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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에 해당되는 글 943

  1. 2016.06.22 6.21 화요일 밤 : 일 안하는 게 천성인가, 애프터눈 티세트로 아점저, 토끼의 원대한 야망은 물거품, 뒤늦게 나가서 물건 사고 돌아옴, 러시아 컵라면 우엑, 료샤와 레냐가 삐친 이유 4
  2. 2016.06.21 6.20 월요일 밤 : 지젤 득템, 멋진 예술가에겐 장미를, 텐동, 메도빅, 마린스키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 슈클랴로프의 '나를 버리지 마' 짧은 메모와 사진 두세장, 또 비가 오네 2
  3. 2016.06.20 6.19 일요일 밤 : 조식, 카페인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 호젓한 카페, 세번째 호텔, 스트라빈스키 3악장 심포니와 봄의 제전 공연 메모, 갈매기, 된장국과 김치, 중국 찻잔 2
  4. 2016.06.19 마린스키 신관 카페, 스트라빈스키
  5. 2016.06.19 아름다운 전망
  6. 2016.06.19 6.18 토요일 밤 : 두번째 호텔, 정오부터 보드카라니, 우하, 피곤해서 낮잠, 료샤랑 레냐 방문, 사다 준 건 좋은데 뭔가 허술한 이 동네 아시아 음식 6
  7. 2016.06.18 첫번째 숙소 체크아웃 직전 2
  8. 2016.06.18 6.17 금요일 밤 : 흰밥을 원해서, 중국집인데 너무해, 살빠져도 안좋아, 디아길레프 카페에서 하루키, 소설과 밀실,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 판탄카 건너 돌아옴 10
  9. 2016.06.17 체리와 아보카도 뜨보록 샐러드 아점, 집2를 나오면서 찍은 사진들
  10. 2016.06.17 6.16 목요일 밤 : 다시 비옴, 뇌우, 왜 바쁜 척 하냐, 연장, 해골청년 고릭과 조금살짝 헌팅, 하지만 료샤에게 혼남, 비오고 피곤 8
  11. 2016.06.16 비오는 날, 숙소 옆 카페로 피신
  12. 2016.06.16 6.15 수요일 밤 : 마린스키에서 슈클랴로프 청동기사상 보고 옴, 고스찌에서 점심과 차, 졸리니까 오늘은 짧게, 백조 브로치 4
  13. 2016.06.15 호텔 방 창가에서 늦은 아침 8
  14. 2016.06.15 6.14 수요일 밤 : 보르쉬와 키예프 커틀릿 아점, 수도원 산책, 사과빵과 차, 천사 이콘, 고양이, 료샤랑 레냐가 날 금세 알아본 사연 2
  15. 2016.06.15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에서 잠시 2
  16. 2016.06.14 6.13 월요일 밤 : 비, 종 치는 사람, 수프 비노, 영혼의 닭고기 수프, 어린이는 우끄롭이 싫다, 돔 끄니기 잠깐, 가운으로 전락한 원피스, 세끼 먹었으니 자가칭찬, 회사 생각 8
  17. 2016.06.13 내 친구 쥬인을 위한 거대 수퍼마켓 사진 대방출!
  18. 2016.06.13 bravebird님을 위한 석양 사진 몇 장(6.10) 2
  19. 2016.06.13 6.12 일요일 밤 : 종소리, 유일한 장점, 불면 지속, 개구리 싫어, 굶고 누워 있다가, 건물 하나에서 다 해결, 난 샤워젤이 필요했는데, 차와 까르또슈까, 휴식만이 살 길 2
  20. 2016.06.13 며칠 동안 사진 몇 장 6
  21. 2016.06.11 6.10 목요일 밤 : 그의 화보집 득템, 성당, 오후부터 밤까지 좋은 시간 보냄 -샤스찌예, 아스토리야 바, 서프라이즈, 백야의 밤 산책 4
  22. 2016.06.10 못 자고 일단 조식 먹으러 옴, 어제 슈클랴로프 사진 몇장(다른 분이 찍은 것) 4
  23. 2016.06.06 마음의 위안 : 슈클랴로프 + 비슈뇨바 + 페테르부르크 + 고양이
  24. 2016.05.27 상트 페테르부르크 313주년 기념 사진들 몇 장 6
  25. 2016.05.20 우렁이가 없으니 저곳으로라도... 2

 

 

여기 와서도 새벽에 깨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언제 그렇게 미친듯이 일을 했느냐는 듯, 일 안하고 매일같이 쏘다니고 늦잠자고 누워 있고 게으름피우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다... 도대체가 나라는 인간은 애초부터 일해먹고 살게 생겨먹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아둥바둥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힘들었나... 흐흑, 일 안하고 살고 싶다. 어디서 화수분이라도 하나 뚝 떨어지면 좋을텐데. 결국 이것도 아주 짧은 기간의 일탈이고 아마 나는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

 

늦게 일어났다. 머리가 좀 아팠다. 자다가 추워서 긴 옷으로 갈아입고 잤는데 기침도 했다. 어제는 공연보고 오느라 빵이든 뭐든 아침거리를 사오지 않았다. 근데 어제부터 비가 와서 오후까지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일어나기가 너무 싫어서 오래오래 누워 있었다... 결국 배가 고파서 억지로 일어나 씻은 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화장을 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모든 계획(k갤러리에서 바리쉬니코프 전시 보기, 로모노소프 찻잔 가게 가기 등등)을 취소하고 이 호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 카페에 가서 애프터눈 티로 한방에 밥과 디저트를 해결하기로 호기있게 결심했다.

 

이 카페에는 전에도 몇번 갔었다. 얼마전 bravebird님과도 함께 갔었다. 예전에 딱 한번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봤다. 여기는 디저트 부페 식으로 나오는 러시안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고 예의 3단 트레이에 나오는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가 있는데 후자가 더 비싸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를 먹는다. 여긴 러시아잖아,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잉글리쉬 애프터눈 티 세트 먹어야겠나 싶은 거겠지.

 

 

 

 

빈속이라 일단 배를 채운 후 디저트를 먹기로 다짐. 오이샌드위치와 쇠고기로 속을 채운 피로슈카(파이), 양배추 파이, 딸기잼 얹은 블린을 먼저 먹었다. 다들 버터가 많이 들어 있고 맛있었다. 블린도 맛있었는데 부페 종류를 다 하나씩 먹어보고자 하는 원대한 야망 탓에 블린은 한장밖에 못 먹었다. 애초부터 부페를 많이 못먹어서 샐러드 바에서도 본전 못 건지는 나에게는 참으로 원대한 야망인 것이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디저트를 먹고자 하는 열망으로(ㅋㅋ) 딸기무스 케익과 바닐라 슈를 가져다 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잼 얹은 초콜릿 무스, 견과쿠키를 가져왔는데 무스 외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먹어본 게 아직도 남아 있었으나 역시 토끼의 위장은 작았고... 나의 원대한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엉엉) 더 이상 못먹고 초콜릿 트뤼플과 견과쿠키, 그리고 원래 곁들여준 견과얹은 비스코티 비슷한 쿠키는 살짝 티슈로 싸왔다. 아휴... 저걸 다 먹었어야 하는데 엉엉... 토끼도 위장이 4개면 얼마나 좋아!

 

(심지어 이 배터지는 와중에 산딸기에이드마저 서비스로 가져다줌... 근데 이거 맛있었다)

 

 

원래 비오니까 카페 창가에 앉아 애프터눈 티 마시며 우아하게 책이나 읽으려고 도블라토프 단문집과 하루키 책 두권이나 들고 갔는데(나름대로 빨간 립스틱도 칠해주고 조금 치장도 했다만) 결국 책은 하나도 안 읽고 창밖 구경하고 디저트 하나하나 클리어하고 카톡하고 폰으로 이것저것 확인하다 6시가 되었다. 이게 뭐야... 나 왜 책 두권 들고 내려왔니...

 

..

 

 

원래 좀 더 앉아서 책 읽어보려 했으나 창밖으로 하늘이 개는 게 보였다. 여기는 날씨 좋으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동네라서(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른다 ㅠㅠ) 이미 전시 시간은 놓쳤으니 찻잔이랑 수분크림 사러 나가기로 했다. 내일 블로그 이웃님께서 페테르부르크에 오시기 때문에 같이 밥먹을 곳도 예약할 겸.

 

근데 bravebird님 때도 그랬지만 고골은 오늘도 역시나 며칠 동안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예약 실패. 여기 왜 이래... 예전엔 올때마다 자리 있었는데... 쯧, 너무 떠버렸어... 두셰브나야 꾸흐냐도 자리 없는데 ㅠㅠ 역시 겨울에 와야 편하게 밥먹는구나... 그나마 아직 고스찌는 자리가 있어서 예약에 성공했다. 고스찌, 너만은 제발... 어흑흑.. 고스찌는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인데 너마저 자리 잡기 힘들어지면 너무 슬플 거야...

 

..

 

처음엔 9일, 그다음엔 2주로 바꾸고, 그다음에 또 며칠을 연장한 거라서 화장품이 똑똑 떨어졌다. 스킨은 며칠 전에 싼 걸로 하나 샀는데 수분크림마저 떨어졌다. 크림은 스킨이랑 다르니 아무거나 막 사기도 그렇고... 근데 또 원래 쓰는 건 면세점 가격이랑 너무 다르니 덜컥 여기서 그냥 사기는 아깝고... 하여튼 네프스키로 나갔다. 리브 고셰에 갈까 했는데 렌에뚜왈이라는 다른 화장품스토어 체인이 있어 거길 갔다. 여기도 뭔가 브랜드들만 우글거리긴 하는데... 그나마 내가 쓰는 수분크림에 젤 가까운 건 비오템 아쿠아수르스인데 이건 사실 가성비가 안좋아서 굳이 여기서 면세도 아닌데 사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때 친절한 점원 아가씨가 와서 도와주었다. 수분크림 찾아요 했더니 이것저것 권해주어서 '이것보다 좀 더 가벼운 거요, 비오템 수분 젤 비슷한 건데 비오템은 싫어요. 원래 ㅇㅇ 썼는데 여긴 없어서요' 라고 하자 점원은 자기네 체인은 프랑스 체인이라 그쪽 브랜드들과 수입품들을 취급한다고 했다. 하여튼 세상에서 주문하는 걸 제일 두려워하는 나이지만(ㅠㅠ) 점원 아가씨가 잘 도와줘서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보고 다 발라보았다. 근데 50밀리짜리라서 더 작은 용량은 없느냐고 했고 다 50밀리라고 해서 '나는 여행왔는데 수분크림이 똑 떨어져서 조금만 있음 되는데요'라고 하자 '아항~' 하더니 여행용 키트를 가져다 주었다. 그래, 진작 그렇게 물어볼걸 ㅋㅋ

 

점원 아가씨가 가져다준 키트에는 아이크림 8.5밀리, 수분크림 25밀리, 메이크업리무버 50밀리 등 딱 나한테 필요한 용량과 필요한 물건들만 들어 있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1+1 행사 중이라 같은 걸 하나 더 주었다. 첨엔 두개 사면 하나 더 준다는 줄 알고 나 혼자 쓸거라 필요없다 했더니 원 플러스 원이니 하나 더 가져가면 된다 해서 뭔가 조삼모사처럼 득템한 기분이 되었음. 내친김에 스타킹도 샀다. 스타킹 두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올이 나갔고 하나는 빵꾸나서 ㅠㅠ 스타킹도 원 플러스 원이라 원래 물건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두개 산 꼴이 되어 또 그리 나쁘진 않다고 조삼모사 계산을 하였음...

 

 

(그리하여 두개씩 가져온 화장품과 스타킹. 조삼모사 토끼)

 

 

 

..

 

화장품 사는 미션을 성공한 후(헉헉, 물건 사는 건 왜 아직도 이렇게 힘들까... 난 초보 여행자도 아니고 노어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엉엉), 쭉 걸어서 발샤야 코뉴셴나야 거리에 있는 로모노소프 매장에 갔다. 원래 제일 많이 가던 곳은 판탄카 근방에 있는데 거긴 버스 타고 가야 해서. 친구가 부탁한 코발트넷 찻잔 세트를 사고 새로 나온 귀여운 그젤 문양 찻잔과 뚜껑 달린 붉은 수탉 찻잔(저번에 샀던 붉은 수탉 찻잔 깨먹은 회한으로 새로운 수탉 장만)을 샀다. 다른 것도 이쁜거 많았는데(새로 나온 것들이!!!) 진짜 파산할 지경이라 포기했다. 근데 이러다 마지막날 도로 와서 또 살지도 몰라... 가방에 들어갈 자리도 진짜 없는데 ㅠㅠ

 

찻잔 사진은 나중에.. 일단은 박스를 풀지 않았다. 숙소를 며칠 후 또 옮겨야 하니...

 

찻잔을 산 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서 돌아오다 부셰에 들러 내일 아침 먹을 빵을 샀다. 저녁 무렵이라 줄이 엄청 길어서 꽤 기다렸다. 그리고는 근처 가게에 가서 물과 컵라면을 샀다. 근데 요즘 왜 도시락 컵라면이 안보이지... 이상한 러시아 컵라면이 있어 닭고기맛을 일단 샀다.

 

물 2리터, 찻잔 4개, 화장품, 카메라 든 가방을 들고 호텔까지 걸어오는데 무거워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깨랑 손목 다 나가는 줄 알았다. 으흑, 근력 부족... 게다가 더워서(뭐야, 오후까지 비오고 추웠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림. 생각해보니 돌아오는 길에 고스찌에 자리 예약도 했구나.

 

돌아와서 보니 내가 카페 가서 읽으려 했던 책 두권을 그대로 들고 다녔던 것을 발견. 으악, 그러니까 무거웠지... 어휴...

 

...

 

돌아와서는 씻은 후 빨래를 좀 하고 배고프고 느끼해서(단걸로 아점저를 먹었으니..) 문제의 컵라면을 끓여서 볶음김치와 먹어보았다. 이상하게 스프에서 카레 냄새가 나네 했는데 다 익고 나서 먹어보니 그것은 카레 냄새가 아니라 조미료 수프 냄새였음 -_- 우왝, 진짜 느끼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도시락이 히트를 친 거야!! 애액, 도시락 어데갔어... 도로 갖다놔요 엉엉...

 

 

하여튼 배고파서 볶음김치의 힘으로 맛없고 느끼한 러시아 컵라면을 꾸역꾸역 먹었다. 국물은 거의 안 먹고 버렸다 -_-

 

..

 

료샤와 레냐는 그저께 밤에 각각 다른 이유로 나에게 삐쳤다.

 

먼저 레냐는, 어제(월) 저녁에 나랑 다시 만나 놀고 싶어했다. 그러나 나는 어제 마린스키 공연이 있었다.

 

나 : 레냐야, 나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는데 다녀와서 이번주에 다시 보자.

레냐 : (정색)아뺘찌 슈끌랴로프!!! ('또' 슈클랴로프야!) 싫어 슈클랴로프! 진짜 싫어!

나 : (헉) 너 전에 그 사람 춤 잘추고 잘생겨서 좋다며... ㅠㅠ 나랑 곱사등이 망아지 볼때 좋아했잖아!  

레냐 : 싫어 싫어 슈클랴로프 싫어 힝힝... 쥬쥬가 좋아해 힝힝...

나 : (헉, 이 녀석이 이제 드디어 이성에 눈떴나, 질투라는 것을 하나!!!) 착하지 레냐야 양갱 줄게.

 

그리고 비장의 무기 양갱 10개들이를 주었다. 그러자 레냐는 금세 해해 웃었고 나보고 공연 잘보고 와서 또 놀자고 한다. 음, 약혼자가 너무 단순한 거 아냐... 양갱 주니까 금세 풀어져서 약혼녀가 멋있는 남자 무대 보러 간대도 웃고... 이거 기뻐해야 돼 슬퍼해야 돼...

 

그런데 이것이 료샤의 삐침을 유발했다. 그 이유는..

 

료샤 : 야, 너 레냐 양갱은 챙겨오고 나 줄거 안 챙겨오고..

나 : 미안해 친구야... 나 너무 급하게 날아오느라 네걸 못샀어 ㅠㅠ 미안해..

료샤 : 레냐만 챙기고 난 안중에도 없어 ㅠㅠ

 

... 료샤가 원하는 것은 맥심모카골드 믹스커피임... ㅠㅠ 그 노란색...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거... 접때 먹여줬더니 껌벅 죽고는 그렇게 맛있는 커피 첨 먹어본다 해서 이후에는 러시아 올때마다 레냐 양갱이랑 얘의 맥심모카골드 노란색을 사왔던 것이다. 근데 이번엔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그나마 양갱도 간신히 사왔다 ㅠㅠ

 

그래서 레냐는 양갱으로 무마해서 질투심이 풀렸는데 맥심모카골드를 못 먹게 된 료샤는 아직 조금살짝 삐쳐있는 것 같다. 어흑, 내가 너네 집 가서 인스턴트 커피에 프림이랑 설탕 잔뜩 타서 다방 커피 타주면 되겠냐... 나 다방커피 잘 탄다... 이게 참 미스터리인데 난 커피를 안 마시는데 이상하게 내가 타는 다방커피가 아주 맛있다며 아저씨들이 항상 좋아했었음.

 

결론 : 레냐는 아직 먹을 것 앞에선 질투가 뭔지 모르는 순진남이고 료샤는 노란 맥심을 좋아하는 아재 입맛이다!!!

 

:
Posted by liontamer

 

(사진은 무대 인사하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꾸벅~)

 

..

 

월요일 메모가 늦은 이유는, 어젯밤 돌아왔더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어 연결이 안됐기 때문이다. 간밤 늦게 노트북에 메모 남겨놓았던 내용 올려본다.

 

..

 

1시쯤 잠들었는데 4시에 깨고, 역시나 7시 안되어 깬 후 계속 1~2시간마다 깼다.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눈 감을 때마다 다시 잤다.

   

계속계속 잠만 자고 싶었다. 억지로 정오쯤 일어났고 씻은 후 어제 부셰에서 사온 플레이따 빵과 체리, 디카페인 티로 방에서 아점 먹었다. 어제 고생한 거 생각해서 차 마시기 전에 먼저 약 먹었고 아침엔 디카페인 티 마셨다.

 

나가려다 혹시나 마린스키 홈페이지 봤더니 지젤 베누아르 구석 자리가 갑자기 몇 개 나와서 급하게 그나마 제일 나은 자리 1개를 예매했다! 분명 내가 봤을땐 1열 자리였던 거 같은데 끊고 보니 2번이라 아마 두 번째 줄인 것 같다 ㅜㅜ 첫줄이면 좋을텐데. 그래도 지젤 표 얻은 게 어딘가...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를 볼 수 있구나... 사이드라서 한쪽이 많이 가리겠지만 할 수 없지 ㅠㅠ 뜻하지 않은 선물 같았다. 

 

4시 좀 안되어 나왔고 아드미랄쩨이스까야 지하철역 맞은편 꽃집에서 꽃을 샀다. 앞으로 슈클랴로프를 마린스키에서 볼 일이 드물어질 것 같아 아쉬워서... 이 사람이 오늘은 흰옷 입고 나오니 색깔 있는 꽃을 주고 싶었다. 빨간 장미를 주고팠지만 너무 활짝 피어서 곧 시들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오렌지빛 도는 분홍장미 꽃다발을 샀다. 짧은 카드를 동봉했음.

 

옆의 하늘색 꽃무늬는 내 원피스 ㅋㅋ 꽃돌이에게 줄 꽃과 내 꽃옷. 꽃의 3중주.

 

..

 

 

말라야 모르스까야에 생긴 라멘집에 가서 텐동과 오렌지주스 먹음. 사과주스를 잘못 갖다줬다며 미안하다고 오렌지주스를 또 가져다줘서 주스가 두 개가 되었다. (근데 오렌지주스도 남기고 사과주스는 거의 못 마심. 아까버...) 간만에 간장에 비벼진 밥 먹으니 좋았다. 일본 점원들이 일을 했는데 그래선지 여기는 요상망측한 퓨전 맛이 아니어서 좋았다. 난 우동국물이 먹고팠지만 라멘집이라 국물은 라멘만 있었다. 라멘은 짜고 기름져서 안 좋아하는 편이라...

 

그리고는 고스찌에 가서 메도빅을 먹고 차를 마셨다. 역시 여기 메도빅이 맛있다...

 

..

 

6시쯤 나섰다. 날씨가 매우 좋았다. 버스 타면 꽃 구겨질 것 같아서 꽃다발 안고 운하 따라 극장까지 걸어갔는데 은근히 무거웠다 ㅠㅠ 그리고 더웠다.

 

6시 반에 도착해 입장. 꽃을 맡겼다. 첨엔 예르마코프에게 주는 꽃다발 하나만 꽂혀 있었지만 나중엔 꽃이 가득 찼다. 오늘 젊은 안무가들 공연이고 무용수들도 많이 나오니 그렇다.

  

 

..

 

오늘은 젊은 안무가 갈라 공연이었다. 오케스트라는 없었다.

 

3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1막은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 2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 유리 스메칼로프의 ’Ne me quitte pas'(녜 빠끼다이 미냐, 날 버리지 마),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Glina’,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레지, 오필리아’였고 3막은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이었다. 제일 마지막 것만 전에 이고리 콜브가 춘 영상을 봤었다.

 

사실 난 오늘 슈클랴로프의 ‘날 버리지 마’를 보러 온 거나 다름없었다. 이것도 마린스키 공고는 늦게 나왔지만 나는 슈클랴로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람이 20일 이 공연에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끊은 것이다. 제일 앞줄 가운데자리를 득템하면서도 혹시나 안 나오면 어쩌지 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나마도 이게 모던발레들 갈라라서 자리가 있었던 거지 딴 작품들은 자리 구하기 힘들었고 앞자리는 못 구했었다.

 

워낙 여러 작품들이라 리뷰는 나중에... 일단 간단한 인상만 적자면.

 

일리야 쥐보이의 ‘SeasonS'가 의외로 좋았다. 막스 리히터가 비발디 사계를 변주해 쓴 음악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거니와 콘다우로바와 즈베레프를 필두로 무용수들의 춤도 서정적이고 의외로 가슴에 와닿았다. 솔직히 어제 봤던 스트라빈스키 두 작품들보다 이게 더 좋아서 놀랐다.

 

막심 페트로프의 ‘파블로프스크’는 유머러스했고 포킨의 장미의 정령에 대한 윙크 같기도 했다. 깜박 잠든 근위병이 귀족들의 춤에 대한 환상을 본다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블라지미르 바르나바의 ‘글리나’는 사실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움직임은 다채로웠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어 아쉬웠다.

 

크세니야 즈베레바의 ‘엘러지, 오필리야’는 고만고만한 작품이었지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존재감이 강렬해서 그녀가 무대를 살렸다. 예르마코프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테료쉬키나에게 묻히는 느낌이었다.

 

막심 페트로프의 ‘왕의 디베르티스망’은 영상으로 볼때보다 훨씬 좋았고 재미있었다. 프로그램을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에 내가 영상을 봤을 때 놓쳤던 부분들도 많았다. 필립 스쵸핀이 왕 역으로 첫 데뷔했는데 여태 내가 본 스쵸핀 무대 중 제일 깔끔하고 멋있게 나왔다. 이 사람은 무대 분장을 연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왕을 춘 스쵸핀의 춤은 좋았는데 아무래도 초연을 이고리 콜브가 췄다보니 비교가 되었다. 콜브는 성격배우 특성이 있고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코믹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프게 표현했는데 스쵸핀은 좀더 반듯하고 젊어서 전자가 ‘왕’같다면 후자는 좀 ‘왕자’같았다. 그리고 스쵸핀이 팔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싶긴 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나를 버리지 마’.

 

이 공연 너무 짧다 ㅠㅠ 6~7분 정도 되려나. 아쉬워라...

 

마린스키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겔레나 가스카로바가 동명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흰 재킷과 바지의 수트를 차려입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의자에 앉아 괴롭게 몸을 움직이다 점차 무대를 선회하며 춤을 춘다.

 

조명은 책상 앞에 앉아 노래하는 가스카로바와 홀로 춤추는 슈클랴로프 양쪽에만 비춰지는데 흰옷을 입은 슈클랴로프는 어둠 속에서 하얀 불꽃처럼 춤췄다. 스메칼로프 안무 특유의 움직임들,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다운 애절하고 격렬한 감정 표출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심금을 울렸다. 본시 소프라노를 못 견디는데도 슈클랴로프의 춤과 잘 어울렸다.

 

흰 옷을 입고 격하게 몸부림치고 얼굴 전체로 고통과 열망을 표현하는 슈클랴로프를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누가 어떻게 이런 널 버리고 떠나겠니!’ 란 생각마저 들었다.

 

감정 북받치는 짧은 공연 후, 엄청난 브라보를 받았고 꽃도 많이 받았다. 아마 오늘 얘가 꽃 제일 많이 받은 듯... 내 꽃도 받았다 :) 뿌듯...

 

사진은 다 번졌다 ㅠㅠ 마린스키 신관 조명 미워.. 게다가 흰옷이니 망할 줄 알긴 했다만 아깝다. 정말 아름답고 근사했다.

 

 

이게 그나마 덜 번진 사진이다 허헝헝..

 

이건 번지긴 했지만... 꽃다발 잔뜩 받은 모습... 저기 내 꽃도 있어어어 ㅠㅠ 근데 번져서 분간도 잘 안돼 ㅋㅋ

 

 

그래서 아쉬우니... 함께 무대에 올랐던 겔레나 가스카로바(Gelena Gaskarova)가 백스테이지에서 찍어 인스타그램 올린 사진 한장. 스메칼로프, 가스카로바, 슈클랴로프 :)

 

아아, 녜 빠끼다이 미냐, 녜 빠끼다이 나스, 발로쟈!

 

..

 

끝나고 원래 석양보며 걸어가려 했는데 세상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 비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ㅠㅠ 역시 뻬쩨르..

 

그래서 샵에서 산 마린스키 후드 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급하게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다행히 27번이 와서 탔고 앉았다.

 

내려서도 후드 티를 머리에 쓰고 급하게 호텔로 달려들어옴. 제일 작은 사이즈만 있어 긴가민가 하다 그냥 샀는데 요긴하게 우비 대용으로 개시함 ㅠㅠ (입어보니 지금은 여유 있게 잘 맞는데 좀만 살찌면 살짝 타이트해질 것 같다 ㅠㅠ 살찌면 안되겠고만...) 흑흑, 중국 찻잔은 누룽지랑 된장국으로 개시하고 마린스키 후드 티는 우비로 개시했어... 돌아와서 빨아서 옷걸이에 말리고 있다.

 

..

 

 

근데 방에 왔더니 청소부가 창문 열어놓고 간게 안 닫혔다. 어제도 안 열리더라니.. 리셉션에 전화하자 여직원이 왔는데 이 방이 전에도 창문이 그랬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2년전에도 내 방 창문이 이랬었다. 앙글레떼르는 창문이 좀 문제인가보다 ㅠㅠ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가. 결국 다른 남자직원도 와서 힘으로 눌러서 닫았다. 앞으로 열면 안되냐 했더니 안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힝...

 

그리고 와이파이가 안돼서 내방만 이러나 싶어 내려가 물었더니 지금 호텔 와이파이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나만 그런게 아니니 다행인가. 그래서 여기 메모 쓰고 있음.

 

내일은 날씨가 좋으면 k갤러리에 가서 바리쉬니코프 전시를 보고, 화장품을 사려는 중이다. 수분크림 똑 떨어짐... ㅠㅠ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되어서 그렇다.

 

무지 배고픈데 먹을게 없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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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였다.

 

료샤는 내가 어제 묵은 호텔 조식 자체는 그냥 그래도 9층에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니 조식을 추가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추가요금을 내고 조식을 먹어보았는데 빵이 의외로 맛있었고 과연 전망이 훌륭했다. 아마 조식 시간이 끝나갈 때 가서 얼마 없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레냐는 오늘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해서 거기 갔다. 료샤는 오전에 들러 나와 함께 그 전망 좋은 창가에서 같이 조식을 먹었다. (레냐도 무지하게 같이 먹고 싶어했지만 다음주에 꼭 같이 먹자고 달래놓음. 어른들이 하는 건 다 좋아보이는 것이다 ㅋㅋ)

 

 

밥먹으러 올라갈때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서 그냥 폰으로 찍은 사진 한장만. 며칠 후 다시 가서 묵으면 카메라 가지고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트로이츠키 사원(이즈마일로프 사원)도 보여서 이 사진으로..

 

..

 

오늘 숙소를 다시 옮겨야 했다. 료샤가 태워다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짐을 좀 챙겨야 했고 너무 빨리 가면 체크인 시간과 맞지도 않았다. 료샤는 오늘 무슨 물건을 가지러 파블로프스크에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나한테 같이 가자고 꼬셨으나 나는 오늘 공연이 있었음) 오전에 가고 나는 정오에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겨놓고 2시에 택시를 예약해둔 후 일단 거리로 나왔다.

 

근데 너무 추웠고 비가 왔다.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돌아와야 하니 주변 지리도 좀 알아볼겸 걸었는데 사도바야 거리와 센나야 광장이 금방 나오는 걸로 봐서 지리는 금세 깨쳤다. 문제는 추웠다는 것. 그리고 내내 안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조식을 먹으면서 빈속에 차를 좀 마셨고 그 이후 약을 먹었더니 카페인 때문인지 너무너무 가슴이 북받치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너무 북받치고 뻐근해져서 잠시 심장발작인가 하고 겁에 질리기까지 했다. 식도염 악화 증상이긴 한데... 아마 카페인 과다 섭취 후 약을 먹어서 그런것 같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 괴로워하며 목과 가슴을 누르고 헤맸다. 카페도 안 보이고 그나마 보이는 카페는 전부 식당 겸용이었는데 비가 오니 음식 냄새 배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추위와 뻐근함으로 괴로워하며 좀 헤매다 호텔 근처 모퉁이에서 어느 베이커리 카페 발견. 그냥 빵 구워 파는 곳이었는데 의외로 여기가 오아시스였다. 손님도 없고 빵과 케익을 팔고 홀은 좁았지만 창가 자리가 좀 호젓했다!

 

 

구석 귀퉁이의 창가 자리가 무척 호젓해서 가만히 앉아 책 읽고 글쓰기 좋은 자리였다. 며칠 후 저 호텔로 돌아가면 이 카페에 아침 먹으러 와야겠다.

 

 

카페인 없는 열매 티 한잔(약간 히비스커스 블렌드 맛이 남)과 메도빅 주문. 여기 메도빅은 맛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프라하 카페였는데 그래선가 ㅋㅋ

 

 

어제 서점에서 산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단문집을 좀 읽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메도빅을 먹고 좀 앉아 있었더니 가슴 통증이 좀 가셨다. 아아 조심해야겠다. 다시는 빈속에 차 마신 후 약먹지 말아야지... 한국 돌아가면 의사에게 좀 물어봐야겠다.

 

 

지지난주 토요일, 여기로 날아오기 전에 친구인 쥬인과 홍대에서 만나 놀다가 샀던 팔찌 중 하나. 오늘 파랑하양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기에 맞춰서 하고 나왔다. 팔찌를 보니 쥬인 보고 싶네.

 

..

 

2시가 되어 택시를 타고 이삭 성당 앞으로 이동. 세번째 호텔에 체크인했다. 여기서는 다섯밤을 자고 다시 아까 호텔로 돌아간다. 이렇게 중간중간 일정을 연장할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ㅠㅠ

 

방에 와서는 너무 피곤해서 잠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늘은 5시 공연이었다. 가방을 좀 풀었고 너무 추워서 결국 원피스 포기. 진과 긴소매 티셔츠, 카디건에 트렌치코트 도로 꺼내 입었다 ㅠㅠ 아아 정말 너무해...

 

...

 

추워서 버스 타고 극장에 갔다. 오늘 공연은 마린스키 신관이었다.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두 곡을 각기 다른 안무가가 안무한 작품이었는데 사실 이게 아주 보고 싶어서 끊었다기보다는 그래도 두번째 작품이 봄의 제전이라 끊은 것이다. 어쨌든 나의 첫번째 발레라서 애착이 있다. 오늘의 봄의 제전은 사샤 발츠 버전인데 마린스키에서 발츠 버전으로는 본 적이 없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 공연은 둘다 신관인데다 별다른 무대 배경 없이 조명이 강해서 사진은 다 번짐. 그나마 여기 올린게 건진 것임 ㅠㅠ 꽤 앞줄이었음에도 별 소용이 없었다. 하긴 슈클랴로프가 안나오니 굳이 열심히 찍고자 하진 않았기에... 정성이 없어서 더 번졌나보다 ㅠㅠ

 

첫번째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3악장 심포니'였다. 지난 봄에 '라두 포클리타루'를 초빙하여 안무해 초연했었는데 음악은 몇번 들어봤지만 공연은 영상도 본적이 없었다. 스베틀라나 이바노바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주역으로 나왔고 예카테리나 치브이키나, 타치야나 트카첸코, 알렉산드라 이오시피디가 운명의 3여신으로 나왔다.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생명의 집단적 원형질에서 남자와 여자가 각각 1명씩 세상에 나와 스스로의 개인적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랑에 빠지고 인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이들은 운명의 3여신의 붉은 실에 매여 있으며 결국은 전쟁으로 상징되는 3악장에서 인생의 끝에 다다르고 실이 끊겨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이런 스타일의 발레가 그렇듯 플롯보다는 움직임과 무대미술, 음악이 더 강렬했다.

 

글쎄... 내 마음에는 아주 안 들었다. 일단 안무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운명의 3여신도, 비둘기에서 독수리로 옮아가는 영상 배경과 개성 없이 단체로 떼지어 춤추는 군무, 아크로바틱한 리프팅과 회전이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춤... 모두 그다지 참신하지 않았다. 뭔가 열심히 했지만 남는 건 없었다. 하나 남는다면 음악인가... ㅠㅠ

 

세르게예프와 이바노바는 둘다 좋은 무용수고 잘 췄지만.... 그리고 세르게예프가 여태 본 무대 중 제일 섹시해보였지만... 보는 내내 작품에 비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발레 안무가들이 너무나 잘 빠지는 함정이 있는데 포클리타루 역시 그걸 피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한 장만. 어차피 다 번졌음 ㅠㅠ

 

 

 

두번째가 내가 보러 간 목적인 봄의 제전.

 

난 사실 사샤 발츠 안무의 제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가 제물로 등장하는 제전이라 궁금했고 발츠 안무 제전을 무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으니 실제로 보면 또 다르리라는 기대를 했다.

 

흠...

 

발츠는 내 취향과는 역시 거리가 있었다. 뭐랄까... 원시적이고 격렬하고 광적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어딘가 한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육체의 광란과 샤먼의 광기를 표출하고는 있지만 실은 굉장히 계산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는데 무대로 봐도 그랬다. 무용수들은 잘 췄고 연주도 아주 좋았다(게르기예프가 지휘했음) 그러니 아마 이것은 발츠의 안무와 내가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좀더 격렬하고 좀더 원초적인 춤을 원했다. 그런데 사샤 발츠의 제전은 내겐 그렇지 않았다. 영상으로도 무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머리의 늘씬하고 강렬한 콘다우로바는 아름답고 근사하고 처절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내게 콘다우로바는 '진짜 제물' 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쯤은 발츠가 제물과 종족들의 관계나 움직임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쉬웠다.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음악이었다. 그래,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봄의 제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본전 찾았다. 역시... 봄의 제전은 러시아 지휘자와 러시아 오케스트라일 때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난 마린스키 무대에서만 봄의 제전을 세가지 안무 버전으로 봤구나... 물론 다른 무대에선 또 다른 버전을 봤지만... 하여튼 오늘은 음악이 제일 좋았다.

 

사진 엄청나게 번짐 ㅠㅠ 가운데 자주색 의상의 긴머리 여인이 주역이었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엄청나게 번졌다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사진도 한 장... ㅠㅠ

 

게르기예프 요즘 백야축제에 아주 자주 나오고 계심.

 

그러고보니 내내 발레 메모까지 전부 러시아 메모에 올리고 있었네... 나중에 각 공연에 대한 메모는 떼어서 발레 폴더로 옮겨놔야겠다. 근데 제대로 리뷰를 쓴건 없어서..

 

..

 

짧은 두개의 작품들이라 끝나니 7시가 좀 넘어 있었다. 비가 멎었기 때문에 운하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까지 쭉 올라가서 물과 체리를 사고 길을 건너 또 올라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초입에 있는 부셰에서 빵을 한개 사왔다. 이번 호텔도 조식 불포함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에 체리랑 차랑 먹으려고... (전기포트 달라고 해서 얻었음)

 

 

운하 따라 걸어오다 찍은 사진 한장. 엄청 줌 당겼지만 이게 한계... 검정회색 갈매기 한 마리.

 

..

 

전기포트를 드디어 얻었기 때문에 오늘은 누룽지 반봉지와 즉석 된장국 약간에 끓는 물을 부어 볶음김치와 참치, 조식 테이블에서 건져온 삶은 달걀로 늦은 저녁 먹음. 살것 같다, 된장국이랑 볶음김치.. 엉엉...

 

 

 

.. 뜬금없이 안 어울리게 저 화려한 잔은 뭐냐고 하신다면..

첫번째 호텔 옆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발견해 샀던 찻잔. 아직 이거 하나밖에 안 샀다. 그냥 저런 스타일 찻잔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해서 샀는데 사고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임 -_- 망했어... 에잇... 여기까지 와서 중국 찻잔을 사다니 ㅠㅠ 짐도 무거운데...

 

하여튼 그래서 이놈을 오늘 개봉하여... 누룽지랑 된장국 담아 먹는 용도로 개시함 ㅋㅋ 미안해 중국 찻잔아... 근데 네가 꼭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그런 거는 아니야... 예전에 로모노소프도 그랬어 ㅋㅋ

 

 

찻잔 : 이쁘다고 살땐 언제고 나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무시하냐! 차도 아니고 된장국에 누룽지로 개시하다니 엉엉...

토끼 : 야, 옛날에 로모노소프님들은 심지어 개시할 때 볶음김치랑 컵라면도 담아먹었어! 된장국이랑 누룽지면 양호한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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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9. 23:01

마린스키 신관 카페, 스트라빈스키 dance2016. 6. 19. 23:01




​​오늘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사샤 발츠 버전)과 다른 신작 공연이 있다. 이건 혼자 보러 옴. 곧 시작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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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9. 17:56

아름다운 전망 2016 petersburg2016. 6. 19. 17:56




이 호텔은 조식 레스토랑 창가 전망이 아름다워서 조식불포함이었지만 추가요금 내고 먹었다. 전망 덕에 그럴 가치가 있다. 유명한 이 도시의 지붕들과 각종 사원 풍경들이 내려다보였과 갈매기와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는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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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열흘 동안 머물던 블라지미르 대로의 도스토예프스키 호텔에서 오늘 체크아웃하고 림스키 코르사코프 거리에 있는 호텔로 옮겼다. 아직 찻잔은 사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 가방이 꽉 차고 무거운지 모르겠다 ㅠㅠ

 

이 호텔은 마린스키에서 도보로 15~20분쯤 거리에 있는데 네프스키 쪽이 아니고 약간은 시내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전자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훨씬 좋다. 그런데 여기는 오늘 하루만 묵고 내일은 또 옮긴다. 이것이 이렇게 된 이유는... 잊고 싶은 회사에서의 안좋은 일 후 갑자기 숙소를 잡고 날아오다보니 방이 없어서... 그리고는 또 며칠 후 다시 이 호텔로 옮겨와 며칠 잘 것이다. 이건 여기 와서 5일 정도 일정을 더 연장해서 그렇다. 이게 뭐야... 힘들고 돈들고... 이래저래 파산이지만 사실 그런 거 생각했다면 애초에 이렇게 날아오지도 않았겠지..

 

여기도 전기 티포트는 없지만(이 동네는 보통 좋은 호텔에도 포트가 잘 없고 달라고 해야 준다) 엘리베이터 앞에 뜨거운 물 나오는 정수기가 있어서 들어오자마자 저렇게 디카페인 홍차 한잔 우려마셨다. 몸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카페인을 기피하는 중이라... 그래도 차 마시니 살것 같았다.

 

..

 

12시에 체크아웃한 후 굶주리고 어지러운 상태로 근처의 우크라이나 식당 쉬녹에 갔다. 오늘은 도네츠크 스타일의 생선수프를 시켰고(우하인데 이름이 빠흘료바 리브나야 도네츠카야 라고 되어 있어 뭐가 다르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이름만 다르다고 함), 닭고기 샤실릭을 시키려 했는데 오늘따라 참 친절했던 아저씨가(전에는 못보던 아저씨) 그 아래 있는 닭고기 요리 추천. 조금 더 싼데 매우 부드럽다고 해서 귀얇은 나는 또 받아들임.

 

근데.. 수프 나오기도 전에 아저씨가 또 방글방글 웃으며 예쁜 색깔의 주스 같은 걸 갖다주었다. 아저씨 말로는 시음해보라는 거였다. 자기네가 만든 거라고.. 비슈냐(이 동네 체리)로 만든 보드카라면서 '겨우!' 20도밖에 안된다고 했다. 첨에 나는 '2도'로 잘못 알아듣고 '아 가벼운 아페라티프구나~' 하면서 좋다고 고마워하며 한모금 살짝 마셨고..

 

 

끄아악!!! 빈속에 보드카! 40도는 아니지만 20도도 장난 아니야... 나 보드카 마시고 팔각정에 쓰러져 잤는데 ㅠㅠ 안돼애..

 

근데 가져다준 성의가 또 고마워서 그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 수프랑 밥이 나왔을때 좀 마셨다. 3분의 1쯤 마셨나보다. 그 이상은 독해서 못 마시고 아저씨에게 무척 맛있으나 독해서 다는 못마셨다고 했다.

 

혼자 온 여자 손님에게 정오부터 보드카 마시라고 권해주시는 러시아~~ 이것이 러시아 ㅠㅠ

 

우하는 무척 맛있었다. 크림이 든 핀란드식 우하도 좋아하지만 나는 맑은 국물 우하를 더 좋아한다. 집에서도 몇번 끓여먹었는데 오늘 쉬녹에서 먹은 우하가 진짜 맛있어서 레시피를 좀 물어보고 싶었다. 몸이 따뜻해지고 좋았다. 연어와 흰생선 등 3가지 생선, 감자가 들어간다. 보통 제대로 된 우하는 3가지 생선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나야 집에선 항상 연어 아님 대구로 끓이니 맛이 모자랄 수밖에 ㅠㅠ

 

 

우하는 참 맛있었는데 추천해준 메인 닭고기 요리는... 아아, 이것도 크림 소스였어... ㅠㅠ (요즘 자꾸 크림 소스 등 느끼한 음식을 먹게 되어 괴로워하고 있던 차였음) 맛은 훌륭했다. 양송이가 잔뜩 들어가 버섯 크림소스였고 좀 짭짤해서 덜 느끼했다. 비프 스트로가노프의 닭고기 버전과 비슷해서 맛있었는데 내겐 양이 많았고 좀 짰다. 그냥 샤실릭 먹었음 좋았을텐데...

 

 

접시 보고는 '엑, 오이랑 토마토 늘어놓은 거 봐... 역시 이 동넨 아직 플레이팅이 옛날이랑 똑같아...' 했지만... 결국 느끼해서 저 오이랑 토마토 다 집어먹었다 ㅋㅋ

 

..

 

보드카 마시고 배아파서 좀 고생한 후 서점에 가서 도블라토프의 짧은 에세이집 한권과 에코백 따위를 사고, 택시 불러달라고 한 시간까지 40분쯤 남아서 전에 두어번 갔던 호텔 옆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 녹차와 에클레어를 먹었다. 그날인데다 속도 안좋으니 차마 홍차는 못마시고 연한 녹차를 마시고 입이 느끼하고 짜서 에클레어 먹었다. 맛있었다.

 

 

..

 

3시에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두번째 호텔인 이곳으로 왔다. 요금 많이 나왔다 -_- 분명히 바가지일 거야. 하지만 짐이 무겁기도 하고 다 귀찮아서 그냥 타고 왔다.

 

새 호텔은 첫번째 호텔보다 위치 빼고는 모든 면에서 더 좋았다. 이럴줄 알았음 첨부터 여기 잡았음 좋았을걸. 마린스키에서도 가깝고 ㅠㅠ 하지만 자본 적이 없는데다 위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예전부터 항상 위시리스트에만 올려놓고 자본 적이 없는 데였다.

 

3시 20분쯤 도착했는데 곧장 체크인하게 해주었다. 트렁크는 거의 풀지 않고 하룻밤 잘때 필요한 옷가지와 세면도구, 화장품 따위만 꺼냈다. 그리고는... 너무너무 졸렸다. 밤잠도 좀 설쳤고... 생각해보니 쉬녹에서 마신 보드카 탓인거 같은데 이제야 깨달음 ㅋㅋ

 

너무 졸려서 침대로 기어들어가 깜박 잠들었는데 4시 반쯤 료샤와 레냐가 왔다. 내가 몇호인지 알려줬기 때문이다. 문을 열어주긴 했는데 내가 거의 비몽사몽 몽유병 환자처럼 '어서 와...'라고 하자 료샤가 혀를 차며 '자라 자!' 하고 날 침대로 밀어넣었다. 레냐가 찡찡거리려고 하는데 료샤가 '쥬쥬 좀 자게 아빠랑 게임하자'라고 해주었다. 료샤는 이럴때 보면 참 착하다. 내가 졸릴 땐 방해하지 않는다.

(전에 료샤에게 '내가 잘 때 안 깨우고 자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하자 그는 '우리 네바(그의 셰퍼드 ㅠㅠ)도 자는 거 방해하면 싫어해. 토끼도 마찬가지겠지!' 라고 대꾸했었음)

 

그래서 나는 한시간쯤 정신을 잃고 잤고 그동안 료샤랑 레냐는 옆침대인지 의자인지 하여튼 거기 앉아 폰으로 게임을 하고 놀았다. 그거까진 참 고마운데 내가 깼을때 료샤가 내 폰으로 도촬한 사진을 보여줌 -_- 정신없이 잠든 토끼의 불쌍한 모습 ㅠㅠ 착하다는 거 취소!

 

내가 너무 피곤해하니 나가지 말고 방에서 놀자며 료샤가 근처 스시 가게에서 롤과 스시, 수프 따위를 테이크아웃해왔다. 내가 요즘 밥먹고 싶어하니까 나름대로 신경쓴 것이다. 그러나 이동네 스시나 롤이나 아시아 음식이 다 그모양이듯 뭔가 어설프고... 일부러 나 먹으라고 '김치 수프'를 사왔다고 했지만 그 김치 수프는 지난번 내가 쇼핑센터 식당에서 먹은 것과 똑같이 미소 국물에 계란과 고춧가루 좀 풀어놓고 김치가 전혀 없는 것이었음 ㅋㅋ 아주 맵다며 별이 세개나 붙어 있었지만 하나도 안 매웠고 짜기만 했다.

 

 

그래도 료샤는 내가 차가운 음식이나 날생선은 안먹는 걸 알기에 나름대로 따뜻하게 익힌 롤을 사옴. 내가 우나기 좋아하는 걸 알고는 우나기 롤을 달라고 했으나 알고보니 저 롤은 장어 소스만 썼을뿐 무슨 새우를 다져서 크림처럼 만들어 올려놓은 것으로 전혀 우나기가 아니었음. 김치 없는 김치수프와 우나기 없는 우나기 롤... 뭐냐 ㅋㅋ

 

료샤랑 레냐는 요상망측한 롤과 스시를 맛있다고 먹고(아아 그거 맛있는 거 아니야 이것들아 이 불쌍한 것들아 ㅜㅜ) 나는 김치 없는 김치 수프와 우나기 없는 우나기 롤을 먹었다. 그래도 쌀을 먹으니 좀 낫다.

 

앉아서 얘기하고 놀다가 레냐는 깜박 잠들었다. 료샤가 근처에 케익 사러 간 동안 난 이 메모를 남기고 있다. 근데 이 밤중에 케익 사오면 나는 어떡하지 ㅋㅋ

 

하여튼 친구야 고마워.

 

근데 쌕쌕거리며 잠자는 레냐 너무 귀엽다. 역시 내 약혼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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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8. 17:36

첫번째 숙소 체크아웃 직전 2016 petersburg2016. 6. 18. 17:36




근 열흘 머무른 호텔 체크아웃 직전이다. 가방은 무겁고 몸도 아파서 참 피로하다. 체크아웃하고 짐 맡기고 3시에 택시 불러달라 해야겠다. 아 귀찮아 ㅠㅠ


그날이라 컨디션 최악 ㅠㅠ 배도 아프고 울렁거리고 잠도 모자라고 머리도 아프다. 약기운이 빨리 돌아줘야 할텐데.


성수기라 가성비 안좋은 곳이었다만 어쨌든 피로에 찌든 몸으로 많이 누워 있었던 곳이다. 옮기고 나면 좀 나아지기를.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기를 ㅠㅠ


하여튼 잘 있어요 도스토예프스키 호텔...

(좋아하는 작가 이름이 살짝 아깝긴 하다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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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수면부족으로 일찍 누웠으나 역시 3~4시간만에 깨어났다. 그리고는 새벽 3시부터 두어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약을 먹고 다시 잠들어 늦게 일어났다.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하므로 가방을 좀 꾸렸다. 내일 옮기는 숙소는 하루만 묵고 또 모레 옮긴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내일 가는 숙소로 옮긴다. 중간에 일정을 추가해서 그렇게 됐다. 참 피곤하긴 하다 ㅠㅠ 가방을 몇번 풀어야 하는겨..

 

너무 졸리고 피곤했는데 오늘 그날이 시작되었다. 어쩐지... 너무 졸리더라니. 내일 호텔 옮기려면 힘들겠다. 택시 불러달라 해야겠다.

 

 

샐러드와 체리로 아주 간단한 아점을 먹었다. 어제 먹은 것도 느끼했고 근 열흘간 제대로 된 '밥'을 못먹었다. 계란볶음밥과 리조또를 좀 먹긴 했지만 그건 흰밥이 아니니까 무효.

 

마침내 느끼함을 견딜 수 없어 오늘은 루빈슈테인 거리에 있는 중국 레스토랑에 밥 먹으러 갔다. 근데 내겐 그냥 아무 중국집이나 뭔가 마파두부나 매운게 있으면 되는 거였는데 이 거리는 워낙 요즘 뜨는 거리이다 보니 중국집마저도 고급화되어 가격도 비싸고 마파두부도 엄청 조금 나와서 빈정상했다. 나 원래 많이 안먹는데 -_- 내가 보기에 적으면 그거 진짜 적은 거라고요!! 그나마 베지테리안 메뉴라 돼지고기가 들어 있지 않았다. 맛은 간장 맛이 강해서 많이 달았고 전혀 맵지 않았다. 하여튼 오랜만에 그냥 흰밥을 먹으니 살것 같았다. 비록 긴쌀이지만 그래도 밥이 어디야..

 

 

 

 

하여튼.. 본시 중국집이란 세계 어딜 가도 비슷비슷하고 또 싼 가격에 많이 먹을 수 있는게 장점이고 한국 식당대신 뭔가 매운거 먹고플때 갈수 있는 곳이거늘... 아무리 루빈슈테인 거리라 해도 그렇지... 비싸고 양 적어!!! 될말이냐 ㅠㅠ

 

그래도 흰밥이랑 두부 먹고 좀 나아짐. 생각해보니 러시아로 떠나오기 전에도 근 일주일 가까이 제대로 못 먹었다. 일하고 울고 괴로워하고...

 

 

여기 와서 며칠 만에 살이 많이 빠졌다. 아마 그때 힘들었던 게 누적되어 그런 것 같다. 떠나오기 며칠 전 홍대에서 샀던 자잘한 무늬의 흰 블라우스를 오늘 꺼냈다. 극장 갈때 입으려고 챙겨온 건데 그사이 살이 빠져서 어깨가 다 드러났다. 좀 파진 옷이긴 했지만 이렇진 않았는데. 결국 그 옷 대신 다른 옷 입었다. 회사 있을땐 계속 일하고 지방과 서울을 오가도 운동을 못해서 그런지 아무리 힘들어도 살이 안 빠졌는데 여기 오니 살이 쭉쭉 빠지네.. 예쁘게 빠지는 게 아니라서 별로 좋진 않다. 료샤와 레냐가 날 보고는 작년보다 살빠졌다고 슬퍼했고 레냐는 나에게 메도빅과 고기를 많이 먹여줘야 한다고 했음. (그래봤자 토끼긴 하지만)

 

..

 

덥고 습한 날이었다. 밤에 비가 온다고 했다. 오늘은 알렉산드린스키 극장에서 보리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차 한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알렉산드린스키 극장 뒤에는 극장 박물관이 있는데 전에 박물관 갔다가 들르지 못했던 디아길레프 카페에 갔다. 카페 이름이 디아길레프, 그리고 안에는 박스트의 발레 일러스트 액자들이 걸려 있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근데 카페가 작고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엄청 더웠다. 긴 소매 블라우스 입고 갔다가 쪄죽는 줄 알았다. 하여튼 차 한잔과 메도빅(여기 와서 오늘 첨 먹음) 한개 시켜놓고 앉아서 몇달 전 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었다. 여행을 위해 안 읽고 아껴뒀던 책이다.

 

 

 

(오른편 창가에 디아길레프 초상화가 보인다)

 

여기 메도빅은 너무 달고 끈적해서 내 입맛엔 안 맞았다. 그래도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고 있자니 좋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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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는 좋아하지 않고 수필가로서의 하루키만 좋아한다고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 하루키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소설쓰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읽는 것은 역시 흥미로웠다.

 

 

'인간이 소설을 쓰려고 하는 곳은 모두 다 밀실이고 이동식 서재입니다' 라는 저 문장은 나와 매우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는 더워서 조금 일찍 나와 알렉산드린스키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좀더 읽었다.

 

 

문득 얼마만에 바깥 바람을 맞으며 하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행복하다기보다는 살짝 우울했다. 어쩌면 행복해서 우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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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공연이었다. 에이프만 발레를 무대에서 보는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에이프만은 내게는 아주 특별한 예술가이고 내게 지금 쓰는 글과 미샤라는 주인공에 대한 영감을 준 사람이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는 전에 본적이 없었다. 라트만스키 버전으로 마린스키에서만 봤다. 사실 그 작품도 큰 감흥은 없었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톨스토이와 그의 원작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겐 언제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더 맞았다.

 

에이프만의 안나 카레니나도 실은 마찬가지여서 난 까라마조프가 더 맘에 들었다. 에이프만은 과감하게 모든 등장인물들을 쳐내고 카레닌과 안나, 브론스키 3인에게만 집중하고 특히 안나에게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는데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플롯은 단선화되었다. 솔직히 말해 피곤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1막은 큰 감흥이 없었고 에이프만 특유의 안무(팔과 다리 동작, 리프팅 등)가 반복되는게 약간 매너리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브론스키보다 카레닌의 춤이 더 멋지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다니... 브론스키 실패한 거야? 아니면 카레닌 역의 올레그 마르코프가 워낙 더 매력적이어서였을지도 모르지. 올레그 가브이셰프의 브론스키는 평면적으로 느껴졌고 좀 너무 순정파처럼 보였다. 아마 에이프만이 안나에게 집중하느라 브론스키를 평면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만... 브론스키가 너무 후줄후줄해서 카레닌이 더 멋있었음 ㅠㅠ

 

안나 역의 마리야 아바쇼바는 훌륭했다. 예전의 베라 아르부조바를 좀 연상시켰다.

 

2막 중간까지도 큰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나는 회사와 그곳에서 있었던 일,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 상념에 빠지기까지 해서 좀 우울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에이프만답게 후반부의 박력은 굉장했고 안나가 최후를 앞두고 육체와 정념이 들끓는 마음속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마침내 무용수들과 소음으로 이루어진 기차로 뛰어드는 결말까지 약 15분 정도는 숨을 쉴수 없을만큼 몰입해서 봤다. 아마 그 후반부는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틱함과 처절함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좀 감동해서 나왔다.

 

 

2층 벨에타쥐 두번째 열에 앉았다. 극장이 작아서 잘 보이긴 했는데 하여튼 조명 때문에 커튼콜 사진은 거의 못 건짐. 다 번졌다. 오늘 무거워서 좀 작은 렌즈를 가져가긴 했었다.

 

리뷰를 따로 써보고픈데 과연 언제 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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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네프스키를 따라 판탄카 운하와 아니치코프 다리를 건너 숙소까지 걸어왔다. 두세 정거장 거리라서.

걸어오면서 폰으로 찍은 사진 몇 장. 폰인데다 해가 진 후라 좀 어둡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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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을 보았고 오랜만에 책도 읽었는데 좀 마음도 가라앉고 우울하다. 아마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인가보다.

 

이제 자고 내일 숙소 옮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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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하고 졸려서 늦게까지 누워 있다가 어제 수퍼에서 사온 아보카도 뜨보록 샐러드에 체리, 견과 곁들여 아점 먹는 중이다. 체리와 견과는 전에 한팩씩 산 것인데 이걸로 끝. 알뜰하게 잘 먹었다.


샐러드는 마늘과 고수가 들어 있어 입맛에 맞지 않아 반만 먹음 ㅠㅠ 고수 들어 있다고 적혀 있진 않았는데.. 그냥 시저 샐러드 살걸. 100그램만 샀는데 시저 샐러드가 더 비싸서 이거 샀더니만.


오늘은 저녁 공연이 있다. 진짜 오랜만에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를 보러 간다.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하므로 이제 가방을 좀 싸놓은 후 나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차 한잔 마신 후 극장에 가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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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 집2를 나오면서 찍은 사진들. 원래 썰렁하게 해뒀지만 가방과 쿠먀를 데리고 나오니 더 썰렁해져서 첫 거실 사진의 회사 친구 이부자리가 아니면 더 황폐해보일것이다.


난 기차와 버스, 비행기를 타고 9일전 이곳에 도착했다. 그땐 너무 괴로웠고 저 집보다 훨씬 황폐한 상태였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하지만 나는 아마 저곳으로 돌아가게 될것이다. 아직 별다른 답은 없다.



생각하지 말고 좀더 걷고 좀더 쉬고 좀더 자야지..


정말 계속 자고 싶다. 사랑하는 도시에 와 있는데도 그렇다. 많이 지친 상태로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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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날씨 좋더니만 역시 전형적인 페테르부르크 날씨가 돌아왔다. 후덥지근해지더니 뇌우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산도 소용이 없어 흠뻑 젖었다.

 

어제 청동기사상 공연 끝난 후 료샤네 집에 가서 새벽까지 얘기하느라 늦게 자고, 아침에 걔 출근할때 따라 나와 방으로 돌아오느라 잠 설침. 아니 이놈은 맨날 비서한테 일시켜먹는 놈이 왜 오늘은 이렇게 아침 9시까지 나간다고 난리인가... 왜 갑자기 열심히 일하는 척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야! 나도 일해! 나 출장 갔다왔잖아!' 하고 툴툴댄다. 쳇 그래봤자 프롤레타리아도 아닌 놈이.

 

하여튼 4~5시간밖에 못 잤고 방에 돌아와서도 좀 자보려 했으나 처리할 일들이 몇가지 있어 그거 하느라 결국 더 못 잤다. 머리도 아프고 주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몸이 괴롭다.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날을 조금 더 연장했다. 비행기와 숙소 변경하느라 오전에 좀 정신이 없었다. 6월말에 돌아갈 것 같다. 이로써 나의 유리지갑은 이제 먼지로 화했다만... 아마도 나는 돌아가는 시점을 할수 있는 한 미루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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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쯤 배가 고파서 기어나갔다. 뒷길의 루빈슈테인 거리에 갔고 며칠 전 찍어두었던 북카페 같은 곳에 갔다.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책들이 매우 많았고 여기저기 불상이 앉아 있는것이 내겐 좀 우스웠지만 여기 사람들에겐 이른바 '힙'한 스타일인가보다.

 

 

 

(카메라 렌즈 덕에 사진은 좀 밝게 나왔지만실제로는 꽤 어두컴컴한 곳이다)

 

버섯수프와 잘 모르는 이름의 생선요리를 시켰다. 설명을 들어보니 흰 생선이고 살이 부드럽다 해서. 둘다 맛있긴 했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둘다 크림소스라... 나중엔 엄청 느끼했다. 아아, 김치찌개 먹고싶다 엉엉..

 

 

어두컴컴한 테이블에 앉아 혼자 밥을 먹으며 책장에서 오래된 러시아 문학책을 꺼내 뒤적였다. 글쓰러 오기 좋은 카페이긴 한데 너무 늦게 알았다. 모레 나는 숙소를 옮기니까. 그리고 뭔가 장소는 좋은데 어딘가 약간 편하지 않은 점이 있다. 불상 때문인가?? 두셰브나야 꾸흐냐와 좀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여기가 더 어두워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웬만큼의 빛이 들어오는 곳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그건 그렇고 밥먹은 후 산딸기에이드를 마시고 있는데 반삭발에 귀걸이, 해골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척 봐도 범상치 않은 청년이 갑자기 내 곁에 와서 앉아도 되느냐 물었음. 아마도 내가 징 박힌 후드 재킷과 해골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동류의식을 느꼈나... 그는 자기 소개를 했는데 이름이 '고릭'이었다. 게오르기 아니면 그리고리의 애칭인갑다. (추가 : 생각해보니 이고리의 애칭인가보다)

 

고릭 : 나 아까부터 너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어.

나 : (뭐냐 이 무례함!) 왜?

고릭 : 외국인인데 되게 편안하게 주문을 해서. 생선 종류도 물어보고 뭔가 당황하지 않는게 인상적이어서.

나 : (내가? 난 세상에서 주문하는 게 젤 무서운데!) 어, 그래...

고릭 : 노어 잘하네. 관광객? 학생?

나 : (어머나 학생이라니~ 오오...) 아, 난 잠시 여행왔어.

고릭 : 아 그렇구나. 나 만화 그려.

나 : 어, 그래? 그렇구나...

고릭 : (자랑스럽게 뭔가를 뒤적뒤적하더니 스케치북에 펜으로 그려놓은 만화를 보여줌) 내가 그린 거야.

나 : (어두워서 안보여.. 글씨가 너무 빽빽해 ㅜㅜ) 아, 대단하구나!

고릭 : 그렇지? 나 이 근처에 화실 있는데 구경갈래? 너 만화 그리는 거 못봤지?

나 : 어, 저기... (이거 뭐지?)

고릭 : 화실에 좋은 와인도 있고 샴페인도 있다. 맥주 좋아하면 맥주도...

나 : (이노미...) 아, 그래. 고마운데 나는 약속이 있거든.

고릭 : (휘파람 + 푸르르) 남자?

나 : 어, 으응... (남자 맞긴 하지.. 남자들. 료샤와 레냐. 둘중 하나는 나의 '8세' 약혼자 ㅠㅠ)

고릭 : 에이 어쩐지. 편안하게 주문을 하더라니.

나 : (? 남자랑 약속 있는 것과 외국인이 노어로 편하게 주문하는 것 사이에는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가??) 만화 보여줘서 고마워.

고릭 : 그래, 나중에 약속 없을때 여기 와. 나 자주 오니까 언제 화실 보여줄게.

나 : 으, 으응...

 

그리하여 펑크 청년 고릭은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뜬금없이 자리를 떴다.

 

흠.. 뭔가 황당하지만 그래도 조금살짝 헌팅당한 느낌이니 조금 뿌듯해하기로 함. 역시 조명이 어두운 데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음! (나이를 숨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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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료샤에게 전화왔길래 그 얘기 해줬더니 료샤가 짜증을 냈다.

 

료샤 : 야! 아무나 말 건다고 덥석덥석 대꾸하지 마! 그런 놈 위험해!

나 : 위험하기보단 어벙해보이고 엄청 속이 들여다보였어. 대놓고 화실 가서 술마시자 했어.

료샤 : 반삭에 펑크에 해골!! 개날라리! 거기 질나쁜 어린애들 많어!

나 : 나 해골 티 입고 나왔는데 ㅠㅠ

료샤 : 어이구, 못살아... 너 왜케 해골 좋아해. 저녁에 레냐 봐야 하니까 해골 티 입지 마! 레냐가 어제 나한테 해골 티 사달랬어! 다 너때문이야!

나 : (아아, 내가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아, 알았어.

 

 

..

 

그런데 결국 오늘 저녁 료샤와 레냐와의 약속은 취소되었다. 뇌우가 너무 치고 비가 많이 오자 레냐네 엄마가 레냐를 외출금지시켰다. 레냐가 감기 걸렸다 나은지 얼마 안돼서 그럴만도 하다. 그래서 나도 료샤에게 너도 출장 다녀와 피곤할테니 오늘은 쉬고 내일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계속 해골 티를 입고(ㅋㅋ)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서점에 한군데 다녀왔지만 빈손으로 돌아왔고 숙소 옆 그 쇼핑센터에 붙어 있는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신 후 수퍼마켓에서 자질구레한 것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이 쇼핑센터에서 호텔은 20초만 뛰면 되는데 우산 안가지고 나왔다가 진짜 흠씬 젖었다.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 비가 왔기 때문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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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는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한시간 쯤 그대로 덮개도 안 벗긴 침대 위에 쓰러져 누워 있었다. 자고 싶었지만 밤잠 설칠까봐 꾹 참았다.

 

원래 오늘은 글도 쓰고 공연 리뷰들도 정리하려 했는데 마냥 피곤하다. 이러다 곧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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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일한 즐거움은 나보다 엄청 어린 남자애에게 조금살짝 헌팅을 당했다는 것 뿐이구나. (고릭 그 녀석이 스스로 나이도 밝힘. 22살이라 함 ㅋㅋ 내가 어둠 속에 앉아 있었기 망정... 해골청년 고릭은 내가 같이 화실 가자고 밖으로 나왔으면 '앜 속았어~' 하고 도망갔을지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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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6. 21:49

비오는 날, 숙소 옆 카페로 피신 2016 petersburg2016. 6. 16. 21:49






잠도 모자라고 머리도 아파서 숙소 옆 베이커리 카페에 차 마시러 왔다. 어제 공연 본 후 늦게 돌아왔고 료샤와 얘기하느라 늦게 잤고 아침엔 몇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너댓시간밖에 못 잤다.


아까 나갔을때 소나기가 억수처럼 내렸다. 바지가 다 젖었다. 방에 가서 노트북 들고 내려옴. 아쉬운대로 옆 쇼핑센터 베이커리 카페로 피신. 근데 의외로 여기 분위기가 좋다.


저녁에 료샤와 레냐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이 카페에서 좀 쉬고 공연 메모도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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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숙소 근처 어느 근사한 북카페 컨셉의 카페-레스토랑에서 혼자 수프랑 생선 먹었다. 근데 이때 헌팅 시도가 있었다. 별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요즘 의기소침하던 차라 약간 뿌듯하기까지 함. 조명이 어두워 그런가. 앞으론 이렇게 어두운 데를 가야 하려나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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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뜨랄나야 쁠로샤지 16/11번지라고 씌어 있는 표지판이다. 극장광장. 여기에 마린스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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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남긴 메모(http://tveye.tistory.com/4813)대로 마린스키 신관에서 유리 스메칼로프가 재안무한 발레 청동기사상(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주연)을 보고 늦게 돌아왔다. 졸려서 짧게 적는다.

 

늦게 일어나서 조식 거르고 체리와 수도원 감자버섯빵으로 아점 먹은 후 일을 좀 하다가(ㅜㅜ) 오후에 나섰다.

 

 

 

 

고스찌에서 런치메뉴로 배를 채운 후 차를 마시고 있으려니 료샤가 왔다. 함께 차를 마시고 극장에 가서 발레를 보았다. 료샤는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다. 심지어 슈클랴로프의 마지막 광란씬에선 슬퍼했고 나오면서 내게 '우와 연기 잘한다. 이제 네가 저놈을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주마' 라고까지 했다. 돌이켜보니 얘는 슈클랴로프가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췄을때도 이입해서 봤었다. 그렇군, 그럼 나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라고 해야겠다. 애인 잃고 슬피 괴로워하는 남자에게는 이입하는구나 ㅋㅋ

 

피곤하니 자야겠다... 다른 얘기들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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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린스키 샵에서 득템한 백조 브로치... 유리지갑 가루됐는데 자꾸자꾸 지름신만 와 ㅠㅠ

아래는 청동기사상 프로그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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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5. 17:41

호텔 방 창가에서 늦은 아침 2016 petersburg2016. 6. 15. 17:41




어제 수도원에서 사온 버섯감자빵과 며칠 전 사온 체리, 견과로 방에서 늦은 아침 먹고 있다. 다행히 하늘이 파랗다.


오늘은 저녁에 료샤와 슈클랴로프의 '청동기사상'을 보러 간다. 날씨가 어제만큼 좋으면 꽃무늬 원피스를 개시할 수 있을지도.


다행히 청동기사상은 슈클랴로프가 타이츠 대신 프록코트와 조끼, 옛날풍 바지를 입고 나오니 료샤에게서 타이츠 쿠사리는 덜 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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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곳에 도착한 후 가장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았고 하늘이 파랬다. 호텔 조식 먹으러 내려가기가 싫어서 한참 누워 있다가 부스스 일어났다. 날씨가 좋으니 네프스키 수도원에 가기로 했는데 일단 배가 고프니 아점으로 근처 식당에서 잘 먹고 가기로 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자고로드느이 대로가 나오는데 그 대로와 루빈슈테인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에 우크라이나 식당 '쉬녹'이 있다. 여기는 작년에 bravebird님이 가셨다가 맛있다고 추천해주셔서 나도 가봤는데 그때 무척 맛있게 먹었던 곳이다. 런치로 먹으면 가격도 저렴하다.

 

이번엔 런치에 내가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그냥 제값 주고 보르쉬와 키예프식 치킨 커틀릿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식당이니까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음식을 먹는다. 보르쉬도 여러 버전이라 돼지고기 없는 것으로 추천을 받아 오데사 스타일의 보르쉬를 주문. 쇠고기와 토마토, 감자, 비트, 파프리카 등이 들어 있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빵껍질이 덮여 나오고 그 빵을 먹을 수 있다. 고골의 보르쉬가 좀더 진하고 크리미한 맛이라면 여기 보르쉬는 딱! 그 보르쉬 맛이었다. 키예프식 치킨 커틀릿 역시 자르는 순간 기름이 주루룩 흘러나오는 것이 진짜(ㅋㅋ) 키예프 커틀릿이었다. 그러나 별로 느끼하진 않았다. (기름진 거 못먹는 내 입에도 나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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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보르쉬를 먹으니 땀이 좀 났다. 몸이 많이 힘든 상태인가보다. 그래선지 어제 수프 비노의 치킨 수프와 오늘 쉬녹의 보르쉬가 둘다 몸에 필요했던 것 같다.

 

먹은 후 생각보다 날이 더워서 다시 숙소로 갔다. 트렌치코트와 카디건을 벗고 후드재킷으로 바꿔입은 후 나와서 버스를 타고 수도원에 갔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은 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다. 난 언제나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이 따스한 날 이곳에 온다.

 

먼저 수도원 카페에 가서 얼그레이 티와 사과빵을 먹었다. 보통 여기 오면 수도원 모르스를 마시는데 오늘은 차를 안 마셔서... 사과빵은 여전히 담백하고 맛있었다. 전혀 달지 않았다. 지하 카페는 텅 비어 있었지만 잠시 후 러시아인들이 한둘씩 들어와 차와 빵을 먹고 나가곤 했다. 이 카페를 찾는 것은 거의 러시아인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정교 수도원에 있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곳에 올땐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기도를 한다.

 

 

소박한 카페이다.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사진 찍으면 안되는데 마음 속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 살짝 찍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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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차로 몸을 데운 후 햇살 아래로 나왔다. 찬란한 오후였다. 하늘은 파랬고 햇살이 눈부셨다. 나는 스카프로 머리를 싸맸고 초를 네개 사서 수도원 내의 교회로 들어갔다. 러시아 정교 사원은 카톨릭이나 개신교 교회와는 많이 다르다. 벽에는 이콘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이콘 앞에는 초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머리를 스카프로 가린 여자들과 허리를 굽힌 남자들이 이콘과 이콘 사이를 오가며 절을 하고 성호를 긋고(카톨릭과는 순서가 다르다) 한쪽에서는 정교 신부가 예배를 보기도 한다. 신도들은 이콘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성호를 긋고 기도하고 이콘을 손으로 만지고 입을 맞추고 다시 성호를 긋고 인사를 한다. 초를 켠다.

 

나도 초를 켰다. 가족과 나를 위해. 우리 집은 개신교니까 엄밀히 말해서 정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호도 그었다. 사실 진정한 신앙이 존재한다면 거기 차이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난 언제나 회의주의자인 내게 그런 믿음이 생기기를 바랬던 것 같다.

 

어두컴컴하고 화려하고 조용하고 촛불이 여기저기 총총 빛나고 있는 사원 안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햇빛 아래로 나왔다. 하늘색과 흰색, 금색으로 칠해진 조그만 천사 이콘을 샀다. 수호천사 이콘이라고 되어 있는데 금발인 것을 보니 가브리엘 같다. 자세히 뜯어보면 좀 조잡한데 그래도 첫눈에 띄었기 때문에 샀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 그리고 쓰는 글을 위해. 천사가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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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경내를 오랫동안 거닐었다. 햇볕을 받으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고 꽃들을 보고 향기를 맡았다. 묘지 사이를 걸었다. 검고 축축한 흙을 밟았다. 묘지의 십자가들과 이름들을 보았고 바람을 맞았고 심호흡을 했다. 햇살이 따스했고 눈부셨다. 하늘이 너무나 파래서 온몸을 깨끗하게 통과해 지나가는 것 같았다. 평온이 찾아왔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곳에 와야 했다. 내가 이곳으로 날아온 가장 큰 이유가 어쩌면 여기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사진까지는 카메라로 찍은 것.

그리고 수도원 경내로 들어가서는 큰 카메라로 촬영하면 안되니(원래는 촬영 자체가 좀 그렇다) 소리 안나는 앱을 사용해 폰으로만 찍었다. 물론 교회 안은 찍지 않았다.

폰으로 찍은 수도원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올려보겠다. 아래 몇 장만.

 

(러시아 와서 올리고 있는 사진들 중 화질과 심도가 좋은 건 카메라로 찍은 거고 얕고 평면적인 건 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후자가 더 많다. 아무래도 휴대하기가 편하고 용량이 작아서 업로드도 쉬워서)

 

 

 

..

 

한참 산책을 하고 햇볕을 쬐다가 화단 안쪽에서 한가롭게 조는 고양이를 한 마리 발견했다. 토실토실하고 예쁜 고양이인데다 원체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이라 웬만한 소음이나 기척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햇살 받고 조는 고양이를 보니 나도 노곤해졌고 고양이를 바라보며 따뜻한 돌바닥에 한참 주저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나를 보았고 귀찮아하며 도로 졸았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햇살 쬐며 노곤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앙증맞고 따뜻한 어린아이 손이 날 확 껴안았다. 그리고는 '쥬쥬~' 하는 조그만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레냐와 료샤가 뒤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는데 레냐가 '쉿! 고양이 깨!' 하길래 나도 꾹 참았다 ㅋㅋ

 

..

 

우리는 원래 내가 산책을 마친 후 수도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근데 둘이 생각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좀 걷다가 보자마자 나인 줄 알았다고 하길래 나는 의아했다.

 

나 : 어떻게 난줄 알았어? 나 머리에 스카프 두르고 있었는데!! 뒷모습만 보고!

 

료샤 : 그걸 모르냐~

 

나 : 또 호빗이라 할라고!

 

료샤 : 아니야! 수건 두르면 뭐해! 땅바닥에 요가 자세로 앉아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놀라운 동양의 신비!!

 

나 : (아, 맞다. 나 양반다리 하고 앉아 있었지 ㅋㅋ) 그거 동양의 신비 아니야 이 바보야 ㅠㅠ 나처럼 둔한 사람도 다 하는 거야..

 

레냐 : 아니야! 나는 알아! 뒷모습만 봐도 알아~ 쥬쥬우우우~~

 

..

 

우리는 함께 수도원을 조금 거닌 후 한쪽에서 수도원 시장이 열린다고 해서 거기도 가보았다. 수도원에서 만들었다는 꿀을 먹어보고 배아플 때 좋다는 꿀을 사고 또 각종 향초가 배합된 차를 이것저것 시향한 후 차를 사고 있자니 료샤가 혀를 찼다. 척 봐도 '상술에 넘어가는 바보 토끼!'라는 눈빛이었지만 나는 '수도원에서 만든 거니까 살 거야!'라는 시선을 마구 쏘아주었다 ㅋㅋ

 

료샤의 차를 타고 걔네 집으로 갔다. 레냐가 피자를 먹고 싶어해서 근처 이탈리안 식당에 갔다. 나는 해산물 리조또를 시켜서 막 먹었다.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왜 그렇게 정신없이 먹니.. 굶었냐?

 

나 : 쌀밥이라서... 밥 먹고 싶었어... 밥이다 밥...

 

료샤 : 너 왜 이렇게 오늘 불쌍하게 굴어 ㅠㅠ 수건 쓰고 요가자세로 앉아 고양이 보고 있지를 않나, 꿀 찍어먹고 찻잎 냄새 맡고 비닐봉다리에 꿀이랑 차 사지 않나... 쌀이라고 리조또를 막 욱여넣질 않나...

 

나 : 안 불쌍해! 수도원 오면 원래 그런 거야! 그리고 집 떠나오면 원래 쌀밥 먹고픈 거야!

 

료샤 : 불쌍해. 많이 먹어. 한 접시 더 시켜줄까?

 

나 : 내가 돼지냐!

 

레냐 : 아니야! 쥬쥬는 돼지 아니야, 쥬쥬는 토끼야~ 토끼여왕이야~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고 료샤네 집에 가서 허브차를 마셨다. 레냐는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데다 엄격한 엄마 탓에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료샤는 레냐를 먼저 집에 데려다 주었고 그다음에 나도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료샤는 숙소가 맘에 안 든다며 나에게 도로 자기 집으로 가서 자고 가라고 했지만 그냥 내일 보기로 했다. 얘도 어제 출장에서 돌아와 많이 피곤한 거 안다.

 

내일 우리는 같이 공연을 보러 갈 것이다. 아마 저녁도 먹을 것이다. 레냐랑은 모레부터 만나 다시 놀 것이다.

 

여기 수도원이 있고 햇살이 있고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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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맑고 따스해졌다. 수도원에 가서 차를 마시고 사원에서 초를 켜고 경내를 거닐었다.


거기서 료샤와 레냐를 만나 지금 걔네 집에 잠시 와 있다. 오늘 메모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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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비가 내리고 추웠다. 아침에 커튼을 젖혀보니 유리창에 이렇게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아, 이거 6월 맞느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든 후 물론 중간에 자다깨다 하긴 했지만 그래도 도합 8시간 이상 잤다. 계속 자고 싶었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먹은 게 별로 없어 그런지 살도 빠지고 얼굴도 퀭하고 힘도 없고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아서 일단 내려가 탄수화물을 퍼넣고 연한 홍차를 한 잔 마시고 두번째 홍차에는 꿀과 레몬을 투하해 마셨다.

 

방에 돌아와 회사 메일을 접속했다. 계속 안되다 오늘에야 성공했는데 업무 메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고 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인계해주고 간 일들은 하나도 처리되어 있지 않아 관계자들이 모두 나에게 문의하고 있었다 ㅠㅠ

 

몸과 마음의 안위를 위해서는 회사 메일도 가차없이 무시해버려야 하는데..

 

이 와중에 작년 성과평가 결과도 나왔다. 딱히 좋지 않다. 상반기는 좋지만 하반기는 별로였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하반기 중간에 지방 발령이 났고 내 업무는 반토막이 났고 나 역시 방황을 했으므로... 그렇다고 이의를 제기할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공연히 이의를 제기해봤자 나에게만 손해가 될 게 뻔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기분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어쩔수 없다. 나도 작년 말에 방황했으니까. 그렇게 치면 올해 역시 결과가 그리 좋을 것 같진 않지만 뭐 그만두려고까지 했는데 그러면 어때.

 

회사 생각, 있었던 일 생각, 돌아갈 생각을 하면 다시금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파온다. 그냥 여기 어딘가 숨고 싶다. 아침에 블라지미르 성당 종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데나 사원 종지기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불쑥 든다. (이런 마음 때문에 예전에 쓴 글에서 미샤가 자기는 교회 종 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게 했었던 걸지도...)

 

(그 얘기 발췌한 적도 있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3221)

 

 

계속 비가 왔다. 방에만 있기는 아까우니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괴로웠다. 원래 비오는 날엔 무제이!

무제이는 박물관이다. 여기 오면 항상 궂은 날에는 루스끼 무제이(러시아 박물관)에 간다. 2시쯤 나서며 어차피 버스 타고 가니까 카잔 성당 앞에서 내려 돔 끄니기 가서 카페 징거(cafe singer)에 들러 늦은 점심 먹고 곧장 러시아 박물관 가서 2시간 정도 보면 되겠지 하고 계산을 했다.

 

그래서 돔 끄니기에 갔는데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징거 카페는 만석이었다. 배도 고프고 피곤했다. 아무것도 안 먹고 박물관을 돌아다닐 기력은 없었다. 초코바도 하나 챙겨왔으니 전 같으면 그냥 박물관 갔겠지만 지금은 몸이 많이 지쳐 있으니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디 가서 밥먹나 하다가 작년에 bravebird님이 추천해주셔서 한번 가봤던 수프 비노에 가기로 했다. 마침 카잔성당 쪽이니 위치도 가까웠다.

 

..

 

 

천천히 카잔스카야 거리를 따라 내려갔고 근 1년만에 수프 비노에 갔다.

 

 

 

작년에 인사를 나누었던 조용한 목소리의 매력적인 알렉세이가 없어 아쉬웠지만 이곳 분위기는 여전히 평온하고 차분했다. 뭘 먹을까 하다가 치킨 수프와 해산물 루꼴라 파스타, 생강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작년엔 핀란드식 우하와 탕수소스 치킨 덮밥 같은 걸 먹었는데 그때 음식은 사실 내 입맛엔 짠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먹은 음식들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 치킨 수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제일 양이 적은 수프를 고르다 보니, 그리고 몸이 힘드니 산성의 토마토 수프나 크림 수프 말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수프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시킨 거였다. 그런데 이 수프가 정말 영혼의 닭고기 수프였다...

 

 

겉으로는 평범한 치킨 수프..

 

그러나 여기에는... 긴 쌀이 가득 들어 있었고 허브 우끄롭(이게 아마 '딜'인 것 같은데 좀 긴가민가 하네), 축축한 빵조각과 길게 찢은 닭고기가 들어 있었다... 그 맛은 잘 끓인 닭곰탕에 밥을 좀 말아놓은 것 같기도 했고 우끄롭의 향미가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내 입맛에도 그렇게 짜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엄마의 맛이 났다. 사실 우리 엄마는 삼계탕이나 닭곰탕 같은 거 안 끓여주는 편이었고 나도 식당에서 그런거 딱히 즐기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랬다. 집의 맛이랄까...

 

아마 계속 춥고 힘들고 아팠기 때문일 것이다. 몇달 동안 지방 본사에서 일하면서 집2나 근처에서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주말에 화정의 집1로 돌아와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예전처럼 요리를 해먹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가 정성들여 끓여준 수프나 국을 먹어본지 오래돼서 그런지도 모른다. (만취해 돌아왔을떄 엄마가 황태국 끓여오셨지만 그건 예외로 치자)

 

수프는 사실 아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음식이다. 수프를 잘 끓이는 것은 어렵다. 먹을만한 수프는 끓일 수 있지만 맛있는 수프는 좀처럼 끓이기 어렵다. 그런데 저 수프는 맛있었다. 수프 비노라는 이름이 어쩌면 수프 때문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년 초 얼어붙은 채 들어갔던 두셰브나야 꾸흐냐에서 먹었던 핀란드 우하가 생각났다. 그런 맛이었다. 몸을 데워주고 어쩐지 위안을 주는 맛.

 

고깃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도 저 수프를 끝까지 다 먹었다. 기름지지도 않았다. 원래 러시아에서 먹은 닭고기 수프는 항상 기름이 둥둥 떴는데... 정말 닭곰탕처럼 잘게 찢은 하얀 고기가 들어 있었다. 쌀 때문에 밥을 먹은 기분이었고 몸이 따스해졌다. 그리고 좀 행복해졌다.

 

그리고 해산물 루꼴라 파스타가 나왔다. 첨엔 치즈가 가득 얹혀 있어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일 파스타를 원했기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 베이스였고 치즈를 헤쳐보니 파스타는 푸실리였다. 평소 푸실리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다시 한번 '아...' 했지만...

 

 

 

이 파스타도 정말 맛있었다!

해산물이 특별히 많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새우와 홍합이 전부였다. 토마토 소스, 푸실리, 그리고 치즈. 그런데 진짜 맛있었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맛있는 파스타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건 맛있었다. 놀라웠다. 작년에 먹었던 핀란드 우하와 치킨 덮밥은 잊어버렸다. 여기 오면 파스타를 먹어야 한다!

 

수프와 파스타를 먹고 나니 현기증도 좀 가시고 몸도 따스해졌다. 러시아 박물관 가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이곳에 좀 더 앉아 있다 가고 싶었다. 워낙 작은 곳이라(테이블이 4~5개 뿐이다) 계속 손님들이 오지만 않는다면 노트북 들고 와서 글을 쓰고 싶은 곳이다.

 

입을 정리하기 위해 얼그레이 홍차와 치즈케익을 시켰다. 티포트와 찻잔 중 택일하게 되어 있어(전자가 당연히 더 비쌈) 포트를 선택했고 당근케익, 판나코타, 치즈케익, 아이스크림만 있어서 치즈케익을 시킨 거였다. 근데 티포트가 엄청 컸다! 2인용인가보다... 앞으로는 그냥 잔으로 시켜도 될 것 같다.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마법의 포트와 찻잔!

 

그리고 치즈케익은 블루베리가 샌드되어 있고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어 또다시 '아..' 했다. 블루베리 치즈케익을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케익조차 아주 맛있었다. 많이 달지도 않았고 삭 녹았다.

 

(옆자리 커플이 '케익 뭐 시키지' 하고 고민하자 다른 옆자리 여자 손님들이-아마 단골인 듯- 여긴 당근케익이 최고에요! 라고 했고 커플은 옳다구나 하고 당근케익 주문. 아, 나도 나중에 그거 주문해봐야 하나... 근데 난 당근케익을 별로 안 좋아하지. 토끼인데 왜 안 좋아할까...)

 

 

 

 

차는 뜨거웠고 케익은 부드러웠다. 몸이 노곤해졌다. 글을 쓰고 싶은 곳이었다. 이렇게 맛있고 소박하고 조용한 곳이라니. 그런데 너무 작아서 손님들이 자꾸 오니까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글을 쓰기에는 미안한 곳이다. 흑...

 

작년 처음 왔을 땐 알렉세이가 좋았는데 오늘은 음식과 공간 자체가 좋았다. 이곳을 소개시켜주신 bravebird님 감사해요.

 

 

.. 그건 그렇고 내 다른 옆자리에 앉은 엄마 아빠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러시아 가족이었는데 이들도 수프와 파스타와 차를 시켰다. 근데 이들도 나처럼 닭고기 수프를 시켰고... 내가 그토록 행복하게 먹은 수프는 여자아이 입맛엔 안 맞았다. 그 이유는... 우끄롭 때문이었다. 아이는 울상이 되어 징징댔고 엄마는 엄하게 '수프를 다 먹지 않으면 밥도 없고 차도 디저트도 없다!' 하고 말했다. 아이는 훌쩍이며 수프를 떠먹었고 숟가락으로 가능한 한 열심히 조그맣고 가느다란 파란 이파리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아, 나도 이해해... 아이 입맛엔 싫을 수밖에... ㅠㅠ 나도 어릴 때 엄마가 콩밥 해주면 싫었어. 지금도 콩밥 안좋아해. 검은콩도 두부도 다 좋아하지만 밥에 든 콩은 싫다. 특히 푸른 완두콩 든 밥이 싫다. 후각이 예민해선지 밥에 든 콩은 너무 비리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허브 중에서도 고수 등 너무 센 건 안 좋아한다. 우끄롭도 향이 강한 편이니 아이들은 싫어할수도 있다.. 가엾은 녀석...

 

하여튼 소녀는 꾸역꾸역 수프를 먹었다. 나중에 내 치즈케익이 나오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부모님에게 수프 먹었으니 디저트 시켜달라 졸랐다. 그 가족은 과연 판나 코타가 뭘까 하고 궁금해했다. 슬며시 내가 설명해줄까 하는 맘이 들었는데 마침 점원이 와서 알려주었고 소녀는 그것을 골랐다. 엄마는 '판나 코타 하나 주세요' 라고 한 후 '우끄롭은 빼고요~' 라고 덧붙였고 가족은 하하 웃었다. 나중에 나온 판나 코타 역시 맛있었는지 아이는 그제사 웃기 시작했다.

 

..

 

 

차와 케익까지 먹고 나서 수프 비노를 나왔다. 시간도 어중간하고 몸도 피곤해서(대체 언제까지 피곤할 것인가... 대체 이제껏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런 것인가) 러시아 박물관은 포기하고 그냥 돔 끄니기에 갔다. 루키야넨코의 쉐스또이 다조르(여섯번째 경비대)를 사려고. 이것이 다조르 시리즈의 완결판이고 작년에 나왔다는데...

 

 

-- 여기서부터 한 문단은 아주 조금 스포일러. 국내 미출간본(빠슬레드느이 다조르, 노브이 다조르)까지 읽은 분은 거의 안계시겠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 마지막 알기 싫으신 분은 스킵하세요. ...

 

 

'안톤 고로제츠키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 너무 조마조마해서 맨 뒷장을 들춰봤다. (고로제츠키 죽으면 안 사려고... 십년 넘게 읽어온 시리즈인데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걸로 끝나면 너무 속상하니까 안 사려고..) 다행히 죽진 않는데... 안 죽지만 그에게는 참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걸로 끝나는 분위기라 기분이 확 다운됐지만 그래도 일단 샀다. 흑, 작가 너무해 엉엉...

 

 

...

 

 

그리고는 재미있는 동화책 한권과 소련 시절 지어진 레닌그라드 명소가 표기된 지도가 있어 그것도 같이 샀다. 후자는 글쓸 때 도움이 될것 같아서.

 

..

 

책을 산 후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번엔 루빈슈테인 거리 쪽을 따라 뒷길로 돌아서 숙소로 갔다. 내가 쓴 글의 우주에서는 이 루빈슈테인 거리에 미샤의 오랜 애인인 유라가 의사로 일하는 병원이 있다. 실제의 루빈슈테인 거리에는 병원 대신 바와 레스토랑, 그리고 말르이 드라마 극장이 있다. 요즘 뜨는 동네라 괜찮아보이는 카페와 식당들이 많았다. 조만간 가봐야겠다.

 

..

 

방에 돌아와서는 씻고서 동화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침대에 드러누워 끝까지 다 읽었다. 선물용으로 산 건데 내것도 하나 사야겠다.

 

..

 

추워서 카디건을 입고 스카프를 담요처럼 덮고 있다가 결국 원피스를 꺼냈다. 체크무늬 단추 원피스로 끈을 잡아매는 로브 스타일이다. 분명 외출복으로 샀지만 이제 이 원피스는 실내가운으로 변하고 말았다. 넉넉한 편이라 파자마와 티셔츠 위에 걸치고 끈을 느슨하게 매니 그냥 가운이다... 그래도 한결 따뜻하다.

 

8시 즈음 배가 고파져서 어제 수퍼에서 사온 미모자 샐러드(감자, 달걀, 당근, 치즈, 마요네즈 등으로 버무려 겹겹이 쌓은 샐러드. 올리비에랑 좀 비슷하지만 이건 잘게 다져서 층을 쌓는다)와 체리를 좀 먹었다. 어쨌든 오늘은 부실하나마 조식도 먹었고 점심은 수프와 파스타로 잘 먹었고 차와 케익도 먹고 저녁은 샐러드와 체리도 먹었으니 세끼 다 챙겨먹었다. 스스로 칭찬하는 중.

 

근데 샐러드와 체리가 많아서 샐러드는 반만 먹었고 체리는 4분의 1만 먹었다. 미국 체리가 아니고 러시아 쪽 체리이다. 체리 종류가 몇가지 있는데 잘못 사면 신 품종이 걸리기 때문에 어젠 점원에게 물어봐서 단 것으로 골랐다. 이 체리는 맛있었다.

 

 

 

..

 

회사 메일을 보고 평가 결과를 보고 또 일도 좀 해서 그런지 다시금 마음이 좀 무겁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현실적으로야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미 나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건 사실 나 자신의 무의식이 바랬던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든다. 돌아갈 길을 막아서 떠날 수 있게 하려고 그랬던 걸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부당한 처사를 겪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 회의를 품고 있었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병가를 내고 떠나오게 만든 마지막 직접적인 원인은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었다. 아마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괴로워하며 그냥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인생은 놀라운 것이다. 항상 생각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그것에 따라 뭔가가 변한다.

 

하긴 그래봤자 얼마 후면 지금처럼 다 닳아서 결국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

 

생각하지 말자. 잘 먹고, 걷고 보고, 글도 좀 쓰고... 다시 숨을 쉬러 왔으니까. 종소리를 듣고 바람을 맞고 강변을 걷고 석양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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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보다 수퍼마켓과 시장 구경을 더 좋아하는 나의 친구 쥬인을 위한 스페셜.

 

여기는 네프스키 대로에 인접한 블라지미르스키 대로변에 있는 블라지미르스키 파사주 라는 쇼핑센터 지하의 '랜드'라는 거대 수퍼마켓이다.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옆에 있어 종소리 들리는 것과 함께 이 호텔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장점이다.

 

이 수퍼는 작년에 료샤네 집에 밥해주러 갔을 때 들렀던 곳이다. 이 거대하고 휘황한 수퍼마켓에 들어오자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 와아아, 이 수퍼마켓 좀 봐!!! 우와, 물건이 진짜 많아! 와아아!

레냐 : 쥬쥬 왜 그래?

나 : 우와...

료샤 : 야! 넌 소련인도 아니었으면서 왜 소련인처럼 구냐! 물건 많다고 감탄하고, 쪽팔리게!

나 : 나도 맨첨 왔을때 가게에 물건 없었단 말임! 그리고 너야말로! 부잣집 아들내미가 무슨 소련인 타령!

료샤 : 야! 난 졸부 아들이잖아! (졸부 = 소련 붕괴 직후 돈 긁어모아 출세한 신러시아인 = 노브이 루스끼) 나 소련 시절에 태어났어! 울아빠 벼락부자 되기 전까진 나도 똑같았어! 줄서서 전표 끊고 줄서서 돈내고 줄서서 물건받고!

나 : 아하하하하! 나도 그랬는데!

료샤 : 넌 잠깐 머물 때나 그랬던 거지만 나한텐 삶이었다고!

나 : 그래봤자 넌 노브이 루스끼 아들이잖아! 나중엔 잘먹고 잘살게 됐잖아!

료샤 : 근데 나도 물건 많은 수퍼 들어오면 가슴 설렌단 말이야, 아직도!

나 : 그렇구나, 소련인이구나 ㅋㅋ

레냐 : (어른들의 대화 이해 못함. 왜 아빠랑 쥬쥬가 배를 잡고 웃는지 이해 못함)

 

내 친구 쥬인과 나는 90년대 후반에 첨 러시아에 왔었고 그땐 진짜 가게에 물건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2006년에 난 다시 여기 와서 몇달 머물렀는데 그때 놀러온 쥬인은 역시 수퍼에 물건 늘어난 것을 제일 좋아했다.

아아, 여기를 쥬인과 같이 왔어야 하는데... 이걸 보아라 쥬인아... 물건들의 향연을 보아라.. 스마뜨리! 스마뜨리!!! 보뜨 에따 라이!!!

쥬인아, 여기가 자본주의의 천국이다!!!

 

... 장 보면서 몰래몰래 소리 안나는 앱으로 찍은 수퍼마켓 사진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사진 아니냐고 하신다면... 이거 보고 설레는 사람들은 옛날 러시아에서 공부하거나 살았던 사람들.. 소련인의 영혼 ㅋㅋ (근데 그떄도 소련 시절은 아니었다고요)

 

 

 

쥬인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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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밤. 계속 비오고 추웠는데 이 날만은 오후부터 맑아졌다. 석양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bravebird님과 함께 백야의 네바 강변과 궁전 광장을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운하를 따라 카잔 성당까지 걸어갔다.

 

입밖에 내서 얘기하진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bravebird님.

 

그때 함께 봤던 석양 사진 몇 장 올려드립니다~

 

석양은 항상 아름답지만 혼자 볼때보다는 동행이 있을 때 더 좋아요 :)

 

 

 

덕분에 황제에게 인사도 하고..

뾰뜨르 임마, 나 왔어.

 

저는 취향 도져서 다시 물웅덩이에 비친 나무를 찍고 있었고 ㅋㅋ

 

분명히 우리 눈으로 봤을 땐 완전 멋있었는데 줌 당겨 찍으니 무슨 점 뿌려 놓은 것처럼 되어버린 원래는 멋있었던 갈매기떼 ㅋㅋ

 

 

해진 후 쿤스트카메라와 네바 강의 아름다운 수면!

 

 

 

이때 수면에 번진 빛이 너무 예쁘다며 서로 좋아했었죠

 

 

그리고 운하 따라 돌아가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짐느이 까날-겨울 운하 한 장 잽싸게 찍고...

 

편안한 귀국 비행 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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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이 호텔은 블라지미르 성당 맞은편에 있어 아침에 종소리가 들린다. 나는 언제나 사원 종소리를 좋아했다. 급하게 잡아 모든 것이 가격 대비 후진 호텔이지만 유일한 장점이다. 아침에 종소리를 듣는 것.

 

간밤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사라파노프의 돈키호테를 보고 돌아왔고 2시 좀 안 되어 잠들었다. 근데 정말정말정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계속해서 2~3시간마다 깨어나고 있다. 꿈속에선 회사와 사람들이 반복해 나오고 나는 화를 내기도 하고 답답해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꾸짖고 소리치기도 한다. 심지어 새벽엔 회사 꿈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개구리를 쥐고 있다 확 던졌는데 그 망할 개구리가 내 몸으로 확 뛰어올랐다! 너무너무너무 놀라서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퍼뜩 깬 내 귀에 들린 내 비명이 거의 영화 사이코의 샤워 살인씬처럼 무서운 비명이었음. 아악 개구리 무서워 엉엉... 왜 꿈에 나와 흐흑..

 

4~5시간쯤 잔 후 또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7시부터 조식이 시작되는데 6시 반 즈음부터는 여기 묵고 있는 단체 관광객들이 부산하게 복도를 오가며 떠들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중국인, 일본인 순으로 많고 스페인 사람인지 멕시코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스페인어 쓰는 관광객들도 많다. 다들 목소리가 크다..

 

오늘은 공연이 없었다. 게다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창밖도 컴컴했다. 조식 포기하고(어차피 맛도 없어!!) 어둠 속에 멍하게 누워 있었다. 오후 3시즈음 청소하러 온 아주머니가 문을 열었다. 손잡이에 걸어놓은 '방해하지 마시오'가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나는 너무 놀라 노어로 '누구세요!' 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주머니도 놀라고 나도 놀람. 좀 미안해졌다.

 

생각해보니 6월부터는 계속 미친 듯이 일하고 또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연달아 겪고 심신을 혹사당한 후 연휴에도 일하고 밤중에 올라와 짐 싸고 곧장 비행기 갈아타고 여기로 날아온 후 개인적 일 두어개, 공연 두개 보는 등 전혀 쉬지 않았었다. 불면증은 여전하고 아무리 해도 안 빠지던 살도 빠졌다. 근데 좋게 빠진 게 아니어서 볼살이 없어지고 퀭해지고 하여튼 순식간에 급노화 토끼가 되었음. 모레 료샤와 레냐가 날 보면 놀랄 거 같다. 특히 레냐는 자기 약혼녀 어디 갔냐며 울지도 ㅠㅠ

 

그래서 오늘은 그냥 아무데도 안가고 쉬기로 했다. 그러나 방에는 먹을 게 없고 티포트조차 없으므로 호텔 건물에 붙어 있는 큰 쇼핑센터에 갔다.

 

여기는 전에 료샤랑 장보러 지하 큰 슈퍼만 갔는데 오늘은 1층의 리브 고쉬(우리나라 올리브 영 같은 곳)에 갔다. 너무 정신없이 날아왔고 당연히 호텔에 있을거라 생각해 안 챙겨온 게 세개 있는데 샤워젤, 린스, 빗이었다. 빗은 요청해서 플라스틱 빗 한개 받았지만 전자 두개가 없다. 그래서 저렴하고 용량 적은 헤어컨디셔너 하나와 샤워 젤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것은 샤워 젤이 아니라 바디 오일이었음. 망했다. 똑같이 생긴 게 되게 여러개라 향기를 보고 고른 건데 어쩐지 그것만 아몬드와 동백향이 씌어 있더라니.. 아아, 어떻게 '겔'과 '마슬로'를 안 읽고 냄새 묘사에만 눈이 멀어 덥석 집어왔단 말인가.. 호텔에 바디 로션은 있단 말이야 허헝... 그냥 이 호텔 있는 동안은 비누 써야겠다. 그나마도 친구가 줬던 자연주의 무자극 화장품 브랜드에서 나온 어성초 비누를 가져왔었다.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좀 건조해지는 느낌이긴 하다. 그리고 샤워하고 나면 몸에서 한약 냄새가 나, 흑흑..

 

하여튼 그후 4층으로 올라가 무슨 퓨전 아시아 음식점에 들어갔다. 4시가 넘었는데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라 너무 어지러웠기에 일단 쌀과 국물이 필요했다. 김치 수프란 게 있어 큰 의심을 품은 채 그것과 탕수소스 두부라는 것과 계란볶음밥을 시켰다. 김치 수프엔 김치가 없었고 두부와 미소와 미역이 들어 있고 국물만 살짝 매콤했다. 탕수소스 두부는 고수가 들어 있어 좀 괴로웠고 계란볶음밥이 의외로 맛있었다. 하여튼 다들 좀 느끼했지만 살기 위해 꾸역꾸역 먹었다.

 

먹고 나서 지하 수퍼에 갔다. 여기는 료샤가 소개해줬던 곳으로(전에 자기한테 밥해달라고 ㅋㅋ) 여태 페테르부르크에서 가본 수퍼 중 제일 크고 삐까한 곳이다. 수퍼를 박물관보다 좋아하는 쥬인이 많이 생각나서 몰래몰래 사진 많이 찍음. 나중에 쥬인을 위한 수퍼마켓 스페셜 사진들을 올려보겠다~ 기다려라 쥬인아~

 

차를 안 마셔서 더욱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1층에 있는 베이커리에 갔다. 차와 커피, 패스트리와 케익류를 팔았다. 근데 이름이 브리티쉬 베이커리라 또다시 큰 의심을 품었다, 영국 거 맛없는데! 하면서.. 하지만 다행히 러시아식 디저트와 파이들이 있었다 ㅋㅋ

 

 

 

볶음밥과 탕수두부 때문에 너무 느끼해서 얼그레이 홍차를 주문했고 거기에 러시아 오면 항상 먹는 추억의 까르또슈까(표기법대로 하면 카르토슈카)를 시킴. 보통 까르또슈까는 세베르에서 먹곤 했지만 여기 까르또슈까는 모양이 좀더 정성들여 만든 것 같아서 시켜봄. 맛있었다. 추억의 맛... 소련 디저트.. 그래선지 료샤에게도 추억의 디저트라고 한다.

 

까르또슈까도 그렇지만 비록 티백에 지나지 않으나 차를 들이키자 좀 살것 같았다. 빈속에 차 마시면 아플것 같아서 요즘은 꾹 참고 오후에만 마셨기 때문이다. 6시가 다 되어 차를 마시자 그제서야 머리가 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몸에 에너지가 돌았다. 카페인의 힘이겠지.

 

 

 

 

맛없는 조식 포기하고 그냥 여기나 근처 카페에서 아점 먹을까 생각 중이다. 티백 얼그레이 홍차와 저 까르또슈까 합쳐서 150루블 나왔다. 환산하면 3천원이 안된다.

 

..

 

그리고 나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밀린 속옷과 양말 빨래를 좀 하고 어제 공연 사진을 좀 옮겼다. 그런데 또 졸린다. 주기가 다가오고 있긴 하다.

 

이제 전에 쓴 글 좀 들춰보고 책 좀 읽다 자야겠다.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휴식과 잠이 필요하다.

 

오늘은 제발 푹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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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6. 13. 02:28

며칠 동안 사진 몇 장 2016 petersburg2016. 6. 13. 02:28







한국 시각으론 목요일 새벽, 여기 시각으론 수요일 밤에 도착했고 몇몇 개인적 일 + 공연 2개 + 블로그 이웃님과의 즐거운 만남 + 산책과 불면과 피로의 사나흘을 보냈다.


그간 돌아다니며 폰으로 찍은 사진들 몇장.


카메라도 가지고 다녔는데 확실히 폰을 바꾸고 나니 전보다는 폰으로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된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무거워서 꺼내 찍기엔 기동성이 좀 떨어져서. 그래서 카메라는 커튼 콜, 석양 사진 위주로 찍은 듯..


호텔 와이파이가 부실해서 자꾸 티스토리 모바일 오류가 나기에.. 사진들 설명 없이 수요일 출발부터 어제인 토요일까지 찍은 여러 장 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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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잠 설침. 두시간 자고 깨고 일본/중국 단체관광객들 소리에 깨서 또 설치다 한시간 반 자고, 조식 먹고 올라와 또 한시간쯤 잤나보다.


2시 좀 넘어서 나왔고 리쩨이느이 대로 쪽 이즈다니야 서점을 찾아갔다. 슈클랴로프 화보집이 남아 있기를 고대하며.. 많이 안 찍어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있었고 그의 화보집을 거금을 주고 득템(비싸다ㅠㅠ)






유리지갑 뽀샤지든말든 행복해진 토끼는 좋아하며 네프스키 가는 버스를 탔고 예카테리나 카톨릭 성당앞에서 내렸다. 가족과 나를 위해 초를 켰고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회의주의자인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그런 식으로 대답없는 절대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가 실재하기를 원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성당 정문을 밀고 나오며 맑아진 하늘과 구름, 초상화가들을 보았다.



어제 너무 떨어서 어제 엄청 껴입고 나왔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오후엔 햇볕도 났다.


bravebird님과 돔 끄니기 앞에서 만나 말라야 모르스까야 방면 네프스키에 들러 기념품을 사고 소련 포스터들 구경.


그리곤 고골에서 보르쉬를 먹고자했으나 만석이라 실패해서(ㅠㅠ) 이삭 성당이 보이는 샤스찌예 카페로 가서 파스타와 치킨 커틀릿을 각각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옆의 아스토리야 호텔 바에 가서 차를 마시고 케익을 먹었다.





커틀릿과 카르보나라 파스타.






아스토리야의 바에서.. 오랜만에 왔다.


네시간 가까이 bravebird 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도 받았다. 그건 나중에 따로... 완전 감동 ㅠㅠ





테이블엔 생화가 놓여 있어 좋았다.






.. 나오자 10시 반 즈음,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청동기사상을 지나 황제에게 인사를 하고 해지는 네바 강변을 걷고, 궁전광장에서 거리 가수의 노래를 좀 듣고 이후 카잔성당 앞에서 헤어져 숙소로 돌아왔다. 무척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감사해요 bravebird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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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너무 졸려온다. 부디 오늘은 깨지 않기를.. 최근 몇달동안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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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한데 두시간 자고 깨고 한참후 다시 한시간반쯤 잤다가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중국어와 일어에 깨버림. 방음이 너무 안되고 여긴 중국, 일본 단체 관광객 지정 호텔인가보다. 아아..


먹은게 너무 없어 못자나 싶어서 일단 세수만 하고 조식 먹으러 내려옴. 초라한 조식 ㅋ


소화잘되게 우유 안든 오트밀 먹자 하고 퍼왔는데 왝! 설탕 엄청 들어 있음. 계란 뒤에 숨어 있는 당근도 설탕물로 조린거였다 허헝


너무 힘도 없고 볼살도 쭉빠지니 급속당분이 필요한거 같아 탄수화물 가득. 생각해보니 어제 단백질, 지방(생선크림수프), 단백질(닭가슴살구이), 매쉬드포테이토 약간만 먹음.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근데 역시 여긴 밥도 맛이 없어ㅠ 그치만 급하게 잡은데고 어차피 조식 많이 안좋아하니 괜찮아..






대충 먹고 과일과 비상식량용 삶은 계란, 그리고 꿀과 레몬 넣어 조제한 레몬꿀물 가져옴. 홍차에 넣고픈데 속쓰려서 아침엔 자제. 아까도 녹차 연하게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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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복도



..


어제 바질을 춘 슈클랴로프. 내가 찍은 건 아니고 다른 관객이 찍은 것




(찍사 : maxim beketov)


너무나 사랑스러운 바질이었음. 키트리보다 더 귀염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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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피곤한 상태로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중이다. 9시 출근하려 했으니 10시에 나왔다 ㅠㅠ 너무 졸리고 약을 너무 먹어서 그런지 속이 부대껴서 뭘 먹기가 힘드네.

 

마음의 위안을 위해 랜덤 사진 몇 장.

 

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거리 사진. 저 자라 매장에 작년 여름에 갔었다, 너무 추워서 걸칠거 사려고... 근데 결국 맘에 드는 게 없어 사지는 못하고 우리 나라 자라가 제일 비싸다는 것만을 확인했다!

 

 

 

아름다우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상대역 니키야는 그의 아내 마리야 쉬린키나. 이번에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췄는데 쉬린키나는 이게 니키야 데뷔.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쉬린키나가 과연 1~3막의 니키야를 전부 소화할만한 파워가 됐는지 궁금하다. 니키야 역이 원체 까다로워서... 1~3막의 표현과 춤이 모두 다른데다 상당한 파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갈라로만 나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난 작년 마린스키에서 이 사람이 3명의 망령 중 세번째 망령 추는 것을 봤었는데 그때도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었다. (그런데 그때 솔로르 역을 춘 슈클랴로프는 자기가 받은 꽃다발을 니키야 역의 마트비옌코가 아니라 아내인 쉬린키나에게 바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야, 네 파트너는 니키야잖아! 마트비옌코 줘야지! 이눔의 콩깍지 사랑꾼아 ㅠㅠ) 

하지만 최고의 솔로르 중 하나인 슈클랴로프와 케미스트리가 좋으니 잘 했을지도....

 

 

고양이...

 

아아, 간절하다

 

 

아아, 더 간절하다..

다 들어주마... 뭐든지 말해보라!

 

 

최근 해적을 추고 나서. 메도라 역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알리 역의 슈클랴로프

 

작년에 김기민씨 알리 버전으로 해적을 마린스키 신관에서 봤는데 무척 좋았다. 그러나 나는.. 꽃돌이 알리 슈클랴로프의 무대도 보고 싶어라 ㅠㅠ 김기민씨 알리는 뭔가 콘라드를 잘 지켜줄 것처럼 멋있었지만 저 슈클랴로프 알리는 너무나 꽃돌이라 오히려 콘라드의 보호를 받아야 될 듯한 느낌이 무럭무럭.. 이놈의 알리가 메도라와 귈나라보다 더 예쁘니 어쩌란 말인가.

 

 

 

 

아름답고 또 아름답기 그지없는 디아나 비슈뇨바

 

 

해적 3인무 화보

슈클랴로프 알리, 테료쉬키나 메도라, 코르순체프 콘라드

악, 코르순체프... 다닐라, 어찌 이런 짓을.. 그 수염을 당장 떼시오 ㅠㅠ 가뜩이나 콘라드는 뭔가 없어보이는 캐릭터거늘 ㅠㅠ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위안을 주는 고양이와 주인의 손길..

 

 

..

 

 

고양이도 있고 페테르부르크도 있어 카테고리가 불분명하지만 꽃돌이와 비슈뇨바가 있으니 일단 댄스 폴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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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5.27은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건설된 날이다. 오늘로 313주년이 된다.


축하의 의미로, 웹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도시 사진들 몇장. 나도 좋은 카메라로 이렇게 찍고 싶다!
(하긴 카메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ㅎㅎ)


축하해요, 물과 돌과 빛과 환상의 도시!




'너를 사랑한다, 표트르의 창조물이여!'


.. 가장 유명한 푸쉬킨의 이 문구를 빼먹을 수는 없지..



사진들은 facebook, twitter, instagram의 페테르부르크 커뮤니티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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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20. 23:06

우렁이가 없으니 저곳으로라도... russia2016. 5. 20. 23:06

 

 

 

이번주는 특히 너무 힘들었다. 월요일 체육대회부터 지속된 야근과 이동, 중요한 회의까지.. 몸도 아프고 토할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덥기도 하고 심지어 창문틀도 망가지고 커튼도 떨어지고...

 

청소해주고 고쳐주는 우렁이가 없으니.. 아아, 누가 돌봐주고 치워주는 곳으로 가고 싶다. 너무 피곤하구나..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아늑하던 그때를 그리워하며 사진 몇장 올려본다. 작년 2월, 페테르부르크.

 

어흑, 매일 치워주는 방. 갈아주는 시트와 베갯잇... 엉엉... 아침밥 나오는 거... 어흑...

 

 

 

 

 

 

 

 

 

 

 

 

며칠 동안 저런 데 틀어박혀 아무 것도 안하고 잠만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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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