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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21:37

그리고 고스찌 2017-19 petersburg2018. 9. 8. 21:37






이 동네에서 젤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 고스찌에 와서 레냐랑 료샤랑 티타임 중.



역시 고스찌에선 메도빅을 먹어야지~~



료샤는 카푸치노와 스메딴닉, 레냐는 초콜릿 에클레어와 과일차 :) 1인 1케익 중이라 모두 매우 행복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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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바로 앞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호텔 전경. 빨간 차양들만 나왔지만^^;)

 



어제 완전히 녹초가 되어 뻬쩨르 도착. 어제는 료샤가 시간이 안돼서(얘는 왜 항상 내가 오는 날이랑 출장이랑 겹치는 거야 -_-) 그냥 호텔 픽업을 요청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공항에서 호텔 가는 교통비는 아끼지 않게 됨...



어제 픽업을 나온 기사는 젊은 남자였는데 내게 러시아어 발음이 매우 좋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 얘기를 오늘 료샤에게 했더니 이 자식이 '그래 맞아 너는 발음이나 억양 자체는 괜찮아. 근데 우다레니예-강세-가 틀려. 그리고 갈수록 문법도 얼버무려!' 라고 한다 흐흑... 진실이므로 뭐라 할 수도 없음 엉엉)





호텔에 도착한 게 밤 열한시 무렵이라 씻고 어쩌고 하다가 새벽 한시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여섯시간 시차가 나니까 하루를 꼬박 샌 것이나 다름없다. 너무 피곤했다. 시차 때문이라기보다는 언제나처럼 잠든지 네시간 만에 깼다가 도로 자고 아침부터는 한두시간마다 자다깨다 반복했는데 피로가 쌓여서 자고 또 잤다. 열시 반쯤에야 억지로 일어났다. 꽤 추웠다. 다음주부터 난방을 해준다는데 잘못 걸렸어 흐흑... 춥잖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페테르부르크 기숙사에서 살때도 이맘때가 젤 추웠다. 난방 해주기 직전인데 날씨는 이미 초겨울!



조식도 포함 안되어 있고 제일 저렴하고 환불 안되는 방을 예약했다. 맨날 늦잠자고 게으름부리고 아침은 조금밖에 못먹으니 조식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기도 하고... 그러나 이 호텔은 조식이 아주 근사하므로 살짝 아쉽다. 한번쯤 돈내고 먹어볼까 했지만 꽤 비싸고 작년 겨울에도 먹어봤으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늘처럼 한시가 다 되어 나섰을 때는 더더욱 조식 포함 안 시킨게 잘한 일임 ㅠㅠ



...



나왔더니 가랑비 흩뿌리고 엄청 춥고 쌀쌀하고 음습함. 긴 티셔츠에 카디건에 니트 재킷을 입고 재킷에 달린 후드까지 덮어쓰고 스카프 둘렀는데도 추웠다. 청바지 한장은 안되겠구나 ㅠㅠ 일단 도보 10분 거리의 고스찌에 갔다.




여기는 런치메뉴가 있어서 좋다. 올리비에 샐러드와 양배추 수프, 비프 스트로가노프, 녹차를 골랐다. 합쳐서 380루블! 팁까지 합쳐도 8천원! 게다가 맛도 뛰어나다.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레스토랑/카페라 올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다. 료샤와 레냐도 여기를 좋아한다. 오늘은 미니 나폴레옹 케익도 디저트라고 같이 주어서 더 좋았다. 시큼한 맛이 감도는 양배추 수프도 무척 맛있고 따끈했다. 식전빵도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아 맨날 시골에서 식판밥이랑 컵밥만 먹었지 엉엉...





훈제치킨이 들어간 올리비에 샐러드. 여기 올리비에 샐러드 무척 맛있다. 소박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옛날엔 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매우 좋아하게 된 양배추 수프. 시큼한 맛이 매력. 생긴건 꼭 미역국에 두부 띄워놓은 것 같다만... 저 하얀 건 스메타나(사워크림). 안에는 잘게 썬 감자도 들어있고 여기는 특이하게 삶은 달걀 반쪽도 들어있다! 발음법 표기상 '시치' 'shchi' 라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시이'에 가깝게 발음된다. '쉬'와 '시' 사이 어딘가에 있는 발음인데 이거 발음이 나에겐 좀 어렵다 ㅠㅠ 어떨땐 되고 어떨땐 안된다. 오늘은 그만 '쉬'라고 발음해서 점원이 '아하, 양배추 수프요?' 하고 알아맞췄다 흑...



...



밥을 먹은 후 네프스키 거리를 따라 좀 걷다가 너무 춥고 비까지 와서 그냥 물건만 좀 사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의 로모노소프 샵에 가서 찻잔 한세트랑 접시 하나를 샀다. 엄청 조금 샀구나! 하고 자가칭찬... 을 하기는 어려운게 찻잔이 쪼끔 가격대가 있었음(그래도 우리 나라 들어오는 것에 비하면...)



그리고는 항상 첫날에 하는 의식대로 네프스키에 있는 카톨릭 성당에 초 켜러 갔는데 공사 중이라 못 들어갔다 ㅠㅠ 근처의 러쉬 매장에 가서 입욕제를 산 후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왔다. (공항 면세점 붐벼서 취소했었으나 호텔 방 욕조를 보고 머리가 멍해져서 결국 사버림. 이게 뭐야 엉엉.. 면세가 더 쌌는데...)



방에 돌아와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노곤하고 좋았다. 아아 욕조 있는 집에서 살고파라.... 화정으로 이사온 후부턴 집에 욕조가 없고... 시골의 2집도 오피스텔이라 욕조 없다 엉엉... 나는 욕조가 좋은데...



...





목욕을 한 후 호텔 로비 카페로 내려가 다즐링과 메도빅을 시켜놓고 글을 조금 썼다. 어머나, 한동안 못 쓰던 글조차 여기 오니 몇줄이라도 쓸 수가 있네 엉엉어엉엉 역시 나는 회사 때문에 글을 못 쓰고 있는 거였다... 아름다운 도시의 아름다운 카페에 앉자 글이 써진다!!! (하지만 비싸다는 것이 함정!)



(이삭 성당 앞 장미가 아직도 피어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추워져서 다 져버렸을 줄 알았는데 아직 덜 시들었다!)




글을 쓰며 료샤를 기다렸다. 료샤는 주말에 노보시비르스크(!) 출장을 갔다가 오늘 돌아오는 거였다. 노보시비르스크도 여기서 비행기로 몇시간 걸린다. (그래도 얘는 비즈니스석 타잖아 흐흑) 사무실에는 안 가고(왜냐면 얘는 자기가 보스니까ㅠㅠ) 집에 가서 가방 풀고 옷만 갈아입고 카페로 왔다. 6월초에 프라하에서 헤어졌으니 4달 만이었다.



앗! 뭔가 바뀌었다! 헤어 스타일! 맨날 짧게 잘라 세우던 스타일이었는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나는 긴 머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맨날 머리 한번 길러보라고 했었음 ㅋ) 그것까진 좋은데... 수염도 세트로 기르고 있는 거였다! 끄악.... 남자는 수염이라며 자기 되게 멋있지 않냐고 자뻑에 취해 있다... 너 수염 안 어울려 ㅜㅜ



료샤는 날 보자마자 볶음너구리 타령을 해댔다... 너 그게 진짜 맛있었구나... 매운데도...



그래서 밖에 나가 저녁 먹는 대신 그냥 방에 올라왔다. 료샤는 방을 보더니 '웬일로 네가 이렇게 좋은 방을 얻었냐!' 라고 한다. '몰라, 호텔에서 업그레이드해줬어. 젤 싼 방 했는데..' 라고 하자 '비수기라 그렇지. 누가 이런 구질구질한 시즌에 여길 오냐!' 하고 비웃는다 흐흑....



좋은 방이라 하는 이유는... 이 방에는 소파가 있어어!!! 3인용 소파 1개 2인용 소파 3개!!!! 기다란 테이블도 있고... 그리고 옷장 칸은 따로 문이 있고!!!!!!게다가 6층이다.






료샤는 볶음너구리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컵라면보단 사실 라면 버전으로 볶아먹는게 더 맛있지만 그래도 맛의 큰 차이는 없다. 그래서 료샤에게는 볶음너구리를 끓여서 손수 비벼주고(!! 나는 진정한 친구!), 나는 카페에서 메도빅도 먹고 으슬으슬해서 차에 꿀과 레몬까지 타서 먹었더니 밥 생각이 없어서(사실 먹을 것도 없다. 이번에는 료샤랑 레냐 줄 것만 챙겨오고 나 먹을 건 유부우동 작은 컵라면 하나 가져왔는데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어제 호텔에서 웰컴 선물로 차려놓았던 과일접시에서 서양배를 먹었다. (이미 아침에 서양자두 두알이랑 미니사과 한알을 먹었음)



료샤가 하필 자기가 좋아하는 배를 먹냐고 투덜투덜... 파란 사과 아니면 포도, 키위도 있는데 왜 배를 먹냐고 한다. 이 자식아, 볶음너구리 사다줬잖아! 서양배 별로 맛도 없구먼 ㅠㅠ 난 저녁 대신 먹고 있는데!!!



(그 과일접시엔 원래 이런 것들이 있었으나 아침에 자두랑 미니사과는 해치웠음)

(맨 위에 있는 것이 료샤가 탐내던 서양배 -_- 뒤집어놓아서 동그래 보이네)



그러자 자기는 볶음너구리 먹으면 매우니까 과일접시의 배를 보고 아 저거 먹으면 되겠다 하고 나름대로 계산을 했던 거라고 한다 ㅠㅠ 그러나 내가 맥심을 꺼내서 보여주니 불만이 쏙 들어갔다. 열렬한 볼뽀뽀와 사랑 고백을 받았다 ㅋㅋㅋ (누누이 말하지만 얘는 맥심 믹스만 갖다주면 사랑 고백을 쏟아놓는다 ㅋㅋㅋ 료샤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고프다면 맥심을 준비하세요)



그래서 오늘 사온 (비싼) 찻잔을 심지어 이놈의 맥심 타주는 용도로 개시하였다. 흑... 나도 아직 안 마셔본 새 찻잔... 심지어 인스턴트 커피믹스로 개시....



(맥심으로 개시된 나의 새 찻잔. 맨 아래는 마침 할인 중이어서 산 접시)



료샤는 행복해하며 볶음너구리를 해치우신 후 맥심을 마시고 나는 서양배를 먹고 물을 마시며(뭐야 이게 ㅋㅋㅋ)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아 방 업그레이드해주니 참 좋구나(들인 돈은 다 까먹고 방 업그레이드해줬다고 좋아하는 역시 조삼모사 토끼 ㅠㅠ)



료샤는 더 늦게까지 놀고 싶어했다. 나도 더 놀고 싶었지만 얘도 출장 다녀왔고 내일 아침엔 또 조찬 미팅 따위가 있다고 해서 '이제 들어가랏!' 하고 등 떠밀어 보냈다. 료샤는 '쳇, 간만에 좋은 방 얻어놓고 내쫓냐!' 라고 툴툴댔지만 진실은 '아 조찬 미팅 가기 시러ㅠㅠ' 임. 조찬 미팅까지 가야 한다면 제발 수염 깎고 가라고 슬슬 달래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멋있음을 과시할 거라면서 수염 안 깎을 거라고 한다 ㅠㅠ 수염도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고 ㅠㅠ 료샤는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레냐랑 한통속이라 한다. 레냐도 '아빠 수염 싫어' 라고 했단다 ㅋㅋㅋ



하여튼 수염모드로 나타난 료샤는 조금 전에 돌아가고 나는 이제 오늘 메모를 적고 있다. 날씨는 아주 안 좋고 바깥 구경은 별로 안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아아 회사를 안 가니 이렇게 좋은 것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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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7. 15:51

한겨울 오후의 페테르부르크 2016 petersburg2017. 5. 7. 15:51

 

 

 

작년 12월. 복직을 앞두고 페테르부르크로 다시 날아갔었다. 물론 그 동네는 매우 추웠다. 여름과 정반대로, 오전 10시가 넘어서 해가 떴고 오후 3시면 이미 캄캄해져버리는 곳.

 

여기 사진들은 대부분 오후 3~4시에 산책하면서 찍은 것들이다. 이때 날씨가 엄청 안 좋았다. 눈이 왔다가 진눈깨비가 쏟아졌다가 비가 왔다가... 뭐 전형적인 이 동네 날씨니까 그러려니 한다. 사실 이것이 이 도시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만큼 6월부터 8월까지의 찬란한 백야와 여름을 여기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 고스찌의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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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여기 날아온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수요일 아침에 떠난다. 모스크바에서 갈아타야 하니 한국에는 목요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다. 생각하니 좀 심란하네 ㅠㅠ


..



어제 박물관이랑 마린스키 다녀오느라 녹초가 되어 정오 다 될때까지 정신없이 잤다. 허리와 등이 아프지 않았다면 더 잤을 것이다. 조식은 놓쳤고...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창 밖을 보니 하늘이 푸르스름해서 또 저 날씨가 아까워서 기어나갔다.





아침 못먹고 나와서 근처의 단골 카페/레스토랑인 고스찌에 가서 런치를 먹었다. 평일 런치 시간에 가면 380루블(7~8천원)에 샐러드, 수프, 메인과 음료를 먹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서빙할떄보다 양은 절반에서 3분의 2 가량이지만 사실 나야 많이 안 먹으니 이 런치 양이 딱 좋다. 파프리카와 오이, 토마토와 양상추가 들어간 야채 샐러드와 진한 토마토 수프, 연어와 대구살 으깬 완자 커틀릿을 먹었다.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



나올 때만 해도 날씨가 좋았다. 어디 갈까 하다가 어제 로모노소프 박물관 가느라 지하철 타고 로모노소프스카야 역에서 내렸을떄 그 동네 풍경이 옛날에 맨첨 페테르부르크 와서 살았던 기숙사 동네랑 참 비슷해서 좀 향수가 치솟아 지하철 타고 거기로 갔다. 프리모르스카야 역이다. 여기는 종점 역이었지.





3~4년 전에 가고 한동안 안 갔었는데 역 주변은 그 사이에 또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 이 역 주변은 황량했고 재래시장이 있었고 길거리에는 목도리 한장, 살충제 한개 등 자질구레한 물건 한두개를 들고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가 건물들이 잔뜩 들어서 있다. 쥬인과 내가 추위로 얼굴 발그레해져서 장갑 낀 손을 꼭 잡고 그래도 그 동네에서 제일 큰 수퍼마켓(가반스끼 우니베르막...)까지 걸어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쪽 길도 바뀌어 있었다.


..






하지만 기숙사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그대로였다. 쥬인이랑 발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리던 정류장. 얼어붙은 운하. 검은 나무들,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닭다리 아파트들(옛날 우리가 지나다닐때보다야 훨씬 더 낡아버렸다), 운하 건너편 살풍경한 건물들(당시에는 리틀 우즈란 브랜드가 붙어 있었다)...


그래도 이 길에 있는 그 흐루쇼프 시절 지어진 서민용 닭다리 아파트 보러 몇년 전 다시 갔었다. 왜냐하면 그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미샤가 발레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랑 둘이 살던 동네를 이쪽으로 설정했고 그 아파트에서 사는 것으로 했기 때문이었음... 프리모르스카야의 살풍경한 동네에서 뛰놀던 꼬마 아이. (프리모르스카야는 바닷가라는 뜻이다. 기숙사 뒤로 나가면 바다가 있다. 엄청 추웠다)



(이게 바로 미샤랑 엄마가 살았던 그 아파트 동네... 가느다란 축으로 떠받쳐져 있어 속칭 닭다리 아파트라 불림)




..


나는 얼어붙은 그 길을 걸어서 옛날옛날 기숙사에 가보았다. 지하철역에서 한 3~4 정거장 걸어가면 기숙사가 나온다. 여기도 3~4년 전에 가보고는 안갔다. 10년 전에 다시 갔을땐 딴 동네 기숙사에서 지냈었고.







기숙사 건물은 3동으로 되어 있는데 몇년 전보다 더 황량했다. 사람이 사는 방이 거의 없었고 쥬인이랑 맨날 장보러 가던 기숙사 앞 상가 건물인 '자랴'는 공사 중이었다. 아마 워낙 낡은 건물들이라 기숙사 건물이랑 그 상가 건물을 부수거나 리노베이션하거나 뭐 그러는 모양이었다.


많이 걸었다. 옛날 생각 많이 났다.


바닷가에 가볼까 하고 쭉 걸어갔는데, 몇년 전 갔을땐 공사를 하느라 바닷가 진입로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힘들게 갔더니만 여전히 공사벽이 쳐져 있었다. 그래서 툴툴거리며 다시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엄청 다리 아프고 추웠다. 날은 흐려져 있었고 곧 해가 질 것 같았다(이때가 오후 세시 좀 넘은 시각 ㅠㅠ)


..



기숙사 살때 맨날 타던 7번 버스 타고 가다가 바실레오스트로프스카야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오후부터는 버스가 밀리는데다 특히 궁전다리를 건너 네프스키로 들어가는 그 길이 지옥처럼 밀리기 때문이다. 실은 피곤해서 그냥 호텔로 들어갈까 했는데(많이 걸어서) 곧 돌아가니 수퍼마켓에 가야 해서...


마야코프스카야 역에서 내려서 이 동네에서 제일 크고 삐까한 수퍼마켓 중 하나인 랜드에 갔다. 여기는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에 붙어 있다. 여름에 왔을땐 이 쇼핑몰 옆에 호텔이 있어서 편했다(그 후진 호텔의 유일한 장점 ㅋ)


그런데 내려서 블라지미르스카야 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눈이 내리기 시작... 으아... 4시였고 이미 어둠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


수퍼로 가서 자질구레한 것들을 산 후 나왔더니 거의 폭설 수준!!!!




(잉잉 ㅠㅠ 갑자기 눈 많이 오고 그래 힘들어 흑, 짐도 있구만)



정류장까진 꽤 걸어야 한다. 패딩과 어그, 짐 떄문에 뒤뚱거리며 걸어서 네프스키 대로까지 나가 간신히 버스를 탔다.

(저녁에 만난 료샤가 나보고 바보같다고, 그냥 근처 카페에 앉아 죽치고 기다렸으면 자기가 끝나고 그리로 갔을 거 아니냐고 한다. 근데 난 짐도 있었고 너무 피곤해서 빨리 그 패딩을 벗고 싶었단 말이야... 방에 가고 싶었단 말이야 ㅠㅠ)


..



눈을 헤치고 돌아오다 너무 배가 고프고 어지러워서 호텔 한두정거장 거리에 있는 블린 가게인 쩨레목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블린인 알료샤 뽀뽀비치를 먹었다. 닭가슴살과 채썬 양배추를 스메타나 소스에 재워서 블린으로 돌돌 말아주는 것이다. 그것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회생... 또 눈을 맞으며 간신히 호텔로 돌아갔다.


..



료샤는 오늘 일이 좀 늦게 끝나서 생각보다 늦는다고 했다. 나는 지쳐서 두터운 패딩과 짚업과 내복 대신 껴입었던 기모스타킹을 벗었고 이마에 마구 달라붙은 앞머리를 좀 정리했고 립스틱을 바른 후 좀 얇아진 옷차림으로 호텔 카페에 내려갔다. (그래서 김릿을 마셨다. 그 얘긴 여기 : http://tveye.tistory.com/5653)


앉아서 김릿을 한잔 마시고 있자니 료샤가 왔다. 나보고 먼저 밥먹었다고 되게 툴툴댔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난 배고파 미치겠는데. 지가 늦게 와놓고. 그래서 료샤도 그냥 호텔 카페에 앉아 간단한 저녁을 먹었고 그동안 나는 김릿을 마셨다. 료샤가 내 김릿을 한모금 뺏아먹더니 '기집애 맛이다!' 라고 했다. (이게 알콜 탄 아주 시큼한 라임주스 맛이라 약간 레모네이드 같기도 함)


나는 '웃기시네! 이건 필립 말로와 테리 레녹스의 칵테일이야! 남자 중의 남자 필립 말로! 하드보일드 원조 탐정! 너 '기나긴 이별' 안 읽었냐!' 라고 응수했다.


료샤는 흠칫하더니 '필립 말로 실망이야, 멋진 남자였는데 이런 걸 마시다니' 라고 대꾸했다. 그래서 나는 '뭐 이건 말로가 원래 마시던 게 아니라 테리 레녹스라고 걔 친구가 마시던 거니까' 라고 말해주었다. 료샤는 '기나긴 이별'은 안 읽었고 '빅 슬립'과 '안녕 내 사랑'만 읽었음. 그래도 얘가 읽은 (얼마 안되는 ㅠㅠ) 책이라 필립 말로에 대한 대화는 좀 통한다!


..


방에 와서 료샤랑 디카페인 차 마시고 아까 내가 오래된 카페 세베르에서 사온 소련시절 디저트인 룬노예 케익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료샤는 내일 아침에 무슨 조찬 미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괴로워하며 좀전에 돌아갔다.


조찬 미팅이라니, 뭔가 있어보인다고 내가 놀리자 료샤는 엄청 괴로워하며 '아빠가 잡은 거야!!!! 나였음 절대 안 잡아.. 넘 싫어 아침부터 일하는거' 라고 징징댔다. 그래그래 나도 이해해... 나도 싫어 ㅠㅠ 나도 회사에서 무슨 조찬 미팅이나 이른 아침 회의 있으면 정말정말 싫었어...


('그래도 나는 그 회의들 직접 다 준비했지만 너는 준비해주는 비서가 있잖아! 복에 겨운 줄 알아라 부르주아야!' 해주고 싶었지만 우정을 생각해 그 말은 안했음 ㅋ)


..


이제 내일 하루만 보내면 돌아가야 한다 ㅠㅠ

내일은 눈이 안 오게 해주세요, 내일은 날씨가 좋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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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박물관에 공연까지 좀 무리해서 그런지 오늘은 많이 피곤했다. 잠도 많이 못 자서 졸렸지만 억지로 일어나 조식을 먹고 나섰다. 겨울이라 해가 짧기도 하고 이번에 머무는 일정이 그리 길지 않고, 또 돌아가면 이제 곧 지방 본사와 새로운 집2로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쩐지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늘 진눈깨비가 내렸고 날은 아주 흐렸다. 차라리 춥고 눈오는 게 낫다... 기온이 영하 1도~영상 1도를 오락가락하자 길에 쌓였던 눈이 녹아 진창으로 변했다.


..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돌아다닐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 타고 네프스키 대로로 나가 돔 끄니기로 직행. 도블라토프 책 두권과 페테르부르크 출신 락뮤지션이자 작가가 쓴 레닌그라드에 대한 책을 샀다. 도블라토프는 사실 전에 샀던 두꺼운 책에 들어 있는 단편들인데 두껍고 무거운 하드커버 책은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가 어려워서 그냥 얇은 페이퍼백으로 분권되어 있는 걸로 두권 샀다. 실은 도블라토프 작품들은 거의 다 가지고는 있는데 역시 하드커버는 집에서 집중해 읽기가 힘들어서... 막 들고 다니며 읽는 페이퍼백이 낫다.


..



조식을 열시쯤 먹고 나왔기에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날씨가 워낙 안 좋아서 돔 끄니기 2층의 카페 singer에 가서 차 마시고 책 읽을까 했지만 창가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그러면 차라리 케익이 더 맛있는 고스찌에 가기로... 그전에 정류장 근처에 있는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에 가서 다시 초를 켰다.


..




버스 타고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로 와서 고스찌 1층에 갔다. 여긴 2층은 레스토랑, 1층은 카페이다. 점심시간에 가서 저렴한 런치도 가능했지만 배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얼그레이와 메도빅(페테르부르크 최고의 메도빅. 여기 거랑 아스토리아 카페 것)을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차 마시고 케익 먹으며 친구들과 잠시 톡을 하고 책을 좀 읽었다. 그리고 료샤를 기다렸다.


..


료샤는 일요일에 코펜하겐 쪽에 출장을 갔다가 오늘 아침에 돌아왔다. 내가 페테르부르크에 오기로 결정하고 마일리지 표를 끊고 호텔 예약한 게 지난 금요일이라...

주말에 얘기했더니.. 깜놀 + 기뻐하면서 이 녀석이 하는 말...


료샤 : 드뎌 그만뒀구나!!!

나 : 아니야 ㅜㅜ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 일탈이야.

료샤 : 어휴 바보!

나 : 나 바보 아니야 ㅠㅠ


..



고스찌에서 기다리자 오후에 료샤가 왔다.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수트 대신 편한 티셔츠와 패딩점퍼, 청바지 차림이었다.



나 : 그래도 집에 들렀다 왔구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네. 잘했어.

료샤 : 응. 근데 저녁에 아빠가 오라 했어. 그래서 옷 있다가 또 갈아입어야 돼. 아 가기 싫다...

나 : 무섭고 근엄하지만 멋있는 너네 아빠~~

(* 료샤네 아빠 좀 숀 코너리 닮음. 소련 붕괴시 노브이 루스끼로 부를 축적했던 벼락부자 미노년 ㅋㅋ 전에 한두번 본 적 있고 그 집에 가본 적도 있음. 경호원 있는 저택에 살고 계심!)


료샤 : 야! 너 우리 아빠 넘보지 마! 내 아들 하나로도 모자라냐!

나 : -_- 안 넘봐! 글고 너네 아빠 부인 너보다 어리잖아!

료샤 : 쳇. 하여튼 가기 싫어라...

나 : 근데 왜 갑자기? 너 원래 아빠한테 잘 안 가잖아. 사업이 잘 안되니?

료샤 : 오늘 아빠 생일 ㅠㅠ

나 : 아 그렇구나. 축하한다고 전해드려.


료샤 : 너 나랑 같이 갈래?

나 : 싫어!!!! 가기 싫은 자리에 혼자 가지 왜 나까지 끌고 가!

료샤 : 아빠는 맨날 잔소리한단 말이야 ㅠㅠ 근데 아빠는 너를 좋아해. 그니까 너랑 가면 잔소리 안할지도 몰라. 그래도 울아빠는 여자 앞에선 나 안 혼내.

나 : 너네 아빠가 나 좋아해??? 나도 너네 아빠 멋있었어 ㅋ

료샤 : 똑똑하다고 ㅠㅠ 내 돼먹지 못한 친구 중 너만 보기 드물게 인텔리겐치야래 ㅠㅠ

나 : 어마나 나 똑똑! 나 인텔리겐치야!! 너네 아빠 짱 멋짐~

(생각해보니 몇년 전 료샤 아빠네 갔을때 서재에 있는 책들 보고는 불가코프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었음. 료샤는 불가코프 안 읽었음 ㅠㅠ)


료샤 : 그니까 같이 가자 ㅠㅠ 아빠가 잔소리할때 실드 좀 쳐줘

나 : 싫어 싫어 ㅠㅠ 너네 아빠네 집에는 경호원도 있고... 도베르만도 있고(개는 다 좋아하지만 도베르만은 무서워)...너네 아빠 부인 무서워...

료샤 : 나도 싫어, 나타샤... 못되게 생겨서 입술은 맨날 시뻘개... 가슴만 왕 커!

(나타샤 : 료샤 아빠의 어린 아내. 금발 글래머 미녀. 몇번째 아내인지 기억도 안남 ㅋ)

나 : 야! 여자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마! 그리고 너 글래머 좋아하잖아!

료샤 : 나타샤는 싫단 말이야! 목소리도 째지고 맨날 헐벗고 있고! 옷인지 속옷 쪼가리인지!!!!

나 : 나타샤 이쁘던데...

료샤 : 나타샤랑 아빠랑 편먹고 나 공격할 거란 말이야 아....



료샤가 불쌍해서 하마터면 넘어갈뻔 했지만... 나도 무지 가기 싫었다! 나타샤는 딱 한번 봤는데 목소리도 정말 크고 째지고(프렌즈의 재니스랑 비슷한 목소리 ㅠㅠ) 이쁘긴 한데 사람을 무지 깔본다(그때도 내가 청바지랑 운동화 차림으로 갔는데 왕 무시했음 ㅠㅠ) 그리고 료샤네 아빠가 멋있긴 하지만 경호원과 도베르만 있는 집에 가기 싫었다.



나 : 친구야, 가주고 싶지만 나도 (불여우 같은 ㅋ) 나타샤 무서워. 그리고 너네 아빠 생일이면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잖아... 사업 파트너들도 올 거 아니야. 백번 양보해서 간다 쳐도 나 봐라, 어그 부츠에 패딩! 명품 입고 모여 있는 사람들 앞에 이러고 가라고!!! 나타샤가 얼마나 비웃겠냐!   

료샤 : 그건 그렇지만... 아 가기 싫어...

나 : 레냐도 데려가?

료샤 : 아니, 레냐는 지난주에 이라랑 따로 가서 아빠랑 밥먹었어.

나 : 하긴... 애기니까 저녁에 술마시고 만찬 먹고 할땐 좀 그렇겠다.


료샤 : (곰곰 생각...) 야, 울집에 여자 드레스 있는데 너 그걸로 갈아입고 가면 되지 않을까?

나 : 뭐야, 싫어!!!! 내가 왜 남의 옷을 입고 가니!!! 글고 나한테 맞지도 않을 건데...

료샤 : 하긴 길어서 너한텐 안 맞겠다. 아...

나 : 그래도 여자 옷이 있는 걸 보니 요즘 데이트 생활은 좀 잘되나보구나 ㅋㅋ

료샤 : 아니야!!!! 접때 그 망할 그 여자가 놔두고 간 거야!

나 : 앗, 그 여자랑 뽀뽀도 안 하고 헤어졌다더니 ㅋㅋ

료샤 : 그 여자가 그냥 놔두고 갔어!!!!! 간악한 여자!!! 그래놓고 막 브 콘탁테에 자기 옷 내 소파에 걸어놓은 사진 올리고!!! 악마 같은 여자 ㅠㅠ

(얼마 전 료샤는 어떤 여자를 사귈뻔 했으나... 좀 이상한 여자라서 두어번 만나고 말았지만 이 여자가 동네방네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녀서 얘는 자기 sns 계정도 다 폐쇄했음. 무서운 불여우 같은 여자라고 혀를 내두르고 있음 ㅋ)


나 : 뭐 그냥 놔두고 간 거든 역사가 있었든 상관은 없다만... 너 나보고 그 여자가 입었던 옷 입으라는 거야 지금!!!!!

료샤 : 어,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하다. 생각해보니 그 여자 170 넘었는데 그 옷 너한텐 맞지도 않겠다.

나 : (-_- 어쩐지 나 의문의 1패한 것 같음 ㅠㅠ) 근데 그 여자 그렇게 싫어하면서 그 옷은 왜 안 돌려줬어?

료샤 : 무서워서... 옷 돌려주려면 연락해야 하잖아, 또 무슨 거짓말을 꾸며내고 브 콘탁테랑 인스타에 사진 올릴지 어떻게 알아 ㅠㅠ

나 : 그럼 나같으면 그 옷 버렸다! 아님 불우이웃한테 기부했거나!

료샤 : 청소 아줌마한테 버리라고 했는데 아줌마가 안 버리잖아 ㅠㅠ

나 : 네가 버리면 되잖아!

료샤 : 손대기도 싫단 말이야! 보기도 싫어!


난 가끔 얘의 행동 양태가 이해가 잘 안되지만... 하여튼 료샤는 기가 세고 목소리 크고 위압적인 여자를 매우 무서워하므로 그러려니... (성차별주의자!!)


..



하여튼 그래서 우리는 고스찌에서 좀 앉아 있다가 내 방으로 와서 한동안 얘기 나누었다. 그리고 료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픈 눈으로 아빠 생일잔치에 갔다. 불쌍했다.


하도 풀죽고 불쌍해보여서 한 45% 정도 '그냥 같이 가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음. 그러나 료샤가 나한테 옷 때문에 신경쓰이는 거면 가다가 괜찮은 데 가서 한벌 사주면 되지 않냐고 해서 확 열받아서 45%는 0%가 되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친구가 사주는 옷까지 입고 부르주아 생일파티에 가야 되냐!!!!!!!!! 나는 기모바지랑 보세 니트랑 베어파우 어그 신고 패딩 입고 그냥 걸어서 쏘다니고 방에서 유니클로 티셔츠랑 파자마 입고 편하게 쉴 거다!!!!


그래서 료샤는 슬퍼하며 6시쯤 방에서 나갔고... 나한테 좀 삐쳤지만 아빠네 가다가 전화해서 '옷 사준다 해서 화나서 안 간다 한 거지? 안 그랬음 갔을 거지? 미안해 친구야' 하고 사과했다.


그래서 나는 '옷 사준다 해서 열받은 건 맞는데, 안 그랬어도 안 갔을 거야. 45 대 55였어'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료샤는 다시 좀 삐쳐서 '쳇 친구 맞아?' 하고 전화 끊음.


삐치면 안되는데... 내일 레냐랑 같이 보기로 했었는데 ㅠㅠ 친구야 삐치지 말고 아빠 생일잔치 잘 다녀오고 무서운 나타샤 어택도 잘 이겨내렴 ㅠㅠ (왜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연히 잘못한 것 같지 ㅠㅠ)


..





하여튼 료샤는 가기 싫은 아빠네 집에 가고. 나는 샤워를 하고 유니클로 티셔츠와 파자마를 입고, 볶음김치와 참치와 누룽지로 저녁을 먹고, 그저께 호텔 로비 카페에서 준 크리스마스 쿠키를 뜯어서 에르미타주에서 사온 컵에 디카페인 차 우려 마시고 방에 비치된 잡지를 읽으며 평화롭게 밤을 보내다 이제 오늘의 메모 쓰는 중. (료샤는 나에게 '울 아빠네 안 가면 너 뭐할건데!' 라고 해서 '나는 샤워하고 파자마 입고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 밥 먹고, 쿠키랑 차 마시면서 잡지 볼거다!' 라고 했더니 엄청 부러워했었음 ㅋㅋ)


근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료샤 좀 불쌍해. 그냥 같이 가줄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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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굉장히 고생했다. 모스크바까진 순조롭게 왔는데 폭설이 내렸다. 페테르부르크도 마찬가지로 눈폭풍(ㅠ)이 쳤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국내선 기다리는데 비행기들이 줄줄이 결항 또는 지연되기 시작했다. 페테르부르크까지야 한시간 십여분 거리라 뜨겠거니 했는데 20:20 뱅기가 21:00 출발로 변경되었다. 이때까진 그러려니..


뱅기를 탔는데 한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질 않았다. 첨엔 눈 때문안가 했으나 기체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거였다.. 10시 반쯤 모두 내리라 함. 텅빈 벌판에는 눈보라가 쳤고 버스가 와서 우리를 싣고 도로 터미널로 감..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 화도 안냄 ㅠ 딱 한명 아저씨만 항의..


그나마도 11:55 뱅기 하나를 수배해 우리를 태웠으나 실제 출발은 12시 반에나.. 페테르부르크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한시 사십분.. 원래 밤 10시 도착 예정이었다.


딴거보다 호텔에 픽업 요청해놔서 아거 때매 계속 전화하고 정신없었다. 기사를 만나 넘 미안하다 사과하자 기사가 괜찮다며 오늘 하루종일 비행기들 다 지연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눈폭풍 왔다고 한다..


호텔 도착해 체크인하니 새벽 세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옷이랑 세면도구만 꺼내고 씻고 쓰러져 잤다.


..



조식이 10시까지여서 자다가 놓침. 근데 새벽 넘 늦게 도착해 어쩔수 없었다.


10시에 해뜨고 3시 즈음 해가 지기 때문에 밝을때 무조건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11시에 일어나고, 씻고 화장하고 가방 푸느라 12시 반쯤에야 나섰다.


무지 추웠지만 하늘이 파랬다. 쌓인 눈이 얼어있었다. 예보를 보니 주중 맑은 날이 오늘뿐인거 같아 무조건 수도원에 갔다. 배고프고 추웠지만 일단 27번 타고 네프스키 수도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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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도착해선 정신없이 지하 카페로 갔다. 배고프고 꽁꽁 얼어서.. 추워서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여름엔 한산한데.. 다들 설탕 넣은 차와 수도원 빵을 먹는다. 나도 티백 홍차 한잔, 쌀과 버섯 든 빵, 양귀비씨빵 시켰다. 총합 110루블, 약 2천원!!


자리가 없어 합석함. 나 빼곤 다들 나이 지긋하신 분들. 기도하러 왔다 카페에서 차 마시고 맛있고 저렴한 수도원 갓 구운빵들 사가는 어르신들이 많다.


너무 추워서 오로지 러시아에서만 하는 짓.. 차에 설탕 투하. 안 그럴수가 없었음. 설탕 넣은 차랑 빵 먹었다. 빵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쌀과 버섯 든 빵이야 당연하고, 양귀비씨빵 이제껏 먹은것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가득 든 양귀비씨가 고소하게 톡톡 터지고 솔솔 뿌려진 설탕이 달콤했다.


따뜻한 빵, 설탕 녹인 달고 뜨거운 홍차.. 그리고 머릿수건 쓴 할머니들과 성호 긋는 할아버지들 사이에 앉아 투박하게 채색된 수도원 장식접시와 이콘 보는 기분, 그 따스하고 소박한 분위기는 형용할수 없다...



몸 녹이고 배 채운 후 수도원 성당에 들어가 이콘을 보고 초를 켰다. 오늘의 기도는 전보다 간결했다...


..





나와서 수도원 묘지에 갔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 프티파 등의 무덤에 인사했다.


도스토예프스키 무덤 앞에 서자 눈물이 나왔다. 나이든 부인 둘이 무덤 앞에 오랫동안 서서 묵념하고 한 여인이 찬송가 같은걸 불렀다. 아마 정교에서 고인에 대해 부르는 송가 같았다. 얼어붙은 눈, 차가운 바람, 서서히 넘어가는 태양, 도씨의 어쩐지 슬픈 얼굴이 조각된 묘비. 흰 눈 위의 꽃다발들. 그리고 여인이 켠 초와 그 노래가 어우러져 순간 성스러운 곳에 있는 듯했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땅에 키스하고 무덤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홀로 남아 인사를 하고 키스자국 찍은 쪽지를 남겼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나의 도씨. 내 인생 바꿨던 사람.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에게도 오랫동안 인사했다. 불행하고 불행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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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탔다. 너무 추워서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 중간에 내려 그랜드 호텔 유럽에 들름(화장실 가려고 ㅠㅠ 그래도 전에 몇번 묵었으니 너그러이 봐줘요 카페도 자주 갔구먼)


나와선 맞은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에 갔다. 마침 이틀 후 라벨과 드뷔시 연주가 있어 남은 얼마 안되는 표 중 젤 싼 표 끊었다. 약 2만원 정도.. 하지만 내한 오면 엄청 비싸지지.. 안타깝게도 테미르카노프는 내가 떠난 후에야 지휘 일정이 잡혀 있었다 흐흑.. 그래도 드뷔시의 바다와 라벨의 볼레로를 들을 수 있다.


4시였고 이미 해는 져 있었다. 예술광장 가서 푸쉬킨에게 인사하고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쪽 갔다가 운하 따라 네프스키로 나와서 쭉 걸어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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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배고파서 고스찌에 갔다. 젤 먼저 가는 곳이니 젤 좋아하는 곳이겠지.. 따뜻한 보르쉬와 생선구이 먹었다. 생선은 이름 생소한 흰 생선인데 남자 점원의 추천대로 먹었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먹고 나와서 호텔까지 걸어왔다. 방에 가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로비 카페에 잠깐 내려와 차 마시고 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해 뜨는대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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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대 인사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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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메모가 늦은 이유는, 어젯밤 돌아왔더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어 연결이 안됐기 때문이다. 간밤 늦게 노트북에 메모 남겨놓았던 내용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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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쯤 잠들었는데 4시에 깨고, 역시나 7시 안되어 깬 후 계속 1~2시간마다 깼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눈 감을 때마다 다시 잤다.

   

계속계속 잠만 자고 싶었다. 억지로 정오쯤 일어났고 씻은 후 어제 부셰에서 사온 플레이따 빵과 체리, 디카페인 티로 방에서 아점 먹었다. 어제 고생한 거 생각해서 차 마시기 전에 먼저 약 먹었고 아침엔 디카페인 티 마셨다.

 

나가려다 혹시나 마린스키 홈페이지 봤더니 지젤 베누아르 구석 자리가 갑자기 몇 개 나와서 급하게 그나마 제일 나은 자리 1개를 예매했다! 분명 내가 봤을땐 1열 자리였던 거 같은데 끊고 보니 2번이라 아마 두 번째 줄인 것 같다 ㅜㅜ 첫줄이면 좋을텐데. 그래도 지젤 표 얻은 게 어딘가...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를 볼 수 있구나... 사이드라서 한쪽이 많이 가리겠지만 할 수 없지 ㅠㅠ 뜻하지 않은 선물 같았다. 

 

4시 좀 안되어 나왔고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하철역 맞은편 꽃집에서 꽃을 샀다. 앞으로 슈클랴로프를 마린스키에서 볼 일이 드물어질 것 같아 아쉬워서... 이 사람이 오늘은 흰옷 입고 나오니 색깔 있는 꽃을 주고 싶었다. 빨간 장미를 주고팠지만 너무 활짝 피어서 곧 시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오렌지빛 도는 분홍장미 꽃다발을 샀다. 짧은 카드를 동봉했음.

 

옆의 하늘색 꽃무늬는 내 원피스 ㅋㅋ 꽃돌이에게 줄 꽃과 내 꽃옷. 꽃의 3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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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 모르스까야에 생긴 라멘집에 가서 텐동과 오렌지주스 먹음. 사과주스를 잘못 갖다줬다며 미안하다고 오렌지주스를 또 가져다줘서 주스가 두 개가 되었다. (근데 오렌지주스도 남기고 사과주스는 거의 못 마심. 아까버...) 간만에 간장에 비벼진 밥 먹으니 좋았다. 일본 점원들이 일을 했는데 그래선지 여기는 요상망측한 퓨전 맛이 아니어서 좋았다. 난 우동국물이 먹고팠지만 라멘집이라 국물은 라멘만 있었다. 라멘은 짜고 기름져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리고는 고스찌에 가서 메도빅을 먹고 차를 마셨다. 역시 여기 메도빅이 맛있다...

 

..

 

6시쯤 나섰다. 날씨가 매우 좋았다. 버스 타면 꽃 구겨질 것 같아서 꽃다발 안고 운하 따라 극장까지 걸어갔는데 은근히 무거웠다 ㅠㅠ 그리고 더웠다.

 

6시 반에 도착해 입장. 꽃을 맡겼다. 첨엔 예르마코프에게 주는 꽃다발 하나만 꽂혀 있었지만 나중엔 꽃이 가득 찼다. 오늘 젊은 안무가들 공연이고 무용수들도 많이 나오니 그렇다.

  

 

..

 

오늘은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막은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 2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 유리 스메칼로프의 ’Ne me quitte pas'(녜 빠끼다이 미냐, 날 버리지 마),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Glina’,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레지, 오필리아’였고 3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이었다. 제일 마지막 것만 전에 이고리 콜브가 춘 영상을 봤었다.

 

사실 난 오늘 슈클랴로프의 ‘날 버리지 마’를 보러 온 거나 다름없었다. 이것도 마린스키 공고는 늦게 나왔지만 나는 슈클랴로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람이 20일 이 공연에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끊은 것이다. 제일 앞줄 가운데자리를 득템하면서도 혹시나 안 나오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나마도 이게 모던발레들 갈라라서 자리가 있었던 거지 딴 작품들은 자리 구하기 힘들었고 앞자리는 못 구했었다.

 

워낙 여러 작품들이라 리뷰는 나중에... 일단 간단한 인상만 적자면.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가 의외로 좋았다. 막스 리히터가 비발디 사계를 변주해 쓴 음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거니와 콘다우로바와 즈베레프를 필두로 무용수들의 춤도 서정적이고 의외로 가슴에 와닿았다. 솔직히 어제 봤던 스트라빈스키 두 작품들보다 이게 더 좋아서 놀랐다.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는 유머러스했고 포킨의 장미의 정령에 대한 윙크 같기도 했다. 깜박 잠든 근위병이 귀족들의 춤에 대한 환상을 본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글리나’는 사실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움직임은 다채로웠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러지, 오필리야’는 고만고만한 작품이었지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그녀가 무대를 살렸다. 예르마코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료쉬키나에게 묻히는 느낌이었다.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은 영상으로 볼때보다 훨씬 좋았고 재미있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영상을 봤을 때 놓쳤던 부분들도 많았다. 필립 스쵸핀이 왕 역으로 첫 데뷔했는데 여태 내가 본 스쵸핀 무대 중 제일 깔끔하고 멋있게 나왔다. 이 사람은 무대 분장을 연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왕을 춘 스쵸핀의 춤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초연을 이고리 콜브가 췄다보니 비교가 되었다. 콜브는 성격배우 특성이 있고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코믹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프게 표현했는데 스쵸핀은 좀더 반듯하고 젊어서 전자가 ‘왕’같다면 후자는 좀 ‘왕자’같았다. 그리고 스쵸핀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긴 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나를 버리지 마’.

 

이 공연 너무 짧다 ㅠㅠ 6~7분 정도 되려나. 아쉬워라...

 

마린스키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겔레나 가스카로바가 동명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흰 재킷과 바지의 수트를 차려입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의자에 앉아 괴롭게 몸을 움직이다 점차 무대를 선회하며 춤을 춘다.

 

조명은 책상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스카로바와 홀로 춤추는 슈클랴로프 양쪽에만 비춰지는데 흰옷을 입은 슈클랴로프는 어둠 속에서 하얀 불꽃처럼 춤췄다. 스메칼로프 안무 특유의 움직임들,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다운 애절하고 격렬한 감정 표출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심금을 울렸다. 본시 소프라노를 못 견디는데도 슈클랴로프의 춤과 잘 어울렸다.

 

흰 옷을 입고 격하게 몸부림치고 얼굴 전체로 고통과 열망을 표현하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누가 어떻게 이런 널 버리고 떠나겠니!’ 란 생각마저 들었다.

 

감정 북받치는 짧은 공연 후, 엄청난 브라보를 받았고 꽃도 많이 받았다. 아마 오늘 얘가 꽃 제일 많이 받은 듯... 내 꽃도 받았다 :) 뿌듯...

 

사진은 다 번졌다 ㅠㅠ 마린스키 신관 조명 미워.. 게다가 흰옷이니 망할 줄 알긴 했다만 아깝다. 정말 아름답고 근사했다.

 

 

이게 그나마 덜 번진 사진이다 허헝헝..

 

이건 번지긴 했지만... 꽃다발 잔뜩 받은 모습... 저기 내 꽃도 있어어어 ㅠㅠ 근데 번져서 분간도 잘 안돼 ㅋㅋ

 

 

그래서 아쉬우니...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겔레나 가스카로바(Gelena Gaskarova)가 백스테이지에서 찍어 인스타그램 올린 사진 한장. 스메칼로프, 가스카로바, 슈클랴로프 :)

 

아아, 녜 빠끼다이 미냐, 녜 빠끼다이 나스, 발로쟈!

 

..

 

끝나고 원래 석양보며 걸어가려 했는데 세상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비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ㅠㅠ 역시 뻬쩨르..

 

그래서 샵에서 산 마린스키 후드 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급하게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27번이 와서 탔고 앉았다.

 

내려서도 후드 티를 머리에 쓰고 급하게 호텔로 달려들어옴. 제일 작은 사이즈만 있어 긴가민가 하다 그냥 샀는데 요긴하게 우비 대용으로 개시함 ㅠㅠ (입어보니 지금은 여유 있게 잘 맞는데 좀만 살찌면 살짝 타이트해질 것 같다 ㅠㅠ 살찌면 안되겠고만...) 흑흑, 중국 찻잔은 누룽지랑 된장국으로 개시하고 마린스키 후드 티는 우비로 개시했어... 돌아와서 빨아서 옷걸이에 말리고 있다.

 

..

 

 

근데 방에 왔더니 청소부가 창문 열어놓고 간게 안 닫혔다. 어제도 안 열리더라니.. 리셉션에 전화하자 여직원이 왔는데 이 방이 전에도 창문이 그랬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2년전에도 내 방 창문이 이랬었다. 앙글레떼르는 창문이 좀 문제인가보다 ㅠㅠ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가. 결국 다른 남자직원도 와서 힘으로 눌러서 닫았다. 앞으로 열면 안되냐 했더니 안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힝...

 

그리고 와이파이가 안돼서 내방만 이러나 싶어 내려가 물었더니 지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나만 그런게 아니니 다행인가. 그래서 여기 메모 쓰고 있음.

 

내일은 날씨가 좋으면 k갤러리에 가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화장품을 사려는 중이다. 수분크림 똑 떨어짐... ㅠㅠ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어서 그렇다.

 

무지 배고픈데 먹을게 없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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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10. 1. 09:00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 고스찌에서 russia2015. 10. 1. 09:00

 

 

부쩍 추워졌다. 출근하는데 스산하고 빗방울 떨어지고 바람 불고 어두컴컴해서 딱 러시아 가을 날씨였다. 이런 날씨엔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아늑한 카페에 틀어박히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건만.. 출근해서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하고... 슬픈 마음에 그 아늑한 카페와 따뜻한 차와 맛있는 케익 사진 올려본다.

 

지난 7월,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항상 들르는 카페 겸 레스토랑 고스찌. 여기는 음식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다. 세르비아 출신 부부가 주방장/파티셰를 하고 있다.

 

이 날 갔을때 아주 친절한 남자 점원이 디저트를 이것저것 추천해주기도 하고, 주인이 세르비아인이라 식재료를 세르비아와 발칸에서 공수해온다는 얘기도 해주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내가 여기 메도빅이 최고라고 하자 매우 좋아했고 자기도 메도빅을 좋아한다, 축제 분위기 나는 케익이라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스메딴닉 케익과 브라우니를 추천해주었다. (떠나는 날 다시 와서 그 스메딴닉을 먹어봤는데 슬프게도 스메딴닉은 내 취향은 아니었음 ㅠㅠ)

 

사진의 케익은 '발칸 스타일의 사과 케익'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맨 위에 놓여 있는 파란 체리 같은 것이 미니 사과인가 싶었다(장식용인지 살짝 떫었음). 케익 아주 맛있었다.

 

 

 

여기가 그곳이다. 예전에 사진 올렸지만.. '다이어트 따위에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란 문구가 붙어 있는 그 카페. 진열대의 케익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끄덕끄덕 :) 여기 케익들은 그런 문구를 붙일 자격이 있다.

 

진열대 너머로 점원의 등이 보인다. 뒷모습을 보니 이 사람은 나랑 얘기한 그 점원은 아닌 듯.

 

 

 

 

 

 

 

전에도 몇번 이곳 사진 올린 적 있지만.. 아늑하고 따스한 내부. 이 카페 너무 좋다. 밥 먹을 땐 2층으로 올라가서 먹는데 2층은 좀 더 밝고 널찍한 분위기이고 1층, 흔히 말하는 반지하층의 이 카페는 아주 아늑하다. 러시아어로는 '우유뜨나'한 분위기라고 한다.

 

 

 

 

 

아아.. 추워지니 저 케익들과 저 아늑한 카페가 너무나 그립구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케익 사진 한 장 더...

 

** 이날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00

 

.. 혹시라도 페테르부르크에 여행가실 분들은 고스찌에 꼭 가보세요. 이삭 성당으로 내려가는 쪽 방향의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 있습니다~

 

.. 태그의 고스찌를 클릭하면 전에 올린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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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2. 10. 16:11

고스찌의 꿀케익 메도빅 russia2015. 2. 10. 16:11

 

 

러시아나 프라하에 가면 내가 꼭 먹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꿀케익 메도빅. 체코에서는 메도브닉이라 부른다. 견과와 꿀이 가미되어 여러 겹 겹쳐 만드는 맛있는 케익이다. 이것은 정말 맛있다 :)

 

맨처음 이걸 먹은 건 오래 전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였다. 그때 이걸 사먹었던 가게에서는 '묘도보예 삐로즈노예', 즉 꿀 조각케익이라고 해서 난 내내 '묘도보예'란 이름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러시아에선 '메도빅', 체코에서는 '메도브닉'이라고 불렀다. 재작년 프라하에 머물 때 그 동네 메도브닉 진짜 여러 종류 먹어봄 :)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체코 메도브닉이 좀 더 맛있었다 ㅎㅎ '메드', '묘드'는 꿀이란 뜻이다.

 

여기는 페테르부르크의 유명한 레스토랑/디저트 카페인 고스찌. 전에 몇번 포스팅한 적 있다. 음식도 괜찮지만 디저트 케익이 일품이다. 특히 이 메도브닉은 크림도 풍부하고 정말 맛있다!~

 

계속 잠도 모자라고 입맛도 없고 몸도 피곤해서 훌륭한 메도빅 사진 올려본다 :0

 

 

 

 

 

가게 안은 이렇게 생겼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여긴 반지하 1층이고, 레스토랑은 2층에 있다.

 

 

진열장 안에 근사한 케익들이 가득가득!!

 

 

흔들리고 번졌지만.. 이런 글귀가 붙어 있다.

" 다이어트 따위에 낭비하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

훌륭하다!!!

 

* 태그의 고스찌 를 클릭하면 이곳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 태그의 메도브닉을 클릭하면 아마 전에 체코에서 시도했던 여러 메도브닉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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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4. 7. 17:44

고스찌에서 점심 먹는 중 russia2014. 4. 7. 17:44





내일 밤 비행기로 돌아간다. 내일은 에르미타주 들를 것 같고, 오늘이 온전히 머무는 마지막 날이다.

날씨가 매우 좋아 바실리예프스키 섬과 등대, 스트렐카 쪽 산책하고 점심 먹으러 옴. 내가 좋아하는 고스찌. 평일에 왔더니 저렴한 점심 메뉴가 있어 좋다 :) 샐러드, 수프, 메인 + 음료가 330루블.


시저 샐러드, 생선수프, 꼬치고기 커틀렛. 모르스(열매주스) 시킴. 사람도 적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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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9. 14. 20:36

페테르고프 다녀왔는데 russia2013. 9. 14. 20:36




분수 보러 배 타고 페테르도프 다녀왔는데 며칠 후 무슨 분수 축제사 있다고 그거 준비 때문에 궁전 계단에 늘어선 분수들 작동을 안 한다는 거였다. 삼손 분수 빼고 궁전 메인 분수가 꺼져 있음 ㅠㅠ 가는 날이 장날. 아 속상해.

그래도 다른 분수들은 다 나왔고 간만에 녹색 나무들 사이를 실컷 산책해서 행복했다. 근사한 사진들은 나중에 돌아가서 카메라 사진 옮기면.. 폰으로 찍은 건 두 개 뿐이네.





페테르부르크 돌아옴. 너무 배도파서 매우 늦은 점심 먹으러 전에 왔었던 고스찌 옴. 생선 필레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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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