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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역시 아주 바쁘고 피곤하게 지나간 하루였다. 

 

 

눈이 많이 왔기 때문에 오늘도 아주 일찍 집을 나섰다. 새벽 6시 5분에 집을 나섰는데 이미 눈이 두툼하게 쌓여 있었고 화정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두번이나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균형을 잡았다. 오후 늦게까지 계속 눈이 내렸다.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아서 출퇴근 걱정, 운영하는 부서와 시설에 대한 걱정만 없다면야 창 너머로 곱게 내리는 눈 구경하는 게 좋았겠지만 이제 눈이라면 너무 싫고 걱정만 되니 역시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임. 나는 어떻게 러시아에서 겨울을 났었던 걸까. 역시 어렸기 때문이겠지. 

 

 

아주 바빴다. 일도 무척 많았고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는 줌으로 중요한 회의에 계속 참석해 있었다. 퇴근길에도 폰으로 내내 접속해서 내용을 들었다. 귀가해서도 저녁 먹으면서까지 회의에 접속해 있었다. 비디오 끄기 모드가 있어 다행이다. 

 

 

아빠가 오늘 오후에 재수술을 받으셨다. 다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고 고정을 하는 수술이었다.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덜 아프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쪽으로 골라서 수술을 했는데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고 병원 측이 괘씸하고 밉지만 일단 아빠가 너무 아프시고 또 한달 동안 수술을 여러번 받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갈까봐, 게다가 또 잘 안될까봐 너무 걱정이 되어 비용상 좀더 부담이 되더라도 덜 힘든 쪽으로 받으셨다. 줌 회의 접속해 있는동안 아빠가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셨기 때문에 회의에서 우리 부서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오가는 동안에도 내내 마음이 너무 불안했고 아빠 걱정이 되었다. 엄마로부터 수술 마치고 아빠도 마취에서 깨어나셨다는 톡이 와서 중간 휴식시간에 통화를 했고, 귀가해서는 줌 회의는 태블릿으로 바꿔 접속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의사 얘기로는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피와 찌꺼기도 잘 닦아내고 말려냈느냐 저번처럼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없느냐 등등 묻자 엄마도 그 부분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부디 이제 무탈히 회복하시기만 바란다. 아빠에게도 조급한 마음 갖지 말고 이번엔 병원에 좀 오래 계시라고 했다. 그래도 아빠가 깨어나시고 얘기도 하고 계셔서 다행이다. 

 

 

머리가 너무 아파온다. 이번달에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서 그날이 아주 늦어지고 있다. 건너뛰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이를 먹고 있으니 그 여파도 있을 것 같다. 그냥 포기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머리가 너무 아프고 전형적인 그날 직전 두통이라 이놈이 이제 오려는건가 싶기도 하다. 혹시나 몰라 방금 코로나 키트 검사도 했는데 그건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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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줌으로 오전 내내 회의에 들어가야 한다. 오늘 회의 내내 드는 생각은, 역시 정치적, 사회적 흐름에 너무 민감한 업종이라는 것이다. 무척 지쳤다.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고, 마음과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이게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나의 가치관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들도 참으로 많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이야 거의 없겠지만, 점점 자주 이 일에 너무 지치고 뼛속 깊이 환멸감이 든다. 아무리 일과 자신을 분리해보려 해도 어쨌든 궁극적인 가치 자체를 지닌 일이기에 오랜 옛날 여기 발을 들여놓았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힘이 드는 것 같다. 완전히 내려놓고 완전히 다른 일을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아무런 용기도, 기력도, 믿음도 없다. 아마도 마지막까지 안정을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 

 

 

 

 

 

 

 

내일은 다시 추워진다는데 겨울에 지쳤다. 1월은 항상 너무 고되다. 그래도 아빠가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도 잘 깨어나셨고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부디 이제 아무런 후유증이나 아픔 없이 무탈히 회복되시기를 바라며 나도 잠이 모자라니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하루하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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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