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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5. 00:01

나의 카페 에벨 2017-18 praha2017. 7. 5. 00:01






잠들기 전. 문득 무척 그리워서 올려보는 카페 에벨 사진. 6월 프라하 떠나기 전날이랑 떠나는 당일에 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








카페 주인이 키우는 귀염둥이 코기. 이름 들었는데 그새 까먹었어ㅠㅠ 사내아이랬는데 이름은 살짝 여자이름 같았는데ㅠㅠ


















내가 가본 모든 카페들 중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나는 여기 와서는 무슨 글이든, 쓰게 된다. 드물고 아름다운 곳이다. 모든 것이 나의 취향에 들어맞는 곳. 에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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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프라하의 좋은 것들'이 있으니 그 다음엔 '프라하의 나쁜 것들'이 나올 것 같지 않나? 원래 이어서 그리려 했는데 이때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해 여기까지만 그리고 포기했음. 그래서 이 스케치도 조금 비어 있긴 한데 그냥 이걸로 끝!

 

나쁜 것들이라 해봤자... 돌아오고 보니 어차피 그것들도 여행의 묘미였으므로 일단 좋았던 걸로 미화되기 시작하고 있어서 아마 안 그릴듯 ㅋㅋ

 

근데 그리고 나서 보니 전부 카페야 ㅎㅎㅎ 아, 종소리 있구나 ㅋ

 

그리고 비행기 흔들려서 카피치코랑 안젤라또는 못 그렸음... 다 먹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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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벌써 6월이 되었다. 이제 프라하 머무는 것도 며칠 안 남았네... 너무너무 아까워라...


..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한 후 료샤의 렌트카에 가방을 실어놓았다. 체크인은 두시부터이기 때문이다. 료샤는 오전에 다시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가고(전략적인 수법을 잘 실행하긴 한 건지... 그런 전략을 쓸 거라면 시계도 풀어놓고 가라고 내가 충고해 주었음) 나는 구시가지를 천천히 걸어서 에벨에 갔다.



오늘은 에벨의 여주인이 들렀다, 귀여운 코기와 함께. 카페 에벨의 주인 이름은 에벨인데(ㅎㅎ) 엄청 귀엽고 순한 웰쉬 코기를 키운다. 이따금 가게에 데리고 온다.








이 코기는 너무너무 순해서 손님들 테이블 아래로 슬금슬금 기어와 배깔고 엎드려 있길 좋아한다. 엄청 얌전한데 자기랑 잘 아는 사람이 오면 좋아서 그런지 저음으로 '웡!' 하고 짖는다 ㅋㅋ 오늘도 주인과 친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님이 오자 '웡~' 그러면서 막 꼬리치고 난리났음. 아아 너무 귀엽다... 내 옆 테이블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넋놓고 코기만 바라보다 잠깐 쓰다듬어주기도 했음. 이쁘다 이쁘다...



..




에벨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화를 스케치한 후 좀 쉬다가 오후에 나왔다. 아침까지 머물렀던 호텔 앞으로 가자 료샤가 시간 맞춰 왔고 옮기는 숙소로 갔다. 두번째 숙소는 말라 스트라나의 캄파 쪽에 있다. 작년에 머물렀던 우예즈드 그 동네이다. 확실히 이 동네가 더 밝고 사람 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사이트에 나와있는 이름과 실제 간판이 달라서 우리는 한참 골목에서 왔다갔다 뺑뺑이 ㅠㅠ 좀 고생했음. 여기서는 4박만 하고 월요일에 프라하를 떠나게 된다. 너무너무 아쉽구나...


짐을 대충 풀고 나서 료샤와 말라 스트라나를 함께 거닐었다. 출출해져서 전에 갔었던 카페 알바에 가서 모짜렐라 토마토 페스토 팔라친키(크레페)랑 오렌지에이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작년에 만들어준 팔라친키보다 속도 훨씬 적게 들어 있고 오렌지에이드는 너무 싱거워서 쫌 실망했음. 료샤도 투덜투덜...



(진짜로 작년보다 양도 속도 다 적어짐! 나한테도 모자람!!! 료샤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툴툴댐-_-)




..






그래서 안젤라또에 갔다. 이 동네 안젤라또가 구시가지 안젤라또보다 목이 좋은지 항상 줄이 엄청 길다. 한참 줄서서 젤라또를 샀다. 료샤는 초콜릿을 먹기로 했고 나는 새로운 메뉴가 나타난 것을 보고 그것을 골랐다. 이름하여 올리브유와 바질!!!!



료샤는 기겁을 했다.



료샤 : 경고하는데!!! 너 그거 입맛 안 맞아도 난 안 먹어줄거야! 내 초콜릿 안 줄거야!!!


나 : 초콜릿 한입, 올리브 바질 한입 번갈아먹으면 맛있을거 같아서 시킨 건데 그러기야?


료샤 : 야! 올리브유랑 바질은 요리용이잖아! 어떻게 그런 걸 젤라또에 넣을 수가 있어! 난 안 먹어!!!


나 : 내가 먹을 거야아아!! 근데 초콜릿 진짜 한 입도 안 줄 거야? 나 저번에도 초콜릿은 안 먹어봤단 말이야!!!


료샤 : 나 혼자 먹기도 모자라!!!!


나 : 이 돼지야! 어제 내 바클라바도 뺏아먹더니만.... 두고보자!



그런데 막상 젤라또를 주문하면서 내가 컵을 따로 달라고 안 했기 때문에 점원이 컵 한개에 두가지를 같이 퍼주었음 ㅋㅋㅋ 료샤는 나보고 '너 일부러 컵 따로 달라 안 한 거지!' 하고 투덜댔다. 그래서 나는 '야! 각각 1개 컵씩 시키면 80코루나인데 한 컵에 두개 퍼주면 75코루나란 말이야!' 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경영학 전공이자 나름대로 전략적이라 자부하는 료샤는 할말이 없어져서 끄덕끄덕했다.



우리는 젤라또 컵을 들고 길을 건너 페트르진 공원으로 올라갔다.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젤라또를 먹었다.







그늘은 시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리브유 바질 젤라또가 맛있었다!!!! 내 입맛엔 잘 맞았다. 료샤가 질색팔색을 했지만 내가 열심히 강권하여 한숟가락을 먹여보았다. 료샤는 '웩! 젤라또에서 파스타 맛이 나!' 하고 투덜대더니 초콜릿 젤라또를 두숟갈이나 급하게 퍼먹었다.



나도 초콜릿 먹어봄. 진하고 맛있었다. 올리브유 바질만 먹으면 정말 쪼끔 요리 느낌도 났지만 그거 서너 스푼 먹고 달고 진한 초콜릿 한 스푼 먹으니 딱 좋았다.









..







젤라또를 먹은 후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료샤는 작년에 내가 복직한 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물었다. 전화나 메일로는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들부터 시작해 지금도 역시 회사를 사로잡고 있는 혼란, 나 자신의 고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료샤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즘 자기도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업이 정말 잘 안되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얘가 손대는 건 별로 없고 부자 아빠가 거의 다 하고 있으니... 



전부인인 이라와 함께 사는 레냐는 볼때마다 쑥쑥 크는 것 같은데 항상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도 좀 속상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셰퍼드 네바도 점점 늙어가니 속상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들과 이따금 데이트는 하는데 별다른 열정도 안 생기고 어떻게든 다시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겠다는 열렬한 소망도 거의 퇴색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는 나에게 '최소한 너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는 알잖아'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가장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을 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지금의 위치와 지금의 삶과 안정을 버리지 못한다. 다른 여러가지가 얽혀 있기도 하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모른다. 딱히 정말로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대지도 못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반쯤 농담으로, 그리고 반쯤은 진담으로 말했다.



나 : 너는 부르주아고 나는 프롤레타리아라서 그래. 반대였으면 좀 편했을 걸!


료샤 : 싫어! 난 부르주아 할래! 너처럼 뼈빠지게 일하는 거 싫어!


나 : 쳇... (확인사살 ㅠㅠ)



..



늦은 오후에 먹은 팔라친키와 달콤하고 진한 젤라또 때문에 우리 둘다 저녁 먹을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를 따라 타락하였다. 같은 호텔이지만 조금 더 넓고 좋은 료샤의 방에 가서 윷놀이를 이어서 하면서(나 어제 3대 0으로 졌음 ㅠㅠ) 사과주스랑 감자칩 먹었다. 료샤는 맥주랑 감자칩이랑 하리보 젤리 먹었음... (뭐야... 어떻게 맥주랑 하리보를 먹을수가 있느냐...)




(감자칩이랑 맥주 사러 갔던 가게에서 하리보 진열대 발견하고 료샤 흥분...

이 녀석이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것은 바로 하리보 젤리~)




나도 맥주 먹고팠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꾹꾹 참았다. 대신 근처 가게에서 발견하고 기뻐하며 사온 체리를 좀 씻어서 같이 먹었다.







프라하도 체리 비싸다.... 하벨시장보다는 약간 더 쌌지만 그래도 비싸다... 500그램에 거의 1만원 가까이 한다!!! 료샤는 투덜대더니 '그러니까 뻬쩨르에 왔으면 체리도 더 싸게 먹었잖아! 음식도 훨씬 맛있고!' 라고 했다.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나도 솔직히 프라하에선 카페는 좋은데 음식은 별로라서... 차라리 러시아가 낫지...



오늘의 윷놀이 결과 나는 또 3대 1로 졌다... 료샤는 아무래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내 집에서 윷놀이를 연마한 모양이다...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나대는지... 크흑...



..



오늘도 7킬로나 걸었다. 다리도 무지 아프다...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살은 쭉 빠지고 있음... 돌아가면 다시 둥실 두둥실해지겠지만...



내일 날씨가 괜찮으면 로레타에 종소리 들으러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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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5. 27. 22:01

에벨, 다시 돌아온 프라하 2017-18 praha2017. 5. 27. 22:01





조식 먹고 나가서 제일 먼저 카페 에벨에 갔다. 이번 숙소는 아녜슈카 수도원 근처인데 에벨에서는 꽤 떨어져 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골목들 쑤시고 돌아다니며 걸어가서 한시간 정도 걸렸다. 빠른 길로 가면 2~30분이면 갈 것 같다.



정오 좀 안되어 도착했는데 딱 한 테이블 있던 손님들이 곧 일어섰기에 나 혼자였다. 토요일 정오에 에벨에 나 혼자라니!!! 이런 놀라운 일이!!!!



고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정오가 되자 근처 사원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척 행복했다.







에벨은 여전했다.


하지만 메뉴판이 바뀌었고 전에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를 주문하면 하니 앤 손즈 티를 주었는데 이제 브랜드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쪽이 더 좋다.






이곳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채들을 그리워했었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색깔들이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어 좋아했으나 예약되어 있어 이 자리 못 앉음. 근데 왼편 저 좌석에 항상 깔려있던 터키블루 방석이 없어졌다 ㅠㅠ 때타서 버렸나? 나 그 방석 좋아했는데... 점원에게 그 터키블루 방석 어디 갔냐고 물어봤는데 새로 온 점원이라 잘 모른다고 하는 걸 보니 방석 이제 없나봐 앙앙... 다음주에는 주인이 온다고 했으니 주인 아주머니 오시면 방석 어디갔냐고 물어봐야지.



...



날씨는 하늘 파랗고 햇볕 쨍쨍. 27도라고 하는데 되게 뜨겁다. 좀 걷다가 카디건 벗어버리고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다녔다. 에벨에서 나와 플로렌스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은 후 잠깐 숙소로 돌아왔다. 조금만 쉬다 나가서 산책하고 이른 저녁 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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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1. 9. 22:05

에벨 2016 praha2017. 1. 9. 22:05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딱 한곳만 고르라면 이곳, 카페 에벨이다.


아마도 여태 가본 곳들 중 통틀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고르라고 해도 에벨은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산과 바다, 아름다운 자연보다는 카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프라하에 다시 가서 딱 하루만 머무르라고 한다면, 아니면 딱 한곳만 들렀다 오라고 한다면 그래도 아마 나는 에벨에 갈 것이다. 한군데 더 갈수 있다고 하면 로레타 성당에 가서 종소리를 들을 것이다.


지난 9월. 2년 반만에 다시 프라하에 갔다. 숙소는 구시가지 쪽이 아니라 말라 스트라나 쪽이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 도시를 걸어다닌 첫날 나는 에벨로 갔다.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손을 움직여 수첩에 메모를 남겼고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글은 지금 멈춰 있다. 프라하에서 조금 썼고 돌아와서도 조금밖에 쓰지 않았다. 사실 지금 좀 쓰고 싶은데 아직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심신의 여유가 없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마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럴때는 에벨이 떠오른다. 집 근처에 에벨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순간, 그리워하는 순간, 뭔가를 쓰고 싶은 순간 에벨에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사진 세장은 그날 찍은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에벨. 하지만 언제나 바로 어제 들렀던 곳 같은 아늑하고 편안하고 따스한 곳.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익명성, 그리고 적당한 몰이해를 불러오는 무수한 외국어들.








..



에벨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고 가끔 글도 주고받는다. 그러고 있자면 참 다시 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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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앞서 올린대로 또 스펙터클 스릴러 + 팬심 가득한 꿈을 꾸고 비몽사몽 괴로워하다 억지로 일어나 간신히 10시 다되어 내려가 조식을 먹었다. 거의 맨 마지막에 나온 사람이 되었음.


..



오늘 료샤가 오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오전에는 트램 타고 강 건너가서 카페 에벨에서 글을 쓰다 와서 오후에 이녀석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22번을 타고 나로드니 트르지다에서 내렸다. 현금을 좀 찾아야 할 것 같아서 atm 자체 수수료가 제일 싸다는 raiffeisen bank를 찾기로 했다. 신시가지 바츨라프 광장 쪽에 분명 은행들이 모여 있을 거 같아서 2GIS 앱 켜고 찾아갔다. 원래 트램 정거장 바로 옆에도 하나 있었는데 하필 그 atm이 고장나서 500미터 쯤 약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엄청 더워서 돈 뽑고 나니 이미 지치고 말았다. 걸어가도 15~20분이면 에벨에 갈 수 있었지만 피곤해서 그냥 무스텍 a라인 역에서 전철을 타고 한정거장 가서 스타로메스트카 역에서 내린 후 에벨이 있는 골목으로 갔다. 그나마 예전에 살았던 곳이라 대충 교통수단이나 길이 눈에 그려져서 가능.. 안그랬다면 무작정 걸었겠지.


스타로메스트카 역에서 에벨까지도 좀 걷긴 해야 했다. 하도 계속 더워서 바람 통하는 옷을 입어야겠다 싶어 오늘은 긴 소매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다리는 시원했지만 위는 더웠다 ㅠㅠ 다리 아프니 원피스를 입어도 신발은 운동화!!! (흑흑, 예쁘게 차려입는 거 다 포기임)



...



정오쯤 에벨에 도착하자 완전 녹초. 웬일로 손님이 별로 없었고 그 창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원래 트램까지 타고 에벨에 온건 어제 본격적으로 구상을 시작한 글을 제대로 써보려고 그런 거였는데... 그러려면 테이블이 좀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지금 글이 문제가 아니다. 저 창가 자리가 비어있는데 어떻게 다른데 앉아!!!






앗싸! 3년 반만에 다시 창가 자리 득템... 그리웠어 에벨의 창가... ㅠㅠ


여기서 차 마시려고 조식 먹을땐 무카페인의 애플시나몬 티를 마셨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오늘 눈에 띈 레몬치즈케익 주문. (예전엔 애플파이나 메도브닉도 있었는데 지난주랑 오늘은 없다. 지난주에 먹었던 산딸기무스케익 맛있었는데 그것도 오늘 없었음)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으며 그간 모아두었던 밑자료 파일을 읽고 또 추가로 생각난 내용들을 수첩에 메모했다. 확실히 창가 자리는 테이블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여기는 집중이 잘 되는 곳이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곳이라 몇가지 떠오른 내용들을 수첩과 컴에 함께 메모했다. 나머지는 좀 더 테이블이 편한 곳으로 옮겨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면서 에벨에서 파는 찻잔을 한 세트 샀다. 차를 시키면 노란 해바라기 그려진 찻잔 아니면 사자와 코끼리가 있는 정글 그림 찻잔에 주는데, 솔직히 둘다 내 취향은 아니어서 예전에도 살까말까 하고 안 샀었지만 돌아오고 나선 에벨이 너무 그리워서 그냥 찻잔 사올걸 했었다. 그래서 오늘 샀다. 돌아간 후에도 여기 생각하려고. 해바라기보단 사자! 그래도 닉네임이 있는데 사자 사야지 ㅋㅋ (위에 있는 저 찻잔이랑 같은 거다)



..




트램을 타고 헬리초바 거리에서 내려 그 julius meinl 브랜드의 u zlateho pstrosa 에 갔다. 출출해서 약간 늦은 점심도 먹어야 했고 편한 테이블이 필요했다. 여기는 와이파이가 안되는데 반면 그 덕분에 집중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샌드위치는 거의가 햄이나 훈제연어가 들어있어서 포기하고 메뉴판을 보니 여기도 팔라친키(크레페)가 있었다. 근데 이 카페는 딴데보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_- 와이파이도 안되는데... 외국 브랜드라 그런가... 좀 비싸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집중이 잘되는 장소이니...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비싼 것도 아니고... 하여튼 버섯과 치즈 팔라친키를 주문했고 레모네이드나 주스는 없다고 해서 화이트 피치 티를 주문했다. 아이스티로도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랬는데 꽤 정성들여 만들어주어서 만족했다...








팔라친키는 맛있었다. 모짜렐라 치즈가 엄청 많이 들어 있었다. 난 원래 버섯과 양파 들어간 블린을 좋아하고 그게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팔라친키도 나쁘지 않았다. 대신 위에 파프리카 가루를 너무 많이 뿌린 것 같았고 그것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간이 많이 짭짤했다...





점심 대용으로 팔라친키 해치운 후(팬케익 한장! 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의 칼로리는 과연... ㅋㅋ)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글을 좀 썼다. 순서와 상관없이 오늘 추가로 떠오른 내용이 포함되는 에피소드를 쓰기 시작했다. 반페이지 정도 쓰다가 료샤에게 연락이 와서 카페를 나섰다.



..



페테르부르크에서 프라하까지는 비행기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린다. 료샤는 가끔 놀러도 오지만(주로 술마시러 ㅠㅠ 맛있는 체코 맥주...) 일 때문에도 종종 드나드는 곳이다. 3년 전에 머물 때도 료샤가 출장 겸 한번 놀러온 적이 있었다. 내가 프라하에 잠시 머물 거라고 하자 '어휴 뻬쩨르에나 오지 왜 프라하야!' 하고 툴툴대더니만 뭔가 출장 일정을 맞추어서 겸사겸사 날아왔다. 착한 친구라니까.


비즈니스맨이자(ㅋㅋ) 부르주아답게 내 친구 료샤님은 차를 렌트하신 후 공항에서 일단 내가 머무는 호텔이 있는 우예즈드로 왔다. 나는 그에게 '야, 이 호텔 보면 너 기함하니까 그냥 딴데서 만나!' 라고 했지만 그는 자기 숙소도 말라 스트라나 쪽이라면서 일단 들렀다 가겠다고 했다. 오후에 무슨 미팅을 하나 잡아놔서 거기 갔다가 저녁에 볼수 있다고. 그전에 얼굴 잠깐 보고 가겠다고. '이노미.. 친구가 멀리서 왔는데 무슨 미팅이야!!! 평소엔 일 안하면서 왜 내가 오니까 일 열심히 해!' 라고 하려다 말음 ㅋㅋ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료샤가 나타났다. 차 댈데 찾기 힘들다고 엄청 툴툴댔다.


나 : 야, 너는 친구를 보면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지 주차 힘들다고 툴툴대니!

료샤 : 에잇, 주차 힘들어! 친구야, 반갑구나!

나 : 차가 친구보다 우선이야 -_-



료샤는 6월말과 비교해 변한 게 없었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라 좀 놀랐다.


나 : 오후 미팅 있다며 왜 그렇게 입었어?

료샤 : 방에 들러서 갈아입고 갈 거야. 양복 입고 비행기 타면 불편해!

나 : 너네 숙소 가까워?

료샤 : 너네 방에서 갈아입으려는데?

나 : 헉, 내 방? 안돼!

료샤 : 왜! 난 친군데! 친구가 방에서 옷 좀 갈아입으면 안되냐!!!!

나 : 아니, 그거야 당연히 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 방 너 못 들어가..

료샤 : 왜 못 들어가? 남자라도 숨겨놨냐!

나 : 그게 아니고 ㅠ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나는 그를 데리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료샤 기절초풍!!!


료샤 : 으악! 이게 방이야?

나 : 흑흑... 이제 왜 안되는지 알았겠지?

료샤 : 야! 왜 이런 방을 구했어! 멍충아!!!!!! 이게 뭐야 궁상맞게!!!

나 : 홈페이지엔 이렇게 안 나와있었어! 더블룸들은 괜찮았는데 싱글룸이 이모양이란 건 악착같이 숨겼단 말야!

료샤 : 사기당했구먼 -_- 이런 방에서 일주일이나 있었단 말이야? 방이 반쪽은 아예 내려앉았네!

나 : 다락방처럼 돼 있어서 그래... 옷 갈아입으려면 화장실 들어가서 갈아입어. 거긴 그래도 천정 높아.



료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방에서 옷갈아입다가 자기 머리 박살나겠다고 했다. 내 방에 머무른 15분 동안 그는 도합 다섯번 머리를 박았다 ㅋㅋㅋ 나는 이제 좀 익숙해지고 있긴 했지만... 확실히 방에 두명이 들어오니, 그것도 키크고 덩치큰 남자가 들어오니 이 방은 그야말로 미니어처였다!!! 183센티에(본인은 185라고 우기지만 내가 보기엔 아님) 80킬로는 너끈히 나가는 료샤는 이 방에서 걸리버가 되었다 ㅠㅠ 아니면 호빗네 집에 들어온 간달프인가 ㅠㅠ



료샤 : 야! 너 지금 빨랑 짐싸!

나 : 왜!!

료샤 : 방 옮겨! 나 방 두개야!

나 : 너 왜 방 두개야?

료샤 : 금요일에 레냐도 올거란 말이야!

나 : 그럼 그 방은 금요일에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

료샤 : 두개짜리 방이란 말이야!

나 : 웅와, 역시 부르주아... 그래도 싫어! 나는 내가 벌어서 내가 지불한 다락방에 있을 거야 -_-

료샤 : 너 내가 덮칠까봐 그러냐!!

나 : 뭐라고 대답해야 되니 ㅠㅠ '응' 그러면 '친구를 뭘로 보냐' 그럴거고 '아니!' 그러면 '네 눈에 난 남자도 아니냐!' 그럴 거면서!

료샤 : 독심술사!!!



(이쯤에서 다시 보고 가는 나의 후진 -의자도 없는- 삼각형 방... ㅠㅠ 그래도 료샤 왔을떈 이렇게 지저분하진 않고 치워놨었음)



(저 삼각형 경사진 창문 아래 벽에 나 있는 금 확대 사진... 분명 투숙객들마다 여기 머리를 박아서 생긴 금이다! 나도 여기 몇번 박았고.. 료샤도 15분 동안 딱 이 자리에 다섯번 박음... 결국 나는 너 때문에 내 방 무너진다고 그를 내쫓았음 ㅋㅋ)




하여튼 나는 후진 방에 남기로 했고 료샤는 계속 툴툴댔지만 미팅 시간이 다 돼서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이 호텔의 유일한 장점이자 비장의 무기인 젤라또 집으로 그를 인도.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그러자 역시나 조삼모사인 내 친구는 얼굴이 금세 펴지며 '우오, 맛있다! 레냐도 좋아하겠다!' 하고 신나 했다. 아빠와 아들 둘다 아이스크림이라면 맥을 못 춘다니까.


료샤는 미팅을 하러 갔고 돌아와서 함께 근처에서 저녁 먹기로 했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언제나처럼 호텔 야외 테라스에 나와서 오늘의 사진과 메모를 정리하는 중이다. 조금 있으면 올 것 같다. 얘는 벌써부터 맥주 마실 생각에 들떠 있음.



친구야 와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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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펍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후 너무 배가 불러서 구시가지를 좀 산책하고 오기로 했다. 더웠다. 슈니첼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마셔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런치 메뉴라 슈니첼의 양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나로선 좀 용량 초과. 그래서 다리는 아팠지만 열심히 걸었다.


구시가지 광장에 갔다. 십년 전 처음 프라하에 와서 이 광장에 들어섰을때 '와 정말 아름답다, 누구랑 같이 와서 봤으면' 이란 감탄을 내뱉었던 곳인데 그 이후 하도 자주 지나다녀서 그 감흥은 많이 퇴색되었다. 지금은 프라하의 좁은 골목들을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얼마 전 영원한 휴가님께서 빌니우스에서 비누방울 부는 청년 사진 올려주셔서 내가 '저도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그런 사람 봤어요' 라고 했는데 오늘도 있었다. 비누방울이 영롱하게 떠돌아다녔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영원한 휴가님 생각하며 사진 두 장. 오를로이 천문시계나 광장 풍경 대신 오늘은 비누방울로 낙착.





잘 보면 파란 하늘 위로 떠올라가는 비누방울들이 좀 보여요 :0



..



젤레즈나 거리, 틴 광장, 운겔트, 첼레트나 등등 근방의 유명한 골목들을 빙글빙글 돌았다. 3년만에 와보니 바뀐 곳들도 있었다. 반가운 곳들도 있었다.





운겔트 골목 돌바닥에 비치는 빛이 좋아서.




이것이 프라하 골목의 하늘



그리고 이것이 프라하의 좁고 좁은 골목...



틴 광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곳이 세군데나 있는데 보타니쿠스, 도자기 가게(새와 종, 부활절 달걀 모빌 등을 판다), 그리고 카페 모드리 오렐이다. 셋다 있었다. 여기는 나중에 다시...



한시간 반 정도 돌길을 걸어다녔더니 너무 다리가 아프고 지쳐서 배는 덜 꺼졌지만 그래도 카페 에벨에 가기로 했다. 실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에벨에 가고 싶었다.



다시 에벨 앞에 서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에벨은 똑같았다. 일하던 점원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창가 자리는 누가 이미 차지하고 있어서 전에 이따금 앉던 안쪽 자리에 앉았다. 타이핑하긴 더 편한 자리였지. 그때가 겨울이라 추웠고 지금은 더운 게 다를 뿐.




여자 점원들은 여전히 예쁘고 친절했고 영어도 잘했다. 주민들과 관광객이 반반씩 들르는 곳. 때로는 시끌시끌하지만 특유의 아늑함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 커피 향이 좋은 곳. 프라하에서 커피 맛있기로 소문난 곳. 그런데 나는 이 커피 전문점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니... ㅠㅠ




나중에 창가 자리가 비어서 한컷 찍었다. 그리운 저 자리 :) 근데 탁자가 낮아서 사실 타이핑하긴 힘들다. 그래도 설레는 자리이다. 추운 날 들렀는데 저 자리 비어있으면 득템한 기분이었지.




에벨은 마법의 공간이다. 3년 전 그때도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글을 썼고 바닥에서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쓴 글은 지금도 내게 소중하다.


그리고 여기 앉자 에벨의 마법이 찾아왔다. 아마도 나는 스스로에게 그 마법을 걸어놓았던 것 같다. 페테르부르크에서 돌아와 7월 초에 구상하고는 손도 못대고 있던 글의 얼개를 짜고 에피소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첩 네 페이지를 꽉 메웠다. 에벨은 특별한 공간이다.


(메모는 블러로 좀 지웠다. 아직 구상 단계라 ㅋㅋ)



나올때 계산을 하고 팁을 주면서 친절한 점원에게 말했다.


" 이곳은 제가 프라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요. 3년전 여기 잠깐 살았을때 정말 자주 왔어요. 다시 와서 기뻐요. "


점원은 환하게 웃었고 " 다시 와주셔서 저도 기뻐요!!! 또 오세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 라고 인사를 했다.



..



에벨을 나와서는 무스텍 역까지 걸어가 교통 티켓을 샀고 테스코 옆 나로드니 트르지다 정류장에서 트램 22를 탔다. 너무 다리 아파서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안 나서. 트램은 레기 교를 건너 우예즈드에 도착했다.


숙소에 돌아오니 4시가 좀 넘어 있었다. 좀 쉬다가 책을 들고 숙소 앞 공원에 갔다. 이 공원 계단을 쭈욱 올라가면 유명한 페트르진 타워에 갈 수 있는데 난 워낙 높은 곳도 싫어하고 계단 올라가는 것도, 케이블카도 싫어해서 프라하에 몇번이나 왔고 몇달 살기까지 했지만 거기 안가봤다... 이번엔 숙소 앞인데 가볼지..



하여튼 공원은 계단 조금만 올라가면 되니 올라가서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책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에세이 '나라 없는 사람'을 읽었다. 몇년만에 다시 읽는데 다시금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보네거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도블라토프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여러번 읽은데다 얇은 책이라 한시간만에 다 읽었다. 아까웠다...



책 읽은 후 방으로 돌아와 씻었다. 한국에서 챙겨온 즉석국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라서 먹을거 조금 싸왔음) 침대에 앉아 책상에서 밥을 먹어보니 책상이 너무 높고 침대에서 멀어서 극히 불편했다. 도저히 노트북을 쓸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궁한 토끼는 이렇게 ㅠㅠ 침대 옆의 나이트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며 궁리를 하다가...





아무리 해도 공간이 너무 좁고 안 나와서... 책상에 여행가방을 갖다대고 그 가방에 쿠션을 받치고... 바닥에 목욕타월을 깔고 나이트 테이블을 쭉 끌어당겨와 그 위에 노트북을 올린 후 쿠션에 등을 대고 앉아서 타이핑을 하는 중. 근데 이것도 아주 불편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테이블이 미묘하게 높아서 어쨌든 등을 대고 타이핑이 안된다. 엄청 불편해서 손목이랑 허리랑 등 아프다. 다른 방법을 또 강구해야겠다.



아아 나 불쌍해 이게 뭐야... 아이 궁상맞아 ㅠㅠ 이 방 시러 엉엉....



..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등이 뽀개질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근데 나이트 테이블 도로 밀어놔야 해 엉엉... 생각보다 무거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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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