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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을 그런대로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오후에 차를 제대로 우려 마신데다 저녁 약속까지 있었기 때문에 일찍 잠들던 리듬이 흐트러져서 새벽 1시가 넘어 잠들었다. 아침에는 8시쯤 깼는데 한동안 뒹굴며 게으름피우다가 살풋 다시 잠이 들어서 늦게 일어났다. 
 
 
사진 속 조그만 밤톨 세 알은 빌니우스에서 영원한 휴가님이 가져다 주신 것이다. 밤톨은 행운의 상징이라고들 한다. 나는 서울의 마로니에 세 알을, 영원한 휴가님은 빌니우스의 밤톨 세 알을 주고받았다. 이제 멀리 빌니우스에서 비행기 타고 온 밤톨 세 알은 도자기 짐승들과 엽서와 짧게 피었다 사라지는 꽃들, 오래가는 녹색 식물, 바르샤바 엽서와 오래된 러시아 그림 사본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이 집에 행운이 깃들기를. 
 

 
그러고보니 푸른 줄무늬 깔개는 오래전 탈린의 어느 리넨 가게에서 사온 티타월이다. 자기도 모르게 발트 2국이 모인 거네. 리가에 못 간 게 역시 아쉽다. 원래는 옛날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 도시 중에서는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인데. 
 
 
 

 
 
 
폴란드 물병에는 소국 한 송이를 꽂아두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소주병 같이 생겼고 또 원래 기대했던 것만큼은 예쁘지 않아서 앞으로도 꽃병으로 쓸지는 미지수임. (이런 것에는 냉정함. 별거 아니지만 나름대로 또 엄격한 잣대가 있음. 바로 옆의 에비앙 유리병은 테스트를 통과해서 이제껏 꽃병으로 잘 살아남아 있음)
 
 
침실에서 늦게 기어나와 아점을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원래 오늘 부모님을 보려고 했는데 일정이 조정되어 집에서 쉬었다. 아점 먹다가 왼쪽 볼 안쪽 살을 세게 씹었다 ㅠㅠ 그래서 지금 좀 부어 있음. 
 
 

오늘은 글을 시작하고 싶은데 이 메모를 마친 후 몇 줄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 늦게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이야기의 실마리를 조금씩 더 풀었다. 1인칭으로 쓸지 3인칭으로 쓸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음. 이 글은 1인칭이 더 어울리기는 하는데 주인공의 특성상 그만큼 화술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는터라 아직 고민이다. 그리고 좀 가벼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서 이 글을 지금 시작하는 게 맞나 싶다. 하긴 프티치예 말라코도 사실은 가벼운 글을 쓰려고 시작했던 건데 막상 써나가니 그렇게 가볍지 않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아예 맘먹고 서무 시리즈 같은 글을 쓰지 않는 한 나는 정말로 가벼운 글은 잘 쓰지 못하는 것 같다 ㅜㅜ 
 
 
어제 그리 편치 않은 약속 장소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와 잠을 청하기 전에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취미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혹은 쉬는 날 뭐하냐고 묻는다. 그런데 막상 그 취미에 대해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잘 통하는 안전하고 지루한 취미가 있고, 분명 진짜 취미이건만 교과서처럼 느껴지는 취미도 있다. 그리고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취미가 있다. 가령 등산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안전하다. 모두가 납득할만한 취미의 영역에 속한다. 그렇구나, 이 사람은 등산을 좋아하는구나. 그렇구나, 주말이면 산에 가는구나 등. 수영이에요, 배드민턴이에요 등등. 무해하고 안전하다. 나 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고전적이고 지루하고 모범적인 답안이라 오히려 '안전하고 무해한' 느낌에서 벗어난다. 즉, '취미는 독서에요' 라고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설령 그런가보다 하더라도 즉시 '아 지루한 사람이군. 그러니까 진짜 취미는 없는 거군' 으로 도약하기 쉽다. 티타임이나 꽃 다듬기는 어떤 취미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에 가까우니 취미라고 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서는 정말 친해진 사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건 취미라고 하기에는 또 너무 내밀하고 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내일 하루 더 쉬어서 참 다행이다. 월요병이 하루 미뤄짐. 꽃 사진 몇 장 접어두고 오늘 메모는 여기서 마친다. 
 



... 자기 전에 추가



글을 시작해서 3분의 1페이지 가량 썼다. 처음에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화자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인물은 쓰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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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