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일요일 밤 : 정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 꽃 fragments2023. 1. 29. 20:54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제 월요병의 시간.
일 때문에 정말 심적으로 힘든 모양이다. 밤새 아주 여러가지 꿈을 꾸며 시달렸는데 모두가 회사와 일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곰곰 기억을 되살려보면 어떤 내용들이었는지 떠오를것 같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 자다깨다 하며 아주 피곤하게 잤고 꿈에 시달리느라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몸도 아프고 힘들었다.
몸이 너무 힘들더니만 붉은 군대가 도래했다. 이번엔 상당히 늦었다.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나마도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에 와줘서 다행이다. 진통제로 버티는 중. 아프니까 카페인 든 홍차 대신 민들레차를 타서 마셨더니 오후에 너무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소파에 기대어 20분 가량 꾸벅꾸벅 졸았다. 침대에 눕는 순간 정신없이 자버릴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아빠와 아침 저녁에 통화를 했다. 거의 누워서 쉬고 계셨다. 조금씩 저리고 아픈 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더 아파지는 건 없다고 하신다. 엄마가 집으로 가셨기 때문에 적적하실 것 같았다. 누워 계셔야 하므로 병실에서 텔레비전만 보신다고 한다. 저녁에 엄마와 통화했는데 친구와 식사하고 들어가신다고 한다.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친구분이라도 잠시 보셨다니 다행이다. 아빠가 잘 회복되시기를 바란다.
오래 전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구상했던 가브릴로프 이야기를 오랜만에 다시 펼쳐서 읽어보고 있다. 구상 노트도. 이 글을 구상하고 나서, 막상 쓰려고 하니 어려워서 프리퀄과 시퀄, 여기서 파생된 이야기들을 아주 많이 썼다. 막상 첫 단초가 된 이 글은 120여페이지 가량만 써두고 중단된지 벌써 8년이 넘었다. 이제는 이 글을 다시 이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넘겨보는데 기묘하게도 읽는 내내 마음이 우울하고 산란했다. 아마 지금 내가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라 그런 것도 있고, 또 오래 전 구상해서 쓰던 순간과 지금의 나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주는 아주 바쁘고 빡센 일정으로 꽉 차 있다. 직원들과 파트별로 업무회의를 빡빡하게 잡아두었고 연초부터 갑자기 떨어진 피곤한 과제 때문에 외부 전문가와의 자문회의도 잡아두었다. (이건 상당히 피곤한 회의가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얼마전 빡세게 써서 냈던 보고서에 대한 평가회의에도 참석해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너무 부담이 된다. 바뀐 임원진과 거기서 오는 수많은 요구들, 우리 부서에 생긴 많은 문제들 등이 모두 겹쳐져 있다.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하려 애쓰지만 사실 많이 힘이 든다. 부담과 스트레스가 가중되니 우울감도 더 커지고 악순환이다. 모두 내려놓고 그냥 쉬고 또 쉬고 싶다. 막상 주말에는 집에서 쉬면서도 전혀 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력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좋지 않으므로 스스로를 잘 다잡고 일으켜줘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외부의 변화 요인과 압박, 가치관의 충돌 등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물 속에 잠긴 채 계속해서 열심히 달리는 기분이다. 머릿속과 가슴이 물로 꽉 차서 호흡이 어렵다. 자기 전에 끄라스느이 우골에 가서 기도를 하려고 서면 처음에는 숨이 꽉 막혀서 입을 열기가 어렵다. 과거의 여러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나는 정서적으로 상당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한번에 하나씩, 눈앞에 닥친 일 하나하나만 생각하며 나아가기도 벅차다. 마음의 안정과 지혜, 그리고 약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자야겠다. 꽃 사진과 티타임 사진 몇 장 접어둔다. 문득 드는 생각. 내가 꽃이라면, 나의 뿌리를 온전히 보존한 채 흙 약간과 함께 떠내서 다른 화분으로 옮겨심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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