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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이렇게 끝났다. 늦게 잠들었고, 그나마도 잠을 매우 설쳤다. 새벽 4시부터 계속 자다깨다 하다 6시 좀 넘어서부터는 엄마의 연락을 기다렸고, 준비가 다 되셨다고 하여 카카오 택시를 잡아드렸다. 그렇게 해서 아빠는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재입원을 하셨다. 깜박 다시 잠들어 10시가 넘어 깨어났다. 그때와 저녁 때 각각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의사가 진통 주사를 맞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내일 다시 mri를 찍어보자고 했다는데, 저녁에 아빠와 통화해보니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서 아무래도 내일 다시 찍어봐야겠다고 하신다. 병원에 들어가셨으니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히 쉬지 않고 무리해서 아픈 것이 아니라(이것도 문제지만) 혹시 또 수술 결과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그게 너무 걱정이다. 엄마도 여전히 심란해하셨다. 일단 내일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낮에는 오늘 아빠 대신 일을 해드리러 간 동생과 통화를 했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동생이 맡아줘서 고마웠고 또 마음 한구석이 안쓰러웠다.





아빠 때문에 걱정도 되고 이제 다시 노동 복귀를 해야 하니 온갖 일과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종일 쉬면서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꿈에도 너무 시달렸다. 아침에는 너무 피곤하고 속상한 꿈에 나도 모르게 화를 내며 소리를 치다 깼다. 꿈속에서 화내다가 정말 잠꼬대하며 깨면 그것은 치매의 전조라는데 ㅠㅠ 가뜩이나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고 꿈도 현란하게 많이 꾸고 수면의 질도 좋지 않으므로 이런 걱정이 은근히 든다.




내일 출근하면 정말 해야 할 일이 많다. 계속 쉬고 싶지만 괴로운 일들,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쉬는 것도 그다지 마음 편하지 않았던 상황이라 차라리 나가서 그 문제들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일하면 우울감도 약간 누그러질지도 모르니까. 주말이나 연휴에는 온갖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과 마음 깊은 곳의 우울함이 뭉쳐져서 불안하고 마음이 가라앉는 때가 왕왕 있는데 지금도 그렇다. 일과 관련해서는 정말 많은 문제와 장애물들이 있고, 암담한 전망도 가득하다. 맡은 자리에서 지고 있는 책임이 너무 많고 내려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거기에 아빠도 계속 아프시니 좀처럼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다.




간밤에 퇴고를 마쳤다.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장까지 소제목을 붙였다가 최종적으로는 그 소제목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냥 숫자만 붙여 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목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아 오늘도 종일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딱히 마땅한 것이 없다. 사실 내용이든 의미든 맞는 제목이긴 한데 단어의 어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더 손대지 않아야겠다. 지하철 안에서, 혹은 또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불현듯 더 괜찮은 제목이 떠오르면 바꿔야지. 무슨 일본 소설이나 영화, 만화스러운 간질간질하고 부들부들한 기다란 제목도 몇개 떠올랐는데 사실 내가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이 소설은 전혀 그런 달콤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아니라서 어울리지도 않는다. 화가들과 시인들이 제목 없는 그림과 시를 많이 남기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림이나 시와는 달라서 무제 1, 무제 2 이런 식으로는 곤란해진다. 하여튼 여기까지 마무리해놓고 지난 2년 간 연속으로 썼던 이 90년대 후반 3부작을 하나로 모아서 갈무리해두었다. 시간 순서대로 한다면 이번에 마친 글이 두번째로 들어가게 되므로 그렇게 배열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늘은 세탁기를 돌리지 않았다. 베란다에 세탁기가 있기 때문에 배관 동파가 걱정돼서. 대신 속옷 두 장과 수건 네 장을 서너 차례에 걸쳐 손으로 대충 빨고 물기도 조금만 짜서 침실에 널어놓았다. 왼쪽 손목이 여전히 아파서 제대로 손빨래를 할 수도 없다.



내일부터 다시 새벽에 깨어나 6시 조금 넘으면 집을 나서야 한다. 추위 때문에 괴롭지만 어쩔 수 없지... 마음이 너무 가라앉고 기분이 우울하다. 아빠가 부디 나아지시기를, 큰 문제가 아니기를, 그리고 일과 얽혀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어떻게든 하나하나 타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자야겠다. 연휴 내내 신체리듬을 조절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어제 새벽 한시 넘어 잠들었고 그나마도 새벽에 계속 깼다가 도로 자서 아무래도 오늘 밤 빨리 잠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사는 게 어렵고 힘들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이렇게나 나이를 먹고 여러가지 경험을 해왔지만 여전히 삶도 마음도 쉽지 않다.





요 며칠 동안 매일 같은 자리에서 찍은 꽃 사진 몇 장 내려두고 오늘의 우울한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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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