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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슈클랴로프'에 해당되는 글 225

  1. 2016.07.09 잠시) 미샤의 로미오와 이바누슈카, 정장에 샴페인 엎지르기 39
  2. 2016.07.0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
  3. 2016.07.01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지젤, 청동기사상) 사진 몇장 더
  4. 2016.06.25 지젤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커튼 콜 사진 몇장.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에 대한 아주 짧은 메모(6.24, 마린스키)
  5. 2016.06.22 나가기 전,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6. 2016.06.21 6.20 월요일 밤 : 지젤 득템, 멋진 예술가에겐 장미를, 텐동, 메도빅, 마린스키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 슈클랴로프의 '나를 버리지 마' 짧은 메모와 사진 두세장, 또 비가 오네 2
  7. 2016.06.17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 몇 장(청동기사상, 돈키호테)
  8. 2016.06.16 청동기사상(스메칼로프 안무) - 슈클랴로프 & 테료쉬키나 아주 짧은 메모 먼저 2
  9. 2016.06.11 슈클랴로프 돈키호테 커튼 콜(6.9) with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4
  10. 2016.06.11 6.10 목요일 밤 : 그의 화보집 득템, 성당, 오후부터 밤까지 좋은 시간 보냄 -샤스찌예, 아스토리야 바, 서프라이즈, 백야의 밤 산책 4
  11. 2016.06.10 못 자고 일단 조식 먹으러 옴, 어제 슈클랴로프 사진 몇장(다른 분이 찍은 것) 4
  12. 2016.06.10 6.9 수요일 밤. 마린스키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역시 근사한 남자, 보고 싶었던 분과 조우, 자고 먹고 해야 살아난다.. 4
  13. 2016.06.06 마음의 위안 : 슈클랴로프 + 비슈뇨바 + 페테르부르크 + 고양이
  14. 2016.06.01 무용수 #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15. 2016.05.28 집1을 위한 슈클랴로프 달력 도착 4
  16. 2016.05.19 슈클랴로프 인터뷰 : 바이에른 이적 및 마린스키에 대한 이야기 등(러시아어 인터뷰) 4
  17. 2016.05.15 잠시 :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세 개의 메모 - 쓰던 순간, 1년 후, 3년 반 후 55
  18. 2016.05.05 발레 화보들 : 비슈뇨바, 테료쉬키나, 김기민, 바리쉬니코프, 트와일라 타프, 루지마토프, 이반첸코, 레베제프, 슈클랴로프 10
  19. 2016.04.30 (러시아 방송 클립) 슈클랴로프 & 쉬린키나 - 발레 파트너이자 부부로 산다는 것, 로미오와 줄리엣 영상 일부 등 4
  20. 2016.04.29 세계 춤의 날 기념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4
  21. 2016.04.19 추가) 슈클랴로프 화보집 출간 기념회 영상 클립 두개
  22. 2016.04.19 슈클랴로프 화보집 출간 기념회 사진들(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2
  23. 2016.04.14 '나를 버리지 마'(Не покидай меня),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공연 클립과 사진 몇장 4
  24. 2016.04.10 잠시 : 볼쇼이로 떠나는 미샤, 슈클랴로프 소식에 덧붙여, 팬과 예술가의 거리, 그 글을 쓰던 때 40
  25. 2016.04.06 부디 그냥 소문이길 ㅠ 4

 

 

 

 

 

 

 

이번에 페테르부르크에 가서 공연을 여러 차례 봤다. 마린스키에서 5회, 미하일로프스키에서 2회, 알렉산드린스키에서 에이프만 발레까지 총 8번을 봤는데 아주 좋았던 것도 있고 그럭저럭이었던 공연도 있었다.

 

극장에 가면 종종 나는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생각하거나 인물들에 대해 생각한다. 특히 마린스키에 가면 더 그렇다. 내가 데리고 쓰는 주인공이 그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근 10년만에 에이프만의 공연을 보았을 때는 내가 왜 이 인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오랜 옛날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

 

발췌한 부분은 3년 전에 쓴 장편의 중반부이다. 배경은 1974년에서 1975년 초. 주인공 미샤가 키로프 극장에 입단해서 두번째 시즌을 맞이했을 때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그리고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를 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라브로프스키 버전. 여기의 곱사등이 망아지는 요즘 마린스키에 올라가는 라트만스키 버전이 아니고 나의 본편 우주에서 당시 키로프 예술감독(허구의 인물) 보리스 아사예프가 새롭게 안무한 버전이다. 둘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배역도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미샤는 조금 다른 식으로 춤춘다.

 

하지만 이 글을 쓸때 나는 춤에 대해서만 쓰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 글의 진짜 화자는 트로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샤가 정장에 샴페인을 엎지르는 얘기도 나왔다. 그 얘기는 아래...

 

 

(... 글에 언급되는 보리스 아사예프는 키로프 예술감독, 다닐로프는 행정감독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허구로 만들어낸 극장 구조와 인물들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두번째로 맞이한 가을 시즌에서 미샤는 지나이다와 짝을 이루어 춤추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더 이상 크류코바나 다른 인민예술가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그 젊은 무용수가 무대 위에 꼼짝도 않고 두 시간 동안 앉아 있기만 해도 극장에 찾아올 기세였다. 그와 지나이다는 첫해에 미처 추지 못했던 주요 레퍼토리들의 배역을 거의 모두 섭렵했다. 키로프 무대에서 채 보여주지 못한 것들 중 몇 가지는 연방과 해외 투어에서 췄다.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보리스 아사예프는 미샤에게서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능력과 음악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발견했다. 혹독한 교육과 훈련으로 다져져 고전 발레의 테크닉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무용수였지만 미샤 야스민에게는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하고 전통적 방식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성향이 있었다. 그건 자칫 잘못하면 천박하고 지저분한 스타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미샤는 휘파람을 불 듯 가볍고 우아하게 그런 시도를 계속했고 대부분 성공했다. 관객들은 그가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키로프의 전통을 박살내며 야만인처럼 무대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전통주의자에 가까운 아사예프는 미샤의 그런 특질 때문에 분노에 사로잡힐 때도 많았지만 보통은 매료되거나 고민에 빠졌다. 당에서 박아 넣은 밋밋한 예술감독이라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그는 나름대로의 심미안을 갖추고 있었고 재능에 대한 감별력도 뛰어났다. 아사예프는 미샤와 새 배역을 놓고 리허설을 할 때마다 그의 새로운 해석과 놀라운 움직임에 감탄을 해야 할지 아니면 그 반항적이며 타협하지 않으려 드는 태도를 들어 역을 빼앗아버려야 할지 골치를 썩여야 했다.

 

 울리얀 세레브랴코프를 축으로 한 남성 무용수들 다수는 그런 미샤를 미워했다. 그건 순식간에 톱스타가 된 후배에 대한 질시 뿐만은 아니었다. 미샤는 선천적으로 집단에 포함되거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바깥에서는 예의도 제법 지키고 차분한 편이었지만 춤과 관련된 일에서는 연공서열이나 소모적인 명령 따위를 경멸하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새 시즌에도 선배들과 미샤 사이에는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가 여러 번 생겨났다. 미샤는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꽤 친해진 발레단 코디네이터 타마라로부터 가끔 그런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고 걱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여자 파트너들은 미샤에게 별로 불만을 갖지 않았다. 존재감이 강력해서 어디서나 훌쩍 튀어버리는 경향은 있었지만 미샤는 기본이 잘 되어 있는 파트너였고 상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면서 움직임이나 포즈를 아름답게 뽑아내 주는 기량이 탁월했다. 미샤와 춤을 췄던 여자 무용수들은 한결같이 그의 음악적 감각과 무대 장악력에 대해 얘기했고 다시 파트너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으로 상대를 압살하기보다는 파트너를 그 경이로움 속으로 함께 데려갈 때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떠나갈 듯한 갈채와 기록적인 커튼콜 앞에서 무심할 수 있는 무용수들은 별로 없었다.

 

 

 12월 중순에 그는 지나이다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췄다. 부다페스트에서 춘 이래 두 번째였지만 레닌그라드에서는 처음이었다. 발레단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커플인데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배역의 상징성 때문에 공연 당일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다들 미샤 야스민과 지나이다 세도바의 테라스 장면을 보고 싶어 몸이 달았다.

 

 그 날은 극장과 관련된 기념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당 중앙위원들과 정부 관료들이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했고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극장 바깥에 모여 발을 동동 굴렀다. 대담한 몇몇은 몰래 칸막이 자리로 숨어들기도 했다.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왔고 렌필름에서도 무대를 녹화하러 왔다.

 

 후끈 달아오른 관객들의 기대와는 달리 극장 내부와 몇몇 전문가들로부터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둘 다 사랑스럽고 달콤한 연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고 가냘프고 섬세하다기보다는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타일의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사예프는 한때 미샤와 지나이다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금발로 염색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둘 다 거부했다. 트로이는 세레브랴코프가 스페이싱 리허설을 마치고 내려오던 지나이다에게 기껏해야 머큐시오에나 어울리는 파트너를 얻어서 참 안됐다고 비아냥거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타마라는 두 손을 마구 휘저으며 과장된 어조로 외쳤다.

 

 

 “ 오오, 난 지나가 울어버릴 줄 알았어, 트로이! 울리얀은 본성이 못된 건 아니지만 원하기만 하면 엄청 기분 나쁘게 말할 수 있거든. 그 사람 독설 때문에 신입 남자애들도 여럿 우는 거 봤어. ”

 

 “ 그런데? ”

 

 “ 와, 지나가 그렇게 성깔 있는 앤 줄 상상도 못했지. 눈을 똑바로 뜨면서 나이 값 못하는 선배와 추느니 머큐시오 따위와 추는 게 백배 낫다고 쏘아붙이던데. 너도 그때 지나를 봤어야 해. 눈이 이글거리는 게 미샤랑 똑같았어. 무섭기는 걔보다 훨씬 무서웠지. 역시 빨간 머리는 달라. 둘이 정말 딱 어울려. ”

 

 

 그래서 트로이는 성깔 넘치는 반항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며 극장에 갔다. 촬영에 여념이 없는 이고리 옆에 앉아 타냐와 갈랴, 료카와 함께 공연을 봤다. 갈랴는 우리 로미오가 진짜 로미오를 추는 걸 어떻게 보지 않을 수가 있느냐며 아기도 어머니에게 맡기고는 새 옷을 차려입고 왔다. 그들 모두 미샤가 발레학교 시절 췄던 짧은 2인무를 떠올리며 감개무량해 하고 있었다.

 

 

 이고리가 막이 드리워져 있는 무대를 향해 카메라를 길게 빼며 말했다.

 

 

 “ 이봐, 저 앞자리에 쿨리마코프가 앉아 있어. 스비제르스키도. ”

 

 “ 그래, 돔브로프스키와 불리첸코도 같이 들어가더라. 아까 기념식 했잖아. 오늘 다닐로프 완전 긴장 타겠는데. 높으신 분들이 대체 몇 명이야. ”

 

 “ 더 장난 아닌 거 얘기해줄까? 마로조프도 왔어. 그 드미트리 마로조프. ”

 

 “ 그 도살자? 추기경? 젠장, 우리 저쪽 줄에 폭탄이라도 하나 던져버리자, 구국영웅이 되는 거야! ”

 

 “ 안되지, 우리 로미오가 다치잖아. 폭탄은 커튼 콜 끝난 다음이야. ”

 

 

 그때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그들에게 쉿 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현대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했다.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언제나 보석 같은 언어로 교묘하게 치장된 섬세한 포르노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 초년생 시절 셰익스피어 연구회 친구들과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 그 발레를 보러 갔었다. 발레는 떠들썩하고 장황한 음악과 호화스런 볼거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셰익스피어의 에로틱한 언어를 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미샤는 로미오 역을 준비하면서 트로이에게 그 희곡의 영어 낭송 테이프를 구해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밤마다 그 대사를 들으며 잤다. 트로이는 그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보다도 그 영어 테이프를 더 많이 들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미샤와 지나이다가 테라스에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극장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우려와는 달리 그들은 전혀 타타르 전사나 그루지야 미녀처럼 춤추지 않았다. 그건 정말로 사춘기 연인들의 춤이었다. 미샤와 지나이다는 첫 번째 아다지오를 청순하고 조심스러운 아이들처럼 시작했다. 하지만 순수함과 건전함으로 표백된 피오네르 소년소녀들의 춤은 아니었다. 음악이 고조됨에 따라 그들은 성에 눈뜨는 사춘기 연인들의 경이와 탐색을 거의 짐승과도 같은 예민한 감각으로 점점 생생하게 형상화해냈다. 그건 셰익스피어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섬세하게 정련된 우아한 포르노였다.

 

 트로이는 미샤가 어떻게 섹스를 무대 위로 가지고 올라와 저토록 소년답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춤출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관객들과 전문가들도 그 무대를 외설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트로이는 알았다. 관객들 대부분도 알았을 것이다. 미샤와 지나이다는 어린 연인들의 섹스와 욕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문화예술계 인사들 앞에서 당과 소비에트의 명예를 드높이는 키로프 극장의 스타 커플이 섹스를 형상화한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젊은 연인들의 풋풋하고 애처로운 사랑과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성의 쾌락에 대한 노골적이며 호기심 넘치는 탐색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미샤와 지나이다는 관객들을 유사 오르가즘으로 몰고 갔다.

 

 

 침실에서 미샤는 대담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애인이었다. 당과 사회의 지탄을 받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소심하고 폐쇄적인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그에 비하면 경험이 일천한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도중, 드문 순간이면 트로이는 그에게서 길 잃은 아이처럼 쓸쓸하고 순진한 모습을 보았다. 경이로움과 공포. 그리고 무대 위의 로미오에게도 그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은 드라마틱하게 극대화되었고 관객들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 사랑에 빠뜨렸다. 미샤의 로미오와 지나이다의 줄리엣이 종말을 맞았을 때 관객들은 진심으로 슬퍼하며 자기 첫사랑이 죽은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 아사예프의 선택이 성공했던 것이다. 세레브랴코프조차도 더 이상 미샤를 머큐시오 역에나 어울리는 풋내기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고리와 영화사 동료들이 촬영한 필름은 연말에 국영채널에서 방영되었다. 미샤는 호두까기인형을 추지는 못했지만 대신 아사예프가 야심차게 리메이크한 ‘곱사등이 망아지’의 새해 초연에서 이바누슈카를 췄다. 파트너인 공주 역을 춘 것은 지나이다가 아니라 코펠리아 역으로 유명했던 옥사나 셰먀코바였다. 그 공연에서 미샤는 드라마와 비극 뿐만이 아니라 희극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돈키호테를 췄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 그건 축복받은 재능이었다.

 

 

 이바누슈카를 출 때 미샤는 머리색을 금발로 물들였다. 아사예프는 자기가 제안했을 때는 무시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런 짓을 하느냐고 짜증을 냈지만 미샤에게는 자기 나름대로의 배역 해석 방법이 있었고 감독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트로이가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미샤는 욕조에 앉아서 직접 머리칼을 자르고 블론드로 염색을 시도하고 있었다. 트로이는 뒷머리에 약을 바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 이거 너무 밝은 거 아냐? ”

 

 “ 아주 밝아야 해. 색이 빠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거야. ”

 

 

 미샤는 참을성 있게 탈색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색을 덧입혀서 아주 엷고 밝은 꿀 색깔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뒷목덜미에 잠깐 두드러기가 일어나서 트로이는 얼음을 가져와야 했다. 미샤는 따끔거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눈썹까지 물을 들였다.

 

 

 “ 그냥 스프레이로 물들이면 안돼? 분장사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

 

 “ 머리가 너무 까매서 스프레이는 잘 안 들어, 분장사도 포기했어. ”

 

 

 미샤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도 몇 주 정도 머리색을 되돌리지 않고 다녔다. 키로프에서 새로 제작하는 화보집 촬영 작가가 블론드의 이바누슈카 사진을 넣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엷은 꿀 빛깔의 머리와 금빛 눈썹의 미샤는 완전히 낯선 존재로 보였다. 트로이는 길게 흐트러진 검은 머리의 미샤가 더 좋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처럼 짧은 금발 머리로 열쇠를 따고 들어와 현관에서부터 수트 재킷과 드레스 셔츠와 타이를 벗어 내팽개치는 미샤를 볼 때마다 갈랴의 집에서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어하기 힘들만큼 격한 욕망을 느꼈다.

 

 

 미샤는 정장을 싫어했지만 연초부터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정장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며 고집을 부리자 다닐로프는 새해 선물로 그에게 새 수트를 한 벌 떠안긴 후 무조건 입고 나오라고 엄포를 놨다. 미샤는 당 지역위원회 서기가 주최한 파티에서 고의로 자기 옷에 샴페인을 엎지르고는 다음날 비슷한 행사에 전혀 얌전하지 않은 스웨이드 재킷을 입고 나갔다. 화가 난 다닐로프는 타마라를 시켜서 서로 다른 디자인의 수트를 세 벌이나 사오게 한 후 옷들을 말 그대로 미샤의 얼굴에 냅다 집어던졌다.

 

 

 “ 그래서, 또 샴페인을 엎질러야 하는 거야? 아니면 와인? ”

 

내 급료에서 제할 줄 알았는데 공금으로 지출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입기로 했어. 스타일은 후졌지만 소비에트에서 무려 공금으로 하사하신 거니까. ”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트로이는 그 정장들의 스타일이 어디가 어떻게 후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거라곤 짧은 금발을 하고 나타나 재킷과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를 기록적인 속도로 벗어던지는 미샤의 앞에서 도저히 태연하게 견딜 수 없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사춘기 줄리엣처럼 몸이 달았고 가끔은 침실이나 소파까지 가지도 못했다.

 

 

 마침내 그는 미샤에게 머리색을 되돌리라고 종용했다. 화보 촬영도 다 끝났으므로 미샤는 순순히 검은 머리로 돌아왔는데 그때서야 트로이는 머리색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계속해서 사랑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충족되지 않는 갈망으로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검은 머리의 미샤 야스민과 갈색 머리의 미샤 야스민, 금빛 머리의 미샤 야스민, 심지어 붉은 머리와 푸른 머리, 자주색 머리의 미샤 야스민조차도 모두 그의 곁에 존재하는 동시에 다른 무수한 남자들의 곁에 존재할 것이다. 그 무수한 남자들에게도 미지의 이름이 주어져 있고 미지의 욕망이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트로이는 그 사실을 오랫동안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예전에 미샤가 키로프에 데뷔해 해적의 알리와 지젤의 알브레히트를 추는 장면을 발췌한 적이 있다. 그 글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128

 

 

 

 

그냥 지나가면 아쉬우니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로미오와 곱사등이 망아지의 이바누슈카 사진 몇 장. 사진은 alex gouliaev.

 

 

 

 

 

상대역은 디아나 비슈뇨바

 

 

 

이것부터 세장은 상대역이 알리나 소모바

 

 

 

 

 

마지막은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이바누슈카를 추는 슈클랴로프.

:
Posted by liontamer
2016. 7. 3. 17:08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6. 7. 3. 17:08

 

자리 비운 동안 넷에 올라온 슈클랴로프 화보들 몇 장.

나도 저렇게 잘 찍고 싶다 ㅠㅠ 흰 옷 입어 번져버린 커튼 콜 사진들이 눈앞에 어른어른..

 

최근 글린카 극장에서 고팍과 발레101을 춘 슈클랴로프. 먼저 고팍.

아아,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 입고 고팍 추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싶다!!! 얼마나 훨훨 날아다닐 것인가. 얼마나 경쾌하고 생기 넘칠 것인가...

 

 

저 헐렁한 루바슈카와 빨간 바지를 보니 너무 귀엽다.. 애 아빠 맞느냐..

 

 

발레 101.

7월에 도쿄에 와서 에튀드와 이 발레101을 춘다는데 이제 나는 파산이라 도저히 도쿄까지는 못 가겠네..

이 사람이 추는 발레 101 진짜 무대에서 보고프다. 영상만 봐도 유머와 생기가 철철 넘치는데..

 

 

 

 

이건 스메칼로프의 '녜 빠끼다이 미냐"(나를 버리지 마)

사진은 Jack Devant

아아, 내가 이번에 가서 찍은 커튼 콜 사진은 흰옷 입은 유령으로 나왔건만..

좋은 작품이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을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스메칼로프의 초기 안무작이자 역시 슈클랴로프가 나왔던(그땐 오브라초바와 췄지) parting의 보다 원숙하고 고통스러운 버전 같은 느낌도 드는 작품이었다. 아마 둘다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의 알리를 춘 슈클랴로프

아무리 봐도 콘라드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예쁜 알리...

 

 

악, 그렇게 웃으면 관객들 다 쓰러진다...

 

 

얼마전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와 함께 춘 라 바야데르. 사진은 캡션대로 elena lekhova

 

 

이 사진 보니 다시 이 사람의 라 바야데르 무대를 보고 싶다. 이 사람은 1막부터 3막까지 점점 사람을 휘어잡는 솔로르로 변해간다. 그러니까, 1막은 좀 철딱서니 없지만 사랑스러운 연인, 2막은 안절부절 못하는 비겁한 배반자, 3막은 참회와 회한으로 몸부림치는 알브레히트 같은 남자인데 이 사람의 연기와 춤은 3막에서 가장 빛을 발하곤 한다.

 

3막에서 이 사람이 스카프를 휘날리며 무대로 뛰어나와 선회하고 망령들의 그림자 앞에서 니키야를 향해 뛰어오를 때면 간혹 숨을 죽이게 된다. 그만큼 사람을 매료시킨다. 2막 결혼식의 화려한 2인무보다는 이 3막의 2인무와 솔로가 훨씬 잘 어울린다.

 

 

청동기사상.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최근 내가 본 공연들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연기와 춤과 무대였다.. 비단 슈클랴로프 뿐만 아니고 스메칼로프와 무대 미술, 음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분명 광란의 예브게니를 혼신을 바쳐 연기해낸 이 사람이 있었다. 아직도 3막에서 이 사람이 테료쉬키나의 환영을 보며 허우적거리고 미쳐 웃고 청동기사상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당신은 좋은 무용수이고 동시에 좋은 배우예요.

 

 

 

백조의 호수.

사진은 natalya knyazeva

만일 내가 오데트인데 지그프리드가 저런 표정으로 달려와 '오데트야 미안해 오딜한테 깜박 속아버렸어...' 라고 하면 나는 용서해줄 것 같아... ㅠㅠ

 

잠자는 미녀. 테료쉬키나와 함께.

사진은 두 장 모두 karina edwards

내가 딱히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은 데지레 왕자 역에 맞춤이나 다름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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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독도 안 풀리고 정신이 없어서 이번에 가서 본 8개 공연의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안 쓸지도 ㅠㅠ

 

슈클랴로프 무대를 운좋게 4번 봤다. 돈키호테, 청동기사상, 날 버리지 마, 그리고 지젤이었다. 러시아에 있는 동안 틈틈이 커튼콜 사진 몇장과 짧은 메모는 올렸었는데... 오늘은 지젤과 청동기사상 커튼콜 사진 몇장 더 올려본다. 그나마 지젤은 의상 덕을 봤는데 청동기사상은 흰 의상과 조명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못 건짐 ㅠㅠ 내가 보러 간 날 방송 녹화했는데 청동기사상 제발 방영하거나 dvd 나와줬으면 좋겠다..

 

사진 속 지젤의 파트너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청동기사상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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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따로 써야 할 것 같고... 앞선 6.24 메모에서 아주 짧은 글은 남겼었다(http://tveye.tistory.com/4834)

 

슈클랴로프는 역시 알브레히트나 솔로르, 로미오 같은 역이 몸에 딱 맞는 사람이다. 타고난 기품과 열정적이고 호감을 자아내는 연인의 로맨틱함을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알브레히트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의 솔로르와 마찬가지로 내가 미르타라도 좀 용서해주고 싶을 것 같았다(원래는 절대 그런거 없음! 원래 나는 항상 미르타 대왕이입, 힐라리온 왜 죽이냐, 알브레히트 저 못된 놈을 없애라! 모드임...)

 

그리고... 이 사람 클라이막스에서 원래 제자리 앙트르샤 안 추는데 오늘은 앙트르샤 스페셜이었음... 어머나 너 웬일이니... 눈호강...

 

나는 알브레히트가 윌리들 앞에서 춤출때 테크닉을 과시하며 멋있고 근사하게만 추는 걸 보면 좀 이입이 안되는데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정말 격렬하게 추다가 헐떡거리고 힘들어하고 '나 이러다 죽을 거 같아요 ㅠㅠ 더 못 추겠어요' 라는 상태가 너무나도 명확하고 역력히 드러나서 좋다. 앙트르샤 열심히 추다가 갑자기 음악이 약간 남았는데 생각지 않게 가슴 움켜쥐고 고꾸라진다든지... '나 춤추다 죽어요 ㅠㅠ' 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알브레히트의 처절함과 공포, 그리고 완전한 소진 상태를 그대로 표현해줘서 좋았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기품있는 알브레히트, 끝까지 왕자처럼 잘 추는 알브레히트를 좋아할 것이다. (이고리 콜브가 좀 그런 타입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편이 더 좋다.

 

 

 

역시나 윌리들과 함께 있을떈 흰옷 때문에 다 번짐... ㅠㅠ 이땐 건진 사진 거의 없다...

그래도 무대 사진이니까 한 장만 올려봄.

 

커튼 콜 후 둘이 나와서 무대 인사.

 

아아, 브라보~~

 

알브레히트의 여운 탓인지 슈클랴로프는 한동안 좀 넋빠져 있는 모습이었는데 근사했다.

마트비옌코가 아니라 다른 파트너였다면 좀더 좋았겠지만... ㅠㅠ 마트비옌코는 그래도 1막은 더 괜찮았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진 많이 찍긴 했는데 몇장만 골라서 올려본다. 나중에 리뷰와 함께 더... (근데 언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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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의 슈클랴로프-지젤-알브레히트 관련 포스팅과 내가 미샤의 알브레히트에 대해 썼던 발췌글은 아래..

 

알브레히트 - 루지마토프(리허설), 슈클랴로프 + 오시포바, 쉬린키나 영상 클립 : http://tveye.tistory.com/3127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 사진 몇 장 + 살려주고 싶은 알브레히트의 요건 등 : http://tveye.tistory.com/2898 

알브레히트로 데뷔한 미샤에 대해 썼던 본편 발췌 : http://tveye.tistory.com/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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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2. 19:22

나가기 전,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dance2016. 6. 22. 19:22



내가 찍은 사진은 다 번져 아쉬우니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장 올려본다. 이건 그저께 본 '날 버리지 마'

아무도 너 못 버려 흐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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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설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이 예쁜 사진은..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 maria shirinkina가 instagram에 며칠전 아버지의 날이라고 올린 사진. 아아, 애기 많이 컸네. 이제 한살 반쯤 됐을텐데. 애기 알렉세이가 아빠랑 닮았고 코는 엄마 닮았다.. 크면 여럿 울리겠고만.. 너무 이쁜 아빠와 아들!!






이건 내가 마린스키 신관에서 찍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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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무대 인사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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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메모가 늦은 이유는, 어젯밤 돌아왔더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어 연결이 안됐기 때문이다. 간밤 늦게 노트북에 메모 남겨놓았던 내용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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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쯤 잠들었는데 4시에 깨고, 역시나 7시 안되어 깬 후 계속 1~2시간마다 깼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눈 감을 때마다 다시 잤다.

   

계속계속 잠만 자고 싶었다. 억지로 정오쯤 일어났고 씻은 후 어제 부셰에서 사온 플레이따 빵과 체리, 디카페인 티로 방에서 아점 먹었다. 어제 고생한 거 생각해서 차 마시기 전에 먼저 약 먹었고 아침엔 디카페인 티 마셨다.

 

나가려다 혹시나 마린스키 홈페이지 봤더니 지젤 베누아르 구석 자리가 갑자기 몇 개 나와서 급하게 그나마 제일 나은 자리 1개를 예매했다! 분명 내가 봤을땐 1열 자리였던 거 같은데 끊고 보니 2번이라 아마 두 번째 줄인 것 같다 ㅜㅜ 첫줄이면 좋을텐데. 그래도 지젤 표 얻은 게 어딘가...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를 볼 수 있구나... 사이드라서 한쪽이 많이 가리겠지만 할 수 없지 ㅠㅠ 뜻하지 않은 선물 같았다. 

 

4시 좀 안되어 나왔고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하철역 맞은편 꽃집에서 꽃을 샀다. 앞으로 슈클랴로프를 마린스키에서 볼 일이 드물어질 것 같아 아쉬워서... 이 사람이 오늘은 흰옷 입고 나오니 색깔 있는 꽃을 주고 싶었다. 빨간 장미를 주고팠지만 너무 활짝 피어서 곧 시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오렌지빛 도는 분홍장미 꽃다발을 샀다. 짧은 카드를 동봉했음.

 

옆의 하늘색 꽃무늬는 내 원피스 ㅋㅋ 꽃돌이에게 줄 꽃과 내 꽃옷. 꽃의 3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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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야 모르스까야에 생긴 라멘집에 가서 텐동과 오렌지주스 먹음. 사과주스를 잘못 갖다줬다며 미안하다고 오렌지주스를 또 가져다줘서 주스가 두 개가 되었다. (근데 오렌지주스도 남기고 사과주스는 거의 못 마심. 아까버...) 간만에 간장에 비벼진 밥 먹으니 좋았다. 일본 점원들이 일을 했는데 그래선지 여기는 요상망측한 퓨전 맛이 아니어서 좋았다. 난 우동국물이 먹고팠지만 라멘집이라 국물은 라멘만 있었다. 라멘은 짜고 기름져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리고는 고스찌에 가서 메도빅을 먹고 차를 마셨다. 역시 여기 메도빅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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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쯤 나섰다. 날씨가 매우 좋았다. 버스 타면 꽃 구겨질 것 같아서 꽃다발 안고 운하 따라 극장까지 걸어갔는데 은근히 무거웠다 ㅠㅠ 그리고 더웠다.

 

6시 반에 도착해 입장. 꽃을 맡겼다. 첨엔 예르마코프에게 주는 꽃다발 하나만 꽂혀 있었지만 나중엔 꽃이 가득 찼다. 오늘 젊은 안무가들 공연이고 무용수들도 많이 나오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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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막은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 2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 유리 스메칼로프의 ’Ne me quitte pas'(녜 빠끼다이 미냐, 날 버리지 마),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Glina’,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레지, 오필리아’였고 3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이었다. 제일 마지막 것만 전에 이고리 콜브가 춘 영상을 봤었다.

 

사실 난 오늘 슈클랴로프의 ‘날 버리지 마’를 보러 온 거나 다름없었다. 이것도 마린스키 공고는 늦게 나왔지만 나는 슈클랴로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람이 20일 이 공연에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끊은 것이다. 제일 앞줄 가운데자리를 득템하면서도 혹시나 안 나오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나마도 이게 모던발레들 갈라라서 자리가 있었던 거지 딴 작품들은 자리 구하기 힘들었고 앞자리는 못 구했었다.

 

워낙 여러 작품들이라 리뷰는 나중에... 일단 간단한 인상만 적자면.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가 의외로 좋았다. 막스 리히터가 비발디 사계를 변주해 쓴 음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거니와 콘다우로바와 즈베레프를 필두로 무용수들의 춤도 서정적이고 의외로 가슴에 와닿았다. 솔직히 어제 봤던 스트라빈스키 두 작품들보다 이게 더 좋아서 놀랐다.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는 유머러스했고 포킨의 장미의 정령에 대한 윙크 같기도 했다. 깜박 잠든 근위병이 귀족들의 춤에 대한 환상을 본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글리나’는 사실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움직임은 다채로웠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러지, 오필리야’는 고만고만한 작품이었지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그녀가 무대를 살렸다. 예르마코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료쉬키나에게 묻히는 느낌이었다.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은 영상으로 볼때보다 훨씬 좋았고 재미있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영상을 봤을 때 놓쳤던 부분들도 많았다. 필립 스쵸핀이 왕 역으로 첫 데뷔했는데 여태 내가 본 스쵸핀 무대 중 제일 깔끔하고 멋있게 나왔다. 이 사람은 무대 분장을 연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왕을 춘 스쵸핀의 춤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초연을 이고리 콜브가 췄다보니 비교가 되었다. 콜브는 성격배우 특성이 있고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코믹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프게 표현했는데 스쵸핀은 좀더 반듯하고 젊어서 전자가 ‘왕’같다면 후자는 좀 ‘왕자’같았다. 그리고 스쵸핀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긴 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나를 버리지 마’.

 

이 공연 너무 짧다 ㅠㅠ 6~7분 정도 되려나. 아쉬워라...

 

마린스키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겔레나 가스카로바가 동명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흰 재킷과 바지의 수트를 차려입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의자에 앉아 괴롭게 몸을 움직이다 점차 무대를 선회하며 춤을 춘다.

 

조명은 책상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스카로바와 홀로 춤추는 슈클랴로프 양쪽에만 비춰지는데 흰옷을 입은 슈클랴로프는 어둠 속에서 하얀 불꽃처럼 춤췄다. 스메칼로프 안무 특유의 움직임들,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다운 애절하고 격렬한 감정 표출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심금을 울렸다. 본시 소프라노를 못 견디는데도 슈클랴로프의 춤과 잘 어울렸다.

 

흰 옷을 입고 격하게 몸부림치고 얼굴 전체로 고통과 열망을 표현하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누가 어떻게 이런 널 버리고 떠나겠니!’ 란 생각마저 들었다.

 

감정 북받치는 짧은 공연 후, 엄청난 브라보를 받았고 꽃도 많이 받았다. 아마 오늘 얘가 꽃 제일 많이 받은 듯... 내 꽃도 받았다 :) 뿌듯...

 

사진은 다 번졌다 ㅠㅠ 마린스키 신관 조명 미워.. 게다가 흰옷이니 망할 줄 알긴 했다만 아깝다. 정말 아름답고 근사했다.

 

 

이게 그나마 덜 번진 사진이다 허헝헝..

 

이건 번지긴 했지만... 꽃다발 잔뜩 받은 모습... 저기 내 꽃도 있어어어 ㅠㅠ 근데 번져서 분간도 잘 안돼 ㅋㅋ

 

 

그래서 아쉬우니...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겔레나 가스카로바(Gelena Gaskarova)가 백스테이지에서 찍어 인스타그램 올린 사진 한장. 스메칼로프, 가스카로바, 슈클랴로프 :)

 

아아, 녜 빠끼다이 미냐, 녜 빠끼다이 나스, 발로쟈!

 

..

 

끝나고 원래 석양보며 걸어가려 했는데 세상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비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ㅠㅠ 역시 뻬쩨르..

 

그래서 샵에서 산 마린스키 후드 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급하게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27번이 와서 탔고 앉았다.

 

내려서도 후드 티를 머리에 쓰고 급하게 호텔로 달려들어옴. 제일 작은 사이즈만 있어 긴가민가 하다 그냥 샀는데 요긴하게 우비 대용으로 개시함 ㅠㅠ (입어보니 지금은 여유 있게 잘 맞는데 좀만 살찌면 살짝 타이트해질 것 같다 ㅠㅠ 살찌면 안되겠고만...) 흑흑, 중국 찻잔은 누룽지랑 된장국으로 개시하고 마린스키 후드 티는 우비로 개시했어... 돌아와서 빨아서 옷걸이에 말리고 있다.

 

..

 

 

근데 방에 왔더니 청소부가 창문 열어놓고 간게 안 닫혔다. 어제도 안 열리더라니.. 리셉션에 전화하자 여직원이 왔는데 이 방이 전에도 창문이 그랬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2년전에도 내 방 창문이 이랬었다. 앙글레떼르는 창문이 좀 문제인가보다 ㅠㅠ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가. 결국 다른 남자직원도 와서 힘으로 눌러서 닫았다. 앞으로 열면 안되냐 했더니 안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힝...

 

그리고 와이파이가 안돼서 내방만 이러나 싶어 내려가 물었더니 지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나만 그런게 아니니 다행인가. 그래서 여기 메모 쓰고 있음.

 

내일은 날씨가 좋으면 k갤러리에 가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화장품을 사려는 중이다. 수분크림 똑 떨어짐... ㅠㅠ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어서 그렇다.

 

무지 배고픈데 먹을게 없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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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청동기사상과 돈키호테 커튼 콜의 슈클랴로프 사진 찍은 거 몇 장.

 

하얀 옷 입고 나온 슈클랴로프는 매우 근사하고 아름답긴 했으나.. 찍사로서의 내 능력부족으로 인해(ㅜㅜ) 그 흰 옷과 조명이 너무 번져서 제대로 건진 사진이 거의 없다... 아쉬워라..

 

먼저 어제의 청동기사상 커튼 콜 몇장 더. 이건 진짜 많이 못 건짐. 둘다 흰옷에다 마린스키 신관 무대 조명도 원체 밝아야지 ㅠㅠ

 

 

 

페테르부르크와 푸쉬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무대배경에 가슴 뛰지 않을 수 없으리라..

 

제정 러시아와 푸쉬킨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주인공 예브게니 역의 슈클랴로프도 프록코트와 조끼를 차려입고 심지어 귀 옆으로 조그맣게 구레나룻까지 붙이고 나와서 깨알같았다. (근데 그거 붙이고 나와도 예쁠 수가 있다니!)

 

 

 

 

아아, 어디 가...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 ㅠㅠ

 

마린스키 신관은 구관보다 커튼 콜이 항상 짧아서 아쉽다. 여기는 막 앞으로 나오지만 구관은 얇은 하늘색 커튼이 드리워지고 그 앞으로 무용수들이 뛰어나오기 때문에 팬들이 계속계속 소리치고 박수치면 몇번이고 나와주는데 ㅠㅠ

 

 

그래도 9일 돈키호테 때 찍은 사진은 화질이 좀 낫다. 여긴 마린스키 구관이라서...

 

하지만 이때도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랑 슈클랴로프 둘다 흰옷이라 빛은 번지고 ㅠㅠ

 

흰옷이 예쁘긴 하지만... 사진을 위해선 제발 짙은 옷을 입어다오 흐흑...

 

 

 

 

이제 들어가려면서 우아하게 인사 중.

 

어머나 참 우아하고 근사하기도 하지... 무슨 이발사 청년이 이렇게 품위있고 멋있단 말이냐... 이발사로 변장한 왕자... 귀족... (ㅋㅋ) 저런 바질이 딸 달라고 하는데 안 주겠다는 키트리 아빠는 이상한 사람~

 

 

발로쟈 : 나 이제 들어갈게요~ 마지막으로 나의 미모를 감상하시라~

팬들 : 아아... 들어가지 마...

 

 

 

잉, 들어가버렸다...

 

..

 

 

24일 지젤에 갑자기 얘가 나온다고 공지가 떴다. 이럴수가 ㅠㅠ 진작 알았으면.. 이미 표가 없다. 엉엉... 하긴 며칠 전까지만 해도 24일에 돌아가려 했으니 저날 공연은 생각도 안했지. 며칠 더 있을거라 생각했으면 누가 나오든 끊긴 했을텐데. 지젤을 원체 좋아하니까... 아쉽다.

 

이제 내가 끊은 이 사람 공연은 20일의 젊은 안무가 공연의 '나를 버리지 마' 만 남았다. 10분 이내의 짧은 작품인데다 또 흰옷 입고 나온다. 내겐 이게 이 사람을 마린스키 무대에서 보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구나, 최소 1~2년은...

 

7월 초에도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에 나오긴 하지만 도저히 그때까진 못 있는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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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신관에서 유리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소비에트 시절 드라마틱 발레인 청동기사상 보고 옴.

 

푸쉬킨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1막은 표트르 대제의 페테르부르크 건설과 그의 무도회, 2막은 소박한 연인 예브게니와 파라샤의 사랑, 3막은 홍수로 인해 파라샤를 잃은 예브게니가 슬픔으로 광란하여 최후를 맞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간이 늦었으니 자세한 감상은 나중에 따로 쓰기로 하고.. 오늘은 자기 전에 간략한 메모만 먼저 남긴다.

 

 

슈클랴로프는 정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훨훨 날아다닌다. 사실 2막에서 얘가 좀 삐끗했다. 서정적 아다지오는 참 잘 소화했는데 솔로 바리아시옹을 할때 두세번 헛디디거나 균형을 잃었다. 좀처럼 안 그러는 앤데 안타까웠고 쟤가 몸이 덜 풀렸나 싶었다. 그러나... 3막에서 그는 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인지! 왜 스메칼로프가 바로 그를 예브게니 역 타이틀 롤로 점찍었는지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2막에서는 테료쉬키나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빛을 발했다면 3막은 온전히 슈클랴로프의 몫이었다. 이것은... 아아, 남자 지젤... 사랑과 광란의 모습을 너무나 가슴 절절하게 표현했다. 격렬한 움직임이 계속되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을텐데 광기어린 춤과 더욱 광기어리고 슬픈 표정 탓에 가슴이 정말 찢어졌다...

 

게다가 이 사람은 정말 프록코트가 잘 어울리는구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때 이미 알아봤지만... 청초하고 로맨틱한 예브게니라니.. 푸쉬킨 원작 서사시의 예브게니는 그냥 불쌍하고 작은 인간이었는데 대체 이 사람의 예브게니는 이렇게 청순할 수가 있는가... 어흑...

 

발레 자체는, 음, 내 개인적 취향으론 1막은 맞지 않았지만 러시아 사람들, 특히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에겐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 소비에트 시절 내용에 제일 가깝게 리메이크한 것도 이 1막일 것이다. 나는 2~3막이 좋았고 특히 3막의 예브게니 광란 씬이 좋았는데 딱 하나 아쉬웠던 건 에필로그에서 다시 한번 예브게니와 파라샤가 등장하는 것. 이게 좀 사족인데... 사실 스메칼로프 안무 작품들 대부분이 꼭 맨끝에 그런 덧칠을 한번씩 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ㅠㅠ 하여튼 3막은 에이프만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스펙터클이었다. 스메칼로프에게 이정도 대작을 맡기다니, 마린스키에서 꽤 신망을 쌓은 것 같다.

 

오늘 보니 방송국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그래서 늦게 시작함),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직접 지휘도 하는 등 아마 나중에 영화 상영이나 방송으로 나올 모양이다. 대왕기대... 이거 진짜 dvd 사고픈데.. 2막에서 슈클랴로프가 삐끗한 건 프리미어 때 찍어놓은 걸로 대체 안될려나 ㅠㅠ

 

하여튼 자세한 감상은 내일이나 모레..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가 미쳐서 하하하 웃던 게 아직 기억에 남는다. 전에 초연 기사에서 누군가가 연기는 좋았지만 발성은 좀 더 연습해야 할거라 했는데 이 사람은 무용수지 연극배우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 기사 때문에 기대 안했는데 난 좋았다. 생각보다 훨씬 가슴을 울리는 웃음소리였다.

 

앞에서 사진 찍었지만.. 망했다. 원래 마린스키 신관은 조명 때문에 의외로 사진이 잘 안나오는데... 게다가 이 발레는 다들 흰옷을 입고 나오고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도 순백 의상을 입어서 빛이 다 번지는 바람에 건진 사진 거의 없다 어흑흑... 디뷔디 내주세요..

 

그나마 건진 거 두장... 나머지는 좀 더 뒤져봐서 내일...

 

 

 

 

아흑.. 역시 이 사람들은 춤도 잘 추고 호흡도 잘 맞고 너무 아름다운 페어인데... 강한 언니 스타일의 테료쉬키나도 이 작품에선 어찌나 하늘하늘하고 안타까운지 ㅠㅠ 그리고 저 청순한 슈클랴로프의 예브게니는 로미오 더하기 지젤이야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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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와이파이가 부실해서 사진 몇장만 올려본다.

 

목요일, 마린스키 극장 돈키호테. 바질 역을 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키트리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사진 몇 장.

나의 미진한 사진 실력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그의 우아함과 생기와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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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잠 설침. 두시간 자고 깨고 일본/중국 단체관광객들 소리에 깨서 또 설치다 한시간 반 자고, 조식 먹고 올라와 또 한시간쯤 잤나보다.


2시 좀 넘어서 나왔고 리쩨이느이 대로 쪽 이즈다니야 서점을 찾아갔다. 슈클랴로프 화보집이 남아 있기를 고대하며.. 많이 안 찍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고 그의 화보집을 거금을 주고 득템(비싸다ㅠㅠ)






유리지갑 뽀샤지든말든 행복해진 토끼는 좋아하며 네프스키 가는 버스를 탔고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앞에서 내렸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켰고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회의주의자인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대답없는 절대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가 실재하기를 원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성당 정문을 밀고 나오며 맑아진 하늘과 구름, 초상화가들을 보았다.



어제 너무 떨어서 어제 엄청 껴입고 나왔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오후엔 햇볕도 났다.


bravebird님과 돔 끄니기 앞에서 만나 말라야 모르스까야 방면 네프스키에 들러 기념품을 사고 소련 포스터들 구경.


그리곤 고골에서 보르쉬를 먹고자했으나 만석이라 실패해서(ㅠㅠ) 이삭 성당이 보이는 샤스찌예 카페로 가서 파스타와 치킨 커틀릿을 각각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옆의 아스토리야 호텔 바에 가서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었다.





커틀릿과 카르보나라 파스타.






아스토리야의 바에서.. 오랜만에 왔다.


네시간 가까이 bravebird 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 그건 나중에 따로... 완전 감동 ㅠㅠ





테이블엔 생화가 놓여 있어 좋았다.






.. 나오자 10시 반 즈음,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청동기사상을 지나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해지는 네바 강변을 걷고, 궁전광장에서 거리 가수의 노래를 좀 듣고 이후 카잔성당 앞에서 헤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해요 bravebird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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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너무 졸려온다. 부디 오늘은 깨지 않기를.. 최근 몇달동안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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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한데 두시간 자고 깨고 한참후 다시 한시간반쯤 잤다가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중국어와 일어에 깨버림. 방음이 너무 안되고 여긴 중국, 일본 단체 관광객 지정 호텔인가보다. 아아..


먹은게 너무 없어 못자나 싶어서 일단 세수만 하고 조식 먹으러 내려옴. 초라한 조식 ㅋ


소화잘되게 우유 안든 오트밀 먹자 하고 퍼왔는데 왝! 설탕 엄청 들어 있음. 계란 뒤에 숨어 있는 당근도 설탕물로 조린거였다 허헝


너무 힘도 없고 볼살도 쭉빠지니 급속당분이 필요한거 같아 탄수화물 가득. 생각해보니 어제 단백질, 지방(생선크림수프), 단백질(닭가슴살구이), 매쉬드포테이토 약간만 먹음.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근데 역시 여긴 밥도 맛이 없어ㅠ 그치만 급하게 잡은데고 어차피 조식 많이 안좋아하니 괜찮아..






대충 먹고 과일과 비상식량용 삶은 계란, 그리고 꿀과 레몬 넣어 조제한 레몬꿀물 가져옴. 홍차에 넣고픈데 속쓰려서 아침엔 자제. 아까도 녹차 연하게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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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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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질을 춘 슈클랴로프. 내가 찍은 건 아니고 다른 관객이 찍은 것




(찍사 : maxim beketov)


너무나 사랑스러운 바질이었음. 키트리보다 더 귀염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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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된 사건


1.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돈키호테를 보았고 (그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감탄하고 치유받음)


사진은 마린스키 좌석 앉아서 기다릴때, 프로그램과. 슈클랴로프 이름 찍어놓음. 이제 곧 떠날 사람이니 ㅠ

급하게 나가느라 내 오페라글라스 챙긴다는 걸 잊고 트렁크에 두고 왔다. 그래서 그냥 150루블 주고 빌림... 꽥 ㅠㅠ

근데 난 세월의 흔적 역력한 여기 오페라글라스 빌리면 옛 생각들 나서 또 좋다.. (메이드 인 소련 제품임!)

2. 그전 오후 늦게는 bravebird님과 아스토리야 호텔 앞에서 조우해 고스찌에서 저녁 먹고 시간이 모자라 정신없이 뛰듯 걸어 극장에 갔었다.


그런데!! bravebird님은 하나도 안 독수리같고! 수프 비노의 알렉세이 얘기처럼 아차로바쩰나야한 이쁜 분이었다 :) 난 별명대로 토끼의 화신인데!! 뭔가 이거 아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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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힘들어서 끙끙대며 앓고 잤는데 역시 세시간만에 깼다. 시차 때문이 아니고 요즘 계속 수면부족에 중간 깸 현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한시간마다깼는데 그럴때마다 회사꿈을 꿨고 그간 맺혔던 부분들과 화났던 부분들을 여과없이 분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침 언제는 꿈속에서 너무 큰 전화벨을 들었는데 그때 진짜로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옆방 문 닫히는 소리였을 거다. 근데 이 호텔은 급하게 잡아서 그냥 비즈니스호텔 같고 방음이 너무 안되다보니 잠결에 난 내 방문을 누가 확 열고 들어오는 거라 착각, 너무 놀라 얼어붙는 듯한 비명으로 '크또!!'하고 소리쳤고 헉헉거리며 깼다. 잠결에도 노어로 누구냐고 소리친 걸 보니 깊은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서 조식도 거르고 잤다.


나중에 나갔는데 아무것도 안먹어서 엄청 어지러웠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오후 늦게부터는 10도~13도 정도였는데 차고 습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10월 을씨년스런 날씨같았고 체감온도도 낮았다.. 얇은 블라우스에 트렌치코트 걸치고 나왔다가 얼어죽을 뻔 했다. 체면불구 스카프로 머리 싸고 걸어감. 좀 웃기지만 어차피 러시안데 뭐 어때. 그리고 아줌마 할머니들 머리 많이 스카프로 싸고 다니심.


bravebird님 만나서 엄청 반가웠는데 고스찌에서 수프랑 메인 시켰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음식도 남기고 둘이 엄청 빠르게 걸음. 바람을 정면으로 맞아가며ㅠ


bravebird님과 나는 서로 다른 공연이라 극장 앞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고대하던 슈클랴로프의 바질을 보러 마린스키 구관에 갔다. 딱 한장 남은 표를 득템해서..



그의 바질은 표현력이 풍부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점프로 유명한 무용수이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 결혼식 코다의 반응은 전에 김기민씨 췄을때가 좀더 열광적이었는데 아무래도 30대로 접어든 슈클랴로프는 (얼굴이야 그렇게 안보이지만) 이제 원숙미가 더 두드러지고 점프나 피루엣의 파워는 기민씨가 더 화려해뵌다(키가 더 커서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슈클랴로프에겐 뛰어난 연기력과 사랑스러움이 있었으니.. 사실 요즘 제일 핫한 기민씨랑 비교해서 화려함이 좀 덜했다는 거고 이 남자의 연기력과 표현력은 역시 마린스키 톱이고 테크닉과 동작의 깨끗한 우아함도 톱에 든다. 아, 저런 아리땁고 귀여운 바질에게 딸을 안주려 하다니 키트리 아빠 돌았소?


결혼식 코다는 첫번째 솔로가 제일 좋았고 역시 이사람의 점프, 특히 스플릿 점프는 명불허전임을 다시금 증명.


근데 코다 전 아다지오에서 삐끗한건지 인사할때 왼쪽 늑골 부위를 자꾸 누르고 있어 엄청 걱정됐다. 코다는 잘췄지만 제일 화려하고 박수 많이 나오는 두번째 솔로애선 그랑주테가 전보다 좀 약했고 나중에 인사할때도 자꾸 늑골을 누르는 거였다.. 아아, 도쿄에서도 사랑의 전설 때 다치는 걸 봐서 트라우마 생기겠다. 꽃돌아 아프지 마


아무래도 좀 삐끗했나 싶은데 프로답게 끝까지 잘췄고 커튼콜에도 계속 나와서 눈웃음과 미소와 우아한 인사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역시 그는 아름다움의 결정체..


키트리는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주테가 뛰어나고 좀 운동선수 같은데 항상 그녀의 무대를 볼때마다 우아함이 모자라고 점프 외엔 다리 동작이 좀 어색하다 생각했다. 굉장한 미인이지만 의외로 근육질이라 난 이 사람이 슈클랴로프 파트너가 되면 조마조마하다.


작년에 본 슈클랴로프 주역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야로 나왔는데 그때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남자가 한손으로 드는 동작도 여러번에 달려오는거 확 잡아안는 리프팅도 두번이나 있어 둘다 까다로운 리프팅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바야데르고 돈키호테고 이둘 무대 볼때마다 근육질의 마트비옌코 들어주다 슈클랴로프 허리 나가겠다고 걱정이 막 됨. 애가 무용수치고 별로 큰 키도 아니고 우람하자도 않으니 ㅠㅠ 하여튼 키트리의 간드러지는 느낌이 부족했고 엄청 열심히 추지만 음악과 동작을 하나하나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해 좀 아쉬웠다. 다른 무대도 거의 그랬었다. 여러 모로 테료쉬키나가 그리웠다.


하지만 돈키호텐 바질과 투우사만 잘추면 되니까! 투우사 춤 역시나 다시 봐도 두근두근.. 망토춤 최고~


바질 자살쇼의 슈클랴로프는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코믹해서 전에 기민씨 바질에서 아쉬웠던 딱 그 부분을 채워주었다. 그러니까.. 난 기민씨 춤이 너무 좋은데 무대 위에서 아직 '진짜 연인'처럼 보이진 않는 거랑 좀 비슷한 얘기다. 슈클랴로프는 '진짜 왕자', '진짜 연인'이 되는데. 하지만 기민씨도 연기력 일취월장 중이니 더 멋져지겠지.






일년만에 온 마린스키..

다음 공연들은 다 신관이다..










지난 봄 발레축제 프로그램북, 돈키호테 프로그램(게르기예프 얼굴 박힌 것), 그리고 루지마토프 엽서 한장.




..



끝나고 버스 기다리는데 한대는 사람 많아 놓침. 엄청 추워서 덜덜 떨며 돌아와 업무관련 정리 조금 하고 이제 누우려는 중.


내일은 조식을 먹어야겠다. 너무 뭘 안먹어서 그런가 어지럽고, 부대낄까봐 약도 못먹겠다. 오늘은 고스찌에서 딱 한끼 먹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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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클랴로프 커튼콜 사진은 나중에 따로.. 그건 dslr로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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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로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중이다. 9시 출근하려 했으니 10시에 나왔다 ㅠㅠ 너무 졸리고 약을 너무 먹어서 그런지 속이 부대껴서 뭘 먹기가 힘드네.

 

마음의 위안을 위해 랜덤 사진 몇 장.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거리 사진. 저 자라 매장에 작년 여름에 갔었다, 너무 추워서 걸칠거 사려고... 근데 결국 맘에 드는 게 없어 사지는 못하고 우리 나라 자라가 제일 비싸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아름다우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상대역 니키야는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 이번에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췄는데 쉬린키나는 이게 니키야 데뷔.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쉬린키나가 과연 1~3막의 니키야를 전부 소화할만한 파워가 됐는지 궁금하다. 니키야 역이 원체 까다로워서... 1~3막의 표현과 춤이 모두 다른데다 상당한 파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갈라로만 나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난 작년 마린스키에서 이 사람이 3명의 망령 중 세번째 망령 추는 것을 봤었는데 그때도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었다. (그런데 그때 솔로르 역을 춘 슈클랴로프는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니키야 역의 마트비옌코가 아니라 아내인 쉬린키나에게 바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야, 네 파트너는 니키야잖아! 마트비옌코 줘야지! 이눔의 콩깍지 사랑꾼아 ㅠㅠ) 

하지만 최고의 솔로르 중 하나인 슈클랴로프와 케미스트리가 좋으니 잘 했을지도....

 

 

고양이...

 

아아, 간절하다

 

 

아아, 더 간절하다..

다 들어주마... 뭐든지 말해보라!

 

 

최근 해적을 추고 나서. 메도라 역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알리 역의 슈클랴로프

 

작년에 김기민씨 알리 버전으로 해적을 마린스키 신관에서 봤는데 무척 좋았다. 그러나 나는.. 꽃돌이 알리 슈클랴로프의 무대도 보고 싶어라 ㅠㅠ 김기민씨 알리는 뭔가 콘라드를 잘 지켜줄 것처럼 멋있었지만 저 슈클랴로프 알리는 너무나 꽃돌이라 오히려 콘라드의 보호를 받아야 될 듯한 느낌이 무럭무럭.. 이놈의 알리가 메도라와 귈나라보다 더 예쁘니 어쩌란 말인가.

 

 

 

 

아름답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는 디아나 비슈뇨바

 

 

해적 3인무 화보

슈클랴로프 알리, 테료쉬키나 메도라, 코르순체프 콘라드

악, 코르순체프... 다닐라, 어찌 이런 짓을.. 그 수염을 당장 떼시오 ㅠㅠ 가뜩이나 콘라드는 뭔가 없어보이는 캐릭터거늘 ㅠㅠ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위안을 주는 고양이와 주인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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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있고 페테르부르크도 있어 카테고리가 불분명하지만 꽃돌이와 비슈뇨바가 있으니 일단 댄스 폴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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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1. 07:00

무용수 #3.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dance2016. 6. 1. 07:00






세번째 무용수 포스팅은, 이 블로그 오시는 분들이라면 '쟤 왜 아직 안 나왔어?' 라고 할만한 사람. 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와 사진 줄줄..









상대는 오브라초바









이건 13년 베네핏 무대 때. 도로테 질베르와.. 근데 정면에서 잡으니 솔로르 힘들어보여 ㅠㅠ


(발로쟈 : 말시키지 마, 헥헥..)







테료쉬키나와 함께. 실비아 커튼 콜.






역시 테료쉬키나







가장 친한 친구 유리 스메칼로프와 함께






최근 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상대는 나탈리야 소모바.






장미의 정령. 아내인 쉬린키나와 함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허설 중





스메칼로프의 '날 버리지 마' 를 추는 중






역시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리허설





로미오와 줄리엣. 비슈뇨바와.






최근 백조의 호수 커튼 콜. 테료쉬키나와 함께.



어흑, 바이에른 가더라도 마린스키에도 자주 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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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8. 16:53

집1을 위한 슈클랴로프 달력 도착 dance2016. 5. 28. 16:53

 

 

원래 매년 러시아나 발레를 테마로 달력을 만들곤 하는데 최근 2년 쯤은 슈클랴로프 달력을 만들었다. 근데 지금은 집1과 본사쪽 집2가 있는데다 포토달력은 항상 보너스로 몇달을 더 주기 때문에 이게 매년 1월마다 시작되지를 않는다. 집1의 달력은 올해 6월로 끝나기 때문에 7월부터 시작되는 달력을 만들었더니 2017년 9월까지의 달력이 되었다.

 

본사쪽 집2에도 2017년 3월인가 4월까지의 달력을 얼마 전 만들어 걸어두었음. 이러다 점점 나는 연도와 연도를 가로지르며 살아갈듯.

 

지난주에 기분전환용으로 대충 휘리릭 만든 슈클랴로프 달력 도착.

수요일에 도착했는데 그날 나는 과음으로 반쯤 죽어 있었기 때문에 오늘에야 뜯어봄. 그럭저럭 예쁘게 나왔다. 모델이 예쁘니 뭔들 예쁘지 않겠나..

 

그냥 나 혼자 쓰는 달력이라 별도로 만들어 배포는 하지 않음.

 

달력 사진 몇 장만...

 

 

 

 

 

 

 

 

 

 

 

 

 

 

바이에른으로 떠나기 전에 여름 마린스키 무대 한번만 더 보고픈데 가능할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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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잔에서 공연한 슈클랴로프의 인터뷰. 러시아어로 되어 있음. 아주 간략한 요약은 아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와 쉬린키나는 바이에른과 1+1 계약, 즉 1년 계약 맺은 후 뜻에 따라 1년 연장 가능한 계약을 맺었고 마린스키에서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1년간의 휴가(기간을 보니 일종의 안식년같은 상황인듯)를 받았다고 함. 

 

그나마도 마린스키에 적을 남겨두고 있어 다행이다 ㅠㅠ

 

내용 쭉 읽어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춤을 추는지, 발레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서술되어 있고 내가 느껴왔던 점과 비슷해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이전에 생각했던 내용 중 일부와 비슷하게, 이 사람은 마린스키에서 이미 14년을 췄고 출수 있는 레퍼토리는 다 췄기 때문에 무용수로서 절정기에 이른 지금 여러가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바이에른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도 했다. 마린스키는 자신에게 아주 소중한 곳이며 자신은 뼛속까지 페테르부르크 토박이라는 말도 했고 마지막으로는 제일 친한 친구 유리 스메칼로프에 대해서도 언급함

 

 

http://www.evening-kazan.ru/articles/vladimir-shklyarov-v-mariinskom-teatre-ya-uzhe-stanceval-vse-chto-hotel.html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я уже станцевал все, что хотел»

 

Вошедший в афишу XXIX Нуриевского фестиваля балет Яруллина «Шурале» идет сегодня только в двух театрах - Татарском имени Мусы Джалиля и в Мариинском. Неудивительно, что на главные роли в этом спектакле организаторы фестиваля пригласили танцовщиков из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а - Марию Ширинкину и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Ширинкина, вторая солистка Мариинского балета, уже танцевала в Казани девушку-птицу Сююмбике. Ее супруг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премьер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впервые исполнил Али-Батыра на казанской сцене.

Уже осенью Ширинкина и Шкляров будут официально считаться солистами Баварского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го балета. На работу в Мюнхен их пригласил Игорь Зеленский, который в сентябре возглавит Баварский балет. Об этом корреспонденту «Вечерней Казани» рассказал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Предлагаем вашему вниманию его монолог:

- Мы с Машей подписали с компанией «Бавар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балет» контракт по системе «один плюс один». Это европейская система, подразумевающая, что нам предоставляют право работать в труппе один год, и вероятна возможность, что потом контракт с нами продлят еще на год. Однако из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мы не увольняемся: нам дают академический отпуск сроком на год.

Мариинский - особенный для меня театр. Он мне очень дорог. Я уже четырнадцать сезонов там проработал, прошел длинный карьерный путь - от артиста вспомогательного состава до премьера. Сейчас мне 31 год, для классического танцовщика это пиковый возраст: я все еще полон физических сил и уже накопил определенный опыт. Мне очень хочется насыщенно прожить этот пик - максимально себя реализовать как артиста. Понимаете,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я уже станцевал все, что хотел. Нужно развиваться дальше, для меня это очень важно. В Баварском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м балете (а репертуар этой компании не повторяет репертуар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я надеюсь, у меня будет такая возможность.

Мне нравится получать от своей работы удовольствие. Для меня признак профессионализма - когда танцовщику интересен не только он сам. Я убежден, что не интересоваться, что же происходит в балетном мире, - это путь к профессиональной деградации. В этот раз в Казани у меня выдался свободный вечер, и я провел его в театре имени Мусы Джалиля: мне было интересно посмотреть премьеру балета Андрея Петрова «Эсмеральда». Почему-то многие, увидев меня, удивлялись и спрашивали: «А почему ты пришел?», «Что ты в отеле-то не сидишь?», «Неужели тебе интересно?». А мне правда интересно! Интересно, как танцуют мои коллеги, что они танцуют, в каких костюмах.

 

В казанской «Эсмеральде» мне понравилась сценографическое решение спектакля. Музыка, конечно же. Что касается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го языка и умения «говорить» на нем... Знаете, я воспитан на спектаклях легендарного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 У меня планка требований завышена...

Я коренной петербуржец. В Вагановское училище меня отвела мама: она когда-то мечтала стать балериной, но у нее не получилось осуществить свою мечту, и я, можно сказать, за маму теперь отдуваюсь. Шучу, конечно...

Мне было уже 10 лет, когда меня приняли в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е училище. Поздновато для начала занятий, но у меня были неплохие природные данные, что и привлекло комиссию. Помню, на первом полугодовом экзамене мне поставили самую низкую оценку - «три условно». Ее можно трактовать по-разному: вроде бы намекают на отчисление, а вроде бы дают шанс. Я увидел в этой оценке шанс для себя. И уже на годовом экзамене получил «четыре с минусом», это был колоссальный прогресс, поскольку четверки на первом году обучения не ставят никому.

По окончании училища меня пригласили в Мариинский театр. Мой первый большой балет - «Сильфида», я станцевал его в 18 лет. Тогда партию Джеймса целых два месяца со мной готовил Сергей Бережной, царствие ему небесное... Два месяца - это немыслимо долгий срок по меркам сегодняшнего дня. Мне крупно повезло! Не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мой большой дебют стал событием для кого-то еще, кроме моей семьи...

В классическом балете очень важна манера исполнения. Это не сразу понимаешь: гонишься за количеством пируэтов, стараешься удивлять техническими рекордами... Лично мне не хочется, чтобы балет превращался в показ выдающихся физических достоинств человека. Мне хочется, чтобы балет оставался искусством. Чтобы зрители на спектакле «Шурале», например, видели на сцене в первую очередь не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а охотника. Сильного мужчину. Влюбленного мужчину.



Искусство перевоплощения, манеры - все это передается в балете, как мы говорим, из ног в ноги и из рук в руки. Все это нужно показывать, на словах это не объяснить. Показывает, как правило, педагог. Сейчас мой педагог - Владимир Ким.

Есть ли у меня друзья? Да, конечно. Но их немного. Мой самый близкий друг - хореограф Юрий Смекалов. Мы оба - непростые люди, но друг друга очень хорошо понимаем. Я Юру уважаю и ценю не только как артиста и хореографа. Он всегда готов прийти на помощь. На него можно положиться всегда. У нас и жены между собой дружат. И даже дети! Да, у нас с Машей есть ребенок - сын Алексей, ему год и три месяца. Я категорически против, чтобы он стал, когда вырастет, танцовщиком. Почему обязательно идти в балет? Можно стать прекрасным поваром, например. Тем более что моя Маша просто потрясающе готовит, у нее талант! Дар! И сын может унаследовать у нее этот талант...

Как все петербуржцы, я, конечно же, болею за «Зенит». Но уже не так страстно. Если говорить честно, для меня «Зенит» закончился вместе с уходом из команды Александра Кержакова и Андрея Аршавина. Эти ребята выкладывались на поле на сто процентов всегда! Нельзя было с ними так расставаться...

Фото Александра ГЕРАСИМОВ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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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 후의 메모, 2016.5.14>

 

   

나는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를 3년 반 전, 2012년 12월에 썼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서 몇달 후. 가장 바닥에 내려가 있을 때였다. 미샤를 되살려낸 후 두번째로 쓴 소설이었다. 소설의 심리적 화자는 그의 친구이자 애인인 안드레이 트로이츠키, 일반적으로는 트로이 라고 불리는 인물이었지만 진짜 주인공은 미샤였다. 이 소설의 에피소드들은 전에도 여러번 이 폴더에 발췌한 적이 있다.

 

발췌한 에피소드는 소설의 중후반부인 3부 14장 끝부분이다. 저 부분을 쓸때 나는 어느 정도 화가 나 있었고 어느 정도는 매우 지치고 슬픈 상태였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솔직하기도 했다. 허구라는 렌즈를 통해 왜곡될 수 있을만큼만 왜곡시킨 정도로.

 

이 글을 쓴 바로 다음날 남긴 짧은 메모와 1년이 지난 후 쓴 역시 짧은 메모가 있는데 그것도 같이 올려본다. 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에피소드에 대한 세가지 메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쓴 직후, 1년 후, 그리고 3년 반 후.

 

미샤와 트로이의 대화에서 언급되는 '지나'는 미샤의 발레학교와 키로프 발레단 시절 파트너 발레리나인 지나이다를 가리킨다. '세레브랴코프'는 미샤의 키로프 발레단 선배이자 일종의 라이벌이다. 세레브랴코프에 대한 에피소드는 전에 돈키호테와 페름 저수지 사건 등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http://tveye.tistory.com/4597

 

대화에 역시 언급되는 '스탄카'는 전에 여러번 발췌된 이야기들에 등장한 스타니슬라프 일린을 가리킨다. 볼쇼이 안무가이고 미샤의 친구이다. '아스케로프'는 미샤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의사인 유리 아스케로프이다.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이 폴더에 두어번 발췌했고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도 한번 등장시킨 적 있다.

 

둘의 대화에서 나온 '안드레이'는 미샤가 트로이를 부르는 이름이다. 트로이는 자기 본명을 싫어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트로이란 애칭으로 통하지만 미샤는 사적 자리에서는 항상 그를 본명으로 부른다.

 

 .. 맨 위의 사진은 라트만스키 안무의 신데렐라를 추는 디아나 비슈뇨바. 사진은 Mark Olich.

그 아래 그림은 러시아 화가 니콜라이 게의 '겟세마네 동산의 그리스도'.

 

 

 

<1년 후의 메모, 2013.11.7>

 


나는 이 부분을 거의 일 년 전 이맘때 썼다. 이 소설에서 미샤가 자신의 춤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 부분 밖에 없다. 그는 죽음과 성, 권력과 사회적 억압, 이데올로기와 젠더, 그리고 이 모든 외부에서 온 어둠과 더불어 자기 내부에서 비롯되는 어둠을 마주하며 춤춘다. 그건 그가 춤을 추는 이유인 동시에 춤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했다.


본질적으로 저 소설은 재능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건 성적 갈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건 미샤가 아니라 친구이자 애인인 트로이였다. 심지어 저 순간, 미샤가 자기 입으로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순간에도 트로이는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트로이는 창작자가 아니었고 그의 사랑은 이해를 기반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아래 발췌된 에피소드를 쓰고 난 직후, 그러니까 2012년 12월에 적었던 메모는 맨 아래에 있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트로이의 팔을 베고 누워 담배 연기를 천정으로 길게 뿜어낸 후 미샤가 말했다.

 

 

“ 지나가 그러더라, 세레브랴코프의 낯짝을 한방 날려주고 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

 

“ 그 아가씨답네. ”

 

“ 정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 ”

 

“ 글쎄. 진작 했어야 하는 거 아냐? 좀 늦었지. 그리고 넌 누굴 제대로 쳐본 적도 없잖아. ”

 

“ 그건 그래. 스탄카가 그때 끼어들어줘서 다행이야. 정말 그 자식 치고 싶지 않았거든. ”

 

“ 열받았다면서 어떻게 치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가 있어? ”

 

“ 모르겠네, 하여튼 난 누굴 패고 싶었던 적은 별로 없어. 그래봤자 별 소용없잖아. ”

 

“ 지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주먹질을 한번 하거나 적어도 욕이라도 해주면 그 자식도 한풀 꺾일 거야. 그런 놈들은 항상 그래. 네가 계속 내버려두니까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

 

“ 뭐, 나타샤? 계집애 같다는 말? 그건 춤 때문이야. 그러니까 두들겨 패봤자 해결이 안돼. ”

 

“ 세레브랴코프는 왜 그렇게 네 춤을 싫어해? ”

 

“ 그는 교조주의자야. 가장 끔찍한 게 뭔지 알아? 그건 자기 예술을 강령처럼 믿는 것, 그걸 다른 모두에게 강요하는 거야. 우리의 잘난 공산주의와 일당 독재와 집단주의처럼. 근데 세상 어디에도 그렇게 단순한 건 없어. 예술은 더 그래. 아니, 내게는 춤 말고 다른 걸 얘기할 자격이 없지.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에게 자기가 내키는 대로 추라고 해, 난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 작자의 참견은 받고 싶지 않아. 그자는 자기 강령을 따라 깃발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나는 내 몫의 허공으로 나가면 돼. 길을 잃든 헛디디든 추락하든 그건 온전히 내가 감당할 무게일 뿐이야. 난 그자의 이상과 꿈을 믿지 않아. 춤이 종교가 될 수도 없고 규율이나 원칙이 될 수도 없어. 공산주의자였던 적도 없고 소비에트 이념을 믿어본 적도 없는 내가 왜 그 얼간이의 질서를 따라야 해. ”

 

“ 세레브랴코프의 질서는 뭔데? ”

 

“ 그는 자기 고환으로 춤을 추지. ”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드는 듯 미샤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트로이에게 몸을 밀착시켰다. 필터 언저리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카펫 귀퉁이에 문질러 끈 후 나머지 연기를 트로이의 가슴팍에 천천히 불어 날렸다. 트로이는 미샤의 코트를 끌어당겨 활짝 펼친 후 서로의 몸을 덮었다. 담배 연기 사이로도 코트 안쪽에 배어 있는 낯익은 고급 향수 내음과 은밀하게 깔려 있는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젖은 숲의 흙 냄새, 그리고 딱히 규명하기 힘든 쏘는 듯하고 무겁고 달콤한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후자는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몸 구석구석에 키스를 하거나 혀와 이로 빨아 당겼을 때 그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트로이는 사라토프의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유리병 속에 채워놓았던 끈끈하고 짙은 색깔의 꿀을 생각했다. 숲의 꽃과 나무에서 채취해 만든 그 꿀은 너무 진하고 독했기 때문에 할머니는 어린 손자가 아무리 졸라도 몇 방울 이상은 결코 주지 않았다. 아주 아플 때만 홍차에 한 숟가락을 통째로 녹여 주었다. 어린 시절 트로이는 그 차를 마실 때마다 심하게 취해서 24시간을 내리 잤다.

 

 

“ 그럼 넌? ”

 

아, 나도 그런 부분이 있지. 어쨌든 사내자식이니까. 하지만 전부는 아냐. ”

 

 

코트 아래에서 몸을 좀 더 바짝 붙여오며 미샤가 약간 졸린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세레브랴코프가 날 미워하는 이유는 내가 자기 자리를 빼앗는 게 두려워서가 아냐. 내가 무대 위에서 그 굳건한 남성성의 환각을 쉽게 무시하기 때문이지. 신사적이고 기사도 넘치고 파트너를 견고하게 지지해 주는 남자, 필요한 순간 검을 빼들고 달려가 적을 무너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 언제나 확신과 신념에 가득 찬 남자, 왕자님, 기사, 귀족, 깃발 든 혁명가, 전쟁터의 장군,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 당의 기치를 앞장서서 체현하는 진짜 남자. 반듯하고 우아하며 강인하고 흔들림 없는 파트너.

그렇게 추는 게 어렵지는 않아,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은 거기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지. 난 연습을 많이 했어, 엄청나게 혹독하게 배웠어. 꼭 춰야 한다면 그렇게 추겠지. 그게 바로 키로프의 기본기라는 거니까. 남자 무용수의 기본기.

그런데 말야, 안드레이. 그 모든 건 사실 고환과 음경과 정액으로 이루어진 환상에 지나지 않아. 발레리나들이 유방과 질과 눈물로 우아하고 연약한 공주님의 환각을 만들어내듯 남자 무용수들도 마찬가지야. 세레브랴코프의 가차 없는 남성성이 빚어낸 질서 맞은편에 발레리나들의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아성이 도사리고 있어. 난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어. 그건 단순한 섹스의 문제가 아냐. 성이란 건, 아니 인간이란 건 그렇게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가 없어. 한편에는 빛, 한편에는 어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과 몸이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다면 행복할 텐데.

안드레이, 어쩌면 그건 인간 전체에 대한 얘기가 아닌지도 몰라. 그저 나 자신에 대한 얘기일 뿐인지도 몰라. 난 사람 마음을 모른다면서. 그러니 인간에 대해서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되겠지. 난 틈새로 들어가고 바닥도 출구도 없는 안개 속에서 춤을 춰.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냐,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그곳에서 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냐, 마음도 아니고 몸도 아냐. 그곳에는 빛이 있고 어둠이 있겠지. 황혼도, 수면도, 어쩌면 눈보라도. 하지만 난 단지 움직임일 뿐이야. 계속해서 뛰고 날고 떨어지고 넘어지는 것 뿐이야. 멈추면 사라질 테니까. 거기 고통이 있어, 두려움이 있어. 나는, 난 멈추게 될까봐 두려워. 사라지고 싶지 않아. 세레브랴코프는 그런 공포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는 강령을 선택했으니까. ”

 

 

미샤는 더 이상 트로이에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교회 종탑을 마주하고 고해하듯 나직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고백이 너무나 괴롭고도 개인적이어서, 또 한없이 조용하고 부드러워서 트로이는 마음을 뒤흔드는 감동과 죄책감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말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다. 그는 춤을 춰본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진정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인 적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스타니슬라프 일린은 이해할지도 모른다. 모스크바에서 온 그 안무가, 스탄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지의 남자. 어쩌면 유리 아스케로프도 전부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미샤를 알았으니까, 미샤는 움직일 수 없는 그 무서운 순간 아스케로프가 곁에 와주기를 원했으니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아스케로프는 미샤의 춤에 관심이 없었다. 춤 나부랭이라고 비하했고 미샤에게 하잘것없는 춤을 포기하고 그만 내려오는 게 낫다고 꾸짖었다. 그자는 오직 미샤에게 성적으로 완전히 반해 있을 뿐이다. 어쩌면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그 아이의 몸과 마음에 대한 욕망과 애정일 뿐 춤과 재능에 대한 갈망은 아니었다. 그 루빈슈테인 거리의 의사는 그만큼 복잡하고 음울한 남자가 아니었다.

 

 

미샤는 갑작스럽게 말을 뚝 끊었다.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던 생각을 토로한 것이 부끄러워서 그럴 수도 있었고 졸려서 그랬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울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아스케로프와는 달리 트로이는 미샤가 우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후 트로이는 쑤시고 결리는 몸을 거실 바닥에서 일으켰다. 미샤는 그가 일어난 것도 모르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는 코트 째로 미샤를 쓸어안아 침대로 데려갔다. 옷을 치우고 모포를 덮어주면서 트로이는 그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목덜미의 상처는 다시 하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허벅지의 칼자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랫배와 허리, 골반과 옆구리 구석구석에 찍혀 있는 트로이의 손자국은 반쯤은 자주색이고 반쯤은 검붉은 색으로 변해 일그러진 꽃처럼 옆으로 퍼지며 증식하고 있었다.

 

 

아마 미샤가 무대에 올라가야 하지 않았다면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그의 몸에 깨끗하게 남아 있는 하얀 살갗 구석구석 전부를 붉고 검은 자국으로 뒤덮었을 것이다. 이마와 뺨과 턱도 예외 없이, 부드러운 눈꺼풀과 입술조차 피해가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머리카락과 눈동자와 치아와 혓바닥 위에, 살갗 아래 혈관과 근육과 신경 위에도 자국을 냈을 것이다. 해독할 수도 없는 문자를 써내려갔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도 차마 자기 이름을 쓸 용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서랍 속에 숨어 있는 노트와 수첩과 종이쪽지 위에 잉크 범벅이 되어 도사리고 있는 단어와 구절들이었을 것이다. 그 어눌하고 수치스러운 언어들은 그 찬란하게 타오르는 애에게 닿는 순간 녹아내려 사라질 것이다. 아무런 자국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

 

 



<쓰고 난 다음날 : 교조주의, 강령으로서의 예술, 2012.12.7>



어제 저 주제에 대한 부분을 쓰면서 내가 겪었던 몇가지 좌절과 절망스러웠던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저 글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사회는 지금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 그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메가폴리스가 아니라 전체주의와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70년대 공산사회의 레닌그라드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점은 존재한다.


 
.. 중략 ..


 
여전히 난 예술이 강령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나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표현 양태는 무수하게 존재하며 어느 한가지만 옳다고 우기는 것은 교만이며 폭력이다.

 

...

 

 

 

좀 우울한 얘기였으니까 무용수들 화보 몇 장.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저 글을 쓸때 가졌던 느낌과 약간은 비슷한 사진들을 골라봤다.

 

 

 

 

 

세르게이 폴루닌.

 

 

마린스키 무용수들.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 스코릭, 김기민씨 등이 섞여 있다.

웨인 맥그리거의 인프라 추는 중. 재작년에 마린스키 무대에서 이 작품 보고 반했었다.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매우 유명한 사진. 루돌프 누레예프.

 

 

 

파루흐 루지마토프.

 

 

 

파루흐 루지마토프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사진은 Mark Olich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한장 더.

사진은 Alex Gouliaev.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
Posted by liontamer

 

 

오랜만에 무용수들 화보 여러 장. 마음의 위안을 위해.

 

최근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무대에 오른 디아나 비슈뇨바. 사진조차도 숨을 멎게 할만큼 아름답다.

 

 

 

환상의 배역. 솔로르는 김기민씨, 감자티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니키야가 디아나 비슈뇨바!!

아아, 나도 가서 보고 싶었지... 테료쉬키나의 감자티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녀의 니키야는 최고였는데 감자티도 궁금하다! 이 사진만 봐도 두 여자 사이에서 불꽃이 파바박!!

(그런데 내겐 항상 테료쉬키나가 좀 강인한 이미지라 그런지 이 사진을 보면 오냐오냐 자란 감자티 공주님 느낌보다는 좀더 표독스러워 보인다!! 그래도 보고 싶구나, 테료쉬키나와 비슈뇨바의 불꽃 튀는 사랑 싸움!)

 

 

 

김기민씨가 솔로르를 췄다.

기민씨의 솔로르는 영상만 보고 실제 무대를 못 봐서 무척 궁금하다. 나야 표현력 넘치는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를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민씨 솔로르 영상들은 하나같이 멋졌다. 게다가 비슈뇨바 니키야와 함께 추다니... 여름에 꼭 가서 김기민씨 무대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매우 내 맘에 드는 리허설 사진.

 

첨엔 슬쩍 보고 앗, 솔로르 의상이 블랙으로 바뀌었단 말인가! 하며 눈이 동그래졌는데 잘 보니 리허설 중인 사진. 근데 김기민씨라서 그런지 검정색 아랍 팬츠와 탑 차림의 솔로르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하긴 아랍 팬츠라면 다 좋아하니..)

 

 

 

이제.. 내 인생을 바꿔놓은 문제의 인물 중 하나.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이 사진은 영화 백야 당시 안무를 맡았던 트와일라 타프와 함께 리허설할 때 찍은 것이라 한다. 그래! 그 영화 때문이라고요... 날 러시아어 전공하게 만든 영화, 그렇게 만든 남자!!! 책임져요!

 

 

 

위에 이어 바리쉬니코프와 타프의 리허설 장면 하나 더.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바가노바 시절.

 

연습실 풍경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키는데 게다가 바리쉬니코프의 소년 시절...

 

 

 

그래서 연습실 사진 하나 더.

이건 파루흐 루지마토프. 1990년대 잠깐 ABT 갔을 때.

 

 

 

라이몬다를 추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예브게니 이반첸코

역시 왕자나 기사 역 파트너 맞춤형의 기품을 지닌 이반첸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 점프 등의 기량이야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파트너로서는 여전히 훌륭했다. 당신 내 첫사랑 무용수였죠. 나의 첫 발레.

 

 

 

 

아마도 지그프리드로 추정되는 의상을 입은 이 사람은 자태와 외모가 심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빅토르 레베제프. 그러나.. 나는 이 사람의 자태와 외모에 혹해 작년 초에 미하일로프스키 라 바야데르를 비싼 표를 끊어 보러 갔다가 완전히 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 사람은 자태는 더할나위 없는 왕자님에 피루엣과 상체 움직임은 좋았으나... 연기력이 완전히 나무토막! 발연기!! 솔로르가 저렇게 발연기를 하다니!!!! 그때도 열받아 리뷰에 남겼지만... 저런 솔로르라면 니키야에게 그냥 저런놈 뻥 차버리고 브라만이랑 살라고 소리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다시 가서 보면 연기 좀 늘었으려나.. 그땐 너무 실망해서 멕시코 연속극에 나와 발연기하는 미남 배우 같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ㅠㅠ

 

근데 이 사람이 옛날 내가 키우던 토리랑 비슷한 화이트 포메라니언+스피츠 계열의 강아지를 키워서 종종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리하여 나는 이 사람이 아니라 그 강아지를 보려고 이 사람을 팔로우하게 되었다 :) 그리고... 화보는 역시나 멋있다. 제발 연기력 좀 키워주세요...

 

 

 

 

그래서... 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궁극의 발로쟈 사진 몇 장으로 마무리.. (왜 안 그러겠어..)

 

돌아온 탕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사진은 ALEX GOULIAEV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슈클랴로프.

이 사람 이 무대 다시 보고 싶다. 참 좋았었지. 다시 이 무대 보게 될 기회가 있을까 모르겠다.

 

 

 

Le Parc를 추는 슈클랴로프. 상대 발레리나는 율리야 스체파노바.

사진은 ALEX GOULIAEV

근데 나는 아무리 봐도.. 슈클랴로프는 이 여자 저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마성의 카사노바로 안 보이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홀라당 넘어가서 순정을 바치는 로미오로 보인다... 그래선지 올레샤 노비코바와 춘 유명한 파이널에서도 이 사람이 섹시하긴 한데 그렇다고 또 그 느낌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 :)

 

 

 

마지막은 지그프리드를 추는 슈클랴로프. 뒷모습만 나온 오데트 역 발레리나는 테료쉬키나.

사진은 ALEX GOULIAEV

 

:
Posted by liontamer

 

 

4월 29일, 러시아 문화채널에서 방영한 '짜르스까야 로자' 주제였다.

짜르스까야 로자 링크는 여기 : http://tvkultura.ru/anons/show/brand_id/20874/episode_id/1293248/

이 클립을 따온 유튜브 링크는 여기 : https://www.youtube.com/watch?v=sZuaFcSjfbs

 

발레 파트너이자 실생활에서도 부부로 살아가는 슈클랴로프와 쉬린키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짜르스까야 로자는 러시아 문화채널에서 꽤 오랫동안 방영해온 프로그램으로 극장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따금 유튜브나 영상 찾아서 보는데 재미있다.

 

러시아어를 아는 분들은 더 재미있을 거고, 못 알아듣는 분들도 그냥 영상만 봐도 최근 이 둘이 춘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가 좀 나오기 때문에 재밌을 것이다. 그리고 보너스로 이 둘의 한살짜리 아들인 알렉세이 사진이 몇장 나온다.

 

주된 얘기는... 슈클랴로프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역이 로미오이며 가장 사랑하는 줄리엣은 '당연히' 아내 마샤 쉬린키나라는 것. 보자마자 불꽃이 튀었느니 어쨌느니.. 그리고 듀엣으로 함께 춤을 추는 것에 대해, 부부로서 리허설의 어려움과 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쉬린키나는 자신이 보통 더 양보하는 편이지만 슈클랴로프가 남자로서 양보하는 지점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이 출땐 슈클랴로프가 다른 발레리나와 출때보다 훨씬 더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지만 쉬린키나는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함. 그리고 슈클랴로프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그 말 '마샤는 내 영웅이에요' 다시 반복 :) 둘이 정말 깨가 쏟아짐.

 

하여튼 그러다가... 슈클랴로프와 쉬린키나는 아들 알렉세이에 대해 얘기하고.. 슈클랴로프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답한다. 발레나 무대는 두번째라고 함. 이 사람은 항상 그랬다(여기서 미묘한 뉘앙스를 풍김... 그래서 바이에른 가는 거냐 엉엉 ㅠㅠ)

 

둘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보는 것도 좋고... 로미오와 줄리엣 둘이 추는 것도 좋고(도쿄에서 슈클랴로프 부상당하는 바람에 이 사람 대신 스쵸핀이 쉬린키나와 췄지 ㅠㅠ) 귀여운 아들내미 알렉세이 사진 몇장 더 본 것도 좋긴 한데..

 

... 발로쟈, 이 사랑꾼 ㅠㅠ 흑흑, 다 좋은데 그냥 마린스키 남아달라고요 ㅠㅠ

 

... 그리고... 발로쟈 이 녀석아, 너 옛날에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랑 사귈때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방송 나왔잖아!! 둘이 어떻게 사귀게 됐고 어쩌고저쩌고...!!! 그때도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더니만... 그 프로그램도 이 짜르스까야 로자였는지 아니면 다른 거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 예전엔 대체 왜 오브라초바랑 헤어지고 쉬린키나랑 결혼하게 되었을까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또 둘이 아끼고 사랑하는 게 예뻐보인다. 오브라초바도 자기 야망이 있었을 거고 볼쇼이에서 잘 나가고 있으니 윈윈인가.

:
Posted by liontamer
2016. 4. 29. 23:51

세계 춤의 날 기념 슈클랴로프 화보 잔뜩 dance2016. 4. 29. 23:51

 

 

4월 29일은 전세계 춤의 날이라고 한다.

 

기념으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과 화보 대방출!

 

최근, 카디프에 투어 갔을 때. 연습하면서 빵끗 웃고 계시는 발로쟈. 저런 수영모 같은 요상망측한 비니를 쓰고도 마냥 해맑고 귀엽구나.

 

며칠 전 스타니슬라프 네미로비치 단첸코 극장에서 백조 추기 전에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매일 지니고 다니는 세가지는?'이라고 물었을 때 '핸드폰, 미소, 긍정적인 사고'라고 대답한 후 활짝 웃어보이는 게 굉장히 근사했다. 나중에 가능하면 그 영상 링크도 올려보겠다.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아아, 그 화보집... 백야 때까지 한권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 텐데 ㅠㅠ

 

 

 

4월 27일 마린스키에서 춘 사랑의 전설

페르하드 역. 메흐메네 바누를 추고 있는 상대는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이 사진 보니 작년 11월에 도쿄에 이거 보러 갔다가 눈 앞에서 이 사람이 부상당하던 슬픈 기억이... 하여튼 슈클랴로프의 페르하드는 멋있었다. 메흐메네와 쉬린 자매가 다 사랑에 빠질만도..

사진은 natasha razina

 

 

 

역시 natasha razina가 찍은 사랑의 전설 사진 하나 더.

 

 

 

이건 나탈리야 오시포바와 함께, 예전에 지젤 리허설 할 때.

 

 

 

지젤 하나 더. 꽤 오래 전 사진이라 얼굴에 애티가 좔좔 흐른다. 상대역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발란신의 아폴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추는 아폴로라면 맨앞에 앉아 보고 싶은데 ㅠㅠ

 

 

 

로미오와 줄리엣. 이것도 몇년 전 사진. 상대역은 알리나 소모바

사진은 alex gouliaev

 

 

역시 소모바와 춘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 더.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몇년 전 일본 댄스 매거진 표지.

의상을 보니 이것도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드. 아직은 소년 왕자에 가까워보이네 :)

 

 

 

돈키호테의 바질.

 

 

돈키호테는 내가 좋아하는 발레니까 두 장 더.

상대역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 둘이 사귀던 시절인 듯. 둘다 어려서 풋풋... 지금은 둘다 서로 다른 짝을 만나 잘 살고 있다.

 

 

 

날아오르는 바질.

 

맨 위에서 얘기했던 그 인터뷰 영상에서 '당신의 특기는?' 이라고 묻자 이 사람은 또다시 빵끗 웃으며 '날아오르는 거요~' 라고 대답.

 

 

 

이것이 그 영상 캡처 사진 :)

날아오르는 거라고 대답하는 이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 결론은, 가지 마오 발로쟈..

그리고 그 화보집 내가 갈 때까지 제발 좀 남겨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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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앞서 올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집 출간 기념회 사진(http://tveye.tistory.com/4633)에 이어, 기념회 영상 클립 두개. 유튜브 링크 걸어 올려본다. 먼저 사진 두 장 더.

 

 

 

 

 

그러면 이제 영상 클립.

앞의 영상은 슈클랴로프와 사진작가 굴랴예프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를 칭찬하는 내용임 :)

귀여운 발로쟈, 그리고 유머러스한 굴랴예프 :)

 

 

아래는 사인 중인 슈클랴로프님.

아아, 나도... 나도...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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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일요일에 출간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집 «Жить танцуя» (춤추며 살기)의 출간 기념회 및 사인회가 열린 페테르부르크 아스토리야 호텔 로툰다 카페.

당시 사진들 몇 장..

아아, 나도 저 책 갖고 싶어요 ㅠㅠ

백야 때 가면 구할 수 있기를..

 

위의 사진은 Vladislava Smekalova의 사진. 슈클랴로프와 매우 절친한 유리 스메칼로프의 아내이며 이 행사 조직에 힘을 쓴 듯.

 

 

아래는 http://www.forsmi.ru/photorep/301792/ 에 실린 사진들. 링크 클릭하면 러시아어 기사를 읽을 수 있다.  

В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е прошла презентация книги «Жить танцуя»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в объективе Александра Гуляева

 (기사 제목은 ' 알렉산드르 굴랴예프가 찍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화보집 «Жить танцуя»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간 기념회 개최')

 

사진사는 아마도 'Михаил Филоненко' (미하일 필로넨코)

 

 

 

 

 

 

이 사진 너무 맘에 든다. 밝은 빛살 속에서 이 사람의 매력이 한결 부드럽게 발산되는 느낌이다. 아마 내가 빛이 많은 사진을 좋아해서 그럴지도.

 

아스토리야의 이 로툰다 카페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저 창가에 앉아 햇살 받으며 사인하고 있는  슈클랴로프를 보니 저곳도 그립고...

 

 

 

 

 

가운데의 미녀가 유리 스메칼로프의 부인인 블라디슬라바 스메칼로바.

 

 

 

 

 

 

 

 

 

 

왼편의 이 사람이 알렉스 굴랴예프(alex gouliaev) 사진작가.

 

 

 

아이들이랑 있을 땐 더욱 해맑고 행복해보이는 발로쟈 :)

 

 

 

 

 

 

 

 

 

마지막 사진도 빛 속의 슈클랴로프 :)

 

힘든 아침의 비타민 같은 사진들로 원기 충전... 이제 또 미친 듯이 일해야지.

근데... 엉엉, 가지 마오 발로쟈..

마린스키 떠나기 전에 팬들에게 주고 가는 선물 같은 거니 엉엉..

 

 

**

 

추가 : 출간 기념회 영상 클립 : http://tveye.tistory.com/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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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4월 10일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폐막 갈라에서 선보인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독무 무대.

제목은 "Не покидай меня" (Ne Me Quitte Pas)

번역하면 '날 버리지 마..'

유리 스메칼로프 안무.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슈클랴로프가 춤을 춘다.

발췌된 클립은 공연 일부.

제목부터 시작해 심금을 울리는구나.. 우릴 버리지 말라고요, 마린스키를 떠나지 말라고요 ㅠㅠ

최소한 마린스키에 게스트 프린시펄로라도 계속 남아 주면 좋겠다. 파테예프가 떠날지도 모른다는데 이것과도 연관이 있나 싶기도 하고 ㅠㅠ 하지만 스코릭이야 그렇다칠수 있어도 이 사람이야 자기 재능만으로도 충분히 지금 톱이라서... 아무래도 아내 쉬린키나 때문인 것 같아 흐흑...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Ne Me Quitte Pas, фестиваль Мариинский 10.04.16

 

 

공연 사진 몇장.

 

 

사진 : Jack Devant

 

 

 

사진 : Jack Devant

 

 

 

사진 : Jack Devant

 

 

 

 

사진 : Jack Devant

 

 

 

사진 : Jack Devant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마친 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유리 스메칼로프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 Svetlana Avvakum

 

..

 

녜 빠끼다이 나스, 발로쟈...

떠나지 말아요, 가지 말아요 엉엉...

 

..

 

4월 17일에 이 사람 화보집이 나온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보니 특정 서점에서만 파는 것 같다. 소량 인쇄를 했나... 인터넷에서도 좀 팔아주면 안되나.. 여름에 가면 돔 끄니기에서 득템할 수 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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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며칠 전 내가 좋아하는 마린스키 무용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아내와 함께 새 시즌에 뮌헨으로 옮겨갈 거라는 소문을 접했고 그게 소문이 아니라 거의 확정된 사실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http://tveye.tistory.com/4587, http://tveye.tistory.com/4592)

 

이 뉴스에 굉장히 심란했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 때문에 힘든 와중에도 그 사람이 옮겨간다는 사실에 이렇게 마음이 심란하니 아마 내가 진짜 팬이라 그런가보다.

 

사실 무용수의 입장에서는 13년이나 마린스키에서 췄고 이미 프린시펄로 남자무용수 중에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데다 해외에서 인기도 많고 기량도 가장 원숙기에 달해 있으니 늦기 전에 다른 극장, 다른 무대에 나가고 좋은 대우를 받을 때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사람이 마린스키에 이렇게 오래 남아준 것도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다른 동세대 무용수들을 보면...

 

게다가 러시아보다야 유럽이나 미국 쪽 대우가 훨씬 좋을 거고. 바이에른 쪽 예술감독으로 이고르 젤렌스키가 있고, 또 마린스키에서는 제2솔리스트에 머물러 있는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도 아마 프린시펄 급으로 가는 것 같으니 아내를 매우 사랑하는 이 사람 입장에선 좋은 기회일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니 잘 판단해서 결정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과 심란함이 가시지 않는다. 아마 내가 슈클랴로프의 팬인 동시에 '마린스키'와 '페테르부르크'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에 남아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름에 다시 페테르부르크에 가고 일년에 한두번은 이 사람 무대를 보는 게 낙이었는데 ㅠ 물론 뮌헨에 가볼 수도 있겠지만 마린스키란 이름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냥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이 가는 극장이 마린스키만한 이름값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여튼 일개 애호가이자 팬인 내가 심란하든 말든 재능 넘치는 무용수이자 예술가이니 슈클랴로프는 자기 앞길을 잘 꾸려나갈 거고... ㅠㅠ

 

..

 

 

이 소식 때문에 심란해하다 일종의 아이러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내가 쓰고 있는 미샤 야스민의 본편 우주에서 나는 비슷한 소재를 이미 다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설정한 세계에서 미샤는 레닌그라드 토박이로 레닌그라드 발레학교(즉 바가노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곧장 키로프(지금의 마린스키)에서 데뷔해 곧 성공 가도를 달리다 4번째 시즌 중간쯤 모스크바의 볼쇼이로 옮겨가게 된다. 이 이야기는 몇년 전 썼던 트로이와 미샤의 장편 후반부에서 다룬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작가의 입장이었고 나와 미샤는 둘다 이유가 있었다. 그 순간의 미샤는 떠나야 했고 나 역시 그가 왜 떠나야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던 팬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혹은 부정하고 싶어하거나 그저 슬퍼했다. 나는 언제나 팬과 예술가 사이의 애정과 환상, 그 거리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오래전 내가 토드 헤인즈의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처음 보았을때 그렇게 매료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그 영화는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팬과 예술가, 혹은 우상 사이에는 분명 환상이 있고 거리가 있고 놀라울만큼 우스꽝스러운 어떤 것이 있다.

 

 

본편 우주에서 미샤는 매우 열렬한 팬덤을 거느린 무용수로 등장했다. 그의 유일무이한 재능과 사람을 끄는 자력 때문에. 그래서 미샤가 갑작스럽게 볼쇼이로 떠나게 되었을때 그의 팬들은 분노하고 경악하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

 

 

나는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를 쓰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건 겨울이었다. 12월이었다. 춥고 쓸쓸한 날이었다. 나는 코다츠 테이블에 앉아 그 장면을 쓰고 있었다. 2012년 겨울이었다. 그날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나는 투표를 마치고 돌아와 글을 쓰고 있었다. 그때 나는 바닥에 내려가 있었고 내게는 오직 그것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그때 내가 그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더욱 오랫동안 바닥에 있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몸이 아파서 잠시 직장을 쉬고 있었던 때였는데 사실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다.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지 몇달쯤 된 시점이었고 그때 나는 중독자처럼 그 글을 썼다. 그래서 그 글의 완성도가 어떻든 내게는 매우 개인적이고 중요한 글이었다.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나는 나의 주인공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심리적 화자 트로이의 안으로 들어갔고 더 깊이, 더 깊이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여튼 그래서 그 소설은 여전히 내겐 내밀하고 고통스럽고 소중한 무언가로 남았다.

 

 

..

 

 

아래 발췌한 에피소드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샤가 갑작스럽게 모스크바로 떠나게 되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팬들의 이야기이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당시의 레닌그라드) 사이의 알력과 긴장감도 한몫 했고. (사실 모스크바가 수도이긴 하지만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문화의 예술의 도시, 제국시절 수도, 봉쇄를 이겨낸 영웅도시로서 자기네 도시와 문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이 아주 강하다. 그리고 지금도 좀 그렇긴 하지만 소련 시절엔 특히 키로프에서 열심히 좋은 무용수들 키워놓으면 당 차원에서 그들을 볼쇼이로 낼름 보내버리곤 했다)

 

 

이 장면을 쓸때 나는 반쯤 냉소적이기도 했고 또 그보다 더 슬프고 열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팬들이 아니라 미샤에게 더욱 가까이 있었다. 그래선지 이번에 슈클랴로프가 떠난다고 해서 심란해지자 이 에피소드를 쓰던 때가 생각났고 조금 씁쓸하게 웃게 되었다.  어쩌란 말이야... 작가로서의 나와 팬으로서의 나는 어쨌든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지 않나 ㅜㅜ

 

 

..

 

 

사실 내가 무용수로서의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낼 때 여러 무용수들의 특질을 따오기는 했지만 거기 슈클랴로프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와 미샤의 관계는 내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라는 무용수를 좋아하게 되기 훨씬 오래 전에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글을 쓰면서 이따금 슈클랴로프를 떠올린 적은 있었다. 사실 미샤와 닮아서가 아니라 상반된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에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는 그 드라마틱한 재능과 비극을 표현하는 능력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빛과 에너지의 무용수, 햇살 같은 무용수이기 때문이다. 미샤는 그 반대이다.

 

 

하지만 저 트로이가 등장하는 장편을 쓸때 나는 가끔 사진 몇 장을 보곤 했다. 소년 시절, 그리고 20대 초반의 미샤를 떠올리려고. 그때 보던 사진 중 하나는 슈클랴로프의 초창기 시절 찍은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다.

 

 

 

 

물론 나의 주인공 미샤가 이 사람과 비슷한 타입의 외모는 아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소년 시절의 미샤가 좀 떠오르곤 했다. 아마 그 소년다움, 아직 앳된 얼굴, 아직 제대로 된 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린애도 아닌 미묘한 순간에 놓여 있는 시절, 어딘가 양성적이고 어딘가 쓸쓸해보이고 또 어딘가 결핍되어 보이지만 동시에 한없는 매력을 숨기고 있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미샤가 어떤 경계에 놓여 있고 그 선을 넘나들며 끝없이 움직이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런 그에게 분명 근육질의 강인한 남성 무용수이지만 동시에 어딘지 양성적이고 어딘지 미처 덜 자란 사춘기 소년 같은 분위기를 남겨 놓고 싶었다. 그리고 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옛 사진은 내게 그런 느낌을 조금 느끼게 해준다. 물론 이 사람은 나의 미샤와는 많이 다르지만.

 

 

..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늘어놨는데, 하여튼 발췌한 이야기는 몇년 전 쓴 장편의 후반부. 미샤가 3년 반 동안 키로프 무대에 올라다가 갑작스럽게 모스크바 볼쇼이로 떠났을때 일어난 해프닝이다. 앞부분에서 발레애호가들이 분노해 떠드는 대화에 등장하는 세레브랴코프는 미샤를 싫어하는 선배 무용수로 예전에 이 사람과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발췌한 적이 있다.

 

 

이반 노비코프는 미샤를 낚아채간 볼쇼이 행정감독, 게오르기 다닐로프는 키로프의 행정감독, 아사예프는 예술감독이다. 물론 다들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극장 지도 체계도 좀 다르고. 당시 내겐 그 체계의 재구성이 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허구의 세계니까. 스타니슬라프 일린은 이전에 몇번 발췌한 미샤의 친구이자 볼쇼이 안무가이다. 전에 일린의 딸 라라의 관점으로 전개된 부활절 단편 jewels를 올린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여기서 미샤가 볼쇼이로 옮겨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잠깐 언급되는 고르차긴과 마이야 로스포바는 둘다 레닌그라드의 유력자로 미샤의 열렬한 후원자이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와 벨스키는 서무 시리즈에도 몇번 언급되었고 발췌한 적도 있지만 미샤를 후원하는 고위직 당 간부이다. 미샤를 따라가는 타마라는 키로프 발레단 코디네이터이다. (역시 모두들 가상의 인물들이다)

 

 

이 에피소드를 쓸 때, 특히 발레애호가들이나 팬들을 묘사할 때 나는 약간은 장난을 치고 있었지만 사실은 많이 진지하고 심각했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내내 그랬다. 숨을 쉬려고 애쓰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쓴 날이 대통령 선거일이었고 그 다음날부터 세상은 좀더 어두워졌다 ㅠㅠ)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 야스민이 볼쇼이로 떠난다는 뉴스는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키로프 뿐만 아니라 레닌그라드 문화예술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몇몇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왔을 때부터, 그리고 미샤가 세레브랴코프와의 싸움으로 징계를 받고 이후 가을에 두 달이나 휴가를 얻었을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극장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노비코프가 미샤를 크레믈린 무대에 세웠을 때부터 이미 모든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지어 극단적인 볼쇼이 혐오자인 유력 인사 하나는 이반 노비코프가 이런 상도에 어긋나는 짓을 하기 위해 일린을 빌려줬던 거라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 음모론이 들끓었다.

 

 

“ 생각해 봐! 포노마레바, 그 여자도 모스크바에서 왔지. 이건 모스크바의 음모야. 그 여자가 다닐로프를 협박해서 일린을 박아 넣었지. 그리고는 어떻게 했어. 그 런던 페스티벌에 야스민을 보낼 때 일린이 만들어준 춤을 가져가게 했지, 게다가 같이 갔던 건 누구야! 게르만 스비제르스키! 모스크바 의원이잖아. 크레믈린 축제는 또 어떻고! 볼쇼이로 빼가는 걸 벨스키가 거들었다잖아. 노비코프는 다닐로프나 아사예프 따위와는 로비 능력 차원이 달라. 그 루슬란을 볼쇼이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키로프에서는 으쓱해했지. 얼간이 같긴, 그게 다 노비코프의 포석이었던 거야! ”

 

 

“ 맞아. 게다가 최근 2년 동안 키로프에서 야스민을 어떻게 대했어! 제대로 대우해 줬다는 놈들은 수석으로 만들어준 것만 보고 다른 건 못 보는 거지. 무대에 서는 날과 징계로 처박혀 있는 날이 거의 비슷할 정도였을 걸! 그 세레브랴코프 서클에서 무슨 짓들을 했는지 정말 몰라? 음해와 뒷공론, 협박이 전부가 아냐. 별의별 유치한 짓들을 다 했어. 첫 시즌에는 공연 시작 직전에 소품 창고에 가뒀지. 볼고그라드에 갔을 때는 인솔자를 속여서 걜 거리에 내버리고 버스를 출발시켰어. 야스민이 지난 네 번의 시즌 동안 잃어버린 그 많은 의상과 슈즈가 전부 어디로 갔다고 생각해? 팬들이 가져갔다고? 그 절반 이상은 잘난 선배들이 쓰레기통에 처넣었을걸. 그런 게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페름 저수지 사건 몰라? 분장 상자 안에 양날 송곳이 잔뜩 박혀 있던 사건 기억 못해? 손가락이 잘릴 뻔 했지. 조명 나사를 풀어서 어깨를 박살낼 뻔한 적도 있었어. 그래, 그 다쳤던 어깨 말야. 그게 실패하니까 세레브랴코프가 자기 손으로 뼈를 부러뜨리려고 했지. 그런 와중에 노비코프가 미끼를 던졌는데 제정신인 무용수 치고 그걸 물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어! ”

 

 

“ 노비코프가 1월에 야스민을 곧장 백조 무대에 세운대. 거의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일 걸. 그 표 구하려고 그 바닥이 발칵 뒤집혔대. 벌써부터 그 친구가 스파르타쿠스를 출 거라고 모스크바 무용계가 시끌시끌해. 스비제르스키에 벨스키까지 고위직도 양쪽 서클에서 다 걜 밀잖아. 그런 앨 뺏기다니. 그것도 여름도 아니고 시즌 중에 데려가게 놔두다니! 키로프 위신이 땅에 떨어졌어. 멍청한 인간들. 이제 시작이야. 그놈들이 하나하나 다 빼 갈 거야. 모스크바 놈들에게 다 뺏기게 될 거야! ”

 

 

좋은 것은 모두 모스크바와 볼쇼이에 빼앗긴다는 피해의식과 뿌리 깊은 경쟁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극장과 예술계 인사들 뿐만이 아니었다. 공식적인 뉴스가 1월 초에 터져 나오자 관객들도 크게 실망했는데 특히 미샤의 팬들은 하늘이 무너질 듯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 충격의 첫 번째 반응은 극장에 대한 무시무시한 분노로 나타났다. 그들은 키로프 상부의 무능함과 고참 무용수들의 텃세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연판장을 써서 문화국과 지역 의회에 공식적인 항의 서한을 제출했고 리디야 포노마레바의 사무실을 급습해 한 시간이나 뜨거운 성토를 벌였다. 불행하게도 그런 점잖고 교양 있는 행동으로 그친 것만은 아니었다. 열성팬들은 극장으로 몰려갔고 게오르기 다닐로프와 울리얀 세레브랴코프의 자동차에 휘발유를 부은 후 불을 질렀다. 다행히 수위가 달려와 재빨리 불을 껐기 때문에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두 대의 차는 심하게 망가지고 말았다. 다닐로프는 공포에 질려 세레브랴코프에게 미샤가 떠날 때까지 억지로 휴가를 주었고 경찰에 연락해 그 공훈예술가의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까지 했다.

 

 

다닐로프의 그런 행동은 결코 과민한 반응이 아니었다. 차에 불을 지른 후 팬들은 극장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불어났을 때는 키로프 정문 앞으로 옮겨와 시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다닐로프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며 당장 관객들 앞에 나와 제대로 된 해명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점차 거기에는 보리스 아사예프의 이름도 뒤섞였다. 다닐로프는 경찰들에게 연락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좀처럼 와주지 않았다. 아마도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팬들 배후에 지역 유력 인사가 몇 명 끼어 있었고 그들이 연줄을 동원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혹자는 고르차긴이나 마이야 로스포바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시위가 점차 격화되어 작은 폭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는 데다 저녁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겁에 질린 다닐로프는 마침 서류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들렀던 미샤를 붙들고 거의 빌다시피 소리쳤다.

 

 

“ 자네 추종자들이니까 가서 좀 해결해봐! 제발 내 기억 속에서 마지막까지 골칫거리로 남지는 말아줘. ”

 

“ 게오르기 페트로비치, 당신은 제가 어떻게 행동하든 골칫거리로 기억하실 게 뻔해요. ”

 

“ 그래, 하지만 우리 골칫거리였지. ”

 

 

그때 게오르기 다닐로프는 결코 극장 소속 예술가들에게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그 깐깐하고 관료적인 인물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샤를 포옹하고 뺨과 입술에 세 번 입을 맞춘 것이다. 사무실 구석에 서 있었던 타마라는 그 광경에 기절할 만큼 놀랐다.

 

 

“ 다시 돌아와. 자네 자리는 항상 있을 테니까. ”

 

 

물론 그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대사 후 다닐로프는 미샤의 등을 떠밀어 정문 앞으로 내보냈다. 극장 쪽 직원으로 타마라를 딸려 보내기는 했지만 그녀는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격하게 시위하고 있던 팬들은 미샤가 나왔을 때 놀라서 한동안 잠잠해졌지만 곧 다시 흥분해서 그를 에워쌌고 소리를 지르고 항의하고 울부짖고 제발 남아달라고 간청하기 시작했다. 미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 앞에 멍하게 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그저 귀찮아서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마라는 미샤가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얼이 빠졌던 거라고 생각했다. 떠나기로 결정하기 전부터 극장에서 미샤가 가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멍하게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마라는 그가 너무 무리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미샤가 별다른 변명도 위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기 때문에 팬들의 슬픔은 점차 분노와 원망으로 변했다. 그들은 우상 무용수를 벌떼처럼 에워싼 채 시베리아에서 짐승을 사냥해 몰듯 소란스럽게 극장 문 앞에서 끌어냈다. 타마라는 그들이 미샤를 납치해 무서운 짓을 저지를 것 같다는 비이성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발을 동동 구르며 뒤를 쫓아갔다. 남녀가 뒤섞인 추종자 무리는 웅성대고 소리치며 운하를 따라 이시도로프 사원 쪽으로 내려가다가 도로를 건넜고 마침내 쇼틀레로 미샤를 밀어 넣은 후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평화로운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던 몇몇 중년 여인들과 젊은이들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고 팬들은 ‘꺼져요 꺼져!’를 반복하며 그들을 내쫓았다. 타마라는 문이 닫히기 전에 간신히 안으로 달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몇 시간은 타마라에게 끔찍한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팬들은 카페 앞문과 뒷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교대로 문 안팎을 지켰으며 점원들을 협박해 안쪽의 조리실로 몰아넣었다. 전화선을 모두 뽑아버렸다. 무기만 없다 뿐이지 인질극이나 다름없었다고 타마라는 이후 공포에 떨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카페 안을 구름처럼 메운 팬들의 숫자를 세다가 100명까지 세었을 때 공포에 떨며 그 무용한 일을 그만 두었다. 100명이든 1,000명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무 흥분해서 이성을 잃었고 푸치니 오페라나 드라마 극장 무대에나 나올 법한 광적인 감정 폭발과 눈물과 고성을 마구 쏟아냈다.

 

 

미샤는 한가운데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팬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온통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빠져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타마라는 그들을 잘못 자극했다가는 미샤를 폭행하거나 말 그대로 짓눌러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벌벌 떨고 있었다. 다행히 추종자들은 미샤에게 육체적 폭력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손을 댔던 것은 귀부인처럼 차려입은 중년 여인 두 명 뿐이었는데 그것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테이블 위로 올라가 앉으라고 팔을 잡으며 종용했던 것 뿐이었다. 미샤는 순순히 테이블 위로 올라가 앉았는데 그때에야 타마라도 그의 얼굴을 보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미샤는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타마라는 그가 어떤 일에든 두려움에 휩싸이거나 주눅 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무척 피곤해 보였을 뿐이었다. 그는 짜증을 내거나 내보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앉아 흥분한 팬들의 아우성을 그대로 듣고 있었다.

 

 

추종자들은 한꺼번에 소리치기도 하고 이따금 누군가의 지도에 따라 돌아가면서 성토나 항의,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기도 했다. 과격한 팬들이 삿대질과 함께 미샤에게 모스크바와 볼쇼이에 창녀처럼 팔려갔다며 고함을 질렀을 때 타마라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그때쯤 그녀는 미샤가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카페 전체를 불태울 듯 솟구쳤던 배반감과 노여움은 점차 크나큰 상실감으로 바뀌었는데 아마도 미샤가 침묵하면서도 그들의 말을 모두 들어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중에는 여자들 여러 명이 테이블 바로 앞에 몸을 던지고 통곡하면서 가지 말라고 애걸했다.

 

 

우리 죽는 걸 보고 싶어요? 제발 가지 말아요! 모스크바에 가지 말아요! ”

 

 

그러자 모여든 팬들이 콤소몰 청년가를 부르듯 한 목소리로 합창했다.

 

 

“ 가지 말아요! 모스크바에 가지 말아요! ”

 

 

그 무서운 와중에도 타마라는 미샤가 반듯하게 다물고 있는 입술 너머로 웃음을 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럭 들었다. 그 비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 러시아적인 합창에는 소름끼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마라가 아는 미샤 야스민은 충분히 그런 상황에서 웃어버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모아쥐고 마음 속으로 열렬히 외쳐댔다.

 

 

‘ 제발, 웃지 마. 이 말썽쟁이 꼬마야, 제발 참아. 비웃는 줄 알 거야.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널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릴 거야. 오 하느님, 예수님. 전 몰래 세례도 받았고 고난주간에는 금식도 해요, 콤소몰 회합에는 꼬박꼬박 나가지만 그래도 신앙을 지켰다고요. 제발 제 기도 좀 들어주세요. 저 골칫거리 귀염둥이가 제발 웃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살아서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손 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우릴 떠나는 건 밉지만 그래도 저 애가 볼쇼이 무대에 제대로 설 수 있게 해주세요! ’

 

 

하느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샤는 웃지 않았다. 대신 처음으로 입을 열었고 그 연극적인 과잉으로 흘러넘치는 합창을 일상적인 대화를 받아넘기듯 대꾸했다.

 

 

“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까 보내주세요. ”

 

 

아마도 너무나 침착하고 조용한 어조 때문인지도 몰랐다. 소음으로 가득하던 카페 안에 갑작스런 침묵이 내리덮였다. 잠시 후 한 여자가 날카롭게 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쳤을 뿐이었다.

 

 

“ 그걸 어떻게 믿어? 결국 모스크바를 선택한 거잖아요! ”

 

 

미샤는 소리친 여자 쪽을 보지도 않은 채 낮고 부드럽게 말했다.

 

 

“ 모스크바라서 가는 게 아니에요. 새로운 뭔가를 춰보고 싶을 뿐이에요. 돌아오면 좀 더 나아질 거예요. 모든 게 나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보내주세요. ”

 

 

그때 미샤 야스민의 얼굴이 너무나 창백하고 두 눈이 깊은 터널처럼 검게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차라리 주문처럼 그 말을 자기 자신에게 되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싼 팬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타마라는 미샤와 그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불꽃을 두른 완벽한 원형의 벽이 세워져 있다는 것을 갑작스럽게 알아차렸다. 그들 중 누구도 그를 끌어내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없었다. 키스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미샤에게서 그런 슬픈 얼굴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기 시작했다.

 

 

그때 경찰들이 마침내 도착했다. 카페 문을 뜯어내고 들어와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미샤를 빼내주었다. 불법 시위와 차량 방화, 납치와 감금, 협박 등등 갖다 붙일 죄목은 넘쳐났지만 놀랍게도 쇼틀레에 모여든 미샤의 팬들 중 경찰서에 연행되거나 심문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연줄이라고 타마라는 생각했다. 딱히 틀린 생각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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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틀레는 옛날에 내가 종종 들렀던 마린스키 극장 근처의 베이커리 카페 슈톨레를 모델로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다. 피로슈카 파이와 타르트 등을 파는 곳이었다.

 

 

 

 

이건 이시도로프 사원 가는 길. 마린스키 쪽에서 찍은 건 아니고 반대편에서 찍은 것.

 

팬들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시도로프 사원 가는 쪽으로 쭉 거슬러 올라가는 길로 미샤를 몰아갔다(거기 내가 다니던 슈톨레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했음)

 

 

 

사진 추가) 이게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시도로프 사원으로 올라가는 바로 그 길. 2010년 겨울에 내가 찍었던 사진 한 장 찾았다. 이땐 아직 마린스키 신관이 생기기 전이니 미샤의 레닌그라드 시절과 비슷한 지리적 조건이다. 왼편 멀리 보이는 게 이시도로프 사원. 이 길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마린스키 극장이 있다. 쇼틀레는 가운데 도로 건너 오른편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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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무용수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에 짧게 발췌한 적이 있다. 애호가들의 대화에 나오는 페름 저수지 사건에 대한 것이다. 그건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레닌그라드 애호가들이 '미샤를 낚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보낸 첩자'로 매도하는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시점으로 묘사된 발췌문은 여기. 둘다 수용소에서 미샤를 면회할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http://tveye.tistory.com/4521, http://tveye.tistory.com/4468

 

일린의 딸 라라의 시점으로 묘사된 미샤의 모스크바 시절 이야기인 jewels는 여기

1장 : http://tveye.tistory.com/3390
2장 : http://tveye.tistory.com/3391
3장 : http://tveye.tistory.com/3393 
4장 : http://tveye.tistory.com/3394
5장 : http://tveye.tistory.com/3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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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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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4. 6. 20:34

부디 그냥 소문이길 ㅠ dance2016. 4. 6. 20:34




좀전에 자주 들르는 마린스키 발레 관련 러시아 커뮤니티 갔다가 심란한 소문을 접함. 이고르 젤렌스키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뮌헨 국립극장의 Bavarian 오페라/발레 로 슈클랴로프, 쉬린키나, 스코릭이 이적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고 한다. 아, 안돼 ㅠㅠ 스코릭은 상관없어.. 하지만 발로쟈.. 제발 안돼 ㅠㅠ 남아줘 ㅠㅠ


그냥 루머이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중. 급 심란해짐 ㅠ 안 그래도 이사람 인스타그램에 친구와 팬이 '우릴 버리지 마세요'러고 써놨던데.. 태그를 보고 이번 페스티벌에 올리는 신작 내용이나 제목과 관련 있는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소문을 접하니 별 생각이 다 드네.


그냥 마린스키에 있어줘 ㅠㅠ 아기도 낳았잖아, 뻬쩨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도시라며.. 항상 마린스키를 기반으로 남아 있을 거라 했잖니 엉엉..


부디 이 사람이 마린스키에 남게 해 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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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