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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30. 23:35

빛, 바둑무늬, 빨강 2016 petersburg2018. 3. 30. 23:35





재작년 9월. 프라하.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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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우예즈드. 페트르진 공원.



공원은 언덕길로 이어진다. 언덕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페트르진 언덕과 전망대에 갈 수 있는데 나는 게을러서 맨날 이 공원까지만 올라가곤 했다. 



작년 5월말인가 6월초. 프라하. 료샤가 와줘서 이 근처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또를 사서 나눠먹으며 벤치에 앉아 석양이 다가올 무렵의 마지막 햇살을 쬐면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비둘기에게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고 공원 아래로 지나가는 빨간 트램들을 보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햇살. 꽃. 녹색. 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빨간 트램들. 빛들. 책 읽기도 좋은 곳.










모르는 분인데 너무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온 것 같아 블러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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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8. 21:23

푸른 유리병 2017-18 praha2018. 3. 8. 21:23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의 어느 골목. 작년 6월. 이른 저녁 산책하다가. 



산책하는 사람들 몇몇은 담배를 피웠고, 꽁초를 저 병 안에 버리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나였다면 향을 피웠겠다 싶은 아름다운 푸른색 유리병이었다. 아니면 초를 하나 넣어두었을 것이다. 아까웠다. 하지만 동시에, 저렇게 담배꽁초 버리는 용도로 길거리 골목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채였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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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1. 31. 20:43

초여름 프라하 조각들 2017-18 praha2018. 1. 31. 20:43




작년 6월 5일. 신시가지, 그리고 말라 스트라나를 산책하며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거리. 트램 안에서. 그리고 카피치코. 비를 피해 뛰어들어갈 수 있는 곳. 언제나 아늑하고 따스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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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4. 21:28

색채들, 선명하고 찬연한 프라하 2017-18 praha2017. 12. 14. 21:28






지난 6월 초. 프라하. 말라 스트라나.



날이 너무 추워서 선명하고 밝고 찬연한 색채들이 담긴 사진 몇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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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8. 21:03

해질 무렵 카를 교와 캄파에서 2016 praha2017. 9. 18. 21:03






처음 프라하에 가는 사람들은 카를 교와 구시가지 광장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곤 하지만 이 도시에 여러번 왔거나 얼마간 머물러 보게 되면 그 두 장소만큼은 가급적 피하게 된다. 사람이 너무 와글거려서...



그래서 요즘은 프라하에 가도 카를 교는 한번쯤 상징적으로 잠깐 가볼 뿐이고 그나마도 끝까지 걸어서 건너지도 않는다. 구시가지 광장이야 걸어서 여기저기 쏘다닐때 할 수 없이 가로질러 가야 할 때가 많이 있지만 카를 교는 필수 노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초. 프라하. 저녁에 말라 스트라나의 숙소에서 카를 교랑 캄파 쪽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근데 이렇게 아래에서 찍으면 카를 교는 근사해 보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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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뎌 토끼 배터리 방전됨!!!


자다깨다 피곤하게 잤는데 아침에 부모님과 통화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잠이 좀 모자란 상태가 되었고 조식도 놓쳤다.



열한시 좀 넘어서 기어나와 숙소에서 가까운 요세포프 쪽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갔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건너편의 구르망 베이커리에 갔다. 예전에 여기 머물때 가끔 가서 케익이나 뺑 오 쇼콜라 사먹던 곳인데 앉아서 뭘 시켜먹은 적은 없었다. 메뉴를 보니 오믈렛도 있어서 그거랑 자몽 주스 시켜서 아점 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엄청 더웠다. 그냥 더운 게 아니고 습해서 땀이 나는 날씨였다. 오늘도 30도 너끈히 넘겼다.



..




피곤하기도 하고 저녁에 료샤가 오기로 했으므로 카메라는 놔두고 나왔었다. 에벨에 가서 글이나 좀 쓰고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료샤 만나야지 했다. 그래서 에벨에 갔다.






에벨은 다 좋은데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엄청 더웠다. 비 오기 직전의 날씨라 더 그랬다. 난 더운 날에도 따뜻한 차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는 타입이라 그냥 뜨거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랑 마스카포네 딸기무스 케익을 시켰는데 얼굴이 발갛게 익어있는 걸 보고 친절한 점원이 얼음물 피처를 가져다주었다. 에스프레소 시킬 때 아니면 물 안 주는데 내가 어제도 온 걸 알아보고는 '덥지요?' 하면서 얼음물 가져다줌. 감동 :) 근데 에어컨 틀어주심 더 좋을거 같은데 ㅋㅋ







차 마시고 케익 먹으면서 글을 조금 썼다. 두가지 글을 몇줄씩 번갈아가며 썼는데 더 쓰고 싶었지만 덥고 몸이 무거워져서 그냥 일어났다. 에벨의 마법으로 글이 조금 써지기 시작했으므로 시원한 숙소에 들어가서 이어 써도 될거 같았다. 그래서 에벨을 나왔다.



..




에벨에서 신시가지의 테스코가 걸어서 10분 거리이므로 거기 잠깐 갔다. 와이파이 천국 코스타 커피도 힐끗 다시 보고(들어가진 않음. 그냥 다시 보고파서), 지하 수퍼에 갔다. 체리 있으면 사려 했는데 테스코 수퍼에도 체리가 없었다. 프라하는 아직 체리가 안 들어왔나보다, 비싼 하벨 시장 빼고 -_- 그래서 가격이 좀 싼 산딸기를 좀 사고 꿩 대신 닭으로 체리 주스를 한병 사서 나왔다. 테스코 수퍼는 에어컨 빵빵해서 시원했기 때문에 나오기 싫었다 흐흑..



힘들어서 무스텍 역까지 가서 지하철 한 정거장 타고 나메스티 레푸블리키 역으로 와서 내렸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내 걸음으로 10~15분 거리이다. 근데 반대방향으로 나와서 광장 쪽으로 돌아나와야했다.



광장에는 가판대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몇년 전 쥬인이랑 놀러왔을때 여기서 잼도 사고 찻잔도 사고 쥬인은 맥주랑 소시지 먹었던 적이 있어서 그때가 떠올랐다. 비오기 직전 날씨라 가판대들이 다 철수 분위기였는데 그와중에 라벤더 등속을 싸게 파는 곳이 있어 말린 라벤더 주머니를 한개 샀다. 한국보다 훨씬 싸서. 라벤더 향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수면장애가 있다 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조그만 주머니 샀음.







(쥬인이랑 왔을 때 생각나서 광장의 가판대들 사진 몇장 올려봄. 쥬인아, 그때 재밌었어)





공기 중에 비 냄새가 섞이기 시작했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와 살짝 비릿한 냄새. 여기는 강이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냄새가 먼저 왔다. 잘못하면 비 맞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빨리 했다. 다행히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오지 않았지만 대신 엄청나게 습하고 더웠다. 간신히 방에 돌아오자 온몸이 끈적했다.



..







샤워를 하고 화장도 지우고 세수도 해버렸다. 료샤는 저녁에 오니까 오후엔 침대에서 좀 쉬다가 다시 나가면 되지 하는 맘이었다.


그런데 나는 배터리 방전된 거였지...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잠들었다. 그것도 되게 피곤하게 잔 것 같다.



..




자다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퍼뜩 깨어나 소리를 질렀다.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꺅!' 소리를 지르자 테이블 옆 의자에 앉아 있던 료샤가 '왜 그래 또 꿈꿨냐?' 하고 물었다. 나는 너무너무 놀라고 말았다. 꿈인줄 알았음. 그런데 꿈 아니었음.


너무 놀라서 어버버 하다가 간신히 '너 언제 들어왔어? 어떻게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았다. 료샤는 기가 막히다는 듯 투덜댔다.



료샤 : 뭐야!! 문 열어주고서는 '나 더 자야돼' 하고 잤잖아!!!!!

나 : 내가 언제에에에....

료샤 : 아까!!!! 한시간도 전에!!!!!!

나 : 내가아아아???

료샤 : 너 낮술 마셨지!!!! 술 마시지 말랬잖아!!!



그제야 생각이 났음. 맞아...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전화왔어... 료샤가 전화해서 '나 호텔 도착했어! 너 몇호야?' 라고 물어서 방 번호 알려줬고 얘가 와서 문 열어줬고... 맞아, 졸려서 내가 '나 좀만 잘게' 그랬던 거 같.... 악!!!!



나 : 나 술 안 마셨어. 너무 피곤해서 그랬나봐. 미안 ㅠㅠ

료샤 : 맥심도 안 주고 잠만 자고 ㅠㅠ 뻬쩨르도 안 오고 나보고 프라하 오라 하더니 잠만 자고!!!! 갑자기 소리질러서 나를 치한 취급...

나 : 나 아까 진짜 치한인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어 ㅠㅠ 방에 누가 침입한 줄 알았어....

료샤 : 지가 방 번호 알려주고 문 열어줘놓고.... 너 정말 큰일이다. 겁은 그렇게 많으면서 왜 이렇게 허술하냐. 혼자 여행다니면 이제 안되겠다.

나 : 시끄러, 너니까 내가 긴장 풀어서 그런겨!!!



하여튼 한시간이나 옆에 앉아서 마냥 기다린 불쌍한 료샤(이 녀석의 최고의 미덕은 내가 잘 때는 절대 안 깨운다는 것임)를 위해 한국에서 가져온 맥심 모카골드 200개와 맥심 아이스 50개를 꺼내주었다. 그는 뛸듯이 좋아했다 ㅋㅋㅋ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손수 맥심을 타주었다. 더우니까 아이스 타주려 했지만 그는 그립고 그리웠던 '노란 맥심'을 원했다. 그래서 맥심 모카골드를 타줌 ㅋㅋㅋ



..



원래 밖에 나가서 저녁 먹으려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데다 타고난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우리는 그냥 방에 앉아 컵라면 까먹었음... 료샤 주려고 가져온 볶음 너구리 개봉 ㅋㅋ 불닭볶음면은 못먹었지만 볶음 너구리까지는 얘도 먹을수 있었다. 그래도 조금 맵긴 하다고 함. 나는 유부우동 컵라면 먹었다.


료샤는 볶음 너구리 먹으면서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여긴 아직 체리 안 나온거 같더라' 하면서 전처럼 서양자두를 몇알 꺼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프라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근사한 저녁을 먹은 것이 아니고.... 좁은 호텔 방의 작은 테이블 앞에 마주앉아 볶음 너구리와 유부우동 컵라면 먹고 자두 까먹고 내가 아까 사왔던 산딸기 먹었다. 그제서야 바깥에서는 천둥이 치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료샤는 나랑 같은 호텔에 방을 잡았다. '부르주아가 왜 만다린 오리엔탈 안 가고 여기 묵냐' 고 놀렸더니 료샤가 툴툴대면서 '네가 가까운 데 방 잡으라 했잖아!' 그런다. (멍충이... 나는 힐튼이나 매리어트 말한 거였단 말이다 ㅠㅠ 거긴 이 호텔이랑 별로 안 머니까 내가 놀러갈 수 있는데 -_- 네가 고급호텔에 묵어야 내가 놀러가서 구경을 할거 아니야 ㅠㅠ)


료샤는 내가 작년보다 조금 더 동그래졌다면서 훨씬 낫다고 한다 -_- 그런 말은 위안이 되지 않아 ㅠㅠ 결국 동그래졌다는 거잖앗 ㅠㅠ 둥실 두둥실....


작년 겨울에 페테르부르크에서 본 후 반년 만에 다시 보는 거라 반가워서 늦게까지 놀고 싶었지만 배터리가 아직 방전 상태였던 내가 몇번 하품을 하자 료샤는 오늘은 좀 더 자고 내일 놀자고 했다.


료샤는 내가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알고 작년에 고생한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졸려 하면 무조건 재우려고 한다. 난 하품만 했지 슬슬 잠이 깨려던 참이었으나 료샤는 빨리 자고 내일 조식 먹자고 하고는 자기 방으로 갔음(맥심들을 신주단지처럼 껴안고 ㅋㅋ)



뭐야... 난 잠 깼는데 ㅠㅠㅠ 낮에 자버려서 밤에 빨리 잠 안 올 거 같은데 ㅜㅜㅜㅜ



친구야 다시 만나서 반가워 :))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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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강행군 끝에 오늘은 좀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월요일에 설명회 행사를 치르고 밤에 2집으로 기차 타고 내려가고,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까지는 본사에서 죽어라 일하고, 목요일 오후에 다시 기차 타고 화정에 올라왔다. 그리고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프라하에 왔고. 토요일에 돌아댕기고 일요일인 어제는 버스 타고 외국(!) 독일의 드레스덴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저질체력의 토끼에게 이것은 대단한 일~!! 그런데 신기한게 여행을 가면 이런게 평소만큼 힘들진 않단 말이지. 역시 좋아서 하는 것과 돈벌려고 하는 것은 달라!!!



..



오늘은 근 여덟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다. 쭉 잤음 좋았겠지만 역시나 자다깨다 ㅠㅠ 하여튼 아침에 깬 후에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조식 시간을 흘려보냈다. 너무 귀찮기도 했고 에벨의 맛있는 모짜렐라 루꼴라 베이글도 먹고팠다.


어제 드레스덴에서 크루아상 한개, 점심으로 비엔나 슈니첼과 감자샐러드, 차랑 딸기케익을 먹은 후 프라하 돌아와서는 미니사과를 한개 먹고 잤는데 많이 걸었기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때부터 배가 무지 고팠다. 그러나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는 또 귀찮... 하긴 난 그 훌륭한 아스토리아 호텔(프라하 말고요 ㅠㅠ 페테르부르크) 조식도 반타작밖에 못했었어... 게으름!!






10시 즈음 낑낑대며 일어나서 씻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후 반소매의 얇은 원피스와 샌들 차림으로 나섰다. 어제 드레스덴에도 이러고 갔어야 덜 더웠을텐데!!!! 이 원피스 챙기면서도 프라하에서 5월말~6월초에 이걸 입게 될까 싶었으나... 오늘 프라하 32도까지 올라갔음!!!!!!!! 여름 원피스 한두장 더 챙겨올걸!!!!! 챙겨온 건 거의 다 긴 옷인데!!!!!! (그러면 이것을 빌미로 여기서 가벼운 옷을 사면... 아 안돼....)



..





에벨에 갔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하며 앉았으나... 오늘 햇살이 너무 따가운 관계로 그 자리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볕이 잘 드는 자리라 좋긴 한데 블라인드가 없고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웠다. 그래서 슬퍼하며 아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앉아서 잘 살펴보니 터키블루 쿠션만 사라진 게 아니고 그거 놓여있던 의자도 바뀌어 있었다. 흐흑.... 그래, 그 쿠션 놓여있던 의자는 팔걸이가 제대로 없어 불편하긴 했었지.. 그치만 예뻤는데... 전체적으로 빨간색 계열인 에벨의 내부에 근사한 콘트라스트를 만들어내던 터키블루 쿠션.. 흑...(좀 때타긴 했지만... 빨아서 잘 말리면 되지 않았을까요? 흑....)






오랜만에 모짜렐라 루꼴라 토마토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었다. 오늘은 전보다 루꼴라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역시나 맛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아예 요리를 직접 해서 가게에서 사오지 않는 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기가 힘들다. 음식들은 대체로 간이 짜고 육류 위주이다. 그래서 에벨의 이 루꼴라 잔뜩 올라간 바질페스토 베이글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





베이글로 아점을 먹은 후 아이패드 꺼내서 어제 드레스덴 스케치를 좀 했다.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안경 낀 금발 남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더니 '어떻게 그렇게 그리나요?' 라고 물었다. 영어였는데 영국 억양인 것 같았다. 인상이 좋았고 목소리가 다정했다.


'기술의 힘으로요' 라고 대답하자 남자가 막 웃었다. 그러더니 머리색을 절반 정도 칠해놓은 그림을 가리키며 '이게 당신인가요?' 라고 물었다. '저 맞아요. 닮았나요?' 라고 묻자 남자가 '닮은 것 같아요. 근데 옷차림이 다르네요' 라고 대답했다.


'어제였거든요' 라고 대답한 후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금발 여인이 화장실에 다녀왔는지 옆테이블로 돌아왔다. 안경낀 남자의 아내인지 여자친구인 것 같았다. 나에게 '저 토낀 뭐야 -_-' 하는 눈초리를 보내더니 남자에게 '그만 가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먼저 휙 나가버렸다. 남자는 '만나서 반가웠어요' 라고 인사를 한 후 급하게 따라나갔다.


흑... 원래 이런 식으로 뭔가 괜찮은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 좀 괜찮은 느낌의 남자는 이미 다른 누군가의 남자... 남자의 남자든 여자의 남자든 하여튼...



..





에벨에서 나와서 하벨 시장 쪽으로 갔다. 너무나 체리를 먹고팠는데 근처 가게에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벨 시장에서는 체리를 팔았지만 비쌌다. 200그램에 100코루나(거의 5천원!)나 주고 샀다. 이 시장 원래 비싼 건 알지만 그래도 빈정상함...


작년에 왔을 때 두번째 숙소가 이 하벨 시장 근처에 있었다. 바로 근처에는 안젤라또 분점이 있다. 안젤라또에 가서 그립던 스트라치아텔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진짜 더웠다. 얼굴이 벌겋게 익으면서 뜨거웠다. 골목들을 누비며 숙소로 돌아왔는데 호텔 근처에 있는 야외 전광판을 보니 32도였다!!! 끄악 너무하잖아!!!!!






...



호텔에 두시 좀 넘어서 들어왔다. 좀 쉬다 오후에 나갈 생각으로 화장을 지우진 않았는데 너무 덥고 끈적해서 샤워만 했다. 그랬더니 얼굴만 후끈후끈 ㅠㅠ 토너 미스트로 얼굴을 좀 식힌 후 에어컨을 틀고는 잘 정돈된 침대 시트 위로 기어올라가 맨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열이 좀 식었다. 그러다 결국 정해진 길로...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가 낮잠 잤음. 피로가 쌓여 있었으니 낮잠 잘 만도 하다. 한시간 좀 넘게 잤다. 엄청 달고 무겁게 잤다. 계속 자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


여섯시쯤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더워서 나가기도 싫고 그냥 컵라면이나 먹고 때울까 싶었지만 물도 거의 떨어져 있었다. 나간 김에 좀 걸어서 코지 거리의 베이크숍 프라하에 가서 티라미수를 테이크아웃했고 근처 식료품점에서 물을 샀다. 그리고 오래 전 처음 프라하 왔을때 발견했던 중국집인 명월관이 호텔 근처라 거기 가서 마파두부랑 치킨탕수, 밥을 테이크아웃했다. 3년 전에 여기 머무를때도 종종 이렇게 사서 집에 가서 데워먹곤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일곱시 넘어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29도였다. 식당은 요리사가 바뀌었는지 마파두부에서 역한 고기 냄새가 많이 났고 치킨탕수는 간이 너무 짰다. 그래서 많이 못 먹었다. 두부만 뒤적뒤적 좀 건져먹고 치킨탕수는 많이 남겼다. 아까비... 다시는 거기 안가. 하긴 3년 전에 마지막으로 갔을때 양을 너무 적게 줘서 빈정상해서 다시 안간다고도 했었지.


(음식은 맛이 없었으므로 사진 안 올린다!)



..






디카페인 홍차 티백 우려서 차 한 잔 마시며 오늘의 메모 쓰고 있다. 체리랑 티라미수 곁들여서... 근데 맛없는 중국음식 때문에 배불러서 티라미수는 두세 숟가락만 먹고 도로 냉장고에 집어넣었음.



내일 오후에 료샤가 오기로 했다. 낑낑거리며 들고 온 맥심 모카골드를 꺼낼 때가 되었구나 :)



..




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 걸었음.


:
Posted by liontamer
2017. 1. 3. 13:18

창가의 작은 눈사람 2016 praha2017. 1. 3. 13:18

 

프라하. 9월. 요세포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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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9월초. 프라하.

아마 이틀째인가 사흘째 되던 날이었던 것 같다. 9월이지만 30도를 넘는 매우 더운 날씨였다. 오후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페트르진 공원에 갔었다. 맘 편하게 읽는 에세이 한권과 물 한병, 사과주스 한병, 감자칩 한봉지와 함께.

 

너무 햇볕이 강하고 더웠다. 그나마도 그늘진 벤치를 하나 찾아냈다. 놀이터 옆에 있는 작은 벤치였다. 책 읽기는 좋았는데 이때 날씨가 좀 많이 더워서... 그리고 풀벌레들이 날아다녔다. 그래서 이 벤치는 이 날 하루만 이용했다.

 

 

 

내가 앉은 벤치 맞은편에는 저렇게 테이블 딸린 벤치도 있었는데 남자 혼자 앉아 테이크아웃 피자를 먹고 있었다.

 

 

오직 여행갈때만 챙기는 하루키 수필집 :) 이 사람 소설은 그냥 그렇지만 수필은 내 취향이다. 딱 여행갈때랑 비행기 안에서 읽기 좋다.

 

비둘기가 다가온 이유는..

 

감자칩의 존재를 파악했기 때문!!!

비둘기도 조금 주긴 했다. 근데 소금 뿌려진 거라 비둘기 먹으면 안 좋을거 같아서 반쪽만 뽀샤줬다.

 

 

무단투기!!!

.. 는 당연히 아니고... 떠날때 집어서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

 

 

놀이터 쪽에는 급수대가 하나 있었는데 귀여운 꼬마가 손을 씻고는 막 뛰어갔다.

 

 

놀이터를 보면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어릴때 본 터미네이터2의 영향으로.. 이런 놀이터만 보면 자꾸 사라 코너가 핵전쟁 악몽 꾸던 그 장면이 떠올라버림 ㅠㅠ 흐흑, 이거 트라우마 아니야?

 

 

꼬마 아이가 손씻고 갔던 급수대. 나도 여기서 손 씻었음.

급수대가 아니라 그냥 손씻는 건가?? 하여튼 나도 손만 씻었다.

 

 

공원의 언덕 저너머로 프라하 성이 힐끗 보인다.

이쪽에서 케이블카 비슷한 전차를 타면 페트르진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갈수 있는데 나는 너무 게으른 나머지 심지어 바로 앞에 머무르면서도 언덕 꼭대기에 안 올라가봄 ㅠㅠ 예전에 몇달 살았을때도 안 가봄... 게으름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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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