 드라마로 바꿔버렸다. 그 알브레히트는 크류코바의 순수하고 청순한 지젤, 완벽하게 성적으로 무지한 그 시골 아가씨에게 아랫배에 불을 당겨놓았다. 트로이는 타이츠와 레이스 의상을 입고 춤추는 고전 발레 무대에서 그런 식의 성적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알브레히트는 검은 눈의 악마처럼 무대를 휩쓸고 다니며 여자를 정복하고 관객들을 공공연하게 유혹했다. 1막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관객석에서 분노 어린 탄식들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그건 배반당한 여주인공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알브레히트에 대한 순수한 증오였다.

 

 막간 휴식시간에 트로이는 율리야를 데리고 홀로 올라가 시원한 샴페인을 두 잔 주문했다. 율리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변 관객들이 흥분해 떠드는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대부분이 새로 온 무용수, 아니, 알브레히트에 대한 얘기였다. 미샤와 친해진 후 여러 차례 극장에 와 보았지만 트로이는 관객들이 그렇게 공연에 몰입해서 무용수가 아니라 배역의 이름을 부르고 생생한 증오로 두 눈을 불태우며 그 망나니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광경을 처음 보았다. 어서 빨리 2막이 되어 그 개 같은 놈이 유령들에게 혼쭐이 났으면 좋겠다고, 결말이라도 바꿔서 유령 여왕이 그 방탕한 자식을 새벽이 되기 전에 죽여버리는 꼴을 봤으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떠들었다. 마치 교양 있는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아니라 난생처음 천막극장에 몰려들어 무대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홀려버린 시골 농민들 같았다.

 

 크세니야가 그렇게 말했었다. ‘렌스키는 여자를 모르는 애였어. 내게 안겨서도 아무 것도 몰랐어.’ 아무 것도 몰랐던 건 크세니야 자신이었다. 그 알브레히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적 자력으로 휩싸여 있었다. 트로이는 관객들의 격렬한 반응이 그 탕아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온몸을 떨리게 하는 성적 흥분 때문인지 궁금했다.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2막에서 미샤는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 사악하고 음란한 탕아가 흰 옷을 입고 무게도 없이 자기 앞에 나타난 여자의 유령 앞에서 공포와 놀라움으로 소스라쳤다. 2인무를 추는 동안 그 감정은 점차 깊은 죄책감으로, 그리고 그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사랑으로 바뀌었다. 그 짧은 춤을 추는 동안 미샤의 알브레히트는 타락한 악마에서 첫사랑에 빠진 젊은이로 변모했다. 충족되지 않는 욕망으로 불타던 정복자에서 자기 감정과 육체를 가눌 방법조차 모르는 길 잃은 소년이 되었다. 트로이는 어떻게 그런 변형이 가능한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관객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의문을 가질 틈이 없었다. 흰 옷 입은 유령들이 줄지어 늘어서고 화관을 쓴 여왕이 얼음처럼 차갑게 돌아서는 순간, 미샤의 알브레히트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추락해 나뒹구는 것을 반복하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또 애원하는 순간 극장 여기저기에서 관객들의 신음과 낮은 비명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와 뒤섞이며 튀어나왔다. 진짜 공포에 질려서, 안타까움으로 발을 구르며 너도나도 애타게 속삭이고 흐느꼈다. 죽이지 말아요, 그만 용서해 줘요. 제발 살려줘요. 트로이는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나이든 부인이 지휘자를 향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음악 좀 멈춰요, 저렇게 추다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그들 중 누구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이 가공의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정말 어떻게? 이 사람들 모두가 넋이 나간 바보들일까? 수십 번 이 공연을 본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텐데? 하지만 트로이도 그 순간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숨도 쉬지 못하고 율리야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는 굉음을 내며 뒤집힌 썰매에서 튀어나가 눈보라 속으로 추락하는 미샤를 보고 있었다. 현기증과 구역질이 엄습해와 머리와 턱이 덜덜 떨렸다.

 

 관객들은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유령들이 하나둘 무대 너머로 사라지고 창백하고 아름다운 크류코바의 지젤이 두 팔을 뻗어 바닥에 누워 있는 알브레히트를 포옹했을 때도 모든 것이 끝났으며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침내 미샤가 몸을 일으켰을 때 극장 안은 안도의 탄식으로 가득 찼다. 


 
 그 날 크류코바의 숭배자들 중 절반 이상이 우상을 배신하고 자신들이 가져온 꽃을 미샤에게 주었다. 미샤가 인사를 할 때 무대 위로 로켓처럼 꽃다발들을 내던졌다. 조준이 잘 되지 않았거나 너무 가벼운 꽃다발은 오케스트라 석 안으로 떨어지며 꽃잎을 비처럼 흩뿌렸다. 트로이는 그 미친 듯한 열기와 사랑이 일상적인 광경이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율리야는 복도로 나가 코트를 찾아 입고 극장의 무거운 문을 두 손으로 밀었다. 트로이는 문을 대신 열어주면서 물었다.

 

 “ 분장실에 모셔다 드릴까요? 담당자가 제 얼굴을 알아요. ”
 “ 아니,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 잠깐이라도 보고 싶지 않으세요? ”
 “ 우리 앞줄에 당 간부들이 앉아 있었어요. 아마 그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갈 걸요. ”


 
 그녀의 어조에서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씁쓸한 분노가 동시에 배어나왔다. 트로이는 당의 이름으로 가족이 체포되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침묵했고 율리야를 바실리예프스키 섬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네프스키로 나올 때는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다.

 

..

 

 

 

:
Posted by liontamer
2014. 9. 20. 21:02

스뜨렐까 russia2014. 9. 20. 21:02

 

 

페테르부르크. 7월.

 

네바 강변의 스뜨렐까에 산책 나갔을 때 찍은 사진. 워낙 찬란하고 뜨거운 날이었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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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9. 19. 22:25

에르미타주 - 조각상, 천정과 벽, 창문 russia2014. 9. 19. 22:25

 

 

지난 4월 초. 페테르부르크. 돌아오는 날 체크아웃 후 에르미타주에 갔다.

 

옛날에 페테르부르크 살 때는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다. 이후에도 놀러 가면 제일 첫날 가는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에르미타주보다는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가 더 좋아져서 여긴 마지막 날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이곳에는 내가 무척 사랑하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와 레니에리의 성 세바스찬, 그리고 한때 피를 끓게 했던 마티스의 춤이 있다. (마티스의 춤에 대해 몇 년 전 썼던 웹진 기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8)

 

그림들 사진 말고(원래 박물관에서 그림 사진들 찍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쓰는 글에 소재로 등장할 때는 드물게 좀 찍어두지만) 박물관 내부 사진들 몇 장. 겨울 궁전이란 별칭답게, 원래 궁전이었기 때문에 내부가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다. 물론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나는 언제나 박물관 복도와 창문들에 끌리곤 했다. 특히 빛이 스며들어오는 박물관 창문들. 그래서 작년 초까지 썼던 글은 마지막 장면에 러시아 박물관 전시실 창문 얘기를 삽입했다 :)

 

 

 

 

 

 

 

 

에르미타주는 워낙 크고 기다란 건물이기 때문에, 궁전광장 쪽 입구로 들어가도 박물관 따라 쭈욱 돌다 보면 창 너머로 네바 강이 보인다.

 

피곤하고 심적으로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어 그런지 다시 저렇게 박물관 복도를 걷고 전시실을 돌아다니고 창가의 빌로드 의자에 앉아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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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8. 21:34

오래된 거리 russia2014. 9. 18. 21:34

 

 

페테르부르크. 7월.

 

그리보예도프 운하 따라 걷다가 찍었다. 사실 좋아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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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7. 21:17

참 가지런하게도 모아놨네 russia2014. 9. 17. 21:17

 

 

페테르부르크. 7월.

 

모이카 운하 따라 걷다가 발견 :)

 

** 이 당시 페테르부르크 거리 쏘다니다 발견한 술병들 사진들 : http://tveye.tistory.com/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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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조기출근으로 매우 피곤한 아침.

 

간만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아름다운 화보 몇 장으로 비타민 충전 중 :)

 

댄스 오픈 페스티벌 때.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2인무. 사진은 Jack Devant.

 

 

 

역시 Jack Devant의 사진.

 

어쩌면 저렇게 높이 날아오르는지. 얼굴 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생기가 흘러넘친다. 달리 올해 댄스 오픈에서 Mister Expressivity를 수상한 게 아니라니까. 그때도 선정 평에서 '삶에 대한 기쁨으로 충만한'이란 표현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활짝 웃으며 도약하는 걸 보면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배역을 출 때는 거기 온전히 몰입하는 배우라서 좋다.

 

 

 

이건 라 바야데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Natasha Razina.

 

 

이건 이번에 췄던 라 바야데르 때. 사진은 Alex Gouliaev.

같은 날 찍었지만 역시 프로페셔널 사진사의 사진은 내가 나쁜 렌즈로 줌당겨 찍은 사진들과 백만배 차이!!

 

 

 

세헤라자데.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Natasha Razina.

 

너무 강력한 뱀파이어 타입 조바이다인 테료쉬키나 말고 다른 파트너랑 추는 황금노예를 보고 싶다. 이번에 멕시코 갈라 공연에선 다른 무용수랑 췄다는데 궁금하다. 소년다운 황금노예 말고 ㅠ.ㅠ

 

그래도 역시 저 의상은 아름다워서 잘 어울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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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6. 08:59

백야, 네바 강 russia2014. 9. 16. 08:59

 

 

7월 초. 페테르부르크. 밤 11시 30분 즈음.

 

 

일찍 출근하는데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페테르부르크 생각이 많이 나는 아침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인 업무 시작하기 전에 사진 두 장 올려본다.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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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3. 21:25

벌써 8년 전, 기숙사 russia2014. 9. 13. 21:25

 

 

 

얼마 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예전에 지내던 기숙사가 있던 거리에 갔었다.

 

페테르부르크에 체류하며 공부했던 건 90년대 후반과 2006년이었다. 후자는 직장을 다니던 중 휴직을 하고 몇달간 머물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그게 벌써 8년 전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그때 살았던 기숙사가 있는 쉡첸코 거리.

 

이번에 들렀던 건, 기숙사를 다시 보며 기억을 되살리려는 낭만적인 목적이 아니고... 작년 초에 마무리했던 장편이 있는데 거기 등장인물들이 자주 모여서 금지 서적도 읽고 문학 토론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던 아지트가 이 동네의 낡은 아파트에 있는 걸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소설 자체가 바로 그 아파트 3층의 거실에서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전에 about writing 폴더에 메밀죽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 대한 에피소드 발췌문을 올렸는데 바로 그 아이의 젊은 엄마아빠인 갈랴와 료카가 사는 집이다 : http://tveye.tistory.com/2952)

 

글 쓸 때는 기억을 되살려서 장소를 설정했지만 번지수라든가 이것저것 틀린 게 있을 수도 있어 겸사겸사 한번 다시 가봤다.

 

물론 그러면서 기숙사 앞을 지났다.

 

 

 

이게 8년 전 내가 지냈던 기숙사 건물. 동양인은 거의 없고 주로 러시아인들과 유럽 학생들이 지내던 곳이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기숙사 생활도 할만 했는데(1인실 써서 괜찮았다. 좀 비쌌지만), 이제 그때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기숙사에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다..

 

그래도 재미있는 시절이었다.

 

 

 

문 앞을 지나가는데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다시 들어가 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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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1. 21:48

하얀색 초록색 russia2014. 9. 11. 21:48

 

 

 

해군성 공원. 페테르부르크.

 

연휴도 끝나고 피곤하기 이를데 없다. 분수와 공원 보면서 눈이라도 쉬자..

저 사진 찍으며 공원 쏘다녔던 때로 돌아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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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2막 결혼식의 솔로르 춤 클립(http://tveye.tistory.com/3074)에 이어.

 

이거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계속 바쁘고 정신이 없어 한참 지나버렸다.

커튼콜 사진들(http://tveye.tistory.com/3021, http://tveye.tistory.com/3019)과 솔로르 의상에 대한 메모(http://tveye.tistory.com/2979)만 먼저 올렸다. 이틀 연달아 봤고 꽤나 근사한 무대였는데.. 결국 이렇게 슈클랴로프의 춤 클립만 두어 개 발췌해 올려본다.

 

이게 유럽에 생중계되었던 영상 발췌본인데, 사실 그때 촬영 구도라든지 밝기 등등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많다. 망령의 왕국 같은 경우도 전체 무대를 다 잡아줘야 하는데 자꾸 일부에 포커스를 맞춘다든지.. 하긴 니키야의 죽음 씬에서도 몇번이나 그런 짓을 하긴 했지. 심지어 여기 파이널에서 테료쉬키나의 춤이 끝나자마자 슈클랴로프가 무대 한가운데로 도약해 나올때도 조금 잘라먹어서 나를 심히 분노하게 만들었다 -_- 감히 저 아름다운 도약을 잘라먹다니!!! 저주를 받아라!!

 

전에도 얘기했듯 슈클랴로프는 솔로르 역에 무척 잘 어울렸다. 이 사람이 알브레히트를 잘 소화했으니 솔로르도 연기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소화할 수 있으리란 건 잘 알았다. 사실 솔로르라면 조금 더 크고 전사다운 이미지의 무용수가 외적으로는 더 잘 어울릴테지만(코르순체프 같은 무용수), 슈클랴로프에게는 그런 전사다운 풍채의 결핍을 상쇄하는 기품(고전 발레 식으로 말하자면 프르미에르 당쇠르, 왕자 역에 어울리는 귀족적인 이미지)과 깨끗한 포즈, 그리고 풍부하고 드라마틱한 연기력이 있어 상당히 어울렸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훨씬 멋졌다. 원체 드라마틱한 연기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이다 보니 회한에 잠겨 아편을 피우며 괴로운 꿈에 빠져들고 무대를 선회하고 니키야의 유령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들에서는 허세에 찬 귀족이라기보다는 상당히 진실하고 고통스럽게 보였다.

 

이틀 연이어 봤는데, 둘째날 촬영이 있었다. 그래서 이건 둘째날 공연 클립이다. 첫날 망령의 왕국 무대에서 이 사람의 도약과 회전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는데 둘째날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망령의 왕국, 망령들이 나타난 후 솔로르의 등장과 니키야와의 재회 씬. 니키야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아쉬운 건 원체 망령의 왕국 배경이 어둡고 푸르스름한데다 이게 발췌본 클립이다 보니 화면이 상당히 어둡다.

 

 

 

그리고 파이널. 니키야와 솔로르의 춤. 앞부분의 아다지오와 니키야의 춤, 망령들의 춤 등 볼만한 게 많긴 하지만 일단 파이널만 발췌. 단정하고 정확한 테료쉬키나의 니키야와 허공을 가르는 슈클랴로프 솔로르의 도약을 볼 수 있다.

 

 

 

 

.. 가을 가기 전에는 이 무대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싶은데 이렇게 조각조각 조금씩 쓰다 보니 맥이 빠지긴 하네.

 

* 라 바야데르 이 무대 커튼 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21, http://tveye.tistory.com/3019

*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의상과 료샤와의 대화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9

* 슈클랴로프가 춘 라 바야데르 결혼식 솔로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74

 

* 이전에 올렸던 라 바야데르 관련 포스팅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라 바야데르(세미오노바 & 사라파노프) 리뷰 : http://tveye.tistory.com/2799

사라파노프의 망령의 왕국 클립 : http://tveye.tistory.com/2808

(사라파노프와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는 느낌이 상당히 다른데, 올해 둘 다 라 바야데르 무대에서 보고 난 소회는, 내겐 슈클랴로프 솔로르가 더 마음에 든다는 거였다. 테크닉이야 사라파노프 쪽이 더 훌륭하지만 내게 사라파노프는 너무 깨끗하고 좀 차가운 느낌이고 슈클랴로프 솔로르 쪽이 좀더 피와 살이 느껴지는 뜨거운 솔로르라고 해야 하나.. 하긴 팬심 때문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위 링크의 사라파노프 춤을 보면 이 사람이 왜 훌륭한 무용수인지 알 수 있긴 하다)

 

.. 그리고 더 전에 올렸던 라 바야데르 관련 포스팅들

 

http://tveye.tistory.com/2773 :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의 라 바야데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276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영상


http://tveye.tistory.com/2294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478, http://tveye.tistory.com/2408, http://tveye.tistory.com/2328, http://tveye.tistory.com/2215  :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077 : 율리야 마할리나의 니키야 화보


http://tveye.tistory.com/2195 : 라 바야데르에 대한 짧은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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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9. 19:33

페테르부르크 거리의 숫자들 russia2014. 9. 9. 19:33

 

 

러시아 박물관 가던 날이라 조그만 후지 들고 나갔던 날이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들어 쭉 걷다가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서 계속 걸어갔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이날 박물관 오픈 시간이 오후 1시였다 ㅠ 그래서 헛걸음치고 산책만 하다 돌아왔다.

 

 

이건 24시간 식료품점.

 

 

 

커피 테이크아웃하면 10% 할인.

 

 

예전엔 이런 거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다 보면 이렇게 길바닥에 레스토랑이나 펍 등등의 광고가 그려져 있다.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말라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 '마마 로마'라는 레스토랑은 평일에는 모든 메뉴 20% 할인이란다.

 

 

 

그리고 이건 슈베드스키 거리 1번지. 표지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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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올렸던 마린스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http://tveye.tistory.com/3089)에 이어.

 

파이널의 두 가지 영상 올려본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에 절망해 오열하는 로미오. 그리고 둘의 죽음.

 

라브로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춤도 정형화되어 있으며 특히 줄리엣의 춤이 너무 순종적이고 여성적인 편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한다. 아마도 라브로프스키 버전이 무대에서 제일 처음 봤던 로미오와 줄리엣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디아나 비슈네바의 줄리엣을 보면 그런 식의 비판도 사그라드는 편이고.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도 아주 탁월하다. 특히 파이널 직전에 줄리엣의 죽음에 절망하는 로미오의 격렬한 몸부림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 장면에서 로미오는 발코니 씬에서 보여주었던 가슴 벅찬 사랑의 춤을 변주해 격렬하고 고통스러운 움직임을 연달아 보여주는데 정말 가슴 아프다.

 

슈클랴로프는 몇 년 전의 인터뷰에서 드라마틱 발레에 잘 맞는 편이고 특히 로미오를 아주 가깝게 느낀다고 했는데 춤과 연기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이 사람이야 아주 마초적인 배역에는 안 맞지만 그래도 웬만한 고전발레 배역에는 참 잘 맞는 편이데 그 중에서도 로미오가 최고다.

 

이 사람은 로미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심지어 쉬린키나와의 신혼집 침실도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를 배경으로 꾸몄음. 실지로 맨처음 로미오를 맡았을 때 제피렐리의 그 영화를 많이 참조해 공부했고 베로나에도 직접 가봤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베니스 출장 갔을때 잠깐 베로나에 갔었는데 줄리엣의 집에 가고 발코니에도 가보고 줄리엣 동상도 봤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만)

 

먼저 줄리엣 죽음 소식에 절망하는 로미오. 앞부분에 잠깐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모습이 나온다. 저렇게 오열하고 괴롭게 뒹구는 로미오를 보면서 어찌 가슴이 찢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욱 가슴을 에는 파이널. 사실 이 장면은 볼 때마다 운다 ㅠㅠ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로미오가 줄리엣을 안아들고 슬퍼하다 자살하는 장면까지는 어찌어찌 참아도 비슈네바 줄리엣이 깨어나 애인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달려내려갔다가 숨이 끊어진 것을 깨닫고 공포와 슬픔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정말 애가 타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ㅠㅠ 음악마저 너무 슬프다. 약병에 독약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면서 병을 내던지고 달려오는 줄리엣의 모습을 보면 더 슬프다. 흐흑..

 

 

 

 

다른 무용수들 버전으로도 많이 봤고 라브로프스키 아닌 다른 버전들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이 버전, 이 둘의 페어가 가장 슬프고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 내가 아주 좋아하는 두 무용수라서 그럴지도.. 너무너무 살려주고 싶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 약을 준 신부님 미워요 ㅠ (주인공에 이입하다 보니 애꿎게 신부님 탓..)

 

발췌본들은 화질도 낮은 편이고, 필름 전체는 아주 훌륭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전막을 보시거나 9월 중순에 발매되는 이 작품 dvd를 눈여겨 보시기를. (국내에도 들어와야 하는데. 안 그러면 구하는데 또 품을 팔아야 하니..)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메모와 둘의 첫 만남, 발코니 장면, 침실 장면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82

*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 : http://tveye.tistory.com/3089

 

:
Posted by liontamer

 

9월 중순에 마린스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dvd를 발매한다. 슈클랴로프와 비슈네바가 2013년에 춘 무대인데 영상이야 있지만 그래도 dvd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이 둘의 케미스트리가 워낙 뜨겁기도 하고. 살아 숨쉬는 심장을 가진 관객이라면 디아나 비슈네바의 줄리엣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로미오를 외면하기란 힘들다. 둘은 뛰어난 무용수이자 탁월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전에 라브로프스키 안무의 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짧은 메모와 무도회 첫 만남, 발코니 장면, 침실 장면 클립을 올린 적 있는데, 이번에는 둘의 결혼식 클립. 발췌본이라 화질은 좋지 않다.

 

이 필름은 어느 한 군데 버릴 데가 없는데, 특히 이 결혼식에서는 로미오가 바니타스를 상징하는 꽃과 해골을 드는 장면과 줄리엣을 위해 꽃을 놓아 주는 장면을 좋아한다. 비슈네바의 줄리엣은 너무나 아름답고, 슈클랴로프의 로미오는 매혹적이어서 저런 줄리엣이나 로미오라면 누구든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다.

 

 

 

내일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이널 클립 올려봐야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마지막 장면 ㅠㅠ

 

* 둘의 첫 만남, 발코니 장면, 침실 장면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82

 

 

:
Posted by liontamer
2014. 9. 5. 23:53

뻗을 거예요 russia2014. 9. 5. 23:53

 

 

역시나 아주 힘들었던 일주일을 어찌어찌 마치고..

 

그래도 연휴. 내일 저녁에는 부모님 댁으로 넘어가야 하니 연휴에 제대로 쉬기란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뻗고 말겠다..

 

저렇게 어디 호텔 방에라도 틀어박히면 좋겠지만 ㅠㅠ 아, 홍콩 오라고 했을 때 간다고 할걸.

 

사진은 지난주 이맘때도 올렸던 페테르부르크의 앙글레테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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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4. 21:39

백야, 페테르부르크 russia2014. 9. 4. 21:39

 

백야. 밤 11시 무렵.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삭 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하 따라 걸어오면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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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3. 21:21

나도 저렇게.. russia2014. 9. 3. 21:21

 

 

잔디밭 위에 벌렁 드러누워 가만히 쉬고 싶구나.

 

하지만 막상 저 때 나는 너무 햇살이 뜨거워서 선글라스를 끼고 볕을 피해 그늘 아래로 걷고 있었다. 페테르부르크야 워낙 겨울도 길고 연간 일조량이 짧으니 여름날 볕 좋을때면 저렇게 일광욕을 즐기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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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 20:39

공항도 비행기도 싫지만.. russia2014. 9. 2. 20:39

 

 

 

많은 사람들에게 공항과 비행기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뭔가일 테지만, 나 같은 비행공포증 환자에게는 이것들이 두려움, 혹은 불편함의 대상이다. 출장도 그렇고 여행도 그렇고 여태 비행기야 꽤 여러 번 탔지만 그래도 항상 공항 갈 땐 불안해하면서 간다 ㅠㅠ

 

이렇게 공항과 비행기가 싫지만, 요즘 너무 힘들고 아프니 만사 다 때려치우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무럭무럭.. 료샤가 추석 연휴 때 홍콩에 놀러가자고 꼬셨었는데(이 사람은 놀러오는 게 아니고 일 때문에 그쪽에 올 일이 있다고 한다), 5일 연휴가 생각만큼 긴 것도 아니고 요즘 일이 너무 많기도 하고 올해 러시아 다녀온 거랑 다른 이것저것으로 긴축 재정 상태라 못 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후회된다. 일이 무슨 소용이야. 일하다가 몸만 다 버리고 있구만.. 흑흑..

 

하긴 이런 상태로 놀러갔다 왔다가는 완전히 드러누울 듯... 아닌가, 놀러 가는 거는 하나도 안 힘들지도!!

 

사실 연휴 때 부모님 댁에 가는 것도 좀 부담된다. 부모님이야 당연히 보고 싶은데, 지금 내 몸 상태는 며칠 동안 죽은 듯이 누워 쉬어야 하는 상태고.. 부모님께 가면 친척들에 동생 부부에 손님들도 오고, 어쩄든 내 공간이 없으니 제대로 쉴 수는 없고.. 부모님이야 아프면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가만히 쉬는게 제일이라고 하시겠지만, 엄마가 해주는 밥 먹는 건 좋은데 쉴 수가 없으니 문제지..

 

하여튼 그래서 뒤늦게 홍콩 안 간다고 했던 걸 조금 후회하며.. 무섭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인천공항이랑 비행기 사진들 몇장. 비행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원래 공항이랑 비행기 사진도 잘 안 찍음. 사진을 잘 보면 전혀 애정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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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바쁘고 힘든 일주일 중 겨우 하루가 갔다. 월요일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 라트만스키의 발레 신데렐라 2막, 왕자의 춤 클립. 마린스키 발레단. 왕자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사진사는 Mark Olich, 슈클랴로프와 비슈네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신데렐라는 흔히 알려진 발레 신데렐라와는 꽤 다르다. 훨씬 현대적이고 약간 그로테스크한 면도 있다. 궁전 무도회 장면조차도 화려하다기보다는 서늘하고 모던하다. 캐릭터들은 전부 어딘가 약간씩 이상한 구석이 있고 코미디는 가끔 신경질적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고전 발레 애호가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신데렐라가 꽤 마음에 들었다. 작년 마린스키 신관에서 봤는데, 일단 무대로 볼만한 작품이었다. 4계절을 형상화한 알록달록 의상의 무용수들을 비롯해 종종 좀 허세넘치고 무모할 뿐 매끄럽지는 않은 느낌도 들지만(이후 라트만스키는 이 작품을 개작하면서 4계절 배역을 빼버렸다) 그래도 왕자와 신데렐라의 춤은 꽤 좋다. 매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쩐지 연민을 자아내는 계모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했던 것은 여기 발췌한 2막 왕자의 춤과 파이널의 신데렐라와 왕자의 아다지오였다. 여기저기 툭툭 걸리고 상당히 거칠게 진행되는 작품이지만 파이널은 꽤나 로맨틱하다.

 

발췌한 부분은 2막에서 구두 들고 신데렐라 찾으러 다니는 왕자의 춤. 빨간 셔츠와 흰 바지, 빨간 백팩을 둘러멘 왕자라니, 상상이 되시는지. 1막 무도회에서는 다소 경박한 플레이보이처럼 등장하지만 일단 사랑에 빠진 후 2막의 왕자는 순진한 소년처럼 변해버린다. 우왕좌왕, 동분서주. 반해버린 여자가 과연 여기 있나 저기 있나 두리번두리번, 펄쩍펄쩍 뛰고 날아오르고 헤매고 실망하고 슬퍼한다.

 

라트만스키는 신데렐라를 찾아 거리로 나선 왕자의 모험을 조금은 코믹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는데, '센 언니들'이즐비한 나이트 클럽이라든지, 어쩐지 동성애자처럼 보이지만 명확한 언급은 되지 않는 캠피한 남자들의 아지트라든지, 일반적인 고전 발레에는 등장하지 않을 법한 밤중의 뒷골목을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이 왕자는 꽤나 어리숙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조급해 보여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쉽게도 난 슈클랴로프가 추는 건 못봤고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왕자, 나제즈다 바토예바가 신데렐라,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계모를 추는 무대를 봤다. 언젠가 꼭 이 사람이 왕자, 비슈네바나 노비코바가 추는 신데렐라를 보고 싶다. (노비코바는 외모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청순한 신데렐라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말이 길었는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구두 쑤셔넣은 백팩 메고 무대를 뛰어다니는 라트만스키 신데렐라 2막 클립. 이것도 발췌본이라 화질은 안 좋고 싱크도 살짝 안 맞는 편이지만. 아쉬운 분들은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시면 1, 2막을 모두 볼 수 있다. 디아나 비슈네바가 신데렐라,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왕자를 춘다. 이 발췌 클립에는 비슈네바는 안 나온다만..

 

 

 

 

** 이전에 올렸던 신데렐라 관련 포스팅들은 아래

http://tveye.tistory.com/3045 : 슈클랴로프와 오브라초바의 신데렐라 사진
http://tveye.tistory.com/3040 : 라트만스키 신데렐라와 런던 투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2898, http://tveye.tistory.com/2638, http://tveye.tistory.com/2612 : 슈클랴로프, 비슈네바의 신데렐라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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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8. 31. 20:56

조그만 불빛이 반짝이는 낯선 카페 russia2014. 8. 31. 20:56

 

페테르부르크.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어느 작은 카페.

 

운하 따라 산책하다가 지나쳐간 곳인데, 휘황한 정오 무렵이었지만 내부는 어두컴컴했고 조그만 불빛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어쩐지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가격대를 보니 별로 비싼 카페는 아닌 것 같았다.

 

 

 

카페 점원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잠깐 나와 담배를 피우고 들어갔다.

 

간판에 봉주르 라고 씌어 있는 걸 보니 프랑스식 빵을 파는 카페 같기도 하고.

 

 

 

 

고로호바야 거리는 네프스키 대로 근처에 있는 거리로 사도바야 거리와 교차를 이루고 있다.

 

예전에 썼던 글에서 화자였던 남자 등장인물(주인공은 아니고.. 전에 글쓰기 폴더에 잠깐 발췌한 적 있는 메밀죽 에피소드 http://tveye.tistory.com/2952에 나왔던 주요 인물)이 이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 살았다. 그래서 페테르부르크에 오면 가끔 이 거리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그 인물이 살았을 법한 아파트를 몇 군데 찾아내기도 하고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동선을 짜보기도 했다. 나중에 그 글을 다시 다듬게 되면 도시 지도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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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얼마 전 마린스키 극장에서 공연된 라 바야데르 실황 중, 2막의 결혼식 그랑 파 드 두에서 슈클랴로프의 솔로만 발췌. 고전 발레에서 남성 무용수가 테크닉을 뽐내는 솔로는 물론 발레 레퍼토리만큼 다양하지만, 라 바야데르의 이 솔로는 음악도 그렇고 춤과 의상도 그렇고 여러 모로 꽤나 유명하고 근사한 춤이다. 게다가 무용수가 바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라면 더욱 근사하다.

 

나는 마린스키에서 이 날 무대를 직접 봤는데, 실제와 비교하면 촬영기사가 구도 잡는 게 좀 마음에 안 든다. 실지로 슈클랴로프는 무척 가볍고 아름답게 도약했고 동작 하나하나가 깨끗하고 멋졌다. 이후 3막의 망령의 왕국에서는 더욱 그랬고.

 

슈클랴로프는 솔로르 역에 매우 잘 어울렸다. 꽤나 자신있는 배역인지 작년 베네피스 공연 때도 망령의 왕국 부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솔로르라면 망령의 왕국 때의 그 파란 의상이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이 하얀 의상도 매우 좋아한다. 실지로 보면 무척 매력적이다. 나는 이 사람이 머리와 목, 어깨와 팔을 쓰는 동작을 좋아하는데 이 솔로에서도 중간중간 근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부분만 발췌했더니 화질이 많이 안 좋아진데다 음악과 동작이 좀 싱크가 안 맞아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라 바야데르.

 

 

 

 

**  이 날과 전날 커튼 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21, http://tveye.tistory.com/3019

 

.. 그건 그렇고 이 라 바야데르 리뷰는 언제 올리지 ㅠㅠ

 

** 영상 처음 올려봐서 이게 제대로 나오는지 잘 모르겠네 ㅠ.ㅠ 내 pc에서만 보이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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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9. 22:35

심신의 휴식이 필요한 주말 russia2014. 8. 29. 22:35

 

 

 

 

무척 바쁘고 심신이 힘든 일주일을 간신히 끝냈다. 몸이 아파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제 주말.

 

아무 것도 안 하고 무조건 쉬어야 하는 주말이다. 잔여 배터리가 1%도 아니고 마이너스 상태임.

 

사진은 지난 번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묵었던 숙소. 앙글레테르 호텔.

 

지금이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호텔 방에 처박혀 멍하게 누워 있고 싶다.

 

(청소도 다 해주고.. 내려가면 밥이 나오고 ㅠ.ㅠ)

 

무료 와이파이만 터진다면 별로 더 바랄 것 없는 호텔인데.. 바닥도 카펫이 아닌 마루로 되어 있고.. 빨간색도 많고.. 이삭 광장에 있어 네프스키를 비롯 극장이나 네바 강을 쏘다니기에도 좋은 곳이다. 예세닌이 자살한 슬픈 역사가 있는 호텔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창 너머로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여서 좋았다. 복권 당첨이라도 되면 저기 한두 달만 처박혀서 공연만 보고 글만 쓰며 쉬었으면 좋겠다 (그건 이미 쉬는 게 아닌가?)

 

 

 

 

 

 

 

 

 

 

* 태그의 앙글레테르 호텔을 클릭하면 전에 올린 포스팅 몇 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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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5. 20:30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russia2014. 8. 25. 20:30

 

 

 

주말부터 계속 아프다 보니 심신의 치유가 시급하다. 몸이야 빨리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마음이라도 달래고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몇 장.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러시아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갈 때마다 마음의 위안과 치유를 얻는다.

 

 

 

 

 

 

 

 

이때 카메라는 평소 쓰던 니콘이 아니고 후지x20이라서 필터가 들어가 있다. 수도원 경내에서는 촬영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연초에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 여기 갈 때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는다.

 

* 태그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을 클릭하면 전에 이곳에 대해 올렸던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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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밤 9시에서 10시 무렵. 백야 시즌의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맞은편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 근방에서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까지 도보로 갈 수 있다. 며칠 동안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혼자 운하 따라 걸어서 극장을 오갔다. 한두번은 버스를 탔지만.

 

여름날 밤에 부드러운 빛과 희미한 어스름에 잠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공연을 본 후라면 더 그렇다.

 

힘든 한 주를 보내서 그런지 저 당시의 평온함과 충만한 기분이 그립다. 공연도. 친구와 함께 걸으며 얘기 나눴던 순간도.

 

다 좋은데 저렇게 운하 따라 걸어가다가 내가 사진 찍느라 정신팔린 순간 차가 갑자기 홱 나타나서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다.

 

다행히 료샤가 옆에서 어깨를 홱 낚아채 끌어당겨서 사고는 면했지만, 그 결과 두 가지의 괴로운 일이 있었다.

 

1. 료샤의 '이 멍충아! 바보야 얼간아..' 시리즈 폭격 (흐흑, 친구 맞나)

 

2. 키 크고 덩치 좋은 성인 남성이 순간적인 근력을 발휘해 힘없는 호빗 토끼(=나)를 낚아챈 결과 어깨에 큰 멍자국과 함께 다음날까지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됨 ㅠㅠ

 

.. 다음날 료샤에게 그 멍자국과 팔 아픈 상태를 보여주며 1의 멍충이 시리즈 폭격을 취소하라고 야단쳤더니 '생명의 은인 앞에서 어쩌고,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보따리 운운' 하는 폭격을 또 맞아서 결국 매를 벌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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