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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나올땐 해가 나는 것 같아서 배 타고 페테르고프에 갈까 했으나 바람이 심하게 불고 구름이 저래서 아무래도 비오고 힘들것 같아 포기


근데 오늘 비 안오고 낮엔 날씨 좋았다.. 뭐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햇살 받으며 모이카 운하와 궁전광장, 네바 강변, 네프스키와 카잔스카야 거리, 고로호바야 거리 등등을 많이 산책했다.


두셰브나야 꾸흐냐에 다시 갔으나 자리가 꽉 차서 또 실패 ㅠ 엉엉. 그리고 겨울에 갔을땐 없었던 수많은 스티커들(트립어드바이저 등)이 문에 붙어 있는걸 보니 그때보다 더 유명해진듯.. 오늘도 데니스가 없었다. 그만둔건가, 휴가 갔나..


그래서 포기하고 bravebird님이 추천하셨던 수프 비노를 찾아갔다. 카잔스카야 거리 안쪽으로 꽤 들어가야 했다. 전에 고로호바야와 사도바야, 반콥스키 다리 등을 산책할때 종종 지나쳤지만 있는 줄 몰랐던 조그만 바 레스토랑이었다.







사진이 흔들렸네.. 폰이라서..







창가에 앉았다. 이미 2시 반이 넘어서 사람이 없었고 나중에 스페인 관광객들이 왔다. 핀란드식 우하와 생강 레모네이드, 달콤새콤 소스의 닭고기와 긴쌀밥을 시킴(탕수육 비슷..) 우하는 양이 엄청 많아서 남겼다... 맛은 좋았으나 내 입맛엔 조금 짰다.


후기는 돌아가서 자세히 쓰겠다. 좋았다. 바맨 알렉세이는 과연 bravebird님 말씀대로 매우 호감가는 친절하고 상냥한 남자였다. 계산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음 :) 돌아가서 카메라 사진 옮기면 그때...


데니스를 다시 못봐 아쉬웠지만 알렉세이를 알게 되어 좋았다 :) (이 얘기를 하자 료샤가 '원래 알렉세이란 이름 가진 남잔 다 상냥하고 멋있다!'고 함.. 그 이유는 내 친구 료샤란 이름이 바로 '알렉세이'의 애칭이기 때문임 ㅋㅋ 자화자찬..)


이후 고로호바야 거리 따라 걷다가 서점에 가서 요리책과 페테르부르크의 거리들에 대한 재밌는 책, 에코백을 하나 사고 료샤 만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고스찌에서 차 한잔 마시고 사과케익 먹음.


밥은 2층, 차는 1층인데 오늘 주문받은 남자 점원이 굉장히 싹싹했다. 자기네 케익 딴것도 먹어봤느냐고 물어서 자주 와서 에클레어, 나폴레옹, 메도빅 등 먹어봤다니까 좋아했다. 여기 메도빅 너무 좋다고 하자 자기도 좋아한다면서 축제나 명절 느낌 나는 케익이라고 함.


나중에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딴것도 시도해보라며 초콜릿 브라우니 추천. 초코 케익은 잘 안먹는다고 하자 그러면 스메딴닉(일종의 치즈케익) 매우 추천. 페테르부르크 올때마다 여기 와서 밥도 먹고 케익도 먹는데 올때마다 아늑하고 맛있다고 하자 기뻐하며 많은 손님들이 그렇다고 한다. 세르비아 부부가 주방에 있어서 모든 식재료를 세르비아에서 공수한다고.. 세르비아 안가봤지만 가보고 싶어짐!


담에 또 와서 스메딴닉 먹어보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료샤가 이미 밖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음. 내가 너무 눈을 반짝거리며 얘기하고 있어 그 남자 점원을 꼬시고 있는줄 알았다고 함 -.- 난 친절한 사람이 좋아서 그런건데 ㅜㅜ


원래 잘 놀리는 녀석이지만 오늘따라 이놈의 농담이 맘에 안들어서 좀 삐쳐 있었다. 기분좋았었는데 -.- 나중에 삐친 걸 알고 료샤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근데 왜 삐친 거냐고 해서 갑자기 더 열받고 있는데 레냐가 아빠를 꾸짖으며 나한테 케익 사주라고 했다. 엥?



나 : 레냐야, 나 케익 먹고 나왔는데.


레냐 : 아까 거기서 아빠가 케익 안사줘서 슬픈거 아니야? 난 아까 아빠가 아이스크림 안 사줘서 슬펐어.


나 : 나는 어른이니까 너네 아빠가 케익 안사줘도 되는걸.


레냐 : 아빠 미워. 나 아이스크림 안사주고 쥬쥬를 울려.


료샤 : (매우 당황) 안 울렸어! 쥬쥬는 안 울었어. 그냥 좀 화낸 거야.


레냐 : 여자를 화나게 하면 안돼! 쥬쥬 울면 아빠 미워!!!


아아 내 약혼자의 기사도 넘치는 사랑 ㅋㅋ



그래서 내 화도 요상하게 풀려버리고 보답으로 나는 레냐에게 아이스크림 사줌 ㅋㅋ 료샤는 아들내미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고 투덜투덜.


저녁먹고 놀다가 오늘은 9시 반쯤 해가 진다고 해서 9시에 네바 강변에 석양 보러 갔다. 바람 많이 불고 구름이 많이 껴서 화려한 석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폰으로 찍은 것 몇장. 제대로 찍은건 돌아가서..


석양 보느라 기분이 다 풀렸는데 료샤가 다시 미안하다고 했다.



나 : 너 내가 왜 화났었는지 모르잖아.


료샤 : 남자 꼬신다 해서 ㅠㅠ


나 : 오늘은 오랜만에 상냥한 사람들을 둘이나 만나서 기뻤단 말이야. 근데 너는 그런 농담이나 하고 ㅠㅠ


료샤 : 너는 우리 나라 오면 주문할때가 제일 피곤하고 무섭다 했는데 눈을 빤짝이면서 얘기하고 있어서 순간 진짜 그런건줄 알았단 말이야.


나 : 그래, 누가 맛있는 케익 먹이고 상냥하게 굴어주면 나는 넘어가서 그를 꼬시려고 하게 되겠구나 ㅠㅠ (근데 내가 그런데 좀 약하긴 하..)


료샤 : 야, 잠깐!! 그런데 약하다고? 내가 여태 너한테 케익도 많이 주고 엄청 착하고 상냥했는데!!! 그럼 왜 난 안 꼬셨냐!


나 : 너는 내 시아버지잖앗!!!! 레냐가 내 약혼자!!!
(이때 레냐는 료샤 품에서 자고 있었음)


료샤 : 나 이 결혼 반대임.


나 : 왜!


료샤 : 아까도 아이스크림 내가 안사준건데 네가 막 사주고.. 애 버릇 나빠지게!


나 : 괜찮아. 어릴때 먹는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으니까. 어른 되면 그 맛 못 느끼잖아.


료샤 : 난 지금도 아이스크림 맛있는데.


나 : 나도 그렇지만 그래도 어릴때가 더 맛있게 느껴졌어.


료샤 : 하긴 그렇다.



그래서 삐쳤던것도 유야무야되고 해 다 진 후 돌아옴... 아아, 이제 이틀도 안 남았어 엉엉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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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