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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15 아직 꺼지지 않은 램프
  2. 2014.05.14 석양에 잠긴 풀코보 공항(신청사)
  3. 2014.05.11 마음의 위안을 위해 발레 사진 여러 장 : 마린스키, 이반첸코, 슈클랴로프(+예시나, 테료쉬키나, 노비코바, 오브라초바 등) 2
  4. 2014.05.10 링크 펌) 다음 악마는 러시아다(한겨레 기사)
  5. 2014.05.10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라 바야데르' 망령의 왕국 솔로르 영상 클립 2
  6. 2014.05.10 '라 바야데르'(사라파노프, 세미오노바 :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4.2 리뷰 2
  7. 2014.05.09 판탄카 운하
  8. 2014.05.08 박스트 불새 일러스트 찻잔 4
  9. 2014.05.07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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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2014.05.05 마린스키 발레 '곱사등이 망아지'(3.30) 간단한 리뷰
  12. 2014.05.04 국립발레단 해설 발레 - 돈키호테 보고 나옴
  13. 2014.05.03 무수한 창문들
  14. 2014.05.02 마린스키 신관 1주년 +
  15. 2014.05.01 3.30 마린스키 극장 신관 외부와 내부 사진들
  16. 2014.04.30 벌써 한 달 전 사진들
  17. 2014.04.29 마린스키 세헤라자데 클립(루지마토프/자하로바, 슈클랴로프/테료쉬키나)
  18. 2014.04.29 마린스키 발레(3.29) 포킨의 밤 리뷰 03 : 세헤라자데 2
  19. 2014.04.28 눈은 곧 녹을 거예요
  20. 2014.04.27 라 바야데르를 춤추는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 화보 한 장
  21. 2014.04.26 마린스키 발레(3.29) 미하일 포킨의 밤 간략 리뷰 02 : 불새 4
  22. 2014.04.23 첫날 산책은 언제나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23. 2014.04.22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2
  24. 2014.04.21 천사들
  25. 2014.04.20 골목과 사람들
2014. 5. 15. 23:38

아직 꺼지지 않은 램프 russia2014. 5. 15. 23:38

 

 

지난 4월 8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체크아웃한 후 가방을 맡기고 나서 에르미타주에 가려고 궁전 광장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유심히 봤더니 가로등 램프가 아직 켜져 있었다. 정오가 되기 전이긴 했지만 무척 맑은 날이었고 밝았기 때문에 느낌이 묘했다.

 

파란 하늘을 등지고 노란 불빛을 내뿜고 있는 가로등 램프를 보는 건 어딘지 특별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름답기도 했다.

 

 

 

 

 

 

 

에르미타주 관람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램프 불빛은 꺼져 있었다.

 

이 광장에 진짜 많이 왔었는데 내 기억에 이렇게 맑고 파랗고 밝은 낮에 램프가 켜져 있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아닌가, 옛날에도 그런 적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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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5. 14. 20:53

석양에 잠긴 풀코보 공항(신청사) russia2014. 5. 14. 20:53

 

 

지난 4월 8일. 풀코보 공항 신청사. 귀국 비행기 기다리면서.

 

이제 시외버스 터미널처럼 작고 후지던 풀코보 2 공항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도 이런 번쩍거리는 새 공항이...

 

이 풀코보 신청사야말로 이번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제일 놀라웠던 경험임.

 

 

공항 내 스타벅스.

 

 

 

 

석양은 참 좋다.. 비행기만 안 보이면 더 좋을텐데...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승객이 거의 없어 누워서 올 수 있었지만.. 중국에 접어들고부터는 비행기가 너무 흔들려서 심하게 멀미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아주 고생하며 돌아왔었다. 정말 비행기가 싫다...

 

** 저 날 새 공항에 놀라워하며 스타벅스에 앉아 올렸던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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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비 오는 일요일 밤... 기분도 꿀꿀하고 두드러기 때문에 우울해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마린스키 무용수들 화보들 올려본다.. (라고 적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무용수 2명-예브게니 이반첸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이라고 읽는다^^ 물론 다른 사진도 있긴 하지만)

 

위의 사진은 마린스키 브 콘탁트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 :)

 

 

이건 작년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화보. 출처와 사진사 이름이 캡션으로 적혀 있다. 지젤.

 

 

 

예브게니 이반첸코. 백조의 호수.

 

이제 나이가 많아서 도약이 좀 딸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에선 꽤 높이 뛴 것 같다 :) 하긴 이 분은 젊은 시절에도 훌륭한 체격의 왕자님 타입에 안정적 파트너로서의 요건을 갖춘 포즈가 멋진 무용수였지 점프나 피루엣 등 화려한 테크닉에 입벌리고 감탄하는 무용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내 첫사랑 무용수~ 그래서 뭘 해도 다 용서가 됨...)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백조의 호수.

올가 예시나, 예브게니 이반첸코.

 

 

위에 이어 같은 무용수들.

 

 

 

이제부터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와 함께. 돈키호테.

 

슈클랴로프는 테크닉이 좋긴 하지만 파트너를 붙잡아주는 기술이 좀 약하다(ㅠㅠ) 이게 체격이 작아서 그런 건지, 원체 에너지가 넘쳐서 통통 튀어나가려고 하는 애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자기는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게 듀엣이라 생각하고 발레리나를 받쳐주는 게 우선책무라고 생각한다는데 슬프게도 가끔 삐끗삐끗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난 얘가 아다지오 추는 것보다 화려한 솔로를 추거나 아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등등 모던이 가미된 발레, 아니면 드라마틱한 연기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근데 또 아내인 쉬린키나와는 듀엣도 잘 추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걸 보니.. 역시 얘는 사랑하는 여자랑 춰야 하나. 아니면 자그마한 체격의 파트너들과 출 때 안정감 있는 건가.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도 그렇고 아내인 쉬린키나도 그렇고 자그마한데다 날씬한 애들이라..

 

** 새벽에 추가 : 유튜브에 얘가 테료쉬키나와 어제 춘 돈키호테 클립이 올라와서 받아 봤다. 중간중간 주요 장면들이 들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1막의 바질 솔로와 3막 자살쇼가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마음의 위안이 됐다 :) 내일쯤 영상 링크 올려보겠다.

 

 

이건 최근 끝난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Mr.브이라지쩰노스찌(표현력 최고상...이라고 번역해야 하나) 받았을 때. 테료쉬키나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췄다. 이때 그랑프리는 안나 쯔이간쉬나가 받았다. 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함. 심사평과 기사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삶에 대한 기쁨으로 넘치는 생기발랄한 슈클랴로프'라는 묘사 때문에...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는 건 무용수에겐 큰 강점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석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 같은 웃음 얘기다. 이 사람에겐 그런 강점이 있어서 심지어 단순하고 재미없는 춤을 출 때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뉴스에서 얘가 이 상 받고 수상 소감 말하는 걸 좀 봤는데 그때도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슈클랴로프들이 있지만 슈클랴-로-프는 저 하나 뿐이에요~" 라고 :) (이건 노어를 알아야 재미있는데, 노어는 우다레니예-강세-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보통은 저 성에는 강세가 앞에 있는 모양인데 이 사람은 끝의 'o'에 있다.

 

 

이건 테료쉬키나와 이번 댄스 오픈 페스티벌에서 췄던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 이전에 췄던 클립은 보니까 옛날보다 삐끗거렸는데 이번엔 그때보다 잘 췄던 거겠지??

 

 

 

이건 아마도 에튀드. 불쌍하게 옆모습만 나온 왼쪽 남자 무용수는 아마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인 듯. 발레리나는 올레샤 노비코바. 사진사는 캡션에 있는대로 Gene Schiavone.

 

 

이것은 바로 지난 4월 3일 마린스키에서 초연되었던 애쉬튼의 발레 '실비아'. 지난 달에 저거 보러 러시아 갔던 거나 마찬가지 ㅠㅠ 리아노보스티 신문사의 사진.

 

주제넘게 아르테미스 여신의 님프인 실비아를 향해 사랑에 빠져버린 목동 아민타 역. 이미 사랑을 호소하다 테료쉬키나 실비아에게 화살 맞고 바닥에 엎드려 있음 ㅠㅠ

 

1막 내내 저렇게 엎드렸다가 누웠다가 뒹굴다가 ㅠㅠ 그래서 이 1막은 그냥 저 사람이 누워 있는 자태만 구경하다 끝났다 ㅠㅠ 그러나 저 사람이 저렇게 헐벗고 등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슴 설레고 말았다... (동행한 친구의 구박을 한바가지 받음)

 

그래도 그렇지, 저런 애가 사랑을 고백하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하며 받아줄 것이지 저 실비아는 어째서 화살을 쏘는 거야! (전형적인 팬심의 사례 ㅠㅠ)

 

 

 

이것도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발란신의 jewels 중 루비.

올레샤 노비코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나름대로 자신있는 레퍼토리인지 작년 자기 베네피스 공연에도 넣긴 했는데... 아마 미국인들은 이 사람이 추는 발란신 보면 싫어할 것 같다. 전통적인 페테르부르크 발레 학교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라 플롯이나 납득할만한 스토리가 있어야 제대로 춤을 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발란신 작품조차도 머리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생각해낸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발란신 작품은 좀 다르지 않나... 예전에 파루흐 루지마토프나 다른 마린스키 무용수들도 발란신을 열심히 추긴 했지만 '저건 조금...' 이란 평을 들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러시아 냄새가 폴폴 나는 페트루슈카나 다른 고전발레들을 ABT 같은 다른 동네에서 추면 뭔가 이상하듯이.

 

 

작년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 라 바야데르.

도로시 질베르(불어 발음 이거 맞나 ㅠㅠ)와 함께. 이것도 베네피스 공연. 이때 발란신의 루비, 라 바야데르의 망령의 왕국, 그리고 젊은이와 죽음 췄다.

 

그래, 솔로르 의상은 저렇게 탑을 입혀야지! 배를 다 가리는 착 달라붙는 상의가 웬말이냐 ㅠㅠ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백조의 호수.

 

난 항상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드는 게 제일 어렵고 저 무릎 위에 세우기는 별로 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으나.. 저게 꽤 어려운가보다. 또 생각해보니 균형 잡기가 아주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지난 4월 6일 마린스키에서 백조의 호수를 봤는데 그때 지그프리드를 춘 게 볼쇼이 솔리스트인 데니스 로지킨이었다. 근데 이 사람은 옥사나 스코릭의 오데트를 무릎 위에 올려놓지 못하고 말았다 ㅠㅠ

 

로지킨, 왜 그랬어요.. 당신보다 자그마한 저 사람도 저렇게 오데트를 척척 무릎에 올려놓는데 ㅠㅠ 엄밀히 말하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에 올려놓기라고 해야 하나...

 

근데 고전 발레를 보다 보면 누가 나오든 항상 조마조마하다.. 피겨 스케이팅 보는 것처럼.. 저러다 발레리나를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점프하다 헛디디면 우째... 등등... :) 옛날에 미하일로프스키에서 잠자는 미녀인지 백조인지 하여튼 공연 보다가 주역 발레리나가 엉덩방아 찧는 걸 본 이래 항상 그 공포가 스멀거린다!!

 

 

이건 작년 신데렐라. 왼편에는 게르기예프. 이건 유튜브에 영상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비슈네바의 신데렐라는 사랑스럽고 백팩에 구두 넣고 헤매는 슈클랴로프의 왕자는 귀여움의 극치 :)

 

 

 

이제부터는 alex gouliaev의 사진들.

 

지젤. 아내인 쉬린키나와 함께. 이 사람은 원체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좋아서 알브레히트에 잘 어울린다.

 

 

 

이건 잠자는 미녀.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알리나 소모바와 함께.

 

 

이것도 곱사등이 망아지~

 

 

 

그리고 이건 젊은이와 죽음. 그로테스크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진. 이 사람은 절망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연기도 잘한다. 사실 내가 이 사람에게 진짜로 반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이 공연이었다.

:
Posted by liontamer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4&oid=028&aid=0002231150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한겨레 기자가 좀 다른 시선으로 쓴 칼럼. 읽을만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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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앞서 올린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라 바야데르 리뷰(http://tveye.tistory.com/2799)에 이어.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전에 췄던 망령의 왕국 솔로르 춤 편집 영상 클립. 교묘히 편집되어 니키야는 안 나오고 사라파노프만 나온다 :) 이건 마린스키 시절.

 

 

 

:
Posted by liontamer

 

라 바야데르 (2014.4.2,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사진은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벽에 붙은 라 바야데르 공연 광고. 매진 띠가 붙어 있다)

 

니키야 : 폴리나 세미오노바

솔로르 :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감자티 : 빅토리야 쿠체포바

브라만 : 마라트 쉐미우노프

황금 신상 : 데니스 톨마쵸프

지휘자 : 파벨 부벨니코프

 

 

1. 라 바야데르를 처음 봤을 때

 

사람의 취향이란 변하는 것이어서 옛날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발레인데 요즘은 라 바야데르도 잘 추는 버전으로 보면 또 나름 괜찮게 본다.

 

맨 처음 라 바야데르를 본 건 오랜 옛날 마린스키 극장에서였다. 그땐 막 발레를 보기 시작해서 열광하던 초짜 시절이었다. 그 당시야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것도 아니고 필름을 구해 볼 루트가 다양했던 것도 아니니 이 발레에 대한 사전 정보란 "1. 오리엔탈리즘이 가미된 웅장한 작품. 2. 아랍 의상 입은 멋있는 주인공들이 나옴. 3. 백조의 호수나 지젤처럼 하얀 옷 입은 여자들의 군무가 있음..." 이었다. (웃지 마세요 ㅠㅠ 그땐 지금처럼 정보 찾기 편한 시절이 아니었다고요!)

 

마침 신년이 되었고 1~2월 공연 일정표가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끊어보려고 마린스키 극장 내의 매표소까지 갔다. 그때 친구를 열심히 꼬셨다. 당시 나는 포킨 발레에 빠져 있었고 라 바야데르도 세헤라자데 스타일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진짜 볼만할 거라고 막 꼬셨다. '이거 엄청 화려하고 멋있을 거야~ 남자들도 타이츠 아니고 아랍 팬츠 입고 나와 >.< 유명한 애들도 나와~' 등등... 게다가 이건 가격도 포킨이나 발란신보다 훨씬 비쌌다. (원래 백조 등 유명 고전 레퍼토리는 표값이 더 비쌈) 어쨌든 학생 할인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당시 주머니 사정으로는 좀 비싸고 좋은 자리를 끊어서 갔다.

 

그런데...

 

1막, 2막까지는 그런대로 재밌게 봤지만 문제의 망령의 왕국이 나온 순간 나는 유체이탈. 그리고 그 앞의 막들도 딱히 맘에 안 들었다.

 

그 이유는..

1. 남자 주인공 솔로르가 너무 찌질하다.(지젤의 알브레히트에게 느꼈던 것과 유사한 분노. 저 나쁜눔!! 출세를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버리다니!! 아무리 외모가 잘나고 호랑이를 잡아오면 뭘하니! 좋아하는 여자 하나 못 지키고 공주랑 결혼시켜준다니 휙 넘어가고!! 여자 죽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면 뭘해. 아편이나 피우고, 이 허접한 놈아! .. 하지만 잘생긴 솔로르라면 또 관대해질지도 ㅠㅠ

2. 리브레토만 봐서는 무지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데 막상 발레는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가고 그냥 오리엔탈리즘에 젖어 과시만 해대는 것 같다.

 3. 망령의 왕국! 으악, 저 망령은 대체 언제 다 내려오는 거냐... 으악, 저 망령들에 비하면 지젤의 윌리들은 돈키호테 스페인춤 수준으로 재밌구나!

 

.. 지금 생각하니 좀 웃기지만 저 때는 발레 본지 1년도 안 된 시절이었고 무조건 화려한 테크닉과 도약, 주테, 피루엣, 남자 무용수들의 역동적 춤, 32회 푸에떼 등이 좋았던 때였다. 심지어 저땐 지젤 2막의 윌리 군무 때도 괴로워했다! 백조 군무도 별로 안 좋아했다!

 

같이 갔던 친구도 대왕실망... 같이 돈키호테 보고 열광하던 친구였음 ㅠ.ㅠ 이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친구(전 룸메이트)는 지금도 라 바야데르는 별로 안 좋아해서 이 공연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면 '난 바야데르까는 좀...'하고 거절 ㅠㅠ (바야데르까는 러시아어 제목임. 사실 나도 이 제목이 더 입에 붙는다)

 

그런데 저 첫 공연 때 캐스트가 엄청나게 화려했다. 아실무라토바가 니키야, 파루흐 루지마토프가 솔로르, 이르마 니오라제가 감자티였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대단한 캐스트로 라 바야데르를 마린스키에서 봐놓고도 나는 저렇게 투덜대고 있었던 것이다 ㅋㅋ 미안해요 루지마토프님... 그래도 당신 춤은 멋있었어요...

 

 

2. 솔로르, 니키야, 망령들, 그리고 이 발레에 대한 평소 느낌

 

이후 라 바야데르를 여러 번 봤다. 그래도 첫 인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둘 다 고티에가 리브레토를 써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내게 라 바야데르는 항상 지젤의 럭셔리 오리엔탈리즘 변용판으로 느껴졌다. 내용도 유사하고 여자를 버린 남자 주인공이 환상의 망령들 사이에서 죽은 여자의 영혼을 만나 참회하는 형식도 비슷했다. 그러나 내게 라 바야데르는 지젤과는 달리 굉장한 허세로 가득찬 작품이란 인상이 강했다. 사실 지금도 그런 느낌이 좀 남아 있다. 원래 포즈와 허세가 고전 발레의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냉소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솔로르에 대한 인상은 알브레히트와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 무용수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기는 한다. 오히려 춤 자체는 솔로르가 알브레히트보다 더 볼만하다. 테크닉도 그렇고. 하지만 바로 그때문인지 솔로르에게는 알브레히트가 보여주는 드라마, 즉 회한과 참회, 고통과 처벌을 통한 갱생 등의 드라마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니키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국립발레단 공연과 이번 미하일로프스키 발레단 공연을 보면서 내가 왜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깨달았다. 사실 라 바야데르는 리브레토만 보면 진짜 드라마틱하고 통속적이다. 그래서 니키야가 뱀에 물려 죽고 망령들과 나타나 춤추면 지젤을 볼 때처럼 감동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발레의 형식과 조형적 아름다움보다는 드라마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그래서 발란신 발레들도 안 좋아하나보다) 니키야는 분명 드라마틱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여주인공이지만 망령의 왕국에 등장하는 그녀는 어떤 감정이라기보다는(그러니까 사랑, 원망, 심지어 증오나 복수심이라도 좋으니..) 멋진 테크닉을 잇따라 보여주는 댄스 머신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것도 무용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어쨌든 이 느낌은 아직도 좀 남아 있다. 특히 파이널에서 초스피드로 연속 푸에테/피루엣 등 테크닉을 과시하는 장면에서는 좀처럼 이입이 안된다. 저 여자는 억울하게 죽었고 솔로르를 그렇게도 사랑했는데 어째서 그런 감정 같은 것보다는 저런 테크닉 과시에 집중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아니면 이건 솔로르가 아편에 취해 보는 환각이라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물론 마린스키 버전 말고 다른 버전에서는 고티에의 원작을 따르기도 한다. 망령은 중간에 나오고 결혼식이 파이널이 되어 거기서 사원이 우르르 무너지고 솔로르가 니키야의 영혼을 따라가는데 차라리 개연성은 그쪽이 나은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것은 이 레퍼토리의 2인무를 갈라로 추면 그건 또 엄청 근사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전체 공연의 맥락보다도 춤 자체를 즐기는 건 또 좋았다. 민쿠스의 음악 자체도 좋고 특히 솔로르. 의상도, 춤도, 포즈도 모두 근사해서 멋진 무용수가 추면 정말 눈호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망령의 왕국은 내 취향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망령의 왕국이야말로 수많은 군무 중 백미라고 칭하고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내 지인은 오로지 망령의 왕국 보러 라 바야데르 공연에 간다는데 나로서는 지젤이나 백조가 더 좋다. 망령들의 조형적 아름다움이야 인정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망령이 하나 하나 내려오기 시작할때는 '언제 다 내려오니 ㅠㅠ' 하는 마음이 든다.

 

아마도 라 바야데르의 망령들은 지나치게 차갑고 객관적이고 인간사에 관심없는, 좀 사물처럼 보이는 유령으로 느껴져서 그런가보다. 이입이 좀처럼 안된다. 다행히 이 유령들 내려올 때 민쿠스의 음악은 아주 좋기 때문에 그걸로 버틴다 ㅠ.ㅠ 역시 난 진짜 고전 발레를 즐길 줄 모르나보다!!

 

그리고 마린스키 망령들은 참 천천히 내려온다... 여기 버전을 따르는 유니버설도 그렇다. 그런데 전에 본 국립발레단 버전은 망령들이 좀 빨리 내려와서 살 것 같았다(약간 우습기도 했지만 ㅠㅠ) 원래는 천천히 하나 하나 내려와야 정석이겠지만 그래도 우르르 빨리 내려오면 인내심에 대한 도전은 좀 줄어든다. 망령들 다 내려오고 나면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너무 비웃지 마세요 ㅠㅠ)

 

3. 본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라 바야데르. 사라파노프와 세미오노바

 

하여튼... 이 레퍼토리에 대한 나의 복잡한 감상은 이 정도로 미루고. 4월 2일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라 바야데르에 대한 간략한 메모.

 

마린스키에서 보고 싶긴 했지만 내가 갔을 때는 일정이 맞지 않았다. 코르순체프나 슈클랴로프의 솔로르가 무척 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코르순체프의 (너무 당당하고 남성적인 ㅠㅠ) 황금 노예, 그리고 춤도 별로 없고 1막 내내 화살 맞고 쓰러져 무대에 잠자는 공주처럼 누워 있는(그래서 예쁘기만 한 ㅠㅠ) 슈클랴로프의 목동 아민타...

 

대신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있다 :)

 

난 이 극장이 무소르그스키란 이름을 달고 있을 때 처음 다녔는데 그때도 마린스키 표 못 구할 때 가거나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서(네프스키 대로 중심가에 있음) 추운 겨울에 가기 편한 극장 느낌이 좀 있었다. 지금은 빵빵한 후원 기업들 덕에 수퍼스타들을 열심히 끌어모으고 나초 두아토를 예술감독으로 앉히고 각종 행사들을 진행하는 등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이 날 공연은 7시였다. 마린스키 갈때는 22번이나 3번, 27번 등 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이 극장은 묵고 있던 호텔 바로 근처에 있어서 6시 30분 정도에 나갔다. 가까워서 참 좋았다. 극장 근처에 살고 싶다... 예술의 전당도 한번 가려면 정말 너무 힘들다. 거긴 교통편도 안 좋고...

 

사실 이 공연 예매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페테르부르크 가기 전부터, 그러니까 마린스키 공연들 예매할 때부터 이것도 예매하려고 했는데 온라인 예매에 문제가 생겨서 아무리 시도를 해도 결제가 되지 않았다. 톱스타인 사라파노프와 세미오노바 캐스팅이라 현지에 가서 끊으면 이미 표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다. '망할 놈의 러시아'를 외치며 우울해하다가 '에잇, 안되면 말지! 어차피 내가 사라파노프 광팬도 아니고.. 어차피 밤톨처럼 얄밉게 생긴 사라파노프(ㅠ.ㅠ 사라파노프 팬분들 미안해요..) 못봐도 미모의 슈클랴로프면 족해! 에잇, 내가 언제부터 라 바야데르 그렇게 좋아했다고! 잘됐다 돈 굳었네. 안그래도 마린스키 때문에 파산인데' 하며 신포도 모드에 들어갔다.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 제일 처음 간 곳이 바로 이 극장 매표소였다(ㅜ.ㅜ) 호텔 바로 옆이라 산책하러 가면서 들렀던 거다. 참 세상 좋아졌다. 옛날엔 매표소에 가면 파르테르, 베누아르, 벨에타쥐 등 좌석 구분만 말하고 대충 주는 대로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매표소 아줌마가 모니터를 띄워놓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게 당연한 것 같지만 옛날 러시아에서 표 끊느라 고생했던 사람에겐 좀 감동이다 ㅋㅋ

 

아줌마가 이 자리 저 자리 추천해주길래 나는 '파르테르 끝열이 좋아요'라고 했다. 이 극장도 옛날 극장이라 앞사람 머리에 엄청 가리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줌마가 '오 그럼 이 자리가 진짜 괜찮아. 앞사람 머리 안 가려' 하고 추천해줘서 그걸 끊었다. 극장에 들어가보니 이 맨 뒷열은 반원형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왼편 귀퉁이에서 3번째라 무대를 대각선으로 봐야 해서 투덜댔지만 역시 경험많은 아줌마 말대로 앞사람 머리에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1층 파르테르 좌석 특성상 결국 무대 바닥은 잘 안 보였다. 책이라도 가져와 깔고 앉을 걸. (결국 다음날 마린스키 실비아 공연 땐 책 가져가서 깔고 앉아서 봤다 ㅠ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올리는 라 바야데르는 처음이었다. 옛날에도 여기선 이 공연 본 적이 없다. 이번에 본 버전도 두아토가 온 후 최근 다시 손본 거라고 한다. 음, 무대 미술과 의상 보니 확실히 이 극장에 돈이 도는구나 싶긴 했다. 무대 미술도 근사하고 코끼리도 그럴싸했다. 하긴 뱌체슬라프 오쿠네프가 디자인을 총괄했으니 당연히 근사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러나 무대가 확실히 너무 작다. 라 바야데르는 상당히 큰 규모의 작품이다. 망령 군무도 그렇지만 1~2막의 궁전과 결혼식 장면도 그렇고 대규모 출연진이 등장한다. 그걸 제대로 소화하려면 역시 큰 무대가 필요하다. 미하일로프스키의 무대는 사실 그러기엔 너무 작다.

 

전체적으로 무용 자체는 그냥 그랬다. 미하일로프스키가 수퍼스타들을 끌어모으긴 했지만 군무나 일반 솔리스트 수준은 아직 마린스키에 딸리는 것 같다. (당연한 얘기긴 하지만) 심지어 전체적으로는 그 전 국립발레단 버전 볼 때 더 끌렸다. 작년에 갔을 때 여기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봤었는데 이 발레야 20세기 작품이고 나초 두아토가 여러 가지로 손을 댔기 때문에 크게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확실히 고전 발레가 올라오자 그런 부분들이 티가 났다.

 

그래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가 있다!

 

사라파노프의 무대를 진짜 오랜만에 봤다. 나에게 레오니드 사라파노프는 언제나 '원더 키드'라는 인상이 강했다. 출중한 테크닉. 깨끗한 포즈. 그리고 통통 튀는 에너지. 볼 때마다 저 사람 참 잘 추네~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무용수. 그런데 '아 이 사람 너무 좋아!' 하는 느낌은 별로 안 드는 무용수였다. 아주 잘 추긴 하는데 마음을 확 끄는 뭔가가 없었다. (이 얘기를 하자 다음날 실비아 같이 보러 갔던 친구가 한방에 정리해줬다. 넌 일단 외모가 돼야 좋아하는 거야! 저 기생오라비 같은 슈클랴로프 좋아하는 걸 봐라!)

 

이 사람은 마린스키의 대표적 스타였지만 결국 발레단 감독 유리 파테예프와도 안 좋았고 이래저래 결국 미하일로프스키로 옮겼다. 참 아까운 일이다. 이번에 라 바야데르 무대 보면서 그런 생각이 또 들었다. 저 사람에겐 저 무대가 너무 좁아 ㅠ.ㅠ

 

오랜만에 무대를 봐서 그런지 이 사람 도약이 전처럼 높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시금 깨달았다. 왜 이 사람이 그토록 테크니션으로 이름났었는지. 사라파노프의 동작은 하나하나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테크닉은 여전히 근사했다. 점프보다는 피루엣이 더 훌륭했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은 알브레히트도 그렇고 솔로르도 그렇고 정감 간다기보다는 참 혼내주고 싶게 연기를 잘 한다. 그러니까, 좀 현실적인 '남자' 느낌이다. 맨 처음 니키야와 만나러 달려나왔을 때는 어떻게든 스킨십을 하고 사랑을 속삭이려고 안달을 부리고, 공주랑 약혼하고 나자 단숨에 니키야를 외면하고 공주 손에 키스한 후 돌아서서 좀 어쩔줄 몰라 하고(근데 이것도 내 눈엔 니키야한테 미안해서라기보단 자기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 니키야 죽고 나자 또 우왕좌왕하면서 미안해하고. 한마디로 좀 얄밉지만 현실적이다. 지젤 때도 좀 그랬다. 내가 니키야라면 용서 안해줄듯. 혹시 모르지, 춤을 너무 잘 추니 용서할지도... 난 좀더 몸과 마음을 던지며 드라마틱하게 울부짖는 알브레히트나 솔로르에게 더 끌리는 편이라서 그런가보다.

 

감자티와의 결혼식 2인무에서 보여준 솔로. 그리고 망령의 왕국에서 그 유명한 2인무의 사라파노프 솔로는 역시 아주 멋졌다. 관객들도 갈채와 브라보 연발. 전에 슈클랴로프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 "사실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못하면 브라보 절대 안한다. 마음에 안들면 박수도 잘 안 친다. 그러나 한번 '우리 무용수'가 되면 정말 사랑해 준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관객들이다" 그 말이 맞다. 며칠 후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보러 갔는데 냉정한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옥사나 스코릭의 백조에게 브라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사라파노프는 물론 '우리' 무용수였다. 그런 재능 앞에서 당연히 이 관객들은 열광했고 큰 갈채와 브라보를 줬다. 보통 이런 고전 발레에서는 남자 무용수보다는 발레리나에게 환호가 집중되는 편이지만 이들은 게스트 톱스타인 폴리나 세미오노바보다 사라파노프에게 훨씬 열광했다.

 

그리고 폴리나 세미오노바.

 

세미오노바의 춤은 영상으로는 여러번 봤고 무대는 작년 로미오와 줄리엣 때 처음 봤다. 잘 추는 무용수였다. 존재감도 있었다. 하지만 라 바야데르를 보면서는 뭔가 갸우뚱했다. 1막, 2막 니키야 땐 오히려 좋았다. 감자티에게 칼 들고 덤빌 때는 좀 오싹할 정도였다. 그러나 망령의 왕국 씬에서는 뭔가 부족했다. 이 아가씨가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모스크바 출신이라 그런가. 베를린에서 활동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대체 뭐가 거슬리나 싶었는데 다리 동작이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깨끗한 선이 안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너무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보다. 작년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경우는 드라마틱 발레이고 모던한 안무라 별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3막은 특히 니키야의 경우 감정선보다는 각종 테크닉 보여주는 기계 같다는 느낌이 강한 편인데 이 사람도 그런 경향이 강했다. 처연한 니키야보다는 강인한 니키야였고 3막의 니키야는 좀 푸에떼 머신 같았다. 이날 공연을 보니 어쩐지 이 사람은 지젤에서도 1막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이 사람이 슈클랴로프와 췄던 지젤 영상에서도 그런 느낌이 좀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미오노바보다 3월에 국립발레단에서 김지영씨가 보여줬던 니키야가 더 좋았다. 훨씬 드라마틱했고 원숙했다.

 

군무는 별로였다. 동작 타이밍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고... 2막인가 3인무인지 4인무에서 맨 오른편 애가 대놓고 실수도 했다 ㅠㅠ 망령의 왕국도 그렇고... 확실히 이건 군무가 중요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볼 만했다. 이게 잘못하면 지루해지고 늘어질 수도 있는 길이인데 스피디하게 편집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결혼식 장면도 솔리스트들 춤이 꽤 편집됐고. 망령들도 빨리 내려왔다(ㅋㅋ)

 

진짜 좋았던 건 음악!! 원래 민쿠스의 음악이 좋긴 하지만... 이날은 처음 전주가 나올때부터 너무 좋은 거였다. 이제껏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오케스트라에 반한 적은 없었는데. 이날 지휘자가 바로 파벨 부벨니코프였던 거다. (인민예술가이고 유명한 사람이다) 연주가 너무 좋아서 이 사람 지휘 버전으로 cd 사고 싶었는데 결국 네프스키의 음반 가게를 두 군데나 갔지만 못 구하고 리처드 보닝 지휘 cd만 사옴. 근데 난 사실 이 사람이 지휘한 발레 음악 버전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아쉬워서 집에 돌아온 후 자주 듣고 있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 일단 올린다. 미하일로프스키 극장 내부 사진들과 사라파노프가 예전에 췄던 라 바야데르 동영상 클립 등은 끊어서 올려야겠다.

 

...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솔로르 영상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808

 

* 커튼 콜 사진들. 맨 뒷자리라서 줌 당겨도 이게 최선이었다 ㅠㅠ 다 번져서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그냥 올려본다.

 

 

 

 

 

 

 

 

 

* 사족 1.

극장은 꽤 럭셔리해졌지만 샵은 여전히 너무 작았다.. 파는 것도 이반 바실리예프 엽서 뿐이었다. 워낙 요즘 잘 나가는 무용수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래도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은 역시 모스크바에서 온 바실리예프보다는 사라파노프를 더 좋아하는지... 내 앞에 있던 러시아 아줌마는 샵 직원에게 싸늘한 음성으로 '레냐 사라파노프를 내놔요! 바실리예프 말고!' 라고 당당하게 요구, 사라파노프 엽서를 사갔다 :)

 

** 사족 2

막간에 잠시 홀에 나와 쉬는데 덩치 좋은 아줌마들이 모여 발레에 대해 얘길 하고 있었다. 상당한 발레 애호가들이었다. 전문적인 얘기도 많이 했다. 사라파노프를 격하게 아꼈다. 그러다 웃긴 말을 들었다.

아줌마 1 : 세미오노바는 좀 별로야 그치?

아줌마 2 : 뼈대가 너무 굵어! 그래서 솔로르가 버린 거야!!

 

... ㅠㅠ 세미오노바 엄청 말랐는데... 근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는 좀 됐다. 이 아가씨는 마린스키 발레리나들처럼 가느다랗고 낭창낭창하다기보다는 말랐지만 강인한 근육질에 가까웠다. 기본적 골격 자체가 작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1~2막에서 보여준 니키야도 청순하고 가엾다기보단 강단있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얘기하시던 아줌마들은 정말 거구였다고요 ㅠ.ㅠ

 

*** 다음 리뷰는 4.3 마린스키 초연이었던 실비아.

 

** 예전에 올렸던 라 바야데르 관련 포스팅들은 여기

http://tveye.tistory.com/2715 : 이 공연 본 날 남겼던 메모

http://tveye.tistory.com/2773 :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의 라 바야데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276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영상


http://tveye.tistory.com/2294 :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478, http://tveye.tistory.com/2408, http://tveye.tistory.com/2328, http://tveye.tistory.com/2215  : 슈클랴로프의 솔로르 화보


http://tveye.tistory.com/2077 : 율리야 마할리나의 니키야 화보


http://tveye.tistory.com/2195 : 라 바야데르에 대한 짧은 메모

http://tveye.tistory.com/1596 : 사라파노프가 등장하는 마린스키 지젤 3D 필름에 대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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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9. 16:58

판탄카 운하 russia2014. 5. 9. 16:58

 

 

지난 4월 4일. 페테르부르크. 판탄카 운하.

 

페테르부르크 도심의 네프스키 대로를 가로지르는 3개 운하(모이카, 그리보예도프, 판탄카) 중 제일 유명하고 붐비는 곳이야 물론 돔 크니기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 있는 그리보예도프 운하겠지만, 사실 햇살 쏟아지는 낮에 판탄카 운하를 따라 걷는 건 참 근사하다.

 

물론 운하는 길고 구불구불해서 네프스키 대로 쪽에만 있는 건 아니고, 이걸 따라서 쭉 거슬러올라가면 마르스 광장과 레트니 사드 쪽으로도 갈 수 있다.

 

싸늘하고 바람 불었지만 햇살 좋던 날, 판탄카 운하 사진들 몇 장.

 

 

 

말 조각상이 보이는지. 바로 유명한 아니치코프 다리이다. 난 반대편으로부터 걸어와 저 다리를 건너 쭈욱 걸었다. 사도바야와 고로호바야가 나올 때까지.

 

 

 

변화무쌍한 페테르부르크의 날씨. 이 동네는 구름도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사진 보니 다시 가서 저 운하 따라 걷고 싶다.

 

이 날 다녀와서 올렸던 사진 세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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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8. 13:56

박스트 불새 일러스트 찻잔 dance2014. 5. 8. 13:56

 

 

작년 가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마린스키 샵에서 발견한 후 고민하다 네프스키 로모노소프 도자기 가게에서 득템해 왔던 불새 찻잔.

 

이거 샀던 날 올렸던 포스팅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340

 

레프 박스트의 불새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 찻잔이라서 진짜 박스트 일러스트만큼 선명하고 화려한 건 아니고 훨씬 명도와 채도가 약하게 그려진 편이지만. 어쨌든 예쁘다. 찻잔에도 불새 깃털이 그려져 있고.

 

그러나 모양이 독특해서 차 마실 때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꺼내 마신다.

 

 

 

위에서 보면 이렇다.

 

 

 

이 찻잔은 러시아에서 사온 책 읽을 때 보통 꺼낸다. 저 책은 이번 4월에 갔을 때 돔 끄니기에서 사온 '레닌그라드 렉시콘'. 레닌그라드 시절의 각종 풍속이나 사회상에 대한 단어들이 사전처럼 나열되어 있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쭉 펼쳐진다. 사전이라는 특성에 맞게 나도 순서대로 읽지는 않고 맘에 들거나 궁금한 단어를 골라 그 파트를 읽곤 한다. 지금 저 파트는 레닌그라드 시절 자동차(압또모빌) 얘기. 볼가, 라다, 지굴리 등등이 나온다 :)

 

* 레프 박스트의 불새 그림과 포킨 발레 불새에 대한 최근 마린스키 공연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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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5. 7. 20:33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던 날 russia2014. 5. 7. 20:33

 

 

4월 7일. 페테르부르크.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에서 네프스키 대로로 나오는 길. 벽에 공연 광고들이 붙어 있었다. 왼편 제일 아래쪽에 예전에 좋아했던 페테르부르크 밴드 '브라보' 의 공연 광고가 붙어 있어 반가워서 찍었다.

 

 

 

 

 

다시 가고 싶다. 가서 일 년만 (일 안 하고)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

 

하긴 이제 우크라이나 문제도 그렇고 좀 힘들어지려나.. 그러고 보니 이틀 후면 승전기념일이네. 그땐 절대 안 가는 게 낫다... 예전에도 승전기념일에 멋모르고 네바 강변이랑 네프스키 나갔다가 깔려죽는 줄 알았다. 이번 9일은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민족주의가 더더욱 창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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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3.30 마린스키 발레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http://tveye.tistory.com/2789)에 이어.

 

유튜브에 캠 버전이긴 하지만 전막 촬영분이 올라와 있긴 한데 오늘따라 눈에 잘 띄지가 않아서 그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와 알리나 소모바가 춘 짧은 클립 두어 개, 유리 스메칼로프가 시종장으로 나오는 후반부 클립 하나, 그리고 이 사람들이 러시아 문화 채널인 '꿀뚜라'의 프로그램 인터뷰 하는 클립 올려본다. 노어 아시는 분들은 마지막 클립 보셔도 재미있을 듯 :)

 

 

시종장의 음모로 늙은 왕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왕님을 신부감으로 데려오는 임무를 덜컥 맡게 된 바보 이반.. 곱사등이 망아지의 도움으로 불새가 뛰노는 여왕님의 왕국 도착. 여왕님을 만났는데 한눈에 반해 그냥 인사도 아니고 넙죽 절을 해버린다 :) 빨리 여왕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서로 반해서 사랑의 눈빛만 주고받는 이 커플 때문에 망아지 마음만 급하다... :)

 

미녀 여왕은 알리나 소모바. 이 역이 무척 잘 어울린다. 이반은 슈클랴로프. 둘이 여러 배역을 같이 췄지만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이 커플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근데 내가 저 미녀 여왕이라 해도 저렇게 귀여운 바보 이반이 와서 넙죽 엎드리면 나사 풀리며 그냥 따라갈 것 같아 :)

 

 

어쨌든 늙은 왕의 궁전으로 미녀 여왕을 데려오는 임무 완수. 예쁜 여왕에게 완전히 혹한 늙은 왕... 아무리 수작을 걸어보려고 해도 너무 늙어서 잘 안됨 ㅠㅠ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탓에 시무룩해진 바보 이반, 그리고 역시 그를 좋아하는 미녀 여왕. 눈치 없는 늙은 왕의 트라이앵글~!

 

 

이건 후반부. 이땐 아마 미하일 로부힌이 바보 이반 역이었던 듯. 이걸 올린 이유는 중간 즈음 불쌍한 늙은 왕이 끓는 물에 빠져죽고 시종장이 놀라서 슬퍼하는 장면이 있어서. 확실히 스메칼로프의 시종장은 내가 본 콜브 버전과 다르다. 스메칼로프 시종장은 슬퍼하는 모습조차 진짜 슬픈 것 같지 않고 뭔가 음모와 야비함이 묻어나는 것이... 참 악당 같다. 콜브의 시종장은 좀 더 불쌍하고 좀 더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도 보고 싶다. 악당 스메칼로프라면 언제나 대환영 :)

 

 

이건 러시아 문화 채널(꿀뚜라)의 곱사등이 망아지 인터뷰. 무용수들 뿐만 아니라 공연 관계자들 얘기도 좀 나온다. 스메칼로프도 얘기하고.. 나중에 소모바와 슈클랴로프도 인터뷰. 공연 중간중간 장면도 조금 나옴. 노어 아시는 분은 한번 들어보세요. 모르시는 분들도 영상만 봐도 재밌을 듯.

 

 

 

이건 보너스. 2011년 뉴욕에서 이거 공연했을 때.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맨 처음 나오는 왕 역의 안드레이 이바노프, 시종장 유리 스메칼로프

 

암망아지 역의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두 마리 말 역의 안드레이 예르마코프, 카밀 얀구라조프

 

곱사등이 망아지 역으로 바실리 트카첸코. 그리고 미녀 여왕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바보 이반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커튼 콜 영상은 무엇이든 보기 즐겁다.

 

커튼 콜 영상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이거 올린 이유는... 바보 이반 배역 그대로 테료쉬키나에게 넙죽 절하는 슈클랴로프가 재미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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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사등이 망아지 (2014.3.30, 마린스키 극장 신관)

 

음악 : 로지온 쉐드린

 

안무 :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무대 및 의상 디자인 : 막심 이사예프

 

<출연진>

 

바보 이반 : 막심 쥬진

여왕 :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

곱사등이 망아지 : 블라지슬라프 슈마코프

황제 :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시종장 : 이고리 콜브

암망아지 / 바다 공주 : 소피야 구메로바

노인(이반의 아버지) : 블라지미르 포노마료프

 

 

벌써 한 달도 더 지나서 그냥 간단하게 리뷰.

 

이 발레는 표트르 예르쇼프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역시 아주 창의적인 건 아니고 수많은 러시아 민담들을 재미있게 결합한 것이다. 바보 막내 이반의 이야기라든가, 불새, 소원을 들어주는 망아지(혹은 늑대 등등 신비로운 동물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님, 여러 가지 시련, 마침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성장해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는 주인공 등등... 사실 나도 발레보다는 원작을 먼저 알았다. 발레 자체는 1960년대에 로지온 쉐드린의 작곡으로 볼쇼이에서 초연되었지만... 지금 마린스키에서 공연되는 곱사등이 망아지는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버전이다.

 

지금 마린스키 레퍼토리 중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 신데렐라, 안나 카레니나 3가지이다.

앞의 두 개는 무대에서 봤고 안나 카레니나는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것도 무척 무대에서 보고 싶은 작품이다(가능하면 브론스키 백작으로 슈클랴로프 - 안나 카레니나로 로파트키나/테료쉬키나 - 카레닌으로 스메칼로프 버전이면 더 좋겠다만...)

 

내가 무대에서 제대로 본 라트만스키 작품은 곱사등이 망아지와 신데렐라 뿐이고 둘다 희극 발레라서 그의 스타일을 딱 이거다! 하고 규정하기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이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대 미술이 모던하다는 점. 희극적인 움직임과 마임이 강하다는 점. 춤 자체보다는 배경, 의상, 음악, 코믹한 연기 등 부대적 요인들이 강하다는 점. 실지로 두 작품 모두 진짜 '춤'의 비중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그나마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와 왕자의 2인무가 상당히 사랑스럽고 감정적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키는데(이런 점에서는 일반적 고전 발레의 아다지오와도 흡사하다), 곱사등이 망아지의 경우에는 좀 더 연극적이어서 평소 고전 발레의 우아함과 테크닉 쪽에 더 끌리는 분이라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원체 곱사등이 망아지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러시아 민담도 좋아하고 알록달록하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느낌 물씬 풍기는 의상 보는 것도 괜찮아서 꽤 볼만하긴 했지만.

 

발레는 꽤 재미있었다. 막심 쥬진의 바보 이반은 배역 성격답게 사랑스럽고 생기 넘쳤고 마법을 부려 이반을 도와주는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도 좋았다. 슈마코프는 6일에 본 백조의 호수에서도 광대 역을 맡았는데 망아지나 광대 등 희극적이면서도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 같았다. 아마 라 바야데르의 황금 신상 역도 잘 췄을 것 같다. 미녀 여왕 역의 아나스타시야 콜레고바는 딱히 춤보다는 미모 덕에 어울렸고. 암망아지 역과 바다 왕국 여왕 1인 2역을 소화한 소피야 구메로바는 베테랑답게 원숙했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은 주인공 이반보다는 바로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였다. 그것 때문에 신데렐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거기서도 새엄마 역이 오히려 임팩트가 강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시종장 역의 콜브만 수석 무용수였다.

 

콜브는 비열하고 야비하고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악당 시종장을 천연덕스럽고 코믹하게 잘 소화해 냈다. 전에 영상으로 볼 때도 그랬지만 무대로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빨간 하트 무늬가 그려진 엉덩이 부분이 강조된 의상도 그렇고 낭창낭창한 움직임이라든가 과장된 표현 양태 등 그 시종장 배역은 어딘가 꽤나 캠피했다. 스메칼로프 버전을 좀 보고 싶었지만 콜브의 시종장도 좋았다. 그런데 못된 시종장 치고는 저 사람 너무 섹시한 거 아닌가 ㅠㅠ 저렇게 우스꽝스런 의상을 입고도 어딘가 섹시하다!

 

아무래도 민담을 소재로 한 발레다 보니 관객석에 어린아이들이 참 많았다. 역시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은 바로 곱사등이 망아지!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좋아했다 :0  내 앞에도 8~9살 정도 되는 사내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엄마에게 '망아지 언제 나와?' 하고 묻고 있었다 :)

 

그런데 이 발레도 무대 미술이나 의상은 의외로 그로테스크하고 음산할 때가 있다. 특히 후반부의 바다 왕국 씬은 꽤 어두워서 애들 보기엔 좀 무섭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난 제일 맘에 든 장면이었음) 이 바다 왕국 부분은, 예쁜 공주가 나이많은 왕과 결혼을 앞두고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보석 반지를 결혼 선물로 가져다 주지 않으면 결혼 안 할래요~'라고 하자 시종장이 떠밀어서 할수 없이 바다 왕국에 반지 찾으러 간 이반의 모험 부분이다. 바다 왕국의 여왕이 마음 착한 이반과 곱사등이 망아지의 사연을 듣고 신하들에게 명령해 반지를 찾아주게 한다.

 

맨 위에 첨부한 이미지가 바로 그 바다 왕국. 그것 하나만 보면 아쉬우니 슈클랴로프가 이반 췄을 때의 바다 왕국 사진도 한 장. 내가 여왕이라도 반지 찾아줄 듯. (저 사람이 추는 이반이 귀여워서!!)

 

 

발레는 2막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지막 장면은 원작과 마찬가지였다. 노인네 대신 젊은이와 결혼하고 싶으니 늙은 왕에게 물 끓는 솥에 들어가 환골탈태해달라는 공주의 요구 때문에 이반이 희생양이 되어 솥에 곤두박질쳤다가 망아지 마법 덕에 근사한 왕자님으로 변신해 나온다. 왕도 혹해서 솥에 들어갔다가 죽어버리고(ㅠ.ㅠ) 공주는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반과 결혼해 나라를 다스리며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

 

흑흑, 불쌍한 왕. 원작 때도 그랬고 이거 무대로 볼때도 그랬는데... 발레에서도 늙은 왕은 딱히 악당도 아니고 그냥 노쇠하고 코믹한 인물인데 끓는 물에 삶아져 죽다니 불쌍했다. 그리고 시종장의 경우도 악당이라면 끝까지 못되게 나와야 하거늘.. 왕이 죽은 걸 보고 너무너무 슬퍼하며 통곡한다. 난 항상 악당에게 끌리는 편인지 그 장면은 꽤나 코믹한데도 불구하고 시종장이 너무 불쌍한 거였다. 그리고 워낙 이고리 콜브의 시종장이 캠피하게 나와서 그런지 그 불쌍하게 우는 장면 보고는 '혹시 시종장이 늙은 왕을 사모하는 사이였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하여튼 늙은 왕은 끓는 물에 들어가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행복하게 팔짝팔짝 뛰며 짠~ 하고 해피 엔딩이다. 이 장면에서 이반이 신나게 점프하며 잠깐 춤을 추는데 그것도 꽤 즐겁다. 다만 무용수별로 그 파이널 소화하는 타입이 달라서 전에 본 영상에서 슈클랴로프는 기세좋게 스플릿 점프를 계속했지만 막심 쥬진은 빠르게 피루엣을 했다. 스플릿 점프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쩐지 이 발레는 그게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전반적 소회는... 춤 자체보다는 무대 미술과 의상 보는 재미가 더 컸다. 무대 미술은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모던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대 자체에 많은 장치를 넣지 않고 이동 가능한 심플한 소품들을 이용한다. 무엇보다도 이 발레의 특징은 칸딘스키나 말레비치 등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모더니즘 화가들의 스타일을 인용하는 동시에 크레믈린이라든지 소련 정권 등을 살짝 연상시키는 풍자적 그림들을 의상에 변용해 썼다는 것이다. 볼만하고 재미있기는 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이건 민담을 원작으로 했으니까 좀 더 아기자기한 무대 배경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너무 모던해 버리니까 보기 근사하긴 하지만 살짝 엇나간 느낌이랄까.

 

꽤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슈클랴로프가 이반을 추는 버전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사람이 추는 건 풀 영상도 아니고 군데군데 봐서 아쉽다. 꽤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공연 다 보고 나왔는데 지하 코트 보관소가 터져 나갔다. 어째서 직원이 두 명 뿐인 거냐.. 줄서는데 워낙 이골이 나 있는 러시아인들도 이제는 못 참겠는지 '이해가 안되네 어째 두 명 뿐이냐' 하고 계속 짜증냈다. 한참 기다렸다가 간신히 재킷을 받아 입고 나와 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 이날은 앞서 마린스키 신관 포스팅할 때(http://tveye.tistory.com/2784) 얘기했듯 2층 4번째 열이라 무대와 좀 멀어서 커튼 콜 사진은 화질 극악. 전날 후지X가 문제를 일으켜서 니콘 가져갔더니 역시 플래시 엉망.. 그래도 커튼 콜 사진 몇 장 올려본다.

 

 

 

하얀 x자 테이핑 가슴에 붙이고 바지 가운데 새빨간 패치 붙인 사람이 시종장 역의 이고리 콜브. 앞에 나와 인사하는 모자 쓰고 빨간 옷 입은 사람이 늙은 왕 역의 드미트리 프이하초프.

 

 

 

 

 

화질이 너무 안 좋지만.. 가운데 긴 머리 아가씨가 여왕 역의 콜레고바. 그 옆에서 손 흔들고 있는 남자가 바보 이반 역의 막심 쥬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캐릭터. 곱사등이 망아지 역의 슈마코프 :)

 

 

 

다같이 인사...

 

마지막 장면을 제대로 촬영한 예쁜 사진은 아래.

 (당연히 내가 찍은 거 아니고 마린스키 관련 사진에서 얻어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이반, 빅토리야 테료쉬키나가 미녀 여왕. 시종장은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진 너무 행복해 보여서 올해 달력 만들 때 12월 사진으로 넣었다)

 

 

.. 그리고 아쉬우니 마린스키 사이트와 슈클랴로프 관련 사이트에서 업어온 곱사등이 망아지 관련 이미지 몇 장들.

 

 

 

미녀 여왕과 불새들. 사진이 작긴 한데 아마 알리나 소모바인 듯.

 

 

포킨 발레 불새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불새들.

 

 

 

이 사진들부터는 슈클랴로프가 바보 이반 췄을 때 사진들.

 

이건 이반이 망아지 도움으로 미녀 여왕을 데리고 온 후 그녀에게 반해 결혼하자고 엉기는 늙은 왕의 모습.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선남선녀... 늙은 왕을 가운데 두고 둘이 눈 맞추고 있음. 그걸 엿보며 음모를 꾸미는 악당 시종장. 여기서는 스메칼로프.

 

 

이건 초반부. 마법의 암망아지를 잡았다가 놔주는 대가로 훌륭한 말 두 마리와 곱사등이 망아지를 얻은 바보 이반. 두명의 형님이 말을 훔쳐 왕국 시내의 시장에 갖다 팔려는 걸 찾아내 자기가 말 주인이라며 으쓱으쓱.. 그러나 그는 마음만 착하지 머리는 좀 모자랐기에... 왕이 예쁜 모자를 보여주자 그것에 혹해 말 두 마리를 다 내줌 ㅠ.ㅠ

 

전반부에서 이반이 이렇게 상의를 탈의하고 나오는 이유는... 원래 러시아 민담에서도 좀 모자란 막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셔츠도 안 입은 바보 이반'이란 묘사가 종종 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팬 서비스일지도!!! 바보 이반이라 셔츠도 안 입고 마냥 즐거워 헤헤 뛰노는데 이 사람 외모만은 귀족 가문 도련님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와 함께~

 

 

 

끓는 솥단지에 들어갔다가 왕자로 환골탈태한 이반, 사랑하는 미녀 여왕과 춤추고 있음.

 

그런데.. 이 솥단지에 들어가서 환골탈태..라는 것도.. 실은 이반이 저 화려한 상의를 걸치고 나오는 걸로 '이제 환골탈태해서 왕자님이다~'라는 설정임. 믿어야 함 :)

 

 

뒤에 있는 사각 상자가 바로 끓는 물 담긴 솥단지. 저 안에 들어가서 열심히 옷 갈아입고 나옴. 이건 솥단지 들어가기 직전, 무서워하고 있는 바보 이반. 독려하는 망아지와 미녀 여왕.

 

오른편 시종장의 뒷모습. 맨처음 시종장이 돌아서서 저 빨간 패치 달린 엉덩이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와르르 웃는다.

 

 

 

 

마지막 장면. 미녀 여왕이 부추기며 춤 좀 보여줘요~ 라고 하면 부끄러워하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이반.

 

슈클랴로프는 이렇게 스플릿 점프를 했지만 내가 본 무대의 쥬진은 이것 대신 빠르고 격렬한 피루엣 :)

 

 

 

이것도 마지막 장면.

 

에휴.. 늙어빠진 왕은 끓는 물에 빠뜨려 죽여놓고 좋다고 저렇게 춤추고 있는 주인공들 ㅠㅠ

 

하긴 어떤 면에서 이 발레는 내용도 그렇고 무대 의상도 그렇고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풍자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탈린이라든지.. 민중 혁명이라든지... 리브레토 자체도 노어로 된 이야기를 쭉 읽어보면 살짝 그런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그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거고.. 보통은 그냥 재미나는 러시아 민담을 소재로 한 유쾌하고 즐거운 발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저 슈클랴로프 이반은 너무 귀여워서 꼭 저 사람이 추는 버전을 보고 싶긴 하다...

 

.. 내일이나 모레 쯤 이 발레 영상 클립 링크들도 몇개 올려보겠다.

(추가 : 영상 클립 올렸다. http://tveye.tistory.com/2796)

 

다음 리뷰는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본 폴리나 세미오노바와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의 라 바야데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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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예술극장에서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 돈키호테 보고 나오는 길.

해설 발레이기도 하고 원래 이 극장이 대규모 발레를 올릴 수 없는 걸 감안하고 가서 그냥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다.

시작할 때 세월호 참사 관련 애도.

5월이라 타겟도 어린이들이어서 공연은 주요 장면들 하이라이트들로 진행됨. 투우사도 4명. 요정 장면, 풍차 장면들은 없고 바질과 키트리 위주로 스피디하게 편집. 춤 자체를 보는 즐거움보다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코믹한 진행이 재미있었다.

신인급인 박예은씨가 키트리 췄다. 아직 경험이 별로 없어 원숙하거나 근사하진 않았지만 예쁘고 귀여운 타입에 파워풀하게 피루엣을 했고 키트리 특유의 생기를 표현하는 건 좋았다.

김윤식씨가 바질을 췄다. 전에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 신상을 췄던 기억이 난다. 도약이나 피루엣, 파워 등 괜찮은 편이었고 무대에 좀 더 많이 올라오면 더 성장하실듯. 마음이 좀 급한 듯하긴 했지만 오늘 공연 자체가 하이라이트 갈라 같아서 몰입도는 좀 떨어졌을 듯.

아이들이 많았지만 역시 이 발레 자체가 워낙 재미있어서 전혀 산만하지 않았다. 역시 바질의 솔로는 아이들에게도 잘 먹혀서 눈을 휘둥그레.. 내 옆에 앉은 귀여운 여자애는 바질 솔로 끝나자 '와 멋있다' 라고 감탄 :) 아이들이 웃고 좋아하고 매료되는 걸 보니 나도 같이 즐거웠다. 오늘은 공연 자체보다는 애들 웃음 소리가 이뻤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추가) 6월 28일 김지영 & 김현웅 페어 전막 공연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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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3. 13:50

무수한 창문들 russia2014. 5. 3. 13:50

 

 

지난 3월말~ 4월초 상트 페테르부르크. 운하들과 거리들을 따라 걷다가 찍은 창문 사진들.

 

여전히 창문 보는 게 좋다. 불 켜진 창문을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고 햇살이 반사되는 창문을 보면 잔잔한 수면을 보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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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 21:17

마린스키 신관 1주년 + dance2014. 5. 2. 21:17

 

 

오늘이 마린스키 신관 1주년이라고 마린스키 브 콘탁트(러시아의 트위터 비슷한 것이다)에 이렇게 떴다. 축하~

 

좋은 카메라로 찍으면 저 크리스탈이 이렇게 근사해 보이는구나 :)

 

신관도 좋고 레퍼토리 공연 횟수가 늘어난 것도 다 좋지만... 발레 좀 어떻게 해봐요 ㅠㅠ 게르기예프를 음악 분야의 대가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마린스키 발레의 입장으로는 별 도움 안되는 것 같다. 그럼 발레단 감독이라도 괜찮아야 하는데 유리 파테예프도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고... 볼쇼이도 정치 싸움 때문에 엉망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슈클랴로프는 그래도 마린스키를 떠나고 싶지 않다니까 응원해주고 싶긴 하다 :) 볼쇼이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오퍼는 여러 번 받았지만 페테르부르크의 발레 씬을 지키고 싶다나. 기특하구나 ㅠ

 

.. 그래서 귀여운 애 사진 한 컷 보너스 :) 요즘 내 데스크탑 배경화면.

 

 

'Ballet 101' 중. 아주 즐거운 작품이라 요즘도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본다. 작품도 재기발랄하고 이 사람도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아주 잘 소화해서 볼 때마다 귀엽다 :)

 

전에 올렸던 이 작품 동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122

 

* 마린스키 신관 내/외부 전경에 대해 어제 올렸던 사진들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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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에는 마린스키 신관에서 라트만스키의 '곱사등이 망아지'를 봤다. 리뷰는 내일쯤 올리고, 먼저 이날 마린스키 신관 사진들 몇 장 올린다.

 

신관은 작년 5월에 오픈했다. 난 작년 9월에 이번 231회 시즌 개막 즈음 처음 가봤다. 그때도 어쩌다 보니 라트만스키의 발레를 봤네. 신데렐라였다. 극장은 무척 화려하고 현대적이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구 극장의 '극장다움'은 덜했다. 구 극장과 이 신관에 대한 소회는 나중에 한번 얘기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이 날 찍었던 사진들만...

 

마린스키 신관은 구 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왼편은 구 극장. 오른편이 신관.

 

 

 

이건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

 

 

내부. 마린스키 구 극장이 푸른색이라면 신관의 색깔은 바로 저 황금빛 호박색.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된 극장이다. 저 위의 크리스탈 장식들은 모두 스와로브스키.

 

 

2층,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실지로 보면 매끄러운 호박색 대리석과 저 크리스탈 장식들이 무척 잘 어울린다.

 

 

 

 

 

 

 

 

 

 

작년에 갔을 땐 극장 구조를 잘 몰라서 베누아르 한가운데의 좀 비싼 자리를 끊어 갔었는데 구 극장과는 달리 어디 앉아도 앞사람 머리에 가리지 않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고 실지로 좀 위에 앉아도 잘 보일 것 같아서 이번엔 2층 벨에타쥐 가운데에서 살짝 왼편으로 치우친 자리에 앉았다. 들어가는 입구.

 

4번째 열이었는데 앞사람 머리에 가리지는 않았지만 역시 확 잘 보이지는 않았다. 이날 오페라 글라스 안 빌린 걸 후회했다. 무대는 잘 보였지만 무용수들 얼굴은 분간하기 좀 힘들어서 ㅠ.ㅠ 더 좋은 자리 끊고 싶었지만 이번에 갔을 때 발레를 5개나 보는 바람에 너무 출혈이 커서 도저히 더 좋은 자리를 끊을 수 없었다 ㅜㅜ

 

 

현대적인 마린스키 신관의 무대와 좌석들.

 

 

구극장의 오리지널 푸른 커튼도 좋지만 저 깃털 막은 볼 때마다 감탄한다. 저거 액자라도 하나 갖고 싶다.

 

 

 

 

 

막간. 2층에서 내려다본 아래층.

 

1 야루스(3층)인지 2 야루스(4층)로 가면 마린스키 발레와 오페라 관련 의상이 전시되어 있어 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사진들은 나중에 따로...

 

 

 

 

 

 

 

이건 이 날 공연 프로그램. 마린스키는 시즌 내내 공연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저렇게 얄팍하고 내부에는 공연 관련 정보만 빽빽하게 적혀 있다. 사진 같은 건 없고 대신 가격은 30루블. 1000원 정도. 이것도 구극장은 푸른색이고 신관 프로그램은 호박색 :)

 

그리고 코트 보관소 교환증. (갑자기 적당한 우리 말이 생각 안나네. 교환'증' 말고 뭐라고 해야 하지 ㅠㅠ)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는 내일.

 

** 지난 9월 다녀온 후 올렸던 신관 외부 전경 사진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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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30. 14:41

벌써 한 달 전 사진들 russia2014. 4. 30. 14:41

 

 

지난 3월 30일. 페테르부르크.

 

겨울 운하(짐느이 까날)

 

 

 

아틀라스 조각상. 에르미타주.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 후지 X로는 별로 안 찍은 줄 알았는데 처음 2~3일 동안 이거 가지고 다녔더니 의외로 사진들이 많이 있었다. 근데 거의 필터가 들어 있어서... 필터는 처음에는 재미있는데 나중엔 금방 질리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이걸로 필터를 넣으면 빨간색이 제일 예쁘게 나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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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올린 3월 29일 마린스키 발레 세헤라자데 리뷰(http://tveye.tistory.com/2774)에 이어. 거기 쓴 대로 두 개의 영상 링크 올려본다.

 

먼저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세헤라자데 영상 링크. 이건 국내 dvd도 출시되어 있음

 

 

 

그리고, 루지마토프의 카리스마에는 물론 못 미치지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지난 4.25에 춘 버전. 이건 풀 영상은 아니고 둘의 아다지오만 들어 있다. 아쉽네, 4악장에서 슈클랴로프가 노예들을 거느리고 격정적으로 뛰어오르는 춤도 있으면 좋을텐데(어쩐지 그게 더 볼만할듯...)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는 런던 투어에서 춰보긴 했지만 그래도 마린스키 무대에선 이게 세헤라자데 데뷔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둘 다 좋은 무용수이긴 해도 아다지오 중반까지는 서로 마음이 급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 번 더 춰보면 여유가 생겨서 좀 더 근사한 아다지오가 나올 것 같긴 하다. 저 위의 루지마토프가 추는 황금노예의 원숙함과 무대 전체를 지배하는 카리스마에 비교하면 슈클랴로프는 아직 혈기 넘치는 어린 노예 같다. 귀엽긴 하지만... 나야 팬이니 뭔들 안 귀엽고 안 예쁘겠니. 그래도 코르순체프보다는 저 역에 더 잘 어울린다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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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박스트, 세헤라자데 무대 미술 일러스트

 

3월 29일 마린스키 발레, 미하일 포킨의 밤 간략 리뷰 마지막. 세헤라자데.

 

출연진 : 알리나 소돌레바(조바이다), 다닐라 코르순체프(황금노예), 소슬란 쿨라예프(샤흐리아르), 드미트리 프이하초프(샤흐자만)

 

세헤라자데는 불새와 더불어 내게 큰 영향을 끼친 발레이다. 이 발레와 음악, 배역에서 모티프를 얻어 글도 많이 썼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주 사랑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가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이 곡이 연주되면 어떤 오케스트라든 크게 구애받지 않고 웬만하면 들으러 간다.

 

국내 발레 무대에서 이 작품을 보는 건 다른 포킨 레퍼토리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그나마 짧은 빈사의 백조나 장미의 정령 같은 건 가끔 갈라 공연에 올라오지만 세헤라자데는 35분~40분 정도의 단막 발레에 워낙 무대 미술과 의상이 화려해서 이거 하나만 올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고전 발레처럼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참 어렵다.

 

예전에 국립발레단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였나, 그런 프로그램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전체가 아니고 황금노예와 조바이다의 아다지오와 황금노예의 화려한 솔로 정도였다. (그때 황금노예를 최세영씨가 췄었는데 나름대로 멋져서 그분 좋아했는데 곧 은퇴하셨는지, 연수가셨는지 국립발레단을 떠났었음. 그분 때문에 국립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보다 최세영씨의 티볼트를 더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벌써 십년도 전의 일인듯...)

 

어쨌든 세헤라자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발레 중 하나다.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가서 일정 맞추면서 제일 먼저 고려한 공연 날짜이기도 했다. (그래서 포킨의 밤이 도착 다음날 바로 본 공연이 된 거다. 시차 ㅠㅠ)

 

이 발레와 황금노예, 그리고 유일무이한 바츨라프 니진스키에 대해서는 전에 좀 긴 글을 쓴 적이 있으니 여기서는 작품 자체에 대해 세세하게 적는 대신 그 글 링크로 대체 : http://tveye.tistory.com/14

 

무수한 발레들 중 내가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바로 이 세헤라자데에서 조바이다와 황금노예가 추는 아다지오. 나머지 하나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까라마조프에서 알료샤 까라마조프가 추는 춤이다. 보석으로 엮인 탑과 황금빛 하렘 팬츠를 입고 오일과 금가루를 번쩍이며 바닥에 나뒹구는 황금노예와 날개처럼 펄럭이는 검정색 법의를 입고 고통스럽게 춤추는 수도사 알료샤 까라마조프는 극과 극에 위치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그 두 작품을 보는 순간이면 '아름다움이 두 눈으로 들어와 죄를 짓게 한다'는 오랜 경구를 떠올리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조바이다-황금노예 페어는 바로 율리야 마할리나와 파루흐 루지마토프였다. 맨 처음 본 건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와 루지마토프 페어였는데 이쪽도 아주 근사했지만 역시 아실무라토바보다는 마할리나가 조금 더 여왕님 같고 섹시한 느낌이었다. 루지마토프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황금노예였다. 우아하고 양성적이며 흑표범 같은 루지마토프에겐 최적의 역 중 하나였다. 국내에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함께 춘 버전이 dvd로 출시되어 있다. 이 포스팅 후 유튜브 링크도 올려보겠다. (http://tveye.tistory.com/2777)

 

 루지마토프와 마할리나. 아래도 모두 황금노예를 춤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이후 이고리 콜브가 추는 황금노예도 몇 번 봤다. 마린스키에서도 봤는데 그 역에는 콜브도 잘 어울렸다. 이국적 캐릭터 댄스를 많이 추는 이슬롬 바이무라도프(콘다우로바의 남편)를 비롯해 다른 무용수들이 추는 것도 봤는데 어쨌든 내 기억 속에서 최고의 황금노예는 역시 파루흐 루지마토프였다.

 

이번 마린스키에서 본 공연은 다닐라 코르순체프가 황금노예를 춘다고 해서 무척 기대를 하고 갔다. 좋아하는 무용수이기도 했고, 이날 포킨의 밤 세 개 레퍼토리 출연진들이 사실 그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은 아닌 편이어서 이 사람이 제일 유명했고 그 중에선 제일 좋아하는 무용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지그프리드나 솔로르는 꽤 좋았던 것이다. 조바이다 역의 알리나 소돌레바는 그날 이 역 데뷔라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쇼피니아나와 불새 이후 시차로 인한 졸음은 많이 달아났고 언제나처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는 순간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무대 미술은 여전히 쇼킹하고 아름다웠다. 박스트의 재능이 가장 화려하게 꽃핀 무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발레를 봤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아니면 이제는 유튜브와 dvd 등 각종 루트가 넘쳐나서 희귀성이 사라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저 피곤해서일까. 여전히 발레는 아름답고 화려하며 음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만 그 마법같은 홀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면 이건 지금 무대 위를 누비는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내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일까?

 

공연이 나쁘진 않았다. 나름대로 좋았다. 하지만 세헤라자데가 무엇인가. 성적 매력이 넘쳐나는 발레다. 연인들의 춤이다. 그 성적 에너지는 파이널의 잔인한 살육으로 절정을 이루고 조바이다의 자살로 기나긴 여운을 남긴다. 난 언제나 이 발레가 잘 포장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무장한 일종의 아름다운 포르노, 어떤 관점에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섹스와 죽음, 이 두 축이 우아하게 결합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그 작품은 세헤라자데와는 표현 양태가 다르니까) 사실, 세헤라자데를 보는 것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오르가즘과 작은 죽음을 함께 경험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본 세헤라자데는 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그건 중심 인물인 조바이다와 황금노예의 춤이 밋밋했기 때문이다. 다닐라 코르순체프는 믿음직한 왕자였고 이국적이며 근사한 솔로르였지만 황금노예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황금노예는 일반적인 레퍼토리의 왕자나 귀족 같은 남자 주인공과는 많이 다르다. 심지어 해적의 노예 알리와도 다르다. 안무가인 포킨이 이 역을 니진스키에게 주었던 이유는 그가 발레 뤼스의 최고 스타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성격이 니진스키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니진스키는 단 한번도 완벽한 마초나 남성성 강한 역에 어울린 적이 없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황금노예는 반 인간, 반 짐승이며 완벽하게 거친 남성이라기보다는 양성성을 지닌 존재였다. 그 황금노예는 민활하고 우아하면서도 야수처럼 뛰어오른다. 그는 조바이다의 욕망의 대상이며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그를 지켜보는 모든 관객들의 욕망의 대상이 된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거기 가장 잘 맞았던 건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춤이었는데 그가 무대에 올라와  그 역을 추는 순간이면 극장 전체를 뒤덮은 어둠이 황금빛 불꽃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영상으로는 그 카리스마와 매력을 완전히 전할 수가 없다.

 

코르순체프는 물론 좋은 무용수이다. 지난 소치 올림픽 개막식 때 나타샤 로스토바의 무도회에서 안드레이 공작 역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그런데 이 사람은 너무 건장하고 멋있는 남성적 무용수였다. 카르멘에서 호세를 출 때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막상 황금노예를 추기 시작하자 매력이 사라졌다. 그는 힘세고 강하고 멋진 남자, 여자 무용수를 지지해주는 믿음직한 연인, 훌륭한 파트너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황금노예는 아니었다. 그 역의 우아함, 양성성, 흑표범 같은 민활함이 모자랐다. 이 사람이 나이가 꽤 들긴 했지만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본원적 스타일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멋진 지그프리드였고 꽤 용서해 주고 싶은 솔로르였지만 조바이다와 관객으로 하여금 안기고 싶고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갈망을 느끼게 하는 황금노예는 아니었다. 전에 마린스키에서 해외(영국인지 미국인지)로 발레 뤼스 투어 가서 이 사람이 황금노예 춘 무대에 대해 올라온 어떤 기사를 봤는데 거기서는 코르순체프가 아주 멋지고 섹시했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글쎄, 코르순체프는 멋지고 섹시하다. 그건 맞다. 하지만 황금노예로서 멋지고 섹시한 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냥 이 사람으로 멋지고 섹시한 거다. 키 크고 반듯하고 이국적이고 건장하고 잘 추는 무용수니까.

 

아... 황금노예와 조바이다의 아다지오가 밋밋하다니 섹시하지 않다니... 전율이 모자라다니 ㅠㅠ 이럴수가... 너무 슬프다.

 

조바이다 역의 알리나 소돌레바는 처음 추는 거라서 그런지, 아니면 요즘 마린스키 신진 무용수들이 많이 그런 것처럼 그냥 이래도 잘 통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역시 상체가 밋밋하고 팔을 너무 파닥거렸다. 내가 워낙 마할리나나 아실무라토바, 자하로바의 팔동작에 익숙해서인가.. 아니면 젊어서인가. 조바이다의 섹시함, 버들가지 같으면서도 채찍처럼 유연하고 강렬한 느낌이 없었다. 둘이 열심히 추는데 역시나 코르순체프가 많이 리드해 주고.. 사랑의 아다지오, 혹은 욕망의 아다지오라기 보다는 열심히 추는 아다지오여서 아쉬웠다.

 

그래도 음악과 오리지널의 힘이란 강력한 것이어서 나중에 조바이다 죽을 때 무척 불쌍했다 ㅠㅠ 보다가 욕했다. 술탄 이 자식, 여자가 저러면 좀 살려주지. 노예야 연적이니 죽였다 치더라도 ㅠ.ㅠ (역시나 주인공 과도이입...)

 

...

 

전에 얘기했듯 이날 찍은 사진들 전부 손상돼서 무대 사진이 없다 ㅠ.ㅠ

 

돌아오니 4월 25일에 다시 이 공연이 올라가고 캐스트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흑흑....

 

오늘 그들의 아다지오 클립이 유튜브에 올라와서 봤다. 그것도 좀 있다 링크할 예정. 이 둘도 런던 투어 때 한두번 춰보고 마린스키에선 이게 첫 공연이라 그런지 둘이 좀 마음이 급해 보이긴 했다. 몇번 더 춰보면 여유가 생겨서 섹시한 아다지오를 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슈클랴로프가 코르순체프보다는 그 역에 더 어울렸다 ㅠ.ㅠ 얜 또 반대로 너무 소년 같아서 조바이다를 리드한다기보다는 예쁘고 귀여운 연하 노예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전에 러시아 일기에 연재했던 글 중 세헤라자데와 니진스키에 대해 썼던 글

http://tveye.tistory.com/14 (과거에서 온 환희의 아름다움 - 니진스키의 사진 앞에서)

 

** 루지마토프와 자하로바,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의 세헤라자데 영상 클립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77

 

**  이 날 사진들이 날아갔으므로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황금노예 사진들 몇 장 더. 전에 올렸던 것들도 있지만 그냥 같이 올려본다. 맨 아래 몇 장은 슈클랴로프와 테료쉬키나가 전에 런던에서 췄을 때 컷.

 

 

 

뱌체슬라프 코바 라는 조각가의 루지마토프 조각상. 워낙 이 사람이 황금노예로 유명하니 이걸로 조각한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저거 갖고 싶다 ㅠ.ㅠ

 

 

 

 

 

 

 

 

 

율리야 마할리나와 함께.

 

아래 세 컷은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테료쉬키나는 동양적 외모라 그런지 조바이다 분장했을 때가 제일 예쁜 것 같다.

 

 

 

 

예쁘긴 정말 예쁜 슈클랴로프의 황금노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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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8. 21:38

눈은 곧 녹을 거예요 russia2014. 4. 28. 21:38

 

 

지난 4월 2일에 찍은 사진.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전날 갑자기 눈이 내려서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날은 하늘이 파랬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는 차가웠고 바람도 좀 불었지만 산책하기는 좋은 날씨였다. 네바 강변을 따라 한참 걸은 후 청동기마상을 지나 해군성 공원으로 들어섰다.

 

나는 나무도, 쏟아지는 햇살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그물 같은 그림자도, 그리고 눈도 좋아한다. 공원에 그 모든 게 다 있었다.

 

 

 

파랗게 돋아오르기 시작한 풀 위로 흰 눈이 가루처럼 한 겹 깔린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을 묘하게 울린다. 하지만 눈은 곧 녹을 거예요. 봄이 올 거고.

 

너무나 진부한 비유이지만...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족 잃은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이 올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슬프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저 길은 검고 촉촉한 흙들로 뒤덮여 있었고 황금빛의 거대한 돔과 천사상들을 이고 있는 이삭 성당으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걸었고 이삭 성당 곁을 지났고 이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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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다녀온 후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가 다 가 버려서...

마린스키 미하일 포킨의 밤 세번째 리뷰는 내일 올리고, 대신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율리야 마할리나의 라 바야데르 화보 한 컷. 이번에 갔을 때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와 폴리나 세미오노바가 추는 라 바야데르 봤었는데 그 리뷰는 마린스키 리뷰 올리고 나서... (대체 언제 ㅠㅠ)

 

루지마토프의 라 바야데르 2인무 영상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2276

오래돼서 화질이 매우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탁월하고 아름다운 춤을 볼 수 있다.

 

마할리나의 니키야 화보 : http://tveye.tistory.com/2077

 

루지마토프의 솔로르 화보(내가 좋아하는 하얀 의상 입었다~) : http://tveye.tistory.com/2294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를 클릭하면 그의 화보나 옛날 춤 영상을 몇 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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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어제 올렸던 3월 29일 마린스키 극장 '미하일 포킨의 밤' 리뷰 이어서. 두번째 작품이었던 불새에 대한 간단한 리뷰.

 

어제도 언급했지만, 출연진은 아래와 같다.

 

- 율리야 스체파노바(불새), 이반 시트니코프(이반 왕자), 예카테리나 미하일로브체바(천상의 미녀 차레브나), 바딤 벨랴예프(불사의 카쉐이)

 

고백하자면 러시아 민화 '이반 왕자와 불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고 바스네초프의 그림도, 이 발레를 위한 박스트의 무대 미술과 의상도 모두 좋아한다. 그리고 '이반 왕자와 불새, 회색 늑대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썼던 글들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전에 러시아 일기를 연재할 때 이 이야기에 대한 글을 쓴 적도 있었다. (링크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 )

 

그래서 옛날에 맨 처음 마린스키에서 이 불새를 보러 갔을 때는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이미 포킨과 니진스키 관련 서적에서 닳도록 봤고 박스트의 화보 카피도 오려서 간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마린스키에서 샀던 화보집에 나오는 안드리스 리에파와 율리야 마할리나의 화보도 너무 아름다웠던 것이다.

 

아쉽게도 발레 자체는 그때 큰 감명을 주지 못했다. 이 발레는 무엇보다도 미술과 음악이 더 강력한 작품이었다. 박스트의 미술도 그렇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도 그랬다. (개인적으로야 스트라빈스키가 발레 뤼스를 위해 작곡한 곡들 중에선 페트루슈카를 좋아하지만) 일단 춤이 너무 적었고 이반 왕자와 불새 이야기에 다른 민담들이 결합되어서 그런지 원래 이야기의 강렬한 매력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반 왕자와 천상의 미녀 공주님이 춤추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지루해진다 ㅠ.ㅠ 어쩔 수 없는 나의 아다지오 공포증인가...)

 

이후에도 이 발레는 몇 번 더 봤고 영상도 몇 가지 버전을 가지고 있어서 꽤 많이 돌려봤다. 이 발레는 발레 자체가 매력적이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쓰고 있던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내 글에서는 소련 시절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주인공이 불새를 새롭게 안무하고 춤추는데 이로 인해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돌려볼 때마다 음악과 각 인물들의 춤, 무대 등등을 열심히 조각내 보기도 하고 각종 상념에 잠기곤 했다.

 

어쨌든 영상으로야 자주 봤지만 무대를 다시 보는 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거의 7~8년은 된 것 같다. 안드리스 리에파가 90년대 중반에 이 작품을 마린스키에 다시 올린 이후 무대 미술과 의상은 거의 변함이 없는 듯 했다.

 

오랜만에 보니 좀 흥분도 됐지만, 안타깝게도 어제 쇼피니아나 얘기했을 때 언급했듯 이때 나는 시차와 졸음으로 너무너무 괴로웠다. 막간에 귤도 까먹고 초콜릿도 먹고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열심히 잠을 쫓았지만 역시나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자 유체이탈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불새가 나올 때는 열심히 봤지만 역시 불새가 사라지고 이반 왕자가 마법에 걸린 천상의 미녀 공주(난 대충 천상의 짜레브나라고 부른다만)와 그 시녀들을 만나 춤추기 시작할 때쯤 되자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나도 마법에 걸렸나, 내 몸도 불새처럼 하늘로 사라지는 것 같구나'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불사의 마법사 카쉐이와 그의 졸개(ㅋㅋ) 괴물들이 나오자 근사한 무대 미술과 카쉐이의 마임 덕에 그때부터는 잠도 달아나고 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이 발레는 정말 의상과 무대 미술 하나만으로도 직접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건 나중에 얘기할 라트만스키의 '곱사등이 망아지'도 마찬가지다) 불새의 화려한 의상도 그렇고 황금 사과가 열리는 정원도 그렇지만 최고는 역시 카쉐이와 괴물들, 그리고 우중충하고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무대 조명과 배경이다. (이게 혹시 내 개인적 취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난 언제나 날개를 퍼덕이며 무시무시하게 날아다니는 로트바르트 지지자였기 때문에^^;) 이때쯤부터는 스트라빈스키 음악도 꽤나 박진감 넘치고 근사하게 변환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면 잠도 깨고 꽤 좋아진다.

 

사실 이번에도 유체이탈 가신 후에는 공연 보는 내내 발레 자체라기보다는 음악과 전개 과정에 집중하며 내가 만들어냈던 리브레토와 각 동작들을 연결시켜 보았다. 그건 뭐 리뷰에 적을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

 

이건 사족이지만 난 항상 이 발레 마지막 장면이 생뚱맞게 느껴졌다. 불새의 도움으로 이반 왕자가 카쉐이를 처치한 후 막이 내렸다가 다시 올라간다. 어둠이 사라지고 만다라 형태의 햇살이 퍼져나가는 둥글둥글하고 동화적인 꿈의 왕국이 나타난다. 마법에 걸렸던 시녀들이 멋진 보가뜨이르(기사)들과 하나하나 커플이 되고, 러시아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이반 왕자와 천상의 짜레브나가 결혼하며 즉위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것이다 (춤은 전혀 없음) 이 장면은 꽤나 비현실적이고 그 꿈의 왕국은 어딘가 탱화를 연상시킨다. 뭐 원래 박스트가 처음에 불새를 디자인할 때도 여자 불상 같은 느낌이었고, 러시아 미술관에 걸려 있는 이 사람의 '고대의 공포'라는 그림을 보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불상이 나오긴 한다. 발레 뤼스도 이래저래 오리엔탈리즘을 응용한 작품이 두어 개 있었고.

 

하여튼 그 마지막 장면이 꽤나 '응?' 하는 느낌이라 전에 썼던 글에서도 내 주인공은 그 장면을 해피 엔딩을 가장한 풍자와 비극으로 전환시켰다. 이번에 볼때는 혹시 다른 느낌일까 했는데 역시나 또 그랬다. 아마 내가 삐뚤어졌나 보다 :)

 

무용수들에 대한 아주 짧은 메모들.

 

불새 역의 율리야 스체파노바는 괜찮았다. 요즘 마린스키의 젊은 무용수들 중 상당히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나도 주역 무대는 처음 봤다. 원체 내가 처음 봤던 불새가 마할리나, 니오라제 같은 베테랑 스타들이라 그런 원숙함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신선했고 불새다웠다.

 

이반 왕자 역의 시트니코프는 처음 보는 무용수였는데 사실 이 발레가 이반 왕자 춤은 별로 볼 게 없다... 어쩌면 천상의 짜레브나와 추는 아다지오가 중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때 나는 안드로메다에 가 있었기에 ㅜ.ㅜ 그리하여 천상의 짜레브나 역의 미하일로브체바 춤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미안해요 이반 왕자, 천상의 짜레브나 ㅠ.ㅠ 하지만 고백하자면 그 옛날 꽤나 꽃미남이었던 빅토르 바라노프가 이반 왕자를 춘 걸 봤을 때도 그 아다지오는 기억에 없다고요...

 

솔직히 말해 제일 근사했던 건 불사의 카쉐이, 그로테스크한 노인 마법사 역의 벨랴예프였다. 마임도 좋았고 팔다리를 뒤틀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동작도, 무시무시한 분장 속에서 가끔 드러나는 코미디도 좋았다. 갈채도 많이 받았다. 커튼콜 때도 이 사람은 역시나 느릿느릿, 마법사답게 인사를 해서 더 갈채를 받았다.

 

이 날 마지막 레퍼토리였던 세헤라자데에 대한 리뷰는 또 내일... 이게 보자마자 올렸어야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아무리 당일 메모를 남겨놨다 해도 휘리릭 한꺼번에 쓰는 게 잘 안되네.

 

사진은 없다. 아깝다, 불사의 카쉐이와 괴물들 사진들 ㅠ.ㅠ 날아간 사진들아.

 

그래서 아쉬우니 이 날 공연은 아니지만 불새 화보들 몇 장.

 

 

이건 예카테리나 콘다우로바. 불새 역.

 

 

 

이건 오리지널. 미하일 포킨과 타마라 카르사비나. 물론 지금 공연의 의상은 저 의상들과는 다르다. 저땐 불새 의상이 치렁치렁했지만 지금은 위의 콘다우로바 사진처럼 새빨간 색의 화려한 튀튀로 바뀌었다.

 

 

 

레프 박스트의 불새 의상을 위한 일러스트.

이것보다 더 유명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는 바로 아래.

 

 

아주 좋아하는 그림이다. 너무 좋아해서 작년에 페테르부르크 갔을 때 로모노소프 도자기 샵에 이 일러스트를 넣은 (싸지 않은) 찻잔을 발견하고 질러버렸다. 요즘도 가끔 거기 차 마신다 :)

 

*  박스트가 그린 천상의 짜레브나 의상 일러스트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4

 

 ** 참고로 짜레브나는 짜르의 딸, 즉 공주/황녀란 뜻. 짜레비치는 왕자/황자란 뜻이다. 그래서 이반 왕자는 이반 짜레비치라고 한다 :)

 

*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이반 왕자와 불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16

 

*  마린스키에서 처음 발레 봤던 얘기는 여기(이 얘기 잘 보면 슈클랴로프 처음 봤던 얘기도 나옴. 그땐 예브게니 이반첸코 대신 나왔다고 툴툴댔었음) : http://tveye.tistory.com/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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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3월 29일.

 

페테르부르크에 가면 첫날은 거의 항상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쭉 걸어서 궁전 광장과 청동기마상 쪽으로 산책을 가는 편이다. 이것도 그 첫날 사진들. 첫날이라 카메라는 후지 x20. 그래서 필터가 들어가 있다. 2~3일 후부터는 싫증도 나고 취향에도 안 맞아서 무필터, 무보정의 니콘으로 돌아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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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2. 21:24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4. 4. 22. 21:24

 

 

이번 마린스키와 미하일로프스키 공연들 리뷰는 그때그때 간단히 적어놓긴 했지만 막상 올리려니 세월호 사건 때문인지 영 내키지가 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대신 슈클랴로프의 예쁜 화보 몇 장 올려본다. 사진에 찍사분 이름 적힌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이름 없는 건 웹 서핑 중 건진 것.

 

이 사진은 해적의 알리. 역시 잘 어울린다. 잘 뛰어오르고...

 

이번에 갔을 땐 이 사람 나오는 건 실비아 밖에 못 봤다. 원체 도약과 카브리올이 좋은 무용수이지만 실비아는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동작보다는 섬세하고 자잘한 동작들이 많아서 이 사람의 진짜 매력이 다 드러날만한 타입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건 역시 빅토리야 테료쉬키나를 위한 작품이었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함께 춘 돈키호테.

 

5월에 이거 추던데 ㅠㅠ 아, 다시 가고 싶다!!!

 

 

 

돈키호테 한 컷 더.

 

내가 키트리 아빠라면 저런 바질에게는 딸을 열 명은 주겠다 :)

 

내가 돈키호테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키트리 아빠가 사윗감으로 바질을 못마땅해 하자 바질이 '전 이발사니까 열심히 가위질 해서 돈 많이 벌어올게요~' 하고 허세 부리는 씬이다. 근데 내가 키트리 아빠라면 저렇게 귀여운 애가 가위질 시늉을 하며 '돈 많이 벌어서 딸내미 호강시킬게요~' 라고 하면 어이는 없어도 하는 짓이 귀여우니 픽 웃고 '그래라' 할 것 같다. 좀 믿음은 안 갈 것 같기도 하지만. 가위질은 못해도 눈웃음으로 손님들을 많이 몰아와서 결국 돈은 잘 벌지 않을까??

 

 

발란신의 jewels.

 

상대역은 옆얼굴과 눈매를 보면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같기는 한데 살짝 헷갈린다. 올레샤 노비코바 같기도 하고.

 

 

 

이건 etudes

 

왼쪽부터 슈클랴로프, 올레샤 노비코바, 그리고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 사라파노프가 아직 마린스키에 있을 때.

 

 

 

최근 췄던 Le Parc.

 

올레샤 노비코바와 췄는데 영상을 보니 얘가 이 역을 처음 춰서 그런지 살짝 둘의 케미스트리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상당히 섹시한 작품인데 후반부의 그 클라이막스에서 둘이 열심히 추긴 하지만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랄까. 연인이라기보다는 그냥 육체적 전류만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다시 추면 좀 부드러워지려나.... 원래 열렬한 연인 배역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니 다음에는 더 나아질 것 같기는 했다.

 

사진사는 알렉스 굴랴예프. 아래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데스크탑 배경화면으로 썼던 사진.

 

.. 5월 29일인가 이 사람이 ABT에서 게스트로 라 바야데르 솔로르를 춘다는 소식을 마린스키 트윗으로 봤다. 테료쉬키나와 함께 춘다고. 이번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에도 ABT 무용수들이 와서 췄었다. 우리 나라 서희씨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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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1. 18:48

천사들 russia2014. 4. 21. 18:48

 

 

이삭 성당의 천사상들

 

 

궁전 광장 알렉산드르 기념 원주의 천사.

 

..  부활절은 지나갔고 천사들도 날아간 것 같다. 기도하고 싶은데 그것도 잘 안된다... 얼마 전 저 동네 산책하면서 저 천사들을 봤을 때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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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4. 20. 20:48

골목과 사람들 russia2014. 4. 20. 20:48

 

 

돌아와서 시간이 꽤 지났으니 다시 페테르부르크라는 표기가 익숙해질 무렵이 되었다.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면 저게 맞지만 사실 실제 발음은 뻬쩨르부르그이고 그나마 거기 사는 유학생들이나 나처럼 종종 드나드는 사람들은 '뻬쩨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해서 일단 거기 가면 도저히 '페테르부르크'란 표기가 잘 안된다. 사실 러시아어 애칭은 '삐쩨르'이다.

 

어쨌든. 페테르부르크의 골목과 사람들 사진 몇 장. 도착하고 2~3일 정도는 후지 디카를 들고 다녔는데 그때 거기 있는 필터 효과를 넣어 이것저것 찍어 보았다. 여기 필터는 미니어처. 그런데 필터를 넣으면 예쁘긴 하지만 좀 인위적이라 역시 내 취향과는 좀 맞지 않아서 결국은 원래 들고 다니던 니콘으로 회귀하여 필터 없이 찍게 되었다. 그래도 몇몇 사진은 예뻐서 여기 올려본다.

 

이건 딱 봐도 알겠지만 기념품 가게. 마트료슈카 그림이 걸려 있다.

 

 

이것은 24시간 식료품 가게 간판.

 

24시간이라고 우리 나라의 번듯한 편의점을 생각하면 낭패~

 

 

그리보예도프 운하변의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어느 여행객. 흑흑, 가방 끌고 그 돌바닥 지나가는 거 힘들죠?

 

 

관광용 마차 끌고 가는 사람. 빨간 모자가 맘에 들어서 찍었다.

 

 

 

지인의 아들내미 찬조출연 :) 미하일로프스키 공원 울타리를 따라 종종종 걸어가는 중. 저렇게 혼자 걸어가는 이유는 데리고 나온 강아지가 자기 혼자 앞으로 내달려서... 불러도 안 오니까 급한 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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