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서 이곳에 있으면서도 이미 향수병에 걸릴 지경이다!!!
오늘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더니 스크램블드 에그 대신 포리지와 노른자 거의 안 익힌 달걀 프라이만 있었다. 흑, 나는 아침마다 스크램블드 에그로 단백질 보충하고 있었는데... 비위가 약해서 안 익은 노른자 무지 싫어하는데... (그래서 반숙 달걀도 안 먹고 순두부찌개 시키면 계란 빼달라 하는 경우가 더 많음)
하는 수 없이 달걀 프라이에서 흰자만 찢어내서 접시에 담고 있는 나를 보면서 료샤가 혀를 찼다.
료샤 : 어휴 그러니까 비실거리지! 건강에 좋은 것 좀 먹으란 말이야!
나 : 웃기시네! 지는 소시지에 햄이랑 베이컨 잔뜩 담아놓고서 건강 타령하고!!!!! 난 소시지 햄 베이컨 안 먹거든요! 짠 것도 안 먹거든요!
료샤 : 너는 불닭볶음면 먹잖아!
나 : 나도 그거 안 먹어! 너보단 잘 먹는다는 거지 좋아한다는 건 아니얏!!
레냐 : 아빠, 여기 흘롑(흑빵)은 싱거워...
료샤 : 체코라서 그래! 러시아 흘롑이 최고 맛있어, 여긴 전부 이 맛도 저 맛도 아니야!
ㅠㅠ 근데 최소한 흑빵에 대해선 료샤 말이 맞다... 프라하는 일반 빵은 맛없다. 흑빵도 러시아 흘롑이 훨씬 시큼하고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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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샤랑 레냐는 친척집 가고 나 혼자 남았을 때 낙서하고 놀았음)
오전에는 같이 에벨에 갔다. 료샤는 카푸치노,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 레냐는 핫초콜릿. 그리고 메도브닉을 시켰다. 료샤는 카푸치노에 설탕을 두봉지나 투하했다. 저러니 노란 맥심을 좋아하지... 레냐는 에벨의 메도브닉보다는 자기 동네의 메도빅이 더 맛있지만 핫초콜릿은 에벨이 더 맛있다고 매우 객관적인 판단을 했다. 참으로 크게 될 아이로구나~ 무조건 뻬쩨르가 최고라 우기는 지 아빠보다 훨씬 더 공정하구나~~~
카페에서 얘기하고 놀다가 료샤와 레냐는 잠깐 프라하에 있는 친척집에 갔다. 그리고 나서 나 혼자 좀 놀다가 쥬인 주려고 커피를 한봉지 샀다. 지난주에 영원한 휴가님 만나러 갈때 여기서 원두를 추천받아 한봉지 사갔었는데 이제 집에 돌아갈 때가 다 되었으니 쥬인을 위해서도 한봉지...
근데 작년에 뻬쩨르에서 쥬인 주려고 커피 샀을 때 '제 친구는 고소하고 초콜릿 향이 좀 감도는 견과 아로마의 커피 좋아해요' 라고 했다가 값비쌌지만 알고보니 헤이즐넛 커피를 추천받아 사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되었다. 구구절절 쥬인의 취향을 설명하자(쥬인은 콜럼비아 수프리모를 제일 좋아하고 블루마운틴 같은 시큼한 커피를 싫어한다) 점원이 안타깝게 콜럼비아 수프리모는 없다면서 다른 것을 추천해주었다. 온두라스 마살라 어쩌고 하는 거였다. 견과와 황설탕, 캐러멜, 밀크초콜릿 느낌의 마일드하면서도 향이 좋은 커피라고 했다.
설명을 듣자 내 느낌에 쥬인 취향보다는 좀 연하고 달거 같긴 했는데 그래도 나보다는 점원이 더 잘 알겠거니 싶어서 그냥 추천받은 대로 샀다. 지난번 영원한 휴가님께 골라드렸던 커피는 원두 향을 맡았을 때 맘에 들었었는데 이번 것은 그것보단 향이 좀 약한 듯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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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벨에서 나와서 테스코에 갔다. 부서 동료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좀 샀다. 휴가 내서 오면 이런 게 참 하나하나 신경쓰인단 말이야... ㅠㅠ 가격도 그렇지만 짐을 부쳐야 하니까 부피나 무게 덜 나가는 걸 사야 하니 더 피곤하다. 하여튼 립밤 몇개와 초코바 몇개를 샀다. 그리고 내가 마시려고 테스코 옆에 있는 티 숍에 가서 다즐링 세컨드플러쉬와 다즐링 그린을 각각 100그램, 50그램씩 샀다.
추억의 장소인 테스코 코스타 커피에 가서 한시간 즈음 앉아서 낙서도 하고 글도 조금 썼다. 작년에 와이파이 잡으러 여기 자주 왔었는데 그땐 와이파이 천국이라 불렀으나 오늘은 그때만큼 잘 터지지 않았음 ㅠㅠ 그래도 이 코스타 커피는 나에겐 어쩐지 정감 가고 특별한 곳이다. (그런데 여기는 항상 에벨이나 도브라 차요브나 갔다가 다음 코스로 와이파이 잡으러 들르는 곳이라 제대로 된 음료는 시켜본 적 없고 맨날 병에 든 주스 같은 거 시킴... 제일 싼 거 ㅋㅋ)
(이 코스타 커피는 창문 너머로 트램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어서 좋다... 우예즈드에 있는 우 크노플리치쿠도 그렇지만 여기가 특히 통창문이라 트램이 더 잘 보인다. 빨간 트램이라서 좋은 것 같다. 파란 트램이나 녹색 트램, 노란 트램이었으면 그만큼 좋지 않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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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왔을 때 테스코 근처의 서점 창 너머로 보위 포스터를 보았다. 영원한 휴가님이 내게 선물해준 알라딘 세인 보위 타일과 똑같은! 포스터였다. 그래서 일주일 전 드레스덴에서 만나 이야기 나눴던 게 떠올랐다. 아아 꿈만 같구나 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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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에서 이것저것 사서 짐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숙소 쪽으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 짐을 좀 풀어놓고 아픈 다리를 쉬고 있자니 료샤와 레냐가 돌아왔다. 셋다 배고파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멀리 가기도 귀찮아서 카페 사보이 옆에 있는 콜코브나 올림피아 펍에 갔다. 여기는 작년에 료샤가 아침에 해장한다고 날 데려가서 맥주랑 굴라쉬 시켜줬던 곳이다. 그때 난 아침부터 빈속에 맥주 마시고 완전 맛이 갔었지 ㅠㅠ
그런데... 나 결국 굴복하였다. 콜코브나에 와버리고 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고 또 더워서 그만 맥주 0.3리터짜리 조그만 거 시켜버렸다. 원래 흑맥주 좋아하지만 목이 말라서 다크+라이트 믹스라는 게 있어서 그걸 시켜보았다. 신기방기... 부드러운 거품 아래 흑맥주, 그 아래 필스너... 첫모금은 거품 때문에 엄청나게 부드러웠고 그 다음은 씁쓸하고 깊었고 그 다음은 시원했다.
근데 나의 문제는 맥주는 첫 모금에서 한 서너모금까진 무지 맛있는데 그 다음부턴 시원한 맛도 없고 쓴 맛만 난다는 것이 ㅠㅠ 역시 나는 맥주랑 안 맞아... 게다가 내가 시킨 버거는 너무 퍽퍽하고 또 간이 짜서 목이 메지 않기 위해선 맥주를 마셔야 했다. 그래 역시 이 동네 음식은 간이 너무 짜... ㅠㅠ
그냥 료샤가 시킨 맥주 딱 한모금만 뺏아먹을 걸 그랬어... 난 주스나 시킬 걸 크흑...
맥주와 짠 버거 콤보 때문에 지금 계속 목마르다. 아무리 물 마셔도 목마르고 그때 샀던 체리 남은 거 다 까먹었는데도 목마르다. 매실액 한잔 타서 마시면 딱 좋겠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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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먹고 나서 우리는 말라 스트라나 골목길들을 같이 거닐었다. 그리고 셋다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이른 저녁에 호텔로 돌아왔다. 이 메모 남긴 후 료샤네 방에 가서 어제의 윷놀이 패배를 설욕해 볼 것이다 ㅠㅠ 흑흑... 내가 못 이기면 혼신의 힘을 다해 레냐라도 우승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