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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키 구관'에 해당되는 글 21

  1. 2019.02.11 마린스키, 나의 첫번째 극장
  2. 2017.10.09 10.8 일요일 밤 : 마지막 날, 불새, 마린스키 추억, 글, 논리력 증강 레냐, 다샤, 마음은 산란 2
  3. 2017.07.05 마린스키 극장 2층 홀과 샹들리에 + 카페 6
  4. 2017.06.17 애송이 신임감독과 폐위된 후계자의 면담 28
  5. 2016.12.25 런던에서 걸려온 전화 18
  6. 2016.08.28 천사가 날개로 쓰다듬고 지나간 사람, 렐랴의 인터뷰 54
  7. 2016.08.27 휘황한 마린스키 극장과 램프들, 카페, 슈클랴로프 지젤 보러 갔던 날 8
  8. 2016.06.25 6.24 금 : 소포 성공, 마귀할멈 포진 우체국, 돔 끄니기, 카톨릭 성당, 아이스크림, 빛나는 운하, 방 또 옮김, 마린스키 지젤(슈클랴로프, 마트비옌코) 보고 옴
  9. 2016.03.27 극장의 날 기념 1) 마린스키 구관 내부 사진들 + 무용수 화보들 2
  10. 2016.01.24 겨울 푸른 황혼녘, 마린스키 극장과 주변 풍경 2
  11. 2015.10.26 7.20 마린스키 라 바야데르 커튼 콜 사진들(슈클랴로프 & 마트비옌코)
  12. 2015.10.19 극장 - 마린스키
  13. 2015.08.09 마린스키 극장 카페에서 차 한 잔, 라 바야데르 보러 갔을 때 2
  14. 2015.07.29 설치 미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사 현장입니다 2
  15. 2015.05.08 마린스키 극장 내부, 좀 다른 구도로 찍은 사진 몇 장 6
  16. 2015.04.26 마린스키 극장 카페에서, '페트루슈카'와 '봄의 예감'에 대한 짧은 메모 덧붙임
  17. 2015.04.03 마린스키 극장 앞 풍경
  18. 2015.02.22 2월 21일, 페테르부르크 마지막 날, 그냥 이것저것 2
  19. 2015.02.21 페트루슈카, 봄의 예감 보고 들어와 아주 짧은 메모
  20. 2014.11.04 마린스키 극장(구관)의 오래된 카페에서 2
  21. 2013.12.12 마린스키 극장의 코트 보관소 2
2019. 2. 11. 22:46

마린스키, 나의 첫번째 극장 2017-19 petersburg2019. 2. 11. 22:46




오랜만에 마린스키 극장 사진 몇 장 올려봄. 이 사진들은 2017년 10월에 갔을 때 찍었음. 이날 봤던 건 포킨 안무, 스트라빈스키 작곡의 '불새'였다.



맨 위 사진과 맨 아래 사진은 DSLR, 나머지는 막간에 돌아다니며 폰으로 찍음.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극장이다. 무척이나 소중한 장소이다. '극장'이라고 하면 내가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떠올리는 곳. 나의 첫 발레를 보았던 곳, 나의 첫 극장. 세월이 흐르고 나는 무수한 공연장들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극장'은 마린스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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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일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이제 내일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모스크바에서 경유해서 화요일에 도착하고 수요일 새벽 기차로 본사에 내려간다. 그런데 금요일에 다시 서울 출장이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수목금 서울에서 근무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은 나는 이제 새로 발령받은 부서로 출근해야 하므로 그럴 수가 없다. 아마 수요일에 새벽 기차 타고 비몽사몽 출근하자마자 새로운 일들 때문에 정신이 쏙 빠질 것 같다.



오늘도 낮 12시 공연이 있었다. 오늘 공연은 스트라빈스키 음악, 포킨 오리지널 안무를 안드리스 리에파가 재연한 '불새'였다. 이 발레에 대해서는 예전에 여러번 쓴 적이 있고, 또 내가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으므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전에도 무대에서 여러번 본 작품이다. 오늘은 낮공연이라 저녁에 비해서는 캐스트가 좀 가벼웠지만 사실 이 발레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미술과 음악이 더 강력한 작품이라 큰 영향은 없었다. 다시 보니 반가웠다.



(커튼콜 사진 한장. 사이드에서 줌 당겨 찍어서 이게 최선, 그래도 의상이 화려하니 이번에 본 공연들 중 그나마 사람 얼굴들 조금 나옴 ㅠㅠ)



공연 보는 내내 음악과 리브레토를 따라가며 내 마음속에서 오래전에 미샤를 통해 재안무한 작품을 박자와 장면에 맞게 대입해보았다. 사실 이 공연 보러올 때면 자주 그렇게 한다. 본편에서 미샤가 이 발레를 자신의 표현양태로 재안무했고 그로 인해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당에서도 더 이상 봐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샤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기 전부터 불새 민화와 이 발레는 나에게 여러가지 글의 소재가 되었었다.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글에 대해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무대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또 한편으로는 돌아가는 것, 회사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니 제대로 공연을 즐긴 것이 아닌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해서 회사 생각이 났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 거기서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리고 그보다도 '회사' 자체에 대해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아니, 분노 자체는 이제 잦아들었는데 여전히 지쳐 있고 '정말 이제 너무 지겹고 역겹다' 상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료샤랑 레냐도 같이 공연을 보았다. 둘 다 이 발레는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보러 오는 발레이기도 하고, 또 무대 미술이 화려한데다 불사의 마법사 카쉐이와 악당괴물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조명도 번쩍번쩍 빛나기 때문에 료샤도 안 졸았다. 레냐는 내 손을 꼭 쥐고 엄청 재밌게 봤다. 베누아르 칸막이 좌석이었는데 좀 사이드였기 때문에 레냐의 눈에 오페라 글라스를 대어 주자 엄청 좋아했다.










마린스키 구관이었다. 나의 추억의 극장이다. 여기 오면 오랜 옛날 쥬인과 함께 두 손 꼭 잡고 추위에 종종거리며 극장 와서 공연보던 추억이 떠오른다... 여기 들어서면 옛날의 추억과 함께, 극장 안의 동선과 무대 여기저기를 살펴보게 된다. 나는 이 극장과 공연, 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사랑, 그외 몇가지 때문에 오래 전에 미샤를 만들어냈다. 실재하지 않지만 나의 마음과 꿈 속에서는 너무도 생생하게 존재하는 그 아이는 오랜 옛날, 이 극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저 무대에 올라갔을 것이다.



..



공연을 보고 나오니 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 날씨는 아주 궂었다. 비는 오다 안 오다 했지만 하여튼 어제 산책을 한 것이 참 다행이었다.



나는 판탄카 근처의 이즈다니야 서점에서 책을 좀 사고 싶었다. 료샤가 차로 데리고 가 주었다. 근처 쩨레목에서 셋이 블린을 먹었다. 우리 모두 블린을 좋아한다. 블린을 먹은 후 옆의 홍차 가게에서 다즐링 새로운 품종을 시향하고 100그램 사보았다. 쥬인 주려고 커피를 사볼까 했으나 작년에 여기서 '제 친구는 견과류 향을 좋아해요' 라고 했다가 헤이즐넛 커피를 추천받아 사갔던 쓰디쓴 기억이 있어서 관두었다.





이즈다니야 서점에 가서 책을 두어권 샀다. 여기는 작년에 슈클랴로프님 화보집 사러 와서 알게 된 곳인데 아늑하고 참 예쁘다.  그리고는 돔 끄니기 서점에도 가서 책을 두어권 더 샀다.


..



하루가 금방 흘러갔다. 레냐는 저녁에 엄마에게 돌아가야 하고 내일은 등교해야 하므로 나와 헤어져야 했다. 레냐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렸다. 많이 컸지만 그래도 여전히 울보다. 오늘따라 나에게 '쥬쥬, 안 가면 좋겠어. 회사 싫어. 한국 싫어. 그냥 나랑 있어' 하면서 열심히 설득을 했다. 전에는 그냥 '으앙 가지 마' 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논리를 펼친다.



1. 한국은 북한 때문에 위험하다. 2. 회사 때문에 쥬쥬가 자꾸 아프고 힘들다. 3. 쥬쥬는 회사보다 여기를 더 좋아한다. 4. 그러니까 여기서 나랑 있어야 한다. 5. 여기서 회사 다니면 된다!



흐흑. 5번이 불가능하단다 얘야 ㅜㅜ



레냐는 서러워했다. 내가 왔는데 비만 왔다면서 같이 분수도 보러 못 갔고 배도 못 탔다고 엉엉 울었다. 어흑... 그러더니 심지어 '엉엉 쥬쥬는 슈클랴로프 좋아하는데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슈클랴로프도 안 나왔어, 독일에서 공연했대. 쥬쥬 불쌍해. 마린스키 갔는데 쥬쥬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가 안 나왔어' 라고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주기까지 한다!! 너 슈클랴로프 밉다며 ㅋㅋㅋ 그러고는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쥬쥬가 좋아하는 마로제노예(아이스크림)도 못 먹었다며 또 서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레냐 손을 잡고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마침 내가 옛날부터 좋아하던 다샤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내가 하겐다즈보다 더 좋아하는 땅콩 박힌 초콜릿 코팅 아이스크림... 다시 먹어도 하겐다즈보다 맛있다. 레냐랑 같이 다샤를 먹으면서 금방 또 올 거니까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레냐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자 좋아했다. '옛날옛날에 레냐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여기 학교에 연수왔을때, 쥬인이랑 나랑 수퍼에서 이거 사서 먹었단다' 라고 하면 막 좋아한다. 쥬인과 토끼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한다.





(쥬인과 내가 좋아했던 아이스크림, 다샤)




나와 레냐가 다샤를 먹는 동안 료샤는 길거리 미용실 간판에 붙어 있는 머리 기르고 수염난 남자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가 저런 스타일을 원한 건데 왜 몰라주었느냐고 슬퍼하기에 내가 '저 남자도 지저분해 보여! 안 어울려! 저 남자보다야 수염깎은 네가 훨 낫다!' 하고 말해주니 갑자기 '역시 그렇지? 하긴 나는 멋있지' 하며 기분을 풀었다 ㅋㅋ



(바로 이 광고판의 저 남자 사진! 료샤 수염도 저렇게 지저분했다! 이 남자보단 수염 깎은 료샤가 낫다! 이건 립서비스 아니다!)



..



레냐와 뽀뽀를 하고 꼬옥 안아주고 헤어졌다. 료샤는 내일 체크아웃할때 들르겠다고 했다.



나는 방에 돌아와서 가방을 대충 꾸렸다. 좀 남았지만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쑤셔넣으려고 한다. 그리고 배가 고파져서 로비 카페에 내려가 생선수프 우하를 먹었다. 여기 우하가 생각보다 무척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전혀 짜지 않아서 좋았다. 몸이 따뜻해졌다.



...



내일은 10시 쯤 체크아웃하고 밖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 1시에 공항으로 출발, 4시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 저녁 8시 즈음에 인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마음이 산란하다. 뭐 돌아갈 때 되면 이럴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 그래도 작년 겨울보단 덜 심란하잖아 ㅠㅠ



이번에는 정말 간 곳도 별로 없고 생각보다 산 것도 별로 없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아무 곳에도 안 들렀다. 브루벨과 금발의 가브리엘이 그립긴 하지만... 다음에 와서 다시 봐야지. 이번엔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도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고, 오히려 더욱 두터워진 느낌이다.



아이고 남은 가방 싸기 귀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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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작년 12월. 마린스키 극장 구관. 이날은 안드레이 예르마코프와 옐레나 옙세예바가 바질과 키트리를 춘 돈키호테를 보러 갔었다. 공연 시작하기 전, 차 한 잔 마시고 2층 홀로 가서 전시 구경. 내가 사랑하는 극장인 마린스키는 내게 미로처럼 좁게 이어지는 복도와 칸막이 좌석들, 푸른 빌로드 좌석과 복도에 기다랗게 늘어선채 샴페인 잔과 연어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사람들, 오페라 글라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들, 정반대로 운동화에 배낭을 메고 아무때나 플래쉬를 터뜨리는 관광객들 등등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리고 물론 샹들리에. 아름답고 우아하고 근사한 샹들리에들. 이제 마린스키 신관도 꽤나 마음에 드는 극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구관이 갖는 광채와 아우라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



샹들리에와 홀 사진 하나로는 아쉬우니... 카페 사진도 두 장. 전에 몇번 소개한 적 있는 마린스키 구관 사이드 윙의 2야루스(4층)에 있는 작은 카페이다. 마린스키 구관은 복도마다 미로처럼 조그만 카페(..라고 해봤자 작은 카운터와 복도에 놓여진 테이블 몇개가 전부)가 있는데 여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라서 항상 공연 시작하기 한시간 전에 빨리 입장해 이 카페부터 간다. (한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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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내가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기로 하고 미샤를 되살려냈을 때 구상했던 소설은 이른바 가브릴로프 이야기였다. 미샤가 체포된 후 지방 소도시의 보잘것없는 극장 감독으로 전출되고(사실은 유배) 그곳에서 겪는 일들을 그릴 생각이었다. 플롯과 인물들도 거의 다 구성했고 나 자신에겐 꽤나 흥미로운 프로젝트인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쓰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마 이 소설은 다른 일을 하면서는 쓰기 어려운 종류의 글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틀어박혀 글만 쓸때 잘 풀릴 것 같은 종류의 소설이다. 나머지 글들은 거의 일을 하면서 짬짬이 썼는데...

 

 

하여튼 이 소설에서 최근 몇년 간 쓴 미샤에 대한 모든 글들이 나왔다. 이거 시작하려다 워밍업하려고 마로조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frost' 단편을 썼고 그러고 나서는 이 소설에 잠깐 등장하는 트로이라는 남자가 궁금해져서 트로이가 심리적 화자로 나오는 소설을 심지어 장편으로 쓰고, 나중에는 또 미샤와 렐랴가 나오는 추리소설 패러디 외전을 쓰고, 그러다 코즐로프가 나오는 단편도 하나 쓰고, 그러다 서무의 슬픔 시리즈를 쓰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등등등...

 

 

이 가브릴로프 소설을 쓰기는 할 것이다. 다른 글을 쓸때에도 항상 내 마음 속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사실, '매우 잘 쓰고 싶다'라는 욕망 때문에 쓰기가 어려운 게 분명하다.

 

 

 

발췌한 에피소드는 예전에 먼저 발췌했던 http://tveye.tistory.com/3332 (요즘 쓰는 글, 행정 체계라는 간편한 대답)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실은, 서무의 슬픔 시리즈는 저 행정체계 얘기랑 이 에피소드를 쓰다가 새끼쳐서 나왔음... 

 

 

 

시골 소도시 가브릴로프의 삼류극장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미샤! 하지만 극장에는 구세력들이 우글거리고... 밖으로는 KGB 국장 스페호프, 극장 안에서는 전임 감독 쿠즈네초프와 그 후계자인 니콜라이 레베진스키, 그리고 그의 일파들이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이 와중에 폐세자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레베진스키가 면담을 요청하는데... 과연 20대 중반의 애송이 감독인 미샤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는 오페라에 대해서도 물었다. 사람들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비록 미샤가 극장 전체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직을 맡기는 했지만 발레계 출신인데다 가브릴로프 극장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무용에 특화되어 있었고 오페라는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이었던 쿠즈네초프 역시 오페라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고정 레퍼토리는 발레와 마찬가지로 4~5개뿐이었고 그나마도 한 달에 두세 번 공연하는 것이 전부였다. 미샤는 첫 2주 동안 피가로의 결혼과 라 보엠 무대를 보았고 근 20년 가까이 오페라단을 총괄하고 있는 말레도프스키와도 한 시간 정도 따로 미팅을 했다. 가수들도 만났다. 하지만 정작 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쿠즈네초프 체제에서 2인자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고 최근 1~2년 동안은 실질적으로 발레단의 레퍼토리와 무용수들의 지도를 총괄해온 것이나 다름없는 수석 안무가 니콜라이 레베진스키는 초조해져서 닷새째 되던 날 류다를 통해 미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류다는 전보다 두 배로 아이라인을 두껍게 칠한 눈꺼풀을 무겁게 깜박이며 끝을 길게 끄는 말투로 대꾸했다.

 

 

“ 그냥 노크하고 들어가면 될 거예요. ”

 

 

“ 안에 전화 한 통 넣어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유세야! 아무 것도 안 하고 죽치고 앉아서... 새 상사 덕에 팔자가 늘어졌군. 우리 감독님은 사람 만나는 걸 지독하게 싫어하나보지. 일이 줄어서 참 좋겠어. ”

 

 

“ 적어도 커피 타다 주고 두어 시간마다 간식 쟁반 갖다 바치는 일은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미샤는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일일이 전화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거지. 문은 열려 있으니까 이름 부르고 들어오면 된다고 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아까 차이카에서 마주쳤을 때 해도 됐을 텐데. 아니면 무대 점검하러 갔을 때나. ”

 

 

“ 난 공식적인 면담을 요청하는 거라고. ”

 

 

“ 하세요, 누가 말리나요. 지금 들어가세요. 조금 전에 티무르 보리소비치가 나왔으니까 아마 미샤 혼자 있을 거예요. ”

 

 

“ 빨리도 친해지셨군. 감독을 애칭으로 부르지를 않나. ”

 

 

“ 취임 파티 기억 안 나요? 감독님이 부칭 같은 거 붙이지 말고 그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예전부터 다들 그렇게 부른다고. 하긴 그때 당신은 심기가 불편해서 계속 술만 마시느라 못 들었나 보군요. ”

 

 

레베진스키는 류다를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책상을 서류철로 거칠게 한번 내리치더니 안쪽에 있는 미샤의 사무실로 곧장 걸어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미샤는 약 20분 동안 레베진스키가 발레단에 대해 떠들도록 내버려두었다. 레베진스키는 발레단의 구조와 운영 현황에 대해, 주요 레퍼토리에 대해, 가브릴로프 발레단의 역사와 특성에 대해, 안무가와 교사들을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 연습 시간표에 대해 브리핑한 후 마침내 주역 무용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막 그가 타마라의 이름을 끄집어냈을 때 미샤가 처음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 잘 들었어요,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도움이 되는군요.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이제 이해가 됐습니다. 백조, 지젤, 코펠리아, 잠자는 미녀, 호두까기를 순서대로 돌린다는 거죠? ”

 

 

레베진스키는 부아가 치미는 것을 꾹 참고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과 새해 시즌에 올라간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 작품의 배경이 언제인지 모르느냐고 한 마디 해주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새해 시즌마다 문화 채널에서 방영해주던 키로프 호두까기 인형이 떠올랐다. 저 망할 애새끼가 호두까기 왕자를 췄었지... 심지어 시립 발레학교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서 다 같이 그 방송을 보곤 했다.

 

 

 

“ 호두까기 외엔 맞다고 해야겠죠. 그래도 일률적인 배정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백조 공연이 가장 잦죠. 인기가 제일 많으니까. 그 다음은 지젤. 그리고 코펠리아. 어린애들이 많이 보러 오니까요. 잠자는 미녀는 손이 많이 가서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올라가고. ”

 

 

“ 갈라 공연도 있나요? ”

 

 

“ 관객 대상으로는 아니죠. 모스크바에서 높은 분이 들렀을 때 리셉션 파티용으로 올린 적은 두어 번 있지만. 아, 예외가 하나 있군. 발레학교 졸업 무대. 그거야 당연히 이것저것 섞게 되니까요. 우리 애들도 졸업생들 파트너 해주기도 하고. ”

 

 

“ 내년이 100주년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극장 레퍼토리가 그렇게 적은 이유가 뭔가요? ”

 

 

“ 흠,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

 

 

“ 그냥 미샤라고 부르시죠. ”

 

 

“ 그건 피차 좋을 것 같지 않군요. 그러니까, 내가 감독님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고...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있어서 말이지요.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인데 이름까지 그런 식으로 편하게 부른다면 내가 고의로 무례하게 군다는 말이 나돌 겁니다. 뭐 내가 훨씬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위는 직위고 상사는 상사니까요. 그러니 부칭은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

 

 

“ 그럼 좋을 대로 하시죠.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은 뭐죠? ”

 

 

“ 당신은 큰 극장에만 있었기 때문에 모를 겁니다. 여기는 볼쇼이처럼 거대한 극장도 아니고 키로프처럼 귀족적인 전통을 자랑하는 곳도 아닙니다.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에요. 관객들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파벨 유리예비치는 백조와 지젤, 호두까기만 남기려고 했었고 그 생각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주장해서 두 개를 더 살렸죠. 호두까기를 제외하고도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 하나 있어야 했고, 그래도 고전 발레를 표방하고 있으니 명목상 잠자는 미녀는 놔둬야 했던 겁니다. 솔직히 말해 이 동네 관객들 수준은 형편없어요. 몇몇 교양 있는 관객들을 빼고는 발레라면 그저 예쁜 여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분장한 남자들이 펄쩍펄쩍 뛰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잠자는 미녀라면 태반이 다 졸아버리죠. 그래도 극장의 예술적 자존심을 위해 일 년에 다섯 번은 올려야 한다고 내가 우긴 겁니다. ”

 

 

“ 극장 규모가 작고 관객 수준이 낮으니 레퍼토리는 인기를 끌만한 작품으로 최소화해야 했다는 얘기인가요? ”

 

 

“ 이를테면 그렇죠. 게다가... 이건 비공식적으로 하는 얘깁니다만, 우리 애들 수준도 거기서 거기예요. 잘 하는 애들 몇 명 빼고는 하향 평준화되어 있죠. 할 수 없잖습니까, 여긴 바가노바 아카데미도 없고. 귀감이 될 만한 스타 무용수도 없으니까요. 하긴 이제 하나 있군요. 당신은 무려 키로프 수석무용수 출신이니까요. 극장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당신 이름은 다 알고. 어제 마감한 우리 발레학교 신입생 추가 모집 접수가 작년보다 몇 배로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무대에는 언제부터 올라가실 생각이죠? 적어도 2주 전에는 얘기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래야 포스터와 프로그램 인쇄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10월 첫 주 백조의 호수부터가 어떨지 싶은데. 역시 상대역으로는 타마라가 제일 나을 것 같군요. 실력도 그렇고 외모로 봐도 가장 잘 어울릴 테니까요. 뭐 브루넷을 선호한다면 레나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예쁜 애죠, 키는 살짝 큰 편입니다만. ”

 

 

 

미샤는 잠시 수석 안무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찌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날 감독실에서 보낸 시간 중 니콜라이 레베진스키가 가장 모욕감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면담을 마친 후 친분이 두터운데다 때로 같이 자기도 하는 사이인 르이조바에게 분통을 터뜨리면서 ‘그 자식이 날 재보더군. 얼마나 재수 없게 째려보든지. 새파랗게 젊은 것이 그 계집애 같은 눈을 똑바로 뜨고 날 지그시 훑어보면서 어떤 식으로 날 무시해줘야 할지 머리를 굴리더라니까. 키로프에서 그런 짓만 배웠던 모양이야. 동료들과 기 싸움하면서 자리 꿰차고 콧대 세우고... 배역 기용은 자기 권한이라 이거지.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는 얘기야. 일개 너 같은 놈이 감히 자기 같은 대스타에게 언제 무대에 올라갈지 말지 떠들다니 주제를 알라는 표정이지 뭐였겠어!’ 하고 투덜댔다.

 

 

문틈으로 귀를 바짝 대고서 모든 대화를 엿들었던 류다는 그 얘기가 사무국에 좍 퍼졌을 때 코웃음을 쳤다.

 

 

“ 그건 또 무슨 바보 같은 소리람. 미샤는 그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냥 자기는 무대에 올라갈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 연초에 은퇴했다고. 그리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서 오디션 얘기가 나왔던 거지. 그 사람은 콜랴처럼 잘난 척하면서 말하지 않았어. 파벨 유리예비치처럼 반말을 내깔기지도 않았다고. ”

 

 

 

하지만 류다도 그가 레베진스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것은 인정했다. 그때 레베진스키는 미샤의 은퇴 얘기에 한껏 안타까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그건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당신 같은 대스타가 우리에게 와줬는데 무대를 볼 수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되죠. 극장에 그 이름을 걸어놓고 막상 춤을 추지 않는다니! 다들 실망할 겁니다. 세상에 은퇴 생각 한 번 안 해본 무용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 이건 다 떠나서 무용계 선배로서 하는 얘긴데, 춤추다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에요. 그만 두겠다는 말도 가끔 내뱉는 법이지만 그건 다 젊어서 그런 거죠. 돌아서면 다시 올라가고 싶은 게 무대인데. 나도 부상 때문에 은퇴했지만 지금도... ”

 

 

“ 난 부상 때문에 그만둔 게 아니라서요. 어쨌든, 니콜라이 안토노비치. 지금까지 발레단을 관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군요. 여름부터는 실질적인 감독 대행으로 공연도 총괄해 오셨다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려야겠군요. ”

 

 

“ 그거야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니지요, 어쨌든 감독님은 여기 처음이고 난 이십 년 넘게 이 극장에 있었으니까요. 사정도 빠삭하고 무용수들에 대해서도 잘 아니까 당연하지요. 그런데 그 ‘조금만’이라는 것은... ”

 

 

“ 오늘이 9월 20일이군요. 내가 극장 사정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시즌은 벌써 시작했으니 9월 마지막 주까지는 지금처럼 공연을 총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겠죠? ”

 

 

“ 아, 물론... 전혀... 그런데 9월 마지막 주라고요? 앞으로 열흘 동안만이라는 건가요? 음, 그러면 10월부터는 어떻게... 그러니까, 10월 공연도 벌써 일정은 다 나왔는데. 설마 그걸 전부 바꾸려는 생각은 아니겠죠? ”

 

 

“ 아뇨, 10월까지는 일단 레퍼토리는 그대로 갈 겁니다. 새 작품을 추가한다 해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까요. 배역은 아마 좀 바뀔지도 모르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10월까지는 전임 감독과 당신이 짠 일정표와 배역 명단을 수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은 부족하니까요. 대신 오디션을 보려고 해요. 당신 말대로 난 여기 처음 왔고 개별 무용수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요. 9월 29일과 30일이 좋겠죠. 오페라가 올라가는 날이니까 무용수들도 부담이 덜할 테고. ”

 

 

 

10월부터는 자신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거라는 예고에 이어 오디션 얘기를 듣자 레베진스키는 정신이 좀 혼미했다. 무겁게 당겨오는 뒤통수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헛기침을 했다.

 

 

 

“ 흠, 오디션. 29일과 30일이라고요. 그 오디션이라는 것은, 어떤 배역에 대한 건지. 백조의 호수 얘기겠죠? 공연 횟수가 많으니까. 수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제1솔리스트까지? 굳이 이틀이나 잡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

 

 

“ 백조. 지젤. 코펠리아. 주역과 솔리스트 바리아시옹들. 나머지는 10월에 생각하죠. 참가 대상은 제한을 두지 않을 겁니다.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한을 두지 않다니, 그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코리페도 모자라 군무 쪽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전부 몰려들 거라고요. 그렇게 하면 이틀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걸요. 자기 실력을 착각하고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자기는 잘났는데 위에서 기회를 안 줘서 군무진에 처박혀 있다고 불만만 더 늘어날 겁니다. 솔리스트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주 골치 아프게 될 거라고요. 그래서 파벨 유리예비치는 웬만하면 오디션을 하지 않았습니다. 드물게 하더라도 비공개로 하나씩 불러다 했고요. 원체 애들에 대해서도 잘 알았고 항상 붙어서 가르쳤으니 실력에 대해서도 잘 알았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감독님이 오디션을 진행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겁니다. 지금 수석들 외에는 주역 출 만한 애들이 없어요. 전문가라면 누구든 보는 눈은 같은 법이에요. 공연히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 글쎄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죠. 그리고 모든 역을 균일하게 소화하는 무용수는 없어요. 오디션은 공개로 진행할 겁니다.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얻는 게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

 

 

레베진스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감독실을 나왔다.

 

 

..

 

 

 

레베진스키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를 갖춰 미샤의 본명과 부칭을 함께 부르는 것이다. 러시아 이름은 이름 + 아버지의 이름에서 나온 부칭 + 성으로 이루어진다. 미샤의 아버지 이름이 세르게이 야스민이기 때문에 미샤의 풀 네임은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야스민이 되는데 본편에서 미샤는 자기를 이름과 부칭으로 깍듯이 부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그냥 미샤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레베진스키는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서 여러번 등장했었다. 거기서 좀 바보같게 그려지긴 했었음 ㅠㅠ 하지만 이 글이 오리지널이고 서무는 여기서 파생된 패러디 ㅠㅠ

 

레베진스키가 얘기하는 가브릴로프 극장의 다섯개 레퍼토리는 발레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작품들에 속한다만... (코펠리아는 그 정도로 대중적이진 않지만 이 동네에선 어린이용 발레로 남아 있다고 가정했다) 하여튼 시를 대표하는 극장이고 한때는 그래도 조금의 명성은 있었던 곳이니만큼 다섯개 레퍼토리만 가지고 줄창 돌려댄다는 것은 솔직히 좀 너무한 상황이긴 하다 :)

 

 

이 가브릴로프 본편은 아직 120페이지 정도밖에 못 썼다... 이 소설은 쓰기가 참 힘들다. 원래 미샤를 되살렸을때 처음 구상한 것이 이 글이었는데... 결국 이 글이 잘 안 써져서 다른 장편과 중편과 단편, 패러디 외전, 심지어 서무 시리즈도 모자라 지나와 말썽쟁이 낙서까지 나와버렸어...

 

아래는 그래도 전에 군데군데 발췌했던 이 가브릴로프 본편의 일부 에피소드 링크들.

 

 

http://tveye.tistory.com/3408 1부 마무리. 키라와 미샤

 

http://tveye.tistory.com/4451 햇살, 본편의 베르닌과 서무의 단추 사이

 

http://tveye.tistory.com/5368 가브릴로프 KGB 등록 절차, 검색대

 

http://tveye.tistory.com/4971 이웃사촌 베르닌, 미샤의 두가지 해법

 

http://tveye.tistory.com/5114 천사가 날개로 쓰다듬고 지나간 사람, 렐랴의 인터뷰

 

 

..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극장 사진 :) 가브릴로프 극장은 내가 만들어낸 곳이라 사진이 없음. 물론 마린스키(당시 키로프)와 가브릴로프 극장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 미샤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처음 와서 가브릴로프 발레단 무용수들 무대를 보고 기절할 뻔(ㅜㅜ)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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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5. 21:02

런던에서 걸려온 전화 about writing2016. 12. 25. 21:02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 & 파루흐 루지마토프. 1985년)

 

(마린스키 극장 내부 모형)

 

 

오랜만에 글을 조금 발췌한다. 다시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요즘 너무 바쁘고 또 정신적 여유가 없어 언제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쓰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

 

지난번에 미샤의 런던 에피소드를 몇번 언급한 적이 있다. 하나는 그가 런던에서 그쪽 예술가들의 아지트에 가서 젊은이와 죽음을 추는 이야기였고 하나는 같은 시기에 그가 런던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옛 친구이자 대사관 직원인 알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에피소드였다. 두 에피소드의 링크는 포스팅 맨 아래에 적어두었다.

 

아래 이야기는 위 두 이야기가 속한 파트의 전반부이다. 런던에 간 미샤와 레닌그라드에 남아 있는 트로이, 그리고 그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디나 로쉬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프리마 발레리나이며 이 이야기에서 미샤를 런던 페스티벌에 초청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일린은 미샤의 친구이자 안무가로 런던 페스티벌에서 미샤가 춘 '페트루슈카'를 안무했다.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는 미샤의 후원자이다. 율리야는 미샤의 어머니이다.

 

'로미오'는 알리사를 비롯한 트로이의 친구들이 미샤를 부르는 애칭이다. 줄리엣은 그의 파트너인 지나이다의 애칭.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미샤 야스민은 런던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안무가인 일린에게는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다른 극장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문화국장인 포노마레바와 담당직원 하나가 함께 갔다. 키로프 무용수 개인이 그런 서방 유럽의 페스티벌에, 그것도 경쟁 부문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마침 게르만 스비제르스키를 비롯한 당 위원 두 명이 영국 측과 몇 가지 협약을 맺기 위해 런던에 갈 예정이었으므로 미샤의 런던행도 문화교류 일환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스비제르스키는 포노마레바와 미샤를 모스크바로 부른 후 자신과 같은 비행기에 태워갔다.

 

 

 개막일에 미샤가 디나 로쉬와 함께 춘 돈키호테에 대한 관객들의 환호가 너무 뜨거워서 축제에 대한 관심도 함께 치솟았다. 한동안 경색되어 있던 런던과 모스크바의 관계도 스비제르스키의 방문과 함께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 언론도 키로프 간판스타의 참가를 집중 조명했다. 미샤는 빠듯한 일정 때문에 로쉬와 충분한 호흡을 맞춰보지는 못했지만 둘 다 기본기가 뛰어난 무용수였기 때문에 별다른 실수는 없었다. 게다가 돈키호테는 키로프의 자랑거리였고 남자 무용수의 화려한 테크닉과 눈부신 도약을 한껏 뽐낼 수 있는 레퍼토리였기 때문에 그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경쟁 부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당국에서는 지난 파리 인터뷰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미샤에게 절대로 통역 없이 얘기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포노마레바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인지 스비제르스키가 협박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미샤는 통역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지난번처럼 열성적으로 끼어들지도 않았다.

 

 로열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몇 명이 미샤를 극장으로 초청해 함께 세션을 진행한 후 런던의 명소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었다. 물론 통역과 요원이 동행하는 공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소련 대사관에서 주최한 리셉션에도 가고 스비제르스키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끌려갔다. 겉으로는 런던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요원 두 명과 통역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은 언론 홍보용 제스처일 뿐이었다.

 

 미샤의 성격이나 과거 비행들을 잘 알고 있는 포노마레바는 내심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지만 그는 페트루슈카를 출 때까지 얌전하게 잘 견뎠다. 도망치지도 않았고 인터뷰에서 사고를 치지도 않았다. 둘째 날 대사관 측에서 조직위가 잡아줬던 숙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영국 정보부의 도청으로부터 깨끗한’ 다른 호텔로 변경한 후 아무런 통보도 없이 그의 짐을 모두 옮겨버렸을 때에도 폭발하지 않았다.

 

 

 왕립극장 무대에서 페트루슈카 독무를 췄을 때 놀랍게도 영국 관객들이 미샤의 키로프 첫 지젤 무대와 매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 우울한 춤에 이입해서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 내어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 지푸라기 인형 페트루슈카가 죽어 넘어졌을 때 공포로 실신한 여자도 있었고 음악이 끝난 후에도 미샤가 잠시 일어나지 않자 무대로 올라가보라고 소리를 지른 관객도 있었다. 관객들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관계자 대부분도 돈키호테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에너지 넘치는 도약과 화려한 테크닉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페트루슈카는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결국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의도가 성공했던 셈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별 이견 없이 그 춤에 좋은 상을 주었다. 외교적 의도라고 비꼬는 우익 언론도 있었지만 조직위와 페스티벌 참가자들 사이에는 별다른 논란도 없었다. 로쉬는 훌륭한 춤 앞에서는 이념이나 국경 따위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모범적이면서도 단호한 코멘트로 우익 언론의 비난을 묵살했다.

 

 페트루슈카를 춘 다음날 미샤는 BBC를 비롯한 미디어와 일간지 인터뷰에 응했고 로쉬와 함께 유력 예술 잡지의 표지 사진도 촬영했다. 대사의 생일 파티에도 잠깐 참석했다.

 

 

 그리고 끈이 툭 끊어졌다. 미샤는 다음날 새벽 연기처럼 사라졌다.

 

 

*    *   *

 

 

 알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정오 무렵이었다. 그때 트로이는 오후 강의 때문에 막 집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수화기를 들자 교환수가 딱딱한 목소리로 런던에서 걸려온 전화를 연결하겠다고 통보했다. 집으로 그런 전화가 걸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으므로 얼떨떨해져 있는데 알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랴! 무슨 일이야? 잘 지내? ”

 

“ 전화 오래 못해. 도청되기 전에 끊어야 해. 묻는 말에 대답만 해. ”

 

“ 무슨, 무슨 일인데? ”

 

“ 로미오. 런던에서 가고 싶어했던 곳 없어? ”

 

“ 어... 왕립극장? 대영박물관? 세인트폴 성당? ”

 

“ 그런 뻔한 데 말고. ”

 

“ 락 클럽? ”

 

“ 대낮이잖아. ”

 

“ 대체 무슨 일인데? ”

 

“ 없어졌어. 새벽에 사라졌어. 빨리 찾아내야 해. 대사관이랑 요원들이 알아채기 전에. ”

 

 

 트로이는 멍하게 수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잠시 미샤가 갈만한 곳이나 런던의 지인들에 대해 캐물었지만 그는 런던에 대한 일이라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알리사의 목소리는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고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아, 어쩌지. 다들 곧 알아챌 거야. 그 전에 돌려놔야 해! ”

 

“ 어떻게, 어떻게 그자들이 아직 모를 수가 있어? ”

 

“ 내가 막고 있어. 감기 기운 때문에 누워 있다고 보고했어. 세시에, 세시에 스비제르스키가 올 거야. 더는 못 숨겨. 어쩌면 좋지? ”

 

 

 트로이는 알리사가 울음을 터뜨릴까봐 겁이 났다.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미샤에 대한 생각은 제대로 떠오르지도 않았다.

 

 

 갑자기 알리사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 끊어야겠다. 회선 추적당할 거 같아. 혹시 모르니까 너 준비하고 있어. ”

 

“ 뭐, 뭘? ”

 

“ 로미오가 남으려고 하면, 설득해. ”

 

“ 설득이라니, 여기서 어떻게? ”

 

“ 전화로. 엄마도 불러. 걔한테는 엄마 외엔 일가친척 없어. 줄리엣, 그 아가씨도 불러. 무조건 돌아오게 설득해야 해. ”

 

“ 알랴! ”

 

 

 전화가 툭 끊겼다.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기계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창가로 갔다. 별다른 논리도 없이 빗장을 지르고 커튼을 쳤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공포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두개골과 이마를 아주 무거운 것으로 짓누르는 듯 멍할 뿐이었다. 마취 주사를 쑤셔 넣은 듯 희미한 얼얼함 외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입술을 움직였을 때 그는 어딘가의 책에서 읽은 구절을 되뇌었다.

 

 

“ 쇼크 상태에 빠진 사람은 일시적인 마비 증세를 겪는다. ”

 

 

그는 자신이 영어로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후 또 다른 구절들이 구토하듯 밀려나왔다.

 

“ 그가 그토록 가볍고 즐거운 걸음걸이로

지나쳐 갈 때면 기묘한 마음이 들었다

그토록 슬픈 눈으로 나날을 응시할 때도 그랬다

그토록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놀랍기만 했다.

 

 

이게 뭐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아니, 헛소리라니! 이건 와일드잖아. 미샤가 알았으면 내 목을 자르려고 들 걸. 감히 오스카 와일드 시를 헛소리라고 지껄이다니. 어떤 꼬마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만큼이나, 블라지미르 세묘노비치만큼이나 숭배하는 공작새 같은 작자. 그나마 영국 놈이라 이름과 부칭으로 부를 수 없으니 다행이야. 이건 레딩 감옥의 발라드잖아. 어떻게 이 부분을 외고 있었지?

 

 

 트로이는 한 손으로 자기 뺨을 거세게 때렸다. 싱크대 수도꼭지 아래 머리를 대고 물을 틀었다. 얼음장 같은 찬물에 소스라치듯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전화기 앞으로 가서 다이얼을 돌렸다. 학교에 전화를 해서 독감에 걸렸다고 둘러대고 수업을 취소했다. 잠깐 지나이다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그만두었다. 율리야에게 연락해야 한다는 마음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뜬금없이 루빈슈테인 거리의 의사가 눈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욕을 하며 이마를 문지르자 이번에는 회색 고양이 같은 스타니슬라프 일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구역질나는 인간이라면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 비뚤어진 애는 일린 따위보다는 차라리 루빈슈테인 의사의 말을 더 잘 들을 것이다. 트로이는 미샤가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일 거라고는 애초부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반쯤 비어 있는 보드카 병에 손을 뻗었다. 막 뚜껑을 열고 들이키려다 고개를 저으며 병을 한 쪽으로 밀어버렸다. 가스렌지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였다. 평소의 세 배쯤 되는 분량의 찻잎을 쏟아넣었다. 거의 커피처럼 새까맣게 변한 찻물을 이 빠진 컵에 부은 후 레몬이나 설탕도 넣지 않고 뜨거운 것도 모른 채 마셨다. 씁쓸하고 얼얼한 맛이 혀와 입천장에 흐릿하게 돌았다.

 

 

 몇 시간 동안 안드레이 트로이츠키는 꼼짝도 하지 않고 전화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때 그의 머리 속에는 오직 단 두 문장만이 되풀이되어 울려 퍼졌을 뿐이었다.

 

 

그 애가 남을까? 돌아올까?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설령 알리사가 전화를 연결해준다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미샤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를 비롯해 이곳에 남은 지인들에게 벌어질 우울한 일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화벨이 다시 울렸을 때 갑작스럽게 어떤 끔찍한 생각이 이마와 콧속을 타고 스멀거리며 기어 내려와 혓바닥을 쿡쿡 찔렀다.

 

 

 그자들이 널 죽일 거야.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몸을 부르르 떨면서 트로이는 수화기를 잡아챘다. 다시 교환수의 기계적인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 잠시 후 알리사의 목쉰 음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 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

 

“ 아무 일, 아무 일 없는 거야? ”

 

“ 별 일 아니었어. 걱정시켜서 미안해. 괜히 전화했었어. ”

 

“ 지금 같이 있어? ”

 

“ 응. ”

 

 

 알리사는 먼젓번처럼 예고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트로이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고 식탁 위에 밀어놓았던 병을 집어 남은 술을 모두 마셔버렸다.

 

 

...

 

 

트로이가 중간에 떠올리는 구절은 오스카 와일드의 장시 ‘The Ballade of Reading Gaol’ 제 2부 6연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For strange it was to see him pass

With a step so light and gay,

And strange it was to see him look

So wistfully at the day,

And strange it was to think that he

Had such a debt to pay.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도스토예프스키, 블라지미르 세묘노비치는 브이소츠키이다. 미샤는 존경하는 인물을 이름과 부칭으로 부르는 버릇이 있다.

 

..

 

포노마레바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파리 인터뷰와 디나 로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5040

 

..

 

페트루슈카는 원래 미하일 포킨이 발레 뤼스에서 안무했던 작품이지만 이 소설에서 나는 그 작품을 모티브로 안무가 스타니슬라프 일린이 친구인 미샤를 위해 별도로 안무해준 약 10여분 가량의 짧은 독무 작품으로 개작했다. 이 소설에서 미샤는 이 페트루슈카를 가지고 런던의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그랑프리를 받는다(물론 이 페스티벌은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행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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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eye.tistory.com/5178 : 알리사가 해준 이야기(페트루슈카, 미샤와의 대화)

http://tveye.tistory.com/2390 : 알리사가 해준 이야기(미샤는 어디에 있었나, 젊은이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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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리스 리에파. 1980년대. 해외 잡지 표지. 볼쇼이 시절.

 

 

백스테이지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최근 상하이 투어 당시.

 

 

마린스키 극장 좌석. 이번에 갔을때 찍음.

 

역시 마린스키 극장의 유명한 샹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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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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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새로운 글을 구상하면서 원래 써오던 글인 가브릴로프 본편은 잠깐 미뤄두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야 하는 글인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새 글 구상을 하면서 동시에 이전에 좀 써둔 가브릴로프 본편을 훑어보고도 있다. 많이 쓰진 않아서 총 4개 장으로 이루어진 1부를 마치고 2부 첫장을 쓰다 중단되어 있다(그 다음부터는 이것의 패러디 외전인 서무의 슬픔 시리즈만 줄창 써서 ㅠㅠ) 

 

어제 본편 훑어보다 1부 3장에서 잠깐 생각을 돌이켜보았다. 3장에서는 지방 소도시 가브릴로프 극장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미샤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뤘었는데 이 장의 후반부는 이 도시의 특권층(노멘 클라투라)이자 나름대로 유력한 문예지 편집장인 렐랴가 미샤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렐랴는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라 아마 서무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친숙하실 것이다(미샤를 사모하여 맨날맨날 과자랑 케익 구워다 바치고 잼 만들어주고... 막상 실속은 없는 가브릴로프 최고 미녀로 등장했음) 렐랴의 성인 비슈네바는 물론 내가 좋아하는 무용수 디아나 비슈뇨바에게서 따왔는데 액센트 위치만 바꾸어서 비슈뇨바 대신 비슈네바로 만들었다. 본편의 렐랴는 서무 시리즈에서처럼 코믹한 인물은 아니고... 이 인물을 데리고 전에 가브릴로프 추리외전도 쓴 적 있다. 거기선 무려 주인공으로 탐정 역할도 했었다만...

 

기존에 쓴 본편 우주의 여러 글에서 미샤가 자신의 예술관이나 관객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은 매우 드물다. 물론 단편 하나와 장편 하나에서 그가 서방/소련 언론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두어번 쓴 적은 있지만 그 맥락은 달랐다. 그때까지 미샤는 안무가라기보다는 무용수였다. 그리고 안무가이자 감독의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 가브릴로프 본편이 처음이고 훨씬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적'이라는 것이 언제나 '더 솔직한', 혹은 '더 자세한'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렐랴의 인터뷰 장면을 발췌해 본다. 관객을 대하는 미샤의 자세가 좀 나온다. 이 글을 쓸때 나는 작가이자 관객이었는데 그 둘 중 어느쪽이 우선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작가가 '이렇게' 쓴다고 해서 그가 '이렇게' 믿는다고 규정하는 것은 언제나 조금은 위험한 일이다.

 

초반에 언급되는 '먀흐킨'은 가브릴로프 극장의 극장장이자 시 의회 의원이며 렐랴의 외삼촌이다. (렐랴는 집안이 매우 좋다) 이 먀흐킨도 서무의 슬픔 시리즈에 몇번 등장했다. 제일 큰 비중으로 나왔던 건 34편의 딸기 아가씨들과 바자회 에피소드였음. '비슈네브이 사드'는 벚꽃 동산이란 뜻으로(체호프의 유명한 희곡 제목이기도 함) 소설 속에서 렐랴가 편집장으로 있는 문예지 제목이다. 류다는 미샤의 비서인 류드밀라이다(이 사람도 서무 시리즈에 꾸준히 나왔음)

 

 

위의 사진은 6월에 마린스키 구관에서 내가 찍은 것.

 

 

 

이건 마린스키 브 콘탁테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 마린스키 극장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광경. 가운데 거대한 것은 샹들리에!!

 

 

사진사는 캡션에 있듯 Podorozhny. 볼쇼이 극장. 백스테이지에서 바라본 무대 연습 장면.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물론 렐랴는 자신이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이며 문화예술 애호가라고 생각했다. 예술계 인사를 인터뷰할 때는 정치적 문제나 이념, 사생활 등으로 인한 선입견은 배제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샤 야스민을 인터뷰하러 갔을 때 마치 생일 선물을 받으러 가는 어린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원래 취임식 당일에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미샤가 일정이 빠듯해서 겨우 두 개의 인터뷰에만 응한 데다 문예지보다는 텔레비전 방송사와 연방 홍보국의 입김이 더 셌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리고 렐랴에게 필요했던 것은 겨우 2~3분짜리 홍보 인터뷰가 아니라 비슈네브이 사드 10월호 커버스토리에 어울리는 심도 깊은 대담이었다. 그 인터뷰는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절반은 렐랴의 생각대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오후 2시에 그녀는 사진사 한 명을 대동한 채 녹음기와 노트를 들고 미샤를 만나러 갔다. 극장은 썰렁했다. 사람도 없었다. 비서실조차 비어 있었다. 처음에 렐랴는 다들 젊은 감독에 맞서 파업이라도 하는 건가 하고 깜짝 놀랐지만 곧 그날이 월요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극장 휴일이었다. 약속 날짜를 착각했나 하는 불안감도 잠깐, 렐랴가 노크를 하자 미샤가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렐랴는 무대의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조명과 의상, 메이크업의 트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았다. 달리 배우들에 대한 기사에서 ‘ㅇㅇ는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사석에서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먀흐킨조차도 첫날 미샤와 만나고 돌아온 후 호기심에 가득 찬 렐랴의 질문에 약간 마뜩치 않은 어조로 대꾸했다.

 

 

 “ 그렇게 눈에 띄는 친구는 아니었어. 생각보다 작아, 자작나무처럼 야윈 게 데니스 체격의 반 밖에 안 될 거 같더라니까. 전에 무대에서 봤을 때는 꽤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애가 어떻게 발레리나들을 들고 돌렸는지 모르겠더구나. 게다가 너무 어려 보여서 깜짝 놀랐단다. 데뷔한지 7~8년이 다 됐으니 스물다섯은 넘겼을 텐데 학생처럼 보였어. 렐렌카 너보다 더 어려보이더구나. 하긴 우리 수석 남자애들보다 더 젊지. 류다가 옆에서 보더니 새 감독님은 인형처럼 곱상하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어. 생긴 것도 그렇고 말수도 적은 게 기 센 극장 사람들을 어떻게 휘어잡을지 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단다. 뭐 나름대로 강단 있는 친구라니까 지켜보긴 해야겠지... ”

 

 

 눈앞에서 미샤 야스민을 마주 대했을 때 렐랴는 먀흐킨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반쯤 이해했다. 그녀의 외삼촌은 여러 극장들을 거쳐 온 데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시 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를 평가할 때 당당한 풍채와 큰 목소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복 차림의 미샤는 극장장의 말대로 앳된 대학생처럼 보였지만 그건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렐랴는 그가 움직이는 방식에 매료되었고 레닌그라드 액센트와 차분한 말투에 대해서는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렐랴는 비슈네브이 사드의 특집 기사를 다음과 같은 거창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곁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는 민첩하고 유연한 짐승처럼 보인다. 그는 삐걱거리는 복도와 낡은 사무실, 낙엽이 쌓여 있는 좁은 길, 일상적인 모든 공간을 순식간에 극장 무대로 변형시킨다. 그가 입을 열면 정확하고 또렷한 발음과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결코 충돌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마치 칼날에 벨벳을 두른 것처럼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그의 무대를 연상시킨다. ’

 

 

 미샤는 비교적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지만 렐랴의 모든 질문에 답변한 것은 아니었다. 키로프와 볼쇼이 시절 무대에 대해, 기존 안무작에 대해서는 그래도 성실하게 답했지만 발레 팬인 렐랴는 이미 예전 인터뷰를 통해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렐랴는 해외 유명 극장들에서의 공연과 뉴욕 발레단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미샤는 무용수로서든 안무가로서든 좋은 경험이었다는 대답 한 마디로 피해갔다. 그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어차피 검열국에 넘어가기 전에 자신이 모두 편집할 테니 너무 조심스러워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초면부터 그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꾹 참았다.

 

 

 그래서 그녀는 화제를 바꾸었다. 레닌그라드에서 살다가 지방 소도시로 옮겨와서 답답하지 않은지, 가브릴로프의 첫 인상이 어떤지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미샤는 나무가 많고 강이 아름다워서 좋다고 대답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한 렐랴는 첫 번째 질문을 되풀이했다.

 

 

 “ 음, 여기는 레닌그라드나 모스크바와는 물론 완전히 다르죠. 전 지금까지 조용한 곳에서 지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숲이 많은 곳에서도. 전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고무되곤 해요. 답답함을 느낄 겨를이 없죠. 도처에 모르는 것들이 가득하니까요. 지금은 할 일도 굉장히 많고요. ”

 

 “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가브릴로프에는 싸움꾼과 성자 밖에 없다는 옛말이 있거든요. 아주 다혈질에 공격적인 성미거나 아예 온순하거나 둘 중 하나고 중간은 없다고요. 전형적인 시골 사람들의 특징이죠. ”

 

 “ 그런가요? 전 사람들은 어디나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차이를 잘 모르겠던데. ”

 

 “ 레닌그라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의를 차리고 외교적인 미사여구를 구사한다던데 사실인 것 같네요. ”

 

 

 미샤는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렐랴의 말을 부정하려 들지는 않았다. 렐랴가 새로 맡은 감독직에 대해, 극장에 대한 전반적 의견과 발레단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는 원론적이고 짤막한 답변만 했다. 렐랴가 신임감독의 어려움이나 극장 내부 인사들의 텃세 여부에 대해서 꼬치꼬치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아직 2주도 안돼서요. 지금으로서는 할 얘기가 별로 없군요. ”

 

 “ 하지만 매일 공연을 보고 계시잖아요. 그것도 백스테이지가 아니라 관객석에서. 사실 그 소식도 꽤 신선했거든요. 이제껏 그런 예술감독은 없었어요. ”

 

 “ 극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대를 봐야 하니까요. 아마 제가 무용수였다면 다른 식으로 행동했을지도 모르죠. ”

 

 “ 무대는 백스테이지에서도 볼 수 있잖아요. 감독이나 연출가들은 보통 그렇게 하지 않나요? ”

 

 “ 시간이 좀 지나면 저도 그렇게 할 거예요. ”

 

 “ 왜 지금은 그렇지 않죠? 아직 우리 극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셨다는 건가요? 볼쇼이나 키로프 같은 큰 극장 무대에도 작품을 올리셨잖아요. 그에 비하면 가브릴로프 극장은 규모도 작고 레퍼토리도 단순한데. 연출도 여러 번 해보셨으니 무대의 구조나 동선은 한두 번만 봐도 전부 파악하실 수 있지 않나요? ”

 

 “ 제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것 같군요. 전 극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대를 봐야 한다고 말했죠. 그건 관객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요. ”

 

 “ 어떤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보러 오는지? ”

 

 “ 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공연을 보는지. 극장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이야기하고 보고 느끼는지. 그 모든 것이 중요해요. 관객과 소통하지 않는 무대는 절반만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극장은 예술가의 자기만족과 독백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니까요. ”

 

 “ 좀 의외네요. 전 당신이 엘리트주의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술가들 대부분이 그렇죠. 관객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은 보통 하지 않잖아요. 관객들이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슬퍼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

 

 “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이성의 영역이죠. 이해하지 못하고도 사랑할 수 있고 슬퍼할 수도 있어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할 수도 있고요. 그들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게 만들 수 없다면 그건 실패한 공연이에요. ”

 

 “ 백조의 호수나 지젤이라면 모르지만 관객들이 호두까기 인형을 보면서 어떤 감정적 고양을 느끼지는 않잖아요. ”

 

 “ 하지만 즐거워하죠. 아기자기한 무대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고 발레리나들의 화려한 의상과 움직임을 모방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감정적 고양이란 꼭 거창하고 드라마틱한 것만은 아니에요. 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가끔 빠져드는 함정이 있죠. 장엄하고 영웅적인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추구하지 않으면 예술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 그건 일종의 도그마예요. 기본적으로 예술이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거기에는 진정성이 필요해요. ”

 

 “ 호두까기를 보면서 웃는 어린아이들과 잠자는 미녀를 보면서 그 구조적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발레 애호가들이 원칙적으로는 동일하고 평등한 관객이라는 것인가요? ”

 

 “ 네. ”

 

 “ 그건 가브릴로프 극장 예술감독으로서의 가치관인가요, 아니면 무용수이자 창작자인 미하일 야스민의 믿음인가요? ”

 

 “ 감독으로서의 저와 예술가로서의 저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관객에 대한 제 태도는 전자든 후자든 변함없을 거예요. ”

 

 “ 그것이 당신이 무대에서 그 수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밀인가요? 그들 모두를 이해하고 동등하게 대하려고 했다는 것? ”

 

 “ 조금은요. ”

 

 “ 그럼 나머지는 뭐죠? ”

 

 “ 그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

 

 “ 그런가요? 보통 그런 힘을 가리켜 재능이라고들 하죠. 우리 가브릴로프에서는 천사가 날개로 쓰다듬고 지나갔다고 해요. ”

 

 

 미샤는 다시 소리 없이 웃었다. 렐랴는 그가 재능에 대한 칭찬 앞에서 점잔을 빼거나 겸손한 척 고개를 젓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긴 학창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을 얘기일 것이다.

 

 

 그녀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오디션에 대해서도 물었다. 미샤는 레베진스키에게 했던 대답을 짧게 되풀이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극장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나갈지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레퍼토리를 다양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15년에 달하는 파벨 쿠즈네초프의 재임 기간 동안 극장이 정체 상태에 빠졌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많은데 이를 어떤 식으로 타개할 생각인지, 키로프를 가브릴로프 극장의 이상적인 발전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미샤는 잠깐 침묵했다가 천천히 대꾸했다.

 

 

 “ 그건 아직 모르겠군요. 시즌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극장은 키로프와는 다르죠. 역사도 문화도, 무용수들의 성장 배경이나 기질도 달라요. 같은 도시가 어디에도 없듯이 극장도 마찬가지예요. 극장을 빵 찍어내듯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되고요. ”

 

 “ 사람들은 어디서나 같다고 생각하신다면서요, 도시와 극장은 어째서 다른가요? ”

 

 “ 글쎄요. 어쩌면 사람들이 결국 같지 않은지도 모르죠. ”

 

 

 미샤는 수수께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공식적인 인터뷰를 끝낸 후 렐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몇 개 던졌다. 좋아하는 색깔이라든지, 음식이라든지, 작가라든지, 이상형이라든지, 혹시 레닌그라드에 연인이 남아 있는지도 살짝 떠보았다. 미샤는 대부분의 질문을 침묵이나 미소로 넘겼다. 그가 사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렐랴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농담을 섞어 물었다.

 

 

 “ 사무실로 절 안내하신 이유는 접견실 문이 잠겼기 때문인가요? 월요일이라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극장장이나 감독 인터뷰는 항상 접견실에서 했었거든요. 아니면 접견실의 권위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항상 거기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테리어도 그렇고 좀 제정 시대 느낌이... ”

 

 “ 아뇨. 전 어디든 별로 상관없는데 어제 세탁 때문에 접견실 커튼을 모두 벗겨냈다고 해서요. 햇빛도 강하게 들어오고 살충제도 잔뜩 놨으니 오늘은 들어가지 말라고 류다가 당부해서요. 운 나쁘면 바퀴벌레들을 밟게 될 거라고 경고하더군요. ”

 

 

 렐랴는 하마터면 크게 웃음을 터뜨릴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농담인지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 유명한 스타를 직접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사진사 주보프의 간곡한 부탁으로 무대와 발코니 좌석에서 추가로 사진을 찍느라 15분 정도가 더 소요되었다. 주보프는 요청이나 지시도 없이 그저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댔을 뿐이었다. 심지어 미샤는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다.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건 놀라운 일이었다. 세묜 주보프는 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사진사였지만 예술가적 자존심이 센데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사람이라 심지어 유명 인사들에게조차 이렇게 앉아라 저렇게 머리를 돌려라 하며 들들 볶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주보프는 술에 취한 듯, 필름 구입예산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셔터를 연속으로 눌러댔다. 꼭 기관총 사수 같았다. 나중에 현상된 사진들을 보고서야 렐랴는 주보프가 왜 미샤에게 그렇게 관대했는지 이해했다.

 

 

 “ 그런 피사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지. ”

 

 “ 하긴 그 사람 진짜 미남이긴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20페이지 쯤 늘려서 이 사진들 전부 컬러로 싣고 싶네요. ”

 

 “ 그런 것과는 좀 달라. 외모가 아무리 잘 나면 뭘 하나, 당장 우리 극장에도 얼굴만 예쁘고 나머지는 나무토막 같은 애들이 태반인데. 이 친구는 특별한 경우야. 그건 타고 나는 거지. 가뭄에 콩 나듯 그런 사람이 있어. 렌즈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사람. 춤추는 걸 찍었어야 했는데... ”

 

 

 주보프는 못내 아쉬워했다. 아라베스크 포즈를 취해달라는 그의 유일한 부탁을 미샤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 전 이제 춤을 추지 않아서요. ”

 

 주보프는 그 유명한 포즈를 찍기 위해 당장이라도 미샤의 발아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지만 렐랴는 키로프 시절 사진을 한 장 가져다 쓰면 된다고 그를 부드럽게 진정시켰다. 사실 그녀도 실망했지만 콧대 높은 예술가의 변덕에 간섭해봤자 좋을 일이 없다고 마음을 달랬다.

 

 

 

 

...

 

 

 

무용수들 사진 몇 장.

먼저 루돌프 누레예프. 주보프는 이 사람 앞에서도 넋을 잃고 셔터를 눌러댔을 것이다.

 

 

루돌프 누레예프. 햄릿 중에서.

 

 

블라지미르 말라호프. 사진은 캡션에 있듯 nina alovert. 이 사람의 포즈도 정말 아름답다.

 

 

 

 

90년대 키로프-마린스키 시절의 율리야 마할리나. 마린스키 극장 좌석에 앉아서.

사진은 캡션에 있듯 nina alovert

 

 

 

역시 사진은 nina alovert

피사체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무용수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카리스마를 내뿜는 젊은 시절의 파루흐 루지마토프.

 

위의 누레예프, 말라호프, 루지마토프 모두 각각 서로 다른 면에서 무용수로서의 미샤에게 조금씩 영감을 준 인물들이다.

 

 

 

파루흐 루지마토프 한 장 더. 사진은 캡션에 있듯 nina alovert

 

 

 

팬심으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도 한 장. 젊은이와 죽음. 사진은 alex gouliaev

 

 

 

이건 내가 이번 6월에 마린스키 구관에서 찍은 사진들 몇장. 관객으로서 찍은 사진들 :)

 

 

 

 

 

 

 

 

이 사진은 볼쇼이 무용수인 아르춈 옵차렌코와 디아나 비슈뇨바. 몇달 전 마린스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함께 췄는데 이건 백스테이지에서 찍은 리허설 장면이다.

 

 

 

프리드리만 보겔.

 

 

 

이건 내가 폰으로 찍은 사진. 여기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예전에 맡은 업무 때문에 하루종일 여기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찍음... 여러 모로 힘들었기 때문에 당시의 기억은 지우고 싶다만... 덕분에 백스테이지와 분장실, 음향, 조명 등 이것저것 많이 훑었고 그것만으로도 내겐 수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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렐랴와 먀흐킨, 미샤 등이 코믹한 패러디 버전으로 등장해 복작거리는 외전 에피소드들이 궁금하시면 서무의 슬픔 시리즈 폴더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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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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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6월 24일. 이날 운좋게 매진됐던 표를 득템하여 마린스키 구관에서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춘 지젤을 보러 갔었다. 근 10년 전 슈클랴로프의 첫 무대를 본 게 바로 지젤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그날 찍었던 휘황하고 아름다운 마린스키 극장 샹들리에와 램프, 그리고 내부 사진 몇 장.

 

세상에 극장은 많다. 아름답고 호화스런 극장들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극장들도. 그러나 그 많은 극장들 중 나의 첫 극장이자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극장, 여전히 내 마음 속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극장은 바로 이곳, 마린스키 극장이다. 신관도 좋지만 역시 구관이 가장 매혹적이다. 리노베이션을 한다 해도 제발 저 전통적인 아름다움은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신관과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에는 여기저기 카페가 숨어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이야 다들 2층 벨에타쥐 쪽에 있는 카페로 몰리지만 공연 많이 보러 온 사람들은 보통 2야루스(4층) 양쪽 윙에 딸려 있는 조그만 카페를 선호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입장 가능한 시간에 딱 맞춰가서(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 프로그램을 산 후 잽싸게 2야루스 쪽 카페로 달려간다. 나는 좀더 편안한 레프트 윙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바로 여기... 층계와 복도 사이의 조그만 귀퉁이에 카페가 있다. 테이블이 몇개 없기 때문에 빨리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 자리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러시아 관객들. 특히 비싼 표 대신 4~5층(2야루스, 3야루스) 표 끊어서 자주 보러 오는 진짜 애호가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내가 료샤를 여기 데려가기도 했음 ㅋㅋ)

 

작년에 마린스키 숍에서 사서 잘 쓰고 있는 오페라 글라스와 이 날의 지젤 프로그램.

 

 

 

 

이 날은 빨리 가서 제일 좋아하는 층계 옆 테이블 득템... 옆으로는 기다란 층계가 있고 거대하고 화려한 거울이 있어서 저 계단 올라오는 여인들마다 모두 저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미모를 뽐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곳의 티라미수 :)

 

 

 

옆으로는 이렇게 층계가 보이고...

마린스키의 색깔인 푸른색... (볼쇼이는 붉은색이다. 이건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색채이기도 하다)

 

 

 

 

 

나도 러시아풍으로 꾸미고 갔음 :) 목걸이와 브로치.

 

 

 

이때 내가 득템한 자리는 1층 칸막이 좌석인 베누아르. 시작 전 첫번째나 두번째 벨이 울린 후 직원 할머니가 오셔서 열쇠로 저 칸막이 문을 하나하나 열어주면 그때 들어갈 수 있다.

 

 

복도의 램프들.

 

 

 

샹들리에.

 

오래된 극장들의 샹들리에들은 굉장히 아름답다. 마린스키 샹들리에도 예외는 아닌데, 전에 마린스키 페이지에서는 연중행사로 저 샹들리에 내려서 청소하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해서 무척 재미있었다.

 

 

 

 

좌석 칸막이 위의 램프.

 

 

 

 

 

 

 

 

 

이날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 몇장과 테미르카노프의 호두까기 인형 지휘 cd 득템. 그런데 저 비닐봉지가 더 가슴 설렘. 항상 그렇다. 그래서 여기서 받아온 비닐 봉지는 하나도 안 버리고 차곡차곡 모아놨음 :)

 

 

그냥 이걸로 끝내면 아쉬우니 이날 춤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사진도 한 장.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명불허전...

(이때 찍은 사진 몇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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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모이카 운하)

 

 

늦잠 자고 싶었지만 9시 알람을 맞췄다. 그 이유는 우체국 소포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_- 오전까지 머문 숙소가 중앙우체국 근처라 소포를 부치려면 오늘 오전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어제 가방을 싸보니 무게보다도 부피 때문에 그 망할 소포를 부쳐야 했다. 여름이고 홍차랑 책 몇권 외엔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왜 가방이 터져나가는 것일까 허헝,,,

 

10시 반쯤 중앙우체국에 다시 갔다. 어제의 그 마귀할멈 대신 다른 창구로 가서 물어봤는데 거기도 제2의 마귀할멈이 앉아 있었다. 딸론칙을 가져오라며 화를 냈다. 대체 딸론칙이 무엇인가 한참 고민했는데(보통 종이쪽지, 버스표 등을 가리킨다) 알고보니 번호표였다. 러시아도 그동안 기술발전이 물론 있었고... 번호표를 뽑아오면 스크린에 몇번 창구로 가라고 뜨는 것이다. 중앙우체국이라 워낙 크고 창구가 많으니 그런 거였다. 흠, 몰랐던 내 잘못도 있구나. 그건 그렇다치고 엄청 신경질냄. 손님도 하나도 없었는데!

 

번호표 기계로 갔는데 뭔가 엄청 복잡했다. 소포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저렴한 소포를 부치고 싶었으나 도대체 몇번을 눌러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마침 내앞에서 번호표 뽑는 나이든 아저씨가 계셔서 물어보니 너무나 친절하게 '이건 비싼거고 저건 싼건데 어떤걸로 할거니?' 라고 물어봐줘서 '싼거요~' 했더니 그럼 이 메뉴를 누르라고 알려주심. 아저씨 복받으실 거에요 흐흑... 그래, 시민들은 친절한데 관료들만 불친절한 것이야 허헝...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창구에 번호가 떠서 상자를 가져갔더니 새로운 마귀할멈 3이 막 화를 냈다, 왜 상자를 봉해왔냐는 것이다. 원래 여기는 소포 포장을 할때 안의 내용물을 모두 검사한다. (예전엔 CD 같은 건 반출 못했는데 아마 지금도 그러려나..) 그래서 '어제 다 검사해서 저쪽 창구 아주머니가 봉해준 거에요. 근데 쉬는 시간이라 다 놀아서 난 시간이 없어 오늘 다시 온 거에요' 라고 설명하고 다행히 어제 상자 포장해준 아줌마가 한쪽에 있어서 그분이 '응, 그거 어제 내가 다 봤어' 라고 확인해 주었다(유일하게 약간 친절했던, 마귀할멈 아닌 사람이었음 ㅠㅠ)

 

그리하여 1700루블을 내고(3만원 정도) 선박 운송을 선택하여 망할 소포를 부쳐버리니 살 것 같았다. 기껏 4킬로 더 쑤셔넣고 오버차지 내지 그랬냐고 하신다면... 가방에 자리가 없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근력 따위 없는 나에게 4킬로 추가란 엄청난 짐!!!

 

 

 

(보기에는 아주 웅장하고 아름다운 중앙우체국. 그러나 오랜 옛날부터 나에게는 고생과 원망의 장소 -_-)

 

 

..

 

소포를 해결한 후 방에 돌아와 가방을 마저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2시 반 택시 예약을 한 후 이제야 가벼운 맘으로 부셰에 가서 오믈렛 아점을 먹었다. 맛있어서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도 엄청나게 날씨가 좋았고 하늘이 파랬고 햇살은 따가울 지경이었다. 진짜 눈부셨다. 돔 끄니기에나 갈까 하고 쭈욱 걸어올라갔다. 원래 목표는 돔 끄니기에서 책을 한권 사서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책 읽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코스라서 옛날에 미샤를 초창기에 등장시켰던 illuminated wall 에서도 미샤는 처음에 카잔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근데 잠깐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해서 유럽호텔 로비로 가서 폰을 좀 봤다.

 

그리고는 카톨릭 성당에 들러 다시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

 

 

돔 끄니기에 가서 새 지도를 샀다. 구글이나 앱이 있어도 나는 아날로그라 옛날부터 보던 종이 지도가 편한데 한 2~3년 쓴 지도가 너무 헐어서 찢어지고 말았다. 새 지도를 산 후 글쓰기에 필요해서 7~80년대 레닌그라드 시절 도시 현황과 거리 이름 등이 기재된 책이 필요하다고 점원에게 물었으나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책장을 뒤져 페테르부르크 거리 이름 유래에 대한 책을 샀다. 이건 제정시대부터 지금까지를 다 아우르는 거라 사실 내가 원하는 건 아닌데 ㅠㅠ 나중에 구글링으로 찾는 게 빠르겠다.

 

(이게 오늘 산 책과 지도 두 종)

 

 

별거 안 했는데도 카잔 성당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책 읽을 시간이 없어졌다. 호텔까지 걸어내려가는 시간이 있으니(버스는 밀림) 그냥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돔 끄니기 앞 아이스크림 수레에서 에스키모 플롬비르 초콜릿 아이스크림 바를 사서 먹으면서 혼잡한 네프스키 대로와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 대신 모이카 운하를 따라 안쪽으로 걸어갔다. 햇살이 눈부셔서 운하의 수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붉은 다리와 푸른 다리를 건너 호텔로 돌아왔다. 택시를 타고 네번째 호텔(하루 묵었었으므로 실제로는 3개째의 호텔)로 와서 체크인을 했다. 근데 저번보다 방이 안 좋네... 하긴 급하게 방을 예약했고 제일 저렴한 방으로 했으니... 그때보다 좁고 침대도 트윈을 두개 붙여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 방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번 방은 안쪽 마당인 중정 방향이네. 그래도 뭐...

 

이 호텔은 그래도 프린트를 공짜로 할수 있어서 오늘 지젤 티켓과 새로 끊은 항공권 이티켓을 프린트했다. 그리고는 피곤해서 좀 늘어져 있다가 컵라면 대충 먹고 원피스로 갈아입은 후 마린스키에 갔다.

 

..

 

 

 

 

 

 

 

오늘 공연이 이곳에서 머무는 3주 동안의 마지막 공연이다. 원래 매진이었는데 우연히 표가 몇개 나와서 급히 득템했던 것으로, 바로 슈클랴로프가 알브레히트를 추는 지젤이었다. 오오...

 

공연은... 사실 내가 지젤을 진짜 좋아하는데 이번 공연은 작품 자체보다는 슈클랴로프 보느라 넋을 놓아서 ㅠㅠ 지젤 보면서 안 울었던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가 지젤로 나와서 좀 이입이 덜 되기도 했다만...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완벽했다... 이 남자의 타고난 기품과 동정심을 자아내는 눈빛과 애절한 춤. 10년 전 그의 알브레히트가 생각났다. 이반첸코 대신 나와서 '저거 누구야!' 하고 짜증냈던 걸 떠올리니 참 놀랍기도 하고 어쩐지 감개무량 ㅋ

 

사진은 따로 올려보겠다. 리뷰도 따로 써보겠다. 근데 이걸로 총 8개의 공연을 봤는데 제대로 리뷰 쓴 건 거의 없네 어헝...

(커튼 콜 사진과 또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35)

 

내 자리가 간신히 득템한것까진 좋은데 1층 베누아르 완전 사이드의 게다가 2열이었다. 앞사람 머리에 너무 가리고 왼쪽 무대는 잘 안보여서 진짜 괴로웠다. 슈클랴로프가 출땐 반쯤 엉거주춤하게 서서 봤다(내 뒤에는 사람이 없어 다행...) 나중엔 꼭 기합받는 듯.. 허벅지 쥐나는 줄 알았다. 흐흑... 내 앞에 앉은 사람들 다 키 크고 머리 컸어 엉엉...

 

샵에서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희귀한 옛 사진 세장(아마 베자르 작품 췄을 때인듯)과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한 호두까기 CD를 샀다. 그리고 내친김에 CD 파는 아저씨에게 레인골드 글리에르의 청동기사상 음악 있느냐 물었다. 이번 마린스키에서 올린 그 발레. 아저씨는 안타까워하며 다른 작품들만 있다고 했다. 그 음악 정확한 제목이 뭐냐 물으니 청동기사상 맞다고 한다. 하긴 발레음악으로 만든 곡이니... 네프스키의 다른 샵에 한번 가보라 한다. 그 음악 구하고픈데...

 

..

 

슈클랴로프의 우아하고 애절한 알브레히트 춤과 사랑스러운 커튼 콜 인사 때문에, 그리고 마린스키 구관의 지젤이라는 것 때문에, 또 마지막 공연이란 생각 때문에 좀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나왔는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럴줄 알고 우산 가져왔다!!!!! 요 며칠 너무 날씨가 좋았어!

 

근데 진짜 엽님 운 좋으셨습니다~ 가시자마자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우산 쓰고 호텔까지 15분 정도 걸어야했다. 오다가 수퍼에 들러 자두 세알과 체리 300그램, 새로 나와서 궁금해진 구운 고기맛 감자칩(ㅋㅋ), 물 1.5리터를 샀다. 방에 와서는 배고파서 체리와 감자칩을 조금 먹었다.

 

..

 

아아, 이제 4일 남았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울함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는 아름다웠다. 외모 얘기가 아니고(외모도 뭐 예쁘지만) 그의 춤과 표현력, 무대 자체가 아름다웠고 때로는 그런 아름다움이 마음을 뒤흔들고 감동시키고 또 위안과 평온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도스토예프스키 말이 맞다. 때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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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은 세계 극장의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극장이나 발레 관련 포스팅을 하나씩 올려보겠다. 월요일~금요일에는 아침 8시에 예약 포스팅 걸어두었다.

 

오늘은 마린스키 극장. 구관 내부 사진 몇 장과 무용수 화보들 몇장.

 

마린스키 사진은 작년 2월에 페트루슈카 보러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다. 이땐 사이드 박스석에 앉아서 정면 사진들은 거의 아니다. 예전 사진들 뒤지면 정면에서 찍은 사진들도 꽤 있는데 귀찮아서(ㅜㅜ 게으름..)

 

 

 

 

 

 

 

 

 

 

 

 

 

이제 무용수 화보 몇 장.

알렉세이 티모페예프. 라 바야데르의 황금 신상 추는 중.

요즘 내가 눈여겨보는 무용수 중 하나. 작년에 해적에서 이 사람이 추는 랑켄뎀이 꽤 근사했었다.

 

 

 

 

 

프리드리만 보겔.

 

이 사람이 와서 추는 라 바야데르 보고픈데 지금같은 상황으론 그림의 떡 ㅠㅠ

 

 

 

 

언제까지나 나의 뮤즈 중 하나로 남아 있을 루돌프 누레예프.

 

 

 

 

 

몇년 전 사진인데 볼때마다 찡하다. 마야 플리세츠카야 축하공연 때... 가운데가 플리세츠카야. 왼쪽에서 하얀 옷 입고 방긋 웃는 것이 슈클랴로프(오른편 뒤를 보면 함께 돈키호테를 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도 보이고 그 옆은 아마도 안드리스 리에파인 듯) 오른편은 일리야 쿠즈네초프.

 

극장의 날이니까... 꽃과 마야, 그리고 꽃돌이..

 

 

 

 

 

이건 작년.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갈라 공연 때. 슈클랴로프는 파키타를 같이 췄었다. 끝나고 뽀뽀하는 중 :) 꽃도 꽃돌이도 이쁘구나. 왼편에 얼굴만 보이는 건 콘스탄틴 즈베레프.

 

 

 

 

마지막 사진은 Valentin Baranovsky가 찍은 마린스키 극장 무대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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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저녁. 마린스키 극장 주변 풍경 몇 장.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이었다.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서 잠시 주변을 산책했었다. 황혼녘이라 온통 어스름의 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른편 건물이 마린스키 신관이다.

 

 

 

이 사진의 오른편 건물은 마린스키 극장 구관.

 

 

 

구관과 신관은 이렇게 좁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첨탑 실루엣은 니콜스키 사원. 무척 아름다운 사원이다.

 

 

 

왼편이 신관, 오른편이 구관.

 

 

 

운하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그 위로 눈이 쌓여 있었다. 다시 그 위로 비가 내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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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마린스키 극장(구 극장) 무대에 올라갔던 라 바야데르. 그때 찍었던 커튼 콜 사진 여러 장. 전에 몇 장 올린 적 있는데 그 나머지..

 

솔로르 역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니키야 역의 아나스타시야 마트비옌코.

 

이 사진들의 단점은... 내가 사실 슈클랴로프 보러 갔던 공연이라.. 모든 사진의 중심은 슈클랴로프라서 구도도 좀 웃기고 마트비옌코가 이상하게 나온 게 좀 많다는 데 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슈클랴로프의 솔로르는 사실 작년 여름에 봤던 게 춤은 더 나았지만.. 이때는 결혼식 2인무 때 좀 삐끗한게 아쉬웠다. 그러나 그것을 눈부신 미소로 벌충하여 팬의 입장으로서는 그냥 다 용서할 수 있었음.. 3막 솔로르의 춤은 더할나위 없이 근사했고..

 

공연 보고 온 날 메모는 남겨놨지만 리뷰는 역시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흐지부지됐네... 이렇게 밀린 리뷰가 몇개인가.. 하여튼 마음의 위안을 위해 이때 사진들이나 줄줄이 올려본다.

 

 

 

 

 

 

 

 

 

 

 

 

 

 

 

 

 

 

 

 

 

 

** 전에 올렸던 이 날 커튼 콜 사진 다른 몇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53, http://tveye.tistory.com/3912

 

** 그 외에도 태그의 라 바야데르를 클릭하면 작년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비롯 이 발레에 대한 여러 영상과 리부, 메모,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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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19. 20:53

극장 - 마린스키 russia2015. 10. 19. 20:53

 

 

 

 

 

 

 

 

 

7월. 발레 해적 보러 갔던 날.

맨 위 두 장은 마린스키 신관 내부.

세번째 사진은 공연 시작 직전, 운하와 마린스키 극장(구관)

마지막은 공연 마치고 나와서 찍은 마린스키 신관. 7월 백야 막바지 시즌이라 캄캄하지는 않다.

 

..

 

 

이 바닥에는 미치도록 환멸이 느껴지는데 그래도 극장은 그립다. 극장에서는 일을 안 해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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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월에 갔을 때는 머무는 일정이 짧아서 공연을 4개밖에 못 봤는데(4개도 많이 빡빡했다), 모두 마린스키에서 봤다. 그중 3개는 신관에서 봤고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슈클랴로프의 라 바야데르 하나밖에 못 봐서 아쉬웠다. 물론 공연 보는 거야 신관 쪽이 더 편하지만 그래도 구 극장의 아우라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서..

 

도착한 바로 다음날 라 바야데르 공연이 있어서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 피곤한 몸으로 마린스키에 갔다. 한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해서 딱 맞춰서 갔다. 카페에 가려고 :) 카페에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 잡으려면 빨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 한번 쓴 적이 있는데, 구 극장은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복도에 카페들이 난립해 있는데 사실 카페라기보다는 그냥 카운터가 있고 복도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수준이다. (근데 이게 또 매력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2야루스(4층) 왼편(앗 갑자기 헷갈리네.. 아마 왼편 맞을듯) 복도 귀퉁이에 있는 카페이다.

 

 

 

여기.

 

늦게 오면 저렇게 입식 테이블에서 먹어야 하고...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보인다. 이 카페는 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다.

 

 

 

나는 일찍 가서 자리가 있었으므로 차 한 잔과 티라미수 주문.

근데 지난번까진 구 극장은 티백은 그린필드, 티라미수도 컵에 직접 퍼담아 줬는데 이번에 가니 신관이랑 똑같게 바뀌어서 차도 다망, 티라미수도 저렇게 정형화된 모습으로 나온다.. 차야 그린필드보다 다망이 더 좋지만.. 티라미수는 지난번처럼 퍼주는 게 더 좋은데..

 

찻잔 뒤로 보이는 건 슈클랴로프와 마트비옌코, 옙세예바 등 이날의 배역이 적힌 프로그램. 전까진 30루블이었는데 이번에 가니 이것도 50루블로 올랐다!! 이게 백야축제 때만 50루블로 오른 건지 아니면 이제부턴 내내 50루블인 건지 모르겠네 ㅠㅠ

 

 

 

지난 2월에 왔을 때 질렀던 오페라 글라스 가지고 옴. 슈클랴로프 미모를 조금 더 잘 감상해보겠다는 몸부림!!

 

 

 

카페 옆으로는 이렇게 복도로 통하는 아치가 있고, 조그만 가르제로브(코트 보관소)도 있고.. 옛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아름다움이다.

 

 

 

카운터에는 이렇게... 케익과 음료수들, 샌드위치들이 늘어서 있다. 이땐 아직 공연 시작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한적하지만 곧 여기도 바글바글..

 

 

 

차도 다 마시고 케익도 다 먹었으니 이제 일어나려는 중..

 

 

 

 

 

 

 

그래서 이렇게 공연 보러 자리로 갔다. 이날 내 자리는 1층 파르테르 두번째 열이었는데 늦게 끊어서 좀 사이드였다 ㅠㅠ 그리고 두번째 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사가 없기 때문에 앞자리 사람에게 가려서 매우 괴로워서 결국 또 책깔고 앉기를 시전했음 ㅠㅠ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앞이라 지휘자 머리가 무대를 좀 가리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슈클랴로프의 아름다운 솔로르를 감상했다 :) 이때 찍은 커튼콜 사진 몇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12

 

** 전에 올렸던 마린스키 극장 카페(이곳)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248

 

** 마린스키 극장 다른 카페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686

 

** 마린스키 신관 카페 사진도 올린 줄 알았더니 현장에서 아이폰으로 올렸던 것들밖에 없네. 신관 카페 사진들도 조만간 올려보겠다. 마린스키 신관으로 검색하면 화질은 안 좋지만 폰으로 올렸던 게 몇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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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머물렀던 숙소는 이삭 성당 근처의 포취탐스카야 거리에 있었는데 여기서 마린스키까지는 내 걸음으로 약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이번에는 4회의 공연 내내 걸어다녔다. (돌아올 때 두어번만 버스 탔음)

 

모이카 운하를 따라 쭉 걸어가다가 빠쩰루옙 다리를 끼고 짧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린스키 극장이 나오는데 바로 그 길(지금 거리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에 있는 큰 건물 하나가 이렇게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건물 벽에 쳐 놓은 저 나무 지지대들의 형상이 꽤나 기하학적이고 심지어 아름다워 보여서 사진 몇 장 찍었다.

 

 

 

 

 

 

 

공사하고 있는 건물만 올리면 그래도 섭섭하니까..

쭉 걸어가서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맞은편에 저렇게 마린스키 극장이 있다 :) 엷은 청록빛 푸른색의 아름다운 마린스키 극장. 아무리 황금빛 마린스키 신관이 세련되고 근사하다 해도 이 오리지널 극장의 아름다움과 아우라를 따라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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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 20편(http://tveye.tistory.com/3708)을 올리고 나니 극장 생각이 많이 나서...

지난 2월 20일. 마린스키 극장. 구관. 페트루슈카 보러 갔을 때 찍은 내부 사진 몇 장.

 

이건 4층인가 5층의 복도 카페에서 주스 마시다가 아치의 틈새 사이로 찍은 것. 2층에 커다란 홀이 있는데 그 홀의 샹들리에가 반쯤 보인다.

 

 

 

복도의 의자. 쉬는 시간에 관객들이 여기 앉아 쉰다. 나는 보통 이런 의자에 앉아 미리 챙겨온 물을 마시고 초코바를 까먹는다.. (공연 보면 배고픈데 막간에는 카페에 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못 기다림..)

 

 

 

1층에 있는 아트샵. 마린스키에 가면 꼭 가서.. 모든 엽서와 사진을 전부 살펴보고.. 가끔 슈클랴로프의 근사한 사진이나 더 운 좋으면 왕년의 루지마토프 사진을 득템한다.. 이번에 갔을 때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아주 멋진 사진을 하나 건졌다!!

 

 

 

 

복도 여기저기에 이렇게 코트 보관소(가르제로브)가 있다. 구극장 리노베이션하면 이 구석구석 보관소를 혹시 없애려나 ㅠㅠ 이건 그냥 놔뒀음 좋겠다... 신관은 지하가 모두 코트 보관소인데 줄 엄청 서야 함... 이쪽이 더 좋다. 5층까지 있는데 각 층별로 여기저기 보관소가 흩어져 있어 편한데...

 

 

 

1층 박스석. 베누아르, 오른편 윙.

 

베누아르는 이렇게 칸칸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의자 5~6개가 늘어서 있다. 앞에 3석, 뒤에 3석 식인데 의자가 요즘 극장처럼 붙어 있지 않고 그냥 파란 빌로드 방석 깔린 의자라서 움직일 수가 있다. 고로 나처럼 작은 사람은 앞자리 앉으면 의자를 더욱 앞으로 바짝 당겨서 볼 수 있다.

 

첫번째 벨이 울리고 두번째 벨이 울릴 즈음이면 안내원 할머니들이 열쇠꾸러미를 가져와서 각 칸마다 문을 열어준다. 문 안 열어주면 못 들어감 :)

 

물론 현대적인 신관에는 이런 거 없다... 아아, 이거 다 그대로 놔둬주세요 ㅠㅠ 미로처럼 뻗어 있고 칸칸이 나뉘어진 구극장의 매력인데...

 

(그래도 공연 보기에는 사실 신관이 더 편하긴 하다 ㅠㅠ 앞사람 머리에도 덜 가리고.. 그러나 이 오리지널 극장의 아우라는 결코 신관이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뒤로는 마린스키의 유명한 파란 막이 보이고... 내 자리였던 베누아르 칸막이에 들어와서 머리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 찍음

 

 

 

비스듬하게 찍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가운데로는 마린스키의 아름다운 푸른 천정과 찬란한 샹들리에가 보이고.. 정가운데 커다란 샹들리에는 역시 칸막이 위에 달려 있던 샹들리에.

 

다시 가고 싶구나.

리노베이션한다고 하는데.. 제발제발제발 화장실이랑 앞사람 머리 가리는 의자만 좀 손보고 전체 구조는 놔둬줬으면 ㅠㅠ 제발... 구극장의 아름다움과 세월 속에서 쌓여온 묵중함과 신비로움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가뜩이나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신관을 멸시하고 구극장만이 '진짜 극장'이라고들 하는데..

 

 

** 태그의 마린스키 극장을 클릭하면 이 극장 내외부 사진들이나 극장 공연들, 혹은 리뷰 등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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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월요병에 시달리는 중. 지난 2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보며 위안..

이건 2월 20일. 마린스키 극장(오리지널. 구관) 카페. 보통 마린스키에 가면 2야루스 레프트 윙에 있는 카페에 가는데, 이때는 거기 사람이 꽉 차서 평소에 안 가던 쪽으로 갔다. 복도에 있는 좁은 테이블 쪽인데 여기는 의자가 없어서 서서 차 마셔야 함.

그런데 이 테이블이 놓인 복도 난간 너머로는 2층 벨에타쥐 쪽의 메인 홀이 보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괜찮았다.

 

이날은 유리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봄의 예감'과 포킨의 '페트루슈카'를 보러 갔다.

 

물론 후자를 보러 간 거였는데, 페트루슈카는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성찬이고 음악도 무척 좋다. 발레 자체는, 아마도 더 어릴 때 봤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옛날부터 중요한 발레 중 하나였는데(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의미로) 확실히 영상과 무대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무대를 보니 페트루슈카라는 주인공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오랜 느낌과 내가 부여했던 상징은 의외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페트루슈카는 언제나 그런 작품이었고 내가 거기에 니진스키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봄의 예감은.. 음... 난 안무가로서의 유리 스메칼로프를 괜찮게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너무 작위적이었고 지루했다. 안무 자체도 그렇고.. 이 무대 보고 나서 느낀 건.. 콘스탄틴 즈베레프가 불쌍하다는 거였다. 왜냐하면 즈베레프는 여기서 태양신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엄청 기다랗고 무거운 금빛 천을 내내 끌고 다니고 막 휘두르며 빙빙 돌아야 하고.. 하여튼 중노동을 ㅠㅠ

 

흑흑 불쌍한 코스챠... 키 크고 풍채 좋다는 이유로 태양신이 되어 고생하고.. 최근 스메칼로프가 안무하고 슈클랴로프가 주역을 춘 저승세계의 오르페우스에서도 흉칙한 의상과 분장을 한 저승 뱃사공 카론으로 등장하고.. (즈베레프가 그 역이라는 자막을 봐서 망정이지 얼굴도 못 알아볼 지경 ㅠㅠ)

 

이 두 작품 리뷰도 아직 못 썼네. 생각해보니 2월에 가서 6개나 공연을 봤는데 제대로 리뷰 쓴 건 하나도 없고.. 그나마도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라 바야데르 보고 와서 빅토르 레베제프의 나무토막 연기에 분노해 쓴 게 제일 긴 거네 ㅠ (그 분노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04)

 

 

 

이땐 아직 오페라 글라스 사기 전이라... (마지막 날 샀다 ㅠㅠ)

코트 보관소에서 빌린 오래된 오페라 글라스. 이거 빌릴 때마다 옛날에 가난한 학생 시절 마린스키 오면 이거 빌려서 윗층으로 올라가 공연 보던 생각이 난다. 메이드 인 USSR!!

 

 

테이블 너머로 아래의 메인 홀이 슬쩍 보인다.

이날은 차를 많이 마시고 가서 차 대신 사과주스랑 티라미수..

 

 

천정의 샹들리에 보너스로 한 컷.

 

아, 다시 가고 싶구나!

 

* 이 날 공연 보고 와서 남긴 짧은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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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5. 4. 3. 09:27

마린스키 극장 앞 풍경 russia2015. 4. 3. 09:27

 

 

지난 2월 15일에 찍은 사진들. 이 날은 좀 춥긴 해도 햇살이 쨍쨍 나고 하늘이 파래서 산책하기 좋았다.

버스 타고 마린스키 극장 앞에 내려서 구관과 신관 쪽 잠깐 산책한 후 운하를 따라 쭉 걸어와 네바 강변까지 산책했다. 낮에 찍은 극장 앞 풍경들 몇 장.

이건 구관 건물.

 

 

 

현대적인 신관.

구관과는 좁은 운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운하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눈도 쌓여 있었다.

 

 

 

구관과 신관은 이렇게 육교로 연결되어 있다. 일반인이 다니는 길은 아니고..

운하는 꽁꽁~

 

 

 

낮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도 저녁에 극장 문 열기 전에 좀 빨리 도착하면 항상 이쪽 길 따라 잠깐 산책하곤 한다.

 

 

 

오른편에 보이는 금빛 첨탑은 니콜스키 사원이다. 매우 아름다운 사원이다. 이곳 사진은 전에 올린 적이 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755 (가을)
http://tveye.tistory.com/647 (겨울, 눈보라에 휩싸인 모습)

 

 

 

니콜스키 사원 종탑 좀더 가까이서..

 

 

 

다시 돌아나오는 길. 오른편 상단에 구관 건물이 조금 보인다.

 

 

 

좀 더 가까이 와서..

 

옛날에 여기 살때 공연보러 다닐 땐 구관만 있었기 때문에 신관 풍경이 아직도 가끔 낯설때도 있다.

 

 

돌아나와서 이제 운하 쪽으로 걸어가려다가.. 돌아서서 구관 앞 교차로에서 사진 한 장. 오른편 아주 귀퉁이에 마린스키 구관이 약간 보이고.. 가운데 보이는 것이 니콜스키 사원이다.

 

날씨 좋았었지.. 아아, 다시 가고 싶구나. 벌써 한달 반이나 지났네... 내가 갔을 땐 슈클랴로프는 곱사등이 망아지 하나만 나오더니만.. 갑자기 4월이 되니 줄줄이 해적, 사랑의 전설, 슈랄레, 백조의 호수까지 다 나오네 흐흑.. 너 뭐야 엉엉..

 

** 예전에 올렸던 마린스키 신관 바깥풍경과 내부 : http://tveye.tistory.com/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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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한국은 이미 22일, 여기도 자정 넘겼으니 22일. 자고 일어나면 공항으로 떠나고.. 모스크바에서 경유해야 하니 월요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은 바쁘게 지나갔다. 필요한 물건들과 필요하진 않지만 기분좋은 물건들을 좀 사고.. 며칠 전 추위에 떨다 발견했던 그 카페에 다시 가서 점심을 먹고 그 해사한 직원 사진도 찍고(나중에 카페 소개할 때 올려보겠다), 항상 들르던 네프스키 대로의 카톨릭 사원에 가서 초도 켜고, 마린스키에서 로파트키나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돌아왔더니 밤 10시였다. 한참 짐을 싸고 났더니 어느덧 자정이 넘었네..

 

오늘 사진 몇 장만 올려본다. 많이 피곤하다. 자야겠다. 떠날 생각을 하니 너무 섭섭하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ㅠㅠ

 

 

고양이.

 

서무 시리즈에 등장하는 검정 고양이 미셴카랑 닮음 :)

 

 

 

고양이만 나오면 심심하니 이번엔 개 :)

 

 

 

저녁의 마린스키 신관.

극장 가려고 나오니 비 오기 시작 ㅠㅠ

비 조금씩 맞으면서 근처 돌아다니며 사진 몇 장 찍었다. 해 진 직후라 푸르스름한 빛이 예쁘다. 이 즈음의 빛을 좋아하는데 사실 때를 맞추기 쉽지는 않다. 오늘은 입장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건물. 불 켜진 창문이 예뻐서.

 

 

운하에 비친 마린스키 극장(오리지널) 모습. 얼어붙은 운하 위로 비가 내려서 물이 잔뜩 고였다.

 

 

마린스키 신관 램프들.

 

 

마지막은, 오늘 라트만스키 안무의 안나 카레니나 커튼 콜.

 

왼쪽부터 카레닌 역의 빅토르 바라노프, 가운데는 안나 역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검정옷이 브론스키 역의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다시 봐서 반가웠어요, 울리야나!

 

 

 

 

:
Posted by liontamer

 

 

마린스키 극장(오리지널)에서 단막발레인 '봄의 예감'과 '페트루슈카' 보고 돌아옴. 피곤하니 리뷰는 나중에 따로 올리고 그냥 아주 짧은 메모만.

 

맨 처음엔 왜 성격이 전혀 다른 이 두 작품을 묶었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지금이 봄을 기원하는 마슬레니짜 축제 기간이라... 전자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이야기를 알레고리로 풀어낸 유리 스메칼로프의 작품이고 너무나 유명한 후자는 마슬레니짜 축제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미하일 포킨 작품이다. 그래서 두개를 엮은 거였어.

 

 

 

안무가로서의 스메칼로프를 좋아하긴 하지만 봄의 예감은 너무 알레고리에 치중한 나머지 많이 단조로워서 아쉬웠다. 춤도 크게 볼만한 건 없었고... 어쨌든 리뷰는 나중에.

 

자리가 베누아르의 오른편 사이드라... 줌 당겨도 한계가 있었고 비스듬한 구도로밖에 안나옴.

 

스메칼로프 작품은 24일에 올리는 '카메라 옵스쿠라'를 진짜 보고픈데. 작년 4월 발레 페스티벌때 슈클랴로프를 주역으로 안무해서 올린 작품인데 영상으로 보고도 정말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콧수염 달고 안 멋있는 중년남자 캐릭터로 나오는 슈클랴로프는 이쁘게는 안나오지만 드라마틱한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꼭 무대에서 보고팠지만 그건 24일이라 불가능이다 흐흑...

 

 

페트루슈카는 포킨의 다른 발레 몇개와 마찬가지로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마린스키 무대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근사했다. 하지만 오늘의 페트루슈카는 옛날부터 내가 의미를 많이 부여했던 페트루슈카 인형의 고뇌와 억압구조에 대한 깊은 생각보다는 스트라빈스키 음악과 알렉산드르 베누아(서구에는 프랑스식 표기인 브누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의 화려한 무대 미술/의상, 그리고 떠들썩하고 화사한 러시아 민속풍경에 더 방점이 찍혀 있는 느낌이었다. 뭐 그건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변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걸수도 있다. 페트루슈카는 언제나 그런 작품이었을지도 모르니까.

 

이 리뷰도 나중에. 근데 돌아가서 제대로 다 리뷰 쓰기나 할지 모르겠네. 사실 작년 백야때 와서 본 발레도 마르그리트와 아르망만 리뷰 올리고 두번이나 본 라 바야데르와 돈키호테, 인프라에 대한 리뷰는 흐지부지 안 올렸는데 ㅠㅠ

 

 

커튼콜 사진 한장. 자리가 멀어서 화질 안 좋지만.

무어인 역의 이슬롬 바이무라도프. 발레리나 역의 야나 셀리나. 페트루슈카 역의 안톤 코르사코프.

 

아..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어 엉엉..

내일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라트만스키의 안나 카레니나로 공연 마무리. 보고 싶었던 공연이고 로파트키나가 나오니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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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11. 4. 19:56

마린스키 극장(구관)의 오래된 카페에서 dance2014. 11. 4. 19:56

 

 

전에 마린스키 신관 카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http://tveye.tistory.com/2987)

이번에는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 카페.

 

마린스키 극장 구관은 아직 옛날 극장의 구조를 그대로 갖추고 있다. 홀의 좌석도 경사는 거의 없이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칸막이 내의 좌석들도 그냥 의자들 몇 개를 늘어놓은 것이 전부이다. 내부는 빌로드 카펫이 깔린 계단으로 연결되고 엘리베이터는 없다. 혹은 어딘가 있지만 내가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관람석은 5층까지 이어지는데 미로처럼 뻗어 있어 통로를 잘못 들면 자기 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복도는 좁고 어둡다.

 

널찍하고 채광 잘되는 신관 카페와는 달리 마린스키 구관의 카페들은 2층 벨에타쥐 쪽 복도, 2야루스(4층) 양편 복도 등 좁은 구석에 위치해 있다. 아마 현대식 극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처음 마린스키에 와서 막간에 카페에 갔을 때 끝없이 늘어선 줄과 너무나도 좁은 복도와 다닥다닥한 테이블들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맨 처음 갔던 90년대와 비교하면 페테르부르크는 정말 많이 변했지만 마린스키 구관의 이 카페 풍경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그런데 굉장히 불편하고 좁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관 카페의 매력은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맨 처음 발레를 보았던 순간의 아름다운 기억과 저 좁은 복도와 심지어 의자도 없이 서서 먹어야 했던 테이블, 그곳에서 처음 먹었던 초콜릿 가루 뿌린 아이스크림의 기억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스크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맛이었다, 내 생애 최고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첫 발레와 첫 극장의 맛이랄까.

(나의 첫 발레 : http://tveye.tistory.com/19)

 

요즘은 마린스키에 공연 보러 가면 막간에는 카페에 가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신 일찍 간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딱 그때 가서 입장한 후 겉옷을 맡기고 프로그램을 산다. 뒷자리일 땐 오페라 글라스를 빌린다. 그리고는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2야루스 왼편 계단 입구에 있는 카페다. 오른편에도 있는데 왼편 쪽이 케익이나 디저트류가 더 많았다. 아직 관객들로 들어차기 전의 한적함을 즐기면서 프로그램도 읽고 진한 차와 케익도 먹고 딱 좋다.

 

그러니 혹시라도 마린스키에 가게 되는 분들께서는 공연만 보지 마시고.. 여유가 있다면 조금 일찍 가셔서 오래된 극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좁은 복도 카페의 정취를 느껴보시기를. 그리고 여기 케익 맛있다.

 

 

 

이건 내 자리는 아니고, 누가 에스프레소 마시고 잔을 남겨두고 가서 찍어봄.

 

 

 

 

 

카페 모습은 이렇다. 굉장히 소박하다. 저 높은 테이블은 입식이다. 아직도 그대로네..

 

카운터에서 음료수나 차, 케익을 주문할 수 있다. 옛날에는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퍼줬는데 요즘은 그냥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준다. 슬프구나. 그땐 스쿱으로 퍼주고 초콜릿 가루 뿌려줘서 행복했는데.

 

가운데의 조그만 아치형 입구로 들어가면 2야루스 복도로 연결된다. 저 복도로 들어가면 벤치와 코트보관소, 화장실 등이 있다.

 

 

 

 

이 날은, 라 바야데르 두번째로 보러 갔던 날. 첫날은 앞 2번째 줄에 앉았는데 이날은 베누아르(1층 칸막이 좌석) 사이드에 앉았기 때문에 슈클랴로프의 미모를 자세히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페라 글라스도 빌림 ㅎㅎ

 

저 티라미수 매우 맛있다. 우유 맛이 좀 강하고 가볍게 삭 녹아서 진하고 무거운 티라미수는 아니지만 내 입맛엔 딱 맞았다. 신관에서도 티라미수 먹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구관 쪽이 더 맛있다.

 

 

 

여기서 홍차를 시키면 그린필드 티백인데, 신관 카페에서는 같은 가격에 다망 티백을 준다. 뭔가 이상하지만.. 그래도 더 삐까번쩍한 신관 카페보다는 구관 카페가 더 좋다. 오래된 극장의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이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

 

 

2야루스 왼쪽 방향이라는 표지판과 복도. 샹들리에.

 

 

 

파란 카펫 깔린 저 계단을 따라 올라오면 이 카페가 나온다.

 

 

 

이건 이틀 후 돈키호테 보러 왔던 날. 이날은 올레샤 노비코바와 김기민씨가 주역이었다. 이날 공연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7월 마린스키 공연들 리뷰 쓰겠다고 해놓고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하나밖에 안 썼구나..

 

돈키호테 프로그램 펼쳐놓고 읽는 중.

 

이날은 티라미수 대신 부셰 선택. 그러나 부셰는 너무 달았다... 그냥 티라미수 시킬 것을..

 

 

 

 

다시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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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3. 12. 12. 20:01

마린스키 극장의 코트 보관소 russia2013. 12. 12. 20:01

 

 

지난 9월. 바흐치사라이의 분수 보러 갔을 때.

이건 오리지널 마린스키 극장의 코트 보관소이다. 신관은 코트 보관소가 지하에 있는데 가로로 길게 탁 트여 있고 직원들도 매우 젊고 예쁜 남녀로 구성되어 있다. 구 극장은 이렇게 복도 구석구석에 코트 보관소(가르제로브)가 있고 주로 할머니들이나 중년 아주머니들이 일하신다.

아무리 신관이 근사하고 멋져도 오래된 극장의 정취에는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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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