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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0. 22:33

이삭 광장에서 2017-19 petersburg2019. 1. 30. 22:33





가을의 페테르부르크. 작년 가을에 도심의 이삭 광장에서 찍은 사진 두 장. 이름 그대로 이삭 성당 앞의 광장이다. 황금빛 돔의 이삭 성당과 파란 하늘 한 컷.







그리고 (비싼거 빼곤 다 좋은) 아스토리야 호텔 지붕과 구름도 한 컷. 여기는 그랜드 호텔 유럽과 더불어 나의 소녀의 로망 중 하나였던 호텔. 로망은 둘다 이루었다만... 동행이 없다는게 슬픔 크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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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작년 10월 초. 페테르부르크. 이삭 광장.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씽씽 달리며 휙 스쳐지나가던 붉은색 버스.



신호등 기다리며 폰으로 찍었는데 흔들렸지만 맘에 들어서 지우지 않고 남겨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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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8. 3. 24. 22:33

가을 오후의 이삭 광장 2017-19 petersburg2018. 3. 24. 22:33

 

 

작년 10월초. 페테르부르크. 이삭 광장.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그리고 여기 카페 창가에 앉아 바라본 풍경 몇 장.

 

 

 

 

 

 

 

 

어스름에 잠긴 이삭 성당.

 

 

 

 

다시, 아스토리야 호텔 빨간 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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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7. 8. 2. 15:05

추운 날 사진으로 더위 쫓는 중 2016 petersburg2017. 8. 2. 15:05

 

 

 

 

 

작년 12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여기는 이삭 광장.

 

 

 

 

 

다시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사진. 아래 두 장도 수도원에서.

 

 

 

 

 

 

 

 

 

 

이건 다시 이삭 광장에서 :)

 

 

..

 

 

아아아 더워죽겠다. 아침 10시부터 폭염경보 문자 온다 꽤꾸약 여름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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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12월 중순.

말라야 모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이삭 성당과 내 숙소가 있는 이삭 광장으로 걸어가던 길.

이른 저녁이지만 이미 해는 오후에 져버려서 캄캄하다. 공기는 차디차고 바닥은 얼어붙어가는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다보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이정표인 황금빛 이삭 성당이 보인다.

 

 

이 건물은 앙글레테르 호텔이다. 세르게이 예세닌이 자살한 채 발견된 곳이다. 이 호텔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내가 묵었던 호텔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 저 너머로는 이삭 성당의 열주가 보인다. 어둠 속의 이삭 성당은 조명 때문에 어두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삭 성당이 거대한 전체 모습을 드러낼때면 이미 수백번은 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경이에 잠겨 황금빛 돔을 바라보곤 한다. 그리고 천사를.

 

아쉽게도 이삭 성당은 아직 수리 중이어서 꼭대기 돔은 보호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다.

 

안녕, 이삭 성당. 안녕, 성당의 천사들. 잘 자요. 백야 때는 휘황찬란하지만 그래도 겨울의 어둠 속에서 더 아름다운 북국의 사원과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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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2016. 12. 25. 21:13

한겨울 저녁 페테르부르크 풍경 2016 petersburg2016. 12. 25. 21:13

 

백야의 여름과는 반대로 겨울이 되면 오후 3~4시에 이미 해가 져버리는 페테르부르크.

저녁과 밤에 산책하며 찍은 사진 몇장.

이삭 광장의 니콜라이 1세 기마상 전경.

 

 

 

모이카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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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 about writing 폴더에 트로이의 관점에서 기술된 미샤의 첫 시즌과 그의 돈키호테 무대 데뷔, 폐렴으로 인한 입원 등에 대한 에피소드를 발췌한 적이 있다. 아래 이야기는 같은 사건에 대한 미샤의 오랜 후원자이자 애인인 고위직 당 간부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회상이다.

 

물론 트로이와 마로조프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하고 또 다른 식으로 미샤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른 방식으로 이 해프닝을 마주한다. 트로이가 아는 것을 마로조프는 모르고 마로조프가 아는 것을 트로이는 모른다. 미샤는 당사자이므로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다 그럴테지만.

 

시간적 배경은 1974년 4월. 미샤가 키로프 극장에 들어간지 반년이 조금 넘은 시기이다. 그는 이미 해적의 알리와 지젤의 알브레히트로 공전의 성공을 거두고 이른바 원더키드로 관객들과 평론가들을 사로잡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키로프 발레단의 유명 무용수들은 소련 각 도시를 도는 국내 투어를 떠나고 미샤도 거기 합류한다. 아래 이야기는 투어에서 돌아온 미샤를 레닌그라드 근방의 도로에서 자기 고급차에 태워주는 드미트리 마로조프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세레브랴코프와 마할린은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세레브랴코프와 미샤의 악연에 대해서는 몇번 발췌한 적이 있다.

니나 크류코바 역시 가상의 인물로 당시 키로프 극장의 톱스타 프리마 발레리나이다. 옛날로 따지면 나탈리야 두딘스카야나 갈리나 울라노바, 요즘으로 따지면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나 울리야나 로파트키나, 디아나 비슈뇨바처럼 극장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인데 소련 시절이라 지금의 자하로바나 로파트키나보다 위상이 더 높았다.

율리야 야스미나는 미샤의 어머니이다.

 

 

맨 위 사진은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 드리워진 막. 아래 사진은 차이코프스키 파 드 두를 추는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를 백스테이지에서 찍은 것. 돈키호테 사진들은 전에 많이 올려서.

 

 

..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 다리 좀 뻗어도 되나요? 누워도 되면 더 좋겠는데... ”

 

 

 그건 미샤의 키로프 첫 시즌 봄이었다. 그때 그는 키예프와 사라토프를 거쳐 페름까지 이어진 3주 동안의 국내 투어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레닌그라드 진입로에서 미샤를 태웠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린 그 아이의 옷은 먼지투성이에 온통 구겨져 있었다. 투어 도중에 독감에라도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발레학교 시절부터 그 아이는 대놓고 자존심을 세우며 내가 보낸 차를 타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날만은 예외였다. 물론 그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넓고 푹신한 뒷좌석에 몸을 눕히더니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손으로 무릎을 이리저리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 꽤 지쳤나보군. ”

 

 “ 3주 내내 버스로 끌려 다녔거든요. 엔진이 세 번 고장나고 타이어가 네 번 터졌어요. 페름에선 공연 30분 전까지도 그 고물 버스 안에 처박혀 있어야 했죠. ”

 

 “ 어쩌겠나, 인민예술가 정도 되면 대우가 좀 나아지겠지. ”

 

 

 건방진 꼬마는 코웃음을 치려고 했지만 꼴사납게 밀려오는 기침 때문에 때를 놓쳤다.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머리는 이미 까치집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뺨은 열에 들떠 사과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왼쪽 광대뼈 언저리는 파랗게 멍이 들어 부풀어 있었다.

 

 간신히 기침이 멎었을 때 나는 그에게 손수건을 주었다. 미샤는 눈과 코를 닦은 후 손수건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 그 버스 안에는 인민예술가 한 명에 공훈예술가 두 명이 있었다고요. ”

 

 “ 그럼 불평하지 말아야지. ”

 

 

 더워서 벗어놓았던 캐시미어 스웨터를 그 아이의 목과 가슴 위로 덮어준 후 나는 광대뼈의 상처에 대해 물었다. 이미 반쯤 졸고 있었던 미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차에서 내릴 때가 되었을 때에야 내키지 않는 어조로 대꾸했다.

 

 

 “ 존경하는 인민예술가께서 남겨주신 흔적입니다. ”

 

 “ 이런 짓을 할 만한 건 세레브랴코프인 것 같은데. ”

 

 “ 그깟 공훈예술가 따윈 그럴 배짱이 없죠. ”

 

 

 싸움을 건 쪽은 세레브랴코프였다. 단순한 선배들의 위계 잡기일 수도 있었고 들어온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주역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경쟁 상대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었다. 미샤는 선배 무용수의 도발에 모욕적인 발언으로 맞섰고 과히 우아하지 못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들을 떼어놓은 건 대선배인 알렉세이 마할린이었다.

 

 

 “ 마할린이 자넬 쳤다고? 그 온순한 친구가? ”

 

 “ 발레단에 온순한 인간 같은 건 없어요. ”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 어쨌든 불평하지 말아야겠군. 인민예술가에게 맞은 거라면. ”

 

 “ 불평 같은 건 안 해요. 별로 아프지 않았거든요. ”

 

 

 그날 밤 미샤는 스몰니의 내 아파트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돌아갈 때는 내 스웨터를 입고 갔다. 모자까지 받아 썼다. 아마 외투를 줬다면 그것도 망설임 없이 입고 갔을 것이다.

 

 잠시 후 나는 산책을 하려고 나왔다가 현관에서 몇 발짝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 아이를 발견했다. 이른 봄이었지만 변덕스러운 레닌그라드 날씨답게 새벽부터 폭설이 쏟아졌기 때문에 미샤는 발목까지 차오른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새하얀 눈 위로 새빨간 핏방울이 루비처럼 점점이 흩뿌려져 있었다. 페름에서 싸움이 붙었을 때 마할린은 그 아이의 코와 광대뼈 사이를 가격했던 것이다. 요행히 코뼈가 부러지거나 내려앉지는 않았다. 심지어 콧등이 부어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눈 위에 앉아 코피를 펑펑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 이런데도 아프지 않았다고? ”

 

 “ 아프지는 않아요. 숨쉬기가 불편할 뿐이지. ”

 

 

 그나마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물론 알렉세이 마할린에게는 더욱 더. 며칠 동안 나는 그 작자를 고별 공연도 없이 은퇴시키고 말겠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오전 연습에 가야 한다고 우기는 미샤를 기사의 차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 간단한 치료로 끝날 줄 알았지만 검사가 이어졌고 병원에서는 그 자리에서 미샤를 입원시켰다. 마할린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코 때문이 아니라 폐렴 때문이었다.

 

 이틀 째 되던 날 그는 간호사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병실에서 기어나가 리허설과 정례 수업에 참석하고 그 다음날 밤에는 예정대로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다. 돈키호테였고 파트너는 니나 크류코바였다. 그녀는 미샤의 표현대로라면 ‘존경하는 인민예술가’였고 오랫동안 세레브랴코프의 파트너였다.

 

 

 무용계에서는 한동안 크류코바가 미샤를 낙점한 것에 대해 떠들어댔지만 그날 돈키호테 공연에서 그녀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 밤 관객들의 환호와 충격 어린 열광을 기억한다. 그랑 파이널의 코다 무렵에는 천둥처럼 울려대는 갈채와 신음 소리, 숨이 멎는 듯한 비명들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미샤가 솔로를 마쳤을 때 무대로 날아든 꽃들 때문에 크류코바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커튼콜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야 했다.

 

 

 극장 밖은 꽃다발과 편지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진창으로 부츠를 더럽히며 줄지어 있는 팬들로 가득했다. 주차장 한켠에는 얇은 봄 코트를 입고 머리를 스카프로 감싼 율리야 야스미나가 그 열광적인 남녀들을 힐끗거리며 서 있었다. 아들을 보러 온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서류의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 흐릿한 가로등 램프 불빛 아래에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창백한 얼굴과 빛나는 검은 눈, 길고 미끈한 목과 호리호리한 실루엣, 초조함과 행복감이 뒤섞인 표정.

 

 

 그날 밤 팬들도 율리야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투우사를 췄던 동료가 분장실에 갔다가 고열로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미샤를 발견했다. 그 고집쟁이는 40도까지 열이 치솟는 것도 모르고 춤을 추러 올라갔던 것이다. 혼비백산한 다닐로프가 자기 차로 그를 병원에 싣고 갔다고 들었다.

 

 

 나는 다음날 병원에서 율리야를 보았다.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나도 굳이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복도에 선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감싸고 있는 긴 손가락 사이로 결혼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나는 그녀에게 세르게이 야스민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침묵했다. 그녀가 과거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그건 미샤가 얘기하는 어둠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샤는 폐렴으로 입원해 있던 열흘 동안 일곱 번 병원을 빠져나가 연습과 수업에 참석했고 심지어 지젤 무대에도 예정대로 올라갔다. 단 한 번도 너그럽다는 평을 들어본 적이 없는 크류코바는 자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간 어린 파트너를 질투하기는커녕 지젤을 비롯해 이후 백조의 호수까지 같이 췄다. 광대뼈의 멍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고 콧대는 멀쩡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나는 그에게 대체 왜 세레브랴코프의 도발에 화를 내며 싸움으로 맞섰느냐고 물었다. 고분고분하거나 얌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상대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는 적이 거의 없는 애였으니까.

 

 

 “ 제가 배역을 얻으려고 니나와 잤다고 몰아붙여서요. 정말로 화가 났던 건 아니에요. 화를 내야 정상인 상황이라 그랬던 거죠. ”

 

 

 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에게 정말 크류코바와 잤느냐고 물었다.

 

 

 “ 파트너와 자면 신뢰가 깨져요. 그런 식으로 춤추고 싶지는 않아요. ”

 

 “ 신뢰 대신 다른 게 생길 수도 있지. 이를테면 사랑이라든가. 키로프에도 커플 무용수들 여럿 있지 않나. ”

 

 “ 전 사랑으로 춤추는 인간이 아니에요. ”

 

 

...

 

 

 

폐렴에 걸린 미샤가 병실을 빠져나가 돈키호테 무대에 올라갔다가 쓰러져 도로 실려간 이야기와 세레브랴코프와의 싸움 얘기는 트로이의 이야기에 다른 식으로 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 얘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3594 (미샤의 첫 번째 시즌, 돈키호테, 축구팀과 군대처럼 등)

 

여기 발췌한 에피소드의 일인칭 화자인 드미트리 마로조프와 미샤의 이야기는 전에 두어군데 다른 내용을 발췌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몇년 전 다시 글을 쓰고 미샤를 되살려내면서 바로 이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그래서 이 단편은 내겐 좀 특별하다.

 

전에 발췌했던 마로조프의 이야기들은 아래 :


마지막 동작이 완성되지 않은 춤, 운하를 건너는 미샤 : http://tveye.tistory.com/4485 

그가 읽었던 불가코프의 문장, 비행기에서, 거장과 마르가리타 :  http://tveye.tistory.com/4572

 

..

 

 

 

마린스키 극장(소련 시절 키로프 극장)

 

 

 

난 사실 여기 발췌한 저 소설을 쓸때 이런 이미지로 시작했다. 그건 아주 붉은 장미와 하얀 눈이었다.

하얀 눈 위에 쏟아진 붉은 피에 대해 쓸때도 마찬가지였고 저 단편 전체를 쓰는 내내 나는 장미에 대해 생각했다. 장미와 눈. 그래서 원래 이 단편의 에피그라프를 장미나 눈에 대한 시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하얀 눈 위에 핀 빨간 장미 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페테르부르크 갔을때 찍었던 이삭 광장의 붉은 장미 사진으로... :)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사진은 nina alovert.

 

 

돈키호테를 추는 파루흐 루지마토프. 사진은 nina alovert.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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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ontamer







지난주에 나는 몇년 전 쓴 소설에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출신인 트로이와 알리사가 나눈 대화와 알리사가 런던으로 떠난 과정을 발췌해 올린 적이 있다. 그때 트로이는 레닌그라드에 남았고 알리사는 런던에 있는 소련 대사관으로 떠났다.

(http://tveye.tistory.com/5016 : 알리사는 기계벌레와 도스토예프스키, 불가코프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 항의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불멸입니다!)



아래 발췌한 이야기는 그로부터 몇달 후의 일이다. 미샤가 키로프 발레단의 유럽 투어에 참여한다. 그는 파리와 암스테르담, 브뤼셀에서 공연을 한다. 그리고 일 때문에 파리에 들른 알리사와 잠깐 조우한다. 돌아온 미샤는 친구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내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들이다. 디나 로쉬도 마찬가지이다. 런던 댄스 페스티벌도 여러가지 페스티벌과 콩쿠르를 조합해 내가 만든 것이다.



맨 위의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은 아니고 웹에서 얻은 것인데 분위기가 좀 이 에피소드와 어울려서 올려봤다. 어스름에 잠긴 궁전광장에서 이삭 성당과 네프스키 거리 입구를 바라본 풍경이다. 내 글에서는 저런 어둠 속에서 미샤와 트로이가 걷는 장소가 고로호바야 거리라서 여기는 아니고 그저 좀 가까운 곳이긴 하다만. 


..



나는 몇주 동안 많이 힘들었고 특히 최근 며칠 동안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심신을 주워모으는 중이다. 예전 글도 읽고 이번에 페테르부르크 다녀와 조금 구상한 글에 대한 생각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이 방법으로 숨을 쉬고 다시 물 위로 올라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 이 글을 절대로 무단 전재, 복제, 배포,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





 12월 초에 미샤는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투어를 떠났다. 별 문제 없이 투어에 합류하고 백조의 호수와 지젤 두 개 작품을 모두 추게 된 것을 보니 지나이다의 말을 잘 들었던 게 틀림없었다. 파리 첫 공연이 끝나고 며칠 후 런던으로부터 잠시 들어온 알리사의 동료가 타냐에게 조그만 상자를 전해 주었다. 실크 스카프와 초콜릿 캔디들 아래 이중바닥에 공연에 대한 프랑스 뉴스 녹화 테이프와 신문, 잡지 기사가 숨겨져 있었다. 알리사는 특유의 조그맣고 깔끔한 글씨로 짧은 메모를 남겼다. 안부 인사도 없이.



회의 때문에 파리 갔다가 지젤 봤어.
극장이 발칵 뒤집혔지.
콧대 높은 파리 사람들 넋을 완전히 빼놨어.




 타냐의 집에 모여든 친구들에게 프랑스어를 전공한 스베타가 뉴스와 기사를 번역해 소리 높여 읽어주었다. 열광과 칭찬 일색이었다. 트로이는 ‘사악한 천사, 마음을 뒤흔드는 악마’라는 다분히 뜨겁고 감상적인 표현을 발견하고 수첩에 적어두었다. 그건 파리 오페라 극장의 스타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디나 로쉬가 한 말이었는데 그녀는 공연 다음날 아침 키로프 발레단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미샤와 한 시간 동안 직접 인터뷰를 했다. 물론 관계자들과 보안요원들이 동석한 자리였고 전문이 다 실려 있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터뷰는 무척 생생한 열광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로쉬가 미샤한테 완전히 반했나봐. 자기가 조직위원으로 있는 런던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했어. ”


 “ 언젠데? ”


 “ 2월. ”


 “ 와, 근데 보내줄까? ”


 “ 기자들 다 있는데서 제안해서 다닐로프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나봐. ” 


 “ 그럼 런던에 가겠네. 코스챠한테 트렁크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다. ”




 그들은 이고리의 편집실로 몰려가 녹화 테이프도 돌려보았다. 뉴스 클립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공연 모습과 커튼 콜 장면, 파리 오페라 극장에 천둥처럼 울려 퍼진 갈채와 함성만으로도 꽤 볼만했다. 디나 로쉬와 미샤의 인터뷰 필름도 있었다. 기사에는 빠져 있던 부분이었다. 인터뷰는 러시아 대사관 쪽 통역을 통해 진행되었지만 로쉬가 어떤 질문을 던지자 미샤가 통역을 기다리지도 않고 재빨리 프랑스어로 길게 대꾸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고리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 뭐라고 하는 거야? 쟤 어떻게 프랑스어를 저렇게 해? ”


 “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어. ”


 “ 배워봤자 발레 용어였을 텐데. 네가 영어도 가르쳤잖아. ”


 “ 음, 영어도 나쁘지 않아. ”


 “ 그래, 준비 잘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



 트로이가 노려보자 이고리는 입을 다물었다. 애가 탄 타냐가 스베타를 쿡쿡 찔렀다.



 “ 무슨 얘기였어? 우리 쪽 사람들 얼굴이 완전히 굳었잖아. ”


 “ 어... 좀 민감한 질문이었어. ‘키로프는 확실히 고전 발레 쪽에서는 최고의 극장이지만 예술가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지 않느냐, 파리나 서방 국가의 무대에서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느냐’, 처음엔 이렇게 물었어. ”


 “ 그래서 뭐라고 대답한 거야? ”


 “ 디나가 부른다면 물론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어. 모든 예술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면 그건 예술가가 아니라 급료를 받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 ”


 “ 급료를 받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동자를 그렇게 깎아내렸단 말야? 대사관 사람들과 요원들 앞에서? ”
 


 트로이는 공포에 질려 신음을 토했다. 이고리는 고개를 저으며 스베타에게 물었다.



 “ 그 다음엔? 또 다른 질문 있었잖아. ”


 “ 아, 음... 파리에 처음 온 것 같은데 레닌그라드와 어떻게 다른지, 여기 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지 물었어. ”


 “ 그 여자 너무한데, 망명을 부추기는 질문처럼 들리잖아. 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걸 물으면 미셴카가 난처해지지. ”


 “ 파리는 레닌그라드만큼 춥지 않고 길에 진창이 별로 없어서 신발이 덜 더러워지는 게 좋대. 그 말 때문에 로쉬랑 둘이 웃은 거야. 로쉬가 애한테서 눈을 못 떼는 걸 보니 진짜 반했나봐. 아, 그리고... 자기는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어. ”


 “ 알만하네, 저 인터뷰 끝나고 불려갔을 거야. 그냥 통역이 적당히 잘라서 옮기게 놔둘 것이지... 아, 우리 로미오를 어떻게 하지. 평소엔 그렇게 침착한 애가 자기 춤 앞에선 성격이 불같이 변해. KGB 놈들이 가만히 안 놔둘 거야. ”



 타냐가 탄식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고리가 휘파람을 불었다.



 “ 그래도 레닌그라드로 소환 안하고 브뤼셀이랑 암스테르담에 보내줬잖아, 별 일 없을 거야. ”


 “ 런던엔 못가겠네. ”


 “ 두고 봐야겠지 뭐. 그건 그렇고 프랑스 사진사가 우리 쪽보다 실력이 훨씬 좋네, 자다가 일어나서 내려온 애를 모델처럼 찍어 놨으니. 나도 이런 구도로 찍어봐야지. ”


 “ 이고리 넌 멀쩡한 애를 왜 자다가 일어났다고 폄하하고 그래, 원래 잘난 애를. ”


 “ 저 까치집 같은 머리 좀 봐라, 눈도 풀려 있고. 셔츠 단추도 위는 하나도 안 잠근 거 안보여? 다닐로프가 또 펄펄 뛰었을 게 뻔해, 극장 명예가 어쩌고저쩌고. ”


 “ 그래도 사진은 근사한데. 파리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스크랩하겠어. ”



 타냐와 스베타, 이고리가 잡지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동안 트로이는 좁고 답답한 편집실을 빠져나와 비상구로 갔다. 차디찬 바람을 쐬며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는 벨트 아래를 눌렀다. 그저 펄프와 잉크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데 어째서 그 보잘것없는 사진 한 장마저 그토록 격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고리의 말이 맞았다, 그건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된 모습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그 모습을 잘 알았다. 흐트러진 머리와 무겁게 처져 뒤엉킨 속눈썹, 평소의 예리함이 사라진 부드러운 눈매. 아무리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해도 소용없었다. 잠에서 깨어나 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항상 그랬다. 온통 느릿느릿하고 어눌하고 거의 어린 아이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다. 그 짧고도 긴 시간만큼 안드레이 트로이츠키가 그를 온전히 자기 것처럼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미샤는 그런 무기력한 시간을 아주 싫어했다. 자신의 몸이 대체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다. 빨리 정신을 차리려고 일어나자마자 찬물로 얼굴을 씻고 차가운 우유나 진한 차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하며 온갖 애를 다 썼지만 완전하게 또렷해질 때까지는 언제나 한 시간이 필요했다.



 “ 그냥 받아들여. 넌 잠에서 깨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일 뿐이야. ”


 “ 유라가 그러긴 하더라, 아침에 활동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


 “ 학교 다닐 땐 어떻게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받았어? ”


 “ 춤이나 음악 수업은 괜찮았는데 다른 건 힘들었어. 다행히 1교시가 주로 강령이랑 공산주의 교육이어서 자주 제꼈어. ”




 
 그 한 시간만큼 트로이를 강렬하게 감동시키고 애정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순간은 거의 없었다. 그는 미샤가 잠에서 깨어난 후 곧장 침대에서 내려가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잠든 척하며 거미처럼 기다랗고 무거운 자신의 사지로 그의 몸을 반쯤 덮고 있을 때도 있었고 아예 애무를 하거나 섹스를 할 때도 있었다. 사랑을 나누고 나면 미샤는 평소보다 일찍 제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피가 잘 돌아서' 라고 농담을 했는데 트로이는 그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희미하게 흥분을 느꼈다.



 그런데 마로조프도 그 모습을 알까? 니콜카도, 아스케로프도, 스비제르스키도, 그리고 그 외의 이름 모를 정부들도 모두 그 한 시간을 알고 있을까? 갑작스럽게 트로이는 칼로 파고드는 것 같고 불타는 듯한 질투심과 분노를 느꼈다. 심지어 편집실에서 그 사진을 보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잡지를 펼쳤다가 미샤의 모습을 봤을 무수한 프랑스 남녀에 대해서도 비이성적이며 무자비한 증오가 치솟았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와 희미한 졸음에 취해 있는 길고 부드러운 눈매, 반쯤 벌려진 입술과 칼라 아래 단추 여러 개가 풀려 있는 검은 실크 셔츠와 어린 아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소파에 늘어뜨리고 있는 팔과 다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마치 인생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소중하고 비밀스런 그 무엇을 순식간에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너희들은 그냥 무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잖아. 이건 그냥 놔둬!’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불을 지르고 싶었다. 칼이라도 휘두르고 싶었다. 그런 자신이 두렵게 느껴졌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오랫동안 그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  *  *





 큰 성공을 거둔 유럽 투어에서 돌아온 직후 미샤는 모임에 찾아왔고 파리에서 만난 알리사에 대한 소식을 짧게 전해주었다. 대사관 리셉션에서 자기가 직접 찍은 그녀의 사진도 한 장 가져왔는데 트로이에게 주려고 했지만 코스챠가 열광하며 빼앗아가 버렸다.



 “ 여전히 예쁘구나, 알랴는. 근데 많이 야위었네. ”



 사진을 들여다보며 갈랴가 혀를 찼다. 알리사는 어깨를 드러낸 암청색 드레스 차림이었고 여전히 붉은 기가 도는 머리칼을 소년처럼 짧게 자른 채 비스듬하게 몸을 틀고 있었다. 솟아오른 광대뼈 위로 커다란 갈색 눈동자가 깊고 쓸쓸하게 빛나고 있었다.



 코스챠가 미샤의 팔을 잡아당기며 애절하게 물었다.



 “ 알랴 혼자였어? 아니면 파트너가 있었어? 누구 사귄대? ”


 “ 런던 쪽 동료들과 같이 왔어. 사귀는 사람은 잘 모르겠네, 5분밖에 못 봤거든. 다들 보고 싶다고 전해 달래. ”


 “ 걔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지 그랬어. 런던에서 엄청 외로웠을 텐데. ”


 “ 그러지 않겠냐고 했는데 알리사가 시간이 안 된다고 했어. ”


 “ 알리사가 네 공연 기사랑 뉴스 클립 보내줬어. ”


 “ 아, 의외네. ”


 “ 뭐가? ”



 미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트로이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파리에 가기 전에 트로이가 알리사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런던에도 가게 된다면 알리사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했더니 미샤는 ‘알리사는 날 싫어하는데 보러 올까?’ 하고 물었었다. 




 
 그날 갈랴의 집에 모여든 친구들은 끊임없이 미샤에게 투어와 공연에 대해, 파리와 브뤼셀과 암스테르담, 이름만으로도 한없이 자유롭고 멋지게 느껴지는 그 도시들에 대해 질문을 퍼부었다. 미샤는 평소처럼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들로 대답했지만 트로이는 그의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아늑한 거실 안에서, 따뜻하고 열광적인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미샤는 홀로 길을 잃은 것처럼 멍하게 서 있었다.



 마침내 트로이는 다음날 오전 리허설이 있지 않느냐는 핑계로 미샤를 갈랴의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코스챠가 자기 차로 데려다 줄 테니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붙잡았지만 다들 네 음주 운전에 친구들의 생명을 저당 잡힐 수는 없다고 심하게 야단쳤다.




 차디찬 밤거리로 나와 버스를 타러 갔을 때 미샤가 말했다.



 “ 알리사가 네게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어. ”


 “ 무슨 뜻인지는 얘기 안해? ”


 “ 네가 알 거라는데. ”



 물론 알았다. 그는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약속을 지키는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리사는 그가 진정한 시인처럼, 진짜 작가처럼 쓰기를 원했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안드레이 트로이츠키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오로지 열망만이 존재했다. 그것도 충분히 뜨겁지도 못한 열망.



 “ 또 다른 말은 없었어? ”


 “ 없었어. 알리사는 외롭고 불행하게 거기 있었어. ”


 “ 거기는 어딜 말하는 거야? 파리? 런던? ”


 “ 글쎄, 둘 다. 똑같은 거야, 안드레이. 파리나 런던이나 둘 다. 어쩌면 여기와는 다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알리사가 찾는 건 거기 없을 거야. ”


 “ 알랴가 왜 런던에 갔다고 생각해? ”


 “ 자신을 사랑할 힘을 얻고 싶어서. ”


 “ 서로 싫어하는 사이치곤 꽤 날카로운 얘긴데. ”


 “ 난 알리사 싫어하지 않아. 사실은 꽤 좋아해. ”



 버스가 고로호바야 거리 근처에서 멈추었다. 미샤가 트로이의 뒤를 따라 내렸다. 별 말도 없이 어두운 거리를 건너 아파트 안뜰로 들어섰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고 미샤의 머리에서 모자가 벗겨져 멀리 날아갔다. 미샤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로이는 투덜거리며 뜰 저편으로 모자를 주우러 갔다.



 돌아왔을 때 미샤는 엘리베이터를 붙잡아 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릿한 전구 불빛 아래에서 검은 눈동자가 두세 겹의 불타는 원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트로이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그를 밀어 넣었다. 등 뒤로 문이 닫혔을 때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와락 끌어당기며 키스를 했다. 지금껏 트로이가 집 바깥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샤가 잠깐 고개를 뒤로 젖히며 그를 쳐다보았다. 거기 다시 그 시선이 있었다. 길 잃은 것처럼 멍하고 우울한 눈빛. 그는 더 이상 그런 눈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술로 그 눈 위를 덮었고 혀끝으로 눈꺼풀과 속눈썹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핥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그는 앞집 사람이 나와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미샤를 아플 정도로 꽉 끌어안은 채 복도를 지나 자기 집 문 앞으로 갔다. 열쇠를 두 번 잘못 돌리자 미샤가 그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아 직접 열었다.




....



잠에서 깨기 힘들어하는 미샤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여기 : http://tveye.tistory.com/4844







12월, 눈오는 마린스키(구 키로프) 극장 풍경. 이것도 웹에서 가져온 것. 아래 사진 네장은 내가 이번에 갔을때 찍은 것들.





이건 트로이와 미샤가 버스를 탔던 곳은 아니고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의 버스 정류장. 이 글에서 그들은 바실리예스프키 섬에 있는 날리츠나야 거리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그 정류장은 전에 사진 올린 적 있다. 여기 : http://tveye.tistory.com/4421 )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어느 건물 문.





전에 몇번 올린 적 있지만,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런 안뜰(드보르)이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 많다. 트로이가 살고 있는 고로호바야 거리의 아파트도 이런 문을 지나 안뜰로 들어가면 사방을 둘러싼 건물이 나오고 그중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된다.





어스름에 잠긴 고로호바야 거리.


여기는 트로이의 아파트가 있는 곳이라 이 글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이 거리는 꽤나 길어서... 트로이의 아파트는 위의 사진에 나온 곳과는 꽤 떨어져 있음.



어쨌든 미샤는 발레 투어를 갔다왔으므로 그가 주역을 췄던 지젤과 백조의 호수 사진 몇 장. 물론 미샤는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므로 사진은 다른 사람들 :)





안드리스 리에파 & 율리야 마할리나. 지젤.





아르춈 옵차렌코. 지젤.





블라지미르 슈클랴로프. 백조의 호수




그리고 리허설 중인 슈클랴로프 사진으로 마무리...



...



글에 대한 이야기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제 글은 여기서만 읽어주세요. 절대로 복사하거나 가져가시거나 인용/도용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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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밤 11시 전후였던 것 같다. 마린스키에서 공연 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내 방으로 가는 길에, 복도 창문 너머로 찍은 사진 몇 장.

이때 묵었던 숙소는 이삭 성당 근처 포취탐스카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호텔 복도 창 너머로 보면 이삭 성당이 보였다. 내 방이야 비싼 방이 아니어서 안뜰을 향해 있었지만 :)

복도 창 너머로는 발코니가 있었는데 여기는 유료 예약 고객들에게만 열어주는 곳이라 나는 한번도 못 나가보고 이렇게 창 너머로 구경만 했음.

유리창 너머로 찍은 사진이라 좀 번졌지만.. 그래도 올려본다.

 

 

 

이렇게 이삭 성당이 보였다.

이삭 성당은 계속 수리 중이었다... 잘 보면 한쪽 종루가 수리 중인 게 보인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이렇게 건물 지붕들과 구름, 하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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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2. 20:53

가로등 램프와 황금빛 돔 russia2015. 11. 12. 20:53

 

 

2015년 2월.

상트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앞 광장에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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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 22:03

백야, 붉은 장미 russia2015. 9. 2. 22:03

  

 

7월의 여름 밤, 이삭 성당과 광장의 장미꽃들

공연 보고 돌아오는 길. 비온 직후라 장미꽃들에서 스며나오는 향기가 너무나 좋았다.

장미는 정말 아름다운 꽃이다. 그 중에서도 붉은 장미는 존재 자체로 완벽하다!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아스토리야 호텔. 왼편은 앙글레테르 호텔.

 

이삭 성당의 천사가 보인다.

 

* 전에 올렸던 이때 사진 몇 장은 여기 : http://tveye.tistory.com/3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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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이 날은 마린스키 신관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본 후 비가 와서 버스를 타고 발샤야 모르스카야 거리에서 내린 후 이삭 성당과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밤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이미 해는 졌고 어스름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이럴 때면 6월과 7월초가 그립다. 그럼 이 즈음에도 아직 밝았을텐데.

하지만 어스름에 잠긴 여름 밤의 페테르부르크도 굉장히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이삭 성당의 천사상.

 

 

 

플래쉬 터뜨려서 좀 밝게 나온 이삭 성당의 황금 돔과 전망대 열주 사진.

 

아주 오래 전에, 맨 처음 페테르부르크에 왔을 때였다. 첫 토요일에 친구랑 같이 이삭 성당에 와서 호기있게 전망대에 올라가기로 했었다. 지금이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땐 그냥 나선 계단을 타고 계속 올라가야 했는데 주변이 뚫려 있어 엄청 무서웠다. 게다가 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간신히 전망대에 올라왔으나 난간 쪽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뒤에 딱 붙어 있었다.

 

요즘도 다시 페테르부르크 올 때마다 그래도 이제 엘리베이터 생겼으니 한번 올라가볼까, 전망이 근사할텐데.. 하다가도 무서워서 못 올라가고 있음 ㅠㅠ

 

 

 

성당 앞에는 공원으로 조성된 광장이 있다. 이사키예프스카야 쁠로샤지. 즉 이삭 광장이다. 원을 그리며 장미를 심어 놓아서 참 예쁘다.

 

그리고 이 날 밤엔 비가 왔다 그쳐서 비에 젖은 장미들이 일제히 향기를 내뿜어서 아무도 없는 공원을 잠시 한바퀴 돌며 장미 향기 맡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 있었다. 장미. 천사. 백야. 그리고 페테르부르크.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다.

 

 

 

이삭 광장 표지판.

 

 

 

광장을 한가운데 놓고 사거리가 펼쳐진다. 숙소인 포취탐스카야 거리로 가려면 광장에서 길을 두번 건너야 했다. 길 건너려다가, 몰려오는 차들과 도로 사진 한 장. 오른쪽의 열주는 이삭 성당의 기둥들.

 

 

 

차들과 도로 사진 한 장 더.

 

아아.. 일주일 전에 돌아왔는데 다시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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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1. 21:33

백야 황혼녘의 이삭 성당과 빗물 그림자 russia2015. 7. 31. 21:33

 

 

돌아왔던 날 올렸던 이삭 성당 돔의 빗물 웅덩이에 비친 그림자 사진(http://tveye.tistory.com/3909)을 기억하시는지... 성당 전체를 구도에 넣고 찍은 사진은 이렇다 :)

 

마린스키 극장에서 오페라 토스카 보고 걸어서 돌아오는 길. 밤 10시 30분 즈음이었던 듯하다. 해는 이미 졌고 푸르스름한 황혼녘이었다. 이미 7월 하순이었기 때문에 백야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해도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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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9. 20:37

장미, 백야 russia2014. 12. 29. 20:37

 

 

지난 7월. 밤.

백야. 페테르부르크, 이삭 성당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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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3. 21:14

여름날 백야, 비 온 후 이삭 광장 russia2014. 12. 3. 21:14

 

 

지난 7월 중순.

 

마린스키에서 라 바야데르 보고 돌아오는 길. 아마도 밤 11시 즈음. 숙소 앞 이삭 광장. 이삭 성당 앞에 있어서 이삭 광장인데 사진엔 이삭 성당은 빠졌다. 저 조각상은 이삭 성당과 아스토리야 호텔 맞은편에 있는 니콜라이 1세 기마상. 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기마상이야 물론 청동기마상이지만, 이 조각상도 상당히 유명한 상징물 중 하나이다.

 

 

공연 보는 동안 비가 쏟아졌다가 이렇게 개고 있었다.

 

이삭 성당 안 나온 줄 알았는데 이 사진 오른편 귀퉁이에 좀 나왔다. 상단을 잘 보면 천사상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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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올린 사진도 좀 섞여 있긴 하지만..

너무 더워서 눈으로나마 더위 식히기 위해 한겨울의 페테르부르크 사진 몇 장. 모두 2010년에 갔을 때 찍은 것. 갔을 땐 추워서 무지 고생했는데 돌아와서는 여름마다 사진 꺼내보며 눈 식힌다.

이건 니콜스키 사원 앞 공원.

 

 

이건 이삭 광장.

 

 

이건 볼쇼이 프로스펙트 부근

이때 진짜 추웠다. 나뭇가지마다 얼음 결정이 대롱대롱 맺혔다.

 

 

역시 볼쇼이 프로스펙트 부근.

 

 

여기는 청동기사상 부근. 청동기사상은 안 나왔지만.. 뒤에 보이는 건물은 해군성 건물.

 

 

위의 사진부터 모두 해군성과 이삭 성당, 청동기사상 부근이다. 나무 너머로 이삭 성당의 황금색 돔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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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이삭 광장 부근.

아래 두 장은 볼쇼이 프로스펙트 부근.

그 아래 네 장은 눈 덮인 네바 강과 강변 도로 풍경. 모두 2010년 겨울에 찍은 것. 전에 올렸던 사진도 있을지 모름.

 

 

 

 

왼편의 황금빛 첨탑은 해군성 건물, 오른편 황금빛 돔은 이삭 성당. 아래의 저 하얗게 눈 덮인 평면은 길이 아니고 얼어붙은 네바 강.

 

 

역시 이삭 성당

 

 

보기엔 똑같아 보이지만, 오른편은 눈 덮인 네바 강, 왼편은 눈 덮인 도로.

 

저 창백한 에메랄드 그린의 기다란 건물이 바로 에르미타주 박물관, 겨울 궁전.

아,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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