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토요일 밤 : 뻗어서 쉬었음, 눈송이 장미, 무력증을 타개하기 위해 그래도 노력, 욕조와 아이디어, 쓸 수 있기를 fragments2023. 2. 4. 21:33
이번주는 너무 바쁘고 지쳐서 2월 달력은 하루 늦게 넘겼고 기록용 사진도 오늘에야 찍었다. 2월 달력의 사진은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를 추는 슈클랴로프 4종 세트. 우연의 일치인지 지금 아이팟에서 라 바야데르 3막의 솔로르 테마가 나오고 있음. 사진에서는 맨 왼쪽 상단의 딱 그 장면.
오늘 도착한 장미. 자잘한 흰 장미가 스프레이 형태로 달려 있다. 이름은 스노우플레이크 장미. 장미들 이름 붙이는 것도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체 품종이 많을테니. 좀 립스틱 이름 붙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스노우플레이크라면 조금 더 새하얗고 동글동글한 품종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봉오리 상태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약간 상아색과 연두색이 돌고 동그란 화형은 아니어서. 지난주의 카네이션과 섞어서 꽂아두었다.
너무 지치고 피곤했던 탓에 정말 힘들게 잤다.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잠들었고 아침에는 2~30분마다 깼다가 또 자고, 또 자고, 다시 자기를 반복했다. 어제 원체 강행군을 했고, 밤에 쥬인과 오랫동안 통화하며 위로 충전을 받은 후 잠자리에는 자정이 넘어서 들었기 때문에 완전히 배터리가 닳아버렸던 것 같다. 아침 10시 반쯤 최종적으로 깼는데 사실 계속, 계속 자고 싶기만 했다.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꿈에서도 일에 시달렸고,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또다시 잘못된 숙소의 방에 들어갔거나 짐을 챙기거나 하는 꿈도 꿨던 것 같다.
침대에 두어시간 더 달라붙어 있다가 억지로 일어났다. 청소를 하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화요일에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아야 해서 오늘부터는 소화가 잘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하므로 두부를 넣은 무국과 계란찜으로 매우 늦은 아점과 저녁을 해결했다. 티푸드로도 푸딩을 먹었다. 어제의 강행군 3종 세트와 쥬인과의 통화, 장시간의 수면이 그래도 좀 도움이 되었는지 오늘은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덜했다. 차를 마시며 아주 오랜만에 엘러리 퀸 단편집을 좀 읽었다. 그리고 무력한 마음을 의식적으로라도 좀 달래고 타개하기 위해 스케치도 두 장 그렸다. 단순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좀 나아지기 때문이다.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인지 뻗어서 휴식했더니 지난주말과 이번주 내내 힘들었던 것보다는 마음이 좀 나아졌다.
오늘까지는 실내자전거를 생략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한번 욕조에 들어가 몸을 데웠다. 그런데 욕조에 들어가 거품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짧은 소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통 이렇게 욕조에 있을 때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잘 떠오름. 기존에 구상해 놓았던 글이 전혀 아니고, 알리사와 코스챠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들과 단편단편이었다. 욕조에서 나와 급한대로 폰에 짧게 메모를 적어두었고 이들이 조금씩 등장했던 예전 글들을 훑어보고 있다. 오늘 자기 전까지 구상 노트를 좀더 짜 보고, 가능하다면 내일부터 시작하고 싶지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소품이니까 편하게, 힘을 빼고 쓰면 좋을 것 같다. 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무력하고 우울한 마음에도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을텐데. 그런데 너무 힘들고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사실 글을 쓰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쓸 수 있으면 좋겠음. 그래도 생각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기분이 나아졌다. 구상을 좀 더 발전시켜보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날은 좀 따스해진 것 같은데 난방을 낮췄더니 저녁부턴 또 좀 춥게 느껴져서 겉옷을 하나 더 걸치고 있다. 2월 하순에 1월 난방비 고지서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움 ㅠㅠ
기분 전환을 위해 오늘 핑크 계열의 코트를 주문했다. 작년에 근속기념으로 받은 얼마 안되는 상품권을 여기 탕진함. 향수도 하나 사버릴까 했지만 기적적으로 제어했다.
오늘 도착한 스노우플레이크 장미 등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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