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2

« 2025/2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역시 바쁘고 지치는 하루를 마쳤다. 오늘은 사진이 없어서 쿠마와 친구들 그림으로 대체. 

 

 

어제 너무 우울했고 기분이 최악이었다. 밤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뚝뚝 흘렸다.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완전히 닳아버렸던 것 같다. 그나마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나았다. 잠이 매우 모자랐지만 계속해서 새벽 4시쯤 깨어나 그때부터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10분 20분씩 얕게 눈을 붙였다가 깨기 반복해 결국 새벽에 일어나 피곤하게 출근했다. 오늘은 프리젠테이션 발표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그 노트를 마저 준비한 후 타이머를 재놓고 수차례 읽으며 원고를 고치고 시간을 맞췄다. 진이 빠졌다. 오후 늦게 줌으로 그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끝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우리 부서가 구조적으로 좀 기울어진 운동장에 속함)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싶기도 했다. 윗분은 나에게 토끼님은 말을 잘하는데 그런 발표를 뭘 걱정하느냐고 한다. 내가 얼마나 이런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ㅠㅠ 그렇게 매끄럽게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원고를 고치고 종일 목이 아프도록 읽어가며 연습을 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뭔가 말하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건 나도 마찬가지이고 사실은 타고난 성격상 보통 사람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고 어려운데 노력으로 아닌 척 괜찮은 척 잘하는 척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이따금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다 꼬일 때도 있다. 일종의 공황 상태랄까. 윗분은 그런 것을 잘 모르심. 

 

 

그외 계속 바쁜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제 밀어닥친 생각지 않은 큰 과제가 있고 이것이 상당히 정치적이고 우울한 문제라서, 생각하는 방향이 맞다면 심히 피곤하고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내 가치관으로는 용납도 잘 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들이 단순히 많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밀려오는 일들과 책임들, 메꿔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고 막막하다.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다. 윗분도 열심히 해보려고 애쓰고 계시지만 이분이 열심히 할수록 내게는 어려운 일들이 가중된다. 그냥 모든 것을 다 밀어두고 떠나버리고 싶다. 

 

 

아빠는 오늘 MRI를 찍어보셨고 수술 결과가 좋아서 이제 마음을 길게 먹고 회복에만 전념하시면 된다고 한다. 2월 한달은 병원에 계시며 몸을 잘 추스르시도록 말씀드렸다. 엄마와도 통화를 했다. 어젯밤엔 너무 힘들어서 엄마 목소리라도 들을까 하고 전화를 했지만 엄마가 친구분들과 밖에 계셔서 통화를 못하고 금방 끊었다. 오늘은 부모님과 전화를 해서 좋았지만 사실 일 때문에 이토록 힘이 들고 우울하다는 얘기는 드리지 않는다. 걱정만 하시고 좋아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아빠 때문에 엄마도 너무 고생을 하셨으니. 그리고 아빠가 몸이 아프셔서 수술을 받고 일도 쉬고 계시니까. 그런데 너무 지쳐서 그런지 앞뒤 재지 않고 정말 다 내려놓고 쉬고만 싶다. 그래도 오늘이 어제보단 좀 나았으니까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다른 뭔가가 나타나면 좋겠다. 출구든, 숨쉴 구멍이든, 무엇이든.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