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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저녁에 갔던 미용실에서. 따뜻한 물만 달라고 했는데 쿠키와 사탕을 같이 가져다주었다. 오늘 저녁을 늦게 먹었으므로 그전까지 저 쿠키 하나가 큰 힘이 되었다. 

 

 

역시 새벽에 깼다가 도로 잠들었다. 그나마 도로 잠들어서는 어제보단 덜 깨고 알람 울릴 때 일어났다. 그래도 잠은 여전히 모자란다. 금요일이니 내일은 늦잠을 좀 잘 수 있으려나 한다. 

 

 

오늘도 매우 바쁘게 일했다. 온갖 일을 했는데 너무 정신없고 지쳐서인지 지금은 이미 오늘 무슨무슨 일들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오전에 줌회의를 했던 것 외에는. 아, 그렇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두어시간 동안 열심히 숫자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차라리 숫자와 씨름하고 있자니 산란하던 머리가 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고민이나 걱정, 스트레스에 시달릴 겨를이 없이 계산을 하며 여기저기 예산 배정을 해야 하는 작업이라. 마치 어린 시절 인형에 눈을 달고 봉투 붙이는 초단순 부업을 하던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줌회의를 마치고 윗분과 점심을 먹었다. 요즘 내가 너무 과로와 스트레스로 한계에 도달해 힘들어하는 것을 윗분도 깨닫고 계신 터라 여러모로 위로를 해주시고 그냥 되든 말든 마음을 좀 내려놓자고 얘기해주심. 그리고 너무 힘들면 그냥 쉬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쉬겠다고 하면 어떨지 너무 눈에 보인다 ㅎㅎ

 

 

빡세게 일하다가 오후 3시쯤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은 진료 때문에 2시간짜리 반반차를 냈던 날이었다. 그래서 엄청 시간에 쫓기며 일했다. 오늘은 도심까지 가서 진료를 받고 한시간 넘게 횡단하여 돌아온 후 동네 미용실에 가고, 마친 후에는 또 집 앞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는 등 몸과 마음과 뷰티(..까진 아니지만) 치유 3종 세트를 해치웠다. 새치집중구역이 너무 심해졌는데 작년 프라하 가기 1~2주 전에 미용실 간 게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새치집중구역은 엄청나게 번성했고 아마도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보다 두배의 속도로 자라난 것 같았다. 그전에도 미용실 가려면 갈수도 있었는데 너무 우울하고 무력한 상태라 못 가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결심을 하고 전화를 해서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전 중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고 다행히 오늘 진료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예약을 잡았다. 본래 미용실 가는 걸 너무 싫어하고 피곤해해서 그야말로 미션인데, 그간 너무 힘들고 머리가 아팠기 때문인지 오늘은 머리 만져주고 감겨주는 것이 좀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뿌리염색과 커트를 마치고 나오니 저녁 7시였다. 집앞 병원이 늦게까지 하기 때문에 손목 치료도 받으러 갔다. 토요일 아침에는 어르신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그냥 오늘 다 하기로 했다. 한시간 가량 물리치료 받으며 누워 있다가 나왔다. 그래서 집에는 늦게 왔고 저녁도 늦게 먹었다. 

 

 

아빠는 다리통증이 조금 더 심해지셨다고 한다. mri 결과는 괜찮았다고 하니 낫는 과정에서 통증이 왔다갔다 하며 더디게 나아지는 거라고 믿어보고 싶은데, 아빠와 엄마는 마음이 불안하신 것 같다. 지난 1월 내내 고생하고 여러번 수술을 받은 걸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 부디 괜찮아지시기를 바란다. 

 

 

오늘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 먹은 것만 아직 소화가 안됐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다. 소화가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렸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그래도 주말이다. 이번 주말엔 덜 우울하고 덜 무력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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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지금까지 너무 심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던 터라 오늘은 의사를 보러 가서 그런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이야기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도 좀 흘렸다. 이분과 오래 봐왔기 때문에 이제 상당한 정도의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객관적으로는 비이성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속되는 나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과 자책에 대해 이야기했을때(내가 그냥 중간에 빵꾸라도 낼 것을 너무 직원들을 과로시킨 것인가 하는 의구심 등) 의사는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느냐, 네가 그런 일들을 하지 않겠다고 쳐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위치도 아니라고 해주었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데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그런 단호한 말씀이 큰 위안이 되었다. 

 

 

내가 너무 지치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임을 파악하신 듯, 근속휴직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중간중간 조금씩이라도 휴가를 내고 쉬어야 한다고 얘기하셨다. 아빠에 대한 걱정과 힘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 듣고는 아빠 걱정도 되겠지만 일단 내가 버텨야 하므로 내 생각을 먼저 하고 할수 있는대로 쉬어가며 해야 한다고 하심. 그래서 주말에 쉴때도 전혀 쉬는 느낌이 아니고 계속 압박을 받고 옛날처럼 그런 무력증이 들어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고, 어쨌든 자신을 잘 붙잡아보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힘들었던 부분들을 토로할 수 있어 마음이 좀 나아졌다. 그리고 요 며칠 힘들고 지쳐서 답글은 아직 달아드리지 못했지만 댓글로 위로해주신 분들께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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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