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올렸던 마린스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http://tveye.tistory.com/3089)에 이어.
파이널의 두 가지 영상 올려본다.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에 절망해 오열하는 로미오. 그리고 둘의 죽음.
라브로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춤도 정형화되어 있으며 특히 줄리엣의 춤이 너무 순종적이고 여성적인 편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그래도 나는 이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좋아한다. 아마도 라브로프스키 버전이 무대에서 제일 처음 봤던 로미오와 줄리엣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디아나 비슈네바의 줄리엣을 보면 그런 식의 비판도 사그라드는 편이고.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도 아주 탁월하다. 특히 파이널 직전에 줄리엣의 죽음에 절망하는 로미오의 격렬한 몸부림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 장면에서 로미오는 발코니 씬에서 보여주었던 가슴 벅찬 사랑의 춤을 변주해 격렬하고 고통스러운 움직임을 연달아 보여주는데 정말 가슴 아프다.
슈클랴로프는 몇 년 전의 인터뷰에서 드라마틱 발레에 잘 맞는 편이고 특히 로미오를 아주 가깝게 느낀다고 했는데 춤과 연기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이 사람이야 아주 마초적인 배역에는 안 맞지만 그래도 웬만한 고전발레 배역에는 참 잘 맞는 편이데 그 중에서도 로미오가 최고다.
이 사람은 로미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심지어 쉬린키나와의 신혼집 침실도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를 배경으로 꾸몄음. 실지로 맨처음 로미오를 맡았을 때 제피렐리의 그 영화를 많이 참조해 공부했고 베로나에도 직접 가봤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베니스 출장 갔을때 잠깐 베로나에 갔었는데 줄리엣의 집에 가고 발코니에도 가보고 줄리엣 동상도 봤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만)
먼저 줄리엣 죽음 소식에 절망하는 로미오. 앞부분에 잠깐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모습이 나온다. 저렇게 오열하고 괴롭게 뒹구는 로미오를 보면서 어찌 가슴이 찢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욱 가슴을 에는 파이널. 사실 이 장면은 볼 때마다 운다 ㅠㅠ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로미오가 줄리엣을 안아들고 슬퍼하다 자살하는 장면까지는 어찌어찌 참아도 비슈네바 줄리엣이 깨어나 애인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달려내려갔다가 숨이 끊어진 것을 깨닫고 공포와 슬픔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정말 애가 타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ㅠㅠ 음악마저 너무 슬프다. 약병에 독약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면서 병을 내던지고 달려오는 줄리엣의 모습을 보면 더 슬프다. 흐흑..
다른 무용수들 버전으로도 많이 봤고 라브로프스키 아닌 다른 버전들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이 버전, 이 둘의 페어가 가장 슬프고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 내가 아주 좋아하는 두 무용수라서 그럴지도.. 너무너무 살려주고 싶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런 약을 준 신부님 미워요 ㅠ (주인공에 이입하다 보니 애꿎게 신부님 탓..)
발췌본들은 화질도 낮은 편이고, 필름 전체는 아주 훌륭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전막을 보시거나 9월 중순에 발매되는 이 작품 dvd를 눈여겨 보시기를. (국내에도 들어와야 하는데. 안 그러면 구하는데 또 품을 팔아야 하니..)
* 라브로프스키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메모와 둘의 첫 만남, 발코니 장면, 침실 장면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82
* 로미오와 줄리엣 결혼식 클립 : http://tveye.tistory.com/3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