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수요일 밤 : 바쁘고 피곤함, 전생에 잘못한 게 많은가보다, 스트레스 해결은 어떻게, 내가 의사라도 fragments2022. 12. 7. 20:09
사진 속의 새까만 액체는 비파차. 점심 먹고 잠깐 쉬러 들렀던 카페에 계절 메뉴라고 나와 있어 시켜보았는데 몸에 좋은 것이 입에 쓰다고, 너무 시큼하고 맛이 없어 절반도 못 마심. 히비스커스 티도 잘 마시는데 이것은 다 마시지 못했음.
오늘도 아주 바빴다.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 아침 일찍 출근해 온갖 일을 처리하고, 업무와 좀 연결되어 있는 다른 부서와 한시간 정도 이야기도 나누고, 윗분의 철딱서니 없고 두서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새로운 사업계획에서 어떻게든 체계를 잡아내려고 내적 투쟁을 벌이고(아아 ㅜㅜ)...
점심 때는 위의 각종 염증을 달래보고자 혼자서 근처에 죽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내일 먹을 죽도 테이크아웃했다. 본시 죽을 싫어하기도 하고, 내게 죽=아플 때 먹는 것 으로 각인되어 있는 터라 죽 먹으러 가면 뭔가 기분이 꿀꿀하다. 하여튼 죽을 먹고 나와서 너무 피곤해서 바로 근처의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별로 시끄럽지는 않은 넓은 카페에 가서 위 사진의 비파차라는 것을 시켜놓고, 정말 정신없이 졸았다. 의자에 기댄 채 계속 졸았다. 월요일에 검진 받은 후 계속해서 차를 안 마시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일은 해야 하니까 어찌어찌 해내는데, 조금 여유가 생기는 순간 즉시 졸려온다. 유일한 좋은 점은 밤에 어쨌든 늦지 않게 잠들게 되었고(이건 약기운도 한몫 한다만), 중간에 깨도 어떻게든 도로 자서 어영부영 시차 적응은 된 것 같다는 점이다. 모든 나쁜 일에는 아주 약간의 좋은 일이... 라고 다시금 되뇌어보며... (근데 왜 슬프지)
오후에도 바쁘게 일했다. 그리고 철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해맑고 일 못하는 직원이 내년 사업 계획을 들고 왔는데 너무 허술해서 매우 걱정이 되어 이렇게 저렇게 보완해오라고 신신당부는 해놓았는데 전혀 신뢰도 기대도 가지 않는다. 윗분은 또다시 본인이 하고 싶은 사업과 계획을 뭉게뭉게 뜬구름처럼 떠들어대셨다. 아니, 나이를 저 정도 먹고 이 정도 사회적 경험을 하고 이런 정도의 조직에서 직위를 맡은 분이라면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이분에게 큰 잘못을 했기에 지금 생에서 이렇게 헌신하며 이분의 이 엉망진창 허술함을 다 메꿔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온갖 피곤한 생각과 함께 귀가했다. 지하철이 또 한대 빠졌는지 연착됐는지 사람이 무지무지 많았는데 어떻게 또 우연히 자리가 나서 다행히 앉아서 왔다. 주말부턴 매일 다시 실내자전거를 20분씩은 타고 있다만, 정말이지 내 몸에 대해 대대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흑흑. 위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듯.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다 나빠졌으니 이걸 어떻게 잘 재정비해야 할지 좀 답답하고 걱정도 된다. 정답은 당연히 과로를 하지 않는 것, 잘 쉬는 것,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인데 너무 신경쓸 일들이 많으니 좀처럼 스트레스가 줄지 않아 문제임.
손목은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오늘도 아침에 너무 바쁘게 일하느라 약 먹는 것을 까먹음. 흑, 내가 의사라도 나 같은 환자에게 야단을 칠 것 같긴 하다 ㅠㅠ
'fragm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9 금요일 밤 : 노동자는 힘들다, 대충대충, 눈가리고 아웅을 원했으나, 왼손과 오른손, 심란 (2) | 2022.12.09 |
---|---|
12.8 목요일 밤 : 비둘기, 어제 꿈, 피곤함의 이유, 불안감과 함께 (0) | 2022.12.08 |
12.6 화요일 밤 : 동네 트리, 엄청 바빴음, 피곤피곤 (0) | 2022.12.06 |
12.5 월요일 밤 : 검진 받느라 하루가 감, 뭔가 억울한데, 다시 노동으로 (2) | 2022.12.05 |
12.4 일요일 밤 : 잠, 약, 검진 전날, 머리가 아닌 손으로 (2) | 2022.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