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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5388

  1. 2014.06.30 난간 그림자와 궁전 광장의 포석 깔린 바닥
  2. 2014.06.26 그리보예도프에서 모이카로 4
  3. 2014.06.25 마음의 위안을 위해
  4. 2014.06.22 공연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
  5. 2014.06.20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의 모자이크화 몇 장
  6. 2014.06.16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 사진 몇 장 + 살려주고 싶은 알브레히트의 요건 등 4
  7. 2014.06.15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6.14 - 김나은/이고르 콜브) 간단한 리뷰 6
  8. 2014.06.12 롤러 스케이트, 자전거, 등대
  9. 2014.06.11 네바 강변, 등대, 스뜨렐까, 궁전 다리 건너 2
  10. 2014.06.10 얌전한 마샤, 그리고..
  11. 2014.06.08 푸에테를 추는 슈클랴로프
  12. 2014.06.05 선과 면과 귀퉁이들로 가려진 네바 강
  13. 2014.06.02 위안을 위한 꽃 한 송이
  14. 2014.05.30 네바 강변 따라 걷다가 찍은 사진 몇 장
  15. 2014.05.28 루지마토프와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16. 2014.05.27 여행 가방 사진이라도.. 6
  17. 2014.05.26 검은 나무들과 천사상들
  18. 2014.05.24 KBS 교향악단(요엘 레비 지휘) 차이코프스키 & 라흐마니노프 연주회 다녀옴 2
  19. 2014.05.24 발레 돈키호테 영상 클립 몇 개 : 테료쉬키나&슈클랴로프, 니넬 쿠르가프키나 기념 갈라, 바질 3인무 등 2
  20. 2014.05.21 공연 보러 가기 전 duke's ruin 케익과 함께...
  21. 2014.05.20 레냐가 강아지 데리고 간 그 공원
  22. 2014.05.19 문과 창문과 입구
  23. 2014.05.18 월요병을 달래는 사진
  24. 2014.05.17 실비아 영상 클립 + 커튼 콜 사진 등
  25. 2014.05.17 마린스키 발레 실비아 초연 리뷰(14.4.3, 테료쉬키나, 슈클랴로프, 스메칼로프) 6

 

 

바쁘고 피곤한 월요일. 마음의 위안을 위해.

 

나는 어딜 가나 창문, 난간이나 울타리 문양, 그리고 포석 깔린 바닥 보는 것을 좋아한다 :)

 

이건 그리보예도프 운하의 난간 문양 그림자. 지난 4월.

 

 

 

여러 번 올렸던 궁전 광장. 무척 좋아하는 이 광장의 저 원형 돌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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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6. 26. 21:46

그리보예도프에서 모이카로 russia2014. 6. 26. 21:46

 

 

페테르부르크에서 내가 좋아하던 산책로 중 하나. 예술광장을 가로질러 그리보예도프 운하를 따라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뒤로 돌아나온 후 운하를 따라 쭈욱 걸어가면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궁전 광장이 나온다.

 

날씨가 매우 좋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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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6. 25. 22:48

마음의 위안을 위해 dance2014. 6. 25. 22:48

 

우울한 하루였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을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사진 세 장.

 

 

이번 7월에 백야축제의 일환으로 마린스키에서 초연되는 애쉬튼의 '마르그리트와 아르망'

 

첫날은 울리야나 로파트키나와 티무르 아스케로프, 둘째날은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마린스키 사이트에 이렇게 포스터도 올라옴. 일부러 복고풍으로 만든 것 같다. 난 예전에 영상만 봤는데 애쉬튼은 딱히 내 타입의 안무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슈클랴로프의 아르망은 기대된다.

 

이 포스터는 티무르 아스케로프(맨 왼편)가 원래 좀 선이 굵고 남성적인 타입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느끼하게 나온 탓에 슈클랴로프가 더 참해 보인다 :)

 

얘가 이거 준비하느라 그런가.. 원래 내일(26일)에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이반 추기로 했는데 캐스팅이 필립 스쵸핀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ㅠㅠ

 

 

 

이 사진 출처는 브 콘탁트(https://vk.com). 돈키호테 공연 때 팬이 찍은 사진인 듯.

 

자살 쇼하고 나서 죽은 척 하고 있는 바질과 그 사실을 알아챈 키트리.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마침 순간 포착 사진을 찍어주신 팬에게 감사..

 

죽은 척 하고 있는 슈클랴로프도, 웃고 있는 테료쉬키나도 귀엽다.

 

 

 

이건 작년, 베네피스 공연 때 라 바야데르의 그림자 왕국 파트를 같이 췄던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 Dorothee Gilbert와 리허설 중인 사진. 스카프 씬 연습 중인 듯. 원래 무용수들의 연습실 장면을 좋아하는데 이 사진은 특히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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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6. 22. 20:56

공연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 russia2014. 6. 22. 20:56

 

 

지난 4월 2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이 날은 예술광장에 있는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라 바야데르를 보았다. 레오니드 사라파노프와 폴리나 세미오노바가 주역을 췄던 날이었다.

 

공연 끝나고 나와서. 극장을 나와 예술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모습. 초점은 흐려졌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 지우지 않았다.

 

이 날 공연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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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 4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그리보예도프 운하변 따라 거닐다가,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피의 구세주 사원) 벽면 모자이크 사진 몇 장. 마음의 위안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모자이크들..

 

실제로 보면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다.

 

 

 

내가 이 사원 벽면 모자이크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 바로 저 성 게오르기 :) 영어식으로는 성 조지. 용을 무찌르는 기사 :) 전에도 한두번 올렸던 걸로 기억한다.

 

 

 

 

 

맨 아래는 러시아의 쌍두 독수리 문장.

 

 

모자이크만 보면 아까우니까...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 전체 전경...

 

이땐 4월 초였고 아직 추운 날씨에 오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도 한적하지만. 지금쯤 백야라 이 운하변도 관광객들과 산책하는 주민들로 붐빌 듯.

 

사원이 고요하게 떠오른 저 거울 같은 운하 수면 보는 걸 좋아했었다.

 

태그의 스파스 나 크로비 사원이나 피의 구세주 사원, 혹은 그리보예도프 운하 를 클릭하면 이곳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꽤 많이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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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토요일에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과 이고르 콜브 보고 와서.

 

월요병을 달래기 위해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알브레히트 사진 몇 장.

 

어제 올린 리뷰(http://tveye.tistory.com/2894)에서도 얘기했지만 본시 나는 '알브레히트 죽일놈, 힐라리온 불쌍하다' 모드가 기본이지만,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자태가 근사한 무용수일 경우 그에 대한 반감이 좀 줄어들면서 '그래도 예쁘니까 살려주자' 모드로 접어들곤 한다 :)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사람.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이 사람은 외모도 근사하지만 1막의 유혹자 알브레히트를 꽤 섹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왕좌왕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표현하고 2막에서는 진짜 살려주고 싶을만큼 감정선을 자극하는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지젤 사진과 클립(http://tveye.tistory.com/2036)은 전에도 몇 번 올렸는데. 이번에도 몇 장 더.

 

위의 사진과 바로 아래 사진은 아마도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와 함께... 무대를 보니 갈라 쇼로 보인다. 오스몰키나와 추고 있는 것도 그렇고 지금보다 호리호리한 걸 보니 몇 년 전인듯. 오른편에 사진사 이름 적혀 있다. 미하일 쿠르친.

 

 

 

 

 

얼굴이 작게 나와서 저 지젤이 소모바인지 자하로바인지 헷갈리네..

 

무지무지 살려주고 싶은 알브레히트를 연기하고 있는 슈클랴로프.

 

토요일 이고르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상당히 귀족적이어서.. 멋있기는 했지만 2막에서 미르타의 명령에 따라 춤출 때도 어쩐지 끝까지 귀족 자존심을 지키는 모양새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같은 장면에서 슈클랴로프 같은 경우는 정신없이 춤추다가 하염없이 불쌍하게도 온몸을 던져 무대에 푹 쓰러져버리는데 콜브는 격렬한 춤을 추다가 완전히 소진된 순간이면 쓰러지는 게 아니라 다시 알브레히트 2막 기본자세(무릎 꿇고 고개를 떨구는 자세로 내 맘대로 이렇게 부르고 있음)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니 나 같은 관객의 마음이라는 것은, 슈클랴로프처럼 철퍽 쓰러져버리면 '아 쟤도 참 불쌍하네.. 그만 살려주면 좋겠다' 란 생각이 드는데 콜브처럼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쓰러지는 대신 무릎 꿇고 있으면 '쟤 아직 힘이 남았나보네. 안 살려줘도 지 혼자 살아남겠구만. 저 와중에도 백작이랍시고 자존심이냐!'하는 생각이 스멀거리는 것이다!!! 하긴 전자는 훨씬 소년다운 외모이고 후자는 성숙한 외모라 더 그럴지도...

 

 

 

얘가 저러고 있으면 안 살려줄 수가 없음 ㅠㅠ

 

얘야 알브레히트야, 어린 나이에 철도 없고 뭐 불장난치다 그럴 수도 있지... 누나가 용서해 주마...

(나 힐라리온 지지자 맞아? ㅠ.ㅠ)

 

 

이 사진은 alex gouliaev 의 사진.

 

 

마지막 사진 역시  alex gouliaev의 사진. 이건 지젤이 아니고 신데렐라. 좋아하는 사진이라 올려본다. 이 사람은 라트만스키 버전 신데렐라에서도 근사한 왕자였다 :)

:
Posted by liontamer

6.14(토) 저녁 7시 공연.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캐스팅

지젤 : 김나은

알브레히트 : 이고르 콜브

힐라리온 : 이동탁

페전트 파드 시스 : 홍향기, 송호진, 심현희, 강민우, 민홍일, 샤오 쿤

미르타 : 김애리

 

..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냥 간단한 리뷰만 남긴다.

 

난 항상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 지젤을 좋아했다. 국립발레단 지젤은 무대 미술이나 무용수들은 좋지만 내가 파트리스 바르의 안무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무용수들이 아주 춤을 잘 추거나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잘 이어줄 때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 차려놓긴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헛헛하다..' 이렇게 돌아오곤 한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 지젤은 조금 더 고전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마린스키 버전과 흡사해서(어쩌면 이것 때문인지도..) 이입도 잘 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 마음 속 최고의 지젤은 언제나 김주원씨였기 때문에 그녀가 있을 때는 국립발레단 지젤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김주원씨가 떠난 후 국립발레단 지젤을 보러 가면 거의 언제나 뭔가 아쉬웠다. 이동훈씨의 알브레히트는 좋지만 :)

 

오늘 김주원씨가 나오는데.. 사실 난 캐스팅 공지가 나오기 전에 표를 끊었다. 그래서 김주원씨 나오는 것도 뒤늦게 알았는데 이미 토요일 공연을 끊었고,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것도 예매해서 갔을 테지만 오늘 몸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콜브의 알브레히트를 봤으니까 만족.

 

전반적으로는 무난하게 봤다. 아쉬운 점 몇 가지를 먼저.

 

1. 페전트 파 드 두가 페전트 파 드 시스로 바뀌었는데 나름대로 이것도 아기자기하고 볼만하긴 했지만 그래도 2인무일 때가 더 좋았다...

 

2. 김나은씨의 지젤은 무난했다. 아무래도 체격이 왜소해서 그런지 선이 곱게 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고..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 사로잡는 부분도 없어 살짝 아쉬웠다. 2막에서는 상체와 팔이 조금 구부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젤 광란 장면에서는 많이 슬펐다. 알브레히트 나쁜놈아 ㅠㅠ

 

3. 미르타는 매우 아쉬움... 미르타의 매력이 무엇인가.. 서릿발 같은 매정함과 카리스마인데 그게 부족했다.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ㅜ.ㅜ) 미르타 등장 씬부터 시작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나는 소수파인가.. 미르타와 힐라리온 지지자 :) 내가 미르타라면 저 나쁜 알브레히트를 가차없이 처단할 것이며 힐라리온은 살려줄 것임!!

 

4. 윌리 군무는 나쁘지 않았지만 숫자가 줄어서 규모도 그렇고 건축학적 아름다움도 조금 손상된 게 아쉽다. 왜 한 줄을 빼버렸지... 페전트는 불렸으면서 ㅠㅠ

 

좋았던 점 몇 가지.

 

1. 문훈숙 단장의 해설

 

유니버설 발레단은 예전에도 지젤 때 자막을 넣어줬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처음에는 '좀 오글거린다, 자막까지..'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자막을 보면서 '아니, 내가 그렇게 지젤을 많이 봤는데 여기 이 장면은 이런 뜻이었다는 걸 몰랐네!'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초보자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도 많이 오니 자막을 넣어주는 것도 그렇고 단장이 직접 나와 여러 가지 마임과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지젤을 해설해주는 사람이 바로 문훈숙 단장이라는 것도 딱 어울리고.

 

2. 이고르 콜브~

 

내 입엔 이고리 콜브가 배어 있다만.. 사실 저 이름 이고르는 끝에 연자음 부호가 붙기 때문에 '르'와 '리의 중간 발음이긴 하다.

 

콜브의 알브레히트 무대는 사실 처음이었다. 내게 콜브는 언제나 황금 노예를 비롯해 이국적이고 섹시한 타입의 무용수였다. 지난 3월말 마린스키에 갔을 때 본 곱사등이 망아지에서의 코믹한 악당 시종장 역도 캠피할 정도로 섹시하게 느껴졌고... 그의 알브레히트는 간간이 동영상 클립 몇개를 본 게 전부였고 실제로 무대를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과연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어떨지 궁금했다. 섹시한 유혹자일 것인가, 아니면 번듯한 백작님일 것인가. 이 사람이야 나이도 있고 스타일도 그러니 사춘기 소년 같은 알브레히트일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반듯한 알브레히트였다. 1막의 유혹자일 때는 적극적인 스킨십 등도 그렇고 외모 때문에 막 청년기에 들어서서 자유를 갈망하는 알브레히트라기보다는 성숙한 바람둥이 알브레히트 같긴 했지만. 이 버전의 1막에서는 알브레히트의 춤이 특히 적기도 했고.

 

이전에도 여러번 얘기했듯 보통 나는 언제나 힐라리온 편이고 알브레히트가 아주 춤을 잘 추거나 아주 예쁠 경우 그를 옹호해주게 되는데.. 콜브의 알브레히트라면 지젤이 죽어도 좀 옹호해주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1막 알브레히트는 역시 못된 놈이었고 정이 갈만한 짓을 안해서 역시 죽일 놈 모드가 되었다. '콜브고 뭐고 알브레히트 나쁜놈~' 하고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다 ㅋㅋ

 

콜브의 알브레히트는 사실 2막이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그의 2막 알브레히트는 내 예상과는 달리 화려하고 섹시하다기보다는 매우 유려하고 반듯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했고 잘 계산되어 있었다. 윌리들 앞에서 죽음으로 치닫는 춤을 출 때도 광란과 격렬함, 화려한 테크닉, 이어지는 앙트르샤 곡예 대신 반듯하고 절제된 춤사위를 보여줘서 의외였다. 그런데 상당히 좋았다. 연기력도 뛰어나고, 상체의 움직임도 역시 좋다.

 

3. 힐라리온~

 

이동탁씨의 힐라리온이 좋았다. 나야 뭐 힐라리온 옹호자니까 웬만하면 그의 입장에 이입한다만.. 연기도 괜찮았고 죽음 씬도 좋았다. 나에게 최고의 힐라리온은 일리야 쿠즈네초프이긴 하지만.

 

대체 왜 힐라리온을 죽이는 겁니까.. 무슨 죄가 있다고.. 흐흑...

 

내가 안무가라면 힐라리온을 주인공으로 해서 지젤을 개작하고 말 것이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주인공도 나중에 안무할 때 힐라리온을 재해석하게 될 거다!! 그렇다고 자기가 출 건 아니고 다른 무용수를 시키겠지만.

(이 주인공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타입도 그렇고 누가 봐도 무대에 올라오면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받는 사람, 누가 봐도 알브레히트! 혹은 왕자! 주인공!이기 때문에 힐라리온을 맡을 수가 없음 ㅠ)

 

** 이 주인공을 내세워 썼던 글 두어 편에 지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틈나면 나중에 about writing 폴더에 발췌해 보겠다.

 

...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았다. 일 때문에 요즘 피폐해져 있었기 때문에 심신을 단비처럼 적셔 주었다 :) 비극은 지젤, 희극은 돈키호테!!

 

...

 

그리고 사족.

 

지젤 볼 때마다 느끼는 것.

 

1막의 파국 장면에서. 지젤이 죽은 후 알브레히트가 힐라리온에게 삿대질할 때부터 나의 분노는 극강으로 치닫는다.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감히 힐라리온에게 삿대질을 하는거얏! 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 네놈이 신분 숨기고 평복 입고 순진한 여자 꼬셔서 농락해 놓고, 그래놓고 약혼녀 나타나니까 손등에 키스하며 나몰라라 하고 지젤이 슬피 울며 날뛰는데 고개 돌리고 있었잖아! 뭘 잘났다고 힐라리온에게 난리야!'

 

이 분노는... 알브레히트가 괴로워하다가 망토를 어깨에 휙 걸친 후 마구 펄럭이며 (아주 멋있게) 무대를 가로질러 달려가 퇴장할 때 다시 업그레이드..

 

'아니 저놈이 뭘 잘났다고 망토까지 펄럭이며 멋있는 척이야! 불쌍한 여자 하나 죽여놓고 퇴장할 때는 나 백작~ 나 왕자님~ 하면서 저렇게 망토 멋있게 펄럭이며 허세를 부리는 거야! 이 나쁜놈! 미르타가 되어 네놈을 처단하고 말리라~!!!'

 

ㅋㅋ 그러나 알브레히트가 멋있는 무용수일 때는 이 마음도 조금 약화되어... 한편으로는 저렇게 분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머 우리 슈클랴로프는 망토 휘두르는 것도 이쁘기도 하지~'

 '어머 이고르 콜브도 망토 휘두르니 간지가 나네'

 

... 이렇게 모순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

 

** 이전에 올렸던 지젤에 대한 리뷰와 클립들 몇개는 아래를 클릭

2008년 유니버설 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180
2011년 국립발레단 지젤 : http://tveye.tistory.com/820
마린스키 지젤 3D 후기(사라파노프/오시포바) : http://tveye.tistory.com/1596
2013 국립발레단 지젤 + 마린스키 지젤 클립들(자하로바, 슈클랴로프, 세미오노바, 콘다우로바 등) : http://tveye.tistory.com/2036
예브게니 이반첸코 지젤 클립 : http://tveye.tistory.com/2071
슈클랴로프와 오스몰키나의 페전트 파 드 두 : http://tveye.tistory.com/2315

 

 

 

:
Posted by liontamer
2014. 6. 12. 22:33

롤러 스케이트, 자전거, 등대 russia2014. 6. 12. 22:33

 

 

어제에 이어, 4월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더.

 

이건 4월 8일. 돌아오던 날 오전. 에르미타주 전시 보고 나오는 길에 궁전광장에서 찍은 사진. 롤러 스케이트 타고 지나가던 소년.

 

 

 

역시 궁전광장. 이번엔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청년.

 

 

 

 

에르미타주 공원에서 네바 강변 쪽으로 나가면서 찍은 사진. 잘 보면 가운데에서 왼편으로 어제 포스팅했던(http://tveye.tistory.com/2887) 빨간 등대가 보인다. 같은 등대가 두 개 :)

 

** 궁전광장 사진들은 전에도 많이 올렸다. 태그의 궁전광장, 또는 궁전 광장을 클릭하면 볼 수 있다.

 

:
Posted by liontamer

 

 

지난 4월 7일, 네바 강변 따라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 장.

 

이 날은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건너가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맞은편 강변(우니베르시쩻스까야 나베레즈나야)부터 시작해 쭉 산책했다.

 

강변 걷다가 맞은편 건물의 창문과 행인 사진 한 장.

 

 

 

저 다리가 궁전 다리(드보르쪼브이 모스뜨).

 

에메랄드 청록색의 저 궁전이 바로 에르미타주. 겨울 궁전이다. 그래서 궁전 다리

 

 

 

페테르부르크의 랜드 마크 중 하나인 붉은 등대. 사진은 하나만 찍었지만 같은 게 두 개 있다 :)

 

 

 

등대 가까이서.

 

 

 

스뜨렐까.

 

화살이란 뜻인데 강둑이 반원의 호를 그리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듯. 이것도 양쪽으로 대칭된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날씨 좋고 따뜻할 땐 여기도 일광욕하는 사람들로 와글와글. 이때는 아직 늦겨울에 가까워서 추웠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고 고적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이 날 여기로 내려왔을 때 모든 것이 평온하고 고요해서 몹시 행복했다.

 

 

 

 

 

 

 

스뜨렐까로 내려오면 네바 강의 수면과 매우 가까워진다.

 

건너편에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와 사원 첨탑이 보인다. 여기서 저쪽으로 돌아서 걸어가면 저 요새에 갈 수 있는데 이 날은 다리가 아파서 포기했다. 나중에 다시 페테르부르크 가면 꼭 가야지.

 

 저 요새 산책하러 갔던 게 벌써 6~7년은 된 것 같다. 그 이후에는 갈 때마다 '걷기에는 멀고 버스 타기에는 뭔가 불편하고 밀린다' 라는 이유로 안 갔었다.

 

 

 

나중에 궁전 다리 걸어서 건넌 후. 에르미타주 앞에서 길 건너려고 기다리다가..

 

오렌지 티셔츠 입은 분은 찬조 출연. 내 친구...는 아니고, 내 친구(레냐 아빠)의 친구임. 이름은 알렉산드르. 나와는 두어 번 인사만 한 사이. 오렌지 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무심한 관광객 코스프레하며 한 컷 찍어줌. 관광객 도촬하듯이 멀리 떨어진 구도로 찍으라 해서 그렇게 찍음 ㅋㅋ

 

이때 귀여운 레냐가 자기 강아지 뜨보록을 어떻게든 저 사진에 출연시키고 싶어했으나 그 바보 강아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기에 실패 :)

:
Posted by liontamer
2014. 6. 10. 20:55

얌전한 마샤, 그리고.. russia2014. 6. 10. 20:55

 

 

 

지난 4월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사온 마트료슈카, 이름은 마샤.

 

그날은 비가 많이 왔었다. 기념품 가게 갔다가 호텔 방으로 돌아와 기념으로 찍은 사진. 어쩐지 지금 우리 집에 있을 때보다 호텔 방에서 찍은 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온 것 같다!!

 

 

 

뒷모습 :)

 

 

 

그 기념품 가게에서 마샤와 함께 사온 채색 쟁반.

 

 

 

그리고 이날 돌아오면서 들른 돔 끄니기에서 샀던 세 가지.

 

상트 페테르부르크 지도.

 

원래 내가 갖고 다니던 건 2006년에 산 거라서 이제 아주 너덜너덜해졌고 그 사이에 바뀐 것도 많아서 새것이 필요했다. 제일 저렴하면서 보기 편한 걸로 골랐다.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토박이 아가씨가 쓴 '비정형화된 페테르부르크 여행서'.

 

맨 왼편은 '작은 토끼 이야기'라는 동화책인데 친구가 러시아어 동화책 사다 달라고 해서 돔 끄니기에서 30분 동안 골라서 사온 책.

 

 

 

안은 이렇다.

 

약간 쉘 실버스타인 느낌이 나는데(삽화도 그렇고 내용도) 굉장히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친구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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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8. 13:22

푸에테를 추는 슈클랴로프 dance2014. 6. 8. 13:22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가끔 보는 영상. 화질은 별로 좋지 않다만... 그래도 이 사람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진다 :)

 

몇 년 전 영상이라 슈클랴로프 얼굴도 그렇고 체격도 소년 같다.

 

 

 

 

짧은 영상이 아쉬우니 사진도 한 컷 :) 출처는 사진에 박혀 있다.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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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5. 23:18

선과 면과 귀퉁이들로 가려진 네바 강 russia2014. 6. 5. 23:18

 

 

지난 4월 초.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전에 네바 강 따라 산책하면서 찍었던 사진 몇 장. 전에 올렸던 네바 강 사진들, 즉 평평한 수면과 솟아오른 사원 첨탑의 수평과 수직 사진들과는 좀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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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 22:01

위안을 위한 꽃 한 송이 russia2014. 6. 2. 22:01

 

 

 

피곤하고 지치는 월요일 밤.

 

심신의 위안을 위해, 꽃 한 송이 사진.

 

게을러서 식물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보는 건 좋다. 꽃은 더욱... 소국과 장미를 좋아하는데 이사오고 나서는 편하게 꾳을 살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사진은 지난 4월 머물렀던 페테르부르크의 숙소 욕실. 작은 화병에 꽃을 한 송이씩 꽂아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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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30. 14:37

네바 강변 따라 걷다가 찍은 사진 몇 장 russia2014. 5. 30. 14:37

 

 

지난 4월 초. 상트 페테르부르크.

 

오전에 숙소에서 나와 그리보예도프 운하와 모이카 운하를 지나 네바 강변 쪽으로 나와 쭉 걸었다. 청동기마상 앞에서 친구와 그의 귀여운 아들 레냐, 그리고 원반을 물어오지 않는 강아지 뜨보록과 만나 해군성 공원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 가족 만나러 강변 따라 걸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 몇 장.

 

 

 

 

 

 

 

 

 

이삭 성당과 청동기마상 실루엣이 보인다. 옆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드보르쪼브이 모스뜨(궁전 다리) 앞에서 길을 건너갈 수 있다.

 

길 건너기 전에 청동기마상 쪽을 훑어봤다.

이 자식, 아직 안 왔잖아 -_- 차로 오는 놈이 걸어오는 나보다 늦게 오다니!

 

툴툴거리려고 했지만 오는 길에 레냐가 쉬야 하고 싶다 해서 중간에 내렸다 오느라 늦었다고 해서 봐주었다. 레냐나 뜨보록 때문이라면 당연히 봐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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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8. 22:44

루지마토프와 슈클랴로프 화보 몇 장 dance2014. 5. 28. 22:44

 

 

피곤한 수요일. 심신의 위안을 위해.

 

오랜만에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옛 화보 몇 장.

 

 

 

 

 

** 파루흐 루지마토프의 세헤라자데와 황금노예에 대한 포스팅은 여기

http://tveye.tistory.com/2777
http://tveye.tistory.com/2774

 

 

 

그리고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지난 마린스키 발레 페스티벌에 올라간 유리 스메칼로프의 '카메라 옵스쿠라'(http://tveye.tistory.com/2740) 리허설 사진.

파트너는 안나 라브리넨코.

출처는 마린스키 극장 브 콘탁트.

이 사진 보면서 생각한 것 :

발로쟈, 그 패션 감각은 좀 웃긴 걸.. 파란 무늬 스카프(반다나인가..)에 샛노란 티셔츠 :0

 

 

그리고 이건 곱사등이 망아지.

뒷모습만 나왔지만 파트너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역시 키크고 늘씬한 로파트키나 :)

찍사는 Mark Olich.

사진만 봐도.. 저렇게 귀여운 바보 이반이라면 그냥 따라간다니까요 :))

 

** 곱사등이 망아지에 대한 이전 리뷰와 영상 클립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2796
http://tveye.tistory.com/2789

 

 

** 태그의 파루흐 루지마토프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클릭하면 이들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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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7. 22:02

여행 가방 사진이라도.. russia2014. 5. 27. 22:02

 

 

 

사람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밖으로 나가면 계속 나돌고 싶고 쉬면 계속 쉬고 싶다. 그런데 또 반대로 일하고 돈버는 건 그렇게 안된다. 본질적인 게으름인 건가 ㅜ.ㅜ

 

4월에 페테르부르크 다녀왔는데도 요즘 다시 가고 싶어서 종종 그때 사진 보는 중. 거기 있는 친구가 자꾸 바람 넣어서 그렇다. 백야가 어떻고 슈클랴로프 공연이 어떻고 저떻고 -_-

 

아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니 자꾸 훌쩍 나갔다 오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봄에 이사도 했고 동생 결혼에 어머니 여행 등 이래저래 생각지 않은 지출이 많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물론 시간도 문제고.

 

그래서 여행가방 사진 보며 자학 중. 4월 8일. 페테르부르크 숙소. 체크아웃 직전.

 

근데 아무리 설레는 여행이라도 가방 싸는 건 역시 너무 싫다!!!

 

** 저 가방은 완전히 망한 가방이다. 원래 쓰던 여행가방이 좀 작아서 가기 전날인가 급하게 근처 롯데마트의 아메리칸 투어***에서 샀더니만.. 외피가 너무 얄팍해서 걱정했더니 요즘 가방 다 이렇다고 튼튼하니 걱정말라고 하던 주인 아줌마... 다 거짓이었다. 가방이 너무 약하다. 그렇게 뽁뽁이와 헝겊으로 둘둘 말아넣은 로모노소프 조그만 찻잔 하나가 결국 깨졌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기념으로 준 조그만 향수도 파싹 깨졌다. 여태껏 그렇게도 여러번 찻잔들을 말아서 화물로 부쳤어도 한번도 깨진 적이 없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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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6. 20:25

검은 나무들과 천사상들 russia2014. 5. 26. 20:25

 

 

지난 4월. 페테르부르크. 레냐와 강아지 뜨보록, 그리고 친구와 산책 갔을 때.

 

 

 

이삭 성당.

전날인가 눈이 와서 이렇게 바닥에 희미하게 눈이 깔려 있다.

 

 

 

 

 

 

 

 

 

월요일이라 피곤해서 마음의 위안을 위해 좋아하는 공원과 천사상들을 올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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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열린 요엘 레비 지휘 KBS 교향악단 연주회 다녀옴.

 

차이코프스키 & 라흐마니노프 라는 주제로 올해 세번째 열린 연주회인데, 좋아하는 곡들이 있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녀왔다. 사실 차이코프스키 곡들만 듣고 중간 쉬는 시간에 나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도저히 라흐마니노프를 들을 엄두가 안 났다. (차이코프스키는 매우 좋아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취향에 맞지 않아 평소에도 잘 견디지 못함 ㅠㅠ)

 

그래서 반쪽짜리 메모..

 

 

 

오늘 곡목은 다음과 같았다.

 

차이코프스키

-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

- 발레 백조의 호수 모음곡

- 슬라브 행진곡

 

라흐마니노프

- 교향적 무곡 Op.45

 

라흐마니노프야 포기하고 돌아왔으므로.. 어쨌든 저 차이코프스키 음악들이야 전부 아주 좋아하는 곡이다. 백조의 호수야 귀가 닳도록 들었지만 그래도 음악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들은 적은 거의 없고 슬라브 행진곡은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곡이라 드물게 연주회 곡목으로 들어 있으면 가능하면 꼭 가서 듣는다.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은 어릴 때 맨 처음 샀던 클래식 테이프(^^)에 수록된 곡이라 이것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다. (이게 a면, b면에는 1812 서곡이 들어 있었다~)

 

요엘 레비가 지휘를 맡은 후 KBS 교향악단 연주를 처음 들으러 간 거였다. 레비의 지휘는 열정적이었고 즐거웠다. 난 차이코프스키만 듣고 나왔기 때문에 전체를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곡들이라 행복하게 듣고 나왔다. 다만 듣는 내내 고음이 좀 귀에 거슬렸다.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현도 그렇고 관도 그랬는데 나중에 현은 괜찮아지고 관은 좀 쇳소리 + 쨍하는 소리가 강했다. 음악당 자체의 문제인가 싶기도 했지만 아람누리 음악당 음향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잘 모르겠다. 아니면 이 악단 스타일이 원래 그런가.. 내가 뒤늦게 끊느라 2층 맨뒷줄에 앉아서 그런가 -_-

 

뭐 원래 내가 고음에 민감하고 특히 관악의 경우 쨍 하는 소리를 싫어해서 그럴지도... 그런데 다른 악단 연주에 비해 오늘은 살짝 관의 쇳소리가 강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오랜만에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어서 좋았다. 이건 슬라브 행진곡도 마찬가지. 막판에 너무 쿵짝쿵짝 와르르 느낌이 나긴 했지만 행진곡이니까 :0

 

백조의 호수를 오케스트라로 가장 최근에 들은 건 지난 4월 초, 마린스키 신관에서였다. 옥사나 스코릭과 데니스 로지킨이 춘 백조의 호수 보러 가서. 사실 이 곡은 집에서도 워낙 자주 듣긴 하지만, 그래도 극장에 가면 항상 발레 무대와 함께 듣기 때문에 이렇게 오케스트라 연주만 들을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이 곡을 연주로 들으니 기분 좋다. 조금만 더 여러 가지를 섞어서 연주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결국 메인 테마와 왈츠, 네마리 작은 백조의 춤(ㅠㅠ), 아다지오와 스페인 춤 등 몇 개만 연주하고 끝났다. 아... 맨 마지막에 다시 파이널을 연주해줬어야 감동의 물결이었을텐데.

 

슬라브 행진곡 들어서 좋았다. 난 조금 더 느리고 장중하게 흘러가는 버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연주 들으니 설렜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차이코프스키 다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집까지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라 편했다.

 

돌아와서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슬라브 행진곡과 백조의 호수 듣는 중 :) 그래도 역시 홀에서 듣는 생음악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람누리 음악당과 돌아오면서 찍은 주변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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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피곤한 한 주를 보내고. 위안을 위해 언제나 날 즐겁게 만들어주는 발레 돈키호테 영상 몇 개.

 

 

지난 5월 10일. 마린스키 발레. 돈키호테.

 

키트리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바질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팬이 캠으로 찍은 버전인 것 같은데, 1막이 많이 올라와 있어서 좋다. 테료쉬키나 팬이 찍었는지 투우사와 거리의 무희도 없고 1막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질의 파 드 트루아도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3막에서 바질이 자살 쇼 하는 것도 빠지긴 했다. 그래도 꽤 볼만하다.

 

테료쉬키나는 예전보다 훨씬 키트리에 어울린다. 갈수록 발전하는 것 같다. 역시 기 센 언니 스타일이라 그런가. 근데 이 키트리는 아빠가 아무리 결혼 반대해도 나몰라라, 사랑하는 귀여운 바질을 옆구리에 끼고 도망쳐 결혼할 것처럼 보인다 :)

 

슈클랴로프도 바질 추는 게 이전에 췄던 것보다 여기서 훨씬 더 좋다. 머리를 너무 빗어넘겨서 아쉽긴 하다만... 예전에 슈클랴로프가 췄던 바질은 귀여운 소년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제 나이도 좀 먹고 원숙해져서 그런지 소년이라기보다는 성숙한 남자처럼 보인다 :)

 

마지막  결혼식 그랑 파 드 두에서 바질 솔로도 나름대로 좋은데, 스플릿 점프를 비롯한 슈클랴로프의 바질 해석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버전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원래 마린스키 돈키호테의 바질 솔로들은 전통적으로 남자 무용수의 자유로운 해석을 어느 정도 용인하니까 나름대로 좋게 본다. 얘는 스플릿 점프를 좋아하나보다, 근데 꽤 잘하긴 한다. 예쁘게 포즈 잡는 것도 잘하고. 난 조금 더 공기처럼 날아다니는 바질이 좋긴 하지만.. 얘도 점프와 주테가 강하니 그것도 잘할 것 같은데 ㅠ

 

중간에 돈키호테 꿈 장면에 최근 신성 율리야 스체파노바가 드리아드 역으로 등장한다 :0

 

 

 

이건 며칠 전 마린스키에서 열린 니넬 쿠르가프키나 85주년 기념 갈라 공연에 올라온 돈키호테 1막 공연.

 

쿠르가프키나는 매우 유명한 키로프 시절 발레리나이다. 누레예프와 바리쉬니코프와도 파트너로 췄었다. 그녀의 키트리는 음악에 대한 탁월한 감각, 발랄한 해석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 배역이라 그런지 갈라에서도 돈키호테 1막을 그녀의 옛 필름과 교묘하게 뒤섞어 오마쥬를 바쳤다.

 

이것도 캠으로 찍은 거라 화질은 안 좋지만.. 맨 처음에 쿠르가프키나의 키트리 등장 씬이 스크린으로 상영되다가 후배 발레리나인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키트리가 등장,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의 바질과 흥겨운 춤을 보여주고 종반에는 다시 쿠르가프키나의 키트리 퇴장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가 추는 거라 처음 영상이랑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묘하게 다르고 여긴 드디어 바질의 파 드 트루아도 들어 있다 :0 귀여운 슈클랴로프의 파 드 트루아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쿠르가프키나에 대한 경의가 느껴져서 좋다.

 

원래 저 키트리 역을 쿠르가프키나의 제자 중 하나였던 예브게니야 오브라초바가 와서 추기로 했는데 부상 때문에 불발돼서 테료쉬키나가 췄다고 한다. 오브라초바의 키트리는 너무 귀엽기만 해서 춤 자체는 테료쉬키나가 나은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브라초바와 슈클랴로프가 재회해 같이 추는 걸 보고팠는데 좀 아쉽다.

 

저 공연에 대한 코메르산트 지의 기사는 여기. 노어로 돼 있긴 하지만. 돈키호테 부분만 발췌.

 

이때 사진도 여기 한 장.

 

 

http://www.kommersant.ru/doc/2474571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состоялся вечер памяти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ой, посвященный 85-летию со дня рождения балерины. Окончание вечера ознаменовалось овацией — публика бешено аплодировала танцующей на экране Кургапкиной. Свою лепту в овацию внесла ОЛЬГА Ъ-ФЕДОРЧЕНКО.

 

Нинель Александровна Кургапкина — из легендарной плеяды вагановских учениц. В 1947 году она окончила Ленинградское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е училище по классу Агриппины Яковлевны Вагановой и до 1981 года танцевала на прославленной сцене. Вела женские классы в хореографическом училище и репетировала с балеринами в Кировском /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была признанным авторитетом по поддержанию "в форме" спектаклей классического наследия. Памятный концерт в Мариинском театре выстроили по привычным лекалам: вступительные речи, которых было даже три. И. о. заведующего балетной труппой Юрий Фатеев открыл вечер; две других произнесли перед началом второго отделения Жанна Аюпова (ученица Кургапкиной в училище и театре) и Николай Цискаридзе. В первом отделении представили акт из "Дон Кихота" —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а блестяще танцевала этот балет; второй акт составили дивертисментные номера. Активное участие в вечере памяти себя приняла Нинель Александровна: организаторы концерта весьма удачно вмонтировали кинохронику в "живой" спектакль. Так, после уличной суматохи на площади Барселоны на сцену выбежала Китри — Кургапкина (благодаря кинопроекции) и исполнила знаменитую "выходную" вариацию бесшабашной испанки, а затем спектакль как ни в чем не бывало продолжила Виктория Терешкина. В финале акта, в сцене побега Китри и Базиля, там, где большинство нынешних танцовщиков берегут силы и быстренько бегут кратчайшим путем по диагонали из левой кулисы в правую (конечно, им трудно, так как на вытянутых вверх руках надо нести еще и возлюбленную), руководство труппы обезопасило Владимира Шклярова и заменило пронос реальный проносом кинематографическим. Во время которого, конечно, раздалась буря аплодисментов: Николай Ковмир искусно лавировал между рядами танцующих, практически повторив траекторию (только в обратном направлении) выхода 32 теней в "Баядерке", между тем как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а, удобно расположившись в руках партнера, задорно потряхивала бубном.

Китри в честь Нинель Кургапкиной исполнила Виктория Терешкина. Она танцевала раскованно и азартно, легко распутывала ногами все ритмические затруднения и выдала в бешеном темпе вариацию с кастаньетами, в которой пронеслась в диагонали вращений маленьким смерчем, оставив только восторженное "ах!" зрительного зала. Владимир Шкляров, который на сцене имеет вид примерного старшеклассника, исполнил партию Базиля в актерских рамках разрешенной трактовки, однако в танцевальной части позволил себя увлечь и даже похулиганил в вариации, дразня публику изгибистыми ранверсе и шкодными турами в воздухе.

 

..

 

마지막으로.

 

이건 위에서 얘기한 바질의 1막 파 드 트루아만 모아놓은 영상. 러시아 남자 무용수 6명의 바질 모음. 내게는 종합선물세트 :)

 

순서대로 이반 바실리예프,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빅토르 레베제프.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안드레이 메르쿠리예프, 그리고 세르게이 폴루닌. 다들 바질을 해석하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고 동작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파 드 트루아라도 전부 느낌이 다르다.

 

 

탄력 넘치는 바실리예프, 정석의 깨끗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사라파노프, 우아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 같은 레베제프, 사라파노프와 비슷한 동작을 따라가지만 테크닉보다는 조금 더 소년답고 생기넘치는 슈클랴로프,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터 같은 메르쿠리예프, 그리고 번듯하고 화려한 폴루닌.

 

발레를 보는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드는 버전이 가지각색일 듯.

 

난 페테르부르크 스타일을 좀 더 좋아해서 그런지 바실리예프나 메르쿠리예프처럼 빠르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질은 발레라기보다는 스포츠나 곡예를 보는 것 같아 내 취향은 아니고 가운데 세 명이 더 좋다 :)

 

태그의 돈키호테나 발레 돈키호테를 클릭하면 그간 올렸던 이 발레에 대한 여러 포스팅을 볼 수 있다. 워낙 좋아하는 발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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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이 날 마린스키 극장 신관에서 라트만스키 안무 발레 곱사등이 망아지를 봤다. 공연 보러 나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호텔 카페에서 잠시 쉬면서 차 마셨다.

 

 

케익 이름은 duke's ruin. 참 허세 넘치는 이름이다 :)

 

말린 자두와 아몬드, 딸기와 베리가 들어 있다. 맛있는 케익이라 가끔 생각난다.

 

 

 

 

 

 

이날 돔 끄니기에서 샀던 책. 최근 20여년 간 볼쇼이 발레단의 명암을 다룬 책인데 주로 스캔들을 다룬다. 인터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표지에 니콜라이 치스카리제가 나와 있어 기분 나빠했다 ㅠㅠ 아직 다 못 읽었지만 재미있는 책이다.

 

.. 요즘 일 때문에 바쁜데다 시골에서 마을버스 타고 멀미하며 출퇴근하다 보니 저 때 생각이 나서 올려본다. ㅜㅜ

 

* 이 날 본 곱사등이 망아지 리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89

* 이날 카페에서 올린 메모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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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4. 5. 20. 21:37

레냐가 강아지 데리고 간 그 공원 russia2014. 5. 20. 21:37

 

 

앞선 포스팅(http://tveye.tistory.com/2833)에서 얘기한 그 공원. 내 친구가 아들내미 레냐와 똥개 뜨보록을 데리고 원반 실험(ㅎㅎ)하러 가는 곳.

 

해군성(아드미랄쩨이스뜨보) 앞 공원이다. 맞은편에는 이삭 성당이 있고 공원을 가로질러 네바 강 쪽으로 걸어가면 청동기마상이 나온다 :)

 

이때는 지난 4월 초라서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어 잎사귀도 없고 황량하지만 지금쯤 파릇파릇해졌을 듯. 친구네 집은 스몰니 사원 근처에 있는데 주말이면 이혼한 아내의 집에 들러 아들과 똥개(ㅋㅋ)를 픽업하여 이 공원에서 산책하고 놀다가 네프스키 거리나 주변 어딘가에서 밥 먹고 놀다가 집으로 간다. 지난번 갔을 때 나도 동참. 그 강아지 뜨보록이 절대 원반 물어오는 개로 성장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간파했었다 :)

 

 

 

그때 갔을 때도 이렇게 아가들이 뛰놀고 있었다. 양쪽에서 선생님들이 지켜봄.

 

 

저 아이들 뛰노는 걸 보며 레냐가 의기양양하게 나한테 자랑했다.

 

레냐 : 나는 나는 저런 거 안 해~ 나는 우리 개랑 놀아, 개랑 원반 놀이하고 놀아~

 

 

 

이 공원에는 고골을 비롯 러시아 유명 예술가 흉상이 몇개 있다. 이건 고골,

 

9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에 와서 제일 처음 네프스키 거리에 나왔을 때. 맨 처음 갔던 공원이 이 공원이다. 그땐 9월초였고 하늘은 파랬고 햇살이 눈부셨고 분수가 하얀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이 공원은 여전히 내겐 각별한 곳이다. 대리석 조각상이 아름다운 레트니 사드와 수많은 화려한 분수들이 늘어선 여름 궁전 페테르고프도 좋지만 여긴 첫 공원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마 레냐에게도 그럴 것이다. 첫 강아지와 첫 산책을 나온 공원이니까.

 

 

 

** 녹음으로 뒤덮인 이 공원의 모습과 흰 눈으로 뒤덮인 모습은 아래를~


http://tveye.tistory.com/2776
http://tveye.tistory.com/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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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ontamer
2014. 5. 19. 21:17

문과 창문과 입구 russia2014. 5. 19. 21:17

 

 

3월말~ 4월초. 상트 페테르부르크.

 

벌써 한 달 반이나 지나서 그런지 언제 다녀왔나 싶다.

 

 

 

 

 

 

 

 

:
Posted by liontamer
2014. 5. 18. 20:32

월요병을 달래는 사진 russia2014. 5. 18. 20:32

 

 

지난 4월 초. 페테르부르크.

 

오후에 잠깐 숙소에 돌아와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디저트 레스토랑 고스찌에서 테이크아웃해 온 그루쉐브이 나폴레옹(서양배 나폴레옹) 케익과 차 한 잔.

 

아, 다시 돌아가고 싶다!!!

 

 

 

:
Posted by liontamer
2014. 5. 17. 15:55

실비아 영상 클립 + 커튼 콜 사진 등 dance2014. 5. 17. 15:55

 

앞서 올린 마린스키 발레 실비아 초연(2014.4.3) 리뷰(http://tveye.tistory.com/2816) 에 이어.

 

1. 간단한 영상 클립 몇 개.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의 실비아 관련 인터뷰 클립

 

 

 

이건 실비아 공연 하이라이트 약간. 이건 첫날 공연이 아니라 그 다음날 알리나 소모바와 크산데르 패리쉬가 췄던 버전. 잘 보면 알리나 소모바의 실비아와 위의 테료쉬키나 실비아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슈클랴로프가 춤추는 클립은 없어서.. 슬픈 마음으로. 대신 리허설 클립 하나. 여기서 추는 게 아마 3막의 솔로 부분인 것 같다. 맨 처음 나오는 애는 크산데르 패리쉬. 슈클랴로프는 회색의 긴 슬랙스와 폴라티 차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로열발레단의 풀 버전을 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세요 :)

 

 

2. 공연 사진 (출처 : 마린스키 극장, 리아노보스티 신문 등)

 

 

 

이건 3막.

 

 

 

1막. 화살 쏘려고 위협하는 실비아. 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아민타.

 

저런 애를 쏘다니 ㅠㅠ

 

 

 

 이건 3막 아다지오.

 

 

 

3막. 아민타의 솔로. 사진은 좀 웃기게 나왔지만..

 

 

 

1막. 화살 맞고 죽은 아민타를 살리러 온 의문의 망토 쓴 남자. 실은 에로스.

생명의 꽃을 갖다 대자 짠~ 하고 살아남.

 

 

 

이건 살려내기 전. 팔 들어서 죽었나 살았나 시험 중...

 

.. 근데 분명 다른 사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올리려고 보니 슈클랴로프 나온 사진밖에 안 보인다 ㅠㅠ

 

 

3. 커튼 콜 사진들

 

내 니콘은 너무 플래쉬가 안 좋고 잘 번져서 후지X를 가져갔다. 맨첨엔 자리에 앉아서 찍고 무용수들이 커튼 앞으로 나왔을 땐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찍었는데 그래도 카메라 자체가 똑딱이라 잘 나온 건 없다만.. 어쨌든 이날 찍었던 사진들 올려본다. (스크롤 주의)

 

 

 

 

 

 

 

키 커서 잘 보였던 유리 스메칼로프 :)

다시 봐서 반가웠어요!

 

 

 

 

 

 

 

 

 

 

 

 

 

 

 

 

 

 

 

 

 

 

 

 

 

 

 

 

 

주역 무용수들 인사..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찍어서 이때부터는 좀 가까이서 :)

유리 스메칼로프.

 

 

 

 

테료쉬키나와 슈클랴로프, 사이좋게 :0

 

 

 

 

 

 

 

 

 

 

 

 

 

 

 

 

 

앗, 가지 마 ㅠ.ㅠ

 

.. 이렇게 하여 실비아 리뷰와 사진들은 이걸로 마무리.

 

마지막 남은 건 4월 6일 마린스키 백조의 호수. 헉헉...

 

 

 

:
Posted by liontamer

 

실비아 (2014.4.3 마린스키 극장. 초연)

 

 

 

 

음악 : 레오 들뢰브

안무 : 프레드릭 애쉬톤

재안무 : 크리스토퍼 뉴턴

무대 배경 및 의상 : 크리스토퍼 아이언사이드, 로빈 아이언사이드

조명 : 마크 조나단

 

캐스트

실비아 :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아민타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오리온 : 유리 스메칼로프

에로스 : 알렉세이 튜튠닉

디아나 : 타치야나 트카첸코

노예들 : 안드레이 아르세니예프, 올레그 뎀첸코

 

 

1. 이 발레의 간단한 리브레토

 

1막

 

판과 님프들이 뛰노는 신성한 숲. 디아나 여신의 님프 중 하나인 매력적인 실비아에게 반한 순박한 목동 청년 아민타는 에로스 신전에 와서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이후 그는 님프들과 실비아가 춤추는 것을 신전 기둥 뒤에 숨어 바라본다.

 

그러나 아민타의 망토를 발견한 님프들이 수색 끝에 그를 찾아낸다. 아민타는 실비아에게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지만 디아나의 님프인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하잘것 없는 사랑을 부추기는 에로스를 마구 욕하며 신상을 조롱한다. 그리고 애원하는 아민타의 심장에 활을 쏴 쓰러뜨린다. 신상처럼 서 있었던 것은 사실 진짜 에로스 신이었고 그는 그 대가로 실비아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쏜다.

 

실비아는 화살을 뽑아내지만 멀쩡한 것을 깨닫고 좋아하며 님프들과 퇴장한다. 지나가던 오리온은 실비아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잠시 후 에로스의 화살 탓에 사랑에 빠져버린 실비아가 등장, 아민타의 시체를 안고 슬퍼하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때 오리온이 나타나 그녀를 납치한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나와 아민타의 시체를 발견하고 슬픔에 빠지지만 수상쩍은 망토를 뒤집어쓴 인물이 나타나 그를 살려낸다. 그 인물은 바로 에로스 신이었다. 에로스는 아민타에게 오리온이 실비아를 납치해갔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의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에로스 신에게 경배한다.

 

2막

 

오리온의 주거지로 잡혀온 실비아. 호화스러운 옷가지와 보석 등으로 아무리 꼬드겨도 실비아가 넘어오지 않자 오리온은 화가 난다. 그녀가 신주단지처럼 꼭 껴안고 있는 에로스의 화살을 빼앗기까지 한다.

 

실비아는 묘안을 짜내 갑자기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교태를 부리기 시작하여 오리온의 혼을 쏙 빼놓고는 그와 노예들에게 술을 잔뜩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들고 화살을 되찾는다.

 

도망치려고 하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어 절망하는 실비아의 앞에 에로스 신이 나타난다. 그는 실비아에게 디아나 신전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아민타의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주고 아름다운 배에 그녀를 태워 떠난다.

 

3막

 

디아나의 신전 앞. 다들 디오니소스 축제를 벌이고 있지만 목동 아민타는 애타게 실비아를 그리워한다. 이때 바닷가에 아름다운 배가 한 척 들어오고 거기서 에로스와 실비아가 나타난다. 재회한 연인들은 사랑을 확인한다. 곧 축제와 함께 연인들은 사랑의 춤을 추지만 오리온이 나타나 다시 실비아를 납치하려고 한다. 그녀는 신전 안에 숨고 오리온은 아민타를 밀어붙인 후 신전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이때 디아나 여신이 나타나 오리온을 죽인다.

 

여신의 분노는 금지된 사랑을 나눈 실비아와 아민타 커플에게 향하지만 이때 에로스가 나타나 오랜 옛날 디아나가 목동 엔디미온에게 반했던 순간을 환상으로 보여주고 그녀는 옛 추억에 감화되어 연인들을 용서하고 축복한다.

 

 

 

 

2. 공연 보러 가기 전. 로열발레단 영상 감상 후

 

리브레토를 줄줄이 늘어놓은 이유는 내 기억으로 이 발레가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어서. 사실 나도 슈클랴로프가 초연에 나온다는 얘길 듣고서야 영상으로 찾아봤다. 로열발레단, 다아시 버셀과 로베르토 볼레 버전인데 유튜브에 올라와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길. 고전 발레인데다 애쉬튼의 안무나 해석도 딱 그런 식이다. 리브레토도 간단하고 춤도 그렇게 많지 않다. 3막까지 있지만 실지로 전체 공연 분량은 90분도 안 될 것 같다.

 

영상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런 거였다.

 

1. 아... 지루하다. 춤도 너무 적다.

 

2. 저 아민타란 놈은 대체 뭐냐... 자기 힘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고 심지어 춤도 별로 없네 ㅠㅠ 로베르토 볼레의 섹시함으로 커버하는 거네 ㅠㅠ

 

3. 제일 중요한 여주인공 실비아가 매력적이어야 하는데 쟤한테 정이 안 가네... 물론 다아시 버셀이야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한다만..

 

4. 발레가 춤도 리브레토도 등장인물들도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라 재미가 없다. 역시 이렇게 반듯한 고전은 내 취향이 아니었어.

 

5. 4와 비슷한 이유로... 프레드릭 애쉬튼도 정통 영국식도 취향에 안 맞았지... 역시 난 드라마틱한 게 좋다고!

 

6. 왜 하필 발로쟈 너는 내가 가는 일정에선 이거 하나 밖에 안 나오는 거냐 ㅠㅠ

 

(.. 나중에 실제로 공연을 보고 나서는 춤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 얘긴 아래)

 

 

3. 공연 보러 가서, 키가 크지 않은 인간의 슬픔

 

드디어 4월 3일이 되었다. 이날은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개막일이었고 실비아는 마린스키에서는 초연이었다. 페스티벌 개막작이자 초연작이니 극장에서도 열심히 홍보를 했고 관객들도 관심이 많았다. 주역은 마린스키 수석무용수들인 빅토리야 테료쉬키나와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였다. 슈클랴로프야 시즌 개막이나 이런 페스티벌 개막이면 보통 주역으로 나오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다른 게 개막작이면 더 좋았을텐데 하고... 그러니까 이날은 작품에 대해 아무런 기대감 없이 그저 슈클랴로프 얼굴이나 가까이서 보자 하고 간 거다.

 

 

 

자리는 좋았다. 파르테르 5째 줄 13번으로 정가운데 앞자리였다. 원래 공연 전체를 보려면 2층 맨 앞줄 가운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무용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을 땐 그래도 1층 파르테르 앞자리가 좋긴 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으니.. 이곳은 마린스키 구 극장. 계단식 좌석이 아니라 평면에 주욱 늘어선 의자들 때문에 앞에 덩치 큰 사람이나 머리 큰 사람이 앉으면 진짜 재앙이다. 러시아야 분명히 야구공만한 머리에 기다란 비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쌔고 쌨지만 이상하게도 극장에만 오면, 특히 내 앞에 앉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덩치가 크거나 머리가 크거나, 머리는 작지만 거대하게 부풀린 곱슬머리 헤어스타일을 장착한 경우가 거의 90%였다. 이것도 무슨 법칙이 있나보다. 그래서 옛날부터 마린스키 갈 때마다 외던 주문이 있었으니.. "발샤야 갈라바가 제발 오지 않게 해주세요 ㅜㅜ" (발샤야 갈라바 : 큰 머리 ㅠㅠ)

 

 

1층 파르테르 앞줄... 바로 앞 오케스트라 핏...

이래서 앞줄에 앉으면 무대가 가깝긴 하지만 심지어 지휘자 머리 때문에 또 무대가 가려지기도! 

 

 좌석이 이렇게 일렬 평면으로 늘어서 있다..

 

 

발샤야 갈라바가 앞에 앉으면 무대가 두 동강나 보이는 바로 그런 자리 ㅜㅜ

 

정말이지 이날도 들어가면서 유아용 시트라도 가져와 깔고 앉고픈 마음이 굴뚝이었다. 전날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에서 라 바야데르 보면서도 파르테르 끝열 앉았다가 무대 바닥이 안 보였던 게 생각나서 이날은 책을 두 권 챙겨갔다. 주섬주섬 책을 꺼내 스카프로 싸서 깔고 앉는 나를 보고 동행한 친구는 기절초풍...

 

친구 : 야, 뭐하는 거야! 아기냐?

 

나 : 너는 호빗의 괴로움을 모른다. 바로 너 같은 인간이 앞에 앉는 순간 무대가 안 보인단 말이야! 앞에 발샤야 갈라바가 앉으면 나 정말 하나도 안 보여... 기껏 슈클랴로프 얼굴 볼라고 이렇게 앞자리 끊었는데 안 보이면 어떻게 해 ㅜㅜ

 

친구 : 뭣이, 너 지금 내 머리가 크다는 것이냐! 발샤야 갈라바라니!

 

나 : 너는 왜 본론은 무시하고 쓰잘데없는 말에 집중하는 거야.

 

친구 : 나는 머리 안 커. 키가 클 뿐이야.

 

나 : 어쨌든 둘 다 똑같아. 키 크든 머리 크든 앞을 가린다고... 빨리 기도해라, 내 앞에 머리 큰 사람 안 오게 ㅜㅜ

 

.. 그러나 역시 내 앞에는 덩치 큰 아주머니가 앉고 말았다. 게다가 곱슬곱슬하게 부풀린 거대한 파마머리 콤보였다. 그리하여 책 두 권을 깔고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은 완전히 가려져서 가운데가 안 보였다. 무대가 두 동강나 보였다 ㅜㅜ 결국 공연 보는 내내 양쪽으로 고개를 왔다갔다 하고 봐야 했다... 이게 뭐냐. 비싼 자리도 다 소용없다. 그나마 책 두 권이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 막간에 책을 빼냈더니 진짜 아무 것도 안 보일 지경...

 

친구가 불쌍하다고 자리를 바꿔주려고 했지만 걔 앞에는 더 덩치 큰 곰같은 아저씨가 앉아서 더 안 보였다. 두번째 막간에는 결국 친구가 스카프로 책 싸는 걸 도와주면서 이랬다.

 

친구 : 너 진짜 눈물겹다... 엉덩이 배기지 않냐? 허리 부러지겠다.

 

나 : 시끄러워 ㅠㅠ 유아용 시트 좀 얻어와 ㅠㅠ

 

친구 : 무릎에라도 앉혀주고 싶구나 ㅠㅠ

 

나 : (혹함) 그래도 되니?

 

친구 : 기생오라비 같은 무용수 얼굴 보겠다고 친구의 무릎을 작살낼 생각이냐?

 

나 : 작살이라니... 너무하잖아 ㅠ 좀 많이 저리긴 하겠지. 그렇지만 물리적으로 계산한다면 80kg 이상의 체중을 가진 인간의 무릎이 날 앉혔다고 작살나지는 않을 거야.

 

친구 : 나의 80kg는 대부분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지, 누구와는 다르지~

 

나 : 시끄러. 시작한다!

 

그리하여 결국 계속 발샤야 갈라바에 막혀가며 공연을 봤고 가장 혹했던 수단인 친구 무릎 좌석 활용은 당연히 불가능... 아, 마린스키... 여전히 구 극장이 신관보다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여전히 괴롭다...

 

 

4. 긴 서론에 이어, 이제야 본론. 마린스키 실비아 초연. 간단한 리뷰

 

 

극장은 만원이었다. 마린스키 국제 발레 페스티벌 개막작이기도 했고 초연이었기 때문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선보이는 프리미어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오랜만에 진짜 고전 발레를 프리미어로 들고 나왔기 때문인지 사람들도 꽤 관심을 보였다.

 

막간에는 파르테르와 베누아르 좌석 출입구인 1층의 좁은 복도에서 마린스키 발레단 디렉터인 유리 파테예프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근처 벤치에 앉아 친구랑 초콜릿빵 까먹으면서 인터뷰하는 걸 잠시 구경했다. 애쉬튼의 안무, 들뢰브의 음악, 작품의 의미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좀 잘 들어보려고 했지만 그때 친구가 마린스키 샵에서 슈클랴로프 엽서를 발견했다고 끌고 가는 바람에 당연히 거기 갔음(ㅜㅜ)

 

인터뷰 중인 유리 파테예프. 가려져서 얼굴의 일부만 보임. 영상으로 봤을 때와 얼굴 똑같음.

 

 

리브레토에 대해서야 1번에서 전부 얘기했으니 그냥 간단한 감상만...

 

로열발레단 영상 후기도 위에 썼지만, 이 작품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워낙 기대를 하지 않고 갔기 때문인지 오히려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아무래도 초연이다 보니 군무나 솔리스트들이 좀 긴장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굉장히 신경 쓴 티가 났다. 돈도 많이 들인 것 같고 준비도 많이 한 것 같았다. 영국에서 그대로 가져와 제작했는지 무대 배경이나 의상, 디자인부터 시작해 안무도 그렇고 기존 버전과 크게 다른 구석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오랜만에 이런 고전 발레를 보니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백조의 호수나 지젤, 잠자는 미녀 등등도 클래식이긴 하지만 워낙 여러 버전들이 있고 무대 미술이나 조명도 많이 세련된 스타일로 바뀌어서 그런지 손으로 그린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배경들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묘했다.

 

들뢰브의 음악이 좋았다. 이것도 영상으로 볼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역시 어두컴컴한 마린스키 극장 안을 가득 채우고 울려퍼지는 오케스트라 선율에는 뭔가 마법적인 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리브레토와 화려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춤 때문에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인지 의외로 볼 만한 춤도 조금 있었다.

 

영상으로 볼 때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실지로 무대에서 보니 의외로 상당히 까다로운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자주 올라오는 레퍼토리들과는 스텝이나 동작들이 많이 달랐다. 특히 주역인 실비아의 스텝과 동작들이 어려웠다.

 

빅토리야 테료쉬키나는 씩씩하게 잘 췄다. 원래 잘 추는 무용수라 괜찮기는 했는데 어쩐지 저런 실비아라면 굳이 에로스가 구해 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헤쳐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씩씩했다 :) 이 사람은 외모도 그렇고 춤추는 스타일도 그렇고 가뜩이나 슈클랴로프랑 둘이 있으면 기 센 누나와 귀여운 연하 애인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레퍼토리에서는 게다가 슈클랴로프가 맡은 목동 아민타가 원체 비실비실해서 더 그런 느낌이었다 :0

 

나중에 테료쉬키나 인터뷰를 보니 역시 실비아 동작들이 어려웠다고 한다. 내 개인적 감상은... 테료쉬키나가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실비아의 춤은 기교 넘치는 동작들의 연속이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기교 = 아름다움은 아니니까.

 

 

 

 

이건 슈클랴로프의 아민타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은 혼자 추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아다지오가 상당히 까다로워서 좀 놀랐다. 일반적인 고전 발레 아다지오들은 물 흐르듯 유연하고 부드럽게 전개되고 감정적 고조를 중시하는데 실비아의 아다지오는 성격이 달랐다. 분절적 동작들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남자 무용수가 파트너를 계속해서 들어올렸다 내려놓는 자잘한 동작들이 변형되어 이어졌다.

 

슈클랴로프야 잘 추는 무용수이긴 하지만 파트너를 지지해주는 데 있어서는 A급이라고 하긴 어려운 사람이라.. 사실 보면서 좀 조마조마했다. 살짝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얘가 작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워낙 동작이 까다롭고 처음 춰보는 거라 그런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이 사람이 실수를 한 건 아니다. 아다지오는 끝까지 잘 췄다. 그냥 내가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을 뿐이다. '아, 왜 자꾸 들었다 놨다 하는 거니, 애 허리 빠지겠다.. 애쉬튼, 당신 새디스트였던 거요?'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 운동량이나 순간 투여되는 에너지, 격렬함 등이야 물론 요즘 거의 체조 수준으로 전개되는 무용들 쪽이 더 크겠지만 실비아의 아다지오는 생각보다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았다. 성격이나 스타일은 다르지만, 약간 잠자는 미녀에서 로즈 아다지오 볼 때랑 느낌이 비슷했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보는 내내 '아, 저거 참 추기 까다롭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슈클랴로프 인터뷰도 읽었다. 역시 파트너 지지하는 동작들이 무척 어려웠다고 밝혔다. 기존에 춰 보지 않은 동작들이 많았고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했다. 발레에 대해서야 그저 보는 걸 좋아하기만 하는 내 눈에도 까다로워 보였으니 추는 애들은 더 그랬을지도.. 그리고 단순하고 천진한 목동 역이었지만 애쉬튼 안무였고 무엇보다도 테료쉬키나와 췄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근데 내가 보기엔 넌 이 프리미어 주역보다 나중에 스메칼로프가 안무한 그 단막발레 카메라 옵스쿠라에서 춘 역이 더 좋았어. 콧수염 달고 안 예쁘고 찌질하게 나오긴 했지만^^;)

 

 

뭐라고요? 내가 이렇게 예쁜데 안 이쁘고 찌질하게 나온다는 말을 하다니!

 

 

이 발레는 아무리 봐도 남자 주인공이 아민타라지만 이놈보다는 악당 오리온과 문제해결사 에로스가 훨씬 돋보인다. 심지어 등장씬도 더 많은 것 같다!

 

 

알렉세이 튜튠닉은 코믹한 에로스 역을 꽤 잘 소화했다. 영상으로 볼 때도 그렇고 무대로 볼 때도 화살 쏘는 게 좀 서커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로스가 실비아에게 활 쏠 때 잘 봐야지 싶었지만 문제의 발샤야 갈라바가 가리고 있어 활 날아가는 걸 제대로 못 봤다 ㅠㅠ

 

(사진의 조각상 분장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에로스 역의 튜튠닉.

이 발레는 사전에 내용을 모르고 보면 1막에서 갑자기 저 조각상이 활 쏠 때 깜짝 놀랄 수도...

사진에서는 에로스의 정체가 드러나 다들 경배하고 있음. 서 있는 애가 슈클랴로프의 아민타. 사랑하는 실비아를 구해주세요~ 하고 있음. 출처는 사진에 워터마크로 찍혀 있음)

 

그리고 유리 스메칼로프. 이 사람은 언제나처럼 좋다. 키도 크고 체격도 단단한데다 외모 자체가 강렬하고 에이프만 발레단에서 다져진 훌륭한 기본기와 표현력이 강점이다. 오리온 역에 잘 어울렸다. 오히려 1막보다 실비아랑 오리온만 나오는 2막이 더 재미있었으니 말 다 했다... 곱사등이 망아지에서 시종장으로 안 나온 게 아쉬웠지만 여기서 화려한 옷 입은 오리온으로 등장해줘서 반가웠다. 그리고.. 이 사람은 키가 크기 때문에 발샤야 갈라바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꽤 잘 보였다 ㅜㅜ (발로쟈 너도 저 사람만큼 키가 컸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흐흑)

 

디아나 역의 트카첸코는 춤이랄 게 거의 없었다. 원체 이 발레 리브레토 자체가 마지막에 나타나는 디아나는 좀 '잉?' 하는 느낌이라... 아쉽긴 했다.

 

그 외 님프들과 판 등의 춤들이 좀 있었는데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춤은 주로 1막에 나왔는데 그 때 나는 화살 맞고 무대에 쓰러져 있는 슈클랴로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ㅠㅠ

 

발레 자체는 실비아, 즉 빅토리야 테료쉬키나 원맨쇼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추가한다면 오리온의 남성적인 춤 + 에로스의 코믹 연기... 그리고 더하기 얼굴만 예쁘지 자기가 하는 건 하나도 없는, 그냥 사랑에 빠진 어린 목동 아민타. 끝. 로열발레단 영상 보면서 내가 아민타에 대해 느꼈던 인상은 역시 변함이 없는 거였다. 이 배역은 그저 얼굴 마담! 거기선 로베르토 볼레가 섹시함으로 커버했다면 여기서는 슈클랴로프가 미모로 커버하고 있는 거였다!

 

 

5.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

 

 

어쨌든 슈클랴로프 보러 간 거니까 이 사람에 대한 지극히 팬심 가득한 메모 몇 개.

 

정말이지 너무하다. 명색이 남자 주인공인데 너무 조금 나오는 거 아닌가 ㅜ.ㅜ

 

가까운 곳에서 봐서 좋긴 했다. 1막에서 등장할 때도 그렇고. 이 사람은 외모 탓인지 애초에 가지고 있는 밝은 아우라 때문인지 모르곘지만 키도 크지 않고 당당한 체격도 아닌데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이면 시선을 확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 그게 꼭 외모가 준수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사람보다 잘생긴 무용수들도 많고 더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무용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배우도 그렇지만 발레 무용수들에게도 그런 매력은 아주 큰 힘이다. 관객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없다면 정말 높이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무용수들의 그런 매력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해 왔는데 하나는 빛, 하나는 어둠이다. 슈클랴로프는 전자에 가깝다. 무대에 올라오는 순간 주변이 밝아지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 사람은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연기도 잘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환한 등불을 켜주는 타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에이프만 발레에서 이고리 마르코프의 춤을 볼 때는 후자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쓰는 글의 주인공도 후자에 가까운 인물이고 나 자신의 본성도 그쪽에 더 가깝긴 하지만 실은 빛이 더 어렵다. 그래서 슈클랴로프처럼 무대 위에서 천성적인 기쁨과 빛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을 보면 무척 끌린다.

 

어쨌든. 그건 좀 의미론적인 얘기고. 이제 팬심으로 돌아와서...

 

1막 내내 이 사람은 거의 누워 있기만 하는데 그래도 조금씩 자세를 바꿔가며 똑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신상 뒤로 가서 웅크렸다 엎드렸다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ㅜ.ㅜ) 그러나 그의 누워 있는 자태가 너무나 섹시하였기에 이때 췄던 다른 무용수들의 춤은 눈에 들어오지 않음. 반듯하고 예쁘장한 외모에 목동 튜닉 차림이라 작고 탄탄한 조각상 같았다. 키 안 크고 8등신이 아니면 어때, 저것은 이미 잠자는 미녀 남성판 :)

 

 

 누나, 제발 내 사랑을 받아줘요 ㅠㅠ

 

아야 ㅜㅜ 난 이렇게 이쁜데 왜 화살로 쏘는 걸까 ㅠㅠ

 

 

화살로 쏴죽여 놓고 뒤늦게 슬퍼하는 실비아 -_-

(자세히 보니 애가 이뻐서 뒤늦게 후회. 어머 내가 굴러들어온 복을 놓쳤네 ㅠㅠ)

 

 

2막에서는 등장도 안 하니 지나가고.. 3막.

 

1막에서야 '제발 내 사랑을 받아주오~' 하고 계속 애원만 하고 결국 화살 맞고 나뒹구느라 애절하게 울상만 짓고 있었지만 3막에서는 사랑을 이뤘기 때문에 마냥 행복해서 그런지 시종일관 빵끗빵끗 웃어서 보기 좋았다.

 

이 무대에서 이 사람이 보여준 장점은 이런 거였다. 환하고 자연스럽게 잘 웃는 것 + 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 특유의 깨끗한 라인과 포즈 + 몸의 탄성. 이 사람이야 원래 높이 잘 뛰는 걸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 무대도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탄성이 좋았다. 이게 무게 없이 우아하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난 무중력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댄서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사람의 탄력은 가까이서 실제로 보면 꽤 매력적이다.

 

3막이 좋았던 이유는 이 사람이 드디어 제대로 된 춤을 췄기 때문이다... 아다지오가 까다로웠다고 앞에서 얘기했는데 사실 여성 무용수고 남성 무용수고 이들의 솔로들도 까다로웠다. 실비아의 솔로들이 겉보기에도 화려하고 좀 곡예 같은 동작들이 이어지는 스타일이라면 이 사람이 춘 아민타의 솔로는 좀 달랐다. 보통 파이널 2인무에서 남자 무용수는 화려하고 큰 동작들을 연이어 보여준다. 그랑 주테, 점프, 피루엣 등등등.. 그러나 아민타의 솔로는 상당히 절제되어 있고 동작 또한 작고 반듯반듯했다. 자잘한 카브리올을 비롯해 조그만 동작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나중에 어떤 기사에서 이 사람이 애쉬튼의 영국적 주인공을 추기엔 너무 솔직담백하고 열렬했다는 평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난 팬이라서 그런지 이 사람이 보여준 솔로는 마음에 들었다. 작은 동작들을 탁탁 끊으면서 적재적소에 포즈를 박아넣는 게 근사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무대 위에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올려놓고 저런 작은 점프 밖에 안 주다니 될 말이냐..' 라고 외치고 있었다(ㅜ.ㅜ)

 

 

6. 커튼 콜 + 친구와의 대화

 

 

발레는 1시간 30분도 안 되는 길이였지만 3막까지 있어 10시 좀 안돼서 끝났다. 냉정한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브라보가 많이 나왔다. 테료쉬키나야 당연히 많이 받았고, 슈클랴로프는 춤이 너무 적어서 브라보까지 많이 받겠느냐 싶었지만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의외로 전자는 여자 함성, 후자는 남자 함성이 더 많았다. 으잉?

 

원체 페테르부르크 관객들이 보수적인 편이고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긴 한데 오랜만에 진짜 고전발레를 제작해 초연으로 보여줘서 기뻤던 것 같다. 다녀온 관객들 평도 대부분 좋았다.

 

 

 

커튼 콜 사진들은 다음 포스팅에 따로...

 

 

커튼 콜 후 주역 무용수들이 커튼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리하여 나는 파르테르 앞자리임을 적극 활용, 잽싸게 달려나가 오케스트라 핏 바로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그의 미모를 가까이서 보며 행복에 잠김.

 

이때 내 친구는 매우 툴툴거림.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 운운, 나이 값좀 하라는 둥, 쟤가 뭐가 잘생겼냐 내가 훨 잘생겼다는 둥, 저런 스타일은 바람둥이라는 둥... 그게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인지 -_-

 

급기야...

 

친구 : 야! 나 앞으로는 쟤 나오는 거 같이 보러 가자고 절대 안 할 거야 -_-

 

나 : (아무 것도 안 들림) 아 이뿌다~

 

친구 : 야! 좀 창피하단 말이야, 나만 내버려두고 오케스트라 핏 앞으로 가서 그렇게 사진 찍고... 별로 멋있지도 않고만.. 춤도 조금밖에 안 추고...

 

나 : 쟨 정말 이쁜 것 같아. 얼굴에서 광채가 나~

 

 

서로 좀 진정된 후.. 귀가하면서.

 

 

친구 : 야, 근데 그 나쁜 놈으로 나온 애 있잖아.

(친구는 발레에 별 관심이 없어서 나쁜 놈, 주인공, 예쁜 여자..로 구분함 ㅠㅠ)

 

나 : 유리 스메칼로프? 나 그 사람 옛날부터 좋아했었어. 잘 추지.

 

친구 : 나 좀 닮은 거 같지 않냐?

 

나 : 아니, 전혀. 안 닮았는데. 그 사람 엄청 샤프하게 생겼어.

 

친구 : 키도 크고 풍채도 좋고 잘생긴게 나 닮은 거 같아.

 

나 : 키랑 체격은 좀 닮았지만 그 사람은 꽤 근육질에 샤프하고 섹시한데..

 

친구 : 그러니까 나 닮은 것 같아.

 

나 : 너 전에는 미하일로프스키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보고 이반 자이체프랑 너랑 닮은 것 같다며.

 

친구 : 응?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그래, 작년에 본 그 사람. 음, 그 사람도...

 

나 : 뭔 소리야. 이반 자이체프랑 유리 스메칼로프는 생긴 게 완전히 다른데.. 스타일도 다르고. 어떻게 그 두 사람을 동시에 닮았다고 하냐. 둘 다 안 닮았음!

 

친구 : 너는 외국인이라서 보는 눈이 없어서 그래!

 

나 : 아니야! 난 심미안이 뛰어나! 이런 건 실수 안해!!

 

친구 : 너는 심미안이 뛰어난게 아니라 그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을 좋아하는 것 뿐이야~

 

나 : 슈클랴로프님을 한번만 더 모독했다간 운하에 처넣겠노라~

 

 

7. 사족

 

어쩌다 보니 발레 얘기보다 친구랑 티격태격한 얘기, 자리 얘기가 더 많은 것 같다만... 하여튼 사족 하나.

 

1막 끝나고 뒷자리 여자들의 대화. 발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는지 한 여자가 프로그램을 뒤적이면서 물었다.

 

여자 1 : 아민타가 누구야?

 

여자 2 : 목동. 

 

여자 1 : 아, 왕자. 걔였구나.

 

여자 2 : 그래, 왕자.


 

... 이게 남자 주인공이라서 관성적으로 왕자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그게 슈클랴로프라서 그런 건지 :0

근데 아무 짝에 힘 없고 쓸모 없는 목동치곤 너무 품위 있고 이뻐서 목동이라기보다 왕자 같긴 했다. 이것도 팬심인가...

 

... 리뷰가 너무 길어져서 이 공연 관련 사진과 화질 별로 안 좋지만 내가 찍은 커튼 콜 사진들, 그리고 영상 클립 몇 개는 다음 포스팅

 : http://tveye.tistory.com/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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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