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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5. 16:15

프라하 전경, 흐라드차니에서 2016 praha2017. 1. 15. 16:15

 

 

9월. 로레타 사원에서 종소리 듣고 스트라호프 수도원 들렀다 내려가는 길.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세 장.

 

 

 

왼편에 삐쭉 솟아 있는 게 프라하 성과 성 비투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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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0. 10. 23:56

프라하 성벽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2016 praha2016. 10. 10. 23:56

 

프라하 성벽 쪽으로 가면 도시 전경을 내려다볼 수가 있다. 여기서도 내려다볼 수 있고 좀더 올라가서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에서도 전경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을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이 풍경을 보면서 성벽 쪽 옆계단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번화가인 네루도바 거리 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나는 흐라드차니 쪽에서 내려오면 네루도바로 가고 프라하 성에서 오면 계단으로 간다. 이 계단을 따라 쭉쭉쭉 좀 꽤 걸어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이 나온다.

 

성벽 사이사이로 이렇게 바깥 풍경을 볼수도 있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이었다. 9월이었지만 30도에 가까웠고 아주 더웠다. 하늘이 파랬다.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었다. 맛은 없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파란 하늘과 프라하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은 언제나처럼 좋았다. 가슴이 좀 뚫리는 기분도 들었다.

 

 

 

 

 

 

 

실은... 나는 무서워서 저렇게 딱 달라붙어서 오래 내려다보진 못하고.. 사진도 조금 떨어져서 줌으로 찍음.. 고소공포증 환자의 슬픔 ㅠㅠ

 

 

 

 

 

계단 따라 천천히 걸어내려가며 찍은 사진.

 

:
Posted by liontamer


엄청 피곤하게 뒤척이며 잤다. 아침 9시 다되어 일어나서는 그래도 조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세수만 하고 1층으로 내려가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빵 한쪽과 삶은 브로콜리/당근 따위를 꾸역꾸역 먹었다. 오늘은 프라하 성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이라도 잘 먹고 가야 했다. (프라하 성 한번 갔다오면 엄청 피곤하다)


오늘도 일기예보는 30도.... 여기 와서 겉옷을 입지 않는다... 여름용 옷은 반소매 티셔츠 한장, 미니원피스 한장, 얇은 긴소매 티셔츠 두어장 정도인데 그거 돌려가며 입고 있음. 이게 뭐야 -_- 언제 트렌치코트 입고 언제 랩원피스를 입는단 말이냐~~


날씨가 좋은것까진 괜찮은데 난 사실 가을 날씨를 좋아해서 이것보다 5~6도 정도만 낮았으면 좋겠다... 다니면 해가 너무 뜨거워서 금세 지친다. 본시 토끼는 더위와 습기에 약한 짐승이라고 한다.


..



숙소 앞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프라하 성 후문 쪽에서 내렸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IS 때문인지 안으로 들어갈때 간단한 보안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근데 가방 좀 보여주고 들어가는 거라 맘만 먹으면 무기 다 숨기고 들어가겠어... 특히 나같이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흠, 누가 봐도 토끼로군' 하면서 '들어가시오~' 라고 하기 때문에... 행여 나 같은 인상의 호빗이 무장하고 있으면 어쩔라고...







오랜만에 프라하 성에 왔다. 여기는 누구랑 같이 오지 않으면 혼자서는 잘 오지 않는 곳인데 내겐 너무 관광지 느낌이 나서... 이쪽 동네에 오면 로레타나 스트라호프 수도원쪽으로 갔다가 흐라드차니 언덕길로 산책해 내려오는 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황금소로의 도자기가게에도 들를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다. 원래는 이번주에 프라하에 오는 료샤를 꼬셔서 같이 갈까 했으나... 료샤는 나보다도 더 프라하 성을 싫어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료샤 : 싫어! 나 옛날에 거기 황금소로에서 소매치기 당했어! 프라하 성 왕 싫어!

나 : 누가 봐도 '나 부자요' 하고 다니니까 그렇지 -_- 화려번쩍한 시계나 차고 다니고...

료샤 : 하여튼 나 프라하 성 안 가! 황금소로 안 가!


쳇, 그래서 나 혼자 갔다. 여기는 그나마 동행이 있어야 좀 재밌는데 -_-



..



정오쯤 도착했는데 엄청나게 더웠다!! 어찌나 태양이 뜨거운지 선크림을 바르고 온 게 아무 소용없는 듯 드러난 팔이 막 까맣게 타는 것처럼 보였다! 선크림 때문에 끈적거리는 기분이 너무 싫었다 ㅠㅠ 그리고 앞머리가 그새 길어서 자꾸 눈을 찌른다. 오늘 밤에 머리 감고 앞머리 잘라야겠어 흐흑


너무 더워서 프라하 성 들어가기 전에 가게에서 레몬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었다. 윽, 역시 호텔 아래 안젤라또의 끝내주는 젤라또를 먹다가 이걸 먹으니 별로긴 별로다... 하여튼 시큼한 맛에 대충 먹었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지만 -_-)




걸어올라오면 정문으로 들어오고 트램 타고 내리면 후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천천히 걸어서 인포센터에 갔고 입장권을 끊었다. 성당들이나 황금소로, 박물관에 관심이 없으면 굳이 입장권 안 끊어도 된다. 전체 다 보는 건 350코루나, 프라하 성 박물관, 성 비투스 성당, 성 이르지 성당(성 조지), 황금소로에 갈 수 있는 건 250코루나이다. 나는 황금소로 정도만 가도 되는데 ㅠㅠ 전엔 황금소로는 따로 입장권 받더니만... 몇차례나 온 곳이라 굳이 250코루나짜리 티켓 사고 싶진 않았지만 끊은 김에 다시 비투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내가 프라하 성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성 이르지 성당이나 봐야겠다 싶었다.





..




비투스 성당은 원체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으로 유명한데 나는 원래 대성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빈에서도 슈테판 대성당에 큰 감흥이 없었고 페테르부르크에서도 이삭 성당 내부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아마 파리에 가도 노트르담 사원에 그리 감명받지 않을 거다. 난 항상 좀더 작고 조용한 사원에 끌렸다. 그래서 프라하 성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사원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돌로 지어지고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균열이 간 성 이르지 사원이다. (용을 무찌르는 성 게오르기-성 조지의 사원이라 더 그런가)


어쨌든 오랜만에 비투스 성당 들어가서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바닥에 스며드는 빛을 보니 그건 좋았다. (창문과 스며드는 빛은 원래 좋아하니까...)


성당 내부 전경 사진 하나는 다른 사진보단 좀 큰 사이즈로 올려본다. 원체 거대한 성당이니.






스테인드 글라스란 것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에게 축복 있으라!!






..



나와서 걷다가 성 이르지 성당(성 조지 = 성 게오르기)에 들어갔다.






맨 처음 프라하에 왔던 건 십년 전 겨울이었는데 그땐 외국 여행도 거의 안 해봤고 러시아밖에 모르던 시절, 나이에 비해 참 순진하던 때였다. 그날 이르지 성당 앞 호객꾼에게서 음악회 티켓을 끊어서 저녁에 이 성당에서 열리는 연주회를 들었다. 파헬벨의 캐논과 비발디의 사계 등이었는데 오늘 가보니 곡목이 똑같음!!! 그때 연주회는 좋긴 했는데 돌로 된 옛날 성당이라 너무너무너무 추워서 얼어죽는 줄 알았던 기억만 생생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성당은 내가 프라하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원 중 하나이다. 차갑고 싸늘하고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아주 오래된 돌에서 나오는 냉기와 영기가 스며 있는 곳.







(나와서는 외벽에 새겨진 성 게오르기, 용을 무찔러 이기는 용감한 조지 성인을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인. 흑흑 집에 있는 용감한 조지 생각하고 있음...)



..



그리고는 황금소로에 갔다. 배도 고프고 덥고 피곤하고 화장실에도 가고 싶어서 황금소로에 있는 카페에 갔다. 파니니와 자몽에이드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조금 앉아 있다가 나왔다.



(황금소로는 내가 안 좋아해서 그런지 자신이 찍어놓은 사진 볼때마다 느낀다. 참 성의없이 찍는다.. 근데 좁아서 구도 잡기도 힘들고 관광객이 바글거려서 전체를 예쁘게 잡기 어렵다. 뭐 그냥 한마디로 말하면 맘에 안 들어서 성의없이 찍는다 ㅋ)



맨첨 황금소로에 왔을땐 추가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했는데 원체 유명한 곳이라 궁금했지만 조그만 집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을 훑어본 후 '사기 당한 거 같아!' 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하지만 난 원래 폐소공포증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카프카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카프카가 여기 살며 글을 썼다!'란 감동도 별로 없고... 너무 작고 좁고 심지어 기념품가게들이 줄이어 있으니 엄청 상술이다... 이런 생각만 들었던 것이다.



근데 여기도 쥬인이랑 같이 오고 또 나중에 동생이랑 같이 오니 느낌이 달랐고 나름대로 재밌었다. 역시 동행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료샤랑 오면 좀 나을거 같았는데 바부팅이가 소매치기나 당하고 그래서 안온다 하고... ㅠㅠ 네가 같이 와야 이 골목 배경으로 나 사진을 찍어줄거 아니야 -_- 그래서 황금소로에서 찍은 내 사진 없음. (나 도저히 셀카봉 창피해서 못 가지고 다니겠음)



..



이 황금소로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딱 두개 있는데 하나는 카프카가 살았던 집에 들어와 있는 서점이고 하나는 도자기 가게이다. 전에는 이 서점에서 프라하 카페 책이랑 체코 음식 책, 아르누보 엽서집 등을 득템했는데 오늘은 가보니 3년 전이랑 똑같은 카페 책이랑 요리책을 팔고 있어 실망...





도자기 가게는 이 골목에서 제일 예쁘다. 도자기 달걀과 새, 종이 매달린 아름다운 리스가 걸려 있고 체코 특유의 핸드페인팅으로 칠해진 파랑 하양 노랑 도자기 장식품들이 가득하다. 이 가게는 구시가지 틴광장에도 하나 있는데 첫날 갔더니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아서 허탕쳤다. 쥬인이 여기서 흰 새와 파란 달걀, 파란 종을 사다 달라 부탁했다. (우리 집엔 흰 종 두개와 흰 새가 있다) 나도 노란 달걀이 갖고 싶기도 해서 이 가게에 다시 갔다.


쥬인에게 '새알종'을 사다주겠다고 했다 ㅋㅋ 이 새 저 새, 이 알 저 알, 이 종 저 종을 다 구경했다. 친절한 남자 점원이 엄청 구경시켜줌. 특히 새를 고르는 게 어려웠다.


나 : 착하게 생긴 새가 필요해요.

점원 : 어떤게 착하게 생긴 새에요?

나 : 남 안 괴롭히고 순하게 생긴 애요

점원 : 다 착해보이는데...

나 : 아니에요! 얘 보세요. 미간이 엄청 좁고 눈이랑 부리가 붙어 있어서 싸납게 생겼어요. 옆에 있는 새를 쫄 거 같아요!!

점원 : 날렵하고 영리해보이는데...

나 : 스마트한 놈보단 착한 놈이 필요해요 ㅋㅋ


그래서 점원은 (에이 이 토끼 까다로워.. 라고 생각했겠지만 꾹 참고 방글방글 웃으며) 새들을 모두 내려주었다. 다들 좀 싸납게 생겼다... 착하게 생긴 애를 하나 발견했는데 얘는 또 눈썹이 처지고 미간이 너무 넓어서 그런지 착하다 못해 좀 띨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 : 어휴, 얘는 스마트한데 사나워보이고 얘는 착해보이는데 띨해 보여요... 어쩌지...

점원 : 얘는 강아지를 좀 닮았네요

나 : 강아지 닮은 애 할래요 ㅋㅋ


그리하여 착하고 띨하고 어쩐지 강아지 닮은 새를 고름. 쥬인아, 어쩔 수 없어 ㅋㅋ 해달도 좀 닮았네... 착한 애가 더 좋지?


그리고는 나를 위해 노란 달걀 한 알과 파란 종지 한개를 샀다. 종지는 티백 홀더로 쓰려고.



(쥬인의 품으로 가게 될 새알종 ㅋ)



(이것이 바로 그 착하지만 띨해보이는 새... 해달도 닮고 강아지도 닮고 ㅋㅋ

쥬인은 이미 이놈의 이름도 정했다. '새돌이'라고 한다. 이름도 잘 어울려 새돌이 ㅋㅋ)




..



황금소로는 달리보르카 탑과 이어지고 여기로 내려오면 성벽 너머로 아름다운 프라하 전망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너무 바글거려서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성벽 아래쪽에는 작은 구멍들(총안이라고 하나?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나네...)이 뚫려 있어서 호빗인 나는 가끔 그 구멍 너머로도 전망을 본다. 새로운 기분이다.











프라하 전경을 구경한 후 뒷길을 통해 걸어내려갔다. 정문 쪽으로 나가면 네루도바 거리를 거쳐 카를 교가 나오고 이 뒷길로 내려가면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이 나온다. 이쪽이 좀더 한적하고 산책하는 맛이 있다. 물론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는 없지만... 난 네루도바 거리는 많이 다녔으니까.


엄청 덥고 다리아팠다. 말로스트란스카 지하철역 앞까지 오자 한두정거장이지만 그래도 트램을 타기로 했다. 덥고 다리 뿐질러질 거 같아서.



트램 타고 헬리초바 거리에서 내렸다. 숙소가 있는 우예즈드보다 한 정거장 전이다. 어제 허탕친 그 카페 u zlateho~ (이름 넘 길어서 그냥 이렇게 부른다)에서 메도브닉 먹으려고. 그리고 그 골목 초입에 있는 좀 앤틱한 기념품 가게가 하나 있는데 며칠 전부터 그 가게 진열창에 놓여 있던 찻잔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혔다. 오늘 새알종을 샀으니 이제 찻잔도 사리라 하면서 그 가게에 갔고 질러버림. 296코루나였다. 15,000원이 좀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굉장히 작고 귀엽고 예쁜 크리스마스 찻잔이다.


이건 너무 앙증맞아서 볶음김치와 된장국으로 개시하면 안될거 같아 ㅋㅋ (갑자기 미안해지는 중국찻잔...)







찻잔을 산 후 오늘은 문을 열고 있는 그 카페에 가서 메도브닉과 다즐링을 먹으며 지친 몸을 좀 쉬었다.



생수를 사서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잠깐 앉아서 쉰 후 노트북이랑 카메라 메모리카드 등을 가지고 로비의 야외테라스로 나왔다. 방에 의자가 없으니 이제 노트북 작업은 여기서...


근데 여기는 너무 개방되어 있고 좀 덥고 화단 옆이라 날벌레가 있어서 집중해 써야 하는 글은 못 쓰겠다 -_- 어차피 오늘은 프라하 성 다녀오느라 너무 진이 빠져서 글을 쓰긴 힘들 거 같고... 이 포스팅 올려놓고 방에 가서 씻고 뭐 좀 먹어야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갔더니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




쥬인이랑 잠깐 카톡을 하고 새알종 사진을 보여줬더니 맘에 들어해서 나도 좋았다. 근데 경주에 지진이 났다니! 5.8이라니! 서울까지 흔들리다니! 무섭다 ㅠㅠ 남쪽에 원전이랑 석유화학단지 있잖아... 지진 무서워 ㅠㅠ 지진 안 나게 해주세요... 지진 때문에 놀라신 분들 다들 맘 가라앉히시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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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뒤척거리며 자다깨다 어쨌든 일고여덟 시간 정도는 자고 있다. 낮에 돌아다니다 보니 밤에 잠이 안 오지는 않는다. 누우면 곧 잠들긴 하는데 중간에 깨는 건 변함이 없다...


조식 안 먹을까 하다가 방에 의자도 없는데 밥이라도 먹어주마 싶어서 아침에 머리도 안 말리고 화장도 안 하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내려가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빵 한쪽과 주스, 차, 그리고 웬일로 오늘 서양자두가 있어서 반가워하며 그거 한 알 먹었다.



..



오늘도 날씨가 좋고 더웠다. 주말 쯤 호르몬 주기 때문에 드러누울 게 뻔하므로 오늘 로레타 성당이랑 프라하 성에 다녀와야겠다고 맘먹었다.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피곤하지 않으면 미셴스카 골목의 카피치코에 가야지 하고도 생각했다.


지금 숙소의 장점은 바로 앞에 트램 22번이 온다는 것이다. 22번은 로레타 사원, 프라하 성, 그리고 테스코와 무스텍 역이 있는 나로드니 트르지다를 연결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탄다. 트램 타고 로레타 사원 근방에서 내렸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두정거장 전인 프라하 성에서 우르르 내리기 때문에 로레타는 찾는 이들이 좀더 적은 편이다. 나는 프라하 성보다는 로레타와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이 더 좋다.


내가 프라하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자면,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은 카페 에벨과 미셴스카 골목(+카피치코)이겠지만 '프라하'를 사랑하게 된 곳, 혹은 프라하의 깊은 아름다움에 감동받은 곳은 로레타 성당과 아녜슈카 수도원이다. 프라하 성의 비투스 사원은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오히려 프라하 성에서는 거기보단 가장 오래된 성 이르지(성 조지) 사원을 더 좋아한다)






로레타 성당은 성당 자체가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종소리 때문에 좋아한다. 십년 전 추운 겨울날 로레타에서 정오를 알리는 명종곡을 들었을 때 나는 종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종소리가 사람의 영혼 깊이 평온을 안겨준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사원의 종소리를 들으며 울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녜슈카 수도원은 그곳의 중세 미술들과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빛 때문에 좋아한다.



..



성당에 도착하자 마침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초를 켜고 기도를 한 후 정오의 종소리, 아름다운 명종곡을 들었다. 맑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순간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 쇠종들이 딸랑딸랑 짤랑짤랑 땡땡 뎅뎅 대--앵 등 흔들리며 내는 소리들이 내 몸 전체를 관통하고 지나가며 샤워처럼 물줄기를 퍼붓는 느낌이었다.







사랑해요, 로레타. 내게 사원의 종소리를 들으러 떠나고 싶다는 열망을 처음으로 간직하게 해준 곳.



2층에는 이 성당의 유명한 성물들(보석 박힌 어마어마한 성물이 많다)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에는 없던 전시물이 하나 생겨 있었다. 바로 로레타 종소리의 비밀!!!! 짧은 다큐 영상으로 명종곡이 어떻게 울리게 되는지 종탑의 내부구조, 톱니와 실린더, 건반과 종을 때리는 해머 등등 복잡한 모든 구조가 나와 있었고 그림으로도 그려져 있었다. 오오 이것은 나를 위해 새로 생긴 것인가!!!


헤드폰 쓰고 약 15분 정도 열심히 영상을 봤다. 아, 저렇게 해서 27개(맞나? 22개인가 아 헷갈려)의 종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게 되는구나... 나는 그냥 종을 친다고 생각했지만 영상을 통해 수많은 종들을 울려 아름다운 명종곡을 연주하는 것은 아주 작은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으음, 난 종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무작정 땡땡 치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었어 엉엉... (대신 지금 구상하는 글 어딘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되어서 아까 카페에 앉아 열심히 메모를 했다)








..



이후 로레타를 나왔다. 프라하 성에 가려고 걸어내려가다가 스트라호프 수도원 방향으로 향하는 흐라드차니 언덕길의 좁은 골목 사이에 있는 예쁜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예전에도 지나갈때 간판만 봤었는데 엄청 좁은 골목에 있는 간판이라 맨날 예쁜 사진만 찍었던 곳이었다. 배도 엄청 고팠고 덥고 피곤해서(1시 반쯤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런치는 175코루나로 저렴한 게 있었는데 이게 구운 고기 곁들인 감자덤플링과 디저트로 이루어진 거라 아무래도 돼지고기 같아 나는 그냥 돈 좀 더주고 정식 요리를 먹었다. 요거트 소스를 곁들인 야채와 함께 구운 닭고기를 주문했다. 그리고 음료는 생강 레모네이드. (나온 걸 보니 레모네이드는 아니고 그냥 시원한 생강 음료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올리브유에 구운 닭가슴살(..로 추정) 스테이크와 역시 구운 파프리카, 적양파, 버섯이 나왔는데 처음엔 좀 짰지만 그래도 다른데보다는 짜지 않았다. 그리고 먹을 수록 맛있었고 오히려 요거트 소스 없이 닭고기와 야채, 올리브유, 소금, 허브의 조합으로 아래에 촉촉하게 고여 있는 육수 소스(ㅋㅋ)가 더 맛있었다. 하긴 올리브유와 야채와 닭고기, 바질, 굵은 소금이 들어가는데 맛이 없을 리가.... 

 

레스토랑 창 너머로는 스트라호프 수도원과 흐라드차니, 프라하 전경이 보였다. 작고 호젓하고 맘에 드는 곳이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오고 싶은 곳이다. 료샤 데리고 와볼까...



..



다 먹은 후... 프라하 성 가는 거 포기. 왜냐하면 이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그대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로인 흐라드차니 언덕길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프라하 성 가기엔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음)


이 길은 무척 아름답다. 그런데 엄청 언덕길이라 절대!! 내려갈때만 걸어가야 함. 올라갈땐 트램 타고 로레타 쪽에서 내려서 이쪽으로 내려와야 함!!! 옛날에 맨첨 왔을땐 암것도 모르고 이 언덕길 따라 올라가다 토할뻔....


오랜만에 다시 흐라드차니 언덕길을 걸으니 행복했다.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여긴 와이파이 상태가 별로니까 나중에 많이 올려보고 여기는 몇 장만...




흐라드차니 언덕길 따라 내려가면 프라하 전경이 이렇게 보인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영화 아마데우스의 무대가 된 곳인데 나는 아마데우스보다는 여기 가면 장대한 도서관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고 황홀하다. (안으로 들어가 열람은 못하고 그냥 줄쳐놓은 바깥에서 구경만 할수 있음 ㅠㅠ 그래도 아름답게 장정된 중세의 거대한 책들이 전시된 걸 좀 볼수 있다. 칼라풀한 성서 필사본과 삽화들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절정!)




이 열매 이름이 무엇일까요.. 아는 분 꼭 가르쳐주세요 :)

마가목이랑 비슷하긴 한데 아닌거 같고.. 마가목 열매는 더 빨간데 이건 나중에 보라색, 검정색으로 변하던데...







..



쭈욱 내려가 카를교 앞까지 왔다. 물론! 난 카를교 안 건넌다!! 카를교 복잡해! 뭐 오랜만에 왔으니 한두번은 건너야겠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인 카를교 왼쪽 골목으로 빠져 미셴스카 골목 가기 시전.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벨 다음으로 좋아했던 카페가 바로 미셴스카 골목의 카피치코였다. 금연 카페. 빛이 잘 들고 아늑한 곳. 저렴한 가격에 커다란 포트와 워머가 완비된 다즐링, 그리고 45코루나에 맛있는 메도브닉을 주던 곳. 내가 좋아하는 골목에 있는 카페.


근데... 미셴스카 골목 접어들어서 반갑고 설레던 맘도 잠시...


으악, 카피치코 없어졌어 ㅠㅠ 아악, 문닫았어... 다른 가게로 바뀌었어 엉엉...


론리플래닛에도 나오고 사이트들에도 많이 소개되고 인기많은 곳이었는데 왜, 왜, 왜!!!!


넘 충격받았다, 어데 갔니 카피치코야 엉엉 ㅠㅠㅠ



(창문 모양이랑 디자인마저 비슷하지만 다른 가게야 어흑.. 다른 간판, 창문에 그려진 그림이랑 글씨도 다 달라... 카피치코 어디갔어 ㅠㅠ)




너무 섭섭하고 아쉬웠다... 이번에 머무는 동안 전반부는 말라 스트라나, 후반부는 구시가지쪽으로 숙소 잡은 것도 전자는 카피치코가 가깝고 후자는 에벨이 가까워서인데... 카피치코에 글쓰러 갈 생각이었는데 ㅠㅠㅠ


아아 카피치코야 ㅠㅠ


완전 문 닫은 거 아니고 다른 데로라도 옮겨서 살아 있었음 좋겠다... 프라하 최초의 금연카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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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셴스카 골목 맞은편의 셰익스피어 앤드 선즈 서점에 잠깐 들러 영문책들을 구경하다 나왔다. 여전히 카피치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슬퍼하며 도로 길을 거슬러 올라와 말로스트란스케 광장을 지나 숙소 있는 우예즈드 쪽으로 걸어갔다. 덥고 피곤했다 ㅠㅠ 카피치코에서 다즐링 마시고 이번 프라하 첫 메도브닉 먹으려 했단 말이야 우앵....




그저께 찍어놓은 카페 하나가 있어 거기 갔다. 실은 어제 저녁에 가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6시에 문을 닫아서 허탕친 곳이다. 비엔나의 유명한 Julius Meinl 쪽에서 낸 가게인 것 같은데 빵과 케익 종류가 많았고 차와 커피도 있고 안쪽 자리가 편해 보였다. 다즐링과 메도브닉을 주문하고 안쪽에 앉았는데 오, 여기 괜찮았다... 밤까지 하면 좋겠지만... 낮에 여기로 글쓰러 와야겠다. 의자도 그리 불편하지 않고...



나에게는 뭔가 글이 써지는 카페라는 곳이 있는데 이게 뭐라고 딱 찝어서 이런 곳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건 그냥 그 카페에 들어가서 앉아봐야 안다. 그런 데가 별로 없다. 에벨은 처음부터 그랬다. 카피치코도. 그리고 여기도 그랬다.








(수첩 메모를 블러로 지웠더니 사진이 지저분해졌다 ㅠㅠ)



메도브닉도 맛있었고(카피치코보단 훨씬 비쌌지만 우리 물가로는 그리 비싼 건 아니다. 4천원 정도) 다즐링도 잎차 티백이라 나쁘지 않았고 창가로 빛이 스며들었고 바깥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앉아서 수첩을 꺼내 두어장 메모를 했다. 에벨에서 다시 풀기 시작한 메모가 좀더 확장되었다. 오늘 로레타에서 종소리 들으면서 새롭게 떠오른 개념들도 적었다.


이 동네 있는 동안 가끔 갈것 같다.


그래서 카피치코는 잃었지만 새 카페를 하나 얻었으니 완전 마이너스는 아니다. 카페 이름은 u zlateho pstrosa 라고 한다. 체코어 표기로는 s 위에 뭐가 달려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영자판으로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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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돌아오니 엄청 덥고 끈적하고 피곤했다. 샤워를 했다. 점심 잘 먹었으니 저녁은 그냥 방에서 먹어야지 했는데 으악, 생수 안 사왔어 ㅠㅠ 물 거의 없는데...


그래서 노트북 들고 기어나와 근처 식료품점에서 생수 사고, 등이랑 허리 덜 뽀개지려고 호텔 로비 바에 앉아 노트북 펴고 오늘 메모 적고 사진 옮김. 여기도 딱히 편하진 않다. 소파는 너무 커서 등을 기댈 수가 없고.... 역시 등이랑 허리 아프다. 그나마 소파에 앉아서 엉덩이가 덜 저린다는 게 낫다.


로비 소파니까 그냥 앉아서 노트북 쳐도 될거 같긴 한데 그래도 바와 카페가 있으니 좀 그래서 라즈베리에이드 시켰다. 근데 의외로 맛있고 시원하다. 별로 달지 않고.


정 궁하면 밤에는 여기 내려와야겠다. 근데 날벌레가 있네 ㅠㅠ


하여튼 이 글만 올려놓고 방으로 올라가야겠다.


글 남겨주시는 이웃분들 항상 감사해요!!!!!  



** 화질 좋고 선명하고 쨍한 게 카메라로 찍은 것, 약간 파스텔톤에 화질 흐린 사진과 정사각형 사진은 폰으로 찍은 것이다. 오늘은 흐라드차니 언덕길에서 네루도바, 미셴스카 등 산책하며 카메라 많이 쓰긴 했는데 순발력 있게 찍을 수 있는 건 확실히 폰이 좋은 거 같다. 아이폰4 시절엔 생각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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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몇년만에 다시 로레타 성당에 왔고 아름다운 명종곡을 들었다. 종소리는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다.


초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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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근처의 아주 호젓하고 예쁜 레스토랑에 우연히 들어와 맛있는 점심 먹음. 약간 가격대는 있지만 연이틀 컵라면에 즉석국밥 먹었으니 괜찮다고 세뇌 중 ㅋ









스트라호프 수도원 부근이라 창 너머로 프라하 전경이 바라보인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오고 싶은 곳이다.







이제 힘내서 언덕길 내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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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