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 목요일 : 미싱, 정말 너무 바쁘고 힘든 하루, 자리 운도 없고, 네덜란드 소년은 정말 네덜란드에 있었을까? fragments2022. 9. 22. 20:52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이 벽을 지나쳐가면서 꼭 이 흔적에 잠깐 눈을 둔다. 아마도 '부라더 미싱'이었겠지. 하지만 눈을 둘 때마다, 미싱이 missing으로 변형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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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아주아주아주 바쁜 날이었다. 너무 바쁘게 일해서 정말 일분 일초의 여유가 없었다. 너무 신경을 많이 쓰며 일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7시 반 되기 전에 사무실 도착해 계속 정말 빡세게 일했고 오전엔 2시간 동안 스트레이트로 줌 회의 두개... 점심을 급히 먹은 후 면접심사를 하러 갔고 이것도 스트레이트로 두시간 반 동안 심지어 내가 진행.
면접심사는 언제나 진이 빠지는 일이다. 사람을 마주해야 하고 짧은 시간 동안 소위 '에센스 질문'을 던져서 그 사람의 직무 역량과 팀웍, 업무적합도 등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 건 아니고, 이건 좀 이상한데 싶으면 추가 질문을 던져 좀 압박을 가하기도 하지만 그건 내용 상의 문제이고 쓸데없이 압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도 잘 배분하고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으로 면접을 하면 무지 진이 빠진다. 전반적으로 내게 사람을 솎아내고 단시간 내에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람 대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는 타입이기도 해서 피곤피곤하다.
면접을 마치자 업무 시간이 거의 다 끝났지만 사무실에 돌아와 온갖 일들을 처리하고, 최고임원과도 피곤한 통화를 하고, 정말 이것저것 마구 쏟아지는 일들을 하다가 귀가했다. 오늘따라 지하철 운이 없었다. 출근은 새벽같이 했는데 오늘 새벽 지하철이 한대 고장나면서 연착이 되어 사람이 많았고 퇴근 지하철도 내 앞자리만 자리가 끝까지 안 나서 출퇴근 내내 장시간 서서 와서 너무 다리가 아팠다. 그리고 아침엔 선선했지만 낮에는 해가 뜨거웠고 퇴근 지하철은 너무 습하고 덥고 숨이 막혔다. 완전 녹초가 되어 귀가. 지금도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일이 많을까 흑흑... 네덜란드 토끼...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새벽 꿈에 아주 잠깐 발로쟈 슈클랴로프님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억이 거의 안 나는데, 아주 잠깐 복도 같은 곳에서 마주쳐 인사를 하고, 객석에서 무대 쪽으로 가서 그날 공연에 출연했던 그의 아내 마샤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어줬던 것 같다. 발로쟈도 마샤도 실제로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다정하고 상냥했던지라 기억 속에 정말 좋게 남았나보다.
아아 내일 하루만 잘 버텨보자. 아아 네덜란드 헉헉... 그런데 과연 네덜란드 소년 이야기는 네덜란드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일까? 둑 터지는 걸 온몸으로 문어발처럼 막아낸 가엾은 네덜란드 소년에 맨날 이입하는데 막상 그 동네 가면 '첨 듣는 얘긴데?' 하는 거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암스테르담에 출장 갔을 때 그쪽 사람들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지금은 암스테르담에 지인이 없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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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그런데 이 글을 다 쓰고 나자 갑자기 맨 위의 ~더 미싱은 부라더 미싱이 아니라 말 그대로 '더 미싱'이라는 어떤 연극이나 작품 제목일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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