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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때문인지, 아니면 건강검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약기운에 열한시 전에 잠들긴 했는데 한두시간마다 계속 자다 깨다 반복... 5시 50분 즈음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검진을 받으러 갔다. 

 

 

 

이맘때면 나처럼 바빠서/혹은 게을러서 검진을 미루고 미루다 막바지에 받아야 하는 직장인들로 넘쳐나서 사실 검진 받기에는 최악의 시즌이다. 7시부터 검진이 시작되지만 그 시간에 맞춰서 갔다가는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니 아예 뜬새벽에 가게 되었다. 작년엔 심지어 너무 바빠서 검진을 놓쳤기 때문에 이번엔 꼭 받아야 했다. 6시 반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미 내 앞에 6명이나 와 있었다. 하여튼 접수를 했고 기다리다가 7시 좀 안되어 검진을 받기 시작했다. 

 

 

 

재작년 이맘때 검진 메모를 찾아보니 그때도 이렇게 일찍 갔고 그 덕분에 별 대기 없이 두어시간만에 끝났다고 적어두었다. 올해는 완전히 달랐다. 도착한 시간은 비슷했고 검진 일자도 비슷했지만 이번엔 초음파와 내시경 등이 너무 밀려서 이렇게 일찍 시작했는데도 3시간 반이나 걸렸다. 예전에 비해 한두가지 검사 요청을 더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래 걸렸다. 채혈 코너에서도 혈관이 잘 안 잡히는 내 팔 때문에 골치였다. 어찌어찌 오른팔에서 피를 뽑았다. 나중에 수면내시경 받으러 갔을때는 주사를 손등에 놔야 했다. 근육 바로 옆에 혈관이 모여 있어서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니 그렇지만 전문가들이라면 휙휙 잘 잡아내주셔야 하지 않나요' 하고 울고 싶다. 기억을 거슬러가 보니 이 지점인지 다른 지점인지 하여튼 몇년 전에 채혈하다가 사방으로 피가 튀었던 무서운 경험도 있었으니 그때에 비하면 오늘은 양호하게 피를 뽑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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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는 뭐 별로였다. 작년 검진을 빼먹은 것도 문제지만, 노화는 지속되는데 과로와 스트레스, 최소한의 운동, 별로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을 영위해왔으니 좋을 리가 없다. 체중도 늘었고, 체지방률도 늘었고(흑흑), 심지어 혈압도 전보다 높아졌다. 그리고 수면내시경 후 아직도 마취 때문에 비몽사몽하고 있는 내게 직원이 종이쪽지를 내밀며 무슨무슨 위염의 종류를 쭉 나열하더니(원래 있던 것들이다) 거기 더해 조그만 용종들에 또 기존에 없었던 위염까지 있다고 조직검사도 해본다고 한다 ㅠㅠ 안그래도 요즘 위염증세가 심해서 약까지 처방받아 먹고 있었는데. 이건 사실 정말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 건데 인후통 때문에 독한 약까지 먹고 있으니 더 심해진 게 아닌가 싶다. 마취가 덜 깬 상태로 그다음 초음파 검사를 위해 대기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그 위염과 조직검사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별 일이야 있겠느냐 싶어도 사실 걱정은 됨. 결과는 2주나 기다려야 하니 그냥 잊고 일하며 지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용종을 떼낸 건 아니니 걱정을 좀 줄이자. 

 

 

 

수면내시경 때는 오늘따라 손등에 놓은 주사바늘이 너무 아프게 느껴져서 빨리 검사를 받고 싶었는데 대기가 좀 길었다. 하여튼 건강검진의 유일한 낙인 마취 타임이 와서, 희미한 휘발유 냄새가 슬며시 끼쳐오는 순간과 조명 꺼짐, 그리고 '심호흡하세요'에 맞춰 심호흡을 두어번 하면서 '심호흡이 제대로 안되네, 얕은 숨 쉬다가 마취가 되면 안 좋으려나' 하고 잠깐 의문하고, '왜 아직 안 가지' 하는 것에서 필름이 끊어졌다. 그리고는 직원이 나를 깨웠고 그 종이쪽지와 염증들과 검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내가 기침을 많이 했다고 한다 ㅠㅠ 역시 인후염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목이 며칠 더 아플 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니어서 1월 중순에 대장내시경을 하러 한번 더 가야 한다. 연말이라 순서가 다 차서 그건 내년 초로 밀렸기 때문이다. 흑흑, 마취 타임 한번 더 갖는 걸로 위안을(이게 도대체 위안할 일인가 싶지만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일말의 좋은 점... 하며 내시경 준비 약을 왕창 타왔음)

 

 

 

 

 

 

 

 

위염 때문에 좀 센 약을 한달 치나 처방받았다. 손목 치료받으러 간 병원 의사선생님에게 그 약을 보여주니 그게 제일 센 약이라고 한다. 뭔가 슬프다 ㅠㅠ 염증이 많이 심한 모양임. 검진을 마치고 위염 약을 타서 나오니 열시 반이 다 되어 있었다.  택시를 타고 동네로 돌아와 물리치료 받으러 집 앞 병원에 들렀다. 손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자 의사선생님이 금욜에 처방해준 약을 왜 안먹었냐고 야단을 치심 ㅠㅠ 그래서 '선생님이 인후염 약이랑 같이 먹기 독하면 그거 다 먹고 먹으라 하셨자나요, 그리고 오늘 건강검진이라 전날 저녁 약 먹으면 안될 거 같아서 그랬어요' 라고 했다가 두배로 야단을 맞음. 뭔가 매우 억울하다. 아픈 것도 스트레스이니 약은 그냥 먹어야 한다고 하신다. 아니 그러니까 금욜에도 내가 물어봤는데 ㅠㅠ 같이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둘다 소염제니까 인후염 약만 먹든, 아프면 저녁에만 같이 먹든 하라고 했는데 왜 뭔가 말이 바뀐 것 같지. 아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말에 빡치신 것인가 싶다 흑흑. 하여튼 그래서 위염 약 처방받은 걸 보여드리며 이거랑 그럼 그 손목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느냐고 확인을 받고(그냥 다 먹으라고 한다) 야단맞은 토끼 모드로 물리치료를 3~40분 가량 받은 후 집에 돌아왔다. 너무너무 피곤했다. 금요일부터 계속 병원과 약의 행렬이다. 

 

 

 

집에 돌아오니 정오가 좀 넘어 있었다. 밥과 계란찜, 미역국 등 속이 불편하지 않은 식사를 하고서 약을 먹은 후에 소화를 시키려고 한시간 좀 넘게 버티다가 결국 침대로 들어갔다. 수면내시경을 하고 나면 마취의 여파 때문인지 반나절 동안은 좀 정신이 몽롱하다. 아니면 이건 검진 전날의 불안감에 보통 잠을 잘 못 이루고 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두어시간 정도 완전히 암흑처럼 잤다. 그 와중에 또 무슨 용역심사에 참여해달라는 다른 회사의 업무요청 연락이 와서 스케줄을 확인하고는 졸음에 취한 채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안된다고 전화까지 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근데 묘하게 머리가 맑고 편했다. 마취 효과인가??? 

 

 

 

늦은 오후에 글을 조금 썼다. 그리고 저녁을 빨리 챙겨먹었고, 좀전에 인후통 약이랑 손목 통증 약을 같이 먹었다. 먹으면서도 '약물 남용 아닌가?' 하는 맘에 좀 찝찝했지만 모르겠다 그냥 먹었다. 그러니 낮에 잤지만 밤에도 잘 수 있겠지. 글을 좀더 이어쓰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새벽에 축구를 한다는데 깨지 않아야 할텐데. 축구야 당연히 이겼으면 좋겠지만. 하여튼 내일부터는 다시 빡센 노동 시작. 과로를 안해야 위염이 나을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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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