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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좀 안되어 잠깐 깼는데 그때 다리를 잘못 뻗었는지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서 엄청 괴로워하며 열심히 주무르다 다시 잤다 ㅠㅠ 너무 아팠다. 엉엉 노화의 증거인가... 아직도 종아리의 그 부분이 조금 뭉쳐 있고 누르면 쑤신다.



꿈에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인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가 나왔다. 액자식 구성으로, 어느 여인이 아파트 복도에서 옆집 사람과 마주쳐 이야기를 하는걸 지켜보았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도블라토프였다. 꿈속의 그 여인은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유리 스메칼로프의 아내를 닮았었다. 어느새 도블라토프는 사라지고 이 여자만 남아서 마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넘기듯 15~6개의 아주 짧은 숫자가 매겨진 원고인지 페이퍼백인지 하여튼 갱지를 제본한 책이 한장씩 넘어가는 광경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게 다 도블라토프의 글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막 흥분하다 깼다ㅠㅠ 내용은 기억에 없음... 러시아어로 되어 있다는 것과 각 숫자별로 한두 단어의 제목이 붙어 있었다는 것, 각 장은 몇 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까 이미지들만 기억남. 이런 꿈을 꿨으니 새 글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봐야 하지 않나 엉엉... 그런데 아깝다. 꿈에서라도 그 글들을 다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블라토프는 단명한 작가라 글이 너무 적어 아쉬운데... 꿈속의 글을 다 기억해내서 내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재택근무를 했다. 몸이 덜 피곤해서 좋다. 멍울은 다행히 다 풀렸다. 검진 결과는 아직도 안왔다. 보통 열흘 정도 되면 오던데.



내일은 다시 새벽 출근한다. 오전엔 신입직원들 교육, 오후엔 장시간 스트레이트로 아주 여러 명의 면접에 둘어가야 한다. 또 내가 심사위원장을 해야겠지 엉엉 피곤해... 생각만 해도 기가 빨린다. 으윽 기운을 내자... 빨리 자야겠다.



오늘은 30분 좀 안되게 자전거 탐. 하지만 재택근무 내내 저녁에도 밥을 먹어버려서 이번주는 꽝인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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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페테르부르크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빛이 잘 들어오고 살짝 복작복작한 느낌이 좋아서 자주 갔던 곳이 본치 카페이다. 통창문으로 햇살이 잘 들어오는 홀과 안쪽의 아늑하고 어두침침한 방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나는 항상 빛이 들어오는 쪽에 앉곤 했다. 글을 쓰기도 좋고 스케치하기에도 좋다. 디저트도 맛있고 파스타도 나쁘지 않다. 아스토리야 호텔에서 걸어서 5~7분 거리라 종종 들르곤 했다. 

 

 

 

 

 

 

여기는 뭐랄까, 굉장히 페테르부르크 느낌이 드는 카페이다. 아마도 바로 맞은편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만. 미묘하게 이 도시 특유의 느낌이 배어 있다. 여기서 길을 건너서 옆 거리로 거슬러올라가면 빵집이자 카페인 부셰, 그리고 식사와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고스찌가 나온다. 모두 내가 좋아했던 곳들이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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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