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천사, 마음을 뒤흔드는 악마, 파리의 알리사와 미샤 about writing2016. 8. 11. 21:52
지난주에 나는 몇년 전 쓴 소설에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출신인 트로이와 알리사가 나눈 대화와 알리사가 런던으로 떠난 과정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그때 트로이는 레닌그라드에 남았고 알리사는 런던에 있는 소련 대사관으로 떠났다.
(http://tveye.tistory.com/5016 : 알리사는 기계벌레와 도스토예프스키, 불가코프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 항의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불멸입니다!)
아래 발췌한 이야기는 그로부터 몇달 후의 일이다. 미샤가 키로프 발레단의 유럽 투어에 참여한다. 그는 파리와 암스테르담, 브뤼셀에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일 때문에 파리에 들른 알리사와 잠깐 조우한다. 돌아온 미샤는 친구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들이다. 디나 로쉬도 마찬가지이다. 런던 댄스 페스티벌도 여러가지 페스티벌과 콩쿠르를 조합해 내가 만든 것이다.
맨 위의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은 아니고 웹에서 얻은 것인데 분위기가 좀 이 에피소드와 어울려서 올려봤다. 어스름에 잠긴 궁전광장에서 이삭 성당과 네프스키 거리 입구를 바라본 풍경이다. 내 글에서는 저런 어둠 속에서 미샤와 트로이가 걷는 장소가 고로호바야 거리라서 여기는 아니고 그저 좀 가까운 곳이긴 하다만.
..
나는 몇주 동안 많이 힘들었고 특히 최근 며칠 동안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심신을 주워모으는 중이다. 예전 글도 읽고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다녀와 조금 구상한 글에 대한 생각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이 방법으로 숨을 쉬고 다시 물 위로 올라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12월 초에 미샤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투어를 떠났다. 별 문제 없이 투어에 합류하고 백조의 호수와 지젤 두 개 작품을 모두 추게 된 것을 보니 지나이다의 말을 잘 들었던 게 틀림없었다. 파리 첫 공연이 끝나고 며칠 후 런던으로부터 잠시 들어온 알리사의 동료가 타냐에게 조그만 상자를 전해 주었다. 실크 스카프와 초콜릿 캔디들 아래 이중바닥에 공연에 대한 프랑스 뉴스 녹화 테이프와 신문, 잡지 기사가 숨겨져 있었다. 알리사는 특유의 조그맣고 깔끔한 글씨로 짧은 메모를 남겼다. 안부 인사도 없이.
회의 때문에 파리 갔다가 지젤 봤어.
극장이 발칵 뒤집혔지.
콧대 높은 파리 사람들 넋을 완전히 빼놨어.
타냐의 집에 모여든 친구들에게 프랑스어를 전공한 스베타가 뉴스와 기사를 번역해 소리 높여 읽어주었다. 열광과 칭찬 일색이었다. 트로이는 ‘사악한 천사, 마음을 뒤흔드는 악마’라는 다분히 뜨겁고 감상적인 표현을 발견하고 수첩에 적어두었다. 그건 파리 오페라 극장의 스타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디나 로쉬가 한 말이었는데 그녀는 공연 다음날 아침 키로프 발레단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미샤와 한 시간 동안 직접 인터뷰를 했다. 물론 관계자들과 보안요원들이 동석한 자리였고 전문이 다 실려 있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터뷰는 무척 생생한 열광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로쉬가 미샤한테 완전히 반했나봐. 자기가 조직위원으로 있는 런던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했어. ”
“ 언젠데? ”
“ 2월. ”
“ 와, 근데 보내줄까? ”
“ 기자들 다 있는데서 제안해서 다닐로프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나봐. ”
“ 그럼 런던에 가겠네. 코스챠한테 트렁크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다. ”
그들은 이고리의 편집실로 몰려가 녹화 테이프도 돌려보았다. 뉴스 클립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공연 모습과 커튼 콜 장면, 파리 오페라 극장에 천둥처럼 울려 퍼진 갈채와 함성만으로도 꽤 볼만했다. 디나 로쉬와 미샤의 인터뷰 필름도 있었다. 기사에는 빠져 있던 부분이었다. 인터뷰는 러시아 대사관 쪽 통역을 통해 진행되었지만 로쉬가 어떤 질문을 던지자 미샤가 통역을 기다리지도 않고 재빨리 프랑스어로 길게 대꾸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고리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 뭐라고 하는 거야? 쟤 어떻게 프랑스어를 저렇게 해? ”
“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어. ”
“ 배워봤자 발레 용어였을 텐데. 네가 영어도 가르쳤잖아. ”
“ 음, 영어도 나쁘지 않아. ”
“ 그래, 준비 잘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
트로이가 노려보자 이고리는 입을 다물었다. 애가 탄 타냐가 스베타를 쿡쿡 찔렀다.
“ 무슨 얘기였어? 우리 쪽 사람들 얼굴이 완전히 굳었잖아. ”
“ 어... 좀 민감한 질문이었어. ‘키로프는 확실히 고전 발레 쪽에서는 최고의 극장이지만 예술가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지 않느냐, 파리나 서방 국가의 무대에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 처음엔 이렇게 물었어. ”
“ 그래서 뭐라고 대답한 거야? ”
“ 디나가 부른다면 물론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어. 모든 예술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면 그건 예술가가 아니라 급료를 받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 ”
“ 급료를 받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동자를 그렇게 깎아내렸단 말야? 대사관 사람들과 요원들 앞에서? ”
트로이는 공포에 질려 신음을 토했다. 이고리는 고개를 저으며 스베타에게 물었다.
“ 그 다음엔? 또 다른 질문 있었잖아. ”
“ 아, 음... 파리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레닌그라드와 어떻게 다른지, 여기 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지 물었어. ”
“ 그 여자 너무한데, 망명을 부추기는 질문처럼 들리잖아. 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걸 물으면 미셴카가 난처해지지. ”
“ 파리는 레닌그라드만큼 춥지 않고 길에 진창이 별로 없어서 신발이 덜 더러워지는 게 좋대. 그 말 때문에 로쉬랑 둘이 웃은 거야. 로쉬가 애한테서 눈을 못 떼는 걸 보니 진짜 반했나봐. 아, 그리고... 자기는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어. ”
“ 알만하네, 저 인터뷰 끝나고 불려갔을 거야. 그냥 통역이 적당히 잘라서 옮기게 놔둘 것이지... 아, 우리 로미오를 어떻게 하지. 평소엔 그렇게 침착한 애가 자기 춤 앞에선 성격이 불같이 변해. KGB 놈들이 가만히 안 놔둘 거야. ”
타냐가 탄식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고리가 휘파람을 불었다.
“ 그래도 레닌그라드로 소환 안하고 브뤼셀이랑 암스테르담에 보내줬잖아, 별 일 없을 거야. ”
“ 런던엔 못가겠네. ”
“ 두고 봐야겠지 뭐. 그건 그렇고 프랑스 사진사가 우리 쪽보다 실력이 훨씬 좋네, 자다가 일어나서 내려온 애를 모델처럼 찍어 놨으니. 나도 이런 구도로 찍어봐야지. ”
“ 이고리 넌 멀쩡한 애를 왜 자다가 일어났다고 폄하하고 그래, 원래 잘난 애를. ”
“ 저 까치집 같은 머리 좀 봐라, 눈도 풀려 있고. 셔츠 단추도 위는 하나도 안 잠근 거 안보여? 다닐로프가 또 펄펄 뛰었을 게 뻔해, 극장 명예가 어쩌고저쩌고. ”
“ 그래도 사진은 근사한데. 파리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스크랩하겠어. ”
타냐와 스베타, 이고리가 잡지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동안 트로이는 좁고 답답한 편집실을 빠져나와 비상구로 갔다. 차디찬 바람을 쐬며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벨트 아래를 눌렀다. 그저 펄프와 잉크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데 어째서 그 보잘것없는 사진 한 장마저 그토록 격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고리의 말이 맞았다, 그건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된 모습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그 모습을 잘 알았다. 흐트러진 머리와 무겁게 처져 뒤엉킨 속눈썹, 평소의 예리함이 사라진 부드러운 눈매. 아무리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해도 소용없었다. 잠에서 깨어나 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항상 그랬다. 온통 느릿느릿하고 어눌하고 거의 어린 아이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다. 그 짧고도 긴 시간만큼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그를 온전히 자기 것처럼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미샤는 그런 무기력한 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자신의 몸이 대체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다. 빨리 정신을 차리려고 일어나자마자 찬물로 얼굴을 씻고 차가운 우유나 진한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며 온갖 애를 다 썼지만 완전하게 또렷해질 때까지는 언제나 한 시간이 필요했다.
“ 그냥 받아들여. 넌 잠에서 깨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일 뿐이야. ”
“ 유라가 그러긴 하더라, 아침에 활동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
“ 학교 다닐 땐 어떻게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받았어? ”
“ 춤이나 음악 수업은 괜찮았는데 다른 건 힘들었어. 다행히 1교시가 주로 강령이랑 공산주의 교육이어서 자주 제꼈어. ”
그 한 시간만큼 트로이를 강렬하게 감동시키고 애정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순간은 거의 없었다. 그는 미샤가 잠에서 깨어난 후 곧장 침대에서 내려가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잠든 척하며 거미처럼 기다랗고 무거운 자신의 사지로 그의 몸을 반쯤 덮고 있을 때도 있었고 아예 애무를 하거나 섹스를 할 때도 있었다. 사랑을 나누고 나면 미샤는 평소보다 일찍 제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피가 잘 돌아서' 라고 농담을 했는데 트로이는 그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희미하게 흥분을 느꼈다.
그런데 마로조프도 그 모습을 알까? 니콜카도, 아스케로프도, 스비제르스키도, 그리고 그 외의 이름 모를 정부들도 모두 그 한 시간을 알고 있을까? 갑작스럽게 트로이는 칼로 파고드는 것 같고 불타는 듯한 질투심과 분노를 느꼈다. 심지어 편집실에서 그 사진을 보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잡지를 펼쳤다가 미샤의 모습을 봤을 무수한 프랑스 남녀에 대해서도 비이성적이며 무자비한 증오가 치솟았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와 희미한 졸음에 취해 있는 길고 부드러운 눈매, 반쯤 벌려진 입술과 칼라 아래 단추 여러 개가 풀려 있는 검은 실크 셔츠와 어린 아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소파에 늘어뜨리고 있는 팔과 다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인생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소중하고 비밀스런 그 무엇을 순식간에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너희들은 그냥 무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잖아. 이건 그냥 놔둬!’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불을 지르고 싶었다. 칼이라도 휘두르고 싶었다. 그런 자신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오랫동안 그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 * *
큰 성공을 거둔 유럽 투어에서 돌아온 직후 미샤는 모임에 찾아왔고 파리에서 만난 알리사에 대한 소식을 짧게 전해주었다. 대사관 리셉션에서 자기가 직접 찍은 그녀의 사진도 한 장 가져왔는데 트로이에게 주려고 했지만 코스챠가 열광하며 빼앗아가 버렸다.
“ 여전히 예쁘구나, 알랴는. 근데 많이 야위었네. ”
사진을 들여다보며 갈랴가 혀를 찼다. 알리사는 어깨를 드러낸 암청색 드레스 차림이었고 여전히 붉은 기가 도는 머리칼을 소년처럼 짧게 자른 채 비스듬하게 몸을 틀고 있었다. 솟아오른 광대뼈 위로 커다란 갈색 눈동자가 깊고 쓸쓸하게 빛나고 있었다.
코스챠가 미샤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절하게 물었다.
“ 알랴 혼자였어? 아니면 파트너가 있었어? 누구 사귄대? ”
“ 런던 쪽 동료들과 같이 왔어. 사귀는 사람은 잘 모르겠네, 5분밖에 못 봤거든. 다들 보고 싶다고 전해 달래. ”
“ 걔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지 그랬어. 런던에서 엄청 외로웠을 텐데. ”
“ 그러지 않겠냐고 했는데 알리사가 시간이 안 된다고 했어. ”
“ 알리사가 네 공연 기사랑 뉴스 클립 보내줬어. ”
“ 아, 의외네. ”
“ 뭐가? ”
미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파리에 가기 전에 트로이가 알리사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런던에도 가게 된다면 알리사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했더니 미샤는 ‘알리사는 날 싫어하는데 보러 올까?’ 하고 물었었다.
그날 갈랴의 집에 모여든 친구들은 끊임없이 미샤에게 투어와 공연에 대해, 파리와 브뤼셀과 암스테르담, 이름만으로도 한없이 자유롭고 멋지게 느껴지는 그 도시들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미샤는 평소처럼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들로 대답했지만 트로이는 그의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늑한 거실 안에서, 따뜻하고 열광적인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미샤는 홀로 길을 잃은 것처럼 멍하게 서 있었다.
마침내 트로이는 다음날 오전 리허설이 있지 않느냐는 핑계로 미샤를 갈랴의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코스챠가 자기 차로 데려다 줄 테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붙잡았지만 다들 네 음주 운전에 친구들의 생명을 저당 잡힐 수는 없다고 심하게 야단쳤다.
차디찬 밤거리로 나와 버스를 타러 갔을 때 미샤가 말했다.
“ 알리사가 네게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어. ”
“ 무슨 뜻인지는 얘기 안해? ”
“ 네가 알 거라는데. ”
물론 알았다. 그는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약속을 지키는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리사는 그가 진정한 시인처럼, 진짜 작가처럼 쓰기를 원했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오로지 열망만이 존재했다. 그것도 충분히 뜨겁지도 못한 열망.
“ 또 다른 말은 없었어? ”
“ 없었어. 알리사는 외롭고 불행하게 거기 있었어. ”
“ 거기는 어딜 말하는 거야? 파리? 런던? ”
“ 글쎄, 둘 다. 똑같은 거야, 안드레이. 파리나 런던이나 둘 다. 어쩌면 여기와는 다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알리사가 찾는 건 거기 없을 거야. ”
“ 알랴가 왜 런던에 갔다고 생각해? ”
“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고 싶어서. ”
“ 서로 싫어하는 사이치곤 꽤 날카로운 얘긴데. ”
“ 난 알리사 싫어하지 않아. 사실은 꽤 좋아해. ”
버스가 고로호바야 거리 근처에서 멈추었다. 미샤가 트로이의 뒤를 따라 내렸다. 별 말도 없이 어두운 거리를 건너 아파트 안뜰로 들어섰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고 미샤의 머리에서 모자가 벗겨져 멀리 날아갔다. 미샤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로이는 투덜거리며 뜰 저편으로 모자를 주우러 갔다.
돌아왔을 때 미샤는 엘리베이터를 붙잡아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릿한 전구 불빛 아래에서 검은 눈동자가 두세 겹의 불타는 원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트로이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그를 밀어 넣었다. 등 뒤로 문이 닫혔을 때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와락 끌어당기며 키스를 했다. 지금껏 트로이가 집 바깥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샤가 잠깐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를 쳐다보았다. 거기 다시 그 시선이 있었다. 길 잃은 것처럼 멍하고 우울한 눈빛. 그는 더 이상 그런 눈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술로 그 눈 위를 덮었고 혀끝으로 눈꺼풀과 속눈썹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핥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는 앞집 사람이 나와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미샤를 아플 정도로 꽉 끌어안은 채 복도를 지나 자기 집 문 앞으로 갔다. 열쇠를 두 번 잘못 돌리자 미샤가 그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직접 열었다.
....
잠에서 깨기 힘들어하는 미샤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44
12월, 눈오는 마린스키(구 키로프) 극장 풍경. 이것도 웹에서 가져온 것. 아래 사진 네장은 내가 이번에 갔을때 찍은 것들.
이건 트로이와 미샤가 버스를 탔던 곳은 아니고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버스 정류장. 이 글에서 그들은 바실리예스프키 섬에 있는 날리츠나야 거리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그 정류장은 전에 사진 올린 적 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4421 )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어느 건물 문.
전에 몇번 올린 적 있지만,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런 안뜰(드보르)이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 많다. 트로이가 살고 있는 고로호바야 거리의 아파트도 이런 문을 지나 안뜰로 들어가면 사방을 둘러싼 건물이 나오고 그중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어스름에 잠긴 고로호바야 거리.
여기는 트로이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라 이 글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이 거리는 꽤나 길어서... 트로이의 아파트는 위의 사진에 나온 곳과는 꽤 떨어져 있음.
어쨌든 미샤는 발레 투어를 갔다왔으므로 그가 주역을 췄던 지젤과 백조의 호수 사진 몇 장. 물론 미샤는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므로 사진은 다른 사람들 :)
안드리스 리에파 & 율리야 마할리나. 지젤.
아르춈 옵차렌코. 지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백조의 호수
그리고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 사진으로 마무리...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about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샤의 몇 가지 논리, 다들 똑같아지면 재미없음, 싫지 않은 것과 보통과 별로 사이 (48) | 2016.08.22 |
---|---|
전락, 어둠, 두 개의 메모, 내가 생각했던 세 가지 정점 - 아마 지금도 유효할 듯 (40) | 2016.08.17 |
알리사는 기계벌레와 도스토예프스키, 불가코프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 항의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불멸입니다! (54) | 2016.08.05 |
이웃사촌 미샤와 베르닌, 미샤가 생각한 해법 두 가지 (36) | 2016.07.24 |
세베르 제과점, 그가 먹고 싶었던 모코 케익, 파트너들의 대화, 보위, 미샤의 아파트, 팬과 관객들 (51) | 2016.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