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화요일 밤 : 이른 아침 검진과 왕복, 좀 뻗었다가 일함, 하루, 길면 이틀까지만 생각하며 fragments2023. 2. 7. 19:55
사진은 커피가 아니고 민들레차. 오후에 타 마셨다.
간밤에 정말 괴로워하며 꾸역꾸역 약을 다 먹고 인고의 과정을 거쳐서, 오늘 새벽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 약을 좀 앞당겨 먹고 너무 늦지 않게, 그러니까 자정이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긴 했으나 새벽 4시 반에 깬 후 다시 잠드는 데 실패해서(아마 긴장이 좀 되긴 했던 모양이다) 뒤척거리다가 6시 전후 택시를 잡아서 멀리 검진센터에 갔다. 이게 원래 작년 12월에 할때 같이 받았어야 했는데 내가 일에 치어 너무 늦게 신청을 했더니 대장내시경은 예약이 마감되어 이것만 이렇게 따로 밀려서 잡은 것이다. 어쨌든 일찍 도착해서 거의 제일 첫 순번으로 검진을 받았다. 당연히 긴장이 됐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항상 시달리고 있으니... 전에 위내시경 결과도 별로 안 좋아서 맘고생을 했고.
역시나 오늘도 혈관이 안 잡혀서 팔이 아니라 손등에 주사를 맞았다. 손등에 맞으면 더 아프다. 하여튼 그래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연말이 아니어서인지 사람들이 좀 여유가 있어보였고 마취 덜 깬 사람을 빨리 나가라고 내몰지도 않았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마취제 투입 순간이 되었다. 오늘따라 훅 끼치는 석유냄새가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긴장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잠시 후 암흑처럼 마취가 되었다. 건강검진도 싫고 언제나 긴장되지만 그래도 마취되는 순간은 좀 좋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자에겐 이런 것이 길티 플레저임.
아마 마취에서 좀 일찍 깬 것 같다. 왜냐하면 눈을 떴을 때 움직이지 말고 계속 누워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회복실로 옮겨지자마자 깬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추워서 가만히 누워서 그 비몽사몽의 기분을 만끽할 수 없었다. 덜덜 떨며 누워 있다가 아직 몽롱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되어 일어났다. 결과 설명을 들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한숨 놓았다. 그리고 아침에 도착해 혈압을 쟀는데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았다. 요즘 물리치료 받으러 갈 때마다 동네 병원에서도 재보는데 거기와 비슷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지난번 검진 받을 때 새벽에 잠 못자고 정신없이 바쁘게 힘든 상황이라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는 꾸준히 재고 있는데 비슷비슷하게 나오고 있으니.
하여튼 검진을 모두 마치고 아직은 차갑고 이른 아침에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진센터는 여의도에 있어서 우리 집에선 꽤 멀다. 왕복 택시비도 많이 나왔다. 길도 좀 밀렸다. 우리 동네에서 여의도 나올 때야 밀리는 게 이해되는데 평일 아침 그 반대 루트가 왜 밀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밀려서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너무 몽롱하고 피곤해서 침대로 기어들어가 잤다. 마취를 하고 나면 잠시 후 깨어나긴 해도 그 여파가 있어 그날은 종일 몽롱하다. 한시쯤 일어나 죽으로 아점을 먹고, 민들레차를 마시며 책을 좀 읽고 쉬다가 결국 불안해서 pc를 켜고 일을 좀 하고 윗분과 통화를 해서 급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검진 때문에 오늘은 휴가를 낸 거였는데, 충분히 그냥 쉬지 못해서 좀 슬프다. 하지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내버려두면 내일과 모레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이미 내일은 완전히 머리 터지는 하루가 예약되어 있다. 내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업무보고서를 마무리지어야 그것을 놓고 윗분과 열심히 보고 준비를 할텐데. 정말 피곤하다. 그래도 어제 너무너무너무 바빴으므로 그것과 비교해 오늘은 비록 새벽부터 검진받고 마취되어 힘들었지만 조금이나마 더 자고 몸을 쉬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려 한다.
낮에 자버려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해야 할 일들은 왜 이렇게 많을까. 그날 하루를 버티는 것, 그리고 여력이 되면 그 다음날까지는 미리 생각해두는 것, 지금은 그 정도로도 너무 벅차다. 계속 몽롱한 기운이 있으니 메모는 여기서 마무리해야겠다.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둔다. 아주 짧은 티타임이었다.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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