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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일 일하고 지친 채 돌아오니 주말의 꽃이 문 앞에 배송되어 역시 더위에 지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새벽 배송을 받았어야 했어'라고 후회해본들 이미 늦었다. 새벽 배송이 2천원 더 비싼데다 일반 배송은 보통 오후 늦게 도착하므로 그냥 후자로 선택했는데 어제는 배송이 빨라서 이미 오전 11시 무렵에 꽃이 도착했고 더운 복도에 놓인 작은 박스 속에서 푹 쪄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꽃부터 다듬어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쳐서 들어오자마자 나는 샤워를 하러 직행.... 어차피 늦은 거 10분 더 늦게 물을 준다고 뭐가 달라지리 하고 정당화... 씻고 나와서 꽃을 다듬기 시작하면서 죄책감이 좀 들었다. 
 
 


하여튼 대를 절반 이상 잘라내고 시원한 물과 꽃 영양제를 투입해서 꽃은 되살아났다. 푸른색은 너무 예쁘지만 끈적한 진액 때문에 절대 주문하지 않는 옥시페탈룸과,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보라색과 파란색 염색 카네이션이 섞여 있었고 내가 원했던 용담꽃은 딱 한대밖에 없었다. 랜덤 믹스라서 뭐가 올지는 모른다만 좀 아쉬웠다. 카네이션에 물감으로 염색하는 게 너무 싫은데, 물들인 꽃의 색채는 너무 부자연스럽고 잎사귀와 줄기 군데군데에도 물감 자국이 나타나서 싫다. 이렇게 물들인 카네이션은 다른 카네이션보다 금방 시든다. 좀 아쉽다. 그냥 용담꽃을 주문할 걸 그랬나. 어쨌든 옥시페탈룸은 꽃만 보면 참 예쁘다. 진액이 너무 끈적하고 보기싫어서 줄기와 잎을 다듬는 걸 거의 포기해야 하는 것만 제외. 
 


 
 

 
 


 

너무 피곤했다. 그런데 매일 새벽 출근을 하다보니 오늘도 새벽에 깼고 중간에 한참 못 자고 뒤척이다 간신히 다시 잠들었다. 꿈은 송신하고 그로테스크했다. 신체 절단 뭐 그런 게 나왔다. 
 


 
늦게서야 침실에서 기어나왔다. 너무 피곤해서 청소 따위 안 하고 싶었지만 머리카락과 먼지가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청소도 했다. 온몸이 너무 저리고 아팠다. 더웠지만 목욕을 하며 쑤시는 근육을 풀었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었다. 토요일 내내 일했던 터라 오늘 하루 쉬고 내일 곧장 출근이다. 기운을 내야지 ㅜㅜ 
 


 
오후엔 지난주 일요일에 마친 단편을 퇴고했다. 지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찬찬히 오래 퇴고하기가 어려웠고 후반부에서 감정적인 흐름이 생각보다 깊은 편이었기 때문에 많이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맨 처음 구상하고 시작할 때보다 막상 쓰는 과정으로 접어들자, 그리고 마칠 무렵과 다 쓰고서 쭉 읽어보게 되는 시점에 이르자 이 단편은 생각보다 슬프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이 우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다룬 글들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그런 정서가 담겨온 것 같다. 그런데 또 찬찬히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좀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작정하고 가볍게 혹은 재미있고 웃기게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쨌든 코스챠와 알리사의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좀 허전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기분전환용으로 짧고 가벼운 소품을 써보면 좋으려나 싶지만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없다. 이전에 구상해놓은 냉정하고 약간은 야비한 느낌의 소품이 있긴 한데 지금 쓰고 싶지는 않고... 가브릴로프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긴 한데 이 글은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여튼 이제 일요일이 다 저물고 있으니 새 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최고임원께 보고를 해야 하고 직원들과 실무회의를 두개 해야 한다. 그리고 화요일까지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요소로 떠오른 골치아픈 직원과 면담을 해서 업무조정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너무 지친다. 조정이고 뭐고 내가 그만두면 편할 것 같은데 ㅜㅜ 


 
 
저녁 무렵부터 우리 동네에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그야말로 물을 들이붓듯 비가 내렸다. 호우경보와 특보 문자가 울려댔다. 폭염과 호우. 여름은 힘들다. 월요병을 극복해야 하는데... 내일 출근길엔 제발 비가 안 오길, 그리고 너무 쨍하게 덥지 않길. 하지만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는데도 더우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염색 카네이션과 옥시페탈룸, 용담꽃과 장미(지난주에 내가 샀던 서머 로사랑 같은 품종이 아닌가 싶음) 사진 두 장 추가하고 마무리. 아아 일요일 하루밖에 못 쉬고 출근하다니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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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