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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에 왔던 스프레이 카네이션은 아직 대부분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 대가 부러진 꽃 한 송이는 따로 꽂아서 서재의 끄라스느이 우골에 가져다두었다. 이 병은 푸딩이 담겨 있던 작은 유리병인데 이런 짜투리 꽃과 가지를 꽂아두기 좋다. 꽃 너머로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정교 사원에서 샀던 수호천사 액자가 보인다. 트로이츠키 사원,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이나 그 초입의 정교 서점, 아니면 블라디보스톡의 빠끄로프 사원 안쪽의 정교 서점인데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네프스키 수도원 경내의 키오스크였던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힘들 때 나는 이런 천사들, 특히 가브리엘, 그리고 성 게오르기/조지의 이콘을 샀다. 마음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용기를 위해. 지금도 어디든, 카톨릭이든 정교든 사원에 가면 그리스도와 가브리엘, 그리고 게오르기 앞으로 가서 초를 켠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성 게오르기를 자기들 구미에 맞게 소환해서 요즘은 마음이 불편하다. 

 

 

 

 

 

 

 

 

 

어제 아침엔 너무 피곤해서 늦게까지 잤는데, 과다 수면 탓인지 오늘은 일찍 깨버렸고 한참 잠이 안 와서 뒤척거리다 간신히 눈을 조금 더 붙였다. 그러나 아주 산란하고 피곤한 꿈을 꿔서(역시나 너무 생생하게 일과 회사에 대한 꿈이었다)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고 온몸이 쑤시고 무겁기만 했다. 

 

 

 

쉬면서 보낸 하루였다. 내일 하루는 업무계획 보고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 신청을 했다. 그래서는 안되건만 싸들고 온 일거리를 좀 펼쳐보기도 했고 그 결과 머리가 아파졌다. 주말에 쉴 때는 의식적으로라도 일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참 쉽지 않다. 그리고 어제는 계속 쉬면서 기분이 나아졌지만 오늘은 역시나 월요병 때문인지 오후부터는 다시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마 어제는 너무 지쳐서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리느라 급급했고 오늘은 다시 사고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화요일 검진 때문에 오늘은 아점으로는 무국과 계란찜, 흰밥 조금. 점심엔 디카페인 홍차와 티푸드 약간, 저녁은 바나나 1개와 아몬드유 1팩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과 점심에 흰죽만 먹어야 한다. 바나나와 아몬드유 먹어서 배가 고프지는 않다. 

 

 

 

어제 떠올린 단편 아이디어를 오늘 조금씩 더 발전시켜보려고 했는데 큰 진전은 없다. 대신 주요 인물 두 명이 등장했던 예전 글들의 몇몇 파트들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두 인물을 어디서 만나게 할지만 결정하면 좀더 수월해질 것 같기는 하다. 

 

 

 

머리가 계속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일 때문이다. 계속되는 인력문제도,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작은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정말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래서, 뼛속 깊이 지치고 또 지쳤다. 

 

 

 

요즘은 부모님과 각각 하루에 한두번씩 통화를 한다. 아빠는 오늘 어린 시절 친구가 찾아와주셨다고 한다. 아플 때 찾아와주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씀드렸다. 친구분이 '다 내려놓고 사니 마음이 편안하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그 친구분이 십여년 만에 보는데 그때보다 얼굴도 훨씬 낫고 좋아보였다고, 친구분의 이야기를 듣고 아빠도 이제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신다. 나는 아빠에게 '친구란 참 좋네요. 그런데 신기한게 언니도 며칠 전에 나를 위로하면서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라고 말씀드렸다. (언니=쥬인. 나보다 한 살 많음) 이후 엄마와 통화하면서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요즘은 나를 많이 위로해주신다. 서로 위로를 해드린다. 

 

 

 

기운을 좀 내봐야겠다. '어떻게든 2월 한 달을 버텨보려고요' 라고 했을 때 의사가 '한 달 생각하지 말고 일주일, 하루를 생각하고 그날 그날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라고 했다. 실은 나도 항상 그렇게 스스로를 달랜다. 길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오늘 하루, 내일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혹은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만 생각하자고. 그래서, 내일은 업무계획 보고서를 다 쓰는 것이 목표이고, 1월에 갑작스럽게 떨어져서 해결해야 하는 피곤하지만 그래도 아주 어렵지는 않은 과제(대신 손이 많이 가는)를 위해 관련 부서장과 통화를 해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두번째 목표이다. 거기에 다른 것들도 이것저것 있지만 자꾸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일 자리에 앉아 그 일들을 하면 되겠지. 그리고 내일은 저녁부터 그 끔찍한 정결제 약을 먹어야 함. 아아 생각만 해도 괴롭다. 하여튼 그러니까 마음을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지.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내일은 어쨌든 재택근무니까 아침에 한 시간 이상 더 잘 수 있다는 것이다. 

 

 

 

스노우플레이크 장미가 이제 활짝 피어나고 있다. 조그만 장미라 향기는 약하지만 그래도 코를 가까이 가져가면 장미향이 조금은 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오늘 나의 마음을 위로해준 한 가지 좋은 점. 

 

 

 

 

 

 

 

 

꽃과 천사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단편 구상을 좀 해보고 싶은데 저녁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빠지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잘 안 될 것 같다. 일단 머릿속으로 이미지들을 굴려보고 예전 글들을 읽는 정도까지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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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