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8. 21:38
눈은 곧 녹을 거예요 russia2014. 4. 28. 21:38
지난 4월 2일에 찍은 사진.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공원.
전날 갑자기 눈이 내려서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날은 하늘이 파랬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는 차가웠고 바람도 좀 불었지만 산책하기는 좋은 날씨였다. 네바 강변을 따라 한참 걸은 후 청동기마상을 지나 해군성 공원으로 들어섰다.
나는 나무도, 쏟아지는 햇살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그물 같은 그림자도, 그리고 눈도 좋아한다. 공원에 그 모든 게 다 있었다.
파랗게 돋아오르기 시작한 풀 위로 흰 눈이 가루처럼 한 겹 깔린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을 묘하게 울린다. 하지만 눈은 곧 녹을 거예요. 봄이 올 거고.
너무나 진부한 비유이지만...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족 잃은 사람들에게 그런 순간이 올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슬프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저 길은 검고 촉촉한 흙들로 뒤덮여 있었고 황금빛의 거대한 돔과 천사상들을 이고 있는 이삭 성당으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걸었고 이삭 성당 곁을 지났고 이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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