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탄카 운하변 어딘가에서 russia2014. 8. 20. 22:01
아침이었고 판탄카 운하를 따라 레트니 사드까지 걸어가던 길이었다.
운하 난간을 따라 걷다가 맞은편 인도와 낡은 건물과 낙서가 휘갈겨진 문과 처마를 힐끗 봤고, 사진을 찍는데 저 분이 휙 지나쳐갔다. 얼굴이 안 나와서 그냥 올려본다.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어서.
아침이었고 판탄카 운하를 따라 레트니 사드까지 걸어가던 길이었다.
운하 난간을 따라 걷다가 맞은편 인도와 낡은 건물과 낙서가 휘갈겨진 문과 처마를 힐끗 봤고, 사진을 찍는데 저 분이 휙 지나쳐갔다. 얼굴이 안 나와서 그냥 올려본다.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어서.
페테르부르크.
엄밀히 말해 정교 신자도 아니고 카톨릭 신자도 아니지만, 부모님 덕에 모태 신앙이라고는 하지만 날라리 신자인데다 몇 년 동안은 교회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고 종교적 신념도 희박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사원의 첨탑과 종을 보는 건 좋아한다. 그리고 사원 종 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 종 소리가 들리면 멈춰서곤 한다. 때로 그렇게 고요함 속에서 종이 울리는 걸 듣고 있으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사실 그래서 작년 초에 프라하로 떠나 두 달이나 머물렀을 것이다. 오로지 도처에서 사원의 종 소리를 듣고 싶어서.
요즘 심신이 피로하고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보니 그런 종 소리가 그립다.
사진은 페테르부르크. 카잔 성당 옆의 공원에 앉아 있다가 줌 당겨 찍은 것.
나이가 무색하게.. 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한살 한살 들어갈수록 더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디아나 비슈네바.
사실 비슈네바가 막 스타로 크고 있던 90년대 후반에 무대에서 봤을 때는 지금만큼 근사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물론 그때도 아주 예쁘고 반짝반짝 빛나는 무용수이긴 했지만 그래도 연륜과 함께 더욱 매력적으로 변하는 발레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비슈네바 화보 두 장 더.
전에도 몇번 쓴 적 있지만 이 사람 이름의 노어 원 발음은 디아나 비슈뇨바. 맨 뒤 e에 우다레니예(강세)가 있어서 비슈뇨바 라고 발음해야 맞다. 그런데 아무리 아무리 교정해서 쓰려고 해도 잘 안된다.. 그냥 비슈뇨바보다 비슈네바가 더 예쁘게 들려서 입에 붙었나보다... 영어 표기는 그냥 비슈네바라고 하고 있고. 그래도 공식적인 글을 쓸 때는 비슈뇨바라고 해야겠지.. (심지어 나는 노어 전공자인데 ㅠㅠ) 자꾸 비슈네바라고 하는 데 양해를..
지금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프리마 발레리나를 두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디아나 비슈네바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스타일도 다르고 무용수로서의 특질도 다르다. 난 둘 다 좋아한다. 어떻게 그런 무용수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다 이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직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보다는 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춤도 그렇고..
이 사람은 물론 유일무이한 파루흐 루지마토프.
'1981년, 졸업'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니 당시 바가노바 아카데미 사진인 듯. 1963년생이니 얼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팬심 가득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몇 장. 월요병이니까 뭐 어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중 흑조 2인무 추는 중.
사진사는 Natasha Razina. 사진에 캡션도 들어 있다.
역시 백조의 호수.
사진사는 Mark Olich
이건 라 바야데르. 내가 제대로 찍고 싶었던 그 코끼리 타고 등장하는 2막 씬. 영상에서 캡처했다 :)
이것도 라 바야데르. 3막 망령의 왕국에서 마지막 솔로 출 때. 최근 본 라 바야데르 무대에서 이 솔로를 출 때 정말 근사했다. 얼마나 높이 날아오르는지. 그리고 또 표정은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지. 춤도 잘 추지만 열정적인 배우라서 좋다.
그리고 이건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안무한 신데렐라.
이 사진은 몇 년 전 무대이다. 파트너는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둘이 잘 어울렸다고요 ㅠㅠ) 슈클랴로프는 이때 머리에 웨이브를 잔뜩 넣고 나와서 가뜩이나 동안인데 더 귀엽게 보인다. 오브라초바도 귀여운 인상이라 둘이 사춘기 신데렐라와 왕자처럼 보임.
역시 신데렐라. 2막 무도회 장면. 등장해서 점프할 때. 찍사는 Natasha Razina.
헤어스타일을 보니 위의 오브라초바와 출 때 당시인 듯... 이 사진은 최근 마린스키 런던 투어에서 신데렐라로 파이널 공연했을 때 마린스키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이다.
나도 이 사람이 추는 신데렐라를 직접 무대로 보고 싶다 ㅠ.ㅠ 영상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쉽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라 바야데르 2막 그랑 파 드 두 중 솔로 (0) | 2014.08.30 |
---|---|
분장실의 무용수들 : 로파트키나, 누레예프,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0) | 2014.08.21 |
'젊은이와 죽음' 클립(파루흐 루지마토프 & 디아나 비슈네바), 루지마토프에 대해 (0) | 2014.08.16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콜 사진 2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0) | 2014.08.10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0) | 2014.08.09 |
여름. 페테르부르크, 네바 강.
맞은편 강변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사원 황금빛 첨탑과 주황색 구명조끼, 새파랗다 못해 검은색이 도는 코발트색 네바 강 색깔이 좋았다. 저때 날씨는 매우 뜨겁고 찬란했다.
아아.. 나도 저렇게 놀고 싶다. 월요병 ㅠㅠ
판탄카 운하변 어딘가에서 (0) | 2014.08.20 |
---|---|
녹음 너머 종들 (4) | 2014.08.19 |
새들도 산책 중 (0) | 2014.08.15 |
무수한 녹색들 (0) | 2014.08.14 |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 2014.08.13 |
오래 전 루지마토프와 비슈네바가 췄던 젊은이와 죽음 영상 클립. 아쉽게도 이게 비슈네바 등장/퇴장 부분까지만 편집되어 있어 앞부분과 아주 중요한 뒷부분은 잘렸지만.. 그래도 둘의 춤은 아주 근사하다.
이 당시에는 아직 둘이 헤어지기 전이었던 것 같다. 90년대 후반에 페테르부르크에 있다가 돌아올 때가 되었을 때 몇 달 더 있다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품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지마토프의 젊은이와 죽음 광고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못 보고 돌아와서 무척 슬펐었다. 그 당시 췄던 클립인 것 같다.
젊은이와 죽음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러시아어를 전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전에 바리쉬니코프, 누레예프, 슈클랴로프 버전 영상 링크도 올린 적 있는데 위의 루지마토프 버전과 비교해 보면 다들 느낌이 다르다.
루지마토프의 춤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 사람은 정말 유일무이한 무용수라는 것이다. 물론 바리쉬니코프와 누레예프는 길이 남을 위대한 무용수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아주 유연하고 가볍고 채찍처럼 휘감겨든다. 이 작품 같은 경우도 다른 무용수들이 췄던 버전과 비교해보면 이 사람이 몸을 쓰는 방식은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출신인데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남성적인 사고 방식을 지녔고 전성기 내내 자기본위적이라는 평을 들었던 나르시스트이지만, 무대 위에서 뒤틀리고 날아가고 뛰어오르는 루지마토프의 육체는 일반적인 마초 남성 무용수와는 달리 매우 양성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가볍다. 저런 육체와 도약과 움직임 앞에서는 오직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2년 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용수이자 안무가 주인공을 되살려 냈을 때 루지마토프의 움직임과 그 육체적 특성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디아나 비슈네바. 이 당시는 아직 한창 젊을 때라 성숙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볼만하다. 둘의 케미스트리도 좋고...
관련 사진 몇 장.
** 이전에 올렸던 젊은이와 죽음 에 대한 포스팅들은 아래..
국립발레단 젊은이와 죽음(김용걸) : http://tveye.tistory.com/2403
젊은이와 죽음에 대한 얘기 + 누레예프, 바리쉬니코프, 슈클랴로프 영상 : http://tveye.tistory.com/2389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짧은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87
젊은이와 죽음에 대해 삽입한 짧은 글 : http://tveye.tistory.com/2390
** 사족
이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간만에 극장 박물관에 갔을 때였다. 박물관 다 돌고 내려와 샵에 갔다가 점원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누레예프 책갈피랑 이런저런 책을 권해주시고 비슈네바 엽서를 권해주셔서 루지마토프 엽서 없나요? 했더니 할머니가 무지 반가워했다.
" 아, 그 사람 건 지금 없는데.. 루지마토프를 좋아해? "
" 네, 옛날에 여기 살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사람 무대 너무 멋졌어요. "
" 훌륭한 무용수지. 좋은 사람이고. 정말 훌륭해. "
할머니는 계속해서 '훌륭한'이란 형용사를 반복했다.
" 여기 자주 왔는데..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지금 어디 사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매년 와. 좋은 사람이지. "
극장과 박물관에서 일하는 할머니들과 얘기하는 건 가끔 참 즐겁다 :)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를 클릭하면 그간 이 사람에 대해 올린 글이나 영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분장실의 무용수들 : 로파트키나, 누레예프,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0) | 2014.08.21 |
---|---|
월요병을 달래는 무용수들 사진 : 비슈네바,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0) | 2014.08.18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콜 사진 2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0) | 2014.08.10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0) | 2014.08.09 |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0) | 2014.08.07 |
페테르부르크. 모이카 운하변.
녹음 너머 종들 (4) | 2014.08.19 |
---|---|
와 신나겠다 (0) | 2014.08.17 |
무수한 녹색들 (0) | 2014.08.14 |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 2014.08.13 |
여기 주차하지 마시오! (0) | 2014.08.12 |
천천히 걷다가 빛으로 일렁이는 서로 다른 녹색들로 가득한 풍경과 마주치면 마음도 안정되고 행복감도 느껴진다.
물론 그건 여행을 가거나 산책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얘기고.. 지금처럼 바쁘고 힘든 시기에는 사진이라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
나무와 풀이 우거진 공원이나 숲을 걸을 때면 똑같은 녹색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와 신나겠다 (0) | 2014.08.17 |
---|---|
새들도 산책 중 (0) | 2014.08.15 |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 2014.08.13 |
여기 주차하지 마시오! (0) | 2014.08.12 |
평온하게 몰입하던 순간 (0) | 2014.08.10 |
백야 무렵만큼 페테르부르크가 '빛과 물의 도시'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때는 없다.
물론 이 도시는 동시에 바람과 돌의 도시이며 환영과 악마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순간만큼은, 온전히 빛과 물의 도시로 남는다.
네바 강변.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사원의 황금 첨탑, 그리고 꼭대기 천사상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리고 두 개의 등대도.
궁전 다리(드보르쪼브이 모스뜨)도 보인다. 새벽 2시가 넘으면 이 다리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쫙 들린다. 다리가 들리는 장면은 페테르부르크 엽서들 중 가장 유명한 풍경 중 하나다. 그런데 나는 게으른데다 잠을 참을 수 없어 새벽에 나와 다리 들리는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0
새들도 산책 중 (0) | 2014.08.15 |
---|---|
무수한 녹색들 (0) | 2014.08.14 |
여기 주차하지 마시오! (0) | 2014.08.12 |
평온하게 몰입하던 순간 (0) | 2014.08.10 |
평온하게 휴식.. (2) | 2014.08.08 |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마린스키 극장에 가던 중 발견한 주차엄금 표지. 인쇄체로 힘주어 쓴 글자들에서 단호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극장에 가려고 같이 걸어가고 있던 료샤는 저 문구를 보더니, 저런 거 보면 어쩐지 저 앞에 차를 떡 세워보고 싶다고 했다. 초딩. 청개구리~
하긴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지..
무수한 녹색들 (0) | 2014.08.14 |
---|---|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 2014.08.13 |
평온하게 몰입하던 순간 (0) | 2014.08.10 |
평온하게 휴식.. (2) | 2014.08.08 |
우리는 위대한 작가 같은 건 잘 몰라요~ (0) | 2014.08.07 |
페테르부르크.
앙글레테르 호텔. 두번째 묵는다고 싱글룸이었는데 전망 좋은 4층 더블룸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창 너머로 이삭 성당이 그대로 보였고 창 옆에는 책상이 있어 좋았다. 가끔은 저 창틀에 앉아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가끔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기도 했다. 평온한 몰입의 순간이었다.
가끔은 멀리 떠난 순간에야 평온하게 몰입할 수 있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자주 그렇다. 하지만 떠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시간도 금전적 여유도 ㅠ.ㅠ
물론 정말 뜨겁게 몰입하면 장소와 상관없이 정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게 어려워진다. 아마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더욱 사라지고 싶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드나 보다.
사진 보니 다시 돌아가고 싶네..
창 너머로 이렇게 해가 지고 구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이삭 성당의 천사상들 실루엣을 바라보는 것도 매우 행복했다.
..
전망은 이렇게 좋았지만 물론 반대급부도 있었으니.. 여기는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중심지이기 때문에 밤이 되어도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바깥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논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고요한 거리 위로 마차 몰고 가는 말들의 발굽소리가 따가닥따가닥거려서 잠을 설치곤 했다.
..
.. 그리고 이 호텔에서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 저 창가에서 차 마시던 때 : http://tveye.tistory.com/2983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자정 직전 (2) | 2014.08.13 |
---|---|
여기 주차하지 마시오! (0) | 2014.08.12 |
평온하게 휴식.. (2) | 2014.08.08 |
우리는 위대한 작가 같은 건 잘 몰라요~ (0) | 2014.08.07 |
예뻤던 모습 (0) | 2014.08.06 |
첫날 사진(http://tveye.tistory.com/3019)에 이어 이건 둘째날 찍은 사진들.
전날보다 자리가 좀 안 좋아서.. 1층 베누아르 오른편 사이드 앞줄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둘이 커튼 앞으로 나왔을 때만 앞으로 가서 찍어 좀 건지고.. 나머지 사진들은 앉은 자리에서 찍었더니 화질이 엉망이다. 그래도 그냥 올려본다. 위의 사진은 앞에서 찍은 것.
이날 유럽 여러 나라의 영화관에서 공연이 생중계되었다. 그래서 촬영팀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었다. 촬영 때문에 30분이나 늦게 시작했다... 아쉬웠던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 전날만 못했다는 것이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는 전날이나 이날이나 상당히 좋았다. 다만 마트비옌코와 슈클랴로프가 전에 호흡을 많이 맞춰보지 않아서 그런지 전날의 그랑 파보다는 이날 그랑 파가 훨씬 매끄러워서 전체적으로는 이날 공연이 더 좋았기 때문에 좀 아쉬웠다. 하긴 어쩌면 전날은 내가 앞자리에서 슈클랴로프의 솔로르에게 정신을 빼앗겨서(니키야가 뱀에게 물리든 말든 나몰라라 솔로르만 보고 있었음 ㅠㅠ) 공연 전체를 조망하지 못해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 :)
원래 난 절대로 공연 중간에 사진 안 찍는데.. 전날 2막에서 슈클랴로프 솔로르가 이렇게 코끼리 타고 등장할 때 그 자태에 매우 감동하여 그만 이날 한장 찍었다. 물론 자리도 사이드였고 멀어서 결국 이렇게 흔들리고 엉망이다. 플래시 안 터뜨려서 더 그런 거지만 차마 공연 중간에 플래시 터뜨리는 짓은 할수 없었다 (터뜨리는 관객들도 종종 있는데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
어쨌든.. 찍었지만 별 성과없는 사진. 사진이 이 모양이라 그렇지만 이때 이 사람이 그 근사한 하얀 시스루 의상 위로 흰 스카프를 튜닉 여미듯 두르고 나왔는데 정말 한폭의 그림 같았다. 슬프다, 누가 저 장면 훌륭한 렌즈로 잘 찍은 사진 올려주면 좋겠다 :)
그의 하얀 의상이 너무나 좋아서 중간에 한장 더 시도.. 물론 이때도 플래쉬는 안 터뜨림.
그러나 역시 화질 극악 ㅠ.ㅠ
이건 2막 파이널. 막 내리는 중. 숨이 끊어진 니키야를 안고 오열하는 솔로르.
저 자식, 뭘 잘했다고 이제 와서 여자 부둥켜안고 우는 거야!! 출세하려고 공주랑 덥석 결혼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춤춰도 외면하고 공주 손에 입이나 맞춘 놈이!!! 나쁜 자식 ㅠ.ㅠ 솔로르 네놈은 알브레히트보다 더 나쁜 놈이야!
그런데 이 무대의 함정은.. 그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라서 '그래도 예쁘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2막 끝나고 인사 중. 자리 때문에 전날보다 화질이 더 나쁘다.
오른편에 좀 잘렸지만.. 황금 신상을 춘 김기민씨. 훌륭했다. 리뷰 쓸 때 얘기하겠지만 김기민씨의 황금신상은 일반적으로 이 배역 추는 무용수들과는 좀 달랐는데 내 마음에는 쏙 들었고 멋있었다. 이틀 후 이분이 바질 추는 돈키호테 봤는데 꽤 좋았었다. 돈키호테 리뷰는 또 언제 쓰지 ㅠㅠ
2막 출연진들 인사 중. 무대 배경이 꽤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앞자리에서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정통 마린스키식 배경이다.
여기서부터는 앞에서 찍은 사진들. 두어번의 커튼콜 후 관객들이 나가는 틈을 타서 앞으로 갔다 :) 이날 조금 더 좋은 렌즈를 장착해 가져갔지만 뭐 어두운 실내라서 그런지 화질은 고만고만한 듯 ㅠ
사진 올리면서 보니 그때 생각나고 다시 가고 싶다.
영화관에서 중계해준 필름 디뷔디로 출시됐으면 좋겠다..
리뷰는 광복절 낀 주말에나 올리게 되려나 ㅠ.ㅠ
월요병을 달래는 무용수들 사진 : 비슈네바, 루지마토프, 슈클랴로프 (0) | 2014.08.18 |
---|---|
'젊은이와 죽음' 클립(파루흐 루지마토프 & 디아나 비슈네바), 루지마토프에 대해 (0) | 2014.08.16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0) | 2014.08.09 |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0) | 2014.08.07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0) | 2014.08.06 |
아직 리뷰는 안 올렸지만.. 일단 커튼 콜 사진들만 먼저 올려본다. 이때 이틀 연이어 출연했는데 나도 이틀 무대 다 봤다. 일단 첫날 찍은 사진들 먼저 올린다. 첫날은 앞에서 두번째 자리였음. 그러나 라 바야데르는 하얀 옷 입은 망령들이 많이 나오는 관계로... 망령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전부 번져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커튼 밖으로 나와 인사할 때 찍은 사진들만 선명하고 나머지는 화질이 안 좋다. 그래도 일단 올려본다.
솔로르의 저 파란 의상과 깃털은 최고.. 그보다 더 좋았던 건 2막의 하얀 의상.. 1막에서 입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도 좋아하는데 슈클랴로프는 키가 별로 크지 않아 그런지 너무 장식 많은 옷을 입자 좀 작아 보이긴 했다.
2막 끝나고 인사 중.
왼편은 감자티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오른편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저 흰색 탑과 아랍 팬츠, 하얀 깃털의 조합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다 실지로 무대에서 보면 꽤 섹시해서 앞자리에 앉은 보람이 있었음.. 이즈음 마린스키 극장 2층 홀에서 이고리 젤렌스키 갈라 공연과 관련해 그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 저 의상도 있어서 열심히 구경했었다. 그 사진은 나중에 솔로르의 의상에 대해서 따로 포스팅 올릴 때 :)
2막 끝나고. 니키야 역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인사 중. 그녀의 니키야는 의외로 꽤 좋았다.
인사하고 있는 슈클랴로프. 뉘집 아들인지 멋있기도 하지 :)
이건 1막 끝나고..
테료쉬키나.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브라만, 샤흐리아르, 돈키호테, 캐풀릿 공 등등 이런 역들을 너무나 잘 소화하는 최고의 배우. 오래 전 맨 처음 마린스키에서 공연봤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사람이 연기한 브라만은 그야말로 열정적이고 비극적이었다.
역시 1막 끝나고. 감자티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라자 역의 안드레이 야코블레프.
둘의 화려한 의상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의 실제 무대는 이번 라 바야데르와 in the night을 봤는데 사실 기대와는 좀 달랐다.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감자티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못된' 공주 감자티 연기를 잘했다. 춤은 그럭저럭.. 솔직히 테료쉬키나와 꽤 비교됐다. 사실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와 솔로르의 그랑 파 드 두는 꽤 화려한 씬이라 잘만 하면 니키야보다 더 튈 수도 있는데.. 하여튼 리뷰는 따로..
야코블레프의 저 터번과 화려한 의상! 입어보고 싶다!!
문제의 3막. 망령의 왕국. 이렇게 다 번졌다 흐흑..
내 자리에서 찍으면 오케스트라 핏이 있어 줌을 안 당기면 이렇게 나왔다. 줌 당긴 사진들도 잘 보면 아래 검은 부분이 있는데 그게 무대 아랫부분이다..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화질 나쁘지만.. 어떻게든 덜 번진 사진 몇 장..
얼마나 뛰어오르고 날아다녔는지 깃털이 저렇게 다 갈라졌다 ㅠㅠ 근데 다음날도 갈라진 깃털 그냥 꽂고 나왔다. 얘 컨셉인가.. 원래 솔로르 깃털은 좀 더 가지런하게 모아져 있는데..
꽃다발 받고 꾸벅 인사 중. 그러나 저 꽃다발은 곧 테료쉬키나의 품으로..
'빅토리야 누나한테 내 꽃다발 바쳐야지..' 하고 쳐다보고 있음 :)
따로 커튼 앞으로 나와 인사 중. 이건 빛을 잘못 받았는지 뿌옇게 나왔지만 슈클랴로프가 참해보여서 그냥 올린다 :) 도도한 누님 옆에서 참하게 보필 중 :))
가까이서 보면서도 내내 느꼈고 사진에서도 드러나지만, 발레 공연은 워낙 운동량이 많고 에너지가 소모되는데다 이 사람은 원체 열정적이고 높이 뛰어올라서 의상 전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수고했다, 발로쟈~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나가서 찍은 사진들 여러 장..
.. 이날 둘이서 브라보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유럽 여러 나라 영화관에서 생중계된 그 다음날보다 이날이 훨씬 관객 반응이 뜨겁고 좋았다. 그래서 다음날 반응이 좀 아쉬웠다. 춤 자체는 다음날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사진들과 공연 리뷰는 가능하면 내일... 안되면 다음주 중에...
** 다음날 커튼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021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커튼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젊은이와 죽음' 클립(파루흐 루지마토프 & 디아나 비슈네바), 루지마토프에 대해 (0) | 2014.08.16 |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콜 사진 2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0) | 2014.08.10 |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0) | 2014.08.07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0) | 2014.08.06 |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 2014.08.06 |
매우 피로한 하루를 마치고. 그래도 주말이라 다행이다.
평온한 휴식을 위해 그런 사진 한 장.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이삭 성당 마주보는 잔디밭에서 일광욕하며 쉬고 있는 어느 커플.
여기 주차하지 마시오! (0) | 2014.08.12 |
---|---|
평온하게 몰입하던 순간 (0) | 2014.08.10 |
우리는 위대한 작가 같은 건 잘 몰라요~ (0) | 2014.08.07 |
예뻤던 모습 (0) | 2014.08.06 |
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0) | 2014.08.05 |
피로하고 힘든 하루였다.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아하는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 몇 장. 블라지미르 말라호프만 마린스키 무용수에서 제외.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백조의 호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사진사는 natasha razina
유리 스메칼로프. 사진사는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사진사는 니나 알로베르트 nina alovert
일리야 쿠즈네초프. 백조의 호수 로트바르트.
최고의 로트바르트이자 최고의 힐라리온!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시리즈. 힘든 하루였으니까 이 사람이라도 많이 봐야지 ㅠ.ㅠ
로미오와 줄리엣, 무도회 첫 만남. 줄리엣은 알리나 소모바.
아래 두 장도 같은 시리즈.
알리나 소모바는 내 취향의 발레리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본 infra에서는 꽤 좋았다. 고전 발레가 아니어서 그런가..
이건 최근 라 바야데르에서의 솔로르. 사진사는 alex gouliaev.
역시 카메라와 사진사의 차이야!! 같은 무대를 봤는데 내가 찍은 화질 나쁜 사진과 백만배 차이!!!
이거 리뷰도 써야 하는데..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는 아주 매력적이었고 춤도 근사했다. 콩깍지 때문인지 사라파노프가 췄던 무대보다 더 좋았다. 춤 자체라기보다는(아무래도 테크니션으로는 사라파노프가 앞선다) 이 사람의 배우로서의 매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역시 alex gouliaev가 찍은 사진. Le Parc.
참 잘 뛰어오른다니까.. 라 바야데르 3막에서 파란 의상 입고 깃털 휘날리며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고 도약할 때 정말 멋졌다.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콜 사진 2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0) | 2014.08.10 |
---|---|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0) | 2014.08.09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0) | 2014.08.06 |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 2014.08.06 |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2) | 2014.08.02 |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외투', '코', '대장 불리바', '네프스키 거리', '감찰관' 등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19세기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 흉상. 그러나 그의 머리 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비둘기들 :)
** 푸쉬킨 동상 위에서 놀고 있는 새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52, http://tveye.tistory.com/194
평온하게 몰입하던 순간 (0) | 2014.08.10 |
---|---|
평온하게 휴식.. (2) | 2014.08.08 |
예뻤던 모습 (0) | 2014.08.06 |
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0) | 2014.08.05 |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2) | 2014.08.04 |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평일 오전이었는데 어느 아빠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아들을 높이 쳐들어 안고 운하와 주변 풍경을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평온하게 휴식.. (2) | 2014.08.08 |
---|---|
우리는 위대한 작가 같은 건 잘 몰라요~ (0) | 2014.08.07 |
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0) | 2014.08.05 |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2) | 2014.08.04 |
그림 같은 연못 + 갈매기를 찾아 보세요~ (4) | 2014.08.03 |
어제 올린 마린스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http://tveye.tistory.com/3002)에 이어.
1. 루돌프 누레예프와 마고트 폰테인의 오리지널.
화질은 별로 좋지 않고 영화식으로 편집되어 살짝 아쉽긴 하지만.
2. 그리고 이건 내가 리뷰 올렸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춘 버전,
앞부분(마르그리트의 환영, 첫 만남, 교외 보금자리 약간) 발췌 클립. 아마 관객 중 누군가가 캠으로 찍은 듯...
확실히 캠 버전에는 한계가 있어서 원 무대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 좀 아쉬운 게, 이들의 무대는 뒤로 갈수록 근사했기 때문에 앞보다는 뒤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링크 올려본다. 위의 오리지널과는 느낌이 꽤 다르다.
유튜브에는 세르게이 폴루닌이나 자하로바, 로파트키나, 타마라 로요 등 다른 무용수들이 춘 버전도 올라와있으니 비교해 보시면 좋을 듯. 감상자의 취향에 따라 잘 맞는 무용수들이 있을 것 같다.
3. 이번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공연 관련 마린스키 사이트에 올라왔던 화보들 몇 장.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만 발췌. 로파트키나와 아스케로프가 궁금하신 분들은 마린스키 페이스북이나 브 콘탁트 사이트 참조.
이 마지막 사진은 'neznaika' 라는 러시아 팬이 찍은 것. 교외 보금자리 사랑의 듀엣 장면.
** 내가 찍었던 커튼 콜 사진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http://tveye.tistory.com/2966
** 다음 리뷰는 테료쉬키나 & 슈클랴로프 & 마트비옌코의 라 바야데르...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 1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0) | 2014.08.09 |
---|---|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0) | 2014.08.07 |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 2014.08.06 |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2) | 2014.08.02 |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0) | 2014.07.31 |
(사진 출처는 모두 마린스키 사이트. 이 포스터에서는 왼편이 아스케로프와 로파트키나, 오른편이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바쁘고 피곤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올리는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 별로 체계적이거나 전문적인 건 아니고, 그냥 감상 위주.
이 날 프로그램은 3개의 단막 발레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순서대로 미하일 포킨의 '쇼피니아나', 제롬 로빈스의 'in the night', 그리고 마지막 작품이 프레드릭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었다. 전자 두 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마린스키에서 몇 번 봤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무대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쇼피니아나와 인 더 나잇은 나중에 따로 짧은 메모 올려보고 오늘은 일단 마르그리트와 아르망만..
먼저 간단한 공연 정보는 다음과 같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음악 : 프란츠 리스트
안무 : 프레드릭 애쉬튼
무대 미술 및 의상 : 세실 비통
<주요 배역>
마르그리트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아르망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아르망의 아버지 : 안드레이 야코블레프
<시놉시스>
동백꽃 아가씨(마르그리트)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죽어가는 중이다. 마지막 순간 그녀는 자신의 비극적 삶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을 반추한다.
<극 순서>
프롤로그 - 만남 - 교외의 별장 - 모욕 - 마르그리트의 죽음
..
1. 누레예프와 폰테인, 오리지널, 애쉬튼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라는 작품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마고트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의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애쉬튼은 이들을 위해 이 작품을 안무했고 생전에는 다른 무용수들에게 역을 내주지 않았다. 망명한 젊은 누레예프가 마고트 폰테인에게 끼친 영향과 둘의 듀엣이란 워낙 유명한 이야기여서 따로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리지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얘기 전에.. 나는 누레예프를 아주 좋아한다. 오래 전 맨 처음 발레를 보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명의 인물이 있다면 그건 너무나 전설적인 니진스키와 누레예프였다. 그의 춤도, 그라는 인물도, 그의 치열했던 삶도 모두 내게 큰 감명을 주었다. 지금도 그에 대한 나의 경의는 변함이 없다. 니진스키도 마찬가지이지만, 루돌프 누레예프란 이름 없이 20세기부터 지금까지의 남성 발레 무용수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리지널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은 전에도 필름으로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사실 옛날에 맨 처음 누레예프 화보집 샀을 때 사진으로 먼저 봤는데, 그때는 작품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둘의 화보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 넋을 빼앗겼던 기억이 난다.
그것과는 별개로, 필름으로 보면서는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흠, 난 애쉬튼과는 어딘가 맞지 않아...
그러니까.. 폰테인은 너무나 우아하고 애처롭다. 누레예프의 성적 자력은 굉장하다. 그러나 애쉬튼의 안무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발레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리스트 음악도 마찬가지이고, 두 무용수는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애쉬튼 안무는 내 취향보다는 너무 젠체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개인적 취향이긴 한데, 난 애쉬튼의 다른 작품들을 볼 때도 거의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드라마틱하면서도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유연하게 따라가며 이입할 수 있는 안무를 좋아하는 편인데 애쉬튼은 내겐 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건 지난번에 본 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연미복 재킷과 흰 타이츠를 차려입고 춤을 춘다는데, 심지어 여자에게 지폐를 흩뿌리는 분노의 연기를 보여준다는데 여기 애쉬튼의 안무고 취향이고 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분명 타임머신을 타고 60년대로 가서 누레예프와 폰테인의 이 무대를 봤다면 그때도 애쉬튼이고 안무고 간에 누레예프의 춤을 보느라 넋놓고 있었겠지. 무용수가 그만한 자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재능이자 축복이다.
2. 마린스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전체 리뷰
마린스키에 공연을 보러 갔다. 그간 내가 여러 가지 일로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을 가엾이 여긴 료샤가 나를 위해 앞자리 표를 끊어주었다. 앞에서 세번째 줄 가운데 자리로 꽤 좋은 자리였지만, 역시나 앞자리 발샤야 갈라바(큰 머리)로 괴로워하다가 In the night 부터는 비장의 필살기 책 깔고 앉기를 다시 시전.. 그리하여 그나마 덜 가리고 봤다.
초연이었고(비록 로파트키나와 예르마코프가 '13년에 이미 추긴 했지만), 첫 날은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티무르 아스케로프, 둘째 날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다. 물론 나도 로파트키나가 추는 걸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망을 슈클랴로프가 춘다는데.. 당연히 그게 우선(ㅜ.ㅜ) 게다가 난 티무르 아스케로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중에 관객들 평을 보니 의외로 둘째 날이 더 좋았다는 얘기가 훨씬 많았다. 훨씬 절절하고 이입이 잘됐다는 평이었다. 첫날 걸 안봐서 모르겠지만 나도 동의한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는 워낙 호흡을 많이 맞춰본데다 드라마틱한 연기력이 좋기 때문에 감정선이 살아 있었다.
발레의 내용이야 익히 잘 알려진 소 뒤마의 춘희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여타의 각색 버전들과 다른 것은 길이가 30분 이내로 매우 짧고 주요 사건들만 스피디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무대 디자인이나 의상 등은 오리지널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실비아와 마찬가지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눈호강은 실컷 하겠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의외로 애쉬튼 안무를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몰입해서 보았다. 물론 영상과 무대의 차이도 있고, 두 무용수가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서 마치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라면 이미 그들의 춤이나 테크닉, 다른 디테일들에 대한 사항들은 뒤로 밀려난다. 허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무대가 더 이상 '연기'나 '공연'으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진짜 현실처럼 관객을 사로잡는 순간 그 무대는 '진짜'가 된다. 그만큼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의 감정선은 강렬하게 살아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무척 몰입해서 봤다. 사실 맨 처음 무도회장 장면에서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파란 연미복을 입고 등장해 붉은 드레스의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와 춤추기 시작할때는 나도 모르게 누레예프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둘의 눈빛과 움직임, 서로를 향한 갈망과 고통, 슬픔이 절절해지면서 그런 생각은 멀리 달아났다.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고 아르망이 마르그리트를 거칠게 붙잡아 돌려세우고 목걸이를 잡아채고 지폐 뿌리는 장면에서는 관객들 모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몰입했다. 종반에 마르그리트의 숨이 끊어지고 아르망이 슬픔에 젖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은 열띤 갈채와 브라보를 보냈다. 같은 애쉬튼 작품이었고 초연이었던 실비아와 비교해보면 두세 배는 더 뜨거웠다. 이쪽 관객들도 감정적으로 이입되는 드라마틱한 비극에 더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커튼 콜도 수 차례 계속되었고 불도 켜지고 다들 나가는 가운데에도 열혈 팬들은 끝까지 남아 끈질기게 박수를 쳤다. 나도 나가려다 반응이 재미있어 남아 있었는데 정말 둘이 다시 나와서 무척 좋았다 :)
내 옆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는 나에게 '박수쳐요, 계속 박수쳐~" 하고 부추겼는데 너무 몰입하고 흥겨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무대와 무용수들에게 그렇게 사로잡혀 행복한 열기를 발산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았다. 이날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팬들이 많이 왔는데 2~3층에 포진한 채 계속해서 브라보~ , 벨리꼬레쁘노~(위대하고 근사하다는 뜻의 노어)를 우렁차게 연발. (이 분들은 라 바야데르 때도 오심)
전반적으로 무척 몰입해서 봤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가 추는 버전이라면 다시 볼 의향이 있을 정도로. (실비아는 그렇지 않았다!)
리스트의 음악도 그렇고 사실 이 작품의 안무는 꽤 허세 넘치고 작위적이란 느낌이 좀 든다. 아마 내가 누레예프가 추는 오리지널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긴 하지만.. 애쉬튼이 누레예프에게 준 솔로는 특히 그런 느낌이다. 누레예프란 무용수의 카리스마와 성적 자력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의 아르망은 상당히 수탉 같고 공작새 같은 인물이었다.(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누레예프란 무용수에겐 이런 특질이 있다. 그만큼 화려하고 도도하고 오만하고 자력 넘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누레예프의 이런 특질과 애쉬튼의 젠체하는 안무, 리스트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내겐 좀 'over the top'이란 느낌을 주곤 했다. 폰테인의 마르그리트는 참으로 애처롭고 청순하긴 한데 또 너무 청순하다는 느낌이었고. 아마 그래서 내가 오리지널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나보다.
마린스키 버전은 사실 '진짜' 애쉬튼 팬들이라면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전에 실비아 때도 그런 얘기가 좀 있긴 했지만, 애쉬튼을 제대로 구현했다기보다는 꽤 러시아적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선도 그렇고 둘을 해석하는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도 그랬다. 물론 러시아적인 작품들도 over the top인 경우가 무지 많다. 그런데 난 이쪽의 과잉은 또 취향에 맞는 것 같다.
3.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
슈클랴로프 얘긴 아래 따로 하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에 대해 잠깐.
테료쉬키나는 좋은 무용수이다. 테크닉과 연기 양쪽 모두 더할 나위 없다. 물론 이 사람에게도 특질은 있다.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스타일도 여리여리하고 청순하기보다는 강렬한 쪽이다. (오데트보다는 오딜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은 캐릭터가 지닌 속성보다도 훨씬 세 보이거나 강력해보여서 몰입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사람과 슈클랴로프의 듀엣은 거의 언제나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바로 이런 속성이 슈클랴로프의 소년다운 속성과 만나면서 둘이 가끔 '기 센 누나와 연하의 온순한 애인' 느낌을 자아낼 때가 있다. (그래서 이 둘의 조바이다와 황금노예 페어는 좀 내 취향과 어긋났다)
마르그리트 역의 테료쉬키나는 무척 좋았다. 물론 그녀의 마르그리트는 폰테인처럼 툭 건드리면 눈물이 똑똑 떨어질 것처럼 청순하고 연약해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마르그리트가 아주 강단있고 전투적인 타입도 아니었다.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는 그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고 고통받은 여인이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온몸을 던져 아르망의 아버지에게 애원하고 사랑하는 아르망을 향해 매달리는 그녀의 연기는 한없이 애처롭다기보다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처절하게 울부짖고 몸부림치고 마침내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죽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에게 그런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무대인 것이다.
며칠 후 라 바야데르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테료쉬키나는 생각보다 더 좋은 무용수구나.. 적어도 니키야 역에는 아주 잘 어울리는 무용수였다.
4.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아르망
이 부분은 팬으로서의 사심이 넘치는 애기들이라.. 좀 오글거려도 그러려니 해주시길.
슈클랴로프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볼만한 무대였다. 그 이유는..
1. 미모의 절정 :)
2. 목걸이 잡아채고 지폐 뿌리는 슈클랴로프 (!!)
3. 이 사람의 강점인 드라마틱한 연인 배역!
이 사람이 깨끗한 포즈와 훌륭한 도약, 탁월한 연기력에 비해 몇 가지 테크닉이나 파트너링 부분에서 결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테료쉬키나와는 호흡이 잘 맞아서 그런지 이 무대에서는 별로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슈클랴로프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대에서 뿜어내는 자력이다. 물론 그건 (아쉽게도) 루돌프 누레예프 같은 성적 자력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사로잡는 뭔가는 분명 갖고 있다. 앞선 쇼피니아나와 in the night 무대에서는 남자 무용수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조명이나 하이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작품들이 아니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아우라가 있다. 이 사람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눈에 확 띄는 타입이다. 그게 또렷하고 잘생긴 이목구비 덕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요즘 마린스키 남자 무용수치고는 키도 크지 않고 따라서 체격도 당당하지 않은데다 비율도 완벽하지 않은 편이라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건 재능이다.
세실 비통이 디자인했던 아르망의 의상이 무척 잘 어울렸다. 파란 프록코트, 검정 프록코트, 그리고 흰색 루바슈카 셔츠와 타이츠 모두가 이 사람을 위한 듯 딱 들어맞았다.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누레예프의 공작새 같고 살짝 이기적이면서도 섹시한 아르망과는 달랐다. 이게 취향에 따라 부정적 평을 받을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사람의 아르망은 좀 로미오 같았다. (어떤 관객은 폴루닌의 아르망과 비교하면서 너무 귀엽고 철없는 왕자님 같은 아르망이라고 했었다) 원체 외모부터 시작해 소년다운 특질이 있는 무용수라서 드라마틱한 연인에는 매우 잘 어울리지만 어딘가 청순한 구석이 있다. 특히 흰색 루바슈카와 타이츠 차림으로 교외 보금자리에서 마르그리트와 춤출땐 더 로미오 같았다. (그래도 소파에 누워 마르그리트와 키스할 때는 너무 근사해서 여성 관객들의 혼을 뺏음)
절정부의 무도회장에서 돈 뿌리는 씬인데. 이때 검은 재킷으로 갈아입은데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나타났다. 그 효과란 대단한 것이어서 테료쉬키나도 안 보이고 이 사람의 창백한 미모만 광채를 발함(분명 경고했음. 내가 오글거릴 거라고 했잖아요 ㅠㅠ) 게다가, 이 사람이 이렇게 확 타올라서 부르르 떨고 여자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이며 그녀를 거칠게 잡아끌고 밀어붙이고 목걸이를 휙 잡아채 내던지고 지폐를 내던지는 모습을 또 어디서 보겠나... 거의 언제나 이 사람은 완벽한 왕자님이나 장난스런 바보 이반, 아니면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연인인데..
슈클랴로프의 춤은 뒤로 갈수록 좋았다. 아무래도 앞부분에서는 내가 아직 누레예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사람이 해석한 아르망의 움직임은 오리지널의 그 분절적이고 허세 넘치고 공작새 같은 움직임과는 좀 달랐다. 좀 더 부드러웠고 어떤 측면에서는 살짝 여성적이었다. 어쩌면 그의 소년다운 매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초반의 아르망과 교외 보금자리에서의 아르망은 사춘기 소년 느낌이 났고(그러니까 조금 로미오..) '남자'라는 느낌은 덜했다. 그러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라는 제목부터 그렇듯, 이 작품은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의 듀엣이 중요하다. 그리고 테료쉬키나와의 듀엣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종반의 비극적인 2인무는 정말 눈물을 자아냈다.
내가 이 무대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순간은 바로 마지막, 마르그리트가 숨이 끊어진 직후였다. 연인이 세상을 떠나자 망연자실한 채 무릎을 꿇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슈클랴로프의 연기가 훌륭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표정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생생하게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이 사람이 두 손을 미세하게 계속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섬세하고 훌륭한 연기였다. 둘의 감정선도 그렇고 마지막에 슈클랴로프가 보여준 슬픔은 너무나 진실하고 애절했다. 그런 진정성 있는 무대를 외면할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브라보가 나왔겠지.
.. 그리고 커튼 콜.
앞자리에 앉아있기도 했고.. 나중에 커튼 앞으로 테료쉬키나랑 나왔을땐 역시나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의 미모를 열심히 구경 :) 여기 미모의 결정체가 있구나.
변명하자면 나만 그런 거 아니었다.. 앞에 매달려 그의 미모에 넋나간 팬들 꽤 있었다. 아저씨 팬들도 있었다. 나중에 라 바야데르 리뷰 때 얘기하겠지만 어떤 아저씨는 대놓고 그의 미모를 칭찬했다 ㅋㅋ
5. 사족 : 초심자의 놀라운 이입
의외로 같이 보러 갔던 발레 초심자이자 예쁜 남자 무용수와 타이츠 혐오자(http://tveye.tistory.com/2979)인 내 친구 료샤는 엄청 감명을 받았다. 이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뜨겁고 뜨거운 러시아인의 심장을 가진 남자!
그는 뒤마의 춘희를 읽어본 적도 없고 라 트라비아타도 카멜리아 레이디도 이것도 저것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라 바야데르 보며 졸았던 얘기도 전에 쓴 적 있듯이.. 발레는 진짜 거의 모른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에 대해서는 아주 간단한 리브레토만 알려줬다. 그리고는 '졸리면 그냥 자라'고 했다. (이미 앞의 쇼피니아나와 in the night 때 푹 주무심)
놀랍게도 그는 한순간도 졸지 않았다. 엄청나게 이입해서 봤다.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에 이입했다가 심지어 테료쉬키나의 마르그리트에게도 잠깐 이입했다. 처음엔 좀 정신없어 하다가(암전과 무대 배경 전환이 스피디하게 이루어지니 초심자는 첨에 좀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무도회장에서 아르망이 나타나 여자에게 반하고 춤추는 장면부터 시작해 마르그리트가 던지고 나간 꽃을 아르망이 아무에게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면서 집어드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혹하고 말았다.
교외 보금자리로 배경 전환되면서 암전됐을 때 료샤가 속삭이며 물어봤다.
" 여자 기침하는 거 많이 아픈 거야? 진짜 죽어? "
" 응, 죽을 거야. 원작이 그래. "
" 아, 안되는데. 안 죽었으면 좋겠다. "
이것은 괄목할만한 발전!!! 뿌듯한 마음과 함께 계속 봤다. 이때부터 난 무대에 폭 빠져서 얘 상대를 거의 해주지 않았는데 얘도 나름대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무도회장에서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나타나 마르그리트를 모욕하고 목걸이 잡아챌 때는 너무 놀라서 숨을 소리내 들이쉬더니만 지폐 뿌리는 장면에서는 '안돼, 그러면 안되지 ㅠㅠ' 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아, 보람 있다!!! 이건 진짜 성공한 무대다!! 얘를 이렇게 집중하고 이입하게 만들다니! 고마워요 빅토리야, 블라지미르!
마지막에 테료쉬키나 마르그리트가 죽고 슈클랴로프 아르망이 슬픔을 토로하자 이 친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면서 투덜댔다. '아, 진짜 죽어버렸어 ㅠㅠ 남자는 어떻게 해...'
.. 이때는 너무 이입해서 봤는지 슈클랴로프의 순백색 타이츠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안 했다 :) 내가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의 미모에 집중하고 있을 때도 쿠사리 안 줬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힘!!!!
...
어쩌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
동영상 클립이랑 오리지널 영상 링크는 내일.. 그리고 마린스키 측 화보들도 내일..
** 추가 **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의 공연 클립 + 누레예프와 폰테인 오리지널 영상, 화보 : http://tveye.tistory.com/3006
** 내가 찍었던 커튼 콜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73, http://tveye.tistory.com/2966
마음의 위안을 위한 무용수 화보들 : 로파트키나, 슈클랴로프. 이반첸코, 쿠즈네초프, 스메칼로프, 말라호프, 소모바 (0) | 2014.08.07 |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0) | 2014.08.06 |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2) | 2014.08.02 |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0) | 2014.07.31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짧은 메모 +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의 영상 클립들 (0) | 2014.07.29 |
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아주 변화무쌍해서, 주민들조차 한 시간 후의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웬만하면 비 조금 와도 우산도 안 쓴다.. 내가 꼬박꼬박 초소형 우산을 갖고 다니며 빗방울이 떨어질 때 쫙 우산을 펴면 료샤를 비롯한 그쪽 친구들은 쯧쯧 하고 혀를 차곤 했다.
" 그런 조막만한 우산이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우린 바람 불어서 빗방울 다 들이칠텐데.. "
" 그래, 바람 불면 우산 뒤집어지겠다~ "
그러면 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우긴다.
" 흥, 옛날에 여기 살때도 이거보다 더 작은 우산으로 잘만 버텼네요~ 망가뜨리지도 않고 한겨울에도 눈보라도 잘만 막아줬다네~ "
그러나 료샤는 마지막 한 마디로 날 무장해제시켜버렸다.
" 음, 그럴수도 있겠지. 바람이 위로 불었나보네.. 아래는 바람이 안 불어서 넌 무사했던 모양이지. "
-_- 친구인지 웬수인지..
..
어쨌든. 이날도 일기예보에는 '뇌우와 세찬 비'라고 되어 있었다. 하루종일 덥고 쨍쨍했기에 잘못된 예보라고 생각했지만.. 산책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밤 11시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기예보가 정확했다!!
(웬만하면 이 동네 일기예보는 우리보다 정확하다 -_-+ 이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그렇게 날씨가 변화무쌍한데도.. 대체로 비 온다면 오고, 기온 예보도 얼추 맞는다. 어떻게 보면 워낙 비가 잘 내리는 곳이니 비온다고 하면 몇십 퍼센트 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건가?)
오늘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고 답답해서 차라리 장대비나 쏴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 사진 올려본다. 창 너머로 이삭 성당의 실루엣이 보인다.
비 안 올때 이 창가에서 본 이삭 성당 모습은 이렇다 : http://tveye.tistory.com/2983
우리는 위대한 작가 같은 건 잘 몰라요~ (0) | 2014.08.07 |
---|---|
예뻤던 모습 (0) | 2014.08.06 |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2) | 2014.08.04 |
그림 같은 연못 + 갈매기를 찾아 보세요~ (4) | 2014.08.03 |
더위 퇴치용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설경 2탄 (0) | 2014.08.01 |
사진 제목은 내 맘대로 붙인 것이다 :0
평일 정오를 좀 넘긴 시각이었던 것 같은데.. 레트니 사드 갔다가 네바 강변 따라 걸어오는 길에 발견한 어느 소년.. 절묘하게 가방도 저기 내팽개쳐져 있고.. 아무리 봐도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떠나는 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도 그렇고.. 마침 갈매기까지 후루룩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뒤에서 살짝 한 컷 찍었다.
.. 그건 그렇고 난 후리하고 게으른 영혼임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엔 땡땡이쳐본 적이 거의 없다. 참 재미없는 학생이었나보다 ㅠㅠ
예뻤던 모습 (0) | 2014.08.06 |
---|---|
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0) | 2014.08.05 |
그림 같은 연못 + 갈매기를 찾아 보세요~ (4) | 2014.08.03 |
더위 퇴치용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설경 2탄 (0) | 2014.08.01 |
백야 막바지, 어스름에 잠긴 네프스키 대로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0) | 2014.07.30 |
여름날의 레트니 사드(여름 정원)
후문 쪽에 있는 연못. 수면에 비친 울창한 나무들이 꼭 그림 같았다.
가볍게 흔들리는 수면에 비친 녹색 나무들이 꼭 물감을 부드럽게 풀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잘 보면 한가운데 앉아 있는 갈매기가 보인다 :)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수면을 바라보고 있음. 아래에서 왔다갔다 하는 물고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맞은편. 백조에게 모이 주고 있는 분이 있었다. 너무 멀어서 백조는 제대로 안 나왔네..
오리 아니고 백조였음 :)
빗방울에 가려진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 (0) | 2014.08.05 |
---|---|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2) | 2014.08.04 |
더위 퇴치용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설경 2탄 (0) | 2014.08.01 |
백야 막바지, 어스름에 잠긴 네프스키 대로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0) | 2014.07.30 |
창문 너머 이삭 성당 바라보며 차 한 잔 (2) | 2014.07.29 |
좋아했던 발레리나. '여왕'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무용수였다. 지금도 춤을 추긴 하지만 나이 때문에 무대에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다.
'발레리나는 가늠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야 한다' 라고 씌어 있음.
지젤
이건 마린스키 극장 앞에서 찍은 사진. 90년대 사진인 것 같다. 모자도 코트도 잘 어울린다.
(역시 검은 코트에 시선을 빼앗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는 거였어...)
태그의 율리야 마할리나 를 클릭하면 전에 올렸던 사진들 몇 장을 볼 수 있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영상 클립(누레예프&폰테인,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마린스키 화보 몇 장 (0) | 2014.08.06 |
---|---|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 2014.08.06 |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0) | 2014.07.31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짧은 메모 +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의 영상 클립들 (0) | 2014.07.29 |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런던 공연 - the artsdesk 리뷰 발췌 (2) | 2014.07.29 |
너무 더워서.. 잠시라도 눈 식힐 겸 페테르부르크의 설경 사진 몇 장.
지난번(http://tveye.tistory.com/2960)에 이어..
이게 예전에도 올렸던 게 몇 장 분명히 있다. 재탕이지만.. 그래도 너무 더우니 그냥 올린다. 2010년 1월말에서 2월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 그리보예도프 운하,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까라블레스뜨로이쩰레이 거리 쪽 바닷가, 해군성 공원과 원로원 광장, 이삭 성당과 청동기마상들...
이때는 엄청 추웠지만 그래도 하늘은 매우 맑은 근사한 날씨였다.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이런 겨울 날씨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나도 그렇다. 너무 추워서 장갑 속에서 손가락이 곱는 것 같긴 하지만 ㅠㅠ
이건 전에 올렸던 얼어붙은 바다 사진과 이어짐. 바로 그 바닷가. 썰매 타러 나온 어느 아빠랑 아들.
나 오늘 땡땡이쳤어요.. (2) | 2014.08.04 |
---|---|
그림 같은 연못 + 갈매기를 찾아 보세요~ (4) | 2014.08.03 |
백야 막바지, 어스름에 잠긴 네프스키 대로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0) | 2014.07.30 |
창문 너머 이삭 성당 바라보며 차 한 잔 (2) | 2014.07.29 |
휴식 (2) | 2014.07.28 |
마린스키 극장 신관 카페에서.
이 날은 모던 발레 공연이라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 발레 공연 때보다는 사람이 적었고 극장도 한적한 편이었다. 마린스키 극장은 구관과 신관 모두 카페의 케익이 맛있다. 90년대 후반에 맨처음 마린스키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관 카페는 좁은 복도에 의자와 테이블을 늘어놓아서 어두컴컴하고 붐비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옛날에 거기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은 잊을 수가 없다. 한 스쿱 떠주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주었는데 지금껏 그토록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은 거의 없다. (하긴 내 기억 속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먹은 것들이었음) 지금은 구관 카페에서도 아이스크림은 조그만 통에 든 걸로 팔아서 그때의 그 느낌이 사라져 슬프지만..
저 티라미수는 정말 맛있다. 우유맛이 강하긴 하지만 크림치즈가 부드럽고 가벼우며 삭 녹는다. 정말 맛있다. 구관 카페에서 먹어보고 신관에 와서 또 발견하고 또 먹었다.
다만 확실히 신관이 더 럭셔리한 스타일이라.. 같은 카페에 같은 가격이라도 구관 카페는 홍차 시키면 러시아산 그린필드 티백인데 여기는 프랑스 고급 티백 담가줌..
그래도 역시 구관 카페가 '극장' 카페 같은 느낌은 더 있다. 여기는 '공연장' 카페 같고.
나중에 구관 카페도 올려보겠다.
(추가 : 구관 카페 http://tveye.tistory.com/3248)
아래 종이는 저 날 공연 프로그램. 이때 봤던 것은 라트만스키 안무의 콘체르토 DSCH, 그리고 웨인 맥그리거 안무의 Infra.
전자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바실리 트카첸코가 주역, 그리고 후자는 열 두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비슷한 비중으로 나오는데 그중 알리나 소모바, 옥사나 스코릭,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가장 임팩트 있는 역. 전자는 내 취향에는 어긋나서 좀 산만했고.. 후자의 '인프라'가 정말 좋았다. 무용도 음악도 모두 좋았다. 그리고 소모바와 슈클랴로프의 춤과 연기가 특히 좋았다. 기대 안하고 슈클랴로프 때문에 보러 간 거였는데 울컥했다... 나중에 리뷰 올려야지. 언제 다 올리지 ㅜ.ㅜ
신관 카페는 이렇게 널찍하다.
저 테이블로 가서 샴페인이나 부체르브로드(오픈 샌드위치), 케익이나 빵 등을 고르면 된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면 안쪽의 카운터로 가면 된다. 나는 일찍 입장해서 아직 사람이 거의 없다..
테이블 맞은편으로 극장과 나선 계단, 홀이 보인다.
내가 앉은 자리 맞은편의 통창문으로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이 보인다. 바로 저거야말로 '진짜' 극장! 워낙 찬란한 날씨라 탈색된 듯 보인다. 조그만 운하를 사이에 두고 구관과 신관이 나란히 서 있다. 신관이 좀 뜬금없는 모양새인데다 워낙 육중해서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는 '구식' 시민들은 항상 '저 신관이 극장 광장을 망쳐놨다!'고 툴툴거린단다. (마린스키 있는 광장 이름이 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즉 극장 광장이다)
그러나 조만간 저 구 극장은 수리에 들어간다고 하니.. 좋든 싫든 이 신관에서 모든 공연을 소화하게 될듯.. 수리까지는 좋은데 제발 오리지널 극장의 아름다움이나 구조, 색깔 등등을 절대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앞사람 머리에 안 가리게 좌석 배열만 좀 어떻게 해주고 화장실만 깔끔하고 널찍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 외는 좀 불편하고 어두컴컴해도 옛날 극장의 정취와 아우라로 다 견딜 수 있는데...
마린스키 발레 :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뷰(빅토리야 테료쉬키나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4) | 2014.08.06 |
---|---|
율리야 마할리나 사진 세 장 (2) | 2014.08.02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짧은 메모 + 비슈네바와 슈클랴로프의 영상 클립들 (0) | 2014.07.29 |
마린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런던 공연 - the artsdesk 리뷰 발췌 (2) | 2014.07.29 |
료샤가 라 바야데르, 남성 무용수, 발레 의상에 대해 얘기한 것들 + 아폴로 조각상에 대해서도 (4) | 2014.07.28 |
페테르부르크에서 여름 백야의 절정은 6월 즈음이고, 그 이후로는 낮이 조금씩 짧아진다. 절정일 때는 새벽에 잠시 이렇게 어스름에 잠겼다가 금세 밝아지는데, 그 이후에는 11시 반에서 자정 즈음이면 어두워지는 것 같다.
그래도 새벽에 금방 밝아지긴 하기 때문에 커튼을 아무리 잘 쳐도 빛이 새어들어온다. 그래서 페테르부르크 토박이인 내 친구는 백야 때는 안대를 하고 잔다고 한다.
자정 즈음 네프스키 거리.
내 니콘은 보급형의 꽤나 구형 dslr이라 그런지 플래시가 시원찮아서 웬만하면 야경은 잘 찍지 않는다만.. 번졌지만 그래도 몇 장 올려본다.
네프스키 거리. 비스트로 간판이 보인다.
길 건너서 그 비스트로 앞에서 찍음. 동그란 간판은 꼬페 하우스 라는 브랜드 커피숍 간판. 커피빈이랑 좀 비슷하게 생김.
숙소가 있는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접어들면서 찍은 사진. 여기저기 공사를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 곳에 쳐 놓은 가림막...
이 풍경만 보면 페테르부르크인지 다른 유럽 도시인지 별로 구분이 가지 않는다. 페테르부르크에는 18~19세기 유럽풍 건축물들이 많아서 더 그렇다.
숙소에 거의 도착할 즈음. 이삭 성당의 황금빛 돔이 보인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다.
(지금도 그러려나? 예전엔 이 돔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하도 여기저기 개발이 추진돼서..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도시의 아름다움과 전통, 그리고 수평의 건물들과 수직의 교회 첨탑, 네바 강이 어우러지는 우아한 스카이라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도시의 미를 해치는 마구잡이 개발을 혐오한다. 뭐 투기자들과 사업가들이야 또 다른 얘기겠지만)
몇 발짝 더 걷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위의 사진보다 어두워졌다.
이삭 성당이 반쯤 나와 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이삭 성당 일부와 그 앞 도로 한 컷. 여기가 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이삭 성당. 광장. 그리고 성당을 돌아 조금 걸어나가면 해군성 공원과 원로원 광장, 청동기마상, 그리고 에르미타주가 나온다.
그림 같은 연못 + 갈매기를 찾아 보세요~ (4) | 2014.08.03 |
---|---|
더위 퇴치용 한겨울 페테르부르크 설경 2탄 (0) | 2014.08.01 |
창문 너머 이삭 성당 바라보며 차 한 잔 (2) | 2014.07.29 |
휴식 (2) | 2014.07.28 |
백야의 페테르부르크 하늘 (2) | 2014.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