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

 
 
 

일찍 깨어나 뒤척거리다 다시 조금 더 잤다. 꿈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대장내시경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라 우왕좌왕 당황했다. 깨어나서는 '아 꿈이구나, 검진은 내일 받는구나' 했다. 역시 검진이 상당히 스트레스인가 보다. 
 
 
늦지 않게 깨어났지만 침대에 한참 누워 있다가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점으로 아몬드유 1팩과 오뚜기에서 나온 흰죽 1개를 먹었다. 이것 외에는 오늘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음 ㅜㅜ 근데 이제 슬슬 배가 고프다. 하지만 남아 있는 거라곤 무시무시한 대장내시경 약... 으앵. 사실 나는 '뭐 두배로 닝닝하고 짜디짠 게토레이 맛이다' 하며 이 약을 먹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구토나 극심한 불편함까지는 느껴본 적이 없다만 그래도 좋을 리가 없고... 약 자체는 그냥저냥 먹을만한데 그 이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너무 고역이다. 나는 물을 잘 마시는 편인데도 그렇다. 하여튼 7~8시 즈음에 이놈과 대면하려고 한다. 새벽에도 또 먹어야 하니 그게 너무 싫다. 
 
 
작년 건강검진을 놓친데다 원체 작년에 많은 스트레스와 과로로 고생했던 터라 사실 내일 검진받는 게 걱정이 많이 된다. 더 빨리 받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공지가 늦게 올라와서 이것이 제일 빠른 예약이었다. 긴장하지 않고 가서 편하게 잘 받고 와야 할텐데. 결과도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내 불안한 마음... 
 
 
오늘은 먹은 게 거의 없어서 실내자전거는 생략했다. 종일 가벼운 책을 읽었다. 낮에는 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열어놓고 한두시간 정도 볕을 쬐면서 서서 책을 읽었다. 햇볕을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후 세시 쯤 소파로 돌아오자 너무 졸려서 한동안 피곤하게 졸았다. 침대로 가서 좀 잘까 싶었지만 가뜩이나 뜬새벽에 일어나 내시경 약을 또 먹어야 하니 밤잠을 설칠까 싶어서 그만두었다. 
 

 
일단 오늘 메모는 여기까지. 아마 약을 먹고 나서 아래 추가로 몇 줄 더 쓸지도 모르겠다. 
 
 


...



* 추가



으윽, 간신히 첫번째 약을 15분 정도 걸려 나누어서 다 마셨다. 맞아, 이렇게 짰었지ㅠㅠ 작년 초에도 마셨는데 메모를 찾아보니 그때도 내 생각보다 엄청 힘들게 마셨었구나... 너무 싫어서 기억이 리셋됐었나보다. 다시 마셔보고 위에 적은 ‘두배로 짠 게토레이’ 취소. 네배는 짠 것 같다! <그냥저냥 먹을 만한데> 란 표현도 취소! 맛 자체보다는 너무 짜서 마시기가 괴롭다. 물을 1.5리터 더 마셔야 되는데 아직 한컵 밖에 못 마심. 물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마셔보겠다만 새벽에 두번째 약을 먹어야 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악몽임 엉엉...




 
 

 
 
 
 

 
 
 
 

 
 

:
Posted by liontamer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고 또 즐기지도 않는 편이라 좀처럼 음주를 하지 않는다. 드물게 와인이나 샴페인 약간 정도(보통 새해 전야나 무슨 행사 리셉션이 있을 때만) 회식에 가서도 가급적이면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꼭 마셔야 하는 자리에서도 맥주처럼 차가운 술은 웬만하면 피한다. 유일하게 뭔가 마시고 싶을 때는 여행을 가서 마음에 드는 숙소에 괜찮은 바가 딸려 있을 때이다. 아니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와인이나 식전주가 아울리는 식사를 할 때(주로 이탈리아 식당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술 자체라기보다는 <여행>의 일환이다. 일상과 다른 무엇,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또 대담하지도 않지만,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즐거운, 일상에서 벗어난 순간이지만 다른 여행들과는 어떤 교집합이 되는 순간. 바에서는 보통 김릿을 마시는데, 김릿이 없는 곳에서는 이름이 낭만적이거나 뭔가 배합이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고른다. 그래봤자 한 잔 정도. 그리고 안주를 열심히 먹으므로(주로 올리브나 견과, 감자칩 같은 게 나온다) 뭔가 주객전도임. (전형적인 술 못 마시는 자의 특징)
 

 
사진은 작년 9월, 바르샤바의 래플스 호텔에 딸린 Long Bar. 이 호텔은 싱가포르 체인이고 이 롱 바도 본점이 유명하다. 싱가포르 슬링을 선보인 곳도 그곳이라고 한다. 이 호텔은 가격대가 상당해서(그래도 바르샤바라 상대적으로 저렴했음) 여행 기간 중 마지막 사흘만 머물렀다. 이른 저녁, 바가 막 문을 열었을 때 내려가서 칵테일을 한 잔 마셨다. 여기는 6시에 열어서 좀 늦었지만 사실 나는 오후의 바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어딘가 서늘하다. 여기서는 싱가포르 슬링의 변주인 바르샤바 슬링이 있어 그것을 마셔보았다. 맛은 그럭저럭. 딱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께 나온 견과 안주가 맛있어서(트러플 오일이 뿌려져 있었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좀 추워져서 약간 남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음주와는 반대로 차는 무척 좋아하므로 언제 어디서든 차를 마신다. 여행을 가서도 카페들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이따금 방에서 쉬면서 티백으로 차를 우려마시며 근처 빵집이나 카페에서 사온 티푸드를 곁들이는 것도 행복하다.
 
 
이건 역시 저 바에 갔던 날 오후. 숙소를 옮겨온 날이었고 차를 미처 마시지 못해서 극심한 홍차 결핍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땡볕에 구시가지를 쏘다니다 온 터라 달콤한 것도 무척 먹고팠는데, 막상 방에 들어와 가방을 풀고 나니 차 마시러 나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이른 저녁에 바에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웰컴 디저트로 놓여 있던 저 초콜릿 샌드 비스킷을 곁들여 오전까지 묵었던 호텔에서 가져온 티백을 우려 차를 마셨다. 저 차는 다즐링 계열이었고 맛있었다. 비스킷도 맛있었지만 너무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창 너머로는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방은 아늑했다. 
 
 
이런 걸 보면 너는 굳이 여행을 안 가도 어디서든 비슷하게 놀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역시 여행이라서 특별한 뭔가가 있다 :) 
 
 
그건 그렇고 건강검진 때문에 오늘 흰죽밖에 못 먹고 쫄쫄 굶고 있는 와중이라 저 홍차랑 초콜릿 비스킷, 그리고 위 사진의 트러플 견과랑 감자칩이 너무 먹고프다(그 와중에 칵테일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음 ㅎㅎ 역시 알콜은 철저히 여행의 영역인가보다)

 

'2023 warsa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바 샀던 곳  (2) 2024.02.29
여행지의 아침밥 +  (0) 2024.01.19
노비 쉬비아트 거리 야경  (0) 2024.01.17
바르샤바 산책 : 기마상에서 피에로기까지  (2) 2024.01.06
서점과 엽서  (0) 2023.11.30
:
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