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토요일 밤 : 오랜만에 꽃들과 아침, 그루지야 꿈, 공연 포기로 아쉬움, 미션 마치고 fragments2023. 10. 7. 21:26
아직도 시차의 여파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정말 정신없이 잤다. 새벽 두시쯤 깼다가 다시 암흑으로 빠져들었음. 퍼뜩 깼더니 이미 9시가 넘어 있었다. 새벽 꽃과 식료품 배송이 와 있어서 괴로워하며 현관으로 기어나가 박스들만 안으로 당겨 넣어놓고는 도로 침대로 들어가 한시간 넘게 더 붙어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자던 중 깨어나기 직전의 꿈에서는 난데없이 그루지야에 갔다. 아무래도 바르샤바 여행에서 그루지야 식당에 갔던 여파인가 싶다. 꿈속에서는 내가 다른 나라에 갔다가 당일치기인지 몇시간 짜리로 잠깐 국경을 넘어 그루지야에 갔는데, 관광지가 아니고 그냥 언덕배기가 있는 골목 같은 곳이었다. (꿈에서 그루지야라고 생각해서 그렇지 전혀 그곳 느낌이 아니었음) 작은 카페에 들렀는데 카페 겸 문구와 빵을 파는 곳이었고 하차푸리와 처음 보는 그루지야 빵들이 있었다(근데 좀 브레첼 비슷한 것들과 앙금 든 빵들이 섞여 있어 지금 생각하면 전혀 그루지야 아님) 뭘 살까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계산대에 있는 사람이 한국 아주머니였다. 뭔가 이것저것 기억이 섞인 것 같다. 장사가 힘들다는 얘기를 했던 듯함. 나는 시계를 보니 곧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도대체 숙소에 들를 수는 있는지, 짐을 챙길 수는 있는지, 버스인지 기차인지를 탈 수는 있는지 모르겠어서 좀 혼란에 빠졌다가 깼다. 아무래도 이 꿈은 다음에는 그루지야에 가라는 계시인가보다(응?)
오늘의 꽃은 연분홍색 소국(이름이 무려 첫사랑 소국이라고 한다, 아이고 오글거려)과 하젤 장미였다. 오랜만에 장미를 주문했다. 이 장미는 향기가 좋고 또 꽃송이도 튼튼해서 좋아한다. 첫사랑 소국은 생각보다 꽃송이가 많이 큰 편이어서 놀랐다. 소국은 향기도 좋고 오래 가고 다 좋은데 잔잎사귀 제거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지만 이 잔잎들을 제거해주지 않으면 물 속에서 줄기가 쉽게 상하고 물러지고 꽃의 수명이 짧아지니 좀 귀찮아도 처음에 잘 다듬어줘야 한다. 졸음에 취해 잔잎을 따내면서 생각해보니 근 한달 만에 꽃을 주문해 다듬고 있는 거였다. 마음 수양의 시간.
하기 싫은 청소를 하고 아점을 먹고 차를 마시며 책을 좀 읽었다. 원래는 오늘 발레를 보러 가려고 예매를 해놨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니버설의 돈키호테였고 주역도 내가 좋아하는 무용수 페어였는데 좀 신경쓰이는 약속이 생긴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공연을 취소했다. 무척 아쉬웠다. 발레 못 본지 오래됐는데. 어쨌든 늦은 오후에 준비를 하고 신기 싫은 구두까지 꺼내 신고 나갔다 왔다. 부담스러운 약속이었는데 어쨌든 그럭저럭 별 문제없이 지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아홉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내일은 부모님을 뵈러 가려는데 여독이 덜 풀렸는지 몸이 너무 피곤하다.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꽃 사진 몇 장과 함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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